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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가 다 만들어줌-213화 (213/309)

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213화

눈앞에 나타난 검을 인지한 순간. 알렌은 수없이 많은 의문에 휩싸였다.

이 검은 어디에서 나타난 걸까? 저 안에 담긴 불길한 힘은 뭐지? 이세훈의 동화는 성공한 게 아니었던가?

계획이 실패한 거라면 지금부터 어떻게 움직여야?

자신의 지식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의문들.

그 끝없는 질문 속에서 알렌은 해답을 내놓지 못했고, 명치를 파고드는 검을 무력하게 바라만 보며 생각했다.

‘ 위험一’

이것이 자신의 최후일 수도 있겠다고.

콰아아앙!!!

압그룬트에 꿰뚫린 알렌의 몸이 반대편의 벽면에 처박혔고, 검신에 압축되어 있던 어둠이 단숨에 해방되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대를 집어삼키는 칠흑 같은 어둠.

명계에 보관되어 있던 압그룬트가 몇 날 며칠이고 흡수하여 머금고 있던 어둠.

S급 영웅들도 엄두를 내지 못할 엄청난 양의 마력이 알렌을 집어삼킨 것이다.

“크윽……!?"

콰드득!

아무런 술식도 없이 그저 무식하게 힘을 개방했을 뿐.

보통 때라면 기술의 차이로 극복할 수 있었겠지만 그 차이가 수십, 수백 배에 다다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공간을 잠식하고 현실의 경계마저 무너뜨려가는 압도적인 어둠.

점점 전신을 갉아먹기 시작하는 칠흑에 알렌이 이빨을 꽉 깨물었다.

‘방법이…… 없다……'

자신의 힘과 지식으로는 이 상황을 타파할 수 없다.

그것을 깨달은 알렌이 어둠 속에서도 선명히 존재하는 오른팔로 압그룬트의 검날을 움켜잡았고.

아카식 Akashic

손 안쪽에서 주홍빛이 피어올랐다.

콰아앙!

다시 한번 벽면에 처박히는 감각. 온몸이 마구잡이로 헤집어지는 듯한 통증에 알렌이 곧장 목구멍까지 밀려온 액체를 토해냈다.

“커헉! 쿨럭!”

지면을 물들이는 검붉은 피. 그제야 숨을 쉴 수 있게 된 알렌은 고통에 눈매를 일그러뜨리면서도 다급히 주변을 살폈다.

여전히 루이제를 품에 안고 있는 이세훈과 두 명밖에 없는 마인들.

그리고 저 뒤편에서 주변을 모조리 집어삼킨 반구 형태의 어둠.

그 모습을 본 알렌은 금방 상황을 파악했다.

‘저기에 두 명이나 휩쓸린 건가.’

그래도 A급 마인들이었는데 제대로 피하지 못했다고 그렇게 허무하게 죽어버리다니.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한 편으로는 납득이 가기도 했다.

자신도 그분의 오른팔이 없었다면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대로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공간이동인가.”

옆쪽에서 들려오는 감탄 어린 목소리. 그에 알렌이 다시 고개를 돌려 이세훈을 바라보았다.

“잘하면 S급도 한 방에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세상이 그리 만만하지는 않네.”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여유롭게 이야기하는 이세훈의 모습에 알렌이 눈매를 일그러뜨렸다.

“이 자식…… 언제부터…… 쿨럭!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무슨 목적이냐니. 당연한 걸 물어보네."

연신 검은 피를 토해내는 알렌의 모습에 이세훈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모두 그분을 위해서잖아?”

“……뭐?”

이세훈의 대답에 알렌은 내장이 끊어지는 고통도 잊은 채 멍하니 바라보았다.

자신을 공격한 게 그분을 위해서라고? 이건 또 무슨 헛소리인가.

또 다시 자신을 속이려는 건가 싶었지만 이세훈의 표정은 일말의 흔들림도 없이 진지했다.

“어젯밤 그분께 들었어. 너희들은 계시를 이해하기는커녕 제대로 듣지도 못한다고.”

“그게…… 그게 무슨……"

“그래서 내게 정리를 명령하신 거야. 무의미하게 쓰이고 있는 육체들을 모두 회수한 다음 이 몸에 전부 이식해서 자신을 부활시키라고.”

의식이 없는 루이제의 뺨을 손으로 툭툭 두드리는 이세훈.

마치 물건을 다루는 듯한 그 무심한 손길에 알렌은 더욱더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을 기만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저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우웅

이세훈의 몸에 은은하게 서려 있는 주홍빛의 마력.

그분의 뜻에 반한다면 저 마력이 유지될 리가 없다.

그 혼란 속에서 알렌은 금방 생각을 다잡았다.

“아니…… 그럴 리 없어…… 정말로 그분께서 그리하셨다면…… 우리들에게서 힘을 거둬가셨겠지.”

이세훈에게 깃든 힘이 그분의 뜻을 증명하듯, 자신의 몸에 남아 있는 힘 역시 그분의 뜻을 증명한다.

그렇게 자신이 버려졌을 리가 없다고 되새기며 알렌이 핏발 선 눈으로 이세훈을 노려보았다.

“저놈을 붙잡아!!”

알렌의 외침에 그동안 상황을 살피던 두 마인이 재빠르게 달려들었다. 그 모습에 이세훈은 별다른 대응 없이 묵묵히 바라 보았고.

【Set?】

두 마인의 눈앞에 붉은빛의 마법진이 생겨났다.

【Shock wave】

콰아앙!

마법진에서 터져 나온 충격파에 마인들의 몸이 저 멀리 튕겨져 나갔고, 여태 축 늘어져있던 루이제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몸을 일으켰다.

"........"

두 눈을 푸른빛으로 빛내며 가만히 서있는 루이제.

그 모습에 이세훈은 바르그를 푼 다음에 몽상수납에 넣어둔 하티를 꺼내 채워줬다.

촤르르륵

X자 무늬가 새겨진 검은 강철 마스크가 하관을 덮었고 루이제의 몸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마력이 더욱 강렬하게 변했다.

그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변화에 알렌이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을 때. 이세훈이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가서 처리해.”

“……알겠습니다.”

콰앙!

짧게 대답한 루이제가 돌풍을 망토처럼 휘감으며 마인들이 튕겨져 나간 곳으로 날아갔고, 그 모습을 본 알렌의 두 눈이 세차게 흔들렸다.

‘뭐가 어떻게 된……'

자신의 머 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아까처럼 계시가 내려와 자신에게 해답을 알려준다면 좋겠지만, 그 간절함이 무색하게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나는 옳은 건가……?’

자신의 행동이 그분을 거스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알렌으로 하여금 어떤 선택도 고를 수 없게 만든다.

“쿨럭!”

그러는 사이 무리하게 힘을 이끌어낸 반동으로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고 코에서도 피가 흘러내렸다.

그분의 힘, 아카식을 통해 평생 사용해 본 적 없는 공간마법을 급하게 발동한 탓에 뇌에도 손상이 간 것이다.

“아....... 아아......"

안 그래도 풀리지 않던 의문은 더욱더 꼬이고 혼란은 가중되어간다.

뇌가 쪼개질 것 같은 두통 속에 알렌이 머리를 움켜쥔 채 비틀거렸고.

‘제대로 먹혔네.’

그 모습을 바라본 이세훈이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이야......이게 진짜 되네.]

눈앞의 상황을 신기해하는 탐구자의 목소리에 이세훈이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신념이 투철한 녀석일수록 저렇게 될 수밖에 없죠.’

『여명』 이라는 조직의 강점은 사명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점이었고, 조직의 약점 역시 그와 동일했다.

자신의 행동이 사명에 반한다.

어떻게 보면 사소하다고 할 수 있는 그 의문 하나에 모든 행동이 꼬이는 것이다.

[루이제인가 걔도 좀 신기하더라. 아무 말도 안했는데 다 맞춰주고.]

이번 작전은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부분을 보이면 안 됐기에 이세훈은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루이제에게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심상저장기를 가져다댄 순간.

반격하는가 싶더니 재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기절한 척 한 것이다.

‘저랑 호흡이 좀 잘 맞거든요.’

회귀 전의 폭견이나 루이제나 평상시에는 좀 티격태격해도 중요한 순간에는 따로 말 안 해도 척척 맞는다.

저 멀리서 마인들과 한창 싸우고 있을 루이제를 기특하게 생각하며 이세훈이 마무리를 짓기 위해 움직였다.

화르륵!

몽상수납에 넣어둔 승천제의 반지를 꺼내서 착용하고 이어서 새롭게 얻은 전설 등급 무구 에위니아를 움켜쥔다.

후우웅!

주변의 대기를 빨아들이는 초록색 도.

조금만 실수해도 바람의 칼날에 자신의 몸을 베일 수 있었는데 이세훈은 간단하게 그 흐름을 제어해내면서 알렌을 바라보았다.

“으극…… 아아악......"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처럼 휘청거리는 상태.

이대로 착각해서 자신의 목을 내어준다면 좋겠지만, 회귀 전에 저런 미치광이들을 질리도록 상대해 본 이세훈은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거짓말.”

비틀거리던 알렌의 몸이 돌연 멈췄고,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이세훈을 바라보았다.

주르륵

두 눈에서 흘러내리는 피.

완전히 돌아버린 알렌이 이세훈을 향해 살의를 불태우며 악귀와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분께서 나를 저버리실 없어. 네가 그분의 뜻을 곡해하고 있는 거야.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계시를 왜곡하고 자신의 뜻대로 끼워 맞춰서 나를 가지고 놀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우우웅!

오른팔에서 터져 나오는 폭발적인 주홍빛의 마력.

그 힘의 여파에 알렌의 전신에 핏줄이 돋아났고, 체내의 마력회로가 한층 더 깊이 침식되어 전혀 다른 형태로 변했다.

[이런. 접속해 버렸네.]

우드득!

이마를 꿰뚫고 하늘 높이 솟구치는 두 개의 뿔.

변이된 두개골이 안테나처럼 전지의 권능에 담긴 지식의 집합체 ‘아카식’에 접속하여 더 많은 지식을 받아들인다.

키이이잉!

탐구자의 힘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이 알렌의 머릿속에 깃들었고 오른팔에서 터져 나오는 주홍빛의 마력이 더욱 찬란하 게 빛나기 시작했다.

쿠구구궁!

발밑부터 시작해서 주변의 공간을 빼곡하게 채워가는 마법진들. 수십, 수백 종류의 마법들이 하나로 엮여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방금과는 차원이 다른 그 위압감에 이세훈은 망설임 없이 에위니아를 움켜쥐며 달려들었다.

[저 녀석의 특기는 동화야. 어중간한 공격은 그대로 잡아먹힐 테니까 할 거면 확실히 해.]

회귀 전에 폭견이 알려준 우완의 특성과 일치하는 설명. 그에 이세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원거리에서 공격을 퍼붓는 대신 확실하게 접근해서 공격한다. 그렇게 이세훈이 판단한 순간. 기괴하게 알렌의 눈이 섬뜩하게 번뜩였다.

투두두두!

사방의 마법진에서 일제히 쏘아지는 광탄.

힘의 낭비가 없도록 완벽히 압축된 그 형태에 이세훈은 재빠르게 에위니아를 휘둘렀다.

콰가가각!

사방으로 뻗어나간 바람의 칼날들이 쏟아지는 광탄을 요격하고, 전신에 두른 돌풍이 충격을 사방으로 흘려낸다.

약간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그 극한의 상황 속에서 이세훈이 화망을 뚫고 계속해서 움직였다.

‘흐레슬베그가 이런 기분이었나……!’

아무리 막아도 끝이 보이지 않는 포격.

앞으로 뚫고 나가려 해도 틈을 만들어주지 않는 그 상황에 이세훈이 눈앞을 바라보았다.

사방을 뒤덮은 광탄과 자신의 주변에 무분별하게 흩날리는 바람.

여기서 틈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효율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좀 더 세밀하게.’

주변의 바람을 신체의 일부처럼 적재적소로 휘두른다.

눈뿐만 아니라 오감으로 느껴지는 모든 정보를 받아들여 최선의 수를 쥐어짜내던 그때.

탐구자가 귓가에 속삭였다.

[이건도와줄수 있겠네.]

키이잉!

주홍빛의 마력이 두 눈에 깃들고, 더욱 정확하게 해석된 정보들이 머릿속에 밀려들어 온다.

그리고 그것이 탐구자의 백업을 통해 완벽히 해석된 순간.

콰앙!

이세훈이 지면을 박차며 광탄을 향해 달려들었다.

투살법關殺法 풍휘風揮

콰가가각!

수백 발의 광탄이 휘몰아치는 바람에 휩쓸려 사방으로 빗겨나갔고, 그 틈새를 질주한 이세훈의 몸이 알렌과의 거리를 단숨에 좁혔다.

하지만 검을 휘두르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거리.

그렇기에 이세훈은 최선의 수를 떠올리며 펼쳐냈고.

천충검淡充劍

금원金原

금빛의 검기로 만들어진 검이 매섭게 쏘아졌다.

“?!”

자신을 향해 쏘아지는 황금빛 검에 알렌은 깜짝 놀라면서도 곧장 오른팔을 앞으로 뻗었다.

탐구자의 막대한 지식을 통해 눈앞의 현상을 분석한 다음 강제로 동화시킨다. 그것이 오른팔에 깃들어 있는 힘이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파캉!

이세훈이 만들어낸 황금빛 검은 다른 것과 섞이지 않는다는 듯 간섭을 모조리 떨쳐냈다.

그리고 알렌이 방어를 위해 펼쳐둔 장벽들을 종잇장처럼 꿰뚫으며 오른쪽 어깻죽지에 박혔다.

“크아아악!”

괴성과 함께 주변의 광탄을 쏘아내던 마법진이 느슨해졌고, 그 모습에 이세훈이 남은 거리를 모두 주파하려던 순간.

[피해!]

탐구자의 외침에 반사적으로 몸을 빼냈다.

쿠궁一!

뒤로 물러서기 무섭게 지면에 빼곡하게 드러나는 마법진. 기존의 마법진과 맞물려 매섭게 움직이는 마력의 흐름에 이세훈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건......'

[오우…… 화가 많이 난 모양인데?]

방금까지는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가 조금이라도 느껴졌다면, 이제는 그런 작은 미련도 느껴지지 않는다.

눈앞의 거대한 마력에 이세훈이 다음 수를 떠올리고 있을 때. 알렌이 실핏줄이 터져 붉어진 눈으로 노려보았다.

“이세훈……"

아카식에 접속한 순간. 자신은 이미 시한부나 다름없었다.

그런데도 삶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은 그분의 부활을 직접 보고 싶다는 소망뿐.

하지만 방금 일격으로 그 일말의 가능성조차 사라졌고, 알렌은 그제야 모든 것을 포기하며 자신이 할 일을 정했다.

“죽인다……"

그분을 능멸하고, 자신을 우롱하며, 유일한 소망을 짓밟아 버린 이세훈을 이 세상에서 완전히 지워 버린다.

망가져가는 알렌의 머릿속에 그 감정만이 끝없이 소용돌이쳤고.

“죽어!!!”

자신의 모든 힘을 이끌어내 준비된 마법진을 가동시켰다.

아카식 Akashic

정법正法 만상동화萬狀同化

복잡하게 얽혀 있던 마법진들이 하나로 연결되었고, 지평선에 떠오르는 태양처럼 거대한 주홍빛의 구체가 천장을 먼지로 만들며 형성되어갔다.

과거 탐구자가 만들어낸 궁극의 원소마법.

이 일대를 모조리 날려 버릴 구체가 지상에 떨어져 내리던 그 순간.

‘압그룬트.’

투웅!

검은 어둠이 주홍빛 구체와 충돌했다.

정면에서 부딪친 두 개의 힘. 압그룬트에 담겨져 있던 마력은 여전히 강력했지만, 주홍빛 구체가 조금씩 어둠을 짓누르며 소멸시키기 시작했다.

“하…… 하하핫…… 하하하핫!”

자신을 이렇게 만들었던 어둠이 집어삼켜지는 그 광경에 알렌은 머리가 녹아내릴 것 같은 쾌감을 느꼈다.

“그래…… 이게 마법의 진리다…… 내가 그분에게 선택받았다는 증거가 바로 여기 있다!”

죽어가는 와중인데도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환희를 느낀다.

그 쾌감에 취한 알렌이 이세훈을 비웃기이 위해 내려다보았고.

“ 아바돈.”

거대하게 부풀어 있던 어둠이 한 점으로 압축되었다.

후웅!

압축된 어둠을 집어삼키는 주홍빛 구체. 이제 그대로 지상에 내려와 모든 것을 쓸어버리면 됐지만, 어째서인지 허공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끼기긱

마법진 전체가 뒤흔들리고 주홍빛 구체가 당장에라도 무너질 것처럼 흔들거린다.

그 심상치 않은 모습에 알렌의 두 눈이 휘둥그레진 순간.

콰드득!

구체의 중심에서 검은 구멍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검은 구멍. 그 무시무시한 인력 앞에 지상으로 떨어지려던 주홍빛 구체가 붕괴되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냐……그럴 리가……그럴 리가 없어……"

그분의 진리가 무너질 리가 없다.

그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마법진의 마력을 더욱더 끌어올렸지만 변하는 것은 없었다.

경계의 권능과 명계의 특성, 그리고 마혈기의 흔적을 합쳐서 만들어낸 무구스킬 ‘아바돈Abaddon’.

탐구자의 원소마법과도 견줄 수 있는 그 검은 구멍으로 인해 두 힘이 완전히 상쇄되고 있는 것이다.

“아...... 아아......"

자신의 믿음이 부정당하는 것만 같은 광경. 그 모습에 알렌이 아무것도 못하고 허망하게 보고 있을 때.

서걱!

한줄기의 바람이 옆을 스쳐 지나갔다.

"........?"

그 섬뜩한 감각에 알렌이 오른팔을 들어 올려 확인하려했지만, 보이는 것이라고는 저 멀리서 입꼬리를 비틀고 있는 이세훈의 모습뿐.

휑해진 오른쪽 어깻죽지에 알렌의 얼굴이 창백해졌고. 이세훈이 하늘을 향해 오른손을 뻗었다.

이세훈의 손에 쥐어지는 가느다란 오른팔.

그것이 자신, 그분의 오른팔이라는 것을 깨달은 알렌이 비틀거리면서 왼손을 뻗었다.

“안 돼…… 그건…… 그 팔은 내 몸에 있어야 한단 말이다……"

그분께 받은 총애를 빼앗길 수 없다. 그 애원에 가까운 이야기에 이세훈이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싫은데?”

승천제의 반지를 통해 오른팔을 아공간 속에 집어넣었다.

“ 아아아아아---!"

그 모습에 알렌이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들었고 그에 이세훈은 가볍게 에위니아를 휘둘렀다.

서걱!

하늘 높이 떠오르는 머리.

달려오던 그대로 바닥을 구른 알렌의 시체를 본 이세훈이 거칠어진 숨을 골랐고.

“이건잘 써먹을게.”

완벽히 갖춰진 준비물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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