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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가 다 만들어줌-208화 (208/309)

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208화

두두두!

뒤쪽에서 울려 퍼지는 굉음.

자신을 찢어죽이기 위해 신나게 달려오는 언데드 군단의 소리에 이세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불명의 율법을 발동했다.

후웅!

허공의 문이 열리며 완성된 짐승거미가 모습을 드러냈고, 이세훈은 곧장 그 위에 올라타면서 가볍게 갈비벼를 발로 두드렸다.

“출발.”

------!

소리 없는 포효를 내지른 짐승거미가 명계에 투영된 UD그룹 본사 건물을 재빠르게 타고 오르기 시작했고, 잠시 후 언데드 군단의 본격적인 공격이 시작되었다.

피잉!

아래쪽에서 쏘아지는 수천 발의 화살과 마법 폭격.

이전까지는 그것들을 피하느라 급급했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키이잉!

이세훈이 위쪽으로 손을 뻗자 외벽의 위로 두 선이 일직선으로 뻗어나갔다.

꼭대기까지 연결된 길.

그 위로 짐승거미의 다리가 닿은 순간.

후웅!

짐승거미의 몸이 엄청난 속도로 가속되었다.

두두두두!

언데드 군단의 공격이 허무하게 빗나갔고, 짐승거미의 속도는 달릴수록 더욱더 빨라졌다.

건물을 타고 오르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듯한 감각.

뒤쫓아 오는 언데드 군단의 소리가 다시 멀어지며 꼭대기가 순식간에 가까워졌고.

투웅!

짐승거미의 몸이 건물 높이 솟구쳐 올랐다가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쿠웅!

건물의 옥상 위로 깔끔하게 착지한 짐승거미. 그 위에서 내려온 이세훈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 후우......"

명계의 안쪽이기에 보이는 거라곤 칠흑 같은 어둠과 저 멀리서 오는 언데드 군단들뿐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어지간한 절경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훌륭했다.

‘다 내려가네.’

기세 좋게 올라오다가 이세훈이 옥상에 도착하자 다시 내려가기 시작하는 언데드 군단.

표정 같은 것은 없지만 묘하게 풀죽은 듯한 모습에 이세훈이 씩 웃으며 내려다보고 있을 때.

[머리를 좀 썼군.]

뒤쪽에 위르겐의 눈이 나타났다.

[설마 경계를 조정해서 위아래를 바꿔 버릴 줄이야.]

건물의 외벽에 경계를 긋고, 그 안쪽에만 한해서 위와 아래를 반전시킨다.

그것으로 이세훈과 짐승거미를 건물을 타고 오르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 떨어지는 것으로 바뀌었고, 그 가속 덕분에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이게 된 것이다.

“명계는 위아래의 구분이 따로 없으니까 이런 곳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서 해봤습니다."

한정된 재료로 짐승거미를 아득바득 개조하느니 명계 자체를 뜯어고치는 것이 낫다.

과감한 시도로 훈련을 통과하는데 성공한 이세훈의 모습에 위르겐이 잠시 바라보다가 담담히 이야기했다.

[합격이다.]

후웅!

주변이 명계에서 단숨에 현실로 바뀌었고, 아무것도 없던 칠흑 같은 어둠에서 마천루들이 솟아 있는 도심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베냐민이 위르겐의 두개골이 놓인 방석을 조심스레 들고 서 있었다.

“의외시네요. 회장실 밖으로 안 나오실 줄 알았는데.”

[평상시에는 그렇지. 그럴 가치가 없으니.]

위르겐의 대답에 이세훈이 살짝 의외인 표정을 지었다.

그럴 가치가 없어서 그동안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반대로 지금은 자신에게 그만한 가치를 느낀다는 뜻이 아닌가.

'몽환마 토벌에 협조한다고 한 것도 그렇고…… 그럭저럭 관계가 잘 구축된 모양이야.’

물론 서로 이해관계가 일치한 정도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동료 같은 낯부끄러운 관계까진 아니었기에 긴장을 늦춰서는 안되리라.

[궁금한게 많은 모양이더군.]

“예?”

[명안으로 너의 사고를 읽을 때마다 나에게 여러 의문을 느끼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완등자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궁금증일 수도 있겠지.]

검은 눈구멍에 떠오른 푸른색 빛이 눈동자처럼 움직이며 이세훈을 바라보았다.

[훈련을 잘 끝냈으니 상으로 대답해주마. 물어봐라.]

"........"

위르겐 나름의 보상인 것일까. 잠시 고민하던 이세훈은 가장 궁금하던 것을 물었다.

“어쩌다가 몸이 그렇게 되신 겁니까?"

대강의 사정은 알지만 아무래도 당사자에게 직접 듣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터.

이세훈의 물음에 위르겐이 묘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처음 만났을 때나 할 법한 질문을 하는군.]

“외부에 비밀로 하고 계시니 섣불리 물어볼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흐음. 그것도 그런가.]

어느 정도 납득한 위르겐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령술의 연구를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던 때가 있었다. 주로 위험지역에서 연구를 했었는데 루트비히 그놈이 만들어둔 아공간 터미널을 타고 다녔었지.]

"......."

[그렇게 평소처럼 게이트로 이동하다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빠르게 움직이던 엘리베이터가 덜컥하고 멈추는 듯한 느낌과 함께 새하얀 공간이 펼쳐지더군.]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 그리고 그 안쪽에는 위르겐을 기다리던 선객들이 있었다.

[거기서 배교자와 수왕, 조율자에게 공격당했다.]

십악 중 셋에게 당한 기습. S급 영웅이라면 제대로 저항도 못 해보고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완등자인 위르겐은 달랐다.

[뭐 그때까지는 상황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배교자는 십악이 된 지 얼마 안 됐고 수왕은 본래 약한 놈이라 어느 정도 상대할 만했었지. 문제는 조율자 그놈이었어.]

퍼엉一!

멀쩡하던 조율자의 몸이 갑자기 폭발했고 그 중심에 검은 구멍이 생기더니 그곳을 중심으로 새하얀 공간이 엄청난 속도로 압축되기 시작했다.

마치 종이 속의 그림이 되어 구겨지는 듯한 상황.

그 기괴한 현상에 위르겐은 경계의 권능으로도 어찌하지 못한 채 휩쓸리고 말았다.

그리고 압축된 공간이 일점에 다다르며 엄청난 충격파가 터져 나온 순간.

위르겐의 두개골만 게이트 밖으로 튕겨 나온 것이다.

[공간을 강제로 압축시킨 다음 터뜨린 거겠지. 간단히 말하자면 종이를 구겼다가 잡아당기면서 펼친 거고, 내 몸은 그 과정에서 사이사이가 찢어진 종이가 된 거다.]

압축된 공간이 단숨에 펼쳐지면서 나오는 압력을 견디지 못해 위르겐의 몸이 사방으로 튕겨져 나갔고, 그 결과 두개골을 제외한 전신이 흩어졌다.

회귀 전에도 듣지 못한 자세한 내막에 이세훈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십악 중 셋이나.......'

게다가 설마 조율자가 저렇게 만들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잠시 고민하던 이세훈이 물었다.

“학원장님은 뭐라고 하셨습니까?”

[자신의 잘못이라고 사과했지. 똑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아공간 터미널의 구조도 뜯어고쳤고.]

“보상 같은건……"

[납득할 만큼 받았다.]

이만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납득할 정도라면 도대체 무슨 보상을 받은 걸까.

이세훈이 궁금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위르겐이 담담히 대답했다.

[가르쳐줄 생각 없으니 포기해라.]

"........"

말도 못 할 보상이라면 도대체 뭘까.

더욱더 궁금해졌지만, 위르겐의 성격상 조른다고 말해주지도 않을 것이다.

미련을 털어낸 이세훈은 다음으로 궁금한 것을 굴었다.

“어째서 흩어진 육체를 방치하고 계신 겁니까?”

회귀 전에는 위르겐이 나름대로 노력해서 흩어진 육체를 수습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물명자의 지골을 직접 습득하고 위르겐의 상태를 보면서 이세훈은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었다.

‘위르겐은 자신의 육체를 수습할 생각이 없어.’

누군가 발견해서 가져온다면 합당한 대가를 주고 교환할 뿐.

굳이 직접 나서서 찾으려고 하지는 않는 것이다.

어째서 그러는 것일까. 그런 이세훈의 물음에 위르겐은 거리낌 없이 대답했다.

[녀석들의 목적을 알아내기 위해서다.]

“목적이라면......."

[나를 죽이는 게 목적이었다면 그 정도 전력으로 덤비진 않았을 거다. 아마 처음부터 육체를 노리고 있었던 거겠지.]

자신의 육체를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위르겐은 그것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 일부러 흩어진 융체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몬스터와 이식한 것은 꽤 참신했다만…… 그게 전부는 아니겠지. 남은 연구도 전부 파악되면 회수할 생각이다.]

“……대단하시네요.’’

이세훈도 자신의 몸을 도구처럼 써먹기는 하지만 위르겐은 정말 도구로만 본다는 느낌이 강했다.

완등자가 되면서 육체에 대한 애착도 사라진 걸까.

이세훈이 신기하게 바라보자 위르겐이 마주보았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뭐가 또 궁금하지?]

마지막이라는 말에 여러 가지가 떠올랐지만, 이세훈은 이내 한 가지밖에 없음을 깨달으며 물었다.

“완등자란 뭡니까?”

영웅의 탑이라는 미지의 건축물을 완등하여 모든 인류를 초월한 아득한 강자가 되어버린 존재들.

그들은 도대체 어떻게 정의를 내려야 하는가.

그런 이세훈의 질문에 위르겐이 가만히 마주보다가 대답했다.

[망령이다.]

“........ 망령?”

[그래.]

눈을 돌린 위르겐이 도심, 그 너머 어딘가에 있을 새하얀 탑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죽지도, 살아 있지도 않은 망령 말이야.]

* * *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예의 바르게 인사한 베냐민이 리무진과 함께 떠났고, 아공간 터미널을 올려다본 이세훈은 기지개를 피며 옆에 선 류은하를 바라보았다.

“시간 참 빠르네요. 그렇죠?”

“그런 것 같습니다.”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류은하. 거기까지는 평소와 크게 차이가 없지만, 문제는 거리였다.

‘너무가까운데.’

평상시에는 적당히 옆에 서 있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주먹 하나가 겨우 들어갈 정도로 옆에 딱 뭍어 있다.

그 때문인지 주변의 사람들의 시선도 이전보다 흥미진진해 보였는데 그 광경에 이세훈이 묘한 표정을 바라보았다.

“뭔가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그……거리가 너무 가깝……"

“경호를 위해서입니다. 밖에서는 참아주십시오.”

반론은 듣지 않겠다는 듯한 단호한 대답. 그 모습에 이세훈은 뭐라 말을 하려다가 이내 포기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아공간 터미널의 안쪽으로 들어섰고, 자연스럽게 더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모인다.

그 시선들을 의식한 듯 류은하가 더욱더 옆으로 쿹었는데 그 극성인 모습에 이세훈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회귀 전이랑 관계가 달라진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변할 줄은 골랐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마인의 머리통을 몹아내면서 눈썹 하나 깜박이지 않던 류은하에게 불안감과 상실감을 만들어낼 수 있는 존재가 되다니.

게다가 그 원인이 아무도 몰라주는 입맛을 맞춰서 밥, 무구를 만들어줘서라는 걸 생각하니 쓴웃음이 절로 나왔다.

‘어쨌든 인연레벨이 올랐으니 나쁜 건 아닌데…… 방향성이 조금 불안하구만.’

이렇게 집착이나 의존하게 되는 관계는 한 번 틀어지면 단번에 마이너스적인 관계로 변하게 된다.

하물며 류은하는 자신보다 강한 S급 영웅.

어느 날 갑자기 눈이 돌아서 집 지하에다가 감금하려고 들면 대응하기가 쉽지 않으리라.

‘시키는 대로 얌전히 있으면 폭주할 일은 없겠지만 그래서야 근본적인 해결이 안 되지.’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류은하의 안에서 자신이 어떤 식으로 여겨지고 있는지, 그것부터 명확하게 파악해야만 한다.

어떤 식으로 해결하는 게 좋을지 이세훈이 곰곰이 생각해 보던 그때.

우웅!

주머니에서 울리는 진동. 그에 이세훈이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보자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

[루이제 발렌트]

‘애가 전화할 일이라면……'

무슨 일일지 대강 알아차린 이세훈이 류은하를 바라보았다.

“잠깐 전화 좀……"

“알겠습니다.”

딱 한 발자국 옆으로 떨어지는 류은하.

사실 거리가 얼마나 벌어지든 전화내용이 들리는 것은 마찬가지였기에 이세훈은 그러려니 하며 전화를 받았다.

-야. 좀 급한일 있는데 통화 괜찮아?

“괜찮아. 무슨 일인데?”

-마리오넷 팩토리쪽에서 전화 왔어. 너랑 나 둘 다 현장체험 신청한 거 붙었대.

“뭐, 그렇겠지.”

내부에 [여명]이 잠입해 있다면 자신들이 떨어질 일은 절대로 없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이 다음에 붙는 조건이었다.

-근데 보안 때문에 대표 인솔자 이외에는 동행 물가라네. 소지품 제한도 있고. 괜찮겠어?

조건만 놓고 보면 그리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안쪽에 숨어 있는 녀석들이 주시자 중에서도 악명 높은 [여명] 이라는 것이다.

‘흐음. 그놈들이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덤빌 가능성도 있겠지.’

완전무장을 해도 모자랄 판에 무장을 풀어야한다? 아무리 이세훈이라고 해도 꺼림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괜찮아.”

위르겐에게 가르침을 받기 전까지라면.

“이번에 괜찮은 꼼수를 배워왔거든.”

저 정도 보안이라면 돌아다니는 데 크게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이세훈의 자신만만한 대답에 루이제도 무언가 느낀 듯 대답했다.

-알았어. 내일이니까 준비해 둘 거 있으면 오늘 안에 다 끝내놔.

“그래. 내일 보자.”

전화를 끊은 이세훈이 휴대폰을 집어넣었고, 류은하가 곁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내일 뭔가 예정이라도 있으십니까?’’

“아. 마리오넷 팩토리에서 현장체험학습을 한다길래 전에 신청했었거든요. 그게 내일부터라네요.”

“그거라면…… 란 페이 교수가 인솔자로 가는 행사군요.’’

뭔가 탐탁지 않은 듯한 류은하의 눈빛.

인솔자가 한 명뿐인데 그게 A급 영웅이니 잔뜩 예민해진 류은하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물안하리라.

“……꼭 참가하셔야 합니까?”

“꽤 흥미 있는 분야라서요.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을지 모르니까 봐두고 싶네요.”

“며칠 전에 그런 일이 있었는데 당분간 바벨에 계시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학과장님.”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류은하의 모습에 이세훈이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학과장님이 보시기에는 제가 조금 못 미더우실 수도 있지만 나름대로 계획하에 움직이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이번만 해도……"

“계획대로 되지 않았죠.”

이세훈의 말을 잘라낸 류은하가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제가 자리를 비운 탓에 말입니다."

담담하게 사실을 말하는 것 같으면서도 자신을 자책하는 듯한 말투.

그 모습에 이세훈이 쓴웃음을 지어보몄다.

“결과적으로 아무런 문제도 없었잖아요. 그런 변수도 염두에 두고 움직였다는 거죠.”

"......."

“물론 실수할 수도 있지만, 그런 만약까지 두려워하면 지금의 제가 자유롭게 갈 수 있는 곳은 없을 거예요. 어쩌면 만마전이 노리는 것도 그것일지도 모르고요.”

주의는 하되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이세훈의 철칙이었고, 그동안 머리를 쥐어짜내며 여러 위험을 대비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이세훈의 이야기에 류은하가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대신 이전에 제가 드렸던 호신장치들은 꼭 챙겨주십시오.”

이전 병문안 때 산더미처럼 받았던 물건들. 그것을 떠올린 이세훈이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박박 긁어서 챙겨갈 테니까요.”

“감사합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류은하.

납득한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눈빛에 여전히 걱정이 묻어났다.

아직 감정이 격해지지 않아서 그렇지 아마 이보다 더 심해진 상태였다면 끝까지 가로막았을지도 모르리라.

‘흐음. 딴말 안 나오게 하려면 기분을 좀 풀어줘야 할 것 같은데……'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잠시 고민하던 이세훈은 이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물었다.

“학과장님.”

“무슨일이십니까?”

“이전에 평가시험 때 만들었던 조금 특이한 물건이 있거든요. 인챈트로 몬스터를 빙의시켜서 특성을 재현하는 건데 어떤 맛이 날지 한 번……."

꼬르르륵!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울려 퍼지는 우렁찬 소리.

그에 류은하가 슬쩍 시선을 피하자 이세훈이 씩 웃으며 굴었다.

“드셔보실래요?”

“……부탁드리겠습니다.”

바벨로 돌아간 이세훈은 류은하의 집으로 가서 무구를 만들어주었고.

[차라리 날 다시 죽여라!]

졸지에 재료로 쓰인 주작이 서럽게 울부짖었다.

맛은 매운 양념치킨 같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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