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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가 다 만들어줌-241화 (241/309)

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241화

근원의 파편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뒤쪽에는 위르겐이 무서운 속도로 따라붙고 있다.

더 이상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몽환마는 곧바로 붙잡힌 손을 통해 몽환의 마력을 끌어올렸다.

우우웅!

이세훈을 제압하고 자신의 몸과 아슬아슬하게 결합하여 위르겐을 협박한다. 가능성은 낮지만 지금 시도할 수 있는 것은 그것밖에 없었다.

촤라락!

전신에서 몽환의 나비가 피어올랐고 그것이 고스란히 몽환마의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심상이 일부나마 맞닿은 순간.

[깨어나는 꿈이 발동되었습니다.]

화악─!

찬물이 끼얹어지는 듯한 감각과 함께 몽환마의 전신에 균열이 퍼졌다.

“이건…….”

자신의 심상을 통째로 부정하는 서늘한 한기. 앞서 환락가에서 봤었던 이세훈의 술수에 몽환마가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쩌적!

전신에 몽환마보다 심각한 균열이 생긴 이세훈.

환락가라는 별도의 장소에 펼친 것과 다르게 서로 심상이 연결된 상태에 펼치면서 이세훈도 타격을 입은 것이다.

‘도대체 무슨 짓을…….’

십악인 자신을 상대로 정면에서 부딪쳐오다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모했지만, 이세훈은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이 다음 수를 펼쳤다.

‘인연재현.’

이전에 몽환마의 분신과 싸운 뒤 인연레벨이 오르면서 새롭게 생겨난 스킬.

그것을 발동한 순간 이세훈의 심장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이 맥동 쳤다.

두근─

평소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뛰기 시작한 심장.

그와 동시에 이세훈의 체내에 있던 아미르의 인연석이 자연스럽게 피에 녹아들었고, 그 기억과 힘이 전신에서 솟구쳐 올라왔다.

가문의 체술, 빙결연금의 술식, 동천안의 사용법. 그리고 몽환마를 향한 적의와 분노.

그 모든 것이 이세훈의 무너진 심상을 채우며 자연스레 자리 잡았고.

[인연재현 ‘아미르 싱’ 발동됩니다.]

이세훈의 왼쪽 눈이 은빛으로 번뜩였다.

빙결연금氷結鍊金 빙갑氷匣

쩌적!

맞잡고 있던 손이 새하얀 얼음으로 뒤덮였고, 그 서늘한 한기에 몽환마의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단순히 육체에 달라붙는 것뿐만 아니라 심상의 균열에 파고드는 한기. 그 심상치 않은 기술에 몽환마가 곧장 대응하려했지만 그보다 먼저 이세훈의 오른손이 움직였다.

콰악!

몽환마의 뿔을 붙잡은 이세훈은 그대로 아래로 잡아당기면서 무릎을 찍어 올렸다.

빠악!

이세훈의 무릎이 정확히 몽환마의 머리를 후려갈겼고, 그 거듭되는 공격에 몽환마가 반사적으로 손을 휘두르며 뿌리치려 했다.

‘역시 힘도 밀리네.’

근접전에 서투르다 해도 십악의 마인.

기본적인 신체능력이 이쪽보다 강력했기에 이세훈은 곧장 뿔을 놓아주면서 무방비한 얼굴에 있는 힘껏 주먹을 후려갈겼다.

퍼억!

“윽?!”

서로 손을 맞잡은 상태에서 펼쳐지는 근접박투.

이세훈에게 쉴 새 없이 두들겨 맞으면서 이리저리 시야가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 몽환마는 고통보다 수치심을 느꼈다.

‘이런 야만적인……!

본래라면 몽환술로 가볍게 무시했을 하찮은 공격. 하지만 심상이 뒤흔들리면서 기술이 불안정해졌고, 그 결과 수십 년 만에 육체에 물리적인 충격이 가해진 것이다.

“그만!”

계속되는 공격들에 몽환마가 맞잡고 있던 오른손을 거칠게 휘둘렀고, 이세훈이 저항도 못 해보고 휘둘러졌다.

압도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신체능력의 차이. 지상이었다면 이대로 어딘가에 처박혀 끝이었겠지만.

쩌적!

공중에서는 충분히 저항할 방법이 있었다.

콰앙!

허공에 생겨난 얼음발판을 박차며 이세훈이 재빠르게 몸을 뒤집었고, 빙결연금으로 송곳을 만들어 몽환마의 목덜미에 찔러 넣었다.

파캉!

피부에 파고들지도 못하고 박살 나는 송곳.

하지만 이세훈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무구를 만들어내며 공격했다.

쉴 새 없이 사방에 흩뿌려지는 얼음 조각. 그 정신 사나운 광경에 몽환마가 눈매를 일그러뜨리면서 심상을 살폈다.

‘이 정도로 회복됐다면……!’

우웅!

몽환마의 왼쪽 눈이 다시 보랏빛으로 번뜩였고, 눈 깜짝할 사이에 주변이 고풍스러운 성으로 변했다.

부활과 동시에 재건된 몽환성.

이세훈과 떨어져 허공에 날아오른 몽환마가 다시 여유를 되찾으며 내려다보았다.

“이번에는 제대로…….”

푸욱!

그러나 뭐라고 말을 잇기도 전에 이세훈이 빙결연금으로 만들어낸 단검을 심장에 쑤셔 박았고, 그와 동시에 몽환성 곳곳에 균열이 퍼졌다.

[깨어나는 꿈이 발동되었습니다.]

파앙!

깨어나는 꿈에 의해 몽환성이 파괴당하고, 방금까지 있었던 현실의 풍경이 다시 펼쳐졌다.

“무슨……!”

이렇게 간단히 파훼당할 줄은 몰랐는지 경악한 눈으로 바라보는 몽환마. 그 모습에 이세훈이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공격하려던 찰나.

“……아하.”

무언가를 깨달으며 자신의 심장을 찔렀다.

푸화악!

가슴에서 터져 나오는 피.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알려주듯 생생하기 그지없었지만, 이세훈은 단검을 빼내는 대신 더욱 깊이 쑤셔넣어 비틀었다.

뚝─

무언가 끊어지는 느낌과 함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보랏빛 안개로 흩어졌고 기존과 전혀 다른 모습이 나타났다.

“?!”

왼손을 뻗어 자신의 목을 움켜쥐려고 하는 몽환마.

설마 이렇게 빨리 눈을 뜰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지 경악하는 그 모습에 이세훈이 슬쩍 웃었다.

“어설프구만.”

빠악!

이세훈의 무릎이 몽환마의 배를 찍어 올리고, 자세가 흐트러진 틈을 타서 빙결연금을 펼치며 다시 공격했다.

기껏 붙잡은 기회가 다시 날아가 버린 상황.

자신의 몽환술을 간단히 파훼한 이세훈의 모습에 몽환마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저리 간단히…….’

처음에 방심했고, 그 실수로 심상에 문제가 생겨 기술에 제약이 걸렸다. 위르겐과의 전투로 인한 피로까지 생각한다면 절대로 만전이라고 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싸움이 성립되는 것은 이상했다.

S급도 안 되는 생도와 십악인 자신. 그 사이의 격차가 도대체 어떻게 채워지고 있는 것인가.

그 의문에 몽환마는 자연스레 답을 알아차렸다.

‘상성……?’

이세훈과 자신과 완벽한 상성을 이루게 되었다는 것을.

파앙!

온 힘을 쥐어짜낸 몽환술은 곧장 파훼당해 풀렸고, 발악하듯이 휘두른 공격은 간단히 흘려지며 반격이 날아온다.

지금의 상황이 유지되고 있는 것도 육체가 이세훈의 공격을 버텨내고 있었기 때문이지만.

빙결연금氷結鍊金 동천영심冬天暎心

푸욱!

그조차도 한계에 다다르기 시작했다.

피부를 꿰뚫고 파고드는 얼음송곳. 자신의 심상과 육체를 파악하여 모든 저항을 무시한 채 스며드는 날카로운 한기에 몽환마의 몸이 점차 굳어져갔다.

달콤한 향기에 이끌린 나비가 식충식물에 붙잡혀 천천히 잡아먹히듯, 자신 역시 도망치지 않고 이곳으로 온 순간 이미 결말은 정해져 있었다.

쩌적!

이세훈의 손에서 더욱 날카롭게 벼려지는 얼음단검에 몽환마는 저항을 멈추고 올려다보았다.

“왜 그렇게까지 여기에 남으려는 거죠? 여긴…… 그저 꿈일 뿐이잖아요.”

영웅의 탑과 만마의 늪이 존재하고, 영웅과 마인들이 재난을 만들어내며, 평범하게 살아가던 가족들이 하루아침에 거기에 휩쓸려 허무한 죽음을 맞이한다.

이런 기괴한 악몽 같은 세계가 현실일 리가 없지 않은가.

그렇게 현실을 부정하고 있는 몽환마의 모습에 이세훈이 담담히 대답했다.

“이런 끔찍한 곳이 꿈일 리가 없잖아.”

악몽은 자신의 상상을 기반으로 펼쳐지지만, 현실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온갖 끔찍한 상황을 자신에게 가져다준다.

부모님의 죽음도, 수많은 동료의 희생도, 끝내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 채 혼자서만 과거로 돌아와 버린 자신도.

꿈에서조차 나타나지 않을 이 혼란이야말로 모든 것이 현실이라고 알려주는 증거이리라.

“……그렇군요.”

현실을 경멸했기에 부정했던 자신과 경멸했기에 인정한 이세훈.

그 차이를 이해한 몽환마가 메마르게 웃었고.

“그 말대로네요.”

푸욱!

새롭게 벼려낸 얼음단검이 몽환마의 심장을 꿰뚫었다.

전투를 벌이며 떨어지던 둘의 몸이 지상과 가까워졌고, 새하얀빛이 사뿐히 내려앉았다.

쩌적─

심장으로부터 퍼져 나가는 한기. 몽환마의 마력으로 도망치려 해도, 심상 자체를 얼렸기에 더 이상 대응할 수 없었다.

눈앞까지 다가온 죽음에 몽환마는 자신의 위에 올라탄 젊은 청년을 올려다보았다.

꽈악!

자신이 승리를 확신했을 텐데도 방심하지 않고 얼음단검을 꽉 움켜쥐며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 모습에 몽환마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당신은……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발버둥 치면서 살아가겠죠?”

“…….”

“답답하기 그지없지만…… 저에게는 나쁘지는 않네요. 이런 현실에서 살아간다면…… 하루하루 고통스러울 테니까…….”

콰득!

말없이 단검을 비트는 이세훈. 그 모습에 몽환마는 입가에 피를 흘리면서도 여유롭게 웃었다.

과연 마지막까지 저 신념을 유지할 수 있을까.

최후에 이르렀을 때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했지만, 안타깝게도 자신에게 그럴 시간은 없었다.

‘설마 이런 걸로 아쉬워하게 될 줄이야…….’

그만큼 이세훈에게 깊은 동질감을 느꼈던 것일까. 그 생소한 감각에 몽환마는 본래라면 하지 않았을 선택을 골랐다.

팔랑

허공에서 피어나 이세훈에게 날아가는 몽환의 나비.

그 모습에 이세훈이 여태까지 붙잡고 있던 손을 놓으며 새로운 얼음단검을 만들어 휘둘렀고.

후웅!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을 보고 반사적으로 멈춰 세웠다.

바로 앞에서 멈춘 얼음단검을 피해서 날아오른 몽환의 나비는 그대로 이세훈의 왼쪽 눈꺼풀에 부드럽게 착지해 안쪽으로 스며들었다.

우우웅─

몽환의 나비에 들어 있던 물건, 몽환마의 또 다른 눈이 반대쪽의 눈과 공명하며 체내로 스며든다.

혹시 무언가 수작인가 싶었지만 예상과 다르게 몽환마의 힘은 적의 없이 파고들었고 이내 이세훈의 체내에 있던 두 가지의 힘을 자연스럽게 하나로 엮어냈다.

[스킬 ‘몽환안(A)’과 스킬 ‘깨어나는 꿈(C)’이 결합됩니다.]

[스킬 ‘우화하는 꿈(S)’을 습득하셨습니다.]

눈앞에 떠오르는 알림창.

악의 없이 순수하게 힘을 건네준 몽환마의 모습에 이세훈이 묘한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뭘 노리는 거지?”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잘했다는 의미에서 상이기도 했고, 자신의 힘에 취해 타락하기를 바라기도 했으며, 그냥 모든 것을 없애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스스로도 헤아릴 수 없는 그 수많은 감정에 몽환마는 담담히 입을 열었다.

“패배자의 넋두리라고 해두죠…….”

촤라락─

몽환마의 몸이 수백 마리의 나비로 변해 날아올랐고, 그것들이 보랏빛 안개가 되어 흩날렸다.

최후의 순간에 자신의 육체를 꿈으로 만들어 직접 목숨을 끊은 것이다.

“마지막까지 도망치는 건가…….”

현실에 남는 대신 꿈이 되어 사라지기를 선택한 몽환마.

어디로 향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이세훈은 그 끝이 영원한 악몽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게 현실이니까 말이야.’

속으로 중얼거린 이세훈은 몽환의 나비가 모두 흩어진 것을 확인하고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음?”

단검에 붙어 있는 큼지막한 얼음덩어리.

뭔가 싶어서 자세히 살펴보자 희미하게 보랏빛을 띠고 있는 심장이 단검에 꿰뚫린 채 꽝꽝 얼어 있었다.

‘몽환마의 심장인가…….’

빙결연금에 얼어붙어 있었던 터라 몽환마도 없애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으음…… 애매한 게 남아버렸네.”

단검을 들어서 몽환마의 심장을 살핀 이세훈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결정 같은 형태였으면 어찌 다룰 수 있었겠지만 이쪽은 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나중에 생각하자.’

우선 주변 상황부터 살피기로 한 이세훈은 몸을 일으키면서 근처에 떨어져 있는 세 사람에게로 향했다.

“으윽…….”

“큭…….”

“으음…….”

대자로 뻗은 염성하와 그 위에 샌드위치처럼 포개져 있는 아미르와 루이제.

매개체로 쓰이면서 힘을 다 썼는지 완전히 뻗어 있었는데 큰 부상은 없어 보였다.

‘대충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는 예상가긴 하는데……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구만.’

돌아가면 이 셋의 변화도 자세히 살펴봐야겠다고 이세훈이 생각하던 그때.

우우웅─

뒤쪽에서 느껴지는 경계의 권능. 그에 당연히 위르겐이 도착한 것이라고 생각하던 이세훈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왜 굳이 명계를 거쳐서 오는 거지?’

거리도 얼마 되지 않는데 그냥 날아오거나 아니면 눈동자만 보내면 되는 것 아닌가.

기존의 위르겐과 동떨어진 행동에 이세훈은 반사적으로 여백의 휘장을 펼쳐서 자신과 세 사람을 둘렀다.

콰아앙!

명계에서 튀어나온 검은 손이 네 사람을 스쳐 지나가며 빈 땅을 한 가득 움켜쥐었고, 나왔을 때처럼 순식간에 돌아갔다.

‘무슨…….’

위르겐과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사령마법.

그에 이세훈이 경계하며 바라보자 명계의 어둠으로부터 누군가가 천천히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저벅저벅

검은 중절모에 검은 로브, 그리고 새부리 마스크를 착용한 2M가 넘는 거구.

그 낯익은 모습에 이세훈의 눈이 커졌고.

“생각보다 눈치가 빠르네?”

십악의 한 명, 조율자가 이죽거리며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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