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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가 다 만들어줌-260화 (260/309)

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260화

한 손으로 멱살을 잡고, 휴지를 버리듯이 가볍게 아래로 털어냈을 뿐이다.

콰앙!

하지만 그 가벼운 손짓만으로 제이크의 몸이 지면에 사정없이 꽂혔고, 그 모습에 연회장에 있던 모든 이들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축복받아야 할 약혼식의 전야제에서, 예비신랑이 본인의 누이에 의해 바닥에 처박혔다.

그 모습에 모두가 말을 잇지 못하고 멍하니 보고 있을 때.

“일어나렴.”

아리아가 무심히 이야기했다.

“내 말 안 들리니?”

“…….”

“흐음.”

기절한 것처럼 아무런 미동도 보이지 않는 제이크. 그 모습에 아리아가 머리에 발끝을 밀어 넣어 가볍게 차올렸다.

후웅!

제이크의 몸이 순식간에 위로 떠올랐고 아리아가 재차 한손으로 멱살을 낚아챈 다음 바닥에 내려놓는다.

“할 말은?”

아리아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물었고 그 모습에 제이크가 눈을 내리까며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누이가 자신과의 대련을 기대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렇기에 제이크는 이세훈의 시선을 외면했던 것처럼 조용히 사과했고, 그 모습에 아리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구나.”

콰앙!

제이크의 몸이 다시 내동댕이쳐졌고, 방금과 똑같이 일으켜 세워져 질문을 받는다.

“죄송합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고, 아리아 역시 거기에 똑같은 행동으로 대응한다.

그렇게 제이크의 몸이 계속해서 바닥에 처박히며 연회장의 사람들이 당황하고 있을 때.

“이게 뭐 하는 짓들이야!!”

한쪽에서 우렁찬 고함소리가 울려 퍼졌다.

두 사람에게 성큼성큼 다가간 금발머리의 사내, 장남 로이드 마이어스가 분노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여기가 네 놀이터인줄 알아? 당장…….”

“로이드.”

아리아의 나지막한 부름이 단번에 말을 잘라냈고, 그대로 고개를 돌려 자신들 사이에 끼어든 로이드를 바라보았다.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무미건조한 표정. 마치 길가의 돌멩이를 보는 듯한 그 시선에 로이드가 흠칫 떨다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수많은 귀빈이 보는 앞에서 10살이나 어린 여동생의 시선에 위축되다니. 그 수치스러운 상황에 저항하듯 로이드가 매섭게 달려들었고.

우득─

아리아의 주먹이 날파리를 쳐내듯이 로이드의 옆구리를 후려갈겼다.

콰아앙!!

로이드의 몸이 반대쪽으로 날아가 테이블을 부수며 쓰러졌고, 그 살벌하기 그지없는 소리에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날아간 방향으로 쳐다보았다.

“음?”

그러자 보이는 것은 이 와중에도 과자를 먹으면서 여유롭게 지켜보고 있던 이세훈의 모습.

황당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이세훈이 옆에 쓰러져 있는 로이드를 힐끔 본 다음 이야기했다.

“안 죽었어요.”

미리 짜둔 것처럼 나오는 그 태연한 대답에 사람들이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이세훈의 이야기를 들은 아리아가 고개를 돌려 제이크를 바라보았다.

“로이드가 저렇게 된 것도 전부 네 탓이야. 그렇지?”

누가 들어도 불합리하기 그지없는 이야기. 하지만 제이크는 거기에 반항하는 대신 작게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는 대답.

그 모습에 아리아의 두 눈이 가늘어졌고, 여태까지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래피얼이 사이에 끼어들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주제넘게 약혼을 받아들이지 않았더라면…… 모두 제 탓이니까 제발 제이크 님은 용서해 주세요.”

눈물을 글썽이며 애원하는 래피얼. 그 모습에 아리아가 가만히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촌극까지 봐야 한다니…… 이제 지긋지긋하네.”

더는 못 하겠다는 듯이, 그렇게 질린 목소리로 중얼거린 아리아가 다시 제이크를 바라보았다.

“뭐라고 물어봐도 죄송하다고 하겠지? 다 네 탓이니까.”

“…….”

“그럼 더는 안 물어볼게. 대신.”

아리아의 손에 어느 샌가 아공간 포켓이 들렸고, 그 안쪽에서 초록색 도가 뽑혀져 나왔다.

며칠 동안 휘둘렀던 새로운 무구. 그 모습에 제이크의 눈이 처음으로 흔들렸고, 아리아가 담담히 이야기했다.

“너한테 과분한 물건이니까 여기서 처분할게.”

초록색 도가 위쪽으로 가볍게 던져졌고, 어느새 가느다란 세검을 뽑아든 아리아가 황금빛의 검기를 끌어올렸다.

무구의 존재감조차 잡아먹는 압도적인 검기. 저것이라면 미완성인 무구 정도는 간단하게 잘라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 모습에 제이크가 자신도 모르게 움직이려던 그때. 옆에 있던 래피얼이 팔을 붙잡았다.

떨쳐내려면 얼마든지 떨쳐낼 수 있는 손. 하지만 그 손길에 제이크는 방금 들었던 말들을 떠올렸다.

‘당신 같은 사람이 정말 단 한 명도 없었을까요?’

‘모두가 포기하고 받아들인 거예요. 가문을 위해서, 그리고 그 아래에서 보호받을 사람들을 위해서.’

‘그 수많은 희생 속에 만들어진 희망을 모두 무너뜨릴 건가요? 당신의 이기심 때문에?’

‘현명하게 생각하세요. 무엇이 올바른지.’

자신의 선택에 모두의 희생을 부정할 만큼의 가치가 존재하는가. 몇 번이고 반복해 온 질문에 제이크는 답할 수 없었다.

누이와 같은 힘도, 이세훈과 같은 재능도 없다. 그런 자신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후웅─

위로 던져진 무구가 천천히 떨어졌고, 아리아의 검이 그것을 부수기 위해 움직인다.

주마등처럼 느릿하게 움직이는 그 풍경 속에서 제이크의 시선이 완성시키지 못한 무구를 향했다.

‘포기하자.’

평화로운 시대. 타고난 재능. 그리고 우연히 찾아온 기적.

그토록 과분한 기회를 받았음에도 자신은 검 한 자루조차 완성해 내지 못했다.

그런데 뭘 더 망설인단 말인가. 사라져가는 불안감 속에 제이크가 체념하듯 눈을 감았고.

살랑

한줄기의 바람이 머리끝을 스쳤다.

카앙!!

연회장에 울려 퍼지는 날카로운 쇳소리. 손바닥을 타고 오르는 그 선명한 감각에 제이크가 다시금 눈을 떴다.

카각─

그러자 보이는 것은 래피얼을 뿌리친 채 누이와 검을 맞대고 있는 자신.

그 모습에 제이크가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자 아리아가 무심히 이야기했다.

“자기 자신은 속일 수 있어도, 몸은 속일 수 없는 법이지.”

“…….”

“마지막이야. 하고 싶은 말은?”

포기하려던 자신을 무시하고 저항하기를 선택한 몸.

그 믿기지 않는 광경에 제이크가 손에 들린 검을 바라보았고, 이어서 바닥에 넘어져 있는 래피얼을 바라보았다.

“제, 제이크 님…….”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듯 놀라 눈을 보고 있는 래피얼. 그 모습에 제이크가 쓴웃음을 지어보이며 다시 아리아를 향해 고개를 돌렸고.

“내 인생에 참견하지 마. 누나.”

처음으로 누이를 향해 적의를 드러냈다.

콰아앙!!

손바닥이 찢어질 것 같은 충격과 함께 몸이 튕겨져 나갔고, 시야가 어지럽게 뒤엉켰다가 바닥에 쓰러지다시피 착지하면서 간신히 바로잡혔다.

저택의 3층 복도.

앞쪽에는 자신이 부수고 지나온 벽의 구멍들이 보였는데 그 끝에 아리아가 가볍게 올라섰다.

‘이런……!’

그 모습을 본 순간. 제이크는 반사적으로 손에 들린 무구를 전력으로 휘둘렀다.

카아앙!

목젖에서 그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간 세검. 눈 깜짝할 사이에 접근해 온 아리아의 모습에 제이크가 재빠르게 반격을 펼쳐냈다.

마이어스류 탄검식彈劍式

청축靑築 광풍狂風

콰가가각!

초록빛 칼날에 맺힌 푸른 검기가 산탄처럼 주변을 뒤덮었다.

압축된 검기를 단숨에 폭발시켜 상대를 짓뭉개는 비기.

길버트가 만들어낸 기술로 제이크는 이 압도적인 화력을 이용해 거리를 벌리고 신체능력의 격차를 줄이고자 했다.

카가강!

하지만 아리아는 물러서기는커녕 정면에서 모든 검기를 남김없이 쳐냈고 이어서 가볍게 안쪽으로 찔러들었다.

어중간한 기술로는 극복할 수 없는 압도적인 기량 차이. 그 모습에 제이크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잡았다……!’

예상했던 경로를 향해 몸을 내던졌다.

카앙!

청축을 휘감은 주먹이 세검의 옆면을 후려치며 밀쳐냈고, 그 틈 속으로 제이크가 재빠르게 파고든다.

“?!”

예상치 못한 반응에 아리아가 놀라면서도 주먹을 휘둘렀고 거기에 맞서 제이크가 반격을 펼쳐냈다.

빠악!

팔꿈치로 주먹을 쳐내고 아래에서 쳐올린 주먹이 머리 옆을 스쳐지나간다.

검을 휘두를 거리와 여유를 주지 않기 위해 쉴 새 없이 거리를 좁히고 전신을 사용하여 움직임을 강제한다.

‘할 수 있어……!’

두 사람이 복도를 내달리며 쉴 새 없이 뒤엉켰고 서로를 스치고 지난 공격들이 벽과 바닥을 후려갈기며 무시무시한 굉음을 터뜨렸다.

아리아가 펼치는 무투술은 검술의 보조로만 쓰인 가문의 무투술. 하지만 제이크가 평생을 갈고 닦아온 무투술 ‘가검식假劍式’은 그와 달랐다.

스각!

손끝으로 쏘아진 마력에는 관통력이, 손날이 흩뿌리는 마력에는 절삭력이, 그리고 압축된 마력을 휘감은 주먹은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만들어낸다.

검 없이 검술을 펼치기 위해 만들어졌던 어중간한 기술. 가문의 낙오자라는 증거였던 기술이 지금, 길버트의 기술을 토대로 하나의 유파로서 새롭게 완성된 것이다.

‘과연…… 첫 공격은 나한테서 검을 빼앗기 위해서였나.’

거리가 좁혀져 검을 휘두를 수 없게 된 자신은 기량이 떨어지지만, 가검식이라는 자신만의 검을 지닌 제이크는 오히려 거리라는 이점을 가지고 기량이 오른다.

신체능력과 기술의 격차를 단번에 좁힌 제이크. 그 맹랑한 남동생의 모습에 아리아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재밌네.”

“재수 없게 웃지 마!”

쿠구궁!

계속되는 두 사람의 공방에 저택과 인근의 땅들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무섭게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저택에 걸린 방호마법이 건물에 가해진 충격을 주변에 퍼뜨리면서 일어난 현상.

그 무시무시한 모습에 연회장에 있던 사람들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무슨…….”

“괴물들이잖아…….”

자신들의 젊은 시절과는 비교도 안 되는 재능과 힘.

마이어스 가문이 수십 년에 걸쳐서 만들어낸 천재들의 힘에 모두가 전율하고 있을 때. 저택의 안쪽의 전투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콱!

세검을 휘두르려던 아리아의 손목이 잡히고, 이어서 휘둘러진 제이크의 주먹이 손바닥에 가로막힌다.

그 모습에 제이크가 발을 차올려 틈을 만들려고 했지만 그보다 먼저 아리아의 발이 발등을 찍어 눌렀다.

콰앙!

끝없이 이어지던 공방이 잠시 멈췄고, 두 사람이 서로 교차된 팔 너머로 상대를 바라보았다.

“하아…… 하아…….”

“흐음…….”

한계까지 쥐어짜 낸 공세에 숨이 거칠어진 제이크와 땀 한 방울도 흘리지 않는 아리아.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지만, 본래의 실력 차를 생각한다면 지금까지 공방이 이어진 것만으로 엄청난 일이었다.

“이렇게 싸울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칭찬해 줄게. 거의 비등하게 싸웠으니까.”

제이크의 체력이 떨어지면서 빈틈이 생겼기에 멈춘 것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아직까지도 싸우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고 싶은 건 이게 아니야.”

처음보다는 풀렸지만 여전히 불만족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아리아. 그 모습에 제이크가 숨을 고르면서 물었다.

“그게…… 도대체 뭔데……?”

뭐가 보고 싶길래 자신을 이렇게까지 몰아세우는가. 그 물음에 아리아가 담담히 대답했다.

“네 안에 있는 검.”

“뭐……?”

“슬슬 알아차리는 게 좋을 거야. 이제 시간이 없으니까……!”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붙잡고 있던 손을 놓았고, 제이크가 주먹을 휘두르기 전에 아리아의 몸이 허공에서 재빠르게 회전했다.

퍼엉─!

포탄처럼 후려갈겨진 돌려차기에 제이크의 몸이 유리창을 깨부수며 저택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두 팔로 간신히 막아낸 제이크는 바닥을 나뒹굴기 전에 재빠르게 자세를 다잡고 바닥에 착지했다.

“여긴…….”

달빛이 내리쬐는 고요한 정원.

지난 며칠간 쉴 새 없이 수련을 반복해 온 장소에서 제이크가 숨을 고르고 있을 때. 조금 떨어진 장소에 아리아가 가볍게 착지했다.

“여기서 끝내자.”

우우웅!

아리아의 세검에서 솟아오르는 황금빛의 검기.

일렁거림 없이 검날을 둘러싸고 있는 검기는 그 자체가 하나의 검처럼 보였다.

‘진짜 끝낼 생각인가…….’

이번에 부딪치면, 어느 한쪽은 반드시 부러진다.

그 사실을 깨달은 제이크가 자신의 무구를 움켜쥐었다.

쩌적

마력을 불어넣자마자 들려오는 불길한 소리. 이전 같았으면 깜짝 놀라 쳐다봤겠지만, 제이크는 자연스럽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이해했다.

‘벌써 한계인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미완성의 무구.

거기에 자신의 검술을 향상시키기 위한 도구로 쓰기 위해 여러 가공을 거치면서 내구도가 있는 대로 약해진 상태였다.

그 상황에서 전력을 다해서 검을 맞부딪쳤으니 멀쩡할 리가 없었다.

‘어째서 검이 완성되지 않는 걸까.’

제이크는 여태까지 자신이 검술을 완성시키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지만, 방금의 전투로 그게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검술은 이미 완성되어 있었고 이세훈의 말이 사실이라면 검 역시 이미 완성되어야만 한다.

그런데 어째서 자신의 검은 변하지 않는 것일까.

휘우우웅!

마력을 머금은 무구가 바람을 끌어들였고, 밤하늘 아래의 정원이 조용히 흔들거렸다.

길버트가 남긴 흔적을 따라 이리저리 뒤섞이는 바람. 몇 번이고 봐온 그 궤적을 습관처럼 뒤쫓고 있을 때. 한 가지 이질적인 것이 섞여 들어왔다.

우우웅!

아리아를 중심으로 퍼져 나가는 거대한 기류.

마력은 이미 검날에 완벽히 담겨져 있을 텐데 어째서인지 바람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이내 다른 궤적으로 뒤바뀐다.

‘저건…….’

길버트의 검술을 지워내는 아리아의 검술.

제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데도 바람이 황금빛의 궤적을 흉내 내며 이리저리 뒤흔들린다.

‘어디서 나오는 거지?’

길버트의 검술이 정원에 남긴 흔적으로부터 비롯되었다면, 아리아의 검술은 어디에서 나오고 있는가.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제이크의 시선이 움직였고 이내 자신을 겨누고 있는 세검에 도달했다.

우우웅!

아리아가 만들어낸 황금빛의 검.

오래 전에 완성된 그 검이 주변을 둘러싼 세계를 황금빛의 궤적, 검술로 뒤덮는다.

그 신비로운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던 제이크는 방금 아리아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를 중얼 거렸다.

“내 안에 있는 검…….”

처음 마력을 각성했을 때. 제이크가 보았던 ‘심상心象’은 한 자루의 검이었다.

어린 시절에는 그 완벽한 검을 남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지만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것을 현실로 꺼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제이크는 이미 완벽했던 검을 하나씩 풀어내어 표현했고, 그것이 바로 검술이었던 것이다.

‘검술이 불완전한 검이라면…… 어떻게 완성해야 하지?’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는가. 그 의문에 제이크의 시선이 주변에 휘몰아치는 바람, 검술의 궤적을 바라보았고.

“……!”

검의 손잡이를 으스러져라 움켜쥐었다.

쿠과가강!

제이크의 뜻에 따라 주변의 바람이 미친 듯이 휘몰아치며 모여들었고, 초록빛의 칼날 안쪽으로 압축되었다.

파카앙!

그 힘을 견디지 못한 칼날이 산산이 조각났지만 그럼에도 압축된 바람은 흩어지지 않고 파편과 함께 소용돌이쳤다.

자신이 펼쳐온 검술이 불완전한 조각이었다면, 그것을 모두 압축하여 하나로 완성하면 되는 것 아닌가!

키이잉!

칼날의 파편들이 모여드는 바람을 청록빛으로 물들여갔고 이내 그것이 하나의 검으로 새롭게 빚어졌다.

푸른 별들을 품고 있는 청록빛의 검신. 새롭게 만들어진 제이크의 검에 아리아가 두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드디어 보여주는구나.”

그렇다면 더 이상 기다릴 필요는 없다.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았고, 자신의 검을 있는 힘껏 움켜쥐었다.

그리고 정원을 밝히던 달빛이 구름에 가려진 순간.

심검발현心劍發現

황금빛 검과 청록빛 검이 어둠을 가로질렀다.

콰아아앙!

두 검이 격돌한 순간.

그 중심에서 터져 나온 충격파에 정원을 휩쓸고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저택의 창문이 모조리 박살 났고 인근에 주차되어 있던 방문객들의 차가 크게 뒤흔들리며 경보음이 시끄럽게 울린다.

그 사이 구름이 지나가며 달빛이 다시 정원을 비추었고, 아리아가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엉망이네…….”

충격파로 엉망이 되어버린 정원.

보존마법이 깨지면서 수풀이 뿌리 채 뽑히거나 마구 흐트러져 있었는데 길버트가 남긴 흔적이 모조리 사라졌다.

그 광경을 천천히 둘러보던 아리아는 이어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제이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우웅

마력과 체력을 모조리 끌어다 쓰고 기절해 버린 제이크.

옆쪽에는 방금 막 완성한 청록빛의 검이 꽂혀 있었는데 은은하게 빛을 발하며 건재한 모습을 드러냈다.

“흐음…….”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리아가 자신의 손에 들린 세검을 들어보였고.

“……나도 바꾸긴 해야겠네.”

파캉!

반으로 부러지는 검날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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