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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가 다 만들어줌-230화 (230/309)

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230화

[참 쉽다!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인형사 조종법]

공방의 화이트보드에 농담처럼 적혀 있는 글귀. 하지만 그 옆에 선 이세훈은 한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자. 지금부터 어떻게 인형사를 조종하는 것이 가능한지 설명할게.”

화이트보드에 큼지막하게 지구를 그린 이세훈은 그 위로 작은 사람을 그렸다.

“직접 봤으니 알겠지만 인형사는 천체마법과 고대인챈트를 응용해서 인형들을 조종해. 사정거리는 무려 지구 전체에 다다르지.”

지구를 둘러싸는 거대한 원을 그린 이세훈이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레아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사정거리가 얼마나 되던 본질적으로는 중요 거점들을 경유한 원거리 조종. 즉,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본체로부터 인형을 분리시킬 수 있어.”

화이트보드에 그려진 인형 주변에 동그라미를 친 이세훈이 그 위쪽에 물음표를 그렸다.

“여기서 질문. 본체와 연결이 끊어진 인형은 어떻게 될까?”

“음…… 가만히 있겠지? 원거리 조종식이니까.”

“맞아. 일반적으로는 그렇게 되지. 하지만 여기에 ‘경계’라는 힘이 더해지면 달라져.”

인형을 둘러싼 동그라미를 지워낸 이세훈이 몸에 코팅된 것처럼 윤곽을 따라서 선을 그었다.

“경계는 적용된 대상에게 독립성을 부여해. 간단히 말하자면 단순한 인형이 아니라 분신 같은 걸로 만드는 거지.”

불명자의 지골을 통해 부활했던 위르겐의 자아, 침식된 마력회로에서 부활한 탐구자 등 세세한 부분은 다르지만 근간은 경계가 부여하는 독립성이었다.

“분신의 자아는 연결이 끊어지기 직전까지의 기억과 감정을 토대로 형성되는데 나는 이걸 이용할 생각이야.”

“그렇다는 건…… 몽환마에게 적의를 가지게 유도한 다음에 경계의 힘, 압그룬트를 사용해서 분리시킨다는 거지?”

레아의 추측에 이세훈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하지만 거기에 좀 더 추가를 해야 돼.”

경계로 둘러싸인 인형 주변에 작은 인형들을 여러 개 그린 이세훈이 머리 쪽에 ‘No.?’를 그려 넣었다.

“인형사의 행적을 보면 아마 환락가에 최소 2개 이상의 싱글넘버를 배치해뒀을 거야. 유사시에 자신이 직접 조종할 수 있도록 부품도 추가했을 거고.”

인형을 조종하는데 성공해도 다른 인형에 본체가 연결되면 이간질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조종과 별개로 본체가 개입하지 못하게 막을 수단이 필요한데…….”

“그게 인형사의 거점에 설치한 인챈트인 거네.”

“그런 거지.”

아무리 인형사라 할지라도 술식 내부에 문제가 생기면 수습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거기에 병적으로 신중한 성격까지 더해진다면 몽환마의 토벌전이 끝나기 전까지는 간섭 못 할 가능성이 높았다.

“인챈트는 압그룬트가 인형의 몸에 박혔을 때 스피어를 이용해서 발동시키면 될 거야. 처음부터 그걸 염두에 두고 만들었으니까.”

인형사를 이용해 먹는다는 그 하나만으로 준비해 온 설계. 그 설명을 모두 들은 레아가 자신도 모르게 감탄했다.

“대단하네…….”

이런 계획을 구상했다는 것도 대단했고, 기어코 준비를 끝냈다는 것도 대단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레아는 이번 계획이 조금 걱정됐다.

‘이게 정말로 될까?’

머릿속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상대가 상대인 만큼 좀처럼 확신이 들지 않는다.

그 어쩔 수 없는 걱정에 레아는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철저하게 준비해서 나섰고.

콰르르릉!

그 결과가 자신의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도심을 둘러싼 보랏빛 안개를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푸른색 벼락.

그 위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직격한 빌딩이 그대로 폭발했고, 남은 여파가 파도처럼 퍼져나갔다.

“크아아악!”

“아, 안 돼……!”

중심지 근처에 이들은 완전히 번개의 파도에 휩쓸려 재로 변해 버렸고 수백 미터 밖에 있던 이들은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머리카락이 번개처럼 일렁거리는 청년, 자동인형 ‘No.3’가 만들어낸 벼락.

그 일격만으로 환락가의 17구역이 아비규환이 되었는데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두두두두!

3m는 족히 되는 거구의 흑인, 자동인형 ‘No.4’가 열 개의 주먹을 사방으로 휘두르자 환락가의 주민들은 물론 건물까지 모조리 으깨지며 부서졌다.

마치 거대한 불도저가 통째로 밀고 지나간 것 같은 흉흉한 길. 그 위로 머리카락이 몸보다 긴 장발의 여인, 자동인형 ‘No.8’이 뒤따라서 달렸다.

촤자자작!

머리를 가볍게 흔들자 긴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뻗어나갔고 이어서 새하얀 손가락으로 그것들을 실뜨기하듯이 휘어 감으며 움직인다.

“우아악!”

“내, 내 몸이!!”

그 가벼운 손짓에 사방으로 도망치던 환락가의 주민 수십 명이 허공으로 끌려나와 그대로 앞으로 내던져졌다.

퍼엉─!

앞으로 던져진 주민들의 몸이 순식간에 부풀어 올라 폭발했고 검은 액체가 비처럼 사방으로 쏟아져 내린다.

치이익!

“아아악!”

“독…… 아니, 저주다!!”

시체가 만들어낸 검은 비, 저주를 맞은 주민들이 피를 토해내며 녹아내렸고 그 몸에서 다시 저주가 터져 나와 주변을 오염시켜간다.

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단 2분 만에 펼쳐진 상황.

반파되어 버린 17구역의 모습에 레아가 숨을 들이켰다.

‘이게…… S급인가…….’

한 번의 전투로 지도가 바뀐다.

이야기로만 들었던 S급의 전투 규모에 전율했고, 무엇보다도 이 풍경이 자신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에 소름이 돋았다.

환락가에 머무르는 자들은 크든 작든 만마전과 연루된 범죄자들이었기에 그렇게까지 죄책감을 느끼진 않았다.

하지만 작은 손짓 하나에 먼지를 쓸어내리듯 수백 명이 죽어나가고 건물이 무너지니 이곳이 환락가가 아니라 현실이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절로 오싹해졌다.

‘S급이 저 정도면 십악…… 그리고 그보다 위인 완등자들은 도대체 어느 정도지?’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해 온 힘의 규모. 바깥세상이 얼마나 위태롭게 유지되고 있었는지 레아가 깨닫게 된 그때.

따악!

이세훈이 옆에서 손가락을 튕기며 시선을 끌어냈다.

“딴 생각하지 말고 집중해. 잘못하면 인형사가 정신 차릴 수도 있으니까.”

“아, 미안. 집중할게.”

이세훈의 주의에 레아가 정신을 차리며 스피어의 제어에 집중했고, 다섯 개의 궤도가 다시 세차게 회전하며 인형사의 감정을 더욱더 증폭시켰다.

콰가가강!

거기에 호응하듯 한층 더 격렬해진 인형들의 공세. 그 모습에 레아가 숨을 고르며 자신의 유도에 따라 폭주하는 인형사를 바라보았다.

콰아아앙!

네 개의 인형을 조종하며 환락가를 파괴하는 괴물.

가슴에 압그룬트가 박힌 채 곳곳이 부서진 모습만 보면 나약해 보였지만, 그 앞에 펼쳐진 풍경은 자신이 봐온 그 누구보다도 강력했다.

굳은 표정으로 그 과정을 살피던 레아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냥 이대로 끝나는 거 아냐?”

처음에는 분신이기도 하고 환락가 내부에서 싸우는 것이기에 불리하게 작용할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다르게 몽환마 쪽이 손도 못 쓰고 당하고 있다.

안개로 변하거나 나비를 일으켜 소극적으로 방어하는 몽환마의 모습에 레아가 묘하게 보고 있을 때.

“아니.”

그 광경을 내려다보던 이세훈이 담담히 이야기했다.

“곧 뒤집어질 거야.”

오른쪽의 보라색 눈을 반짝이는 이세훈. 그 확신이 담긴 목소리에 레아가 의아해하며 다시금 환락가를 본 순간.

사르륵

17구역을 집어삼키던 검은 안개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방금까지의 치열한 전투가 모두 꿈처럼 느껴지는 급격한 변화.

그리고 가장 놀라운 것은 파괴당했던 도심이었다.

쿠르르릉─!

처참하게 파괴된 건물들이 보랏빛 안개로 자욱하게 뒤덮였고, 잠시 후 본래의 휘황찬란하던 모습 그대로 복원된다.

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마천루에 둘러싸이게 된 인형사와 싱글넘버들. 그리고 한 건물의 옥상 위로 보랏빛 안개가 뭉치며 몽환마로 변했다.

“하아…… 정말 제대로 당하셨네요.”

인형사를 내려다본 몽환마가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에는 적의 술수를 파훼해서 원만하게 끝내보려고 했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적의 준비가 철저한 것도 있지만 인형사가 모든 인형 안에 몽환의 마력에 저항하는 부품을 추가해뒀기 때문이다.

“혹시 적에게 조종당하는 척하면서 견제하시는 건가요?”

“개소리 집어치워. 시작한 건 너잖아.”

적의를 넘어 이제는 살의까지 느껴지는 시선. 그 모습에 몽환마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네요. 이번은 당신의 부주의니까 추후 반론은 듣지 않겠어요.”

“헛소리 말고 당장 내 딸…….”

인형사가 뭐라고 말하려던 찰나. 순식간에 눈앞의 풍경이 뒤집어졌다.

하늘 위에 펼쳐진 거대한 도시.

처음에는 목이 잘리면서 시야가 반전된 것인가 했지만, 정말로 환락가 전체가 거꾸로 반전된 것이었다.

몽환술夢幻術 몽환무해夢幻霧海

도심이 뒤집어지고 그 위를 둘러싼 보랏빛 안개가 거대한 바다가 되어 펼쳐진다.

그 위로 떨어지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에 인형사는 재빠르게 측면에 선 정장을 입은 노인, 일레븐을 조종했다.

후웅!

일레븐이 지닌 공간능력에 의해 다섯 인형들이 도심의 한 건물 안으로 이동되었고, 인형사는 재빠르게 자신의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쑤셔 넣어 휘저었다.

끼릭!

사고에 한 부분을 조절한 순간. 아래로 끌어당겨지는 듯한 흡인력이 단숨에 줄어들었다.

몽환의 마력은 결국 대상의 사고와 심상을 흔들어서 작용하는 힘. 환락가 내부라도 그것을 조절할 수만 있다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에이트!”

인형사의 지시에 에이트가 자신의 머리칼을 주변 인형들에게 박아넣자 몸 곳곳에 검은색으로 빛나는 인장이 생겨났다.

대상을 한 장소에 묶어버리는 지박地縛의 저주.

살아 있는 생명체는 호흡을 비롯한 사소한 움직임에도 제약이 걸리지만, 인형은 주변 환경과 동화해 방금과 같은 환경 변화를 무시할 수 있었다.

‘우선 이 상태로 공간이동을 하면서 시간을 번 다음 쓰리에게 물리고정 마법을 준비시키면…….’

인형사가 재빠르게 다음 수를 준비하던 그때. 무언가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다른 구역이 어디 갔지?’

옆 구역과 인접한 빌딩이기에 다른 구역이 보여야 했는데 도심의 풍경은커녕 보랏빛 안개와 푸른색의 거대한 기둥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딘가 기괴한 풍경에 인형사의 사고가 잠시 멈칫하던 그때. 건물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풍경이 변했다.

“후후. 귀엽게 변하셨네요.”

자신들이 들어 있는 빌딩을 내려다보며 미소를 짓는 거대한 몽환마.

그제야 창밖으로 보이던 푸른색 기둥이 그녀의 손가락임을 깨닫고 인형사는 재빠르게 움직였다.

투웅!

쓰리의 마법과 에이트의 저주, 거기에 일레븐의 공간이동이 다섯 인형들을 후려치다시피 바깥으로 튕겨낸다.

콰아앙!!

이동 과정의 충돌에 바닥을 나뒹구는 다섯 인형들.

손에 쥐어진 빌딩을 내려다보던 몽환마는 생각보다 빠르게 빠져나온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저랑 싸우는데 주변 공간에 동화하시길래 완전히 멍청해지신 건가 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던 모양이네요. 아쉬워라.”

스스스─

몽환마의 손에 쥐어진 빌딩이 안개로 변해 흩어지고, 뒤편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복원된다.

간단히 환락가를 복원해낸 몽환마가 춤을 권유하듯 인형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자. 다시 시작해 볼까요?”

“큭……!”

두 십악이 다시금 격돌하고 환락가 전역의 물리법칙이 왜곡되며 기괴하게 변형되어 간다.

단순히 공간을 제어하는 것을 넘어서 환락가라는 ‘꿈’을 자신의 마음대로 조종하는 몽환마.

그 모습을 본 레아가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저걸…… 죽인다고……?”

환락가 안에 있는 몽환마는 완등자조차 죽일 수 없다.

세간에 흔히 떠도는 말이었기에 레아 역시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이만큼 차원이 다른 규모로 펼쳐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신이라는 존재가 실존한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레아가 완전히 압도되어 몽환마를 보고 있을 때.

“……됐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세훈이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자, 잠깐…… 지금 저기에 끼어들려고?”

“그래야지. 본래 그런 계획이었으니까. 지금부턴 챙겨주기 힘드니까 밖으로 보내줄게. 혹시 모르니까 내가 말한 장소로 바로 달려가. 알겠지?”

“…….”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이세훈의 모습에 레아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인형사의 거점에 들어갈 때도 어떻게든 해낼 거라고 믿었지만, 지금만큼은 그럴 수가 없었다.

‘불가능해.’

완등자, 아니, 설령 그들이라 해도 저 괴물을 이곳에서 확실하게 죽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자신이 돕지도, 그렇다고 붙잡지도 못하는 무력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 레아가 주먹을 꽉 움켜쥐던 그때.

“괜찮아.”

레아의 어깨를 토닥인 이세훈이 담담히 이야기했다.

“맡은 일을 다했으면 그걸로 된 거야. 나도 양심이 있지 이런 상황에서 더 못한다고 나무라진 않아.”

정말 괜찮다는 듯이 여유롭게 대답하는 이세훈. 그 모습에 레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리고 빈말이 아니라 진짜 걱정할 필요 없어.”

한창 싸우는 몽환마를 바라본 이세훈이 담담히 이야기했다.

“그래 봤자 꿈이니까.”

* * *

투두두!

다섯 인형들 머리 위로 떨어지는 소나기.

겉보기에는 얇은 빗방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한 방울 한 방울에 거대한 빌딩의 질량이 압축되어 있었다.

현실이 아닌 꿈이기에 만들어낼 수 있는 공격. 그 물리력만 해도 어지간한 S급 영웅들은 견뎌내기 힘들었지만 인형사는 달랐다.

콰과가강!

쏟아지는 빗방울을 모조리 쳐내거나 사방으로 흘려내고 사이사이에 터지는 가상의 블랙홀은 저주를 이용해 붕괴시켜 버린다.

악착같이 버텨내는 인형사의 모습에 보라색의 고풍스러운 우산을 쓴 몽환마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부품 때문이라 그런가…… 생각보다 효과가 약해.’

거기에 주기적으로 자아와 심상을 조절해서 계속해서 효과가 반감된다. 마치 자신과의 싸움을 상정하고 있었던 것 같은 모습에 몽환마가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피곤한 사람들이라니까.’

어째서 이렇게까지 단합이 되지 않는 걸까.

물론 몽환마 역시 십악에 소속된 이들을 온전히 믿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까지 적대감을 드러내는 수준은 아니었다.

‘하아…… 어쩔 수 없겠지.’

서글프지만 자신들, 마인의 근원을 생각해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자신만의 욕심은 있으니까.

작은 불만을 접어둔 몽환마는 인형사를 잠시 놔두고 주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직도 보이지 않네.’

누군가 숨어들어 인형사를 저렇게 만들었는데 아무리 살펴봐도 흔적이라고 할 만한 것이 보이지 않는다.

유일한 단서라면 인형사의 공방에서 느껴졌던 자신의 힘.

그 사실에 몽환마의 머릿속으로 여러 가능성이 떠올랐다.

‘그 사람일까?’

자신의 눈을 가지고 있을 테니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몽환마는 금방 그 가능성을 부정했다.

정확히는 그 사람, 이세훈이 그렇게까지 미련한 사람이 아니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 꿈 속에서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상대이기에.

‘……일단 마무리부터 해야겠네.’

좀 더 살펴볼까 했지만 이전의 부상 때문인지 슬슬 제어가 버거워지려고 했다. 다른 때라면 모를까 지금은 준비 중인 일들도 많으니 환락가의 관리에 신중해야 한다.

그렇게 몽환마가 인형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막 움직이려던 그 순간.

쿠르릉─

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불길한 소리.

자신이 만들어내지 않은, 절대로 나서는 안 될 소리에 몽환마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건…….”

자신의 환락가에, 그 거대한 심상의 안쪽에 무언가 이질적인 것이 느껴진다.

언제부터 뿌리를 내렸는지 알 수 없을 만큼 거대하고 또렷한 심상. 그 이해할 수 없는 감각에 몽환마가 오싹함을 느끼며 움직이려던 그때.

“……!”

몽환마가 무언가 느끼며 고개를 돌렸고, 반대편 빌딩 옥상에 한 청년이 서 있는 걸 봤다.

자신과 똑같은 보라색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사나운 인상의 청년. 절대로 볼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그 모습에 몽환마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일어날 시간이야.”

청년, 이세훈이 몽환규도를 꺼내 자신의 명치를 찔렀다.

푸욱!

아무런 상처도 없는 일격.

하지만 회귀 전의 최후와 똑같은 그 행동이 이세훈의 머릿속으로 수많은 상념을 스쳐 지나가게 만든다.

우우웅!

그리고 그 수많은 상념이 심상저장기를 통해 환락가 곳곳에 뿌리내린 이세훈의 심상에도 퍼져 나갔고.

[깨어나는 꿈이 발동되었습니다.]

파캉─

환락가에 거대한 균열이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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