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173화
찰박─
신발 밑창을 적시는 끈적거리는 붉은 액체.
처음에는 주변을 가득 채운 비릿한 냄새에 절로 눈매가 찌푸려졌지만 얼마나 걸었다고 벌써 적응되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빨갛네.”
천장도, 벽도, 바닥도 온통 붉은색이다.
누가 이곳을 보고 세계 최대 규모의 무술관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마치 일부러 색칠해놓은 것 같은 그 비현실적인 풍경에 가만히 보고 있을 때.
“정신 차려라.”
앞서 걸어가던 성질 더러운 덩치, 광견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네 수준이면 한눈파는 순간 핏물이다. 긴장 유지해.”
“그 정돈 나도 알아.”
“정말로 알고 있었다면 억지로 따라오지도 않았겠지. 약해 빠졌으면서 주제파악도 제대로 못 하는 거냐?”
“…….”
악의를 가지고 비아냥거리는 게 아니라 정말 순수하게 약한 데다 본인 수준도 모르면서 왜 따라왔냐는 질문.
대놓고 비꼬는 것보다 더 열 받는 말투였지만 오늘만큼은 거기에 뭐라고 토를 달지 않았다.
숨어서 망치나 두드려야 할 대장장이가 이런 최전선에 나온 것 자체가 확실히 미친짓이긴 했기 때문이다.
“금방 확인하고 돌아갈 테니까 참아.”
“참을 건 없다. 네가 핏물이 되면 누구한테 수리를 맡겨야 할지 찾는 게 귀찮을 뿐이니.”
“…….”
뒤통수를 망치로 한 대 후려쳐 볼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을 때. 피투성이인 복도에서 나와 넓은 장소로 들어섰다.
일정한 간격으로 놓인 두터운 기둥과 중앙에 놓인 대련장. 그리고 그 내부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세워져 있는 수십 미터 크기의 거대한 불상.
과거에는 무술의 성지, 깨달음의 법당 등 온갖 화려한 이름으로 불렸었지만 지금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주르륵
복도가 그렇듯 이곳 역시 천장과 기둥, 벽과 불상까지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다.
그나마 깔끔한 것은 중앙에 놓인 대련장뿐.
그 이질적인 풍경을 눈에 담으며 주변을 경계하는 광견을 불렀다.
“문제없으면 들어가자.”
“알았다.”
광견을 앞장세워 발목까지 차오른 핏물을 가로지르며 중앙의 대련장 위로 올라섰다.
“여기는…… 아닌가.”
서 있는 장소와 주변에 보이는 ‘흔적’이 맞지 않는다.
피투성이인 법당 내부를 살피며 대련장을 천천히 돌아다니던 그때. 한 곳에 멈춤과 동시에 모든 풍경이 맞물렸다.
대련장의 중심. 그 바로 위에서 펼쳐진 기술의 흔적이 바깥으로 뻗어나가 법당 곳곳에 선명하게 새겨졌다.
“……완전히 미친놈이었구만.”
언뜻 보기에는 도대체 어떤 기술인지 알 수 없는 난해한 자국들. 하지만 그것들을 계속해서 바라보자 조금이지만 구분이 가기 시작했다.
수천 명의 영웅들을 학살하는데 쓰인 수천 개의 기술. 하나도 겹치는 게 없는 그 흔적을 보고 나서야 이야기로만 들어왔던 적의 능력을 이해할 수 있었다.
“흉내가 아니라 정말로 심상까지 완벽하게 훔칠 수 있는 거였어.”
수십 년의 고된 수련도, 힘겹게 넘어온 깨달음도, 그리고 그렇게 쌓아 올린 심상조차 녀석에게 죽으면 빼앗기게 된다.
당장은 다른 마신들에 비해 초라할지 몰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위협이 될지도 모르는 능력.
자신을 ‘멸각滅覺’이라 칭하는 마신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달은 그 순간.
푸욱!
검은 손이 명치를 꿰뚫었다.
“뭐…….”
가슴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통증에 인상이 일그러지고 있을 때. 명치를 꿰뚫은 놈이 이쪽을 바라보았다.
2m가 조금 안 되는 키에 인간과 흡사한 사지. 하지만 육신은 피와 살로 이뤄진 대신 먹물과 같은 무형의 기운으로 이뤄져 있었는데 곳곳에서 소용돌이치며 움직였다.
마치 무저갱의 어둠에서 걸어 나온 듯한 형상. 그 기괴한 모습을 바라보며 억지로 입을 움직였다.
“너…….”
“심장이 꽤나 질긴 녀석이로군. 하지만…….”
녀석의 시선이 자신의 뒤쪽, 몸 안에서 뜯어낸 심장을 힐끗 보더니 지루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빼앗을 보람이 없어.”
콰득!
고깃덩어리가 뭉개지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명치를 꿰뚫은 팔이 가볍게 뽑혀져 나왔다.
그리고 그 손이 재차 머리를 부수기 위해 무심히 휘둘러지려던 그때.
빠악!
광견의 창대가 갈비뼈를 박살 내며 옆으로 쳐냈다.
콰아앙!!
기둥을 부수며 바닥에 튕겨지는가 싶더니 그대로 벽면에 처박혔다가 다시 아래로 떨어졌다.
얼굴의 반을 적시는 비릿한 핏물. 그리고 잠기지 않은 왼쪽 눈에 대련장에서 벌어지는 싸움이 보였다.
“염륜잔화창인가! 이건 기다린 보람이 있겠는데!!”
“네놈도 죽일 보람이 있어 보이는군.”
콰아아앙!
검붉은 불꽃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오고 법당이 당장에라도 무너질 것처럼 흔들린다.
이쪽은 안중에도 없는 싸움. 상대가 다른 누구도 아닌 멸각의 마신인 만큼 광견에게도 여유는 없으리라.
‘그래도 좀 적당히 밀쳐내지…… 개 같은 새끼…….’
속으로 불만을 중얼거리는 사이에도 가슴에 뚫린 구멍에서 계속 피가 흘러내린다. 그리고 조금씩 의식이 흐릿해져갔고.
두근─
* * *
[깨어나는 꿈이 발동되었습니다]
화악─!
혼탁한 머릿속을 깔끔하게 씻어내는 서늘함.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난 이세훈은 반사적으로 눈매를 찌푸리며 명치를 바라보았다.
‘……있네.’
회귀 전에 비하면 건강하면서도 부실한 심장. 힘차게 혈액을 공급하고 있는 그 감각에 이세훈이 다시 한번 고개를 가로저으며 기억을 털어냈다.
‘하필 떠올려도 그때를 떠올렸네…….’
썩 좋은 기억이 아니기는 했지만 그래도 멸각의 마신과 관련된 기억은 확실히 떠올랐다.
회귀 전의 기억들을 부분 떠올린 이세훈은 다시금 카를의 척추 의체 안에 들어 있는 보석을 바라보았다.
‘일단 지금으로서는 멸각이 가장 유력해 보이는데…… 환락가 이놈들은 왜 여기에 엮인 거지?’
회귀 전에 멸각의 마신을 만들어내는데 주도한 이들은 주시자 중 『계승』. 그리고 십악의 도플갱어였다.
환락가는 물론이고 몽환마가 개입했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회귀 전에 내가 모르는 뭔가 있었거나…… 아니면 나비효과라고 봐야겠네.’
이미 자신이 알고 있던 과거와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특히 완등자의 협력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만큼 만마전 에서도 초조함을 느끼고 마신의 제작을 앞당겼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일단 이 부분은 나중에 생각하고…… 우선은 이쪽부터 어떻게 마무리를 지어야겠구만.’
환락가가 무엇을 목적으로 은퇴한 영웅들의 재활을 돕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물건이 어떤 것인지도 확인됐다.
향후 필요한 정보는 모두 확보했으니 남은 것은 녀석들에게 의심받지 않고 재료의 공급에 차질을 주는 것.
‘여기서 쓸 만한 방법은…….’
이세훈이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옆에서 잠들어 있는 카를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루이제가 중얼거렸다.
“나도 이렇게 됐었으려나…….”
“음?”
옆에서 들려온 이야기에 이세훈이 의아하게 바라보자 루이제가 멋쩍은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
“아니, 뭐, 별다른 뜻은 아니야. 그냥 그때 너랑 안 만났다면 나도 이런 상태이지 않을까 싶어서.”
“흐음…… 그럴 수도 있긴 하겠네.”
회귀 전의 폭견은 마력결상이 손도 쓸 수 없을 만큼 심해져서 『여명』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녀석들에게 치료를 빙자한 수많은 실험을 당했었다.
나중에는 그때 그 제안을 순진하게 받아들였던 것이 정말 멍청한 짓이었다고 후회하긴 했었지만 그 당시 폭견에게는 그것이 최선의 선택지였으리라.
“낮에만 해도 두들겨 패고 싶을 만큼 재수 없는 노인네들이었는데…… 지금은 뭔가 기분이 묘해졌어.”
희망이라는 미끼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끌려 다니는 이들.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게 하는 그 모습에 짜증이 나기도 했고, 측은함이 들기도 했다.
잠시 동안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루이제는 이내 무언가 결심한 듯 조심스레 물었다.
“그……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말해봐.”
“혹시…… 이 사람들 도와줄 수 있어?”
루이제의 물음에 이세훈이 살짝 흥미로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도와준다면?”
“으음. 의체를 아예 빼버리면 당장 문제가 생기고 의심받을 수도 있으니까…… 의체를 살짝만 고쳐서 몸 상태도 좋아지고 그 녀석들에게 이용당하지 않게 만든…… 다든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던 루이제의 목소리가 줄어들며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직접 말하면서도 얼마나 터무니없는 일인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음식 주문도 이런 식으로 하면 욕먹겠다…….’
하물며 의체 같은 복잡한 기술은 얼마나 심하겠는가. 현실을 깨달은 루이제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했다.
“아니다. 내가 너무 말도 안 되는 부탁을…….”
“좋아.”
“……어?”
루이제가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자 이세훈이 카를의 척추 의체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방법이 조금 다르기는 하겠지만 뭐, 안 될 건 없어 보이네. 결과도 나쁘지 않아 보이니까 그쪽으로…….”
“자, 잠깐만. 진짜로? 무리하는 거 아니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는 이세훈의 모습에 루이제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적을 속이는 거야 그렇다 쳐도 부상 때문에 생긴 장애들을 어떻게 치료한단 말인가.
“뭐, 쉽지는 않지. 생각보다 결과가 시원찮을 수도 있고.”
“그러면 그냥…….”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지.”
루이제의 걱정을 끊어낸 이세훈이 슬쩍 웃었다.
“단골이 모처럼 부탁한 일인데 그 정도 정성은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
단골, 자신의 부탁이기에 힘들더라도 해보겠다. 그 대답에 루이제가 살짝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진짜 말로는 못 하는 게 없어요.’
바보 같은 녀석들은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던데 딱 이런 기분일까.
방금까지 느껴졌던 우울한 기분을 털어낸 루이제가 이세훈을 바라보았다.
“너무 허세부리는 거 아니야?”
“나보단 조수가 문제지. 실패하면 다 네 탓이니까 그런 줄 알아.”
“쓰레기 새끼.”
피식 웃은 루이제가 이세훈의 옆에 바짝 붙으며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는데?”
“일단은…… 아. 그 전에 할 말이 있는데.”
“뭔데?”
“오늘 본 거 어디 가서 말하지 마라.”
뭐 얼마나 대단할 걸 보여주려고 저렇게 거창하게 말하는 걸까. 루이제가 의아하게 바라보던 그때.
우우웅!
“……어?”
황금빛이 반짝이는 새하얀 힘, 신성력이 이세훈의 손에서 선명히 피어올랐다.
* * *
촤르르륵─
아침 8시가 되자 좌우로 젖혀지는 커튼. 창문을 통해서 들어오는 햇빛에 옆으로 누워서 자고 있던 카를이 자연스레 눈을 떴다.
“으음…….”
자리에서 일어난 카를은 그대로 앉은 채 상체를 좌우로 천천히 돌렸다.
기기깅
등에 부착된 척추 의체가 자연스럽게 휘어지며 스트레칭에 맞춰서 늘어났고, 가볍게 몸을 풀어준 카를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평소보다 훨씬 개운하군…… 어제 그 치료 때문인가?’
며칠 동안 몸 상태가 안 좋을 거라고 말하더니 오히려 비교도 안 될 만큼 힘이 넘친다.
마치 부상을 입기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에 카를이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가 그 상태를 깨닫고 쓴웃음을 지었다.
“몸 상태 좀 좋아졌다고 히죽거리다니…… 나도 갈 때까지 갔군 그래…….”
과거의 자신이라면 상상도 못할 상태에 카를이 고개를 내저으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평소처럼 아공간 포켓에 넣어둔 목발을 막 꺼내려던 그때.
“……음?”
뭔가 이상함을 느낀 카를은 반사적으로 바닥을 밟고 있는 자신의 두 발을 바라보았다.
가지런히 정면을 향한 두 발. 평소처럼 오른발만 앞으로 살짝 튀어나와있지도 않았고, 그쪽으로 중심이 쏠리거나 불편한 느낌도 없었다.
마치 지금 이 자세가 제대로 된 것만 같은 감각. 그 익숙하면서도 낯선 상황에 카를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잠깐…… 아니, 설마 그럴 리가…….’
머릿속에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생각이 떠올랐지만 곧장 그 생각을 떨쳐냈다.
그동안 그런 희망을 품었다가 배신당하고 좌절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나 평소와 다르게 이번에는 그 생각이 부정하지 말라는 듯 계속해서 자신의 머릿속을 채워간다.
그 믿기지 않는 상황에 카를은 계속 의심하는 대신 떨리는 손을 꽉 움켜쥐며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터벅─
앞으로 내디딘 오른발이, 그리고 거기서부터 세워진 두꺼운 중심의 축이 전신을 관통하며 선명하게 느껴진다.
부상으로 재현할 수 없었던 현역 시절의 기술. 그것이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상황에 카를의 목소리가 떨렸다.
“……돌아왔다.”
다시는 재현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었던 힘. 그 사실을 깨달음과 동시에 카를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고.
“돌아왔어!!!”
콰아아앙!!
병실의 문을 부서져라 열며 밖으로 달려 나갔다.
“어, 어르신?!”
그 갑작스러운 상황에 아침 업무를 준비 중이던 간호사들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았고, 그사이 카를은 계단을 모두 내려와 뒤쪽의 공터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아공간 포켓 안쪽에서 훈련용 나무창이 아니라 현역 시절에 사용하던 무구를 꺼냈다.
후웅!
3m는 족히 되는 기다란 보라색 장창.
척추를 다치고 중심을 유지할 수 없게 된 이후로 훈련에서도 쓸 수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단순히 흥분해서가 아니라 모종의 확신을 느낀 카를은 자신 때문에 어수선해진 병원을 무시한 채 곧장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우우웅!
지면을 내디딘 두 발에서부터 솟구쳐 올라 양팔과 척추를 향해 갈라지는 마력.
의체를 착용한 이후로는 척추 쪽의 마력을 제어하지 못해 매번 실패했었지만 이번에는 완벽하게 받아냈다.
그리고 양팔에 깃든 마력이 창대에 스며들면서 무구 전체가 크게 비틀린 순간.
투웅─!
보랏빛의 섬광이 허공을 찢어발기며 쏘아져나갔다.
콰아아앙─!
창끝에서 터져 나온 파동이 눈앞에 보이는 것을 모조리 찢어발겼고, 이내 거대한 굉음과 함께 허공에서부터 강력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뻗어 나왔다.
만약 위쪽이 아니라 아래쪽으로 내질렀다면 병원 뒤쪽의 숲이 완전히 황폐화되었을 수준. 어쩌면 해안가로 이어지는 절벽까지 꿰뚫었을지도 몰랐다.
“허억…… 허억…….”
오랜만에 제대로 펼친 기술에 카를이 숨을 헐떡이면서도 믿기지 않는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전성기 시절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부상을 입기 전 상태로는 확실하게 돌아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카를을 떨리게 만드는 것은 지금보다 더 강해질 수도 있다는 확신이 든다는 점이었다.
‘지금 이 상태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이번에는 정말로 S급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몰라!’
무슨 일이 있어도 지금의 몸 상태를 유지해야만 한다. 그 사실을 떠올린 카를이 뒤늦게 부상이 완화된 원인을 생각하려던 그때.
콰앙!
병원에서 뭔가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나 싶더니 이내 공터로 이어지는 문에서 두 사람이 나왔다.
“어…….”
“넌…….”
어제보다 왼쪽의 의안이 선명해졌을 뿐만 아니라 그 시선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듀크.
그리고 오른팔 의체로 섬세하게 중력을 제어하면서 공중에 떠 있는 노인, 롤라.
서로 모습을 확인한 세 사람은 자연스럽게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너희들도 치료받은 거냐?”
“……그래.”
“그랬었지.”
롤라의 물음에 카를과 듀크가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세 사람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서로를 마주보았다.
자신들의 공통점이라면 최근에 재활에 차도가 보였다는 것과 순례교의 자원봉사자들에게 괴상하면서도 효과 좋은 특별 치료를 받았다는 것.
“…….”
“…….”
“…….”
그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세 사람이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대치했고.
“어르신들 지금 대체 뭐 하시는…….”
“알레시아! 어제 순례교 사람들 숙소가 어디냐!”
“저놈들 말고 나한테 먼저 알려줘!”
“일단 마을로 가자! 날아가면 금방이야!”
“잠깐…… 좀…… 진정 좀 하세요!!!”
알레시아가 나타남과 동시에 난장판으로 변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