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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가 다 만들어줌-162화 (162/309)

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162화

“왔냐.”

“아, 예.”

마광수의 부름에 정신을 차린 이세훈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 곁으로 다가갔다.

이전보다 조금 피곤해 보이는 염진현과 그를 걱정스럽게 살펴보는 염성하. 그 모습을 살핀 이세훈이 자연스레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어르신.”

“오랜만이로군. 최근에 많이 바빴다고 들었네만 일은 좀 해결됐는가?”

“예. 어느 정도 마무리됐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혹시나 민폐를 끼치는 게 아닌가 싶어서 걱정했는데.”

안도하는 염진현의 모습에 이세훈이 살짝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런데 마광수 교수님이랑 아시는 사이셨습니까?”

“음? 아아. 서로 오래 알고 지낸 사이지. 초창기에 강제로 징집당했을 때 같은 부대에서 활동했었으니.”

“뭐, 따지자면 동기인 셈이지.”

담담하게 대답하는 마광수의 모습에 이세훈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영웅의 탑과 만마의 늪이 생겨난 초창기의 혼란스러운 시절.

국가에 강제로 징집당하여 쉴 새 없이 몬스터들과 맞서 싸워야만 했던 그 격동기 때부터 서로 아는 사이였다면 상당히 오래된 인연이었다.

‘근데 그런 것치고는 별로 교류가 없네.’

그 정도로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면 염화문과 관련된 일에서 좀 도와준다든가 그런 것도 있을 법하지 않나?

그런 이세훈의 의문을 알아차렸는지 마광수가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남의 집안싸움에 관여할 만큼 친한 사이는 또 아니고.”

“그건 그렇지.”

어떻게 보면 냉정한 말인데도 태연하게 받아넘기는 염진현. 그 모습에 이세훈은 말 그대로 오래된 동기 수준임을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저랑 염성하의 대련은 갑자기 왜……?”

“자네가 이 친구의 천충검을 익혔다고 들어서 말일세. 어느 정도일지 궁금해서 부탁한 걸세.”

“아아…….”

오래된 동기의 비전검법을 배웠다고 들으면 아무래도 이래저래 궁금할 법도 하다.

어느 정도 상황을 이해한 이세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 정도라면야 뭐.”

“그럼 슬슬 안으로 가자.”

네 사람이 다 같이 대련장으로 향했고, 이세훈은 염진현의 뒤쪽에서 걸으면서 다시금 몸을 살폈다.

‘잠깐 봤을 때는 몰랐는데…… 정말 장난 아니구만.’

심장을 중심으로 전신에 넓게 퍼져있는 몽환의 마력. 사실상 뇌를 제외하면 침식당하지 않은 곳이 없었는데 중요한 것은 그 구조였다.

‘단순히 몸에 쌓여 있기만 한 게 아니라 혈류랑 같이 순환하고 있어.’

마치 피의 일부를 대신하듯이 전신을 돌고 내장을 움직이며 생명을 유지하며 나간다. 그 때문인지 외부로는 거의 표출되는 기운이 없었고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아마, 나도 몽환안이 없었다면 못 알아차렸겠지.’

아주 오랫동안 침식된 것으로 보이는 염진현의 몸. 그 상태에 이세훈은 이게 누구의 수작인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보나 마나 이원룡 그놈이겠지.’

아무리 염진현이 부상으로 약해졌다고 한들 염륜잔화창을 창시하고 염화문을 만들어낸 초대 문주.

이원룡의 성격을 생각한다면 만일을 대비하여 목줄을 채우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리고 이 타이밍에 염진현이 내 쪽에 왔다는 건……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는 힘들겠지.’

물론 염진현이 순수하게 염성하의 상태를 보고 넘어왔을 수도 있지만 그 진위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진짜 중요한 건 염화문과 바르무트 가문이 거래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그리고 염진현의 몸에 잠식된 몽환의 마력을 이용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일단은 저쪽에서 어떻게 나올지 좀 더 지켜봐야겠네.’

몽환안을 해제한 이세훈은 대련용 검을 하나 집어 든 채로 대련장에 올라섰고, 염성하도 대련용 쌍창을 쥐고 위로 올라왔다.

“대련방식은 어떻게 할 거지?”

“아. 내가 골라?”

“네 실력을 사부님께 보여드리는 게 목적이니 거기에 맞추는 게 당연하지.”

“…….”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하는 염성하의 모습에 이세훈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평상시라면 대련방식이고 뭐고 냅다 달려들어서 창부터 찔렀을 텐데.

‘염진현 앞에서만 정상인 되는 것도 좀 묘하게 열 받네.’

평상시에도 이러면 좀 좋은가.

속으로 살짝 불평하면서도 이세훈이 검의 손잡이를 고쳐 잡으며 이야기했다.

“그러면 조금 느리게 움직이자. 속도는…… 이 정도가 좋겠네.”

후웅

그렇게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평범한 속도. 쇠약해진 염진현이 충분히 살필 수 있을 정도였는데 그에 염성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적당하군.”

“좋아. 마력이나 그런 건 서로 눈치껏 맞추자고.”

두 사람이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 이내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앞으로 바닥을 박차며 무구를 휘둘렀다.

카앙!

간격을 견고하게 유지한 채 침착하게 공격을 뻗어 나가는 염성하. 그리고 거기에 맞서 공격을 흘려내며 거리를 좁히려고 하는 이세훈.

미리 합을 맞춰둔 것처럼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공방에 대련장 아래에서 바라보던 염진현이 짐짓 감탄했다.

“허…… 움직임 하나하나에 군더더기가 없군. 벌써 저렇게까지 가다듬게 만든 건가?”

“내가 시킨 게 아니라 저 녀석이 알아서 만든 거야. 효율에 목숨을 거는 녀석이라서.”

징글징글하다는 듯이 이야기하는 마광수의 모습에 염진현이 다시금 이세훈을 바라보았다.

카각!

최소한의 힘으로 찌르기를 흘려내고 그대로 맞찌르기로 응수. 거기에 반대편 창이 휘둘러져 오자 자연스럽게 검의 궤도를 바꿔 흘려낸다.

염성하가 두 단창으로 공방을 철저하게 분리했다면 이세훈은 언제 어디서든 공방의 전환이 자유로운 방식.

경험이 부족하면 제대로 소화해낼 수 없는 움직임이었는데 이세훈은 그것을 최적의 효율로 완벽히 펼치고 있는 것이다.

‘내 육체를 단숨에 파악하고 효율적으로 짜낸 건 본인의 몸도 그렇게 계속해서 분석하기 때문인가.’

염진현이 계속해서 두 사람의 모습을 눈에 담았고 어느 정도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던 대련에도 변화가 생겼다.

천충검淺充劍 금원金原

후웅!

비어 있던 오른손에 만들어지는 황금빛의 세검. 그 익숙한 검기의 기운에 염성하가 흠칫 떨다가 이내 눈매를 가늘게 찌푸렸다.

“아리아 마이어스?”

“뭐. 대충 보고 베낀 거지.”

“……불쾌한 걸 배워왔군.”

어지간히도 마음에 안 드는지 불편한 기색을 팍팍 드러내는 염성하. 그 모습에 이세훈이 피식 웃으며 가느다란 세검의 형태를 띤 금원을 가볍게 돌렸다.

“뭐. 본인보다는 약할 테니까 이때다 하고 덤벼봐.”

“……그게 뭔 소리지?”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아리아한테 이기는 기분 내보겠어.”

빙 두른 놀림에 염성하가 잠시 굳더니 이내 그 말뜻을 이해하고 눈매를 왈칵 일그러뜨렸다.

그리고는 굳이 더 말을 하는 대신 양 단창의 끝에 화속성마력을 휘감으며 자세를 다잡았다.

“검기를 꺼냈으니 한 단계 높이자는 뜻으로 받아들이마.”

“좋지.”

콰앙!

방금보다 좀 더 빠른 속도로 두 사람이 격돌했고 붉게 타오르는 불꽃과 황금빛의 검기가 사방으로 비산하기 시작했다.

염성하의 쌍단창술에 맞추듯 절묘하게 쌍검술을 펼쳐내는 이세훈. 물론 상대가 수준을 맞춰줬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엄청난 광경이었다.

“허…… 정말 괴물이군…….”

천충검을 습득한 지 몇 달도 안 됐다고 들었는데 이미 완전한 자신의 검처럼 만들어서 자연스럽게 휘두르고 있다.

검기에 대한 이해도는 물론 그에 맞는 형태를 완벽히 파악하고 있다는 뜻.

검사로서의 능력은 물론 대장장이로서의 능력까지 무엇 하나 낭비하는 것이 없었다.

카가강!

한 치도 밀리지 않고 서로를 향해 끝없이 창과 검을 휘두르는 두 사람.

그 모습에 염진현은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 안타까움을 느꼈다.

자신에게도 저렇게 찬란하게 타오르던 시절이 있었을 텐데. 이제는 멀어진,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순간을 곱씹으며 염진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많이 가르쳐두게.”

“뭐?”

뜬금없는 말에 마광수가 의아하게 바라보자 염진현이 대련장을 계속해서 올려다본 채 대답했다.

“기술을 온전히 가르칠 수 있다는 것도 일종의 축복이니.”

“…….”

수많은 감정이 느껴지는 오랜 동기의 이야기에 마광수가 그 주름진 얼굴을 바라보다가 이내 투덜거리듯 중얼거렸다.

“누군 몰라서 안 가르치는 줄 알아…….”

그 뒤로 이세훈과 염성하의 대련은 10분이 넘도록 이어졌고, 승리는 지구력이 훨씬 더 뛰어난 염성하에게로 돌아갔다.

“하아…… 하아…… 힘들어 죽겠네 진짜…….”

적당히 끊을 줄 알았더니 진짜 한계까지 몰아붙일 줄이야.

온몸이 땀에 푹 절은 이세훈이 고개를 젖힌 채 숨을 골랐고, 그 맞은편에 선 염성하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새 이만큼이나 성장했다고?’

이전에는 신체 능력을 똑같이 맞추더라도 정면에서 충분히 압도할 자신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빈틈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물론 본래 무구를 사용해서 전력으로 싸운다면 아직은 자신이 유리하겠지만, 이세훈 역시 무엇을 숨겨놓고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

자신이 너무 안일했던 것일까.

이세훈에 비하면 별로 성장하지 못한 듯한 자신에 염성하의 눈매가 찌푸려지려던 그때.

“훌륭하구나.”

아래에서 바라보던 염진현이 만족스럽게 이야기했다.

“이전에 기술만 펼쳤을 때는 조금 아쉬웠지만…… 실전으로 보니 확실히 알겠어. 조금만 더 체계를 가다듬는다면 새로운 염륜잔화창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게다.”

염진현의 칭찬에 염성하가 숨을 가다듬다가 이내 고개를 꾸벅였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세훈에게 고개를 돌린 염진현은 잠시 고민하다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자네 혹시 어검은 안 배웠나?”

“아. 그거라면 일단 본 적은 있는데…….”

그동안 워낙 바빴던 터라 제대로 연습할 틈도 없었다. 그렇게 이세훈이 대답하려 하자 마광수가 손을 내저었다.

“괜히 멍청한 짓 하지 마라. 다른 건 몰라도 어검술은 제대로 배우기 전까지는 절대로 못 써.”

가당치도 않다는 듯이 단언하는 마광수의 모습에 이세훈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틀린 말이 아니기는 하지만 저렇게 말하니 살짝 약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염진현이 잠시 곰곰이 생각하다가 담담히 물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편한 대로 한번 만들어보는 건 어떤가?”

“편한 대로라면…….”

“무구 중에도 자동으로 움직여서 소유자를 보호해 주는 물건들이 있지 않은가. 그걸 만들어내는 듯한 감각…… 으로 시도해 보면 괜찮을 것 같네만.”

염진현의 제안에 이세훈은 곰곰이 그 이야기를 곱씹었다.

‘무구를 만드는 듯한 감각이라…….’

그렇게 해도 괜찮은 건 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마광수와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염진현이 저렇게 제안을 할 정도라면 크게 문제가 없을지도 모른다.

“얌마! 무슨 헛소리를……?!”

뜬금없는 염진현의 조언에 마광수가 황당해하던 그때. 대련장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우웅─

허공에 만들어지는 새하얀 빛.

처음에는 뼈대처럼 휑한 형상이 만들어지더니 사방에서 새하얀 입자들이 모여들며 차오르기 시작했다.

진짜 무구의 부품처럼 선명한 조각들이 퍼즐처럼 정확하게 맞물렸고 이내 눈 깜짝할 사이에 완성되었다.

“뭐…….”

살짝 닿기만 해도 곧장 베여 버릴 만큼 얇고 날카로운 형태의 검.

이세훈의 양손에 닿지 않은 채 허공에 정확히 만들어진 어검에 마광수가 입을 떡 벌렸다.

“오…….”

그리고 이세훈 역시 완성된 어검, 백광을 살펴본 다음 가볍게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후웅!

기다렸다는 듯이 하늘 위로 솟구쳐 올라오는 백광. 자신이 뜻하는 대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그 모습에 이세훈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생각보다 효율이 좋은데?’

처음에 구조를 제대로 짜서 그런지 어검을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마력량 자체는 그리 크지 않다.

다만 정신력의 소모가 생각보다 컸는데 이 역시 어검이 가지고 있는 여러 이점을 생각한다면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흐음…… 어검은 어검대로 쓰고 이렇게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검 한 자루를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이세훈이 곰곰이 생각에 잠긴 채 어검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을 때. 그 모습을 넋 잃고 바라보던 마광수가 정신을 차렸다.

‘하백연이 말한 게…… 정말 사실이었나.’

도플갱어와 같은 재능.

타인의 기술을 아무렇지 않게 모방해 버리는 이세훈의 모습에 마광수는 긴장되는 한편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저 재능이라면, 저 능력이라면 그 지긋지긋한 놈을 찾아내는 데 정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가능성으로만 생각해 오던 것이 확신이 되었고.

[대상 ‘마광수’의 인연레벨이 Lv.2로 상승합니다]

[인연레벨이 상승함에 따라 관계가 정립됩니다. 대상 ‘마광수’과의 관계는 ‘이용’입니다.]

그 마음이 이세훈의 눈앞에 선명히 떠올랐다.

[관계 : 이용移用]

무릇 사람과의 관계에는 필요에 의한 것이 많으며 그것을 단순히 도구로써 이용하려는 이들 역시 적지 않습니다.

상대가 어떤 방법을 고르느냐에 따라 그 형태가 천차만별로 달라지겠으나 그 필요성만 충족시켜준다면 절대로 끊어지지 않을 관계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상에게 이용될 때마다 인연석이 생성됩니다.

*대상이 유용한 결과를 얻을 때 인연석의 숙성속도가 증가합니다.

*현재 생성된 인연석 : 1개.

‘허……’

눈앞의 정보창을 읽은 이세훈은 어검을 멈추고 마광수를 슬쩍 바라보았다.

무언가 열망으로 가득 찬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 그동안은 긴가민가한 느낌이 강했다면 지금은 완전히 확신으로 변한 듯한 느낌이었다.

‘쓸 만할 것 같긴 한데…… 많이 귀찮아 보이네.’

앞으로 마광수와 어떤 관계가 될지 이세훈이 떨떠름해 하던 그때.

“잘 펼쳐진…… 윽!”

부드럽게 웃다가 돌연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가슴을 움켜쥐는 염진현.

그 모습에 이세훈과 마광수가 놀라서 바라보았고, 염성하가 재빠르게 대련장 아래로 달려 내려갔다.

“사부님! 괜찮으시겠습니까?”

“큭…… 약…… 약을…….”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는 염진현의 모습에 염성하가 다급히 한 알약통을 꺼냈고, 그 모습에 이세훈의 눈매가 꿈틀거렸다.

‘저건…….’

처음 염진현을 봤을 때와 똑같은 감각. 거기에 이세훈이 몽환안을 펼치자 눈앞의 풍경이 완전히 변했다.

스스스!

방금까지 평범하게 퍼져 있던 몽환의 마력이 심장을 비롯한 전신을 쥐어짜듯 움직였고, 염성하가 꺼낸 알약 안쪽에는 몽환의 마력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기운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알약이 염진현의 입을 타고 몸에 스며든 순간.

사아악

약에서 퍼져 나온 짙은 보랏빛 마력이 염진현의 전신을 질주하며 특수한 형태를 그려냈다.

‘마법진?’

어디에 사용하기 위한 마법진인가.

이세훈이 경계하며 바라보는 사이 염진현의 몸에 자리 잡은 몽환의 마력들이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중 일부가 그동안 침범하지 않았던 뇌 쪽으로 자연스레 스며들었고.

“후우…… 이제 됐다. 고맙구나.”

두 눈동자에 희미하게 보랏빛이 깃든 염진현이 자연스럽게 염성하를 안심시키며 이세훈을 바라보았다.

“잘 펼쳐진 것 같은데 자네는 어떤가?”

몽환안을 사용하지 않으면 아무런 이상도 없어 보이는 모습. 그에 이세훈은 잠시 고민하다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대답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까지야. 아…… 그러고 보니 오늘 자네한테 할 이야기가 있었지 참.”

이제야 떠올렸다는 듯 염진현이 이세훈을 바라보았다.

“자네 혹시 이번 주말에 집으로 놀러 오지 않겠나?”

“……염화문의 본관 말씀하는 겁니까?”

“정확히는 내가 살고 있는 산골짜기의 구 본관이지. 이래저래 대접도 받고 좋은 걸 보여줘서 자네에게 한 가지 답례를 하고 싶어서 말이야.”

바벨의 밖으로 나가자고, 그렇게 권유하는 염진현의 모습에 이세훈이 그 두 눈을 마주 보았다.

과연 저 제안에 염진현의 의사가 얼마나 담겨 있을까.

‘그리고 저 안쪽에 그려져 있는 마법진의 형태…….’

상대가 노리는 수가 무엇인지. 그것을 어느 정도 예상한 이세훈은 머릿속으로 견적을 세운 다음 고개를 끄덕였다.

“저야 영광이죠.”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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