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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가 다 만들어줌-246화 (246/309)

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246화

“2학기 전까지 새로운 무구 못 만들어오면 그땐 진짜 죽을 줄 알아!”

“내 것도 제대로 준비해 둬라.”

콰앙!

으름장을 놓은 루이제와 염성하가 자리를 떠났고, 소파에 널브러져 있던 이세훈이 멍한 표정으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저놈들…… 제대로 영향받았구만.’

개개인의 실력도 늘었고, 무엇보다도 서로 합공을 펼치는 것이 매우 능숙해졌다.

아마 삼견의 심상이 녹아들면서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해서도 익숙해진 것이 분명하리라.

‘성장이 빨라지는 건 좋은데 인성은 좀 걱정이네…….’

이세훈이 소파에 누운 채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을 때. 탁자 위에 커피 잔 하나가 놓였다.

그에 이세훈이 고개를 돌리자 맞은편에 아미르가 앉으면서 손에 들린 커피 잔을 살짝 흔들어보였다.

“주방 좀 빌렸습니다.”

회귀 전 빙견이 떠오르는 여유로운 모습. 그에 이세훈이 소파에 앉으면서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보니까 네가 제일 많이 변한 것 같네.”

이전에는 자신과 만나면 바짝 긴장하면서 경계했었는데 지금은 가볍게 때리기도 하는 등 태도가 단번에 부드러워졌다.

아무리 봐도 빙견의 심상에 크게 영향을 받은 듯한 모습에 이세훈이 걱정스럽게 바라보자 아미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기분이 이상하긴 합니다. 머리로는 불편하다고 생각하는데 마음은 편하다고 해야 할지…….”

“많이 불편하냐?”

“조금 그렇긴 하네요. 상반되는 감정이 계속 충돌하고 있으니까요.”

“흐음…….”

삼견의 영향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할지 이세훈이 고민하던 그때. 아미르가 먼저 이야기를 덧붙였다.

“하지만 뭐, 괜찮지 않겠습니까?”

“그래?”

이세훈이 의외라는 듯이 바라보자 아미르가 커피를 홀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적응이 안 돼서 그렇지 그렇게까지 나쁜 느낌은 아니거든요. 그리고…….”

탁자에 잔을 내려놓은 아미르가 이세훈을 바라보았다.

“이게 이세훈 님이 원하시는 것 아닙니까?”

“……내가 원한다고?”

이세훈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자 아미르가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저희들이 만난 게 이세훈님이 상상하신 미래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그러면 미래의 저희들이 이세훈 님을 생각하는 마음은 누구에게서 비롯된 거겠습니까?

“그거야…… 아.”

아미르의 이야기에 이세훈이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삼견의 정체에 대해서 말할 수 없으니 대충 둘러댄 것인데 얼떨결에 자신이 이런 관계를 원하고 있었다고 오해를 받아버린 것이다.

‘이거…… 설마 그 둘도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에 이세훈은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 나이 먹고 ‘친해지고 싶은데 말도 못 하는 수줍은 사람’ 같은 취급을 받다니!

당장에라도 해명하고 싶은 기분에 이세훈이 얼굴을 씰룩거리고 있자 아미르가 슬쩍 웃었다.

“너무 부끄러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누구든 그런 면모가 있으니까요.”

“아니, 그…….”

“어찌 됐든 이세훈 님도 이쪽이 마음에 드실 테니까 저는 이쪽으로 가도 괜찮을 거라 생각합니다.”

무슨 말을 해도 변명이라고 생각할 것 같은 아미르의 반응에 이세훈이 한참을 고민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이세훈 님이라고 하지 말고 그냥 형님이라고 불러.”

오해를 산 것은 영 내키지 않지만 어느 쪽이 편한가 하면 확실히 이쪽이 편하긴 하다.

이세훈의 이야기에 아미르가 살짝 멈칫하다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크흠. 아무리 그래도 갑자기 형님은 조금…….”

“아님 주인님이라고 부를래?”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안 되겠다 싶으니 재빠르게 태도를 고치는 아미르의 모습에 이세훈이 피식 웃으며 커피를 홀짝였다.

“그래서 넌 왜 남았어?”

“아. 상황 보고도 할 겸 말씀드릴 게 있어서 남았습니다.”

허리춤의 아공간 포켓에서 서류를 꺼낸 아미르가 이세훈에게 내밀었다.

“형…… 님이 주무시는 동안 회장님과 협의를 맺어서 몽환마와 환락가 숨겨둔 은닉 재산을 모조리 회수하고 있습니다. 현재 60% 이상 찾아낸 상태고요.”

“흐음…….”

“그 이외에 그날 환락가를 방문하지 않았던 고객들, 변절자들에 대한 조사도 제가 확보해 둔 자료들을 바탕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흘 사이에 진행된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진척도.

직속비서실에서 확보한 자료들도 도움이 되긴 했지만 다른 원인이 더 커보였다.

“회장님이면 위르겐 님이지?”

“맞습니다.”

“역시 그렇구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UD그룹의 총수가 작정하고 들쑤시고 다니는데 어떻게 버티겠는가.

아미르가 정리해 온 자료를 모두 읽은 이세훈이 물었다.

“그래서 수수료는 얼마나 받아간데?”

“필요 없다고 하셨습니다.”

“진짜로?”

이세훈이 살짝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자 아미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사업을 확장한 것만으로 만족한다고 하시더군요. 보관이나 처분도 원하는 방향으로 도와준다고 하셨습니다.”

“흐음…… 그렇구만.”

아미르의 대답에 이세훈이 슬쩍 웃었다.

‘본인도 눈치가 보이긴 하나 보네.’

제대로 싸우다가 진 것도 아니고 예전에 잃어버렸던 육체 때문에 발목을 잡혔으니 얼마나 어이가 없겠는가.

심지어 적의 목적을 알아보겠다고 일부로 회수하지 않다가 이런 일을 당했으니 상당히 열이 받았으리라.

“이거 말고 또 준다는 건 없었고?”

“하나 더 있습니다.”

아미르가 아공간 포켓 하나를 탁자 위에 올렸다.

“인형사가 사용했던 싱글넘버의 부품들이라고 합니다. 대부분 파손된 상태인데 쓸 만한 것들도 있다고 마음대로 사용하라고 하셨습니다.”

탁자에 놓인 아공간 포켓을 빤히 바라보던 이세훈이 눈매가 꿈틀거렸다.

“겨우?”

“……예?”

“기다려봐.”

명치에 손을 얹은 이세훈은 경계의 권능을 사용하여 이전에 위르겐이 몸에다가 숨겨놓은 술식을 발동시켰다.

우우웅

명계의 마력이 스며들며 앞쪽에 검은 원이 모습을 드러냈고, 안쪽에서 검은색 손가락 뼈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전에 새롭게 만들어냈던 불명자의 지골. 그것을 낚아챈 이세훈이 위르겐을 불렀다.

“어르신. 들리십니까? 어르…….”

[시끄럽다.]

머릿속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목소리.

어느새 자신의 손등에 나타난 명안, 위르겐의 눈에 이세훈이 불만스럽게 바라보았다.

“어르신. 정말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분노와 실망감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이세훈.

난데없이 불려와 불평불만을 듣는 상황에 위르겐이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였다가 아미르를 발견했다.

[이놈은 또 왜 이러는 거지?]

“정산 결과를 말씀드렸더니 갑자기…….”

[……과연.]

아미르의 이야기에 대강 상황을 파악한 위르겐이 다시금 이세훈을 올려다보았다.

[네 몫이 모자라다 이건가?]

“예. 턱없이 부족하죠.”

[흐음…… 나름대로 신경을 썼다고 생각한다만.]

은닉 재산을 모두 처분하고 나면 어지간한 대기업도 살 수 있을 정도였고, 인형사가 남긴 부품 역시 파손율이 심하긴 하지만 못 쓸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그게 턱없이 모자라다니?

위르겐의 물음에 이세훈이 담담하게 말했다.

“돈은 솔직히 저한테 이제 큰 가치가 없어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벌 수 있으니까요.”

이전에는 신체능력도 떨어지고 기반이 없어서 일을 벌이기가 힘들었지만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이세훈의 이야기에 위르겐이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은닉 재산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예. 그리고 애초에 그걸 감안해도 부족합니다.”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

“팔.”

위르겐의 말을 툭 잘라낸 이세훈이 눈을 가늘게 뜨며 내려다보았다.

“어르신 손가락 뼈 하나만 해도 전설등급인데 팔 하나를 통째로 찾아드렸으면 뭐라도 더 챙겨주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

“특히 이번 일로 몸의 소중함을 알게 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조율자에게 당한 것을 툭 꼬집는 이세훈의 모습에 위르겐의 눈이 가늘어졌다.

‘건방진 놈 같으니…….’

예전 같았으면 곧장 명계에 집어넣어서 굴려 버렸겠지만, 이제는 그렇게 함부로 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번 사건을 통해 UD그룹의 주가가 오른 것처럼 이세훈이 가진 값어치 역시 엄청나게 올랐기 때문이다.

‘더 이상 애송이라고 부르긴 힘들겠지.’

상성 차이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해도 자신도 죽일 수 있었던 괴물, 마신을 혼자서 쓰러뜨린 게 이세훈이었다.

앞으로 만마전이 어떤 식으로 나올지 알 수 없는 만큼 영입은 못 하더라도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편이 좋았다.

머릿속으로 간단히 계산을 끝낸 위르겐이 눈매를 찌푸리면서도 물었다.

[그래서 원하는 게 뭐냐. 바쁘니까 빨리 말해라.]

“불명자의 지골을 마음대로 쓸 수 있게 해주세요.”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고 해도 한 번 쓸 때마다 전설 등급 재료나 영혼을 떼어간다는 건 너무 심하다.

이세훈의 이야기에 위르겐이 한숨을 푹 내쉬면서 대답했다.

[마음대로 해라. 또 있나?]

“앞으로 위험한 일이 많을 것 같은데 뭔가 도움이 될 만한 게 없을까요?”

[……기다려라.]

위르겐이 잠시 눈을 감았고 불명자의 지골에서 희미한 파장이 흘러나왔다. 마치 특정 기능이 해금된 것 같은 모습.

그에 이세훈이 흥미롭게 바라보자 위르겐이 눈을 다시 뜨면서 대답했다.

[아인헤랴르를 불러낼 수 있게 해뒀으니 필요하면 써먹어라. 마수나 마인은 부담이 클 테니 주의하고.]

“…….”

위르겐의 설명에 이세훈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망자의 군단에서도 S급에 준하는 정예 언데드 ‘아인헤랴르’.

멸각의 군세와 싸울 때 큰 활약을 펼쳤던 녀석들을 모두 부려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생각보다 세게 나오는데?’

몰래 넘어가려다가 들켰으니 두 번 말이 안 나오게끔 하려는 걸까. 이세훈이 신기하게 바라보자 위르겐이 불만스럽게 올려다보았다.

[또 있나? 나중에 딴 소리하지 말고 전부 말해라.]

“그러면…….”

맞은편에서 멍하니 바라보는 아미르를 슬쩍 본 이세훈이 몽상수납으로 보관하고 있던 한 물건을 꺼냈다.

우웅─

가운데에 진홍빛 결정이 있는 동그란 얼음. 그 모습을 본 아미르가 무언가 느끼고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건…….”

“자예드의 영혼과 피를 결정화시켜서 보관한 거야. 마지막에 겨우 건졌었지.”

“…….”

아미르가 놀란 표정으로 보고 있는 사이 이세훈이 자예드의 결정을 위르겐에게 보여줬다.

“이 사람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을 같이 연구해 주세요. 그게 마지막 조건입니다.”

[흐음…….]

이세훈의 이야기에 위르겐이 자예드의 결정을 바라보았다.

[그걸 정말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해봐야죠. 안 해보고 포기하기에는 그러니까요.”

빙견의 부탁도 있으니 일단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이세훈의 대답에 위르겐이 혀를 찼다.

[쯧…… 마지막이 가장 까다롭군.]

물건만 놓고 보면 꽤 흥미롭지만 만약이라도 잘못될 경우 이세훈과 아미르에게 원한을 살 수 있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하지만 만약에라도 성공할 경우 반대로 대가를 받아낼 수 잇을 만한 일이었기에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었다.

‘저 녀석도 사흘만 쓰고 보내기엔 아까웠지…….’

어느 쪽이 가장 이득을 볼지 고민하던 위르겐이 결정을 내리며 대답했다.

[좋다. 나쁠 건 없겠지.]

“감사합니다. 결정은 나중에 보내드릴게요.”

[알아서 해라. 슬슬 업무 시간이니 간다. 또 남은 게 있으면 저 녀석을 통해서 말해라.]

스르륵

손등의 눈이 감기며 사라졌고, 위르겐이 떠난 것을 확인한 이세훈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정도면 그래도 받아먹을 건 다 받아먹었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위르겐을 상대로 이만큼 뜯어냈으니 이 정도면 거의 기적의 교환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이세훈이 속으로 자화자찬하던 그때. 맞은편에 앉아 있던 아미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저…… 잠시 만져 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지.”

앞으로 내밀어진 자예드의 결정에 아미르가 조심스레 건네받았다.

우웅─

자신의 빙결연금으로는 절대 만들어낼 수 없는 세밀한 구조.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꽝꽝 얼어 있음에도 느껴지는 ‘온기’였다.

“…….”

결정을 받친 두 손을 부드럽게 감싸는 온기.

마치 자신이 이곳에 살아 있다고, 그렇게 말하는 것 같은 따스한 감촉에 아미르가 그 모습을 홀린 듯이 보고 있을 때.

스아아아

은빛으로 빛나는 두 눈, 아미르의 동천안이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을 천천히 비추기 시작한다.

흐릿하면서도 선명히 보이는 따스한 봄 하늘.

다시 깨어날 순간을 기다리며 편안하게 잠들어 있는 자예드의 심상에 아미르가 말없이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그렇구나.’

지난 수십 년을 복수를 위해 살았기에 앞으로는 무엇을 목적으로 살아가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방금 그 하늘을 본 순간. 아미르는 앞으로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할지 깨달았다.

첫 번째는 자신을 위해 희생했던 형, 자예드를 위해.

“이세훈 님.”

그리고 두 번째는.

“평생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자신들을 구해준 이 은인을 위해서라고.

[대상 ‘아미르 싱’의 인연레벨이 Lv.4로 상승합니다.]

[인연레벨이 상승함에 따라 관계가 새롭게 정립됩니다. 대상 ‘아미르 싱’과의 관계는 ‘경애’입니다.]

[관계 : 경애敬愛]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기준으로 세워진 방향성입니다.

타인을 경계하고 모순적인 환경에서 혼란을 겪어왔던 사람에게는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당신의 헌신과 자애가 하나의 기준점을 세우는 데 성공했습니다.

앞으로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경애하는 이와 함께하기로 한만큼 후회는 없을 것입니다.

*대상의 경애를 받을 때마다 인연석이 생성됩니다.

*대상의 경애가 유지될 때마다 인연석의 숙성 속도가 증가합니다.

*인연이 깊이 이어짐에 따라 인연석의 심상발현 확률이 대폭 증가됩니다.

*현재 생성된 인연석 : 1개.

눈앞에 떠오르는 수많은 알림창. 그리고 그 너머에서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하는 아미르.

회귀 전에 빙견이 복수를 성공했던 그때보다도 더 홀가분하고 편안해 보이는 그 모습에 이세훈이 피식 웃었다.

“오냐.”

평생 부려먹을 의동생이 생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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