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210화
기본적으로 주시자는 음지에 숨어드는 것에 익숙한 녀석들이기 때문에 구별해내기가 매우 까다로웠다.
하지만 저마다 특정한 기술을 연구하는 녀석들이다 보니 그 특성을 제대로 구분할 수 있으면 의외로 쉽게 알아볼 수 있었 는데, 『여명』 역시 마찬가지였다.
꾸드득一
세 개의 마력회로로 둘러싸인 내부, 그 안쪽에서 작은 벌레 같은 마력이 연심 꿈틀거리며 발작을 일으킨다.
과거 루이제가 뭣도 모르고 사용했었던 마력침식기.
그 안에 저장되어있던 녹빛의 마력이 눈앞의 알렌 모건에게 곧장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역시 안 버리길 잘했어.’
루이제는 마력침식기를 곧장 박살 내려고 했었지만, 이세훈은 오늘 같은 날을 대비해서 따로 챙겨뒀었다.
『여명』처럼 특수한 사상과 마력을 보유한 집단은 그와 유사한 마력만 가지고 있어도 구분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게 까딱 잘못하면 마력침식이 일어나는 위험천만한 마력이라는 거지만.’
어찌 보면 몸에 폭탄을 심어두고 상대방에게 스위치를 넘기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동.
예전이라면 함부로 이런 짓을 하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신체능력도 많이 올랐고 여러 대책이 생겼기에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정도였다.
‘가만히 있어.’
꽈아악!
체내에서 날뛰는 녹빛의 마력을 가볍게 제압한 이세훈은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맞잡은 손을 놓았다.
“구경하시다가 궁금한 게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봐주세요. 제가 아는 것들이라면 성심성의껏 대답해드리죠.”
“알겠습니다.”
“자자! 그러면 다들 이쪽으로 모여주세요.”
미소를 지어보인 알렌이 담당하게 된 인원들을 불러 모았고, 이세훈의 곁으로 루이제가 슬쩍 다가왔다.
"........"
"........"
자연스럽게 맞닿은 시선.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만 루이제는 알렌 모건이 『여명」의 관계자라는 것을 곧장 알아차렸다.
“어떤 거 같아?”
“그럭저럭 실력은 있네. 수석연구원인 이유가 있나 봐.”
“흐응……"
일반 조직원이 아니라 간부급. 찰스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그 설명에 루이제가 잠시 생각하다가 팔꿈치로 이세훈의 옆구리를 툭 쳤다.
“네가 오자고 한 거니까 네가 알아서해. 난 옆에서 그냥 구경만 할 거니까.”
이쪽의 행동에 맞춰서 움직이겠다. 그 뜻을 알아차린 이세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그래. 마음대로 하세요. 공주님.”
“……뒤질래?”
“그럼 안쪽으로 이동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사이 알렌이 공방의 안쪽으로 향했고, 내부로 들어서기 전에 작은 검문소가 나타났다.
“들어가기 전에 간단하게 소지품 검사 좀 하겠습니다. 보안 차원에서 하는 거니 다들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검수장치로 전신을 훑고 보안요원들이 또 정밀 기계로 몸 곳곳을 샅샅이 뒤진다.
사전에 미리 이야기가 전달되었기에 걸리는 이들은 없었고 루이제와 이세훈 역시 별다른 일 없이 통과되었다.
‘역시 몽상수납이나 명계에 넣어둔 물건까지 알아내지는 못 하는구만.’
평소보다 대응이 느리긴 하겠지만 그래도 완전히 맨몸으로 들어가는 것보다는 낫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이세훈이 옆에 있는 루이제를 바라보았다.
“이제 보니 그거 안 버리길 잘했네.”
“응? 아아.
목에 채워진 초커, 고장 난 바르그를 내려다본 루이제가 피식 웃었다.
“다 쓰임새가 있는 법이지.”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공방의 내부로 들어섰고, 의체를 제작하는 생산라인이 투명한 유리 너머로 펼쳐졌다.
우우웅!
의체의 종류는 생각보다 다양했는데 흔히 알려진 팔이나 다리부터 시작해서 손가락 몇 마디 같은 작은 부위들도 많았다.
“오……"
“이렇게 되는 건가……"
유망주들이 그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자 앞에서 걷던 알렌이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
“과거에는 모든 의체가 수제작으로 만들어졌지만 이제는 이렇게 양산도 가능해졌죠. 이런 방식이 가능하게 된 것은 ‘탐구자’께서 정의하신 마력회로의 규격을 토대로 호환성을 높여……"
장황한 알렌의 설명에 이세훈은 그가 언급한 완등자 ‘탐구자’에 대해서 떠올랐다.
‘그 양반 이름도 오랜만에 듣네.’
승천제 루트비히가 완등자에 도달한 그 다음해에 완등에 성공했다는 인물.
루트비히와 다르게 완등에 성공한 사실을 숨겨 몇 년이 지난 다음에야 밝혀졌었는데 영웅 업계에서 끼친 영향력이 상당한 인물이었다.
전쟁 초기 제대로 정의되지 않아 주먹구구식으로 전수되었던 마력과 심상, 그 이외에도 다양한 현상들을 모조리 정리해 기반을 만들어낸 것이 바로 그녀였기 때문이다.
‘살아 있으면 도움이 될 텐데…… 어떨지는 모르겠구만.’
본래 탐구자 자체가 워낙에 신출귀몰한 인물이었기에 이때만 해도 어딘가 숨어서 연구나 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했었지만, 미래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만마전이 득세하고 육대마신에 의해 지구가 멸망해가는 상황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궁금하긴 하지만 굳이 알아볼 필요는 없겠지.’
죽었다면 그걸로 끝이고, 살아 있어도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나타나지 않은 인물을 찾아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얼굴도 본 적 없는 완등자에 대해서 떠올리던 이세훈은 생각을 털어내고 알렌을 다시 보았다.
“이쪽은 전투용 의체를 제작하는 라인입니다. 마력전도율을 높이고 특수한 합금을 사용해서 만들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설명하기를 좋아하는 젊은 연구원이었지만,
『여명」의 간부라는 것을 전제로 살펴보니 몇 가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오른팔인가.’
온몸이 오른팔에 이끌려가는 기묘한 움직임.
마치 보물을 매달아놓은 듯한 느낌이었는데 이세훈은 그 움직임을 토대로 상대의 직위를 알아낼 수 있었다.
‘꼴을 보아하니 이놈이 우완이겠구만.’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회귀 전에 폭견에게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전해 들었었다.
알렌에 대해서 대략적인 정보를 모두 파악한 이세훈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제 어떻게 한다……'
이번 목표는 크게 두 가지.
첫 번째는 이곳에 숨어 있는 『여명』을 찾아내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영웅들의 심상을 복사한 보석을 찾아내서 환락가의 공략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이놈이 관리자일 가능성이 큰데…… 문제는 바로 제압을 해버리면 보석 쪽에 차질이 생긴단 말이지.’
좀 더 좋은 방법이 없을지 이세훈이 고민하던 그때 일행이 생산라인에서 벗어나 한 작업실 내부로 들어섰다.
“이곳은 좀 더 정밀한 움직임이 가능한 의체를 제작하는 작업실입니다. 기본적인 벼대는 방금과 동일하게 제작되지만 세부 적인 처리법이 다르죠.”
치이익
옆에 설계도를 펼쳐두고 마력용접기나 여러 기계들을 사용해서 의체를 손보는 기술자들.
유망주들이 그 모습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자 알렌이 슬쩍 웃었다.
“여기까지 왔으니 한 번씩 체험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들 따라오세요.”
작업실의 안쪽으로 가자 각종 부품과 설비들이 준비된 작업대들이 줄지어 놓였고, 그중 한 곳에 자리 잡은 알렌이 주변에 모인 생도들을 바라보았다.
“우선 간단하게 시범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알렌은 각 부품들을 설명해 주면서 천천히 의체를 조립하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른팔 의수가 완성되었다.
그리고 접합부에 손을 가져다댄 다음 자신의 마력을 안쪽에 불어넣었다.
기이잉
마력을 통해 움직이기 시작한 의수.
손가락을 움직여 바닥을 기거나 아예 일어서는 등 움직임이 매우 다채로웠는데 그 모습에 유망주들이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잘 만들어진 의수는 간단하게 마력만 불어넣어도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매끄럽게 움직이죠. 다들 해보세요.”
호기심 많은 유망주들이 다가와 의수에 마력을 불어넣었고,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는 모습에 절로 감탄했다.
하지만 다른 이들과 다르게 이세훈과 루이제는 뒤쪽에서 가만히 서 있었는데 별다른 흥미가 없는 것이 표정으로 보일 정도 였다.
"........"
그런 두 사람의 반응에 알렌이 가볍게 손뼉을 쳤다.
“자자. 그럼 가볍게 시연도 봤으니 직접 만들어보도록 합시다. 한 번에 여러 사람들을 봐드릴 수는 없으니 10명씩 해보도록 하죠.”
설명을 들은 유망주들이 재빠르게 나서려던 찰나.
알렌이 먼저 이세훈과 루이제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거기두 분. 먼저 해보시겠습니까?”
알렌의 물음에 자연스럽게 주변의 시선이 뒤쪽으로 향했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세훈이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주시면 저희야 감사하죠. 가자.”
이세훈이 기다렸다는 듯이 앞으로 나섰고, 루이제 역시 말없이 그 뒤를 따라 나섰다.
두 줄로 놓인 작업대에 두 사람이 나란히 섰고 루이제가 의체의 부품을 슬쩍 보다가 물었다.
“어떻게 해?”
부품을 맞추는 거야 앞에 하는 걸 봤으니 얼추 따라할 수 있었지만 내부의 마력회로를 조정하는 것은 따로 배운 적이 없어 감도 안 잡혔다.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돼.”
“하던 대로?”
“그래. 그러면 네가 나 다음으로 잘할걸?”
이세훈의 이야기에 아리송한 표정으로 의체를 바라보던 루이제가 그 뜻을 이해하고 눈을 크게 떴다.
“……그건가.”
방법을 파악한 루이제가 씩 웃었고, 그 사이 남은 여덟 명도 빈 작업대에 자리를 잡았다.
“자. 시작합시다.”
알렌의 이야기에 곧장 의체를 조립하기 시작한 유망주들.
모두 이쪽 분야의 종사자들이다 보니 빠르게 조립을 끝냈고 이어서 마력회로 조정으로 넘어갔다.
“......됐다!”
그리고 가장 먼저 의체를 완성한 청년이 자신 있게 접합부에 마력을 흘려보낸 순간.
빠악!
의수가 펄떡이며 그의 턱을 후려갈겼다.
“컥……!"
예상치 못한 일격에 비틀거리는 청년.
약간 펄떡 거린 것이기에 통증이 심하지는 않았지만, 부끄러움에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인지 그런 험한 꼴을 당하는 것은 청년뿐만이 아니었다.
찰싹!
“으악!”
후웅!
“뭐, 뭐야!”
의수를 조립하는 것까지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마력을 불어넣을 때마다 예상과 다르게 움직인다.
당황한 유망주들의 모습에 알렌이 씩 웃으며 설명했다.
“마력회로가 제대로 세분화되지 않은 탓에 거친 움직임이 나오는 겁니다. 좀 더 신경 써서 해보세요.”
알렌의 이야기에 유망주들이 다시 마력회로를 조정해 봤지만, 그럼에도 결과는 썩 시원찮았다.
‘내가 만든 게 이 정도면 앞에 건 도대체……'
‘보기보다 대단한 사람이구나……'
알렌이 만들어낸 의수가 얼마나 엄청난 물건이었는 유망주들이 새삼스레 깨닫고 있을 때.
기이잉.
뒤늦게 완성한 이세훈이 의수를 가동시켰다.
후웅!
앞서 알렌이 만든 것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의수.
아예 검지와 중지를 다리처럼 써서 걸어 다니기까지 했는데 모양새는 우습지만 얕볼 만한 일이 아니었다.
두 손가락으로 균형을 완벽히 잡을 만큼 마력회로의 조정을 정밀하게 나눴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저게 무슨……"
어떻게 보면 알렌의 의수보다 더 대단해 보이는 모습. 그에 모두의 시선이 이세훈에게 집중되어 있던 그때.
【Set】
짧은 언령이 의수에 스며들었고 곳곳이 덜컥거리더니 이내 가지런히 진정되었다. 그 모습을 본 루이제가 접합부에 손가락을 가져다댄 순간.
기이잉!
자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한 의수.
이쪽은 손가락 다섯 개로 거미처럼 여기저기를 기어 다녔는데 움직임은 투박하지만 이세훈의 의수보다 좀 더 살아 있는 생명체 같은 느낌이 강했다.
“저것도 신기하네……"
“방금 그게 그 언령마법인가.”
루이제가 누군지 알고 있는 유망주들이 신기하게 보고 있을 때 그 과정을 살핀 알렌이 자신도 모르게 오른손을 꽉 움켜쥐었다.
‘대단해……'
이세훈은 살아 있는 몸을 재현해내는 것처럼 매우 정밀했고, 루이제는 정말 생명을 불어넣는 것처럼 특수했다.
이야기와 기억으로만 전해 들었을 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재능.
그 모습을 본 알렌은 당장에라도 두 사람을 납치하고 싶은 충동이 밀려왔지만, 곧장 마음을 가라앉혔다.
‘진정하자. 아직은일러.’
그쪽은 일이 완전히 틀어졌을 때나 고르는 선택지. 기존의 계획대로 가기로 하며 알렌이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두 사람이 만들어낸 의수를 살펴본 알렌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 모두 훌륭하네요. 이 정도라면 바로 입사해도 되겠는데요?”
다른 사람도 아닌 수석연구원의 칭찬. 그만큼 뛰어난 재능이라고 인정하는 것이었지만, 두 사람의 반응은 썩 시원치 않았다.
“끝났으니까 갈게요."
"........"
루이제는 일행이 있는 쪽으로 돌아갔고, 이세훈은 대답도 하지 않고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의수를 내려다본다.
그 반응에 알렌이 살짝 눈매를 찌푸리던 그때.
“이게 최신형입니까?”
이세훈이 알렌에게 물었다.
“예? 아, 네. 맞습니다.”
“흐음........"
알렌의 대답에 이세훈이 의수를 다시 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기대했었는데……"
"........!"
실망감뿐만 아니라 묘한 권태감이 느껴지는 목소리. 짧은 중얼거림에서 느껴지는 그 선명한 감정에 알렌의 두 눈이 살짝 커졌다.
'저건.......'
『여명」과 만나기 전의 자신이 떠오르는 반응. 그 모습에 알렌은 자신도 모르게 감정을 드러내려다가 곧장 가라앉혔다.
‘일단진정하자. 아직 몰라.’
이세훈을 다시 보게 된 알렌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현장체험 학습을 계속하면서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공방을 돌아다니는 내내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는 이세훈.
나중에는 아예 포기한 것인지 무표정하게 변했는데 안내하는 자신이 죄인이 된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고 보니 찰스가 적극적으로 영입을 시도한 건 루이제뿐이라고 했었지.’
이세훈은 적합자라는 사실만 알지 어떤 성향과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는 훨씬 조사가 부족했다.
오늘에서야 이세훈이 어떤 인물인지 알게 된 알렌은 준비해둔 계획 중 하나를 떠올리며 기회를 엿보았다.
“오늘 하루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내일은 오토마톤 쪽을 구경할 예정이니 다들 돌아가서 푹 쉬십시오.”
첫날 일정이 마무리되었고, 유망주들은 인솔자들과 함께 귀가하기 시작했다.
그중 몇몇이 말을 걸기위해 다가왔지만 알렌은 눈길도 주지 않고 이세훈을 불러 세웠다
“이세훈 생도! 잠깐만 괜찮겠습니까?”
“예? 뭐…… 알겠습니다.”
귀찮다는 표정을 짓는 이세훈. 그 모습에 알렌은 잠시 주변을 살피다가 이야기했다.
“오늘 하루 어떠셨습니까?”
“좋은 경험이었다고……"
“솔직하게 대답해 주세요. 그래야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을 테니까요."
"........"
알렌의 이야기에 이세훈이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솔직히 말해서 실망스러웠습니다. 소문으로는 고위 영웅들의 기량에도 맞출 수 있는 완성도라고 들었는데 살펴보니까 턱도 없더라고요.”
“……그랬군요.”
“뭔가 좋은 자극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찾아온 거였는데…… 역시 그런 걸 찾기가 쉽지는 않네요.”
벽에 가로막힌 장인들에게서 느껴지는 권태로움과 막막함.
그 하소연에 가까운 감정에 알렌이 눈을 번뜩였다.
“그게 정말로 있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예?”
“이세훈 생도가 말씀하신 의체. 제가 전담해서 만들고 있거든요.”
“……정말요?”
두 눈을 빛내는 이세훈의 모습에 알렌이 미소를 지었다.
“예. 이세훈 생도가 그걸 기대하고 계셨다면 진작 말씀드렸을 텐데…… 아, 혹시 오늘 저녁에 일정 있으십니까?”
“아뇨. 딱히 일정은……"
“그럼 저랑 같이 식사나 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여러 가지 이야기도 나누고…… 시간이 남으면 공방을 구경시켜드릴 수도 있습니다.”
알렌의 제안에 이세훈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반응에 알렌이 예상했다는 듯이 조용히 덧붙였다.
“내키지 않으시다면 없던 일로……"
“아뇨! 가겠습니다!”
혹여나 알렌이 취소할까봐 빠르게 대답하는 이세훈. 그 절박해 보이는 모습에 알렌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럼 저녁에 찾아뵙겠습니다.”
“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연락처를 교환한 두 사람이 서로 등을 돌렸고, 자연스럽게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낚였네.’
‘걸렸어.’
두 사람의 생각이 일치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