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217화
“야! 흉터 갱신했다!”
공방으로 들어오자마자 너덜너덜한 흉갑을 벗어던지기 시작하는 미친놈. 그 흉측하기 그지없는 모습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왜 또 지랄이야 미친놈아.”
“어허. 이건 어디까지나 치열한 전투의 흔적을 보여주는……"
“또 또 개지랄하네.”
다쳤으면 얌전히 병원이나 갈 것이지 왜 매번 상처를 못 보여줘서 안달인 걸까.
망치를 집어던질까 하다가 더러워질 것 같아서 다른 쓸 만한 것을 찾고 있을 때.
어느새 옷 벗는 소리가 멈추고 뒤쪽까지 인기척이 다가왔다.
“자 봐라.”
“꺼져.”
“어허. 봐보라니까. 이번엔 진짜 너도 놀랄 정도야.”
“.......하아.”
이대로 안 보고 있으면 눈앞까지 걸어와서 들이댈 터.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리자 머리카락과 턱수염 때문에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미치광이가 상의를 몽땅 벗은 채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다.
“어우. 더러운새끼......."
혀를 내두르며 아래로 시선을 내리자 미치광이, 마누엘이 그토록 자랑하고 싶어 하던 상처가 보였다.
화상으로 일그러진 명치 부근에 X자로 새겨진 흉터. 얼마 안 된 상처답게 파릇파릇한 새살이 돋아 있었는데 주변에 혈관이 울긋불긋 솟아 있는 것이 심상치 않았다.
“그거…… 뭐에 베인 거냐?”
“흐흐. 역시 알아보는군.”
히죽 웃은 마누엘이 옆의 모루에 걸터앉았다.
“괴검이랑 만났다.”
“십악? 용케 살아 돌아왔네.”
“카사르 그 노친네랑 같이 있었거든. 혼자였으면 죽었겠지.”
생사의 갈림길을 지나온 것치고는 상당히 태연했지만, 본래 S급쯤 되면 대부분 이렇게 어딘가 나사가 빠지는 법이다.
“그럼 그건 ‘그거’에 베인 거냐?”
“그래. 이야기로 들은 것보다 실물이 훨씬 더 흉흉하더군.”
흉터를 쓰다듬으며 연신 웃는 마누엘. 뭔가 기운이 넘치는 그 모습에 왠지 모를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래? 기회가 되면 보고 싶네. 저기 수리할 것들 놔두고 그만……"
“놈을 죽일 수 있는 무구가 필요해.”
담담히 이야기하는 마누엘. 머리카락이 커튼처럼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그 사이로 형형히 빛나는 눈동자가 보였다.
“……그런 무구라면 성화공한테 달려가서 싹싹 비는 게 안 빠르겠냐?”
“그 양반은 고상한 무구밖에 못 만들어. 뭣보다 날 써먹으려는 듯한 느낌이 나서 불쾌하고.”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이 잘라 버리는 마누엘.
지난번에 마인 한 명에 꽂혀서 반년 동안 쫓아다니던 때와 비슷했는데 아무래도 괴검을 사냥하기로 마음먹은 모양이다.
“그럼 사부는 어때.”
“혈공? 나야 좋다만 만들어준다고 보장할 수 있나?”
“그건…… 아니겠네.”
마누엘은 사부에게 무구를 받기에는 너무 강하다. 그 이외에는 딱히 추천할 만한 놈들이 없었고, 결국 남은 건 한 명뿐이었 다.
“너밖에 없군.”
“……그러게다.”
무슨 일이 있어도 무구를 받아내려는 듯한 마누엘. 그 모습에 살짝 두통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십악이 무슨 동네 개새끼도 아니고……'
죽일 수 있는 무구를 만들어달라고 하면 어디 짠하고 나오는 줄 아는가.
마음과 같아서는 꺼지라고 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수는 없었다.
“지난번에 약속했었지? 성각수의 뿔을 구해다주면 무슨 의뢰든 한 번 받아주겠다고.”
“……그랬었지.”
“그럼 정해졌군.”
자리에서 일어난 마누엘이 옆에 벗어둔 윗옷을 주섬주섬 입더니 공방 구석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먼지로 엉망인 바닥 위에 벌러덩 눕더니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필요하면 깨워라.”
그 말을 마지막으로 곧장 축 늘어지는 마누엘.
제대로 자리 잡고 누운걸 보면 아마 벼대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계속 저러고 있으리라.
"쯧........"
마음에 안 들기는 하지만 약속한 것도 있고 그나마 사람 같은 단골 중 한 명이니 최대한 맞춰주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뭐, 안되겠으면 말겠지.’
무모하긴 하지만 생각이 없는 놈은 아니다. 일단 최선을 다해보기로 하며 망치를 두드렸고.
카앙! 카앙!
“커어어억!”
쇳소리에 뒤지지 않는 코골이가 공방에 울려 퍼졌다.
* * *
"........"
눈 깜짝할 사이에 스치고 지나가는 기억. 회귀 전에 마누엘을 떠올린 이세훈은 다시금 눈앞에 있는 청년을 바라보았다.
“ 음?”
바닥에 드러누운 채 이쪽을 바라보는 마누엘. 눈가가 조금 퀭한 것 빼고는 상당히 훤칠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멀쩡한 녀석이 나중에는 옷을 훌러덩 벗어던지면서 흉터를 자랑하는 미친 노숙자가 된다는 건가……'
비극적인 결말에 이세훈이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자 마누엘의 눈매가 살짝 찌푸려졌다.
“뭐야. 왜 그런 눈으로 봐?”
“아무것도 아냐. 그보다 여기는 언제부터 들어왔어?”
“방학 첫날부터."
마누엘의 대답에 이세훈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공간 속에서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일주일이 넘도록 갇혀 있는데 저렇게 태연하다니.
‘……이놈이면 그럴만한가?’
맨땅에도 아무렇지 않게 눕고 귀찮으면 몬스터의 고기를 뜯어먹으면서 배를 채우던 게 회귀 전의 웨폰마스터 아니던가.
지금은 조금 덜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그 무신경한 성격이 어디 가진 않으리라.
“수업 주제가 뭐였길래 이런 곳에 가둔 거야?”
“공간을 벨 수 있게 해달라고 하니까 여기에 집어넣더라. 벨 수 있게 되면 나올 수 있을 거라고.”
"........"
루트비히는 조금 이성적이지 않을까 했지만, 역시 완등자답게 어디 한군데 나사가 제대로 빠져 있는 모양이다.
‘테스트라고 했으니 먼저 꺼내주진 않을 테고…… 재수 없으면 방학 내내 붙들려 있겠구만.’
예정도 없던 일에 짜증이 밀려왔지만 이세훈은 일단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이런 간단한 테스트도 통과하지 못할 상태라면 몽환마를 죽이고 환락가를 무너뜨린다는 계획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아마 루트비히도 그런 느낌으로 자신을 여백 속에 가둔 것이 분명하리라.
‘그리고 여기도 어찌 됐든 이제는 이해하게 됐으니까.’
모르는 물건이나 현상이라면 다루지 못해도 어쩔 수 없지만,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다면 써먹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대장장이다.
사부의 지론을 다시금 되새기며 이세훈이 마누엘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동안 시도해 본건 없어?”
“그건……"
이번에도 순순히 대답하려던 마누엘이 무언가 깨닫고 묘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근데 왜 아까부터 반말이냐?”
“너도 반말했잖아. 그럼 된 거 아냐?”
“그거야……"
이세훈의 대답에 마누엘이 뭐라고 말을 하려는가 싶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며 손을 내저었다.
“그래. 마음대로 해라. 어차피 자주 볼 사이도 아니고.”
조금만 귀찮아질 것 같으면 바로 포기해 버린다. 회귀 전과 크게 다르지 않는 그 모습에 이세훈이 두 눈을 빛냈다.
‘역시 성격은 회귀 전이랑 크게 차이 없네.’
오히려 웨폰마스터 때보다 얌전한 느낌이라 어떤 면에서는 더 다루기가 쉽다.
마누엘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빠르게 파악한 이세훈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무튼 시도한 것들 있으면 말해줘. 그래야 여기서 빨리 나가든가 할 거 아냐.”
“뭘 하든 헛수고야. 그냥 꺼내줄 때까지 기다……"
대답해줄 때까지 계속 물어본다?”
"........"
이세훈의 이야기에 마누엘의 눈가가 씰룩이더니 다시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그냥 여기저기 공격해 본 게 전부야. 하다보면 우연히 공간이 베이지 않을까 싶어서”
“그 이외에는?”
“없지. 공간능력에 대해서 아는 것도 별로 없으니까.”
시큰둥하게 대답한 마누엘은 그대로 옆으로 누우면서 손짓했다.
“이제 가라. 너 때문에 피곤해졌으니까.”
더는 상대하지 않겠다는 듯 등을 보인 마누엘.
언뜻 보기에는 기분이 상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피곤해져서 그냥 드러누운 것에 가까웠다.
“ 흐음......"
별다른 정보를 얻지 못한 이세훈은 다시금 아무것도 없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굳이 마누엘이 있는 곳으로 이동시킨 이유는 뭘까.’
여백에 고립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면 처음에 있던 곳으로 충분했을 터.
그런데도 굳이 마누엘이 있는 곳으로 이동시킨 것은 뭔가 이유가 있다고 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그리고 벨 수 있게 되면 빠져나올 수 있다고 했었지.’
조금 난해한 이야기지만 회귀 전에 여러 자료와 경험담을 접한 이세훈은 그걸 어떻게 하는지 대강 알고 있었다.
‘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일단 해보기나 할까.’
결정을 내린 이세훈은 마누엘에게서 떨어진 다음 아공간 포켓에 넣어둔 에위니아를 뽑아 들었다.
후우웅
초록색 도신에 자연스럽게 휘감기는 바람. 그 모습에 이세훈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명계랑 다르게 여백은 대기가 존재하나 보네.’
주변에 휘몰아치는 바람을 살펴보던 이세훈은 곧장 자세를 잡고 공간을 베는 법을 떠올렸다.
‘일단은 인지하는 것부터 시작.’
아무것도 없는 도마에 칼질을 한다고 썰린 야채가 나오는 게 아니듯이 우선은 공간부터 명확하게 인지해야한다.
전신의 감각을 곤두세운 이세훈은 자신이 서 있는 곳을 중심으로 주변을 차분히 살펴보았다.
스스스
새하얀 여백 속에서 느껴지는 수많은 정보.
그에 이세훈은 채로 걸러내듯이 공간이 아닌 것들을 자신의 감각 속에서 배제하기 시작했다.
‘일단 뒤에 저놈부터 지우고……'
마누엘의 기척이 사라지고 이어서 주변에 휘몰아치던 바람소리도 잦아들었다.
그렇게 하나둘씩 걸러내다가 마침내 시야까지 차단되며 주변이 온통 검은색으로 물든 순간.
촤라라락
새하얀 격자무늬가 주변을 뒤덮듯이 나타났다.
‘찾았다……!’
그 기묘한 풍경을 인지한 순간. 이세훈은 자신이 차단했던 모든 감각을 단숨에 되살렸다.
후웅!
다시금 느껴지는 수많은 정보. 그에 격자무늬가 휩쓸리듯 희미해지기 시작했는데 이세훈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재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투살법 鬪殺法 공간참空間所
서걱!
격자무늬의 선을 따라서 정확하게 휘둘러지는 도신.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지만 손끝에는 무언가 베어냈다는 감각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에 이세훈이 기대를 담아 눈앞을 보았고.
스륵
새하얀 공간에 실선이 그어지며 양옆으로 갈라졌다.
‘ 됐다!’
밑져야 본전으로 해봤는데 설마 한 번에 성공할 줄이야. 이세훈이 속으로 쾌재를 내지르며 자신이 만들어낸 공간의 틈새를 살펴보았다.
"........?"
그러자 보이는 것은 온통 새하얀 공간.
여백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가리라 생각했던 이세훈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틈새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아무런 저항 없이 지나가는 손.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이세훈이 고개를 앞으로 내밀어 옆에서 바라보았고.
“ 하아......."
틈새를 통과한 자신의 오른팔을 발견했다.
‘살짝 스치기만 했나 보네.’
공간을 인지하는 건 성공했지만 검술이 어설퍼서 그런지 완전히 베어내지 못하고 겉에만 살짝 스친 모양이다.
방법이 잘못됐다기보다는 순수하게 기량이 부족한 상황. 실패한 원인을 알아낸 이세훈은 고민에 잠겼다.
‘기술은 이 이상 갈고닦기가 어렵고…… 다른 힘을 섞어서 어떻게 해볼까.’
천충검이나 몽환의 마력. 경계의 권능과 탐구자의 조언 등 아직 시도해 볼 수 있는 것들은 많이 남아 있다.
이세훈이 천충검을 응용해서 다시 한번 시도하려던 찰나.
후웅!
뒤에서 휘둘러져 오는 무언가에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카앙!!
에위니아의 초록색 도신과 맞부딪친 샛노란 검.
손끝이 저릿한 것을 보아 전격계열의 무구로 보였는데 전설 등급 무구와 부딪쳐도 멀쩡한 것이 상당한 물건으로 보였다.
‘이놈이 미쳤나……'
갑작스러운 기습에 이세훈이 눈매를 일그러뜨리며 바라보자 마누엘이 입을 뻥긋거리며 말하는 시늉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 와중에 장난을 치는 건가 싶었지만 이세훈은 금방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런 장난을 할 놈이 아닌데.’
무엇보다 표정을 보니 답답함과 짜증이 뒤섞여 있다.
"........"
"........"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두 사람이 조심스레 무구를 거뒀고, 이세훈은 자신의 상태를 먼저 살폈다.
‘청각도 이미 돌아왔고…… 다른 감각도 전부 정상인데.’
그런데 어째서 바로 앞에 있는 녀석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걸까. 그에 이세훈이 고민하고 있자 마누엘이 허리춤에 검을 걸어두고 오른손바닥을 내밀었다.
뭔가 달라는 듯한 손짓. 그게 무엇을 뜻하는 건지 알아차린 이세훈은 곧장 자신의 오른손을 그 위에 올렸다.
슥슥
손가락으로 손바닥 위에다가 글자를 적는 마누엘. 그 내용을 하나도 빠짐없이 읽어낸 이세훈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탁자는 어떻게 베어낸 거야? 내가 했을 때는 흠집도 안 생기던데.]
“탁자라니……"
이 새하얀 공간에 무슨 탁자가 있단 말인가.
잠시 고민하던 이세훈은 손을 떼어내고 양손에 암속성마력 야계암을 끌어올렸다.
스르륵
양손에 맺힌 어둠이 이리저리 형태를 바꿨고 잠시 후 허공에 한 문장을 만들어냈다.
[마력으로 판을 만들어줄 테니까 거기에다 주변 공간의 도면을 그려봐.]
끄덕
마누엘이 고개를 끄덕인 것을 본 이세훈은 문장을 만들어냈던 어둠을 다시 합쳐서 넓은 판으로 만들어냈다.
그러자 마누엘이 손가락으로 판 곳곳을 그었고, 잠시 후 어딘가 익숙한 도면이 완성되었다.
‘여긴…… 기숙실이잖아.’
자신이 1 학기 동안 지내온 기숙실과 똑같은 구조. 상위권 학생들은 모두 이런 방을 쓰고 있으니 그중 하나이리라.
그 도면을 내려다보던 이세훈은 다시 주변을 살폈다.
‘나랑 마누엘이 서 있는 곳이 다르다는 건가?’
여백에 갇힌 자신과 기숙실에 갇힌 마누엘.
하지만 별개의 장소라고 하기에는 서로가 보이고, 무엇보다도 접촉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 기묘한 상황에 이세훈은 불현 듯 앞서 루트비히와 나눴던 대화의 일부가 다시금 떠올랐다.
‘자네의 추측이 맞네. 여백이란 보이지 않는 공백의 집합체, 내가 완등자가 되고 나서 발견하게 된 제3의 공간이지.’
보이지 않는 공백의 집합체. 그리고 그 공백은 공간과 공간의 사이에 존재한다.
그 사실에 이세훈은 자연스럽게 한 가능성을 떠올렸다.
‘겹쳐 있다.’
여백은 현실과 겹쳐져 있는 상태며 사용자가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간섭하거나 무시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것을 조절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거기에 이세훈은 자신이 마누엘의 존재를 한 번 완전히 배제했었던 것을 떠올렸다.
‘인지의 여부…… 아니, 관점의 차이인가!’
여백에 존재하는가, 현실에 존재하는가. 그 관점을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으면 사이를 오갈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을 깨우친 순간. 이세훈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시야가 변하는 것을 느꼈다.
촤라라락
새하얀 공간 위로 그어지는 격자무늬.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세훈은 선 안에 손끝을 집어넣었다.
꾸욱
허공을 스치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들어가는 것 같은 선명한 감각.
그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단단히 붙잡은 이세훈이 있는 힘껏 손을 옆으로 젖혔고.
촤륵!
새하얀 공간 사이로 기숙실의 풍경이 펼쳐졌다.
[스킬 ‘여백의 휘장(A)’을 습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