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163화
주술학부의 본관에 마련되어 있는 실습실.
생도들은 두 명씩 짝을 지은 채 서로 마주 보았고 그들의 주변을 둘러싸듯 결계가 하나씩 만들어져 있었다.
우웅─
위쪽을 뒤덮는 투명한 반구 형태의 장막과 미로처럼 복잡한 길목을 그려내는 바닥.
그중 생도들은 각각 입구와 출구 쪽에 서서 결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쓰읍…….”
“으음…….”
자리에 선 채로 바닥의 미로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생도들.
그때마다 결계가 희미하게 떨렸고 미로의 구조 역시 더욱 복잡하게 변형되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서로 힘을 합쳐서 하나의 결계를 완성해가던 그때.
툭
옆을 지나가던 로버트 교수가 가볍게 발을 굴렸다.
파츠즉!
그러자 붉은 번개와 같은 주술이 그대로 바닥을 타며 결계를 후려쳤고 순식간에 그 형태에 변화가 일어났다.
“어, 어어……!”
“야! 꽉 잡아!”
방금까지 복잡하게 유지되었던 미로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고 주변을 뒤덮고 있는 반구 형태의 장막도 사라지려 한다.
반쯤 무너진 결계를 악착같이 붙든 채 유지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로버트가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내부를 증축하기 전에 버틸 수 있는 축을 더 견고하게 만들었어야지. 그리고 외부에서의 공격에도 대응하게끔 경로를 수정해라.”
간단하게 피드백을 남긴 뒤. 로버트는 계속해서 실습실을 돌아다니며 생도들을 평가했다.
‘올해 1학년들은 그래도 기초는 되는군. 이 정도면 1학기 시험은…….’
로버트가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마지막 생도들에게 도착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붉은 번개를 가볍게 날렸다.
츠즈즉─
하지만 이번에는 붉은 번개가 결계에 닿기 무섭게 안쪽에 흡수되듯이 사방으로 퍼져 버렸고, 그 모습에 로버트가 고개를 들어 생도들을 바라보았다.
‘아. 이 둘이었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결계를 증축하고 있는 이세훈과 에리카.
다른 생도들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복잡한 내부 구조에 로버트가 살짝 감탄했다.
‘아가씨랑 호흡을 맞추려면 쉽지 않을 텐데…… 대단하군.’
지금 만들어진 결계는 두 사람이 출구와 입구를 차지하여 구심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만 뛰어나면 구조에서 바로 티가 났다.
즉, 지금 이렇게 균형 좋게 결계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두 사람의 실력이 어느 정도 비슷하게 맞춰져 있다는 뜻이었다.
‘이쪽으로도 정말 재능이 있었을지도 모르겠군.’
크게 흠잡을 곳이 없었기에 로버트는 별다른 피드백 없이 다른 생도들에게 향했고, 두 사람은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결계를 증축해나갔다.
그리고 더 이상 고쳐지지 않게 되었을 때쯤. 결계에서 눈을 떼어낸 이세훈이 한숨을 내쉬었다.
“후. 빡세구만…….”
처음으로 시도해 본 결계의 증축. 워낙 낯선 방식이라 처음에는 헤맸는데 어떻게 원하는 형태로 마무리 지었다…….
“그래서 어때?”
이세훈의 물음에 에리카가 결계의 구조를 살펴보더니 담담하게 대답했다.
“건축물에 적용됐을 때 효율적인 술식이 조금 많이 보여.”
“아. 그런가.”
특무과랑 같이 돌아다니면서 봤던 보안장치의 술식들을 응용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겨난 모양이다.
이세훈이 쓴웃음을 짓자 에리카가 담담하게 평가를 이어나갔다.
“그래도 그 부분을 감안해도 크게 나쁘지는 않아.”
“흐음. 그렇단 말이지.”
제대로 만들어본 건 처음이지만 크게 흠잡을 데 없는 결계.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세훈이 물었다.
“혹시 지금 이거 역으로 장악할 수 있어?”
이세훈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에리카가 잠시 얼굴을 바라보다가 무심히 물었다.
“어떤 방식으로?”
“은밀한 방식이면 좋겠네.”
“알았어.”
이세훈의 대답에 에리카가 앞으로 손을 뻗었고 그 마력이 천천히 결계 전체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스스스
마력이 움직이는 걸 보고 있는데도 뭔가 하고 있다는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런 미동도 없는 듯한 마력의 움직임에 이세훈이 집중해서 살펴보던 그때.
“끝났어.”
에리카가 가볍게 뻗었던 손을 비틀었다.
콰드득─!
뿌리째 뽑혀 나오듯이 요동치기 시작하는 미로. 그와 동시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내부가 뒤틀리며 모든 형태가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강탈당한 결계. 그 예상치 못한 광경에 이세훈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한 거야?”
마력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하나도 안 놓치고 봤는데 도대체 무슨 일인가.
이세훈의 물음에 에리카가 결계의 안쪽을 가리켰다.
“저기. 축들 보여?”
우웅
은빛의 빛나는 몇몇 기둥들. 그 모습에 이세훈이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내려다보았다.
“저기만 연결시킨 다음에 반전시켜서 단숨에 결계를 뒤집어서 제어권을 강탈한 거야.”
“반전이라…….”
설명을 들은 이세훈이 결계를 내려다보며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무슨 일 있어?”
에리카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음? 아아. 별건 아니고 조만간 이런 식으로 대응할 일이 좀 생길 것 같아서.”
“저번처럼 어디 가는 거야?”
블랙암즈로 갈 때를 물어보는 에리카의 물음에 이세훈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 정도는 아니고.”
“흐음…….”
이세훈의 대답에 에리카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다시 결계의 한 군데를 가리켰다.
“여기 축 보여?”
우웅
결계의 중심부에 자리 잡은 축. 그에 이세훈이 고개를 끄덕이자 에리카가 손가락을 아래로 휙 내렸다.
콰득!
그러자 중심부의 축이 뭉개지며 구멍이 뻥 뚫렸고, 은빛 마력이 재빠르게 파고들어 새로운 축을 만들어냈다.
쿠구궁
그 순간 결계가 다시 한번 흔들리는가 싶더니 재차 뒤집히며 상태가 반전되었는데 그 모습을 살펴본 이세훈이 두 눈을 빛냈다.
“중심축을 반전된 상태로 다시 만들어서 강제로 동기화시킨 거야?”
“맞아. 조금 거칠긴 하지만 이쪽은 실패해도 일부나마 간섭이 가능해서 경우에 따라 유용할 거야.”
“흐음…… 과연.”
전자는 상대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은밀하게 펼쳐야 한다는 점에서 조금 까다롭지만, 이쪽은 구조만 파악하고 있으면 언제든지 시도할 수 있어 나쁘지 않다.
이세훈이 머릿속으로 그 방법을 기억해두고 있을 때. 스피커에서 수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1학기 시험도 얼마 안 남았으니 다들 확실하게 준비하도록.”
간단히 이야기한 로버트가 나갔고 다른 생도들 역시 다른 수업을 위해 나갔다. 그 모습을 살피던 이세훈도 에리카를 바라보았다.
“가르쳐줘서 고맙다. 잘 되면 다음에 한턱 쏠게.”
“응. 기다릴게.”
에리카와 헤어진 뒤. 주술학부의 본관 밖으로 나온 이세훈은 휴대폰을 꺼내 날짜를 확인했다.
‘목요일…… 이틀인가.’
염화문의 구 본관으로 가는 건 토요일 아침.
산골짜기에 있기 때문에 아공간 터미널로 이동한 다음 또 차를 타야 했는데 이세훈은 이때 습격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었다.
‘얼마나 세게 나오려나.’
이쪽의 중요도가 올라간 만큼 슬슬 S급이 직접 나설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에 이세훈이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우우웅
휴대폰에 울리는 진동. 도착한 메시지를 보니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
[수업 없으면 잠깐 강의실로 와라.] -마광수.
‘음? 이 영감이 또 무슨 일이래.’
이세훈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답장을 보낸 다음 곧장 신체제어학의 강의실로 향했다.
끼이익
강의실의 의자에 앉아 있는 마광수. 한껏 진지해 보이는 그 모습에 이세훈이 살짝 묘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맞은편으로 다가갔다.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거기 앉아라.”
무게를 잡는 모습에 이세훈이 괴상하게 보면서도 의자를 가져와 앉았고, 마광수가 진지하게 마주 보았다.
“이번 주말에 나가지 마라.”
“……갑자기요?”
이세훈이 의아해하며 묻자 마광수가 눈매를 살짝 찌푸렸다.
“갑자기는 무슨 갑자기야! 지금 네 상황이 어떤지 벌써 까먹은 거냐?”
“뭐…… 여기저기 주목받고 있는 거요?”
“그래! 지금 넌 만마전에서도 어떻게 해보려고 잔뜩 독이 오른 상태란 말이다. 그런데 이때 바벨에서 벗어나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냐?”
“음…… 조금 귀찮아지겠죠.”
“귀찮아지기는. 그대로 객사하거나 아니면 끌려가서 재료든 노예든 끔찍한 꼴을 당하는 거지.”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에게 겁을 주듯이 이야기하는 마광수. 그 모습에 이세훈이 살짝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마광수와 알고 지냈지만 이렇게까지 자신을 걱정하는 모습은 또 처음 봤기 때문이다.
‘인연레벨이 오른 게 꽤 효과가 있나 보구만.’
그만큼 자신에게 ‘이용가치’가 있는 것일까.
그게 어느 정도일지 시험해 보기로 한 이세훈이 슬쩍 물었다.
“그렇게 걱정이시면 같이 가주시면 되는 거 아닙니까?”
“……뭐?”
눈매를 왈칵 찌푸리는 마광수의 모습에 이세훈이 태연하게 이야기했다.
“교수님이랑 같이 가면 어디든 목숨은 건질 것 아닙니까. 그리고 염진현 어르신과 오랜 동기 사이니까 같이 가도 문제없잖아요.”
“너…….”
이세훈의 이야기에 마광수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바라보더니 싫다고 말하는 대신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한참을 있다가 한숨을 내쉬듯 대답했다.
“마음대로 해라.”
“……같이 가주신다고요?”
“그래! 대충 알아먹으면 되지 꼭 두 번 물어야 되냐?!”
짜증스럽게 대답하는 마광수. 그 모습에 이세훈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허. 이 양반이 이렇게 얌전하게…….’
상상 이상으로 고분고분한 반응에 이세훈이 두 눈을 빛냈다. 이 정도로 협조적이라면 앞으로 여러 상황에서 힘을 빌릴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대신 너도 하나 약속해라.”
“약속이요?”
“이번 여름방학 때 나랑 일 하나 같이 하기로.”
상당히 애매한 조건이었지만 이세훈은 깊이 고민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 까짓것 하죠 뭐.”
조금 귀찮은 일일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저 일 때문이라도 마광수는 자신이 죽지 않게 보호해 줄 것이다. 그 점을 잘 이용한다면 앞으로 두고두고 힘을 빌릴 수 있으리라.
“더 하실 말씀 있으세요?”
“……아니. 없다.”
“그럼 주말에 뵙겠습니다.”
고개를 꾸벅인 이세훈이 밖으로 나갔고,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마광수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저놈이랑 말하면 생각대로 흘러가는 게 없어……!”
뭔가 이용당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과연 자신의 착각일까. 한숨을 푹푹 내쉰 마광수는 이내 체념하듯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용하든 이용당하든, 결국 아쉬운 사람이 손해를 보는 법이다. 그 사실을 깨달으며 마광수가 주말의 외출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 * *
아공간 터미널 앞.
염진현과 염성하, 이세훈이 먼저 도착했고 맨 마지막으로 마광수가 끌려나온 것처럼 마지못한 얼굴로 나타났다.
“교수님 표정이 왜 그러십니까.”
“시끄러.”
퉁명스럽게 대답한 마광수가 뚱한 표정으로 섰고, 이세훈은 그 등 쪽에 매고 있는 물건을 살펴보았다.
천 주머니로 감싼 기다란 상자.
걸어도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아 짐작하기가 어려웠는데 이세훈은 금방 그 정체를 알아차렸다.
‘야천이구만.’
마광수의 애검인 전설 등급 무구. 회귀 전에도 저런 식으로 들고 다니는 것을 몇 번 봤기에 확실했다.
‘저것까지 챙겨올 줄은 몰랐는데…….’
그만큼 자신을 노릴 만한 자들이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일까, 아니면 확실하게 지키기 위해서 전력을 다하기로 한 걸까.
어느 쪽이든 마광수가 야천을 챙겨왔다는 점에서 나쁠 건 없었다.
“그럼 다들 모였으니 슬슬 이동하지.”
며칠 사이에 몸 상태가 더 안 좋아진 염진현은 염성하가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이동했고, 네 사람은 곧장 아공간 터미널을 통해 한국의 강원도로 향했다.
후웅
터미널 밖으로 나오자 불어오는 싸늘한 바람. 신체 능력이 어느 정도 되는 영웅이라면 이 정도 기온 차이에도 별 반응이 없지만 염진현은 상황이 달랐다.
“차는 구해뒀으니 바로 타고 가면 되네.”
터미널 밖으로 나오자 큼지막한 중형차가 세워져 있었고, 염성하는 한 손으로 염진현을 안쪽에 앉혀둔 다음 올라탔다.
그에 이세훈은 자연스럽게 반대편에서 타며 염진현의 왼편에 앉게 되었고, 조수석에는 마광수가 앉게 되었다.
부우웅
차가 산을 향해 출발했고, 이세훈은 자리에 앉은 채 내부를 둘러보았다.
‘운전기사의 돌발적인 행동을 생각하면 마광수가 조수석에 앉는 게 맞기는 한데…….’
이리되면 자신과 염성하가 염진현이라는 폭탄을 사이에 끼게 된다. 본래라면 가장 피해야 될 상황이지만, 이세훈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옆에 앉은 그를 바라보았다.
“후우…….”
이전에 보여줬던 알약을 먹고 나른해진 표정을 짓는 염진현. 그가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더니 이세훈을 바라보았다.
“이세훈 생도.”
“예. 어르신.”
“오늘…… 이렇게 와줘서 정말 고맙네.”
갑작스러운 감사 인사에 이세훈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도착도 안 했는데요 뭘.”
“……그래. 그렇지. 그런데 왜 이런 말이 나오는지 참…….”
멍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염진현이 졸린 듯 더욱 나른해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잠깐 눈 좀 붙일 테니…… 도착하면 깨워주게나…….”
그 말을 끝으로 염진현이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잠들었고, 염성하는 그 상태를 확인하고는 베개를 꺼내 목 뒤에 받쳐주었다.
그리고 축 늘어진 두 손이 아래로 떨어져 두 사람의 몸에 닿았고.
키잉─!
두 눈이 보랏빛으로 빛남과 함께 심장에 압축되어 있던 몽환의 마력이 폭발했다.
촤라라락!
사방으로 폭발하듯이 터져 나오는 수많은 보라색 나비 떼.
그 어마어마한 물량에 순식간에 차 안쪽이 녹아내리듯이 경계가 무너졌고, 조수석에 앉아 있던 마광수가 두 눈을 부릅떴다.
‘이런……!’
설마 염진현의 안쪽에 문제가 있었단 말인가.
이대로 검을 휘둘러 오랜 동기를 죽여야 할지 마광수가 잠시 고민하던 그때. 다른 곳에서도 이변이 일어났다.
부우우웅!
두 눈을 까뒤집은 채 엑셀을 밟으며 질주하는 운전기사와 그 맞은편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역주행을 하며 달려드는 대형트럭.
사방에서 밀려오는 선택지 속에서 마광수가 막 한 가지를 고르려던 그때.
“이쪽은 제가 처리할게요.”
뒷좌석을 물들이는 보라색 나비 떼. 그 사이로 이세훈이 마광수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교수님은 바깥을 부탁드려요.”
후웅!
그 말을 끝으로 뒷좌석이 완전히 보랏빛 안개로 뒤덮였고, 그 모습에 마광수가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바깥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어느덧 차가운 눈으로 자신들을 향해 쇄도해 오는 대형트럭을 바라보았고.
천충검淺充劍 파벽波劈
서걱!
대형트럭이 수천 조각으로 분쇄되며 사방으로 부딪치기 전에 사방으로 흩날렸다.
빠악!
마광수의 주먹이 운전기사의 턱을 후려갈겨 기절시켰고, 밑에 어검들이 달라붙으며 급제동을 걸었다.
콰드드득!
순식간에 멈춰선 차. 그에 마광수가 차 문을 열고 밖에 내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기다렸다는 듯이 도로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마인들.
얼핏 봐도 백은 넘어 보이는 그 수에 마광수가 등에 메고 있던 천 주머니를 풀어 바닥에 내려놓았고.
“나와라. 야천夜天.”
사르륵
검은 밤하늘이 도로 위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