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228화
터키의 최고급 호텔 최상층.
가문의 일을 처리하고 환락가로 돌아갈 준비를 하던 아미르는 옷을 갈아입다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겉보기에는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편안한 모습.
하지만 동천안으로 보이는 감정의 하늘은 언제 태풍이 몰아칠지 모르는 것처럼 먹구름이 가득 끼여 있었다.
‘긴장한 건가…….’
지난 수십 년간 매일같이 기다려왔던 그날. 환락가를 무너뜨리고 몽환마를 죽일 순간이 다가왔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믿기지 않는 그 상황에 아미르는 잠시 동안 거울을 빤히 바라보다가 자신의 볼을 잡아당겼다.
꽈아악─
“……아프군.”
강철을 쥐어뜯고도 남을 정도로 힘껏 잡아당겼던 아미르는 살짝 빨갛게 변한 자신의 볼을 바라보았다.
예전 같았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멍청하기 그지없는 행동.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라도 이 순간이 현실이라는 것을 계속 되새겨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의심이 드니까.’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기회가 단 한 사람에 의해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그 사실에 아미르는 오늘이 될 때까지도 좀처럼 믿지 못했다.
완등자도 아니고 S급 영웅조차 아닌, 바벨에 입학한 지 반 년밖에 안 된 청년이 환락가를 무너뜨리고 몽환마를 죽이겠다니.
도대체 누가 이 꿈 같은 이야기를 믿겠단 말인가.
‘어쩌면…… 몽환마의 계략에 빠진 걸지도 모르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제압당해 어떤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는지 몽환마에게 낱낱이 보여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눈앞의 현실을 현실이라 믿을 수 없게 만드는 힘.
그것이 몽환마의 두려움이었고, 아미르로 하여금 미약한 의심을 버릴 수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동천안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이렇게 흔들린다면…… 이세훈 그자는 도대체 어떻게 지내는 걸까.’
몽환마는 이세훈이 자신과 닮은 존재라고 말했었다.
눈앞의 현실을 꿈이라고 믿고 있는 미쳐 버린 존재.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무엇이 이세훈으로 하여금 저렇게 필사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걸까.
이전부터 품어온 그 의문에 아미르는 문득 이틀 전에 마지막으로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무조건 구할 수 있다고는 못 해. 그러니까 하다못해 후회가 남지 않도록 준비해.’
실패를 염두에 둔 이야기. 그때는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고만 생각했지만, 지금은 후자에 더욱 신경이 쓰였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눈앞의 현실이 설령 꿈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신념 아래에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한다.
어쩌면 그것이 비슷한 상태임에도 이세훈과 몽환마를 구분 짓게 만드는 이유일지도 모르리라.
‘……그래. 그거면 되겠지.’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든 훗날 후회하지 않도록 자신이 준비해온 모든 것을 사용한다. 그렇게 다짐한 아미르가 잠시 눈을 감고 숨을 골랐다가 천천히 거울을 바라보았다.
스스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감정의 하늘에 희미하게 빛이 일렁인다. 그 모습을 본 아미르가 두 눈을 빛내며 환락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 * *
[대상 ‘아미르 싱’의 인연레벨이 Lv.3로 상승합니다]
[인연레벨이 상승함에 따라 관계가 심화됩니다.]
[관계 : 경계警戒]
동전의 앞면과 뒷면은 누가 정하느냐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으며 그것은 선악의 기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 모호한 기준 속에서 방향을 잃게 된다면 끝없이 헤매겠지만 자신만의 기준을 세울 수 있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경계를 허물고 두 사람이 같은 방향을 향하게 된다면 그땐 새로운 관계로 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상의 경계가 누그러질 때마다 인연석이 생성됩니다.
*대상의 경계가 누그러짐에 따라 인연석의 숙성속도가 증가합니다.
*대상과 기준이 일치해있을 때 인연석의 심상발현 확률을 증가시킵니다.
*현재 생성된 인연석 : 1개.
눈앞에 연달아 떠오른 알림창.
도심 외곽의 어두운 골목길에 서 있던 이세훈은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다 이내 피식 웃었다.
‘그래. 아직 양심은 남아 있었구나.’
본인을 위해서 본 적도 없는 사촌형을 몽환마의 뱃속에서 꺼내주겠다고 했는데 인연레벨이 올라야 맞지 않겠는가.
자신이 은혜도 모르는 검은머리의 짐승을 돕기 위해서 생고생을 하는 게 아닐까 후회하려던 이세훈은 그제야 마음이 풀렸다.
‘근데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경계심이 남아 있는 건가…… 조금 괘씸하긴 하지만 또 어쩔 수 없긴 하네.’
다른 것도 아니고 본인의 평생 숙원이나 다름없는 일.
아미르의 성격이나 과거를 생각해 보면 완전히 해결되기 전까지는 좀처럼 마음을 놓기가 힘들리라.
‘반대로 해결된다면 크게 한 걸음 나아갈 수도 있겠지.’
사촌 형인 자예드 싱을 구하고 가문의 원수인 몽환마를 죽이는 데 성공한다면 아미르의 인연레벨이 4레벨로 단숨에 오를지도 모른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미래에 이세훈이 잠시 고민하던 그때.
“후우…… 후우…….”
옆에서 들려오는 긴장된 숨소리. 그에 고개를 돌리자 사복 위에 백의를 걸친 레아가 심호흡하고 있었다.
“긴장돼?”
“…….”
태평하기 그지없는 이세훈의 목소리에 심호흡을 하며 가슴을 진정시키던 레아가 이세훈을 힐끗 보았다.
“당연히 긴장되지. 오히려 이 상황에 긴장 안 하는 게 이상한 거 아니야?”
지금부터 몽환마의 영토인 환락가에, 그것도 인형사를 만나기 위해서 찾아간다.
심지어 그 목적이 몽환마를 죽이기 위해 인형사를 이용하러 가는 것이니 긴장하지 않는 게 더 이상했다.
“흠…… 그것도 그러네.”
그런 레아의 반응에 이세훈은 수긍하면서도 여전히 긴장감은 생기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회귀 전에 만마전과 싸우던 나날을 떠올려보면 상황이 그렇게 나쁘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는 최선이 아니라 최악의 경우만 피하면서 싸웠으니까 말이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보다는 적을 반드시 죽이겠다고 복수심에 발버둥 치듯이 살아갔던 나날들. 그때와 비교한다면 지금은 충분히 ‘최선’의 상황이라 볼 수 있었다.
‘뭐, 그래도 너무 자만하는 것도 좋진 않겠지.’
할 수 있는 준비를 다했다고 해도 실전에서 멍청하게 대응해 버리면 모두 헛수고가 되는 것이다.
앞으로 시작될 만마전과의 전쟁에 첫 시작점. 이번 작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긴 이세훈은 계속 심호흡하는 레아를 바라보았다.
“이제 슬슬 출발하면 될 것 같은데. 어때?”
이세훈의 물음에 레아가 마지막으로 숨을 고른 다음 차분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인형사의 거점을 다녀온 이후로 크게 변한 레아.
나름의 각오가 담긴 그 모습에 이세훈이 모든 준비가 갖춰졌음을 확인하며 아공간 포켓에서 보석함을 꺼냈다.
딸깍
보석함의 뚜껑을 연 이세훈은 검은 선이 그어져 있는 보라색 보석, 몽환마의 눈을 바라보았다.
이전에 특별시험 때 확보한 물건. 그때는 이걸 어떤 식으로 써먹을지 고민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하나도 손대지 않았다.
지금 상태로는 다루기 힘든 소재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지금 이 상태로도 충분히 ‘가공’된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시작해 볼까.’
자신의 몸을 살핀 이세훈은 보석함 안에 든 몽환마의 눈을 꺼낸 다음 오른쪽 눈을 천천히 감았다.
그리고 몽환마의 눈을 자신의 오른쪽 눈꺼풀을 향해 가져다대며 지그시 눌렀고.
‘몽환안.’
보랏빛의 마력이 눈꺼풀 위로 은은하게 솟아올랐다
꾸욱─
“오…… 오오…….”
눈꺼풀을 통과해 안쪽으로 천천히 파고드는 몽환마의 눈. 곁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던 레아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했다.
이전에 이세훈의 명치 깊숙이 팔을 집어넣던 때가 떠오르는 모습. 그렇게 기괴한 감탄사를 들으면서 이세훈이 몽환마의 눈을 완전히 집어넣었다.
우우웅
오른쪽 눈에서 느껴지는 희미한 이질감.
완벽하게 덧씌워진 몽환마의 눈에 이세훈은 눈을 뜨기 위해 오른쪽 눈꺼풀을 움직여보았다.
‘음. 역시 안 움직이는구만.’
위르겐이 몽환마의 눈에 걸어둔 봉인이 같이 적용되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자처해서 오른쪽 눈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당연하게도 해결책이 있었다.
‘명안은 아직 못 쓰지만…… 비슷하게는 쓸 수 있지.’
키잉!
경계의 권능이 오른쪽 눈에 집중되었고 몽환마의 눈에 새겨진 봉인이 거기에 호응하여 반응한다.
눈꺼풀 위로 새겨지는 희미한 선. 오른쪽 눈이 자신의 제어 하에 들어온 것을 느낀 이세훈이 경계의 권능을 제어하여 천천히 눈을 떴다.
스스스
보랏빛으로 요사스럽게 빛나는 오른쪽 눈동자.
그 모습을 옆에서 바라본 레아는 방금까지 감탄하던 것도 잊은 채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건…….’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은 분명히 이세훈이었지만, 마치 다른 존재가 서 있는 것 같은 이질감이 느껴진다.
이대로 눈을 감아버리면 이세훈이 아니라 저 존재감의 주인, 몽환마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것만 같은 감각.
그 형용할 수 없는 감각에 레아가 바짝 긴장한 채로 보고 있을 때.
“흐음…….”
오른쪽 눈을 몇 차례 깜빡이던 이세훈이 손바닥으로 자신의 눈가를 퍽퍽 때렸다.
휘릭
“살짝 느린 거 같은데…….”
왼쪽 눈보다 느릿하게 움직이는 오른쪽 눈에 이세훈이 다시 한 번 눈가를 퍽퍽 치면서 오차를 잡았다.
그리고 시선이 완전히 바로잡힌 뒤. 멍하게 쳐다보고 있는 레아를 바라보았다.
“어때. 괜찮아 보이지?”
보란 듯이 눈을 빙글빙글 돌려 보이는 이세훈.
기껏 만들어진 요사스럽고 신비한 분위기를 모조리 깨버리는 그 모습에 레아가 어이없는 표정을 바라보다 씩 웃었다.
“괜찮네. 후배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눈앞의 후배만큼 엄청난 대장장이가 재료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할 리가 없다.
안심한 레아의 모습에 이세훈도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바로 시작해.”
이세훈의 신호에 레아는 곧장 품속에서 보라색 카드를 꺼냈다. 일전에 인형사에게 받았던 환락가의 초대권.
그것을 골목길의 허름한 벽면을 향해 가져다댄 레아는 곧장 마력을 불어넣어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찰칵─!
초대권이 보랏빛으로 빛나며 벽면 깊숙이 파고들었고, 무언가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벽면에 숨겨져 있던 환락가의 입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우우웅
보랏빛 마력이 뭉쳐 만들어진 흐릿한 문.
그 손잡이를 움켜잡은 레아는 이세훈과 한 번 눈을 마주친 다음 곧장 잡아당겼다.
화악!
그 순간 문안에서 터져 나온 몽환의 마력이 레아의 전신을 휘감으며 빨아들이려했고, 이세훈은 재빠르게 그 사이로 파고들었다.
본래라면 초대권을 받은 레아를 제외하고는 모조리 휩쓸어 버렸을 몽환의 마력.
하지만 그 곁에 선 이세훈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이세훈은 이 환락가의 ‘주인’과 동일하게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르륵
두 사람의 몸이 녹아내리듯이 문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고, 몽환의 마력이 사라짐과 동시에 주변의 풍경이 변했다.
벽면에 무분별하게 붙어 있는 네온사인 간판들과 하늘을 가린 보랏빛 안개.
그 퇴폐적인 거리의 위로 인간과 마인이 서로를 적대하지 않고 걸어 다닌다.
‘여기가…… 환락가…….’
쾌락과 폭력이 자유롭게 넘쳐나는 음지의 중심지.
범죄자와 마인들만이 오가는 그 도시의 모습에 레아가 놀란 눈으로 바라보다가 자연스레 옆을 바라보았다.
‘벌써 사라졌네.’
흔적도 없이 사라진 이세훈. 하지만 레아는 거기에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가면 몽환마와 인형사에게 감지되지 않도록 숨어 있겠다고 미리 말했었기 때문이다.
‘안 보이지만 곁에 있어. 괜찮아.’
가볍게 심호흡한 레아가 초대권과 함께 받았던 지도를 꺼내들며 골목길 밖으로 걸어 나갔다.
길목으로 나오기 무섭게 쏟아지는 시선들.
백의를 걸친 모습이 눈에 띄어서 그런 것도 있었고, 정체를 알아차려서 그런 것도 있었다.
“저거. 바벨에 수석? 뭐 그런 거 아니었나.”
“그런 놈이 여기는 왜 왔대.”
“얼마나 하는지 봐봐.”
사람이 아니라 사냥감을 바라보는 듯한 시선들. 절로 소름이 돋는 그 시선들에 레아가 눈매를 찌푸리면서도 지도를 보며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대로에서 약간 벗어나 다시 좁은 골목길의 안으로 들어선 순간.
티잉!
등을 노리고 쏘아진 탄환이 백의에 튕겨져 벽에 박혔다.
“…….”
옆에 박힌 탄환에 레아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있을 때. 앞뒤로 기다렸다는 듯이 네 명의 인영이 나타났다.
마인 세 명과 인간 한 명.
그중에 탄환을 쏜 것으로 보이는 스킨헤드가 뒤통수를 긁적였다.
“뭐야. 그냥 옷이 아니었네.”
“등신 새끼…… 저리 비켜.”
스킨헤드를 옆으로 쳐낸 마인이 앞으로 걸어와 몬스터처럼 변이된 눈으로 바라보았다.
“뭐였더라. 레아 글로델이었나? 클로데?”
“…….”
“잘 모르겠고 아무튼 찾는 물건 있으면 우리랑 같이 가지. 좋은 물건들이 많거든.”
놀리듯이 이야기하는 마인. 만약 전투학과인 아칼쿠프 소속이었다면 이것보다 경계했겠지만 상대는 기술직인 보르시파 소속.
무슨 장비를 두르고 있을지는 몰라도 실전 경험도 없는 샌님 정도는 얼마든지 제압할 자신이 있었다.
“흠.”
그런 마인의 물음에 레아가 주변을 둘러보았고, 이내 한숨을 내쉬며 손가락을 튕겼다.
티잉─
머리에 꽂힌 비녀 중 하나가 희미하게 떨렸고 땋은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숨겨져 있던 얇은 바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심상치 않은 모습에 네 명이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움직이려던 순간.
푸욱!
폭발하듯이 터져 나온 바늘들에 세 마인이 벌집이 되어 바닥에 쓰러졌다.
‘무슨……!’
내구도에 자신이 없어 바닥을 박차고 뛰어올랐던 스킨헤드는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광경에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쑤시개보다 얇은 바늘에 꿰뚫렸는데 어떻게 상처 자국은 그 수십 배는 족히 된단 말인가.
‘젠장. 그냥 샌님이 아니었잖아!’
마인들의 몸이 저렇게 쉽게 꿰뚫린다면 자신이 어떻게 될지는 뻔하다. 빠르게 판단을 내린 스킨헤드는 곧장 마력을 끌어올리며 골목길의 벽을 박찼다.
‘일단 죽인 다음에 생각한다!’
바늘은 주변에 박혀 있으니 방금 같은 공격을 또 할 수는 없을 터. 그 틈을 노리기로 한 스킨헤드가 레아의 머리 위로 검을 휘둘렀고.
끼긱─
검날이 정수리 위에서 거짓말처럼 멈춰 섰다.
“……어?”
또 이상한 물건을 꺼낸 건가 싶었지만 아무리 봐도 그런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이게 어떻게 된 건가 싶어 스킨헤드가 의아해하던 그때.
끼기긱
어디선가 들려오는 삐걱거리는 소리.
녹슨 기계를 강제로 움직이는 것 같은 기괴한 소리. 그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에 스킨헤드가 의아애하고 있을 때.
문득 한 가지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왜 아직도 공중에 있는 거지?’
공격이 막혔으면 아래로 떨어져야 하는 거 아닌가?
그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스킨헤드가 다시금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고.
끼기긱─
돌아가선 안 되는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는 자신의 몸이 보였다.
“잠…….”
우드득!
전신의 관절이 반대로 꺾이는 섬뜩한 소리.
온몸이 꺾인 채로 허공에 기괴하게 박제되어 버린 스킨헤드의 모습에 레아가 눈매를 찌푸리며 바라보았다.
‘악취미네…….’
자신에게도 경고하기 위해서일까. 그 잔혹한 광경에 레아가 굳은 표정으로 보고 있을 때.
저벅저벅
골목길에 울려 퍼지는 발소리.
입구에서부터 찬찬히 걸어오는 한 여인의 모습에 레아가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
허공에 박제된 스킨헤드의 아래를 지나 바로 앞에 선 여인.
온몸에 문신이 가득하여 퇴폐적인 분위기를 풍겼는데 처음 보는 모습인데도 불구하고 익숙하게 느껴졌다.
‘부족했어.’
피투성이인 채로 자신을 바라보았던 그 눈빛.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그 시선에 레아가 혐오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고.
“어서 오렴. 레아.”
인형사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딸을 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