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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가 다 만들어줌-187화 (187/309)

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187화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미친 거 아니야?!”

갑작스러운 학과시험의 시작에 생도들이 다급히 짐을 챙기면서도 불평을 쏟아냈다.

기술직이 모인 보르시파의 학과시험이 미궁 탐사라니. 아무리 만마전과의 불온한 기류가 흐른다고 해도 생도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논리였다.

‘그냥 이세훈 밀어주려는 것 같은데.’

‘제이크 마이어스랑 대련도 할 정도라니까 보르시파 1학년 중에서는 제일 강할 테고…….’

‘더럽다 더러워.’

이전까지는 학과 내에서 수석을 뽑으면 경쟁이 끝났었지만 이제는 바벨 전체를 아우르는 학년 수석을 뽑는 상황.

어떻게 보면 각 학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는 뜻이고, 욕심 있는 학과장이라면 특정 생도를 밀어주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생도들이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짐을 모두 챙긴 다음 자신의 기숙실 밖으로 나섰고.

후웅!

눈 깜짝할 사이에 주변의 풍경이 바뀌었다.

“……어?”

100미터를 훌쩍 넘기는 거대한 벽에 둘러싸여 있는 주변.

문밖으로 나서자마자 미궁에 들어서게 된 생도들이 당황하고 있을 때. 그들의 앞에 작은 아공간 주머니 하나가 툭 하고 떨어졌다.

“……?”

생도들이 자신의 앞에 떨어진 주머니를 주워 들었고, 안쪽에 들어 있는 물건을 보고는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소속 학부에서 자주 쓰이는 범용적인 재료와 제작 도구. 그리고 작은 지도가 들어가 있었는데 그 구성에 생도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걸 쓰라는 건가?’

‘뭔가 생각한 거랑 다른데…….’

그냥 미궁에 집어넣고 골렘이나 소환수와 싸우게 만들어서 헛고생만 시킬 줄 알았더니 예상한 것과 조금 다르다.

생도들이 의아해하는 사이 미궁 전체에 류은하의 목소리가 다시금 울려 퍼졌다.

[아공간 주머니에는 미궁 탐사를 위한 지원 재료와 도구가 들어 있습니다. 지도에는 미궁 곳곳에 특수한 지역들이 기록되어 있으니 신중하게 판단하여 움직여주십시오.]

류은하의 이야기에 곳곳에 흩어진 생도들은 곧장 지도를 먼저 펼쳐보았다.

현재 위치를 제외하면 온통 불투명하게 칠해져 있는 지도. 하지만 곳곳에 특수한 표식이 그려진 곳이 있었는데 시선을 향하니 옆에 설명이 떠올랐다.

[재료창고], [제작시설], [이동장치]…….

“…….”

“…….”

미궁에 마련된 시설에 생도들이 멍한 표정으로 내려다보았고, 그제야 돌아가는 상황을 명확하게 이해했다.

이번 학과시험은 이세훈을 특별히 밀어준다든가 그런 노골적인 시험이 아니었다. 그냥 뜬금없이 미궁을 컨셉으로 잡은 괴팍한 시험이었던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이것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몇몇 생도들은 빠르게 상황을 판단했다.

‘그냥 컨셉을 이렇게 잡은 거라면 전투력이 떨어져도 충분히 가능성 있어.’

‘재료 수급이나 제작 시설 쪽에 탐사에 도움이 되는 물건을 만들 수 있게 구비해 뒀을 것 같은데. 그쪽부터 간다!’

장소와 방식이 다를 뿐. 자신들의 ‘기술’을 적재적소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은 똑같다.

그 사실을 깨달은 생도들이 빠르게 지도에 표기된 각 시설들을 노리며 움직이기 시작했고, 제어실에서 그 광경을 바라본 헬레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래도 꼴에 수재들이라고 금방 알아먹는군.”

혹시라도 생도들이 시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곧장 이쪽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학과시험 시작부터 대참사를 피한 헬레나가 안도하고 있을 때. 옆에 서 있던 류은하가 담담히 이야기했다.

“순조롭게 풀려서 다행입니다.”

“…….”

남의 일처럼 무뚝뚝하게 이야기하는 류은하의 모습에 헬레나가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파격적이다 못해 비정상적인 학과시험을 구상해 낸 것이 바로 류은하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정말 미친 줄 알았는데 말이야…….’

아칼쿠프나 우르도 아니고 기술학과인 보르시파의 생도들을 미궁에 집어넣겠다니. 그 방식도 방식이지만 류은하가 생각한 미궁의 구조 역시 터무니없었다.

‘모든 학부가 공평하게 공략할 수 있는 미궁으로 만들면 좋겠습니다.’

미궁을 공략하는 데 있어 개개인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기술에서 차이가 나서는 안 된다.

한마디로 보르시파의 수십 개의 학부, 해당되는 기술의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는 것인데 이전의 학과시험들도 이 부분이 늘 말썽이었지만 미공 공략은 몇 배로 힘들었다.

그렇기에 헬레나를 비롯한 많은 지도교수들이 우려를 표하며 반대했지만 류은하는 그에 대해 간단하게 답했다.

‘학원장님도 이쪽이 참신해서 마음에 드신다고 하시니까 그냥 진행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학과장까지는 지도교수들이 어떻게 반대할 수 있지만 바벨의 주인인 학원장, 루트비히가 찬성했다면 그때부터는 더 이상 선택권이 없다.

그렇게 각 학부의 교수들이 몇 주동아 머리를 쥐어짜 내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만든 게 지금의 미궁인 것이다.

“……크흑.”

“거참. 이 친구가 나잇값도 못 하고.”

올해 60을 넘긴 교수가 완성된 미궁을 보며 눈물을 훔치는 것을 본 헬레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시금 제어실의 대형 모니터에 떠오른 화면을 바라보았다.

‘힘들기는 했지만…… 확실히 나쁘지는 않아.’

기존의 보르시파의 학과시험은 매번 주제를 바꾸긴 했으나 결국 따지고 보면 일정한 ‘틀’이 존재했었다.

각 분야에 존재하는 정석적인 구조와 형태. 그리고 정보창의 등급과 품질로 구분되는 물건의 완성도.

그게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수많은 변수가 일어나는 전장에서는 취약해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잠, 아직 충전 중인데……!”

“으아아아!”

기껏 만든 무구를 쏴보기도 전에 골렘에게 제압당해 시작지점으로 강제 이동당한 생도. 몸에 둘린 방어벽째로 소환수에게 붙잡혀 시작 지점에 내던져진 생도.

낯선 상황이다 보니 조금만 생각해 봐도 하지 않았을 실수들이 속출했고 미궁의 함정과 적들 앞에 빈번히 가로막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에게 무엇이 효율적인지 이해하며 능숙하게 대처했고, 본인도 모르고 있었던 재능을 발휘하기도 했다.

“허……. 설마 저쪽으로 재능이 있었을 줄은…….”

“저 정도면 아예 저쪽으로 방향을 틀어도 되겠는데…….”

기존에 몰랐던 생도들의 재능을 확인하고 감탄하며 바라보는 교수들. 그렇게 걱정과 달리 학과시험이 순조롭게 풀려가던 그때.

“학과장님!”

미궁을 모니터링하던 조교 한 명이 헬레나와 류은하가 서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크, 큰일 났습니다. 지금 미궁의 제어 권한이……!”

심각한 표정인 조교의 모습에 헬레나와 류은하의 얼굴이 굳어졌다. 설마 또 만마전의 습격이 일어난 것인가.

하지만 금방 냉정을 되찾은 헬레나는 습격자를 비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미궁을 제어하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루트비히 학원장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상황을 잘못 골랐군.’

설령 십악이 쳐들어왔다고 해도 미궁을 어떻게 할 순 없을 것이다. 그렇게 헬레나가 자신만만해하던 그때.

“이세훈 생도에게 복사당했습니다!”

“……예?”

“……뭐?”

상상을 뛰어넘은 대답이 돌아왔다.

* * *

“흐음…….”

미궁에 들어온 직후. 이세훈은 다른 생도들처럼 바쁘게 움직이는 대신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얼핏 보기에는 한 덩어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퍼즐 같은 상태네.’

본래라면 형태를 유지 못 하고 조각조각 분해되어야 했지만, 수준 높은 공간마법이 자연스럽게 연결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만한 수준의 공간마법을 일부도 아니고 이 엄청난 넓이의 미궁에 전부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딱 한 명밖에 없었다.

‘루트비히 그 양반이구만.’

제작자가 누구인지 파악한 이세훈은 하루아침 만에 도시 위로 미궁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도 알아차렸다.

‘도시 위에 미궁이 건설된 아공간을 겹쳐놓은 거구만.’

외부에서 보기에는 하나의 공간이지만 실제로는 두 개의 공간이 겹쳐져 있는 상황.

아마 보르시파의 생도들이나 관계자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미궁이 아니라 도시의 풍경만 보이고 있으리라.

‘보통은 비밀통로나 금고를 만들 때 쓰는 방식인데…… 이쪽은 스케일이 다르구만.’

건물도 아니고 아예 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이런 짓을 할 수 있다니. 새삼스레 완등자의 힘을 다시 확인한 이세훈은 벽으로 다가가 겉면을 쓰다듬었다.

‘흐음. 이런 형태라면…….’

대부분의 생도들을 내부의 시설을 이용해서 미궁 내부의 난관을 돌파할 물건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이세훈은 조금 관점을 바꿨다.

미궁의 중앙까지 도달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냥 이 미궁 자체를 조종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들면 그만 아닌가.

‘중앙의 코어로 제어하고 있다는 건 이 미궁도 결국은 하나의 물건이라는 뜻이지.’

만약 아무런 가공도 거치지 않고 그냥 단단한 벽을 세워뒀다면 내부를 돌아다녀야 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지도를 펼쳐서 주변의 시설을 확인한 이세훈은 곧장 ‘이동장치’라고 적힌 곳으로 향했다.

우우웅─

미궁의 벽에 만들어져 있는 거대한 문.

옆쪽에는 내부가 보이는 투명한 상자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 옆에 붙어 있는 설명문에 의하면 이 안에다가 요구하는 물건을 만들어서 제출해야 문을 사용할 수 있었다.

‘직접 움직이는 데 자신이 없으면 그냥 이걸로 뚫고 가라는 거구만.’

쉽게 말하자면 퍼즐 풀이로 미궁을 돌파하는 선택지. 이세훈이 그 방식을 이해한 그때, 허공에 반투명한 패널이 나타나며 그 위에 글자가 떠올랐다.

[상자 안의 빛을 한 점으로 압축하라.]

파앗!

투명한 상자 안쪽에 나타는 수십 개의 빛. 난잡하게 뻗어 있는 빛들의 위치를 파악한 이세훈은 앞서 나눠받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재료를 꺼내 들었다.

“보자…….”

철괴를 이리저리 만져본 이세훈은 제작 시설이 있는 곳으로 가는 대신 마력을 끌어올려 오랜만에 연금제련법을 펼쳤다.

우우웅

철괴의 마력배열이 공명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흐물흐물하게 변했고, 이세훈은 손으로 천천히 그 형태를 가다듬었다.

사방으로 가지가 길게 뻗어 있는 기형적인 뼈대. 눈 깜짝할 사이에 제련을 끝낸 이세훈은 이어서 백광을 통해 곳곳을 깎아내면서 표면을 거울처럼 매끈하게 만들었다.

“흠. 이정도면 뭐.”

순식간에 만들어낸 조형물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이세훈은 곧장 투명한 박스 안쪽에 내려놓았다.

파앗!

다시 한번 투명한 박스 안에서 빛들이 쏟아졌고, 이세훈이 만들어낸 조형물의 가지 곳곳에 반사되면서 중앙으로 모인다.

그리고 그 빛이 한 차례 크게 번쩍인 순간. 옆쪽의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쿠구궁─

묵직한 소음과 함께 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 이세훈은 그 경계를 살펴본 다음 가볍게 건너편으로 넘어갔다.

후웅!

약간의 기시감과 함께 이세훈의 몸이 반대편으로 넘어왔고, 지도를 살펴보니 중심부까지 10% 정도 줄어들었다.

정석적으로 간다면 최소 9개 이상의 물건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 갈수록 요구 조건도 어려워질 테고 이동 거리가 줄어들 수도 있으니 이것도 쉽지만은 않았지만.

“……됐다.”

방금 이동으로 도면을 완성한 이세훈이 재빠르게 지도에 표기된 재료창고로 달려갔다.

미궁 한쪽에 놓여 있는 수십 개의 가판대. 그중에서 이세훈은 그림자가 뭉쳐진 것 같은 광석과 새하얀 광석을 하나씩 골랐다.

이세훈이 고른 광석은 각각 ‘영모석影摹石’과 ‘광수유光囚琉’라 불리는 희귀등급 재료로 그렇게까지 특별한 물건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뭐든 쓰기 나름이지.’

영모석과 광수유를 집어 든 이세훈은 두 손에 자신의 암속성 마력인 월야영을 끌어올렸다.

우우웅─

두 광석에 스며드는 검은 그림자 같은 마력. 거기에 이세훈은 다시 한번 연금제련법을 펼쳐 다음 두 재료를 이용해 합금을 만들어냈다.

스스스

하나로 합쳐진 광석은 이내 얇은 그릇처럼 형태가 변했는데 안쪽 바닥은 거울처럼 단면이 매끄러웠고 옆면에는 검은색 선들이 중심부를 둘러싼 소용돌이처럼 그려졌다.

그릇 같으면서도 거울 같은 신기한 형태. 그 모습을 확인한 이세훈은 이어서 흑무사를 펼쳐 내부에 주술진을 그리고 언령각인까지 펼쳤다.

“〈술식복사〉, 〈형태고정〉, 〈공간투영〉…….”

언령이 거울의 안쪽에 녹아들었고 모든 작업을 끝낸 이세훈은 다시금 이동장치 쪽으로 향했다.

우우웅

이세훈이 다가오자 자연스럽게 열리는 문. 한 번 성공하면 언제든지 자유롭게 왕래가 가능했는데 이세훈은 다시 반대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으로 들어서기 직전. 손에 들린 그릇의 거울 면을 머리 위쪽으로 치켜들었고.

파카앙!

문밖으로 빠져나옴과 동시에 거울이 산산조각 났다.

그릇 안쪽에 담겨 있는 거울 파편들. 그것을 아래에 털어낸 이세훈은 바닥 쪽에 새겨진 문양을 바라보았다.

열쇠 구멍처럼 보이는 독특한 문양. 그 모습을 본 이세훈은 미소를 지으면서 곧장 마력을 불어넣었다.

우우웅!

문양이 빛남과 동시에 주변의 공간에서 희미할 이질감이 느껴지더니 순식간에 주변의 풍경이 급변했다.

미궁과 도시의 풍경이 겹쳐서 보이는 신비로운 광경. 그 모습에 이세훈은 자신의 목적, 미궁을 제어할 수 있는 권한을 훔치는 데 성공했음을 깨달았다.

‘역시 이럴 줄 알았지.’

처음 이동장치를 사용했을 때. 이세훈은 공간을 넘어가는 과정에서 두 가지 이질감을 느꼈다.

첫 번째는 문에 발을 들이밀었을 때 밀리는 듯한 감각. 그리고 두 번째는 위에서 어떤 힘이 내려와 자신의 몸을 감싸는 감각이었다.

어지간한 생도들은 인지도 못 할 만큼 아주 찰나의 감각이었는데 이세훈은 그 두 가지를 통해 이동장치의 정확한 발동 원리를 깨달았다.

‘물건을 제출한 생도에게만 미궁 내에서 공간이동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내리는 구조.’

제출품을 내지 않은 생도가 이동장치를 쓰지 못하게 막는 용도로 보였는데 이세훈은 거기서 미궁을 돌파할 방법을 떠올렸다.

‘그럼 저 권한만 복사하는 데 성공하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 아닌가?’

물론 그 권한을 복사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저렇게 복잡한 권한, 술식은 베끼는 것도 쉽지 않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자신이 직접 보완해야 했기 때문이다.

술식 한 군데만 틀려도 이상한 곳으로 이동될 수 있는 것이 공간마법. 어중간하게 시도했다가는 아예 미궁 밖으로 튕겨 나갈 수도 있었지만.

“슬슬 가볼까.”

지금 이곳에서 루트비히의 공간마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 바로 이세훈이었다.

우웅!

바닥에 새겨진 문양이 빛을 내뿜자 문 너머의 풍경이 시시각각 변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장소가 비쳤다.

미궁의 중앙 지역 위쪽에 떠 있는 거대한 코어. 결승 지점까지 단번에 공간을 연결시킨 이세훈은 곧장 반대편으로 넘어갔다.

쩌적!

“윽…….”

문을 통과하자 그릇에 거대한 균열이 새겨졌고, 이세훈의 머리 안쪽이 들쑤셔지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완전히 재현하지 못한 술식을 즉석에서 임기응변으로 대처했는데 공간이동과 관련된 분야라서 그런지 순간적으로 현기증이 날만큼 계산량을 요구한 것이다.

‘이거 거리가 더 멀었으면 머리가 터지거나 공간 사이에 갇히거나 둘 중 하나였겠구만.’

다음에는 더욱 주의하기로 하며 이세훈이 그릇을 옆에 던져두고 코어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코어의 아래쪽에 있는 깃발을 집어 들려던 바로 그 순간.

파카앙!

이세훈이 반사적으로 무언가를 손날로 쳐냈다.

산산조각 나며 흩뿌려지는 얼음 조각들. 그 모습에 이세훈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얼음 송곳?’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방금 날아온 것은 분명히 얼음으로 만들어진 송곳이었다.

어디서 많이 본 형태에 이세훈이 송곳이 날아온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고.

“……한발 늦었군요.”

양손에 얼음 단검을 쥐고 있는 아미르가 난처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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