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223화
하백연과 만난 뒤 바벨로 돌아온 이세훈은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처음으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여명』한테 연락이 올 때마다 밖으로 나가서 환락가에 납품할 심상저장기에 작업을 하고, 남는 시간에는 완등자들의 권능을 연구한다.
그렇게 별다른 일없이 비슷한 하루를 보내다보니 어느새 일주일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으음…… 이 정도면 슬슬 준비는 거의 다됐을 거 같은데.’
며칠 전에 연락 온 아미르의 말에 따르면 환락가 곳곳에서 자신이 말한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한 상황.
이제 마지막 준비만 끝낸다면 언제든지 환락가를 공략할 수 있는 상태였다.
‘문제는 마지막 준비를 언제쯤 하냐는 건데…….’
아침으로 사다놓은 샌드위치를 대충 먹으며 이세훈이 고민에 잠겨 있던 그때.
쾅쾅쾅! 딩동딩동!
현관에서 들리는 요란한 소리.
그에 흑무사를 날려 인터폰을 눌러보자 현관문에 얼굴을 박은 채 축 늘어져 있는 레아의 모습이 보였다.
“딱 적절하게 왔구만.”
피식 웃은 이세훈이 흑무사로 버튼을 눌러 현관문을 열어주었고, 잠시 후 레아가 발을 질질 끌며 나타났다.
“으그으윽…….”
기괴한 소리를 내며 주방의 탁자 앞에 어정쩡하게 선 레아. 원래 퀭하던 눈가가 완전히 시커멓게 죽었고 눈동자는 아예 초점이 반쯤 풀려 있었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에 이세훈이 신기한 표정으로 물었다.
“얼마나 안 잔 거야?”
“아마…… 나흘 정도……?”
기억도 오락가락한지 긴가민가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레아. 그 안쓰러운 모습에 이세훈이 쓴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커피라도 줄까?”
“괜찮아…… 지금 먹으면 오히려 졸려.”
“그래? 그럼 뭐 일단 앉아서…….”
“아니.”
손을 흐느적거리며 뻗은 레아가 비장한 얼굴로 이야기했다.
“지금은 어디 앉기만 해도 잠들 거야. 완성품만 보여주고 바로 갈게.”
한숨 자고 와도 됐을 텐데 이렇게 바로 온 걸 보면 어지간히도 빨리 완성품을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쓸데없이 비장한 레아의 모습에 이세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해.”
“후우…….”
잠시 숨을 고른 레아가 곧장 아공간 포켓에서 인챈트를 완료한 묵주환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렸다.
우우웅─
한군데 놓이자 서로 공명하기 시작한 묵주환.
보통 뒤늦게 인챈트를 추가하면 공명 현상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레아가 인챈트한 묵주환은 이전보다 더욱 선명하게 반응했다.
‘완벽하게 똑같은 인챈트를 했다는 뜻이지.’
처음 봤을 때보다 훨씬 안정된 실력. 그 모습에 이세훈이 만족스럽게 바라보며 묵주환을 손목과 발목에 착용했다.
‘흐음. 이제 이 정도로는 기별도 안 가네.’
과거에는 착용하기만 해도 힘이 쭉쭉 빠졌는데 이제는 신체 능력이 높아져서 아무렇지도 않았다.
가볍게 몸을 털어낸 이세훈은 비틀거리며 서 있는 레아를 바라보았다.
“이제 압그룬트를 부르면 되는 거지?”
“맞아…… 그러면 인챈트가 활성화될 거야.”
레아의 대답에 이세훈은 곧장 경계 너머에 있는 압그룬트를 바깥으로 불러냈다.
키이잉
압그룬트가 현실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 묵주환의 표면에 별자리처럼 새겨져 있는 인챈트들이 일제히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두 무구 사이에 형성되는 무형의 연결고리.
그것이 완성되자 압그룬트에 저장된 명계의 마력이 자연스럽게 이세훈의 몸에 깃들었다.
“오…….”
경계의 권능으로 이끌어내는 것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명계의 마력. 그 모습에 이세훈이 신기해하자 레아가 눈을 비비적거리며 설명했다.
“내가 보니까 명계의 힘이라는 게 아무리 잘 다뤄도 살아 있는 사람이 다루면 하자가 생기는 것 같더라고. 약간 극복할 수 없는 상성이라고 해야 되나? 그런 게 있어 보였어.”
“확실히 그런 면도 없잖아 있지.”
경계의 권능을 수련하면서 명계의 마력을 끌어다 쓰는 것도 익숙해지긴 했지만, 그 힘을 온전히 다룬다고 표현하기에는 조금 부족함이 있었다.
간단히 비유하자면 컵을 놔두고 얇은 접시에 물을 부어서 마시는 듯한 이질감.
그런데 지금은 그런 거슬리는 부분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묵주환을 매개체로 힘을 다룰 수 있게 인챈트를 짜봤어. 쉽게 말하자면 명계의 마력과 후배의 육체를 동시에 속이는 듯한 느낌.”
“속이는 느낌이라…….”
레아의 설명에 이세훈이 명계의 마력을 끌어올렸다.
스스스
손끝에 맺혀 있던 어둠이 자연스럽게 허공에 솟구쳐 올라 도끼와 창, 단검의 형태로 연이어 변한다.
이전보다 훨씬 섬세한 움직임. 그 상태를 살피던 이세훈이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이 상태라면…….’
그동안 연구해 온 경계의 권능을 떠올린 이세훈은 곧장 명계의 마력을 한 점에 압축시켰다.
“뭐해?”
“쉿.”
레아를 조용히 시킨 이세훈은 손바닥 위에 압축된 명계의 마력에 정신을 집중했다.
우우웅
한 점으로 압축되었던 명계의 마력이 양쪽으로 쭉 늘어지더니 이내 허공에 그어진 가느다란 선으로 변한다.
그 선을 명계와 연결시킨 이세훈은 천천히 그 틈새를 위아래로 벌렸다.
스스스
한 줄기의 선이 위아래로 갈라지며 그 사이로 검은 어둠이 공허한 눈동자처럼 자리 잡는다.
불명자 위르겐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사령마법 ‘명안’.
그 기술이 불완전하게나마 이세훈의 손바닥 위로 펼쳐지던 그 순간.
휘릭─
명안의 눈동자가 이세훈을 노려보았다.
파앙!
반사적으로 움켜쥔 손. 자신도 모르게 명안을 해제한 이세훈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방금 그건…….’
위르겐의 명안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다른 감각.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그 반응에 이세훈이 움켜쥐었던 손을 천천히 펼쳐 보았다.
손바닥에 문신처럼 남아 있는 검은 얼룩. 그것이 명계에 침식당한 흔적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이세훈이 두 눈을 가늘게 떴다.
‘그래…… 우습게보지 말라 이거구만.’
요 근래 이래저래 쉽게 깨달아서 의외로 괜찮은 게 아닌가 싶었지만, 역시 완등자들의 권능은 만만하게 다룰 수 있는 재료가 아니다.
다음에는 더욱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이세훈이 경계의 권능을 사용해 침식된 부위를 없애고 있을 때.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레아가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인 데다 철야 때문에 머리가 안 돌아가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그 모습에 이세훈이 침식된 것을 모두 없앤 다음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냥 실험 좀 해본 거야. 아무튼 잘 만들어졌네. 기대 이상이야.”
“정말?”
“내가 이런 걸로 거짓말하겠어?”
이세훈의 대답에 레아의 두 눈에 초점이 돌아오더니 기운차게 물었다.
“그럼 몇 점인데?”
“음?”
“예전에는 80점이었잖아. 이번에는 몇 점이냐고.”
과거 몽환규도를 만들었을 때 자신이 줬던 점수. 그때를 떠올린 이세훈이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90점이겠네.”
부족한 점이 없지는 않지만 인챈트 구성이 뛰어나고 완성도도 높아 나쁘지 않다.
얼마든지 협업을 해도 모자라지 않은 수준.
그런 이세훈의 평가에 레아가 기쁜 듯 화난 듯 눈매를 꿈틀거리더니 이내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95점은 될 줄 알았…….”
눈동자의 초점이 나가면서 곧장 앞으로 쓰러지는 레아. 탁자 위로 쓰러지기 전에 잡아챈 이세훈은 몸 상태를 살폈다.
“완전히 뻗었구만…….”
체력과 정신력은 물론이고 마력까지 텅텅 비어서 완전히 탈진 상태였다. 이 상태로 용케 여기까지 찾아왔다 싶어진 이세훈이 쓴웃음을 지으며 레아를 안아들었다.
“보자…….”
소파로 갈까 싶었던 이세훈은 생각을 바꿔 침실로 향했다.
스르륵
흑무사로 요령 좋게 흰색 가운과 머리의 장신구들을 빼내고 침대의 이불을 옆으로 젖혀 자리를 만들었다.
그 위에 레아를 조심스레 눕힌 이세훈은 그대로 목의 대동맥에 손가락을 가져다댔다.
두근─
“으음…….”
혈류를 조작해 레아의 회복 속도를 높여둔 이세훈은 이불까지 덮어준 다음 침실 밖으로 나왔다.
‘한두 시간 뒤에는 기운이 나겠지.’
잠깐만 재워두기로 한 이세훈은 거실의 소파에 앉으면서 부엌에 있던 압그룬트를 눈앞으로 불러냈다.
‘스피어랑 호환은 문제없을 테고…… 남은 건 하나구만.’
문제는 그 계획이 자신의 생각대로 잘 굴러갈 것인가.
잠시 고민하던 이세훈은 경계의 권능을 조정하여 침식된 마력회로를 복원했다.
[음? 오늘은 평소보다 좀 빨리 불렀네?]
깨어나자마자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신기해하는 탐구자.
말이 깨어났다지 매순간 죽었다가 다시 부활하는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탐구자는 그에 대해서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권능의 일부라서 그렇다기보다는 아마 원래 그런 성격이었을 가능성이 높겠지.’
하백연의 말대로 현실에서 만났다면 상당히 골치 아픈 사람이지 않았을까. 이세훈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탐구자가 묵주환을 발견하며 흥미를 드러냈다.
[오…… 꽤 재밌는 물건이네. 전에 말했던 레아라는 애가 만들어준 거야?]
“맞습니다.”
[대단한데. 인챈트 구조도 참신하고. 확실히 요즘 애들이 옛날보다 상향 평준화되긴 했어.]
젊은 목소리와 다르게 늙은이처럼 감탄하는 탐구자의 모습에 이세훈이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한 가지 의논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흠흠. 잠시 몸을 살펴보게 해주면 들어줄 수도…….]
우웅─
[농담! 농담이야!]
자아가 흩어지려고 하자 다급하게 외치는 탐구자. 그 모습에 이세훈이 경계의 권능을 제어하면서 눈을 찌푸렸다.
“매번 거절하는데 이제 좀 안 하면 안 됩니까?”
[오늘은 싫어도 다음 날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원래 이런 건 꾸준해야 빛을 보는 거야.]
의기양양하게 이야기하는 탐구자의 모습에 이세훈이 입꼬리를 비틀었다.
“그래서 하백연 어르신이 기절했을 때 동의서에 사인시키려고 하신 겁니까?”
[걔는 왜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가지고…… 그래서 무슨 이야기인데?]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리는 탐구자의 모습에 이세훈이 슬쩍 웃으며 물었다.
“인형사가 누군지 아십니까?”
[처음 듣지만 알고는 있지. 배교자 다음으로 십악에 들어간 녀석이잖아.]
전지의 권능은 이세훈이 알고 있는 완등자들의 권능 중에서도 상당히 독특한 편이었다.
기밀 자료나 비전 기술처럼 비밀스러운 정보까지는 모르지만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지식들은 지금 이순간에도 실시간으로 갱신되고 있는 것이다.
‘뭔가 기준이 있는 것 같은데 짐작이 안 간단 말이지.’
전지의 권능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을 알아내는 편이 좋았지만, 탐구자나 아카샤에게 물어봐도 모두 모른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생전의 기억이 온전치 않던 걸 보면 아마 탐구자가 죽으면서 전지의 권능에 영향을 끼친 것이 분명하리라.
[또 권능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어?]
그런 이세훈의 생각을 알아낸 탐구자가 히죽거리며 귓가에 속삭였다.
[너랑 내가 완전히 한 몸이 되면 그것도 알아낼 수 있을지 모르는데…… 알고 싶지 않아?]
지식에 대한 근원적인 욕망을 부추기는 탐구자.
본인의 마력처럼 강한 침식성을 가진 그 행동에 이세훈이 한숨을 내쉬며 대충 대답했다.
“생각은 해볼게요.”
[후후. 좋아. 그래서 인형사는 왜?]
무성의한 대답도 마음에 드는지 신나게 대답하는 탐구자에게 이세훈이 곧 준비할 계획에 대해서 설명했다.
[흐음…….]
그 내용에 탐구자가 한참 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천천히 답을 도출해냈다.
[가능할 것 같네. 적어도 내가 가진 정보와 네게 제공한 정보에 따르면 기술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어.]
“그럼 다행이네요.”
[다만 걱정되는 건 레아라는 애가 너한테 그만큼 보조를 맞출 수 있냐는 건데…… 괜찮겠어?]
재능과 실력이 모두 뛰어난 것은 알겠지만 본래 실전에서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법이다.
“걱정 마세요.”
그런 탐구자의 물음에 이세훈이 담담히 대답했다.
“원래 그런 건 시키면 다 합니다.”
안 그러면 죽으니까.
회귀 전의 경험으로 얻은 불변의 진리였다.
* * *
‘부족했어…….’
귓가에 진절머리 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죽은 듯이 잠들어 있던 레아가 발작하듯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하아…… 하아…….”
온몸이 식은땀으로 축축했고 머리도 지끈거렸다.
자신의 곁에서 부모님이 모두 사라져 버렸던 그날. 수십 년간 지긋지긋하게 꿔온 악몽에 레아가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오늘은 재수가 없으려나…… 음?”
눈매를 찌푸리며 주변의 휴대폰을 찾던 레아가 뭔가 이상한 점을 깨닫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자신의 방과 다른 구조.
처음 보는 침실의 풍경에 레아가 멍하니 바라보다가 기억을 떠올리며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설마…….’
자신이 누워 있는 침대가 누구의 것인지 깨달은 순간. 레아가 튀어 오르다시피 밖으로 빠져나왔다.
“소파에나 던져두지 이게 무슨…… 악!”
방금까지 잠들어 있던 이세훈의 침대를 본 레아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내질렀다.
악몽 때문인지 땀으로 흠뻑 젖어 있는 침대 시트. 그 모습에 레아가 다시금 식은땀을 흘렸다.
‘이건…… 이건 안 돼!’
이성적인 관계는 둘째 치고 인간으로서 수치스러운 부분이 있는 법이다.
탁상에 놓인 비녀와 머리핀을 발견한 레아는 곧장 최근에 새로 새긴 인챈트를 가동시켰다.
“세팅!”
레아가 마력을 흘려보내며 인챈트를 가동시킨 순간. 비녀와 머리핀들이 공중에 떠오르더니 침대로 날아갔다.
세 개의 비녀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회전하는 머리핀. 그리고 그중에서 푸른색 머리핀과 붉은색 비녀가 빛나자 침대의 땀들이 증발되기 시작했다.
“후우…….”
뽀송뽀송하게 변해가는 침대 시트에 레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침실의 문이 덜컥 열렸다.
“일어났…… 음?”
방 안에 들어온 이세훈이 멈칫하더니 묘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그러고는 의아한 표정으로 레아를 바라보았다.
“혹시 향수라도 뿌렸…….”
“끼아아악!!”
콰앙!
레아가 발작하듯이 소리치며 침실의 창문을 부서져라 열었고, 초록색 비녀가 반짝이면서 방 안의 공기를 바깥으로 재빠르게 밀어냈다.
후웅!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난 환기. 그 모습에 이세훈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왜 그래?”
“그만. 더 이상 묻지 마. 나한테도 감수성이라는 게 있어.”
“어, 어…… 그래. 알겠어.”
처음 보는 레아의 절박한 모습에 이세훈이 이상해하면서도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럼 옷 입고 나와. 빨리 움직여야 되니까.”
“음? 무슨 일인데?”
“전에 말한 인형사의 거점에 갈 거야.”
“아 그렇…… 뭐?”
장신구를 불러들여 머리를 땋으려던 레아가 의아한 표정으로 이세훈을 바라보았다.
인형사의 거점으로 향한다.
이전에 들었던 이야기니 그 자체는 놀랍지 않았지만, 자신이 왜 빨리 움직여야 한단 말인가?
“……누구랑 가는데?”
“누구긴. 너랑 나지.”
“다른 사람은?”
“없는데?”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하는 이세훈의 모습에 레아가 잠시 고민하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사직서내도 되나요?”
그런 레아의 모습에 이세훈이 부드럽게 웃었다.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