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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가 다 만들어줌-253화 (253/309)

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253화

칼의 기적적인 신성마법 덕분에 병동의 환자들이 모두 퇴원하면서 의료진들이 특별휴가…… 를 얻는 일은 없었다.

“순례자님이 치료하신 거라니까 빠르게 퇴원 수속 처리하고 수술 필요한 환자분들부터 안내해!”

“아 보험사에 제출한 세부내역서 말이죠? 지금 바로…….”

순식간에 발생한 수천 명의 퇴원자와 병실이 꽉 차서 들어오지 못했던 예약 환자들.

해일처럼 밀어닥친 일거리에 병동의 의료진들은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는데 그 모습이 조금이지만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래도 뭐…… 응급환자들이 수천 명 생긴 것보다는 낫겠지.’

바깥의 벤치에 앉은 이세훈이 북적거리는 입구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짓고 있을 때. 눈앞에 에너지음료 캔 하나가 내밀어졌다.

“드시지요.”

“아, 감사합니다.”

이세훈이 캔을 건네받자 칼이 옆에 앉으면서 다른 손에 들고 있던 에너지음료를 마시기 시작했다.

고풍스러운 신부복 때문인지는 몰라도 묘하게 어울리지 않는 모습. 그런 이세훈의 시선을 알아차린 칼이 부드럽게 웃으며 이야기했다.

“쓴맛은 좋아하지 않아서 이쪽을 자주 마시고 있습니다.”

“순례자님한테도 효과가 있는 겁니까?”

고위 영웅에게도 잘 안 통하는 에너지음료가 완등자에게 통용되는가. 그런 이세훈의 물음에 칼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효과는 크게 없습니다. 그냥 습관처럼 마시는 것이지요.”

손에 들린 캔을 내려다본 칼이 차가운 표면을 엄지로 쓰다듬었다.

“미숙하던 시절의 이야기지만…… 그때는 자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일어나면 그사이에 죽은 이들에 대해서 들어야 했으니까요.”

자신이 잠들지 않았다면, 치료할 여력이 남았다면 살렸을지도 모른다. 거기에서 느껴지는 죄책감과 책임감에 칼은 최대한 잠을 줄이고 치료의 효율을 높이려고 했었다.

그때 당시 물을 대신해서 마시던 것이 바로 이런 에너지음료였던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조금 미련했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이렇게 습관이 되고나니 끊을 수가 없더군요.”

쓰게 웃으며 에너지음료를 마시는 칼의 모습에 이세훈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감동적인 일화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여기기에는 그때와 지금의 모습이 너무 크게 변했기 때문이다.

‘잠까지 줄여가면서 사람을 살리려고 하던 양반이 지금은 신의 뜻을 봐가면서 움직이는 건가.’

영웅의 탑을 완등하면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사람이 저렇게까지 변한 것일까.

이세훈이 생각에 잠겨 있자 칼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이세훈 님께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아, 예. 말씀하시죠.”

“신의 존재를 믿으십니까?”

전도하는 듯한 질문. 그에 이세훈은 깊이 고민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믿고 있습니다.”

“……의외로군요. 부정적으로 말씀하시기에 믿지 않는 줄 알았습니다.”

조금 놀란 표정으로 보는 칼의 모습에 이세훈이 담담히 대답했다.

“빌어먹을 놈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되지는 않으니까요. 그냥 제 마음에 안 드는 것뿐입니다.”

“상당히 과감한 말씀이시군요.”

“전지전능한지는 안 봐서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신에게서 비롯되는 신성력이 존재하고 있으니 그건 인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른 건 몰라도 그건 부정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세훈의 대답에 칼이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군요. 혹시라도 이세훈 님이 이단이 되시는 건 아닐지 걱정했습니다.”

부드러운 말투와 그렇지 못한 내용. 그에 이세훈이 살짝 긴장한 채로 물었다.

“만약에 이단으로 판명됐다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흐음. 이세훈 님이라면 가능한 개심할 수 있도록 지원했겠지만…… 그것도 실패한다면 신의 뜻을 따르는 수밖에 없지요.”

칼의 대답에 이세훈의 표정이 굳어졌다.

말로는 신의 뜻을 따른다고 하지만 회귀 전에 봤던 자료에 의하면 개심이 불가능한 이단은 모두 처형, 즉 사살당했었기 때문이다.

‘거기까지 가는 경우가 거의 없긴 하지만……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지.’

특히 자신의 성격상 믿지 않는 것을 믿으라고 강요해 봐야 받아들일 가능성도 낮으니 곧장 처형됐으리라.

그런 이세훈의 생각을 알아차린 듯 칼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꼭 극단적인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이세훈 님은 신성력을 특수하게 운용하고 계시니 사용을 금지하는 정도로 끝냈을 수도 있을 겁니다.”

“아아…….”

다른 이들과 다르게 충전식으로 사용되는 신성력. 그게 오히려 문제가 일어났을 때는 안전장치가 되어주는 것이다.

“다만 신성력 변환 장치를 이단자들에게 공급하거나 그랬다면 곧장 처형했을지도 모르겠군요.”

“…….”

“아니. 그냥 궁금해하시는 것 같아서 말씀드린 겁니다. 협박이 아니에요.”

정말로 악의가 없었는지 당황하며 이야기하는 칼. 하지만 오히려 그런 모습에서 이세훈은 더욱더 위험하다고 느꼈다.

‘이렇게 친근하게 대화하면서도 상대가 이단이면 바로 돌변하는 건가.’

순례교가 어떤 곳인지는 회귀 전에 읽은 자료로 알고 있었지만, 역시 마냥 좋은 점만 있는 곳은 아닌 듯하다.

이세훈에게서 약간의 경계심을 느낀 칼이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죄송합니다. 제 뒤를 맡아주실 수 있다고 생각했다 보니 너무 거침없이 말씀드렸군요…….”

“죄송할 것까지야…… 잠깐. 누구 뒤를 맡는다고요?”

예상치 못한 이야기에 이세훈이 놀란 표정으러 바라보자 칼이 에너지음료를 홀짝이며 자신을 가리켰다.

“제 뒤입니다. 순번으로 따지면 제인 대주교 다음이 될 것 같습니다만…….”

“아니. 잠깐. 그게 무슨…….”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이세훈이 당황하고 있던 그때. 병원 쪽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것은 짐을 챙겨서 나온 염진현과 그 곁에서 부축을 못 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염성하.

이제 막 병상에서 일어났으니 당연한 일이지만 이세훈이 볼 때는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많이 건강해졌네.’

몸은 여전히 깡마른 상태지만 자세가 무너질 기미도 없고 전신에 활력이 넘쳐흐르고 있다.

신성마법의 효과가 남아서일 수도 있겠지만, 저런 활력을 담을 수 있을 만큼 몸이 회복됐다는 뜻이리라.

꾸벅

염진현이 이쪽을 보며 고개를 숙여 보였고, 그제야 이쪽을 발견한 염성하도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두 사람이 떠나간 뒤. 음료수 캔을 만지작거리던 이세훈이 물었다.

“마력회로를 일부러 없애신 겁니까?”

염진현은 신성마법 덕분에 건강을 되찾았지만, 그 대가로 마력을 사용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마력회로가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모든 기능이 상실되면서 마력결상의 환자들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마력의 순환조차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번에 사용한 풍요의 잔은 대상을 해하는 모든 것을 정화하는 신성마법입니다. 그리고 염진현 님의 경우는 ‘마력’ 그 자체가 해가 되어버린 것이지요.”

노쇠한 육체와 한계에 다다른 마력회로.

그것을 본래의 상태로 되돌리기에는 이미 늦어버렸기에 통째로 도려냈다.

애초에 살려낸 것이 기적인 상황인 만큼 나무랄 수는 없었지만, 그 결과로 인해 의문이 생겼다.

‘마력을 쓸 수 없는 몸으로 계승 같은 게 가능한가?’

신탁의 카드에 마지막으로 나왔던 카드.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지는 받아들이기 나름이지만, 이세훈은 염진현이 염성하의 성장을 도와준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과거 염마라 불리던 시절의 힘을 되찾지 않을까 했지만 실제로는 남은 희망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물론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겠지만…… 역시 알 수가 없구만.’

도대체 신이라는 작자는 무슨 근거로 저런 예지를 하는 걸까. 그런 이세훈의 생각을 알아차린 듯 칼이 입을 열었다.

“아마 많이 혼란스러우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후계에 관한 이야기도, 신에 관한 모든 것들이 말입니다.”

“…….”

“마음과 같아서는 모두 설명해 드리고 싶지만 말로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시간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에너지음료를 홀짝인 칼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신의 은혜를 입었음에도 만마의 늪을 막아서기에 급급하고, 그마저도 이번처럼 일이 커지면 제대로 해내지 못하죠. 이대로는 언젠가 한계가 오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배교자와 괴검에게 습격당했을 때. 칼은 그곳에 발이 묶이는 바람에 육대마경 중 하나인 검은 바다가 순례길을 넘어서 북상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물론 그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어쩔 수 없었겠지만 지금의 일을 사명처럼 여기는 칼에게는 절대 쉽게 넘길 수 없었다.

“그래서 염치불구하고 이세훈 님께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칼. 그 모습에 이세훈이 자신도 모르게 흠칫 떨었다.

‘진짜 나보고 순례길을 같이 관리하자는 건가?’

그런 바보 같은 짓을 끝없이 되풀이해야 한다니. 어떻게 거절하면 좋을지 이세훈이 고민하던 그때.

“제가 없을 때도 순례길이 유지될 수 있도록 개선책을 생각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개선책이요?”

예상외의 부탁에 이세훈이 의외라는 듯이 바라보자 칼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를 들자면 이세훈 님의 신성마법에 발현됐던 시간역행. 그것을 순례길 전체에 적용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반영구적으로 회복되면서 만마의 늪을 보다 수월하게 막아낼 수 있겠네요.”

물론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재료가 갖춰져 있는 셈이니 방법만 찾아낸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 이외에도 신성력 변환 장치를 사용한다든가 방법 자체는 뭐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처럼 저 한 사람에 의해 유지되는 순례길의 구조를 고치는 것이지요.”

“순례길을 고친다…….”

칼의 이야기에 이세훈의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가 떠올랐다.

만마의 늪을 막아서는 것을 넘어서 남극점을 향해 진격하여 오염된 영토를 수복하고, 만마전을 점차 압박한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확실한 것은 그 자체만으로 매우 강력한 공격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칼이 지금보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된다면…….’

마기와 압도적인 상성을 지닌 순례자라는 전력이 생기게 된다.

그 가능성에 이세훈이 잠시 고민하다가 물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순례자님은 가장 먼저 무엇을 하실 겁니까?”

온갖 고생을 해서 빼냈는데 세계각지에 전도를 한다든가 쓸데없는 일을 집중하겠다면 곤란해진다.

그런 이세훈의 물음에 칼이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우선은 배교자를 찾아내서 처벌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의 존재 자체가 신을 모독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다음은요?”

“그다음은…… 아무래도 남은 마경을 정화하고 십악을 처단하는 데 집중하지 않을까요? 그들 모두가 신의 뜻을 거역한 자들이니.”

담담하게 만마전의 세력을 모조리 분쇄해 버리겠다고 이야기하는 칼의 모습에 이세훈이 멍하니 바라보았고, 이내 두 눈이 반짝였다.

“아주 훌륭하신 생각입니다. 설마 순례자님께서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계셨을 줄은…….”

“하하. 신께 은혜를 입은 자로서 당연한 일이지요.”

미소를 지으면서 이야기하는 칼의 모습에 이세훈은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게 참된 종교구나.’

누가 그러겠냐만 만약에라도 순례교를 사이비라고 말한다면 자신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벅차오르는 신앙심과 새로운 가능성에 이세훈이 곧장 머리를 굴렸다.

‘순례길을 개선해서 칼의 지원을 받는다…… 그거라면 배교자나 괴검을 사냥할 길이 생긴다.’

배교자는 자신을 미끼로 삼는다면 나올 것이고, 괴검은 오염된 대륙을 마구잡이로 돌아다니는 쪽이니 작정하고 추적한다면 금방 찾아낼 수 있다.

단숨에 십악 둘을 사냥할 수 있는 방법을 떠올린 이세훈이 거기에 필요한 재료들을 떠올리며 칼을 바라보았다.

“그럼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뭐든지 편안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저랑 같이 나무 하나만 키워주실 수 있을까요?”

“나무라면……?”

의아해하는 칼을 바라보며 이세훈이 미소를 지었다.

“신의 뜻을 받아들이기에 아주 적합한 나무입니다.”

루트비히의 품에서 오랫동안 방치되어온 재료, 신목의 씨앗이 쓰일 차례였다.

* * *

아프리카 대륙의 남단.

모든 것이 검은 마기로 뒤덮여 있는 참혹한 대지의 위, 고풍스러운 교회 하나가 덩그러니 세워져 있었다.

이제 막 세워진 것처럼 깔끔하기 그지없는 교회의 모습에 몬스터들이 그 주변을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파괴하고 싶은 욕구. 그 충동을 따라서 몬스터들이 건물을 향해 달려들려던 그때.

서걱─!

몬스터들의 목이 일제히 잘려 나가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자신들이 왜 죽었는지, 무엇 하나 이해하지 못한 채 대지를 오염시킨 마기에 다시 녹아드는 몬스터들.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던 존재, 도플갱어가 검은 기운이 소용돌이치며 모여 있는 얼굴로 교회를 바라보았다.

“……번거롭군.”

작게 불만을 중얼거리며 교회를 향해 다가간 도플갱어는 곧장 굳게 닫혀 있는 문을 열었다.

스르륵

거대한 문이 부드럽게 열렸고, 이내 은은하게 빛이 밝혀진 교회의 내부가 보였다.

너무 화려하지도, 수수하지도 않지만 거룩함과 웅장함을 동시에 지닌 내부. 그리고 그 중앙에는 4m 정도 되어 보이는 상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

자애롭게 양 팔을 벌리며 서 있는 인물.

얼굴은 내부의 불빛이 절묘하게 음영을 만들어 보이지 않았고, 등 뒤에는 반으로 갈라진 황금색 고리가 존재했다.

‘여전히 노골적이군.’

순례교를 완전히 부정하는 신상.

그 모습을 살피던 도플갱어는 그 아래에서 무릎을 꿇은 채 기도 중인 검은 신부복의 교인, 배교자를 바라보았다.

“언제쯤 끝나지?”

“…….”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배교자. 그 모습에 도플갱어가 코트를 걷어내며 허리춤에 걸린 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그것을 아주 천천히 뽑아내던 그때.

스륵

배교자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뒤에 있던 도플갱어를 노려보았다.

“기도 중에는 방해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쿠구궁!

새하얀 면사 너머로 느껴지는 강렬한 시선과 살의.

교회 전체가 떨릴 정도였지만, 도플갱어는 대수롭지 않게 그것을 흘러 넘기며 검을 집어넣었다.

“조만간 주시자와 회담이 있을 거다. 넌 어쩔 거지?”

도플갱어의 물음에 배교자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까칠하게 대답했다.

“그런 시답잖은 것들과 어울려서 뭘 할 생각이지?”

“마신이 될 수 있는 조건을 찾아낼 생각이다. 이제 남은 파편은 다섯 개뿐이니까.”

“그 녀석들이 그걸 알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알량한 지식으로 근원을 탐구하겠다며 설쳐대는 박쥐들.

조율자를 비롯해 몇몇 십악은 그들과 교류를 나누는 듯 했지만, 배교자는 주시자라는 이들이 그리 달갑지 않았다.

“혼자서 같은 방법을 되풀이하는 것보다는 낫지. 방해된다면 끊어내면 그만이다.”

“……하찮군. 너희들이나 실컷 어울려라. 그런 버러지들의 실험체가 되어줄 생각은 없으니.”

그걸로 끝이라는 듯 다시 무릎을 꿇고 기도를 시작하는 배교자. 그 뒷모습에 도플갱어가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마신뿐만 아니라 네놈의 소망을 이루어줄 수도 있다고 전하라더군.”

“…….”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흥미가 있다면 참가해라. 일정이 확정되면 말해주지.”

그걸로 끝이라는 듯 도플갱어가 다시 교회의 밖으로 나섰고, 홀로 남은 배교자는 말없이 신상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유혹을 떨쳐내듯이, 그저 조용히 기도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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