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245화
류은하에게 몇 시간 동안 잔소리를 들은 뒤. 이세훈은 별다른 추가검진 없이 퇴원수속을 밟고 병실을 나왔다.
본래라면 사흘이나 의식을 잃었다고 온갖 정밀 검사를 했겠지만 이번에는 상처를 치료해 준 사람이 의료 분야의 정점, 순례자 칼 안데르센이라 모두 넘긴 것이다.
‘다음에 좀 귀찮다 싶으면 그 양반한테 치료받았다고 들러대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이름값의 위대함을 다시금 깨달으며 기숙실로 돌아온 이세훈은 방안을 둘러보았다.
사흘 전의 전투가 꿈처럼 느껴질 만큼 평화로운 분위기. 지금도 환술 같은 것에 당했을지 잠시 고민하던 이세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놈들이랑 싸우면 항상 이게 문제란 말이야.’
싸움이 끝난 뒤에도 의심암귀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지독함. 여기에 벗어나지 못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강박증이 생긴 이들이 많았기에 상당히 민감한 문제였다.
‘확인할 만큼 했으면 넘겨야지.’
너무 사로잡혀 있어도 좋을 건 없다.
머릿속에 남은 의심을 털어낸 이세훈은 거실의 소파에 앉으면서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후우우…….”
침대였으면 그대로 잠들었을 것 같은 느슨함. 그렇게 잠깐 한숨을 돌린 이세훈은 늘어졌던 몸을 바로하면서 몸을 가볍게 풀었다.
‘일단 몸부터 볼까.’
[이세훈]
근력 - B(244) 내구 - B(248)
마력 - A(298) 민첩 - A(272)
“오…….”
오랜만에 본 몸 상태에 이세훈이 반사적으로 감탄했다.
모든 능력치가 A급에 근접하거나 도달했고 마력은 이미 S급에 도달하기 직전인 상황.
거기에 이세훈의 눈길을 가장 많이 사로잡는 것은 거의 40넘게 성장한 민첩 스탯이었다.
‘이거는…… 아마 인연재현이랑 백야궁 때문이겠구만.’
아미르와 하백연 둘 다 반응 속도나 몸놀림이 빠른 편이었으니 그 힘을 빌려 쓰는 과정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하리라.
육체가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모두 확인한 이세훈은 이어서 이번에 새롭게 습득한 스킬 ‘우화하는 꿈’을 살펴보았다.
[우화하는 꿈] 『S』
꿈을 현실로 투영해낼 수 있는 개변 능력.
몽환의 마력을 사용하여 꿈을 관측하고 그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현실로 투영해 낼 수 있습니다.
단, 무리하게 사용할 경우 정신오염을 일으키거나 육체가 소멸할 수 있습니다.
*관측한 꿈을 현실로 투영할 수 있습니다.
*투영한 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기술을 사용하는 데 소모되는 마력이 감소합니다.
*육체나 정신이 꿈에 침식당할 경우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있습니다.
“……이야.”
정보창을 읽은 이세훈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멸각이 사용한 현실개변 능력.
물론 세세하게 따지면 하위호환에 불가했지만, 이런 다방면의 능력이 생긴 것만으로 엄청났다.
‘간단하게 써볼까.’
잠시 정신을 가다듬은 이세훈은 자신의 오른손 안에 우화하는 꿈을 발동했다.
스스슥
눈앞에 수많은 꿈이 스쳐 지나갔고 잠시 후 그중에서 이해도 높은 한 가지를 현실로 투영시켰다.
우웅─!
붉은 무늬가 새겨져 있는 검은 망치.
회귀 전 가장 오랫동안 사용했던 망치, 사부의 유품인 ‘잔화의 망치’를 움켜쥔 이세훈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무게나 감촉…… 그 이외에 자잘한 흠집까지 다 재현됐네.’
겉보기에는 진짜나 다름없는 모습. 잔화의 망치를 이래저래 휘둘러보던 이세훈은 그대로 마력을 불어넣었다.
우우웅!
잔화의 망치가 점점 붉은색으로 물들었고 이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깊숙이 저장되어 있던 ‘불꽃’이 나오려던 순간.
파앙─
갑자기 보랏빛 안개로 변해 흩어지는 잔화의 망치. 그 모습을 본 이세훈이 손을 만지작거렸다.
‘흐음. 이래서야 마혈기처럼 무구의 기능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건 힘들겠구만.’
능력이 능력인 만큼 한계가 뚜렷한 기술.
하지만 범용성이 뛰어나 응용할 수 있는 구석이 많았기에 이세훈은 적당히 만족하며 다른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하백연한테서 얻은 건 없는 것 같고…… 남은 건 이건가’
[신성력] 『A+』
신에게서 비롯된 성스러운 힘.
생명을 회복시키고 마기를 정화하는 데 특화되었다.
따로 저장해 둔 게 없어서 사라져 있었던 신성력이 자고 일어나니 A+급까지 올라 있다. 그 내용을 살핀 이세훈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보나마나 순례자 그 양반한테서 뜯어낸 거겠지.’
부상을 치료해 줬다고 했으니 그때 자연스럽게 흡수했던 것일까.
본의 아니게 순례교의 교주에게 신성력의 존재를 들키게 된 이세훈이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일단은…… 나쁠 건 없나?’
이세훈이 걱정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외부에 이야기가 퍼져 십악의 배교자에게 표적이 되는 것.
순례교를 거치지 않고 순례자 본인이 바로 알게 됐으니 그쪽에서 떠벌리지 않는 이상 외부로 퍼지진 않으리라.
‘대신 전에 부탁했던 신성력 변환 장치가지고 닦달할 수는 있겠네.’
귀찮긴 하지만 환락가의 공략 때문에 미뤄둔 일이니 슬슬 다시 생각해 볼 시기이긴 했다.
순례자와 관련된 것은 나중에 제대로 생각하기로 하며 이세훈은 이어서 무구 쪽을 살펴보았다.
[영웅의 반지]
[등급 : 전설] [품질 : 중]
최초로 완등에 성공한 절대자, ‘루트비히 슈베르트’가 직접 만든 반지.
영웅의 탑으로부터 힘을 공급받을 수 있는 장치로 사용자가 품고 있는 모든 잠재력을 폭발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금제의 조건을 만족한 영웅 ‘이세훈’만이 사용할 수 있다.
*사용자의 육체에 한계가 올 경우 자동으로 해제됩니다.
*지속적으로 사용할 경우 향상된 잠재력이 심상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금제가 풀리면서 숨겨진 기능이 해방된 영웅의 반지. 그 정보창을 읽어보던 이세훈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 갑자기 해금됐다는 건…… 설마 십악이나 마신을 잡는 게 조건이었나?’
아무리 그래도 양심이 있으면 둘 다 잡는 걸 조건으로 걸지는 않았을 터.
정확한 조건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완전히 해금된 영웅의 반지에 이세훈이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영웅의 탑으로부터 힘을 공급받아 잠재력을 향상시킨다…… 엄청난 물건을 받아버렸구만.’
겉보기에는 그냥 사용자를 강화시켜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세훈은 영웅의 반지가 정확히 어떤 식으로 작용되는 건지 곧장 이해했다.
‘영웅의 탑을 오르면서 받게 될 성장치를 미리 끌어오는 거겠지.’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미래에 자신이 도달할 경지를 끌어다 쓰는 효과.
이것만 해도 엄청났지만 이세훈이 주목하는 것은 그 범용성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막연하게 힘이 넘쳤었지만 백야궁을 꺼내드니까 그쪽으로 집중됐었던가.’
사용자가 가지고 있는 무구나 힘에 따라서 잠재력 역시 방향이 조금씩 달라진다.
즉, 완등자의 권능이 담긴 물건을 가지고 있을 경우 잠시나마 그들을 흉내 내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조율자를 제압한 뒤 포착의 권능이 폭주하던 순간을 떠올린 이세훈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만마의 늪을 보고나서 하늘 너머에서 봤었던 무언가. 그때 정확히 뭘 본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심상에 타격을 입을 만큼 위험했던 것은 분명했다.
‘다른 권능도 비슷하게 폭주할 수 있으니까 진짜 위험할 때만 써야겠네.’
어째 새로 얻은 것들이 죄다 제약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느낌이었지만 이세훈은 나름대로 만족했다.
조금 까다롭긴 해도 잘만 사용하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십악에게 비명횡사 당할 걱정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일로 만마전 쪽도 흉흉해질 테니까.’
이쪽은 위르겐이 정보를 차단했기에 자신의 활약상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은 얼마 없지만, 만마전은 조율자와 인형사가 대략적으로 알고 있는 상황.
십악의 성향을 생각하면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이쪽은 희망적인 관측이니 모두에게 놀려질 것을 각오하는 편이 좋았다.
“……어째 일이 더 늘어난 느낌이구만.”
몽환마와 마신을 하나 잡긴 했지만 생각해 보면 십악 중에 한 명, 육대마신 중 하나를 처리했을 뿐이다.
여기에 주시자까지 생각하면 이제 막 한 걸음을 뗀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뭐, 그래도 그 한 걸음이 중요한 법이지.’
이전까지는 체급이 맞지 않아 싸움이 성립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녀석들과 어느 정도 대등한 위치까지 올라섰다.
앞으로는 십악이라 할지라도 자신에게 빈틈을 보이는 순간 곧장 비명횡사할 수도 있으리라.
‘그러려면 또 뼈 빠지게 준비해야겠지만…….’
어느 정도 정리를 끝낸 이세훈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소파에 편하게 몸을 기댔다.
“……피곤하네.”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이긴 했지만 이만큼 했으면 잠깐은 쉬어도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이세훈이 잠깐 눈을 붙이려던 그때.
딩동딩동딩동─
갑자기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한 현관의 초인종.
잠기운이 싹 달아난 이세훈은 마지못해 눈을 뜨고 인터폰으로 찾아온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문 앞에서 초인종을 계속 누르는 염성하와 팔짱을 낀 채 서 있는 루이제. 그리고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는 아미르.
“이놈들은 하필 와도…….”
한숨을 내쉰 이세훈이 현관문을 열었고, 잠시 후 현관에서 요란스러운 발소리와 함께 루이제가 먼저 달려 들어왔다.
“너, 너 나한테 무슨 짓 했어. 뭔 짓 했냐고 이 개자식아!!!”
멱살을 낚아채며 소리치는 루이제. 분노와 배신감, 그리고 당혹스러움과 수치심이 뒤섞인 그 표정에 이세훈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애는 갑자기 왜 이러지?’
삼견을 불러낼 매개체로 쓰이면서 뭔가 문제라도 생긴 걸까. 이세훈이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복도에서 염성하와 아미르가 뒤따라 들어왔다.
“시끄럽군.”
“실례하겠습니다.”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염성하와 고개를 꾸벅인 아미르. 루이제와 다르게 차분한 두 사람의 반응에 이세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미르는 그렇다 쳐도 염성하까지 얌전한 걸보니 엄청 심각한 건 아닌가 보네.’
대강 분위기를 파악한 이세훈은 계속 자신을 흔들어대는 루이제를 말리기 위해 멱살을 움켜쥔 손을 잡았다.
“일단 진정…….”
타악!
말이 제대로 꺼내기도 전에 붙잡힌 손을 뿌리치며 뒷걸음질 친 루이제.
“…….”
방금까지 고래고래 소리친 것이 거짓말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는 그 모습에 이세훈이 떨떠름해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앉아서 이야기하자.”
세 사람을 소파에 앉힌 이세훈은 맞은편에 앉으며 물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아무나 차근차근 설명해 봐.”
이세훈의 물음에 세 사람이 슬쩍 시선을 교환했고, 아미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희 세 사람 모두 사흘 전부터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꿈?”
혹시라도 멸각의 힘에 영향을 받은 것인가. 이세훈이 살짝 긴장하며 되묻자 아미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상황은 각자 다릅니다만…… 똑같이 지금보다 성장한 자신이 꿈에서 나오더군요.”
“아…….”
아미르의 설명에 이세훈은 그제야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모두 이해했다.
‘삼견의 심상이 조금씩 남은 게 꿈으로 나타나는 모양이네.’
아무래도 매개체로 사용했으니 영향이 남는 것까진 예상했는데 설마 꿈에서 직접 만나는 식으로 적용될 줄은 상상치도 못했다.
“너는 어떤 꿈인데?”
“음…… 저는 옛 본가에서 과외를 받는 느낌입니다. 조직의 운영이나 정보의 분류, 전투 기술 등 다방면으로요.”
“과연…….”
빙견답게 체계적인 방식. 그에 이세훈이 이어서 염성하를 바라보았다.
“너는?”
“폐허에서 만나 곧장 싸운다. 그러다가 죽으면 꿈에서 깨어나더군.”
“그게 다야?”
아무리 광견이라지만 뭔가 좀 더 있지 않을까. 그런 이세훈의 물음에 염성하의 눈매가 살짝 찌푸려지며 대답했다.
“죽일 때마다 버러지처럼 약하다고 말한다.”
“……그렇구만.”
참 광견다운 꿈이라고 생각하며 이세훈이 마지막 남은 루이제를 바라보았다.
“너는 어때. 아까 나보고 막 뭐라 한 것도 그 꿈 때문일 거 아냐.”
“……병실에서 만나. 그쪽이 병문안을 온 느낌인데 보통 언령마법의 이론에 대해서 가르쳐줘.”
“설마 그게 다라곤 안하겠지?”
아까 그렇게 난리를 부렸으면 뭔가 있지 않겠는가. 그런 이세훈의 물음에 루이제의 두 눈이 흔들렸다.
“그게…… 으음…… 그러니까…….”
입술을 달싹이던 루이제가 한참을 망설이더니 이내 작게 중얼거리듯이 이야기했다.
“제대로 안하면…… 그…… 뺏어간다고…….”
“……뺏어간다고?”
루이제의 이야기에 이세훈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폭견 이놈 설마…… 떠난 척하면서 안에서 기회를 노리려고 한 건가?’
믿겠다고 해놓고 설마 이렇게 뒤통수를 칠 줄이야. 깜짝 놀란 이세훈이 재빠르게 루이제의 곁으로 다가가 양어깨를 붙잡았다.
“정확히 뭘 뺏어간다고 했는데. 알려준 것 중에 뭔가 이상한 건 없었어?”
“아니, 잠…… 그만…….”
“뭘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빼먹지 말고 전부 나한테…….”
“그만 좀 하라고 개새끼야!!”
퍼엉!
루이제의 고함에 그대로 마력이 호응해서 몸을 거세게 밀쳐냈고, 다시 소파로 밀려난 이세훈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스크 없이 이 정도라고?’
고유스킬인 마력동화를 거의 각성한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
이세훈이 놀란 눈으로 바라보자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루이제가 소리쳤다.
“너야말로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설명해! 내가 이 꿈 때문에 얼마나 고생하는 지 알아?!”
루이제의 외침에 염성하와 아미르도 고개를 끄덕였다. 꿈에서도 뭔가를 배우거나 싸워야 하니 정신적으로 피로도가 쌓였기 때문이다.
“으음…….”
그런 세 사람의 시선에 이세훈인 잠시 고민에 잠겼다.
‘사실대로 말하는 건…… 좀 그러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회귀에 대한 사실은 신중해야 한다. 결정을 내린 이세훈은 약간 순화해서 설명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그 마신이라는 녀석의 힘을 사용해서 네가 상상한 우리들의 미래를 잠시 동안 불러낸 거라고?”
“맞아.”
“그리고 그 흔적이 우리들 심상에 그대로 남아서 꿈이나 그런 걸로 영향을 미치는 거고?”
“정확해.”
“…….”
고개를 끄덕이는 이세훈의 모습에 세 사람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 괴물을 쓰러뜨릴 만큼 자신들의 재능을 높게 봐준 건 좋지만,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잘 이해가 안 가나요? 흐음…… 과거의 내가 이렇게 멍청했었던가……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창보다 이쑤시개를 휘두르는 게 낫겠군. 아니, 정정하지. 그것도 아까우니까 그냥 죽어라.’
‘어떻게 쓰는 건지 방금 설명했잖아. 이게 이해가 안 돼? 에휴…… 쓸데없이 반지나 만지작거리고 있으니 머리가 안 돌아가지. 쯧쯧.’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온갖 폭언을 퍼붓던 미래의 자신들.
좋게 말해도 개새끼라는 말밖에 안 나오는 그놈들이 도대체 어디가 자신들과 닮았단 말인가.
“흠흠. 성격이나 그런 건 마기의 영향을 좀 받았나 보네.”
뭔가 착오가 있으리라고 생각한 루이제가 헛기침하며 이야기했고.
“음? 내가 볼 땐 니들이랑 거의 똑같던데?”
이세훈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쐐기를 박았다.
“…….”
“…….”
“…….”
세 사람이 말없이 시선을 교환했고, 이내 자연스럽게 서로의 뜻을 이해했다.
그리고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밟아!!”
루이제의 외침과 동시에 이세훈에게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