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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가 다 만들어줌-180화 (180/309)

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180화

‘보자. 마광수 그 양반이 낼 시험이면…….’

이세훈이 머릿속으로 시험에 대해 고민하며 걷고 있을 때. 옆에서 시선이 느껴지더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훈아!”

옆으로 달려온 금발머리의 청년, 제이크의 모습에 이세훈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너 먼저 강의실 가 있던 거 아니었어?”

“음? 아니. 방금까지 전공시험 보고 있었는데.”

똑같이 의아해하며 대답하는 제이크의 모습에 이세훈은 그제야 어떻게 된 것인지 깨달았다.

“아. 오늘 보기로 미리 정해둔 거구나.”

“그것도 아냐. 교수님이 따로 설명하기 귀찮으니까 시험 끝나면 바로 오라고 하시더라고.”

“…….”

제이크의 대답에 이세훈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다른 교수들은 시험기간 동안은 생도들의 컨디션 관리를 생각해서 편의를 도와준다는데 돕기는커녕 두 번 말하기 귀찮다고 막 불러대다니.

‘……하긴 애초에 교수도 억지로 하는 건데 뭐.’

생각해 보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마광수에게 그런 배려심을 바란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 화제는 더 이야기해 봐야 서로 한숨만 나올 일이었기에 이세훈은 화제를 돌렸다.

“그래서 전공시험은 잘 쳤냐?”

“일단 만점받긴 했는데 그 이상은 얼마나 쳐주실지 모르겠네. 그래도 뭐, 내 생각에는 잘 본 것 같아. 너는?”

“나? 나도 뭐 비슷하지.”

“흐음…… 그렇구나.”

제이크가 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그 반응에 이세훈이 살짝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뭐야. 너도 학년수석 노리냐?”

“어? 아니. 그런 건…….”

“그냥 솔직히 말해. 저번에 에리카도 자기가 학년수석 될 거니까 나보고 거래하자고 그러던데.”

이세훈의 이야기에 제이크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이내 무언가 결심한 듯 대답했다.

“솔직히 말해서…… 학년수석 자체는 상관없어.”

“그러면?”

“누님이 지금 1학년이었다면 학년수석이 되셨을 테니까…… 나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야.”

학년수석이나 그런 건 그냥 부가적인 요소일 뿐. 진짜 중요한 것은 과거의 누님처럼 부정할 수 없는 압도적인 1위가 되어야만 한다.

제이크의 대답에 이세훈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허…… 얘가 이런 소리도 다하네.’

매번 제 누나한테는 찍소리도 못하기에 아무런 생각도 없는 줄 알았는데 이쪽으로도 승부욕이 있기는 했었던 모양이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리 변했나 싶어서 이세훈이 의아해하던 그때.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설마 염성하 그놈이 말했던 게…… 쯧. 도와준 게 아니라 초를 치고 갔구만.’

이러면 제이크가 점수에 의욕을 낼 테니 더 귀찮아지지 않는가. 도움은커녕 훼방만 놓고 간 염성하의 오지랖에 이세훈이 속으로 욕하고 있을 때.

“그래서 말인데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무슨 부탁?”

이세훈의 물음에 제이크가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세훈이 너도 최선을 다해서 학년수석을 노려줘.”

제이크의 부탁에 이세훈이 묘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에리카처럼 자신이 이긴다고 확신하지는 않지만, 이쪽을 경쟁상대가 아니라 아리아를 뛰어넘기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고 한다.

‘이쪽은 안중에도 없다 이거구만.’

당돌하기 그지없는 모습에 이세훈이 제이크를 바라보다가 이내 피식 웃었다.

“뭐, 좋아. 어차피 학년수석은 내가 따낼 생각이었으니까 못할 것도 없지.”

“고마…… 뭐라고?”

“내가 학년수석 딸 거라고. 그러니까 넌 뭐, 옆에서 열심히 해봐라. 2위여도 잘했다 싶으면 네 누나보다 높게 쳐줄 수도 있으니까.”

“…….”

승리를 확신한 듯 여유롭게 대답하는 이세훈의 모습에 제이크의 눈꼬리가 묘하게 파르르 떨렸다. 그리고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 결과가 어떻게 되든 서로 잘해보자.”

“그러자고.”

조금이긴 하지만 이쪽을 제대로 의식한 모습이 보인다. 이세훈이 만족스럽게 웃고 있을 때, 제이크가 가까워지는 강의실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에리카는 몰라도 우리 둘은 이번 시험으로 승패가 갈릴 수도 있겠네.”

“음? 아아.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

서로 학과가 다르기 때문에 겹치는 시험이라고 해봐야 이번에 새로 생긴 특별시험과 신체제어학뿐.

여기서 높은 점수를 받아두면 다른 시험에서 점수가 비슷하더라도 이길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마 교수님이면 뭔가 엄청 어려운 시험을 내실 것 같은데…… 서로 열심히 해야겠네.”

“그래야…… 음? 어려운 시험이라고?”

이세훈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고 제이크 역시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왜? S급 영웅이시니까 뭔가 좀 어렵고 복잡한 시험을 내실 수도 있잖아.”

“아…….”

제이크의 대답에 이세훈은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꼭 그렇지는 않은데.’

S급 영웅, 과거 승천제의 동료이자 지금도 차기 완등자로 종종 언급되는 마광수 같은 사람이라면 뭔가 특별한 시험을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가끔 이렇게 고위영웅들에게 환상을 품고 있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세훈은 이미 회귀 전에 그 현실을 깨달았다.

아무리 뛰어난 강자라고 해도 결국은 살아 있는 사람. 그게 무슨 뜻인가 하면.

“하아…… 귀찮구만.”

사람 자체가 글러 먹었으면 특별함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었다.

“그냥 대충 봐도 견적 다 나오는데 다양한 접근이니 뭐니…… 학원장이라고 거들먹거리기나 하고…… 쯧.”

“…….”

대련장에 가져다 놓은 의자에 앉은 채 루트비히를 씹어대는 마광수. 의욕이라고는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는 그 모습에 제이크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래도 1학기 평가시험이니까 뭔가 새로운 설비라도 갖추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평소와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그나마 다른 점이라면 마광수가 검 한 자루를 쥐고 있다는 것 정도. 하지만 그것도 검집을 살펴보니 고급등급 수준의 양산형 무구였다.

‘설마 시험도 대련으로 하실 생각인가……?’

그것도 분별력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서야 평소와 다를 것도 없지 않은가. 너무 성의 없는 모습에 제이크가 의기소침해졌고, 다 예상하고 있었던 이세훈이 심드렁하게 물었다.

“그래서 안 하실 겁니까?”

“……해야지. 쯧”

혀를 차며 의자에서 일어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번 시험은 내가 두 번 공격하면 너희들은 그걸 피하든 막든 받아치는 거다. 그럼 내가 그 수준을 보고 채점해 주마.”

정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는 방식. 이세훈과 제이크가 그러려니 하며 어떻게 할지 생각하려던 그때.

“그리고 이번 시험은 재시험이 가능하다.”

마광수가 두 사람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덧붙였다.

“……재시험이요?”

예상치 못한 이야기에 제이크가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고 마광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험기간, 학과시험이 열리기 전까지는 원하는 만큼 도전해도 된다. 그러면 다 끝나고 나서 가장 높은 점수로 매겨주마.”

“오…….”

원하는 점수가 나올 때까지 몇 번이고 재도전이 가능하다. 시험내용은 조금 평범해도 도전욕구를 자극하는 구조에 제이크가 감탄했고, 이세훈이 눈매를 찌푸렸다.

‘이 영감탱이…… 도대체 뭘 노리는 거지?’

재도전이 가능하다는 것은 단순히 도전할 기회가 많다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해야 할 만큼 까다롭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 공격하는지 보이더라도 상관없다…… 이거겠지.’

도대체 무엇을 평가하려는 것일까. 이세훈이 경계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사이 마광수가 담담히 물었다.

“그래서 누가 먼저 할 거냐?”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이세훈이 고민하기도 전에 나서는 제이크. 재도전이 가능한 만큼 괜히 눈치 싸움을 보지 않고 먼저 나서기로 한 것이다.

“좋아. 제이크 너는 검 꺼내고 이세훈 너는 옆으로 빠져라.”

마광수의 지시대로 제이크가 휘광검을 꺼내서 검신을 만들어냈고 이세훈은 옆쪽으로 물러섰다.

그렇게 시험을 칠 준비가 끝난 뒤. 마광수가 왼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아래로 늘어트렸다.

“3초 뒤에 간다. 준비해.”

마광수가 담담히 이야기하며 바라보았고 제이크가 휘광검을 꽉 움켜쥐며 상대의 자세를 살폈다.

늘어져 있는 몸과 아래를 겨누고 있는 검의 손잡이. 어딜 봐도 허술하기 그지없는 자세였지만, 그 앞에 선 제이크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뭔가…….’

자신을 바라보는 마광수의 시선, 아래로 늘어진 검의 손잡이가, 아무것도 쥐지 않은 오른손이 눈에 밟힌다.

마치 저것을 반드시 보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듯한 본능적인 경고. 그 이해할 수 없는 기시감에 제이크가 의아함을 느끼면서도 몸을 긴장시켰고.

철컥──

검이 뽑히는 소리와 함께 목에 검날이 툭 하고 닿았다.

“끝. 그 정도면 B는 되겠군.”

담담하게 이야기한 마광수가 검을 거두면서 다시 검집에 넣었고,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제이크가 뒤늦게 상황을 파악했다.

‘방금……죽을 뻔한 건가……?’

마광수가 만약 교수가 아니라 적이었다면, 조금이라도 힘 조절에 실패했다면 그대로 목이 굴러떨어졌을 것이다.

목덜미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검날의 감촉. 코앞을 스치고 지나간 죽음에 제이크의 전신이 희미하게 떨리며 식은땀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거리던 그때. 제이크는 한 가지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자세가 왜 이렇지?’

아래를 겨누고 있어야 할 검신이 어째서인지 중단까지 올라와 있다. 어느새 달라져 있는 자세에 제이크가 혼란스러워했고, 마광수가 옆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너다. 이리와.”

“예.”

고개를 끄덕인 이세훈은 안쪽으로 오면서 멍하니 있는 제이크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아, 어. 미안. 비켜줄…….”

“옆에서 봐봐. 그러면 너도 뭔지 알 거야.”

언제나 그렇듯 뭔가를 알아차린 듯한 이세훈의 얼굴. 그 반응에 제이크가 가만히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제이크가 옆쪽으로 물러섰고 이세훈이 소광의 망치 하나만 아공간 포켓에서 꺼내 들었다.

“검은?”

“전에 부숴 먹고 아직 못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망치를 고쳐 잡은 이세훈이 씩 웃었다.

“이번에는 이쪽이 편할 것 같아서요.”

“……쯧. 그걸 가르쳐 주는 게 아니었는데.”

김샌 표정을 지은 마광수가 아까처럼 자세를 늘어트렸다.

“똑같이 3초다.”

“예.”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보았고 옆으로 물러선 제이크는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마음속으로 시간을 셌다.

‘3초.’

아무런 변화가 없는 대치. 그 모습을 뚫어져라 살피던 제이크는 한 가지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2초.’

이세훈도 마광수도 제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는데 그 몸이 움직인 것처럼 느껴진다. 눈으로 보이는 것과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 사이의 괴리감.

‘1초.’

그 이해할 수 없는 감각 속에서 마지막 시간이 흘렀고.

───

무형의 무언가가 이세훈을 향해 쇄도했다.

─철컥!

“……어?”

앞에 보다 한 박자 느리게 검이 뽑히는 소리가 들렸고, 그 상황에 제이크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끝.”

자신과 마찬가지로 검날이 목에 닿아 있는 이세훈.

그것만 보면 결과가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중요한 것은 자세였다. 자신의 경우 검이 중단에서 멈춰 있었지만 이세훈의 망치는 좀 더 위까지 올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는 건…… 나보다 더 빨랐단 건가?’

그 결과에 제이크는 좀처럼 납득이 가지 않았다. 자신이 알기로 반응속도는 비슷하고 신체능력은 자신이 확실히 위인데 어떻게 저만큼이나 차이가 난단 말인가?

좀처럼 짐작이 가지 않는 상황에 제이크가 고민하던 그때.

‘잠깐. 두 번?’

앞서 마광수가 설명했던 시험방식이 떠올랐다.

“알아냈어?”

이세훈이 가볍게 몸을 풀며 묻자 제이크가 살짝 애매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대답했다.

“혹시……교수님이 어검술을 쓰신 거야?”

“맞아. 정확하게 말하자면 어검술을 응용한 기술이지.”

마광수는 시험을 설명할 때 두 번 공격하겠다고 했었지만 실제로 검을 휘두른 것은 딱 한 번뿐이었다.

거기에 제이크는 자신이 공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으니 순식간에 두 번의 공격이 휘둘러졌을 것이라고 넘겼지만, 옆에서 투안까지 사용해서 보고 있던 이세훈은 그 비밀이 모두 보였었다.

“어검술을 응용해서 극소량의 마력에 심상을 압축한다. 그리고 이걸 공격과 거의 동시에 쏘아내는 거지.”

고위영웅쯤 되면 심상 그 자체만으로도 자신보다 수준이 낮은 이들에게 정신적인 충격을 안겨줄 수 있다.

마광수는 그 점을 이용해서 제이크를 경직시킨 다음 그 짧은 찰나에 검을 휘둘렀던 것이다.

“그런 방법이……”

“물론 실전에서는 쓰기 애매할 거야. 수준이 비슷한 사람에게는 안 통하고, 수련 좀 했다는 사람들은 거기에 경직되지 않고 바로 반격부터 나가거든.”

“아. 그럼 내가 검을 휘둘렀던 것도…….”

“몸에 숙달된 움직임이 반사적으로 펼쳐졌던 거겠지. 아마 이번 시험에서 보는 건 그 부분이었을 거야.”

얼마만큼 무의식중에서도 완벽한 기술을 펼치는가.

표면적으로 신체제어학이 육체를 얼마나 이해하고 제대로 제어할 수 있는지 가르치는 강의니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는 시험이기도 했다.

‘솔직히 개판으로 만든 것 아닌가 했는데……생각보다 신경 써서 만들었네.’

만약 시험이 한 번으로 끝이었다면 너무 까다롭기도 하고 실전경험이 부족한 생도들에게 적합하지 않아 별로였겠지만, 재도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단점이 상쇄된다.

그리고 재도전을 하면서도 심상에 공격당하는 것에 익숙해질 수도 있고 하니 일종의 수업도 겸하기도 했다.

‘점수도 넉넉하게 주면 좋겠지만……그럴 일은 없겠지.’

앞으로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이세훈이 고민하던 그때. 제이크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넌 어떻게 대응했어?”

“나도 비슷하게 어검술을 응용해서 막아냈지. 어차피 심상만 꽉꽉 눌러 담은 어설픈 형태라 막기 쉽거든.”

“아아. 어검술을…… 음?”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던 무언가 이상함을 깨닫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너도 어검술 쓴다고?”

“쓰지. 아, 그러고 보니 넌 본 적 없나?”

천충검으로 검기를 뽑아내는 것만 보여줬지 어검술을 펼치는 모습은 하선우도 그렇고 잘 보여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는 이세훈의 모습에 제이크가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어검술이라니…… 서, 설마 천충검을 전수받은 건가?’

이세훈이 마광수에게 여러 기술을 배우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비전검법인 천충검까지 전수받고 있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근데 제자가 됐다기에는 애매한데……아니 그래도 어검술을 독학으로 익히지는 않았겠지.’

어검술이 어디 눈대중으로 대충 배울 수 있을 만큼 쉬운 기술이던가. 제이크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이세훈을 다시 보던 그때.

“신난 와중에 미안하다만.”

이야기를 듣고 있던 마광수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어검술 응용은 맞지만 채점 기준은 틀렸다.”

“……예?”

“숙달된 움직임만 보려고 했으면 그냥 살기만 날렸어도 됐지. 뭐 하러 귀찮게 어검술까지 써먹겠냐?”

“…….”

마광수의 물음에 이세훈의 눈매가 찌푸려졌다. 확실히 그 말도 틀리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어검술도 쓸 줄 안다고 으스대려고 그런 줄 알았는데…….’

거기에 도대체 무슨 의도가 있었는가. 이세훈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그리고 말이다……. 네가 제이크한테 그리 잘난 척하고 있을 때가 아닐 텐데.”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방금 시험 점수.”

이세훈의 물음에 마광수가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넌 C야 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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