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가 다 만들어줌-196화 (196/309)

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196화

[대상 ‘아미르 싱’의 인연레벨이 Lv.2로 상승합니다]

[인연레벨이 상승함에 따라 관계가 정립됩니다. 대상 ‘아미르 싱’과의 관계는 ‘경계’입니다.]

[관계 : 경계警戒]

옳고 그름이란 동전의 앞면과 뒷면과 같으며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이들은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 경계를 유지합니다.

그 경계심이 남아있는 한 영원히 가까워질 수 없겠지만 반대로 그것만 해결된다면 누구보다도 가까운 관계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상의 경계가 누그러질 때마다 인연석이 생성됩니다.

*대상의 경계가 누그러짐에 따라 인연석의 숙성속도가 증가합니다.

*현재 생성된 인연석 : 1개.

“…….”

갑자기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 그 내용을 읽은 이세훈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이번 일로 아미르의 인연레벨이 오를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형성된 관계가 조금 예상과 달랐기 때문이다.

‘경계인 건 회귀 전이랑 똑같은데…… 내용이 달라졌네.’

회귀 전에는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인가로 의심했었는데 이번에는 옳고 그름, 마치 이쪽을 위험한 인물로 인식하고 있다.

그 미묘하게 달라진 내용에 이세훈은 잠시 고민하다가 금방 원인을 깨달았다.

‘몽환안 그것 때문이구만.’

앞서 이세훈은 아미르에게 몽환마의 진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말해주고 몽환안의 특성에 대해서 알아오게 했었다.

몽환마가 자신의 눈을 소모품으로 사용하면서까지 찾아 헤맬 정도라면 뭔가 특수한 스킬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관계가 형성됐다는 건…… 생각보다 뭔가 위험한 스킬이란 뜻인가 보네.’

잠시 생각에 잠기던 이세훈은 문득 몽환마의 분신이 자신에게 했던 이야기 하나를 떠올렸다.

‘당신은 저랑 닮은 것 같거든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상당히 의미심장한 이야기. 거기에 후계자 자리까지 권유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몽환안이 대충 어떤 종류의 스킬일지 직감이 왔다.

‘몽환마와 비슷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증표겠지.’

그거라면 아미르가 자신을 저렇게 경계하게 되는 것도 충분히 가능성 있었다. 단편적인 정보로 상황을 파악한 이세훈은 자신도 모르게 눈매를 찌푸렸다.

‘몸 상태도 빨리 점검해 봐야겠는데.’

영혼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이전에 영연신마법을 사용하면서 확인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그 정도가 심한 모양이다.

늘어난 숙제에 이세훈이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맞은편에 앉아 있던 레아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하던 거나 계속해.”

“아무것도 아니기는 무슨…….”

투덜거리면서도 다시금 눈앞의 황금색 혼천의, 스피어를 조정하는 데 집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세훈은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접어둔 다음 자신이 있는 레아의 공방을 슬쩍 살펴보았다.

‘완전히 개판이구만.’

한쪽에는 에너지 음료캔들이 피라미드처럼 쌓여 있고 다른 한쪽에는 인챈트와 관련된 서책들이 탑처럼 줄줄이 쌓여 있다.

시험기간 동안 어떻게 지냈을지 어렴풋이 짐작 가는 광경에 이세훈이 쓴웃음을 짓고 있을 때.

“그런데.”

레아가 다시 슬쩍 시선을 돌리면서 이세훈에게 물었다.

“후배는 누구한테 교육받기로 했어?”

“음? 아아. 완등자 그거?”

이세훈의 물음에 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특기로 따지면 같은 대장장이인 성화공이겠지만…… 그쪽은 바벨하고 사이가 껄끄럽다고 들어서.”

“안 그래도 학원장님이 거절당했었다고 하시더라.”

“그러면 누구로 골랐는데?”

어지간히도 궁금한지 작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레아. 그 모습에 이세훈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위르겐 크루거.”

“위르겐…… 불명자?”

이세훈의 대답에 레아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순례자와 더불어 가장 가능성이 낮은 인물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후배 사령술도 배웠었어?”

“아니.”

“……그런데 왜?”

불명자나 순례자나 해당분야의 기술을 배우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배울 수 있을 것도 얼마 없을 텐데 어째서 그런 인물을 고른 것인가.

그런 레아의 의문에 이세훈이 담담히 대답했다.

“그 이외의 사람들은 따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번에 루트비히가 제안한 완등자는 본인을 포함하여 승천제, 원견사, 불명자, 순례자 이렇게 총 네 명.

그중 원견사는 이미 제자가 되라는 제안을 받았었고, 순례자는 권능이 담긴 물건을 선물로 받을 만큼 관계를 만들어둔 상태였다.

‘거기에 루트비히 그 양반은 아직 안 받은 보상도 있으니 필요하면 그걸로 부탁하면 그만이지.’

네 명의 완등자 중 셋은 기회가 되면 언제든지 만나서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상황.

그렇기에 이세훈은 소거법으로 불명자, 위르겐 크루거를 고른 것이다.

“으음…… 그래도 기왕이면 도움이 될 사람한테 배우는 게 좋지 않나?”

“기술로 보면 그렇겠지. 하지만 중요한 건 권능이야.”

사령술을 배운다고 생각하면 시간낭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경계의 권능을 배운다고 생각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특히 이번 일로 육체는 물론 암속성마력에도 불명자의 힘이 스며들었으니 그에게 직접 교육받는 편이 더욱 득이 되리라.

‘그리고 따로 제안할 것도 있고.’

그 제안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위르겐과 직접 만나봐야 알 것이다.

“흐음…… 권능인가. 무슨 말인지도 알 것 같네. 그럼 교육은 언제 받아?”

“일주일 안에 정해서 보내준다니까 그때까진 기다려야지.”

“그렇구만. 근데 역시 생각할수록 아깝네. 기왕이면 같은 대장장이인 성화공 그 사람한테 배우는 게 좋았을 텐데.”

“흐음…….”

이세훈이 대답하는 대신 미묘한 표정을 지었고, 그 모습에 레아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

“아니. 뭐…….”

이걸 말할지 말지 고민하던 이세훈이 담담히 이야기했다.

“그 양반한테는 굳이 배울 필요 없어.”

“응?”

“내가 더 잘하거든.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

이세훈의 이야기에 레아가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았고, 방금 들었던 말을 다시금 머릿속에서 곱씹었다.

자신이 완등자, 성화공 리 켄세보다 실력이 더 뛰어나다.

그런 이세훈의 이야기에 레아가 한참동안 그것을 곱씹다가 자연스럽게 결론을 내렸다.

“우리 후배가 아주 완전히 돌아버렸구나…….”

시험기간 동안 마음고생이 너무 심했던 탓일까. 레아가 안쓰럽게 바라보자 이세훈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진짜야. 지금은 좀 그렇지만 나중에는 내가 더 잘해.”

“그래…… 나도 후배 믿어. 앞으로도 열심히 하자……!”

“……됐으니까 그냥 작업이나 해.”

눈곱만큼도 믿지 않는 레아의 모습에 이세훈이 손을 내저으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지금 듣기에는 좀 그렇겠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갓난아기가 세계챔피언을 상대로 이길 수 있다고 하면 어떻게 보이겠는가.

레아가 저렇게 반응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세훈은 나름대로 자신을 가지고 말한 것이었다.

회귀 전에 대장장이로서 경지에 올라 성화공이 어떤 인물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양반은 한계가 있으니까.’

지적하려면 지금도 가능하겠지만, 아직은 시기가 이르다.

회귀 전처럼 성화공과 사이가 껄끄러워질 수도 있고 만마전에게 더욱 경계 받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쪽은 좀 더 기회를 살펴보자.’

언젠가는 성화공과도 한 번 만나봐야 하니 금방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그렇게 이세훈이 생각하고 있을 때.

“아. 됐다.”

조정을 끝낸 레아가 스피어를 가동시켰다.

우우웅!

다섯 개의 고리들이 저마다 축을 바꿔가며 천천히 움직이더니 안쪽에서부터 황금빛이 은은하게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세훈이 요청한 구성대로 스피어를 가동시키는 데 성공한 레아가 살짝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어우. 어디다 쓰는지 진짜 더럽게 까다롭네. 이거 도대체 어디다 쓰는 구성이야?”

“천운철.”

“아. 그렇…… 뭐라고?”

레아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다시 보았고, 이세훈이 아공간 포켓에서 상자를 꺼내들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천운철이라고. 내가 학과수석되면 제작에 참여할 기회 준다고 했었잖아.”

“아니. 그. 으겍. 자, 잠깐.”

“호들갑은…… 봐봐.”

바짝 긴장한 레아의 모습에 이세훈이 피식 웃으며 상자를 열어 안에 들어있는 천운철을 보여줬다.

하늘색과 하얀색이 은은하게 섞여 마치 하늘에 떨어져 나온 것 같은 신비로운 주괴.

말로만 들었던 전설등급 재료를 보게 된 레아는 심장이 거칠게 뛰는 것을 느꼈다.

‘이게 천운철…….’

그냥 눈으로만 보고 있는데도 일반적인 재료와 격이 다르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걸 이용해서 과연 어떤 것을 만들 수 있을까. 머릿속에서 무언가 간질거리는 느낌에 레아의 두 눈에 핏발이 서고 숨이 점점 거칠어졌다.

그리고 무언가 폭발하는 느낌과 함께 몸이 움직이던 순간.

찰싹!

“악!”

이세훈의 손바닥이 재빠르게 레아의 손등을 때렸다.

“보라고 했지 만져보라고 한 적은 없어.”

“아니…… 방금 좋은 느낌이었는데…….”

“나중에 판 깔아줄 테니까 일단 설명부터 들어.”

레아가 아쉬워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고, 그 모습에 이세훈이 천운철을 상자에서 꺼내들었다.

“어제부로 여름방학이 시작됐으니 인형사가 너한테 제안했던 기간도 이제 두 달밖에 안 남았어.”

지난 바벨 습격사건 때 인형사가 레아에게 접근하여 제시했던 제안.

자신에게 오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을 죽이겠다는 아주 정석적인 내용이었는데 이세훈은 그것을 환락가를 공략한 초석으로 삼을 예정이었다.

“그 사이에 환락가에 있는 공방에 잠입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해. 첫 번째는 환락가에서 벗어날 수단, 두 번째는 공방에 있을 자동인형을 제압할 방법.”

“으음…… 제압인가.”

이세훈의 이야기에 레아가 골치 아픈 표정을 지었다.

어지간한 것들은 다 자신 있지만 무력과 관련된 것은 예전부터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동인형이 얼마나 있을 것 같은데?”

“글쎄다…… 자잘한 것들은 모르겠지만 싱글넘버 한두 개는 있지 않을까?”

자동인형들 중 S급 영웅에 비견되는 개체를 칭하는 싱글넘버. 그것을 제압해야 한다는 이세훈의 이야기에 레아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가능한가?’

이세훈이 어지간한 아칼쿠프의 생도들보다 잘 싸운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S급 영웅에 비견될 수준은 아니었다.

도대체 무슨 방법을 써야 할지 레아가 골치 아파 하던 그때. 이세훈이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걱정하지 마. 그래봐야 결국 자동인형이니까.”

“그게 무슨…… 잠깐, 너 설마……?”

무언가 알아차린 레아가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았고, 그 모습에 이세훈이 씩 웃었다.

“맞아. 그 설마야.”

S급 영웅에 비견될 만큼 강력한 개체라 해도 결국은 자동인형, 조종에 간섭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강하든지 간에 쉽게 제압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걸 간섭하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지금부터 그런 물건을 만들 수 있을까. 레아가 고민하려던 찰나 이세훈이 앞에 놓인 스피어를 가볍게 두드렸다.

“뭘 고민해. 이거랑 천운철만 있으면 되는데.”

“응? 스피어는 왜…… 음? 잠깐, 아니…… 하지만…….”

무언가 떠올랐는지 레아가 고개를 숙인 채 중얼거렸고, 잠시 후 견적이 나왔는지 고개를 번쩍 들며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이세훈을 바라보았다.

“너, 너…….”

이걸 어떻게 알았냐는 듯한 눈빛. 그 시선에 이세훈은 구구절절 설명하는 대신 간단하게 대답했다.

“재능 차이.”

* * *

환락가 17번 구역.

최근에 증축된 구역답게 완공된 건물보다 아직 건설 중인 것들이 더 많았는데 그 때문에 사람의 왕래도 적어 상당히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그런 17번 구역의 구석진 곳에 위치한 작은 가게. 간판 하나 걸려 있지 않은 건물 안쪽에서 한숨이 울려 퍼졌다.

“도대체 언제까지 미룰 생각인지…….”

충분히 고민하고 완전히 체념할 수 있도록 시간을 길게 잡아주긴 했지만 설마 여태 아무런 소식도 없을 줄이야.

그리고 무엇보다도 거슬리는 것은 얌전히 지내라고 했던 자신의 경고를 무시하고 보르시파의 3학년 학과수석으로 뽑혔다는 점이었다.

‘내가 너무 물렀나 보네.’

영특한 아이니 금방 상황을 이해하리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과대평가를 한 모양이다.

이대로는 아무것도 안된다고 생각한 전신에 문신이 새겨진 여인, 그 인형을 조종하고 인형사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정육점의 고기들처럼 고리에 매달려있는 다양한 형태의 인형들. 그것들을 살피던 인형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인Nine.”

끼기긱

인형사의 부름에 매달려있던 인형 중 하나가 양팔을 움직여 자신의 목에 걸린 고리를 붙잡고 몸을 위로 움직이며 빼냈다.

바닥에 착지한 인형은 가볍게 몸을 푼 다음에 의자에 앉아 있던 인형사의 앞으로 다가갔다.

“말씀하십시오.”

30대 초반 정도에 오른쪽 눈가에 문신이 새겨진 사내. 자신이 만들어낸 자동인형 ‘No.9’을 바라본 인형사가 담담히 이야기했다.

“이세훈을 감시하다가 틈 보이면 팔다리 하나씩 잘라와.”

심부름을 보내는 것처럼 가벼운 명령에 사내, 나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동인형이 얼마나 있을 것 같은데?”

“글쎄다…… 자잘한 것들은 모르겠지만 싱글넘버 한두 개는 있지 않을까?”

자동인형들 중 S급 영웅에 비견되는 개체를 칭하는 싱글넘버. 그것을 제압해야 한다는 이세훈의 이야기에 레아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가능한가?’

이세훈이 어지간한 아칼쿠프의 생도들보다 잘 싸운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S급 영웅에 비견될 수준은 아니었다.

도대체 무슨 방법을 써야 할지 레아가 골치 아파 하던 그때. 이세훈이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걱정하지 마. 그래봐야 결국 자동인형이니까.”

“그게 무슨…… 잠깐, 너 설마……?”

무언가 알아차린 레아가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았고, 그 모습에 이세훈이 씩 웃었다.

“맞아. 그 설마야.”

S급 영웅에 비견될 만큼 강력한 개체라 해도 결국은 자동인형, 조종에 간섭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강하든지 간에 쉽게 제압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걸 간섭하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지금부터 그런 물건을 만들 수 있을까. 레아가 고민하려던 찰나 이세훈이 앞에 놓인 스피어를 가볍게 두드렸다.

“뭘 고민해. 이거랑 천운철만 있으면 되는데.”

“응? 스피어는 왜…… 음? 잠깐, 아니…… 하지만…….”

무언가 떠올랐는지 레아가 고개를 숙인 채 중얼거렸고, 잠시 후 견적이 나왔는지 고개를 번쩍 들며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이세훈을 바라보았다.

“너, 너…….”

이걸 어떻게 알았냐는 듯한 눈빛. 그 시선에 이세훈은 구구절절 설명하는 대신 간단하게 대답했다.

“재능 차이.”

* * *

환락가 17번 구역.

최근에 증축된 구역답게 완공된 건물보다 아직 건설 중인 것들이 더 많았는데 그 때문에 사람의 왕래도 적어 상당히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그런 17번 구역의 구석진 곳에 위치한 작은 가게. 간판 하나 걸려 있지 않은 건물 안쪽에서 한숨이 울려 퍼졌다.

“도대체 언제까지 미룰 생각인지…….”

충분히 고민하고 완전히 체념할 수 있도록 시간을 길게 잡아주긴 했지만 설마 여태 아무런 소식도 없을 줄이야.

그리고 무엇보다도 거슬리는 것은 얌전히 지내라고 했던 자신의 경고를 무시하고 보르시파의 3학년 학과수석으로 뽑혔다는 점이었다.

‘내가 너무 물렀나 보네.’

영특한 아이니 금방 상황을 이해하리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과대평가를 한 모양이다.

이대로는 아무것도 안된다고 생각한 전신에 문신이 새겨진 여인, 그 인형을 조종하고 인형사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정육점의 고기들처럼 고리에 매달려있는 다양한 형태의 인형들. 그것들을 살피던 인형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인Nine.”

끼기긱

인형사의 부름에 매달려있던 인형 중 하나가 양팔을 움직여 자신의 목에 걸린 고리를 붙잡고 몸을 위로 움직이며 빼냈다.

바닥에 착지한 인형은 가볍게 몸을 푼 다음에 의자에 앉아 있던 인형사의 앞으로 다가갔다.

“말씀하십시오.”

30대 초반 정도에 오른쪽 눈가에 문신이 새겨진 사내. 자신이 만들어낸 자동인형 ‘No.9’을 바라본 인형사가 담담히 이야기했다.

“이세훈을 감시하다가 틈 보이면 팔다리 하나씩 잘라와.”

심부름을 보내는 것처럼 가벼운 명령에 사내, 나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후웅!

짧은 대답과 함께 나인의 모습이 사라졌고, 곧 팔다리가 잘릴 이세훈을 떠올리며 인형사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품질 떨어지겠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