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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가 다 만들어줌-249화 (249/309)

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249화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

과거 만마전과의 전쟁 초창기에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었지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은 완벽하게 복원되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존에 없던 부지가 새로 생겨났었는데 그것이 바로 순례교의 본부인 ‘페레그린’이었다.

“더럽게 넓네…….”

아공간 터미널에 나와서 페레그린까지 걸어온 이세훈은 눈앞의 부지를 바라보았다.

해안가에서 도시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광장.

주변에는 순례교에서 관리하는 건물들이 세워져 있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광장 끝자락에 세워진 건물이었다.

새하얀 외벽에 군데군데 금색이 섞여있는 외관으로 리스본에서도 독보적인 크기.

가장 높은 종탑의 꼭대기에는 황금색 고리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는데 그것을 본 이세훈은 금방 건물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저게 페레그린 대성당이구만.’

순례교의 총본산이자 칼 안데르센이 머무른다는 건물.

그동안 이야기로만 들어왔던 대성당의 모습에 이세훈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살펴보았다.

‘여기가 순례길을 유지하는 거점 중 하나라고 들었었는데…… 생각보다 특별한 건 안 보이네.’

기본적인 방호설비만 구비되어 있을 뿐. 인류의 영토를 보호하고 있는 순례길의 흔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혹시 놓친 게 있나 싶어 이세훈이 광장을 걸으며 유심히 살펴보고 있을 때.

“……정말 이렇게 찾아가서 만날 수 있는 건가?”

그 뒤를 따라 걷던 염성하가 미묘한 표정으로 물었다.

“글쎄? 당장 바쁜 일 없으면 만나주겠지. 아니면 시간 날 때까지 기다리고.”

“…….”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는 이세훈의 모습에 염성하가 어이없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순례교의 대주교만 하더라도 만나기는커녕 약속을 잡는 것조차 쉽지 않은데 교주, 순례자 칼 안데르센을 이렇게 다짜고짜 만나겠다니.

다른 사람이 저렇게 말했다면 들을 가치도 없다고 무시했겠지만, 이세훈은 조금 상황이 틀렸다.

‘이 녀석이라면…… 가능한가?’

이세훈이 친분을 가진 완등자만 해도 이미 셋.

여기에 순례자 한 사람이 추가된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은 염성하는 앞서가는 이세훈을 다시 보았다.

‘반년 사이에 말도 안 되는 녀석이 되어버렸군…….’

도대체 뭘 어떻게 하면 저런 세력을 갖출 수 있는 걸까.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까 생각해 봤지만 별다른 것은 없었다.

다른 이들이 요구하는 것을 맞춰주고 도움을 요구한다.

단순하지만 어려운 일이었고, 이세훈은 그것을 완등자를 상대로도 해내고 있을 뿐이었다.

염성하가 이런저런 생각들에 잠겨 있을 때. 대성당을 살피던 이세훈이 익숙한 사람을 발견했다.

“저쪽에서 마중 나왔네. 빨리 가자.”

두 사람이 빠른 걸음으로 광장을 가로질렀고, 잠시 후 대성당의 입구에 나와 있던 제인과 마주섰다.

“오랜만에 뵙는군요. 이세훈 생도.”

“방학 이후로는 처음이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이세훈의 물음에 제인이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저야 평소와 크게 다름없죠. 이세훈 생도께서는 최근에 큰일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몸은 괜찮으신가요?”

“저야 뭐 멀쩡하죠. 아 이쪽은…….”

“아는 사이다.”

이세훈의 소개를 잘라낸 염성하가 담담히 이야기했다.

“같은 학번이라 몇 번 지나가면서 만났었지.”

“그래?”

예상치 못한 인연에 이세훈이 확인 차 제인을 바라보자 슬쩍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2학년 때 토벌 실습에서 같은 조로 움직인 적도 있었어요. 아깝게 2위로 그쳤었죠.”

“보조만 제대로 됐으면 이길 수 있었다.”

“그때도 저렇게 말씀하셨답니다.”

예전 이야기에 불평부터 꺼내드는 염성하와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제인.

겉보기에는 조금 친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쪽이 싸가지 없고 한쪽이 착해서 그런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저놈이 말하는데 생각이 좀 없다 보니…….”

“아,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악의도 없으시고, 무엇보다 저런 분이라는 건 저도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 신경 쓰지 마라.”

“넌 그냥 입 다물고 있어.”

계속 쓸데없는 말을 덧붙이는 염성하를 조용히 시킨 이세훈은 제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앞에 말씀드렸던 건 어떻게 됐습니까?”

페레그린으로 오기 전. 이세훈은 제인을 통해서 순례자에게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

순례교를 통하는 것은 절차가 너무 많기도 하고 외부에 쓸데없는 이야기가 퍼져 나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거라면…….”

이세훈의 물음에 제인에 살짝 머뭇거리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며 대성당의 안쪽을 가리켰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두 사람은 제인의 안내를 받으며 대성당의 안쪽으로 들어섰다.

거대한 크기가 무색하게 조용한 내부.

간혹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담소 정도다 보니 크게 울리지 않았고, 성당이라는 위치 때문인지 어딘가 모르게 엄숙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성당은 어딜 가나 비슷하구만.’

회귀 전에 신성력을 배우기 위해서 찾아갔던 성당과 비슷한 분위기에 이세훈이 곳곳을 둘러보고 있을 때. 제인이 응접실로 보이는 곳으로 들어섰다.

“두 분 다 편한 자리에 앉아주세요.”

이세훈이 소파 가운데에 앉았고 염성하는 자리에 앉는 대신 소파의 뒤쪽에 섰다.

지금의 분위기가 불편하기도 하고 지금은 자신이 나설 일이 없다는 것을 눈치 채고 뒤로 빠진 것이리라.

“으음…… 일단 먼저 말씀드리자면 교주님께서는 당분간 이곳으로 돌아오실 예정이 없으십니다.”

맞은편에 앉은 제인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갔다.

“몽환마의 죽음과 환락가의 붕괴도 만마전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당분간 순례길의 보완에 집중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아…….”

인류의 영토를 만마의 늪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는 신성방벽인 순례길.

사실상 최전선이나 다름없는 지역인 만큼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만마전의 공세를 대비하기 위해 대대적인 보강에 나선 모양이다.

‘그 난리가 났으니 그럴 만 하기는 한데…….’

인류 전체로 봤을 때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지만, 그 일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이세훈에게는 상당히 난감한 일이었다.

순례길이란 적도를 기준으로 아직 오염되지 않은 구역을 둘러싼 방벽.

즉, 그 모양을 고려하면 지구의 둘레인 4만 킬로미터보다 더 길게 이어져 있는 것이다.

‘완등자니까 금방 끝나긴 하겠지만…… 그래도 한 달은 족히 걸리겠지.’

염진현의 상태를 생각하면 그때까지 시간을 끌 수는 없다.

이세훈이 난감한 표정을 짓자 제인도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세훈 생도께서 말씀하신 사정을 생각하면 순례길의 보완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시기는 어렵겠죠. 그래서 교주님께서 따로 남기신 물건이 있습니다.”

제인이 아공간 포켓에서 한 물건을 꺼내 탁자에 올렸고, 그것을 본 이세훈이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건…….”

금속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황금색 고리.

순례교의 심볼과 똑같이 생긴 물건으로 겉보기에는 별다른 힘이 없어 기념품처럼 보였지만 이세훈은 금방 정체를 알아차렸다.

‘스티그마?’

순례자가 대주교들을 위해서 직접 제작하는 성법기 ‘스티그마타’를 만드는 데 쓰인다는 재료.

회귀 전에 읽었던 서적에 의하면 신성력으로 만들어진다고 들었는데 확실히 일반적인 광석과는 차이가 있어보였다.

‘뭔가 있는 듯 없는 듯…… 애매한 느낌이구만.’

겉보기에는 매끄럽게 손질된 고리지만 자세히 살펴볼수록 안개가 뭉쳐져 있는 것처럼 희미했다.

잠시 동안 스티그마를 살펴보던 이세훈은 다시 제인을 보며 물었다.

“이걸로 뭘 하라고 하시던가요?”

“그냥 건네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나머지는 자격이 있으면 알아서 될 거라고…….”

자신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난처한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제인. 그 모습에 이세훈이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탁자에 놓인 스티그마를 집어든 이세훈은 일단 정보창부터 살펴보았다.

[스티그마Stigma]

[등급 : 고급] [품질 : 중]

신의 존재를 목격한 절대자, ‘칼 안데르센’이 직접 만들어낸 물건.

본래 신성력으로 만들어져 막대한 힘을 품고 있었으나 지금은 그 근원이 사라져 간신히 형체만을 유지하고 있다.

*남은 신성력이 모두 소모될 경우 완전히 파괴됩니다.

‘완전히 빈껍데기네.’

본래는 스티그마타의 원재료인 만큼 막대한 신성력을 품고 있었지만 순례자가 직접 그것들을 모두 제거한 모양이다.

어디 가서 써먹기에도 애매한 물건. 그 모습을 본 이세훈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자격이라고 했던가…….’

바쁜 시기인 만큼 그냥은 만나줄 수 없다는 것일까.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는 문제에 이세훈은 스티그마는 잠시 놔두고 순례자에 대해서 생각했다.

‘자격이 뭘 말하는 건지 몰라도 일단 나한테 뭔가 보고 싶은 게 있다는 거겠지.’

순례자가 자신에게 바랄 만한 점이 무엇이 있을까. 그 부분에 대해서 고민한 이세훈은 어렵지 않게 답을 찾아냈다.

‘신성력 변환 장치?’

이전에 순례교에서 연구를 의뢰했던 물건.

거기까지 떠오르자 이세훈은 이 빈껍데기인 스티그마를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마력으로 만들어낸 신성력을 이 안에다가 꽉 채우면 만나주겠다 대강 그런 뜻인가.’

너무 과한 게 아닌가 싶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것 이외에 순례자가 자신에게 요구할 만한 것이 없었다.

‘누가 완등자 아니랄까봐 조건 한 번 빡세구만.’

악의가 있다기보다는 그만한 일이 아니라면 신경 써줄 여유가 없다는 뜻일 터.

순례자의 뜻을 파악한 이세훈은 스티그마를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한다…….’

검기 양산화처럼 무구산업의 난제로 꼽혔던 기술.

다른 사람 같았으면 그냥 바로 포기했겠지만, 이세훈에게는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한 지식과 경험이 있었다.

‘회귀 전의 방식을 쓰기에는 설비랑 시간이 부족하고…… 이번에는 편법으로 가볼까.’

어차피 당장 신성력 변환 장치를 만들 생각은 없으니 이번에는 약간의 가능성만 느껴지게 하면 될 것이다.

빠르게 결정을 내린 이세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격을 만족시키려면 건물 위에 잠시 올라가야 할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예? 으음…… 부수지만 않으신다면…….”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응접실에서 나온 이세훈은 곧장 계단을 찾아서 대성당에서 가장 높은 종탑의 위로 올라갔다.

도시뿐만 아니라 수평선 너머의 바다까지 보이는 위치.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살핀 이세훈은 곧장 스티그마를 움켜쥐었다.

‘슬슬 시작해 볼까.’

우웅─

체내에 저장된 신성력이 이세훈의 뜻에 따라 움직이더니 곧장 스티그마의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신성력이 들어옴과 동시에 황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하는 스티그마.

이대로 체내에 저장된 신성력을 다 들이부어도 복원되겠지만, 그건 순례자가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세훈은 신성력을 안에 채워 넣는 대신 스티그마가 만들어진 구조를 살펴보았다.

‘성법기도 그렇고 마력으로는 세밀하게 살펴볼 수가 없지.’

회귀 전에는 사제들의 도움을 받아서 파악했었지만,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지금은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순식간에 스티그마의 구조를 파악한 이세훈은 이어서 영연신마법을 통해 임시 마력회로를 구축했다.

카앙! 카앙!

스티그마의 내부구조를 모방해서 만들어낸 마력회로.

그것을 만들어냄과 동시에 이세훈과 스티그마가 하나로 연결되었고, 이내 본래 한 몸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일체감이 느껴진다.

키이잉!

육체와 물건 간의 동화율이 100%에 다다랐을 때 일어나는 현상.

그와 동시에 이세훈의 눈에 방금까지 보이지 않던 무언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스스스

도심에서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는 새하얀 기운. 언뜻 보기에는 마력이나 신성력 같은 게 아닐까 싶었지만 실제로는 조금 달랐다.

그도 그럴 것이 마력을 쓰든 신성력을 쓰든 일반적으로는 저 기운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봐도 어떻게 발견했나 싶구만.’

신성력으로 만들어진 물건과 동화율이 100%에 도달했을 때만 관측할 수 있는 특수한 기운.

회귀 전에도 이 기운의 정체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했는데 이세훈은 그냥 간단하게 ‘신앙’이라고 불렀다.

‘신성력의 재료라면 그것밖에 없으니까.’

신에 대한 믿음, 신앙에 의지가 깃드는 것으로 신성력이 된다.

회귀 전에 밝혀진 그 구조를 떠올리며 이세훈이 흑무사를 사방으로 펼쳤다.

촤자작

평상시에는 아무런 간섭도 할 수 없지만, 보이게 된 지금은 신앙에 간섭이 가능하다.

도심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신앙에 자신의 몸을 연결시킨 이세훈은 머릿속으로 강한 의지를 떠올렸다.

‘스티그마를 완전한 상태로 만든다.’

얼마만큼의 신성력이 필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채워 넣어야 할지 계산할 필요는 없다.

전지전능한 신에게 소원을 빌듯이 그저 자신의 바람을 되새긴다.

이세훈의 의지가 신앙에 파고든 순간. 도심의 하늘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우우웅!

하늘 높이 솟아오르던 신앙에 희미한 황금빛 알갱이들이 반짝였고, 이세훈의 뜻에 따라 신성력으로 변하며 모여들기 시작했다.

“저건…….”

“도대체…….”

아무런 전조도 없이 하늘을 뒤덮은 신성력.

광장을 오가던 사람들이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을 때. 그 어마어마한 신성력이 대성당의 종탑 위로 모여들었다.

황금빛의 고리에 맺혀 사방을 밝히는 어마어마한 광량.

순수한 빛이었다면 눈이 멀 정도였지만, 올려다보던 행인들 중에 그것이 눈부시다고 느끼는 이들은 없었다.

‘헛짓거리 말고 빨리 들어와!’

바깥에 뭉쳐 있는 신성력에 이세훈이 다시 한번 재촉했고, 그와 동시에 손안의 스티그마로 모여들었다.

우우웅!

황금색 고리 안으로 끝없이 밀려들어가는 신성력.

종탑의 안을 가득 채우던 빛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고 잠시 후 스티그마 변화가 일어났다.

쩌적─

금속처럼 느껴지던 표면이 갈라지고 이내 껍질이 완전히 벗겨지며 안쪽에 있던 본래의 모습이 드러났다.

황금빛으로 반짝이며 신성력을 빛내는 황금색 고리.

처음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그 거대한 존재감에 이세훈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상태를 살폈다.

[스티그마Stigma]

[등급 : 영웅] [품질 : 최상]

신의 존재를 목격한 절대자, ‘칼 안데르센’이 직접 만들어낸 물건.

막대한 신성력으로 이루어져있어 그 힘을 반영구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는 이에게는 막대한 신성력을 운용할 수 있게 해준다.

*신성력을 불어 넣을 경우 일정이상 증폭시킵니다.

*신성력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내부의 신성력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습니다.

*신성력을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총량이 영구적으로 줄어듭니다.

“과연…… 이게 진짜인가.”

일정 이상의 신성력을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저장소.

순례자는 아마 이 기능을 이용해서 스티그마타 안에 자신의 권능을 반영구적으로 유지되게끔 만드는 것이 분명하리라.

‘복원은 제대로 된 거 같고…… 주변에는 문제없나.’

창문을 향해 다가간 이세훈은 바깥을 슬쩍 내다보았다.

종탑을 올려다보는 수많은 인파.

두 손을 모으거나 절을 올리는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도를 올리고 있었는데, 다행히 누가 기절하거나 한 모습은 안 보였다.

‘본부라 그런가. 신앙이 가득인가 보구만.’

회귀 전에는 이렇게 다른 사람의 신앙을 이용하다가 사제 몇 명이 기절한 적 있었는데 다행히 이곳에는 사람이 많은 만큼 부담이 없는 모양이다.

혹시라도 사람들에게 보일까봐 창에서 물러난 이세훈은 손에 들린 스티그마를 바라보았다.

‘나머지는 알아서 된다고 했는데…… 하늘로 빛이라도 쏘나?’

완성된 스티그마를 보며 이세훈이 애매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때.

쿠구궁─

바깥에서 울려 퍼지는 거대한 굉음.

뭔가 터지거나 지진이라도 일어났나 싶었지만 아무리 봐도 건물이 흔들리는 기미는 없다.

그에 이세훈이 의아해하며 창밖으로 주변을 살피던 그때. 해안가로 이어지는 광장의 끝자락에 무언가 보였다.

촤자자작

바다를 가로지르듯이 솟아오르는 새하얀 방벽.

해안가에서부터 수평선 너머까지 쭉 뻗어 있는 ‘순례길’을 본 이세훈은 자연스레 깨달았다.

“만나고 싶으면 직접 오라 이거구만…….”

신성력 변환 장치를 갑자기 만들라고 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직접 찾아오라고까지 하다니.

그 광경에 이세훈이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완등자는 완등자구만…….”

첨 거지같은 인성이었다.

* * *

망망대해를 가로지르는 새하얀 방벽.

그 위의 길을 걷던 금발의 사내, 칼 안데르센이 돌연 걸음을 멈춰 섰다.

그 모습에 거리를 벌린 채 천천히 뒤따르던 아리아가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왜 그러시나요?”

“아, 별건 아니고 손님이 찾아올 모양입니다.”

“손님이라면…….”

“마인이나 몬스터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은 칼이 고개를 돌려 수평선 너머, 대성당에서 연결된 순례길의 기운을 살폈다.

‘조금 어설프지만…… 그래도 잘 만들어졌어.’

체내에 저장된 신성력을 어디까지 사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볼 생각이었는데 설마 이 정도까지 가능할 줄이야.

예상을 뛰어넘는 이세훈의 잠재력에 칼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이 정도라면 신성력 변환 장치를 부탁드려도 충분히 가능할지도…….’

신성력을 많이 사용하느라 지쳤겠지만, 스티그마를 잘 활용하면 금방 올 수 있을 것이다.

그리 생각한 칼이 미소를 지으며 아리아를 바라보았다.

“다시 움직이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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