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255화
산길을 나아가는 검은 리무진 뒷좌석에 앉은 이세훈은 손에 들린 서류를 한 장씩 넘겨보았다.
[……대외적으로는 두 사람이 사적으로 만나면서 관계를 이어왔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최근 세계정세에 맞춘 혼인동맹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세라핌 길드가 최근 들어 염화문과의 계약파기와 류은하와의 소송 때문에 내부사정이 안 좋아졌던 것을 생각하면 마이어스 가문에 합병되는 형태가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제 추측이지만 마이어스 가문이 굳이 세라핌 길드를 끌어들인 것을 보아 형님께서 제작하신 양산형 검기를 분석하여…….]
“흐음…….”
아미르에게 부탁해서 받은 자료들을 살피던 이세훈은 자신도 모르게 눈매를 찌푸렸다.
‘세라핌 길드 이 새끼들은 갈수록 마음에 안 드네.’
염화문이랑 손을 잡거나 류은하를 옭아매는 등.
안 그래도 거슬리는 부분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마이어스 가문 근처에도 알짱거리다니.
특히 노리고 있는 것이 자신의 양산형 검기일지도 모른다는 부분이 더욱더 괘씸하게 느껴졌다.
‘아직까진 추측이긴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가능성이 없다고 보기는 힘들겠지.’
마이어스 가문이 바보도 아니고 무구산업이 중심인 세라핌 길드를 그냥 데리고 오지는 않았을 터.
너무 노골적으로 기술을 훔치지는 않겠지만 세라핌 길드가 보유한 공장과 업체를 이용하다 보면 조금씩 새어나갈 것이 분명하리라.
‘이렇게만 보면 마이어스 가문이 노골적으로 날 팽한 건데…… 실상은 또 그렇지가 않단 말이야.’
검기 양산화 프로젝트의 계약서에 따르면 공장과 업체의 지정은 서로 합의하에 적혀 있었다.
그리고 중요 기술들은 이미 류은하와 헬레나의 도움을 받아서 등록을 마친 상태이기 때문에 훔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도통 모르겠네…….’
마이어스 가문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세라핌 길드를 품으려고 한 것일까.
이세훈이 서류를 넘겨서 세라핌 길드와 관련된 정보를 다시금 살펴보던 그때.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리무진을 몰던 운전수, 위르겐의 스켈레톤이 공손히 이야기했고 그에 이세훈이 창밖을 힐끔 본 다음 서류를 몽상수납의 안쪽에 집어넣었다.
“수고하셨어요.”
[모시게 되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리무진의 문이 자동으로 열렸고 이세훈이 밖으로 내리면서 경계의 권능을 발동했다.
후웅!
명계의 어둠 속으로 검은 리무진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그 모습을 본 이세훈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언데드로 만든 리무진이라니…… 진짜 별걸 다 만들었네.’
차를 구하기 귀찮아서 대충 탈 것이 있나 살펴봤는데 설마 저런 것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위르겐의 괴팍한 취향에 이세훈이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곧장 뒤편을 돌아보았다.
거대한 대문 너머로 보이는 고풍스러운 대저택. 숲 한 가운데에 위치한 그 위엄 넘치는 모습에 이세훈이 미묘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여기도 오랜만이구만.’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검술명가 마이어스 가문의 저택.
회귀 전에 봤을 때와 크게 변함없는 그 모습에 이세훈이 잠시 동안 쳐다보고 있을 때, 대문 옆의 쪽문에서 정복을 차려입은 사내가 다가왔다.
“어떤 용무로 찾아오셨습니까.”
정갈하게 맞이하는 사용인의 모습에 이세훈이 아공간 포켓에서 초대장을 건네주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처음부터 얼굴을 알아보았기에 사용인은 초대장만 살핀 다음 무전기로 연락을 넣었고, 잠시 후 거대한 대문이 양옆으로 열렸다.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사용인의 안내를 받으며 대문의 안으로 들어선 이세훈은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저택의 앞쪽에 깔끔하게 꾸며져 있는 정원. 그리 화려하지는 않지만 어딘가 눈길을 사로잡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 모습에 이세훈의 눈이 가늘어졌다.
‘검술의 흔적에다가…… 보존마법?’
손질된 나무나 수풀에서 희미하게 검술의 흔적이 보였고, 그것을 유지하는 목적인지 보존마법이 강력하게 걸려 있다.
회귀 전에는 본 적 없는 풍경.
그 모습에 이세훈이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과거에 이런 게 있었던 건가?’
무슨 이유로 이런 흔적을 남겨둔 것일까. 이세훈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아. 여기야 여기.”
저택의 입구 앞에 서있는 후줄근한 긴 꽁지머리의 사내.
제이크의 삼촌이자 광검이라 불리는 A급 영웅, 마일즈 마이어스의 마중에 이세훈이 고개를 꾸벅였다.
“안녕하세요.”
“미리 연락했으면 터미널 쪽으로 마중 나갔을 텐데. 직접 오게 해서 미안해.”
“아닙니다. 연락도 없이 찾아온 제가 잘못한 거죠.”
약혼식은 아직 나흘이나 남았지만 이세훈은 초대장을 받은 다음 곧장 마이어스 가문이 있는 영국으로 건너왔다.
초대장에 미리 찾아와도 된다고 적혀있기도 했었고, 만약에 제이크를 도울 거라면 가문 내부의 분위기를 살펴봐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리 연락하면 이것저것 정리해 둘 수도 있으니까.’
사소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거기서 쓸 만한 것을 건질 때도 있는 법이다.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한 이세훈이 마일즈에게 물었다.
“제이크는 안에 있나요?”
“있기는 한데…… 그게…….”
뭔가 껄끄러운 표정을 짓던 마일즈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여기서 이야기하긴 그렇고 나중에 이야기해 줄게. 일단 작은형님…… 아니, 가주님부터 보러가자. 응접실에서 기다리고 계시니까.”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이세훈은 그대로 마일즈와 함께 저택의 안쪽으로 들어섰다.
깔끔하지만 군데군데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내부.
100년이 넘는 건물이다 보니 어쩔 수 없었는데 그래도 유지보수를 많이 했는지 하자는 없어보였다.
‘내부는 회귀 전이랑 큰 차이 없구만.’
보안이 취약한 대신 외부의 공격을 대비한 방호설비가 탄탄하게 갖춰진 구성.
저택 안에 들어온 적들은 자신들로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출이었는데, 실제로 회귀 전에 그런 식으로 격퇴를 한 적이 많았었다.
‘몸이 나쁘면 머리가 고생한다, 약간 그런 느낌이지.’
자신들의 검에 자부심이 넘쳐나는 내부.
그 모습을 살피던 이세훈이 복도의 창밖으로 보이는 정원에 다시금 눈길이 향했다.
“마일즈 님.”
“님은 무슨. 그냥 편하게 마일즈 씨나 형이라고 불러.”
“그럼 마일즈 씨.”
“기왕이면 형이라고 하지…… 그래서 왜?”
“저기 밖의 정원은 누가 관리하고 있는 겁니까? 뭔가 평범한 느낌이 아니던데요.”
이세훈의 물음에 마일즈가 조금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뭐야. 그런 것도 느껴져?”
“별건 아니고 그냥 눈에 조금 걸리는 정도입니다.”
만약에라도 뭔가 숨겨진 비급 같은 거면 입장이 곤란해질 수도 있었기에 이세훈이 돌려 말했고, 그에 마일즈가 신기해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큰형님이 손질해두신 걸 보존마법으로 유지해 놓은 거야. 덕분에 매년 돈이 왕창 깨지고 있지.”
“큰형님이라면…….”
“아, 너희 세대는 잘 모르나? 섬광검이라고 하면 꽤 유명했었는데.”
마일즈의 이야기에 이세훈이 희미한 기억을 곱씹다가 그와 관련된 내용을 떠올렸다.
‘길버트 마이어스, 였던가?’
2m가 넘는 거구에 자신의 키만 한 대검을 엄청난 속도로 휘둘러 ‘섬광검閃光劍’이라고 불렸었던 S급 영웅.
그 이외에는 아는 것이 없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시점에서도 죽은 지 오래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셋 중에서 실력으로나 인성으로나 제일 뛰어나셨었지. 살아계셨으면 아마 큰형님이 가주였을 걸?”
“그런 분이 있으셨군요.”
“지금의 아리아만큼은 아니어도 차기 완등자라든가, 가문에서 거는 기대도 컸었지. 얼마 전 같은데 그것도 벌써 수십 년 전인가…….”
씁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던 마일즈가 표정을 고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뭐, 아무튼 큰형님이 생전에 남겨둔 걸 유지하고 있는 거야. 슬슬 치우자는 말도 나오는데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모르겠네. 가주랑 장로들이 멋대로 결정할 테니까.”
큰형님, 길버트에 관한 애착이 있는지 퉁명스럽게 이야기하는 마일즈. 그 모습에 이세훈이 다시금 정원을 보았다.
‘회귀 전에는 이미 치워진 뒤라서 못 본 거였구만.’
죽은 지 오래된 사람이지만 아리아 다음으로 언급될 정도라면 뛰어난 영웅이었던 것은 분명하리라.
왠지 모르게 눈길을 끄는 길버트의 흔적에 이세훈이 슬쩍 보고 있을 때. 앞서 가던 마일즈가 문 앞에서 멈춰 섰다.
똑똑
“들어갑니다.”
대답도 듣지 않고 마일즈가 곧장 응접실의 문을 열었고, 깔끔한 내부의 풍경과 함께 한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가르마를 타고 깔끔하게 정리된 짧은 금발.
얼굴은 제이크가 30대가 된 느낌이었는데 표정이 차가운 탓에 풍기는 느낌이 달랐다.
복장은 검은 정장조끼에 넥타이, 새하얀 와이셔츠와 정장바지.
주름하나 없이 깔끔한 모습이 여기저기 구겨지고 늘어진 마일즈와 정반대였는데 겉모습에서 성격이 묻어나왔다.
“손님 앞에서는 예의를 갖춰라. 마일즈.”
자리에 앉아있던 사내, 아론 마이어스의 지적에 마일즈가 입술을 삐죽거렸다.
“손님을 기다리게 하는 것도 예의에…….”
“나가라. 이세훈 님은 안으로 들어오시지요.”
마일즈의 대답을 잘라낸 아론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맞이했고, 그 모습에 이세훈이 잠시 멈칫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실례하겠습니다.”
“……쯧.”
혀를 찬 마일즈가 응접실의 문을 닫으며 나갔고, 이세훈이 맞은편으로 가자 아론이 고개를 꾸벅였다.
“마이어스 가문의 가주직을 맡고 있는 아론 마이어스라고 합니다. 동생의 무례에 대해서는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자식들과 비슷한 나이 대인데다 아들과 친구인 상대에게 고개를 숙인은 아론. 그 깍듯한 모습에 이세훈이 손을 내저었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저도 저쪽이 편해서 그런 거였고요. 가주님도 편하게 말씀하시죠.”
이세훈의 이야기에 아론이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가문의 귀빈께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제이크의 친구인데 그러실 필요까지는…….”
“공적인 자리인 만큼 예의를 갖추는 점, 모쪼록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물러서지 않고 깍듯하게 나오는 아론의 모습에 이세훈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회귀 전에는 곧 죽어도 하대하던 양반이…… 거참.’
이런저런 사건을 저질렀던 회귀 전의 자신과 완등자들과 친목을 다지고 있는 지금과 대우가 다를 수밖에 없긴 하지만 온도차가 워낙에 극심하다보니 느낌이 다르다.
어깨가 으쓱해지기보단 은근히 불편한 그 느낌에 이세훈이 떨떠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정 그러시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자리에 앉으시지요.”
아론의 권유에 소파에 앉은 이세훈은 맞은편에 앉은 상대를 바라보았다.
표정과 복장, 자세까지 흐트러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 그야말로 명문가의 가주다운 느낌이었는데 이 부분은 회귀 전과 크게 변함이 없었다.
‘근데 격식 따지니까 말 꺼내기가 어렵구만…….’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던 이세훈이 적당히 이야기를 꺼냈다.
“이번 약혼식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야말로 감사드립니다. 갑자기 시제품을 요청하거나 여름 중으로 생산을 앞당겨서 곤란하셨을 텐데 모두 맞춰주셨으니…….”
“다 돈 벌자고 하는 일인걸요 뭘.”
혹시 보상을 잊었을까 싶어 은근히 언급하자 아론이 눈치 빠르게 곧장 대답했다.
“그때 약속드렸던 보상은 필요할 때 말씀하시면 언제든지 가문의 창고를 열어드리겠습니다.”
창고에 보관된 물건은 무엇이든지 하나를 챙겨갈 수 있는 보상.
회귀 전에도 이용한 적 있었던 그 보상에 이세훈이 속으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약혼식에 관해 말씀드리자면…….”
이세훈을 바라본 아론이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세라핌 길드로의 기술 유출은 절대로 없을 것입니다.”
“…….”
처음부터 곧장 핵심을 찔러 들어오는 아론. 그 모습에 이세훈이 조금 놀란 표정으로 보자 계속해서 설명을 이었다.
“이번 약혼식은 어디까지나 급변하는 정세에 대응하기 위한 대비, 그리고 자손을 남겨두기 위해서 진행한 것입니다.”
“자손…… 말씀입니까?”
예상치 못한 이유에 이세훈이 묘한 표정으로 되묻자 아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는 졸업 이후에나 진행할 예정이었습니다만, 상황이 워낙 급변하고 있는 터라 가문 내에서 좀 더 일찍 후계를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게 이번 약혼식이고요.”
“…….”
“세라핌 길드가 보유한 공장이나 업체를 일부 인수할 예정이긴 하나 그쪽으로 작업을 맡길 계획은 전혀 없습니다. 신용할 수 없으시다면 당장 업체를 변경하더라도 상관없습니다.”
거짓말처럼 보이지 않는 이야기. 그 설명에 이세훈은 오면서 느꼈던 의문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것을 느꼈다.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니라 진짜로 그럴 생각이 없었던 거구만.’
정말 순수한 의미에 후계를 보기 위해 약혼을 추진했다. 어느 정도 납득이 가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의문이 떠오르기도 했다.
‘왜 하필 세라핌 길드지?’
거기에 무언가 이유가 있는가. 그런 이세훈의 의문을 알아차린 듯 아론이 이야기를 이었다.
“결혼상대는 가문의 전통적인 ‘판별식’을 통해서 진행했었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서 가장 뛰어난 자손이 나올 수 있다고 판단하여 진행한 것이지요.”
“……그런 게 있었군요.”
수많은 명문가 사이에서도 고위 영웅을 셀 수 없을 정도로 배출해 온 마이어스 가문.
그 비밀은 바로 ‘판별식’을 통한 혼인이었던 것이다.
‘정확히 뭘 어떻게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진짜로 효과가 있나 보네.’
회귀 전에 몰랐던 그 비밀에 이세훈은 문득 한 가지 궁금증이 들어 물었다.
“그런데 왜 제이크로 정해졌는지 알 수 있을까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자손을 남기는 게 목적이라면 아리아 쪽이 더 좋은 것 아닌가.
그런 이세훈의 물음에 아론이 담담히 대답했다.
“장남인 로이드는 재능이 형편없기 때문에 제외됐고 아리아는 재능은 뛰어나지만 적합한 상대가 없어 제외됐습니다. 그래서 결국 제이크로 결정된 것이지요.”
“소거법이었군요.”
아론의 설명을 통해 대강의 상황을 알게 된 이세훈이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이러면 끼어들 구석이 없는데?’
마이어스 가문이 노리는 것은 세라핌 길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길드장의 차녀.
자신이 생각한 끈끈한 혼인동맹이 아니었고, 이쪽에서 지적하면 세라핌 길드를 잘라낼 생각도 있어보였다.
즉, 검기 양산화 프로젝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뜻이었지만 골치 아픈 것은 그로 인해 명분도 없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서 약혼식 파토 내라고 해봐야 남의 집안일에 끼어드는 미친놈이고…… 검기 양산화로 협박하는 것도 썩 좋아 보이진 않아.’
일단 제이크가 왜 약혼식을 파토내달라고 했는지 이유부터 들어야 할까.
조금 꼬인 상황에 이세훈이 고민하던 그때.
“이와 관련된 일로 이세훈 님께 한 가지 제안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저한테요?”
자신한테 제안할 만한 게 뭐가 있나 싶어서 이세훈이 의아해하자 아론이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제 딸과 결혼하시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