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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가 다 만들어줌-174화 (174/309)

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174화

“…….”

이른 아침부터 안토니오 재활병원으로 불려나온 제인은 멍한 표정으로 눈앞의 환자를 바라보았다.

기이잉

오른쪽 어깻죽지에 접합되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의수.

왼팔과 거의 비슷하면서도 착용자가 오른손잡이라는 것을 반영하여 약간의 차이를 두었는데 그것만 봐도 얼마나 완성도가 뛰어난 물건인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의수의 완성도보다 더욱 놀라운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내부에서 움직이는 마력이었다.

우우웅

부드러운 인상의 노파, 롤라가 의수를 움직일 때마다 안쪽에서 자연스럽게 소량의 마력이 따라서 움직인다.

잘 모르는 이들이 보기에는 저 정도 마력을 움직이는 게 뭐가 그리 대단한가 할 수도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저 과정이 ‘무의식’ 중에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정말로 의수를 육체로 인식하고 있군요…….”

심장이 뛰는 것을 의식하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이며 전신에 피를 공급하는 것처럼.

마력 역시 따로 의식하지 않아도 몸의 움직임에 맞춰서 자연스럽게 움직일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의체를 착용하면 여기에 문제가 생겼는데, 인공적인 육체라는 이질감 때문에 마력의 움직임에 제동이 걸려 무의식에 다룰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분도 분명히 어제까지만 해도 그런 상태였을 텐데…….’

하룻밤이 지나고 나니 의수가 진짜 오른팔이라도 된 것처럼 자연스럽게 마력을 받아들이며 움직이고 있다.

거기에 일반적인 움직임이 빨라진 것은 현역 시절에나 쓸 수 있었던 강력하고 복잡한 기술들도 완벽히 제어할 수 있게 되었는데,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변화였다.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중에 결론이 나면 그때 정리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편하신 대로 하세요. 아, 그런데…….”

민소매 위로 벗어둔 와이셔츠를 걸쳐 입은 롤라가 조심스레 제인에게 물었다.

“어제 했던 그 특별 치료는 언제 다시쯤 받을 수 있나요? 가능하다면 문제가 없는 선에서 주기적으로 받고 싶은데…… 아, 비용이라면 필요한 만큼 얼마든지 드릴게요.”

앞서 살펴보았던 환자들과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 롤라의 모습에 제인이 쓴웃음을 지었다.

다른 때라면 영웅들의 지원 약속에 환하게 웃었겠지만 이번에는 마냥 기뻐하기에 걸리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단 이번 현상에 대한 해명이 되고나면 그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에 좋은 효과가 나왔다고 해서 다음에도 그러리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으음…… 알겠습니다. 나중에 해결되면 꼭 연락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간곡하게 부탁한 롤라가 밖으로 나갔고, 제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옆방으로 향했다.

재활운동을 하다가 지친 환자들이 잠시 쉬는 작은 휴게실.

그 한쪽에 마련된 침대를 보자 눈 위에 물수건을 얹은 이세훈이 축 늘어져 있었다.

“상태는 좀 어떠세요?”

제인의 물음에 이세훈이 살짝 고개를 돌리고 물수건으로 눈을 가린 채 대답했다.

“아직 피로가 남기는 했는데…… 저녁쯤이면 다 회복될 것 같습니다.”

“다행이네요. 오늘 아침에는 정말 큰일 난 줄 알았는데…….”

금방 돌아올 것처럼 이야기하고 병원에 잠입했던 이세훈과 루이제는 새벽 5시, 해가 뜨기 직전에야 겨우겨우 숙소로 돌아왔다.

밤새 두 사람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제인은 곧장 이세훈과 루이제를 맞이해 주었는데 가까이서 상태를 살피고는 그야말로 깜짝 놀랐었다.

“루이제는 어디 갔습니까?”

“아, 수액이 끝나서 뽑으러 가셨어요. 금방 오실 거예요.”

루이제의 경우 아름다운 은발이 누구한테 쥐어뜯긴 것처럼 산발이 되어 있었고 두 눈은 피로에 핏발이 서며 밑에 다크서클이 짙게 깔렸다.

거기에 마력과 정신력, 체력 모두 바닥나기 직전이었는데 조금만 늦었으면 탈진으로 기절했을 만큼 심각했다.

‘이세훈 생도의 상태는 더 심각했고…….’

체력적인 부분은 루이제와 거의 비슷한 정도였지만 이세훈에게는 한 가지 더 독특한 증세가 있었다.

물수건으로 덮어둔 두 눈. 그중 왼쪽의 눈이 흐릿한 안개처럼 변해 있었던 것이다.

“그…… 눈은 좀 어떠신가요?”

“아. 잠시만요…….”

눈에 얹어둔 물수건을 치운 이세훈은 그대로 눈꺼풀 위로 왼쪽 눈을 살짝 눌러보았다.

꾸욱

일정 이상 파고들면 안 되는 손가락이 평소보다 조금 더 깊게 파고든다.

제인이 신기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는 동안 이세훈이 진단을 내렸다.

“뭔가 만져지는 걸 보니 많이 괜찮아졌네요. 이제 더 걱정할 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안도의 한숨을 내쉰 제인은 그대로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 앉으면서 바라보았다.

“아직 피곤하시겠지만 어제 무슨 일을 하셨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언제 교단에서 연락이 올지 모르니 상황 정도는 알아둬야 할 것 같아서요.”

부상으로 은퇴한 영웅들이 순례교에게 특수한 치료를 받고 과거의 기량을 되찾았다.

지금은 예상치 못한 효과라 조사가 필요하다고 비밀로 해달라고 했지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언제 새어나가더라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때 이세훈의 존재를 들키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교단의 힘으로도 재현할 수 있는지 확실하게 파악해야 한다.

“아. 그러네요. 일단 조사 결과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세훈은 의체에서 발견된 보석, 그리고 심상을 복사해내는 성능에 대해서 차근차근 설명했다.

“심상을 복사하는 기능…… 정말 위험한 효과군요.”

“위험하죠. 기술이 유출되는 것만으로도 파훼법이 개발될 수 있고…… 몬스터나 마인에게 이식해서 강화시킬 수도 있으니까요.”

당장 인형사만 하더라도 영웅들의 시체로 그들이 생전에 보유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생체무구를 만들 수 있지 않던가.

굳이 멸각의 마신이 아니어도 악용할 수 있는 수단은 얼마든지 많았고, 그렇기에 이세훈은 그 만일을 대비해 견제 수단을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이 사실을 공개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생각했습니다. 녀석들의 몸통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꼬리를 잡으면 그대로 끊어버리고 숨어버릴 테니까요.”

“그건…… 그러네요.”

제인은 그 이야기를 수긍하면서도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대의를 위해서 라지만 평생을 쌓아온 기술과 심상을 빼앗기고 악용당할 수도 있는 상황. 그런데 그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어야 하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그런데 그렇다고 그걸 가만히 보고 있을 순 없죠.”

이세훈 역시 그런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기에 조사 이후에 있었던 ‘시술’에 대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문제는 의심받지 않으면서 계획을 방해해야 하는 건데…… 그걸 고민하다가 떠오른 게 바로 오후에 했었던 치료법을 강화하는 방법이었습니다.”

“강화……?”

“예. 설명하자면 복잡한데…… 간단히 말하자면 제가 의체를 손봐서 동화율을 단숨에 높인 겁니다.”

의체와 육체에 연결되어 있는 인공신경과 마력회로.

어림잡아 수백 가닥은 될 그 부위를 하나하나 다시 연결한다.

그런 다음 루이제의 언령마법으로 연결 부위에 신성력을 동화. 이후 몽환의 단안경으로 환자의 심상을 자극해 자연치유력을 높이고 단숨에 동화율을 끌어올린 것이다.

‘진짜 더럽게 힘들었지…….’

루이제는 언령마법으로 신성력을 다루느라 머리를 쥐어뜯어가며 도왔고, 이세훈도 심상을 자극한다고 단안경과 몽환안을 계속 사용한 탓에 왼쪽 눈이 반쯤 흩어졌다.

이것도 그나마 신성력을 사용했기에 이 정도로 끝났지 그게 없었다면 해가 뜨기 전에 세 사람을 모두 치료하지도 못했으리라.

“다른 치료법을 도입한 게 아니라 치료 속도를 높인 거라서 어제 했었던 치료를 꾸준히 받는다면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겁니다.”

“그 말인즉…… 저희들도 저렇게 치료하는 게 가능하다는 뜻이군요.”

“맞습니다. 그리고 영웅들에게 이 사실을 퍼뜨리는 게 핵심이죠.”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이세훈이 계속해서 눈을 감은 채 설명을 이어갔다.

“이 이야기가 알려지면 환락가가 노리고 있던 은퇴한 영웅들이 순례교를 찾게 될 겁니다.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모를 위험한 선택지보다는 신성마법이 나으니까요.”

선택지가 하나밖에 없다면 어쩔 수 없이 그 길을 걷겠지만 더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선택지가 하나 더 있다면 누구든 그쪽을 고를 것이다.

그렇게 되면 환락가는 영웅들을 협박할 힘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순례교와 자주 접촉하게 되어 움직임에 제약이 생기게 되리라.

“이렇게 제동을 걸어놓은 상태에서 몸통을 찾아내고 이후 관련된 자들을 모두 소탕한다. 그게 제 계획입니다.”

이세훈의 설명에 제인이 한참 동안 그것을 곱씹다가 이내 작게 감탄했다.

“정말 대단하군요…….”

계획 자체는 단순하지만 이세훈이 만들어낸 새로운 치료법이 가진 힘과 영향력이 그것을 가능하게끔 만들어낸다.

환락가라는 거대한 조직조차 쥐고 흔들 수 있는 그 엄청난 발상과 재능에 제인이 새삼스레 이세훈의 잠재력을 깨달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럼 이 일도 이전처럼 전부 비밀로 하면 될까요?”

“이건…….”

숨기는 게 깔끔하긴 하지만 혼자서 품고 있으면 냄새를 맡고 귀찮은 놈들이 달라붙는 법.

그렇기에 이세훈은 가장 적절해 보이는 절충안을 꺼냈다.

“순례자님께는 말씀드려도 됩니다.”

“……교주님이요?”

“예. 그분이라면 적당히 잘 처리해 주실 것 같아서요.”

완등자이자 순례교의 교주인 만큼 적의 경계나 견제도 적절히 분산시켜줄 것이다.

이세훈의 이야기에 제인이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지금 바로 보고 드리러 갈게요.”

“예. 모쪼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고개를 꾸벅인 제인이 밖으로 나갔고, 이세훈은 다시 침대에 누우며 감고 있는 두 눈을 만지작거렸다.

‘지금쯤이면 환락가랑 그쪽 장인들도 난리 났겠네.’

의심하고 있던 세 명이 약속한 것처럼 전부 치료를 받으러온 걸 보면 환락가 쪽에서 손썼을 가능성이 컸다.

정확히 뭘 노린 계획인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지만 그 판단 때문에 계획 전체에 제동이 걸리게 생겼으니 아마 죽을 맛이리라.

‘근데 마리오넷 팩토리 입장에서는 엄청 이득이겠네.’

앞서 이세훈은 치료법이 효과가 좋은 것은 의체가 뛰어나기 때문이라도 환자들에게 설명한 적이 있었다.

이 이야기가 입소문을 타고 퍼진다면 순례교에 치료를 받으려는 사람들은 모조리 의체를 바꾸려고 할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번 돈을 『여명』이 가져갈 수도 있다는 건데…… 여기도 날 잡고 한번 쑤셔봐야겠어.’

마침 루이제도 이를 갈고 있으니 적당히 기회가 생겼을 때 들쑤셔 봐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이세훈이 그 이외에 또 신경 쓸 게 있는지 생각하던 그때.

똑똑

“야. 일어났냐?”

노크와 함께 휴게실로 들어오는 루이제. 아침보다 기운이 넘치는 목소리에 이세훈이 슬쩍 웃었다.

“일어났지.”

“눈은 좀 어떻고?”

“이제 거의 괜찮아진 거 같기는 한데…….”

이세훈이 상태를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 눈을 뜨려던 그때. 그보다 먼저 루이제의 손이 두 눈을 덮으며 가로막았다.

“뭐해?”

“괜히 무리하지 말고 그냥 감고 있어. 네가 말하는 괜찮다는 안 죽으니까 괜찮다 그런 거잖아.”

“사람을 뭘로 보고…….”

“그럼 아니야?”

루이제의 물음에 이세훈이 잠시 고민하다가 물었다.

“그래서 몸은 어때?”

“말 돌리기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피식 웃은 루이제가 이세훈의 눈을 가린 채로 대답했다.

“괜찮아졌어. 애초에 두통은 그때뿐이었고 나머지는 탈진 증세 뿐이었으니까…….”

오히려 겨우 그것만 해놓고 그렇게 끙끙 앓았던 것이 부끄러울 정도다.

루이제가 멋쩍은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이세훈이 담담히 물었다.

“환자들은 봤고?”

“아, 봤지. 막 걸음마 뗀 애들처럼 난리피우던데.”

의료진과 순례교인들은 아직 확실치 않으니 안정을 취하라고 하지만 수십 년 만에 과거의 힘을 되찾은 사람들이 어디 그렇게 있을 수 있겠는가.

재활운동실을 부술까봐 뒤쪽의 공터나 해안가 쪽으로 몰래나가서 훈련을 하거나 서로 대련까지 하며 본인들만 행복하고 나머지는 죽어나가는 상황이었다.

“개판이구만.”

“개판이지. 그리고 내가 부탁한 일인데 그걸 말리고 있으니 약간 짜증도 나더라.”

푸념 섞인 루이제의 이야기에 이세훈이 피식 웃었다.

“그래서 괜히 도와줬나 후회되고 그러냐?”

“아니. 그런 건 아니고.”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한 루이제는 누워 있는 이세훈을 내려다보며 이야기했다.

“좀 얄밉고 짜증 나는 사람들이기는 해도 나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옛날의 내가 떠오르기도 했고.”

평소라면 이런 쓸데없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겠지만 오늘은 어째서인지 술술 나왔다.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이 없어서 마음이 편한 것도 있었고, 이런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뭐, 잘했다고 생각해. 전에도 말했었지만 사람을 도와주는 것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고.”

“…….”

“그러니까…… 으음…….”

말을 하면서도 루이제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은 왜 갑자기 이놈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다시 생각해 보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뒤늦게 밀려오는 부끄러움. 그리고 약간의 아쉬움을 느끼며 루이제가 재빠르게 이야기를 얼버무렸다.

“으음…… 아니야. 됐어. 그냥 못들은 걸로 하고…….”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을 돕는다는 게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자신의 눈을 덮고 있던 루이제의 손을 붙잡은 이세훈이 그대로 아래로 끌어내렸다.

“거기에 그 선택 덕분에 결과도 제일 좋은 형태로 풀렸고.”

그리고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뜨고 자신을 멍하니 내려다보는 루이제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어보였다.

“정말 잘했어. 네 덕분이야.”

“…….”

다른 뜻이 없는, 오직 호의로 가득 친 칭찬과 감사.

사람의 감정에 민감한 루이제였기에 그 안에 담겨져 있는 기쁨과 대견함, 그리고 만족스러움이 선명하게 느껴졌고.

“……재수없어.”

그에 대한 기쁨을 숨기듯 투덜거리며 대답했다.

[대상 ‘루이제 발렌트’의 인연레벨이 Lv.3로 상승합니다.]

[인연레벨이 상승함에 따라 관계가 심화됩니다.]

[관계 : 인도引導]

타인을 이끄는 것은 그 미래에 깊이 영향을 끼치는 만큼 막중한 책임을 요구합니다.

그 책임감은 인도하는 자를 짓누르며 엇나가게 만들 수도 있지만 그 뒤를 따르는 이가 함께 그것을 함께 지탱하고자 한다면 다릅니다.

비록 올바른 길을 찾고 그곳으로 이끄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서로를 이끌어간다면 필시 그 끝에 도달하여 새로운 관계로 넘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대상을 바르게 인도할 때마다 인연석이 생성됩니다.

*대상을 인도하는 상황일 때 인연석의 숙성 속도가 증가합니다.

*대상의 인도에 따라 올바른 결과를 만들었을 때 인연석의 심상발현 확률을 증가시킵니다.

*현재 생성된 인연석 : 없음.

“오…….”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에 이세훈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얘가 웬일로 기특한 생각을 해서 칭찬 좀 했더니 이렇게 인연레벨이 오를 줄이야.

예상치 못한 결과에 이세훈이 계속해서 알림창을 살펴보았고, 그 너머에 있던 루이제가 자연스레 시선을 마주쳤다.

“…….”

처음에는 쑥스러워하다가 금방 냉정해지고, 이내 한 가지 사실을 깨달으며 얼굴이 점점 붉어진다.

“……고.”

왠지 모르게 잘 안 나오는 목소리에 루이제가 쥐어짜내듯이 중얼거렸고, 그이 이세훈이 알림창을 보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응?”

“……라고.”

“크게 좀 말해. 안 들려.”

뭘 저렇게 기어가듯이 말한단 말인가. 이세훈이 의아하게 바라보자 시선을 피하고 있던 루이제가 두 눈을 푸르게 빛내며 훽 돌아보았고.

“손 좀 놓으라고 새끼야!”

짜악!

“악!”

반대쪽 손바닥으로 이세훈의 눈두덩이를 후려치고 그대로 병실 밖으로 달려 나갔다.

* * *

──아악!

“음……?”

빈 방을 간단히 개조해서 만들어낸 기도실.

그 바깥에서 들려오는 부끄러움과 수치심이 가득한 외침에 제인이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렸고, 맞은편에서 나긋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슨 일 있나요?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교주님.”

재빠르게 대답한 제인이 다시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허공에 신성력으로 만들어진 황금빛 고리.

안쪽에는 제인이 있는 곳과 다른 기도실이 비춰지고 있었는데 금발의 사내가 그곳에 등진 채로 서있었다.

순례교의 교주이자 완등자인 순례자 칼 안데르센. 그의 목소리가 다시금 부드럽게 울려 퍼졌다.

-그럼 마저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그리고 이세훈 생도가 만들어낸 치료법은…….”

제인은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모두 상세히 설명했고, 칼은 그 이야기를 가만히 경청했다.

-흐음. 제인 대주교.

그리고 모든 이야기가 끝난 뒤. 아주 중요한 결심을 내린 듯 엄숙한 목소리로 불렀다.

“예. 교주님.”

-이번 기회에 명예 대주교 같은 직위나 만들어 볼까요?

“……예?”

-바벨에 본당만큼 커다란 예배당도 짓고요. 괜찮죠?

재밌겠다는 듯이 이야기하는 칼의 모습에 제인은 한 가지는 확실하게 깨달았다.

“정말 괜찮은 생각이네요.”

이세훈이 받을 순례교의 지원이 몇 배는 늘어났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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