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188화
이번 학과시험 중에 아미르가 해야 할 일은 간단했다.
이세훈보다 빠르게 미궁을 돌파해서 먼저 결승점을 통과한다.
그것만 끝내면 다음 단계는 몽환마가 맡아서 진행했고, 이후로는 추이를 보고 대응하면 끝이었다.
물론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천재 이세훈을 앞지른다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이번 학과시험에 한해서는 아미르도 자신이 있었다.
까드득─
빙속성마력을 사용하는 연금술에 고유스킬의 특수한 안력이 더해져서 만들어진 비전기술인 ‘빙결연금’.
아미르는 이 빙결연금으로 이동장치가 요구하는 제출품을 즉석에서 만들어냈고, 다른 이들보다 압도적으로 미궁의 중심부까지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미궁을 설계한 교수들의 예상을 뛰어넘은 범용성, 자신의 재능으로 만들어낸 결과였지만.
“이야. 엄청 빠르네요?”
그조차도 자신의 목표, 이세훈에게는 이기지 못했다.
“…….”
이제 막 중심부에 도착한 자신과 다르게 결승점, 깃발의 바로 앞에 서 있는 이세훈.
자신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유롭게 서 있는 그 모습에 아미르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거리는 약 150미터. 도약 한 번으로 좁힐 수도 없고, 빙결연금으로 투척해도 방금처럼 막아낼 가능성이 높다.’
지금 상태로는 이세훈을 제치고 먼저 결승점을 통과할 방법이 없다. 그리고 설령 통과하더라도 상대가 여기까지 온 시점에서 이미 모든 것이 틀어진 상태였다.
‘이렇게 된 이상 계획 수정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방법을 사용한다면 자신에게 더 이상 다음은 없다는 것. 버림패로 쓰이게 된다는 사실에 아미르는 얼음단검을 꽉 움켜쥐었다.
‘아니. 아직이다.’
아직 이세훈은 깃발을 붙잡지 않았다. 전신의 감각을 곤두세우며 아미르가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도대체 무슨 방법을 쓰신 겁니까? 제 입으로 말씀드리기는 그렇지만 저보다 빠른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습니다만.”
아미르의 물음에 이세훈이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미궁의 제어 권한을 복사했습니다.”
“……예?”
“제대로 복사된 건 아닌데 어찌 써먹을 순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이동장치에 이용해서 단숨에 넘어온 겁니다.”
이세훈의 이야기에 아미르가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헛웃음을 터뜨렸다.
미궁의 시스템 그 자체를 공략하다니.
완등자가 제어하고 있는 시설에 손을 댈 생각을 한 것도 대단하고, 그것을 정말 성공한 것도 대단했다.
‘제정신이 아니라더니 그 말대로군.’
자신이 얼마나 안일했는지 새삼스레 깨달았고, 아직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세훈의 경계를 사지 않도록 최대한 무해하게 자세를 풀면서 아미르가 미소를 지었다.
“대단하시군요. 보통은 그런 방법을 떠올려도 시도할 엄두조차 못 낼 텐데 말입니다.”
“그래 봐야 시험인데 뭐 어떻습니까. 그리고 안 된다 싶었으면 바로 제지했겠죠.”
만약 실전이었다면 이세훈도 이렇게 가볍게 시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지금은 그래 봐야 생도를 대상으로 한 시험.
그렇기에 어느 정도 모험을 한다고 느낌으로 곧장 도전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쪽도 만만찮게 빨리 도착한 것 같은데…… 그 얼음단검처럼 제출품을 만들어서 이동장치를 쓴 겁니까?”
단숨에 자신의 방법을 꿰뚫어 보는 이세훈의 모습에 아미르가 살짝 놀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예. 편법에 가까운 방법이었죠.”
“그렇게 표현할 만큼 단순해 보이진 않는데…… 뭐, 그렇다고 하시니까 그리 알겠습니다.”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세훈을 바라본 아미르가 긴장을 감추며 태연히 물었다.
“뭔가를 기다리시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자신의 대화를 받아주는 것도, 빙결연금으로 만들어낸 단검을 계속 주시하고 있는 것도 분명 뭔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아마도 자신이 반드시 이길 것이라는 자만감에서 비롯된 방심. 그 틈새를 파고들어야만 자신에게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아직 기회는 눈앞에 남아 있어.’
이것을 잡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자신에게 달려 있다. 아미르가 어떤 상황이든 대처할 수 있도록 감각을 곤두세웠고 그 모습에 이세훈이 담담히 대답했다.
“기다리기보다는 약간 시시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시시하다면…….”
“모처럼의 학과시험인데 너무 쉽게 끝나 버렸지 않습니까. 이걸로 평가에 불이익을 받게 되면 조금 그렇거든요.”
얼마나 빠르게 미궁을 돌파할 수 있는가도 평가에 반영되기는 하겠지만, 여기까지 도착한 시점에서 그 부분의 채점은 이미 끝났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그 이외의 능력이 어떤가. 보여줄 기회가 있다면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교수님들께 능력을 좀 더 보여주신 다음에 들어가신다는 겁니까?”
“그렇죠. 물론 상대가 영 시원찮았으면 그냥 무시하고 갈까 싶었는데…….”
아미르를 발끝부터 머리까지 천천히 훑어본 이세훈이 눈을 마주치며 씩 웃었다.
“당신 정도면 그럭저럭 괜찮겠네요.”
“…….”
이세훈의 모습에 아미르는 자신도 모르게 눈꼬리를 파르르 떨었다.
이쪽을 바라보는 시선에서부터 표정과 제스쳐. 거기에 한 점의 거짓도 없는 마음까지.
자신을 도발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렇게 평가하고 있는 이세훈의 모습에 아미르는 감정이 더 흘러나오기 전에 빠르게 가라앉혔다.
“이세훈 생도께서 그렇게 평가해 주시니…… 영광입니다.”
입꼬리 끝이 살짝 떨리는 것을 놓치지 않고 발견한 이세훈이 피식 웃었다.
“그래서 할 겁니까?”
“거절할 이유가 없죠. 제 능력을 보여드릴 기회도 될 테고…… 어쩌면 지금 상황을 뒤바꿀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기세가 좋네요. 그럼 바로 시작해 볼까요.”
미궁에서 나눠준 아공간 주머니를 집어든 이세훈이 아미르를 바라보았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10초 동안 무구를 만들고 그걸 상대에게 투척하는 겁니다.”
“10초 동안이요……?”
“단검을 보니까 그쪽이 특기 같아서요. 아닙니까?”
“그렇기는 합니다만…….”
이세훈의 태연한 물음에 아미르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 말대로 빙결연금은 장시간 집중해서 만들기보다는 단시간에 일정이상의 물건을 만들어내는 데 특화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조건이라면 빙결연금의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있지만 그래서 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굳이 그런 방법을…… 잠깐, 설마…….’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 생각에 아미르의 두 눈이 휘둥그레져 있을 때. 이세훈이 태연히 이야기했다.
“특기 분야에서 찍어 눌러야 별말이 없죠. 끝난 승부가지고 말 나오는 게 제일 싫거든요.”
뒤에 다른 말을 하지 못하도록 정면에서, 그것도 상대가 유리한 조건에서 박살을 내겠다.
너무 당당하다 보니 이제는 거만하다기보다는 얼마나 실력에 자신이 있으면 저럴까 싶어 긴장감이 절로 느껴졌다.
“……알겠습니다. 계속하시죠.”
“앞서 말한 대로 무구를 투척하고 나면 다시 10초 동안 제작하고 투척. 이 과정을 총 다섯 번 반복하는 겁니다. 간단하죠?”
이세훈의 물음에 아미르가 잠시 고민하다가 물었다.
“회피는 자유입니까?”
“앞으로 다가오지만 않으면 돼요. 물론 한 번 피하는 순간 그대로 말릴 가능성이 높겠지만요.”
무구를 피하기 위해 1초를 사용한다면 제작에 사용되는 시간이 9초로 줄어든다. 그렇게 되면 다음 충돌에서 밀리게 될 것이고, 한 번은 낭패를 보게 되리라.
‘그게 내가 노려야 할 기회다.’
잠시 숨을 고른 아미르는 기존에 쥐고 있던 얼음단검을 없애며 이세훈을 바라보았다.
“전 준비됐습니다.”
“그럼…….”
아공간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은 이세훈은 철괴와 손가락 한 마디만한 금속을 꺼냈다. 그리고 금속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튕겼고.
캉─
바닥에 떨어짐과 동시에 두 사람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까드득!
냉기와 함께 아미르의 손아귀에서 송곳의 뼈대가 완성되었고, 이어서 압축되듯이 줄어들며 그 형태가 더욱 가늘고 날카롭게 변한다.
빙결연금으로 눈 깜작할 사이에 투척용 송곳을 만들어낸 아미르는 곧장 맞은편의 이세훈을 바라보았다.
화르륵!
오른손에서 피어오르는 주홍색 불꽃.
이제 5초 정도가 흘렀을 뿐인데 철괴가 녹아내리며 안쪽에 스며들었고, 불꽃의 흐름에 맞춰서 움직였다.
작염륜의 불꽃 안쪽에서 빠르게 회전하는 주홍빛의 고리. 거기에 이세훈이 왼손을 집어넣으며 일부분을 움켜쥐었고.
‘10초.’
후웅!
두 사람이 동시에 팔을 흩뿌리며 완성된 무구를 던졌다.
카아앙!
이세훈의 바로 앞에서 산산조각 난 얼음조각들이 사방으로 흩뿌려졌고, 아미르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자신의 발 앞을 내려다보았다.
붉은 무늬와 검은색 무늬가 뒤섞여 있는 손가락 한 마디만 한 비수. 얼음송곳을 박살내고 날아온 그 무구에 아미르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도대체 무슨 수를 썼기에 그 잠깐 사이에 이만한 비수를 만들어낼 수 있단 말인가.
아미르가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다시금 이세훈을 바라보았다.
‘저건…….’
왼손에 휘감겨 있는 검은 그림자, 암속성마력을 본 아미르는 그제야 이세훈의 제련방식을 알아차렸다.
화속성마력으로 연금제련법을 펼쳐 금속을 빠르게 녹인 다음 암속성마력으로 그 열기를 단숨에 빼앗으며 마력배열과 형태를 변형시킨 것이다.
카아앙!
새로운 얼음송곳과 비수가 만들어져 던져졌고, 이번에는 중간에서 부딪치며 아미르를 옆으로 두 걸음이나 물러서게 만들었다.
처음보다 날카롭고 빨라진 비수. 그 모습에 아미르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그 와중에 개선까지 하다니. 진짜 미친 건가?’
지금 이세훈의 사용하는 방식은 과정을 생략한 게 아니라 압축한 것이기에 평소라면 1밖에 안 되는 사소한 실수조차 100, 어쩌면 1,000이 될 수도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무구가 완성됨과 동시에 폭발할 수도 있는 상황. 그런 위험천만한 순간에서도 이세훈은 제작방식을 과감히 개선하며 던지고 있는 것이다.
카아앙!
세 번째 충돌이 일어났고, 아미르의 앞쪽에서 얼음송곳이 박살 나며 사방으로 조각을 흩뿌렸다.
처음과는 차원이 다른 속도와 위력에 아미르가 옆으로 굴러 피했고, 2초의 시간을 날리면서 네 번째 송곳을 만들어 다급히 앞으로 던졌다.
스각!
얼음송곳이 반으로 잘리며 아래로 떨어지며 날아온 비수가 머리카락을 스치며 옆으로 피해간다.
얼음송곳의 완성도가 떨어졌기에 반대로 피할 수 있었던 상황. 이미 승패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고, 두 사람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이세훈이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며 마지막 비수를 만들던 그때.
‘지금……!’
아미르의 은색 눈동자가 이세훈을 꿰뚫어 보았다.
타인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고유스킬인 동천안. 평상시에는 감정만 엿보는 정도로 끝내지만, 위험을 감수하면 ‘심상’을 꿰뚫어 보는 것도 가능했다.
우우웅!
수많은 색상이 혼탁하게 뒤섞여 있는 이세훈의 심상. 그 안쪽에서 하나의 흐름을 발견한 아미르는 곧장 얼음송곳의 안쪽에 반영시켰다.
까드득─!
손안의 얼음송곳이 앞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압축되고 표면에 새하얀 냉기가 타고 오른다.
상대의 심상을 꿰뚫어 보고 그것을 파훼하기 위한 최적의 흐름을 담아낸다. 전력을 담아낸 얼음송곳이 앞으로 쏘아졌고.
파앙!
비수를 짓뭉개며 이세훈의 미간을 향해 쏘아졌다.
“?!”
그 예상치 못한 광경에 이세훈이 뒤로 물러섰고, 아미르가 곧장 바닥을 박차고 달려 나가며 지면에 손을 짚었다.
빙결연금氷結鍊金 연빙聯氷
쩌저적!
앞의 충돌에서 곳곳에 흩뿌려졌던 얼음조각들.
그것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연결되며 거대한 빙판길을 만들어냈고, 아미르의 몸이 화살처럼 쏘아졌다.
까드드득!
주변에 수십 개의 얼음칼날이 생성되며 앞으로 쏘아졌고,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10미터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이세훈은 얼음송곳을 피하기 위해서 세 발자국 뒤로 물러선 상태. 그 정도라면 손이 닿기 전에 자신이 도달하여 막아낼 수 있다.
‘잡았다……!’
근접전에서 제압하고 깃발을 빼앗는다.
코앞까지 다가온 기회에 아미르가 두 눈을 번뜩이며 더욱 내달렸고.
카득─
쇳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이세훈을 향해 쏘아졌다.
콰가가각!!
앞서 얼음칼날이 이세훈의 주변에 내리꽂히며 움직임을 봉쇄했고, 거리를 완전히 좁힌 아미르가 역수로 잡은 두 자루의 얼음단검을 목에 겨눴다.
누가 보더라도 자신이 완벽하게 제압한 상황. 하지만 아미르는 거기에 기뻐하지 못하고 멍한 눈으로 옆을 바라보았다.
“깃발이…….”
바닥에 꽂혀 있어야 할 깃발이 이세훈의 왼손에 당연하다는 듯이 쥐어져 있다.
그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아미르가 자연스레 깃발의 아래쪽, 바닥에 덩그러니 떨어져 있는 손가락 한 마디만 한 금속을 바라보았다.
제일 처음 승부를 시작하기 위해 이세훈이 손가락으로 튕겼던 금속.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서 무시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깃발에 달라붙어 이세훈의 손아귀로 가져다준 것이다.
‘이게 무슨…….’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광경에 아미르가 멍하니 보고 있을 때. 이세훈이 목에 겨눠진 단검의 날을 손가락으로 슥 밀어내며 입을 열었다.
“실전이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상대가 무슨 수를 쓰던지 간에 깃발만 챙기면 되잖아? 그래서 그걸 회수하기 위한 보험을 제일 처음 깔아뒀지.”
제일 처음 금속을 튕겼을 때. 이세훈은 흑무사를 연결시킨 다음 곧장 마력을 거두고 비활성화시켜서 아미르의 감지를 피했다.
그리고 마지막 얼음송곳을 피하기 위해 물러서기 직전. 금속과 연결된 흑무사를 깃발에 이은 다음 마력을 불어넣어서 활성화시킨 것이다.
“만약 깃발 쪽으로 칼날을 던졌으면 조금 위험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때는 뭐 나도 뭔가 던졌을 테니 결과가 크게 변했을 것 같지는 않네. 그렇지?”
“…….”
이세훈의 물음에 아미르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 말대로 첫 수를 간파하지 못한 시점에서 자신의 패배는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코앞까지 다가왔다고 생각했던 기회는 이미 저 멀리 떨어져 나간 뒤였다. 그 사실에 아미르가 허탈함을 느끼면서 동시에 두 눈을 차갑게 빛냈다.
‘그래. 이렇게 됐다면 차라리…….’
자신의 가치가 조금이라도 높은 이 순간, 스스로를 버림패로 사용해 가문에게 갈 피해를 최소화하는 수밖에 없다.
각오를 다진 아미르가 움직이려던 그때.
“아. 그래. 이걸 까먹었네.”
아미르에게 다가간 이세훈이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유리구두나 챙겨와. 헛짓거리 하지 말고.”
“…….”
그 말을 끝으로 이세훈이 몸을 돌려서 걸어갔고, 각오를 다졌던 아미르가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신데렐라?’
몇 달 전에 들었던 촌스럽기 그지없는 암호.
그것이 이세훈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에 아미르는 그제야 한 가지를 깨달았다.
“……하.”
자신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상대에게 패배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