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160화
[몽환의 단안경]
[등급 : 영웅] [품질 : 상]
특수한 광석들을 사용하여 만들어낸 안경알과 안경테를 결합하여 만들어낸 단안경.
단안경을 통해 바라본 대상의 내면을 투영하거나 꿈의 경계로 밀어 넣을 수 있습니다.
단 위 효과를 사용할 때마다 몽환의 마력으로 이뤄진 부품이 영구적으로 소실됩니다.
*스킬 ‘몽환투영夢幻投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킬 ‘몽환개화夢幻開花’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위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부품이 영구적으로 소모됩니다.
“음음. 잘 만들어졌구만.”
무구스킬이 두 개나 만들어진 것만 봐도 완성도는 확실해 보인다. 정보창을 없앤 이세훈은 이어서 새롭게 습득한 스킬도 살펴보았다.
[몽환안夢幻眼] 『A』
몽환의 마력을 관측하는 안법.
시야를 조절하여 꿈의 경계를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으며 장기간 발동 시 안구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관측하는 몽환의 마력이 짙을수록 부하가 증가합니다.
‘……꿈의 경계를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다고?’
몽환안의 효과에 이세훈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기본적으로 살아 있는 생물이 꿈의 경계를 오가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조금만 정신이 풀어져도 육체가 꿈으로 치환되어 흩어져 버리는데다 그 이후에는 다시 복원하려고 해도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몽환의 마력을 연구하는 마법사들은 꿈의 경계를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어야 경지에 다다랐다고 표현했는데 이세훈은 그와 관련된 힘을 대뜸 습득한 것이다.
‘몽환의 마력을 계속 사용하고 관찰해서 생긴 건가……. 아니, 그렇다기에는 능력이 너무 좋은데.’
아무리 영혼이 변했다고 해도 이 정도로 재능이 생겨날 수 있는 걸까. 잠시 고민하던 이세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일단은 지금에 집중하자.’
몽환안의 능력이 어떤 식으로 발동될지 직접 확인해 보기로 한 이세훈은 곧바로 스킬을 발동시켰다.
우웅
명치 부근에서 무언가가 위쪽으로 솟구치더니 이내 눈 안쪽을 부드럽게 채우기 시작한다. 약간 간질이는 것 같으면서도 야금야금 갉아 먹히는 듯한 감각.
‘이 상태로 방심하면 눈이 휙 하고 사라지나 보네.’
정신이 또렷할 때만 사용해야겠다고 확인한 이세훈은 이어서 달라진 시야로 몽환의 단안경을 바라보았다.
보랏빛 안개가 희미하게 맺혀 있는 몽환의 단안경. 겉으로 보이지 않던 몽환의 마력이 또렷하게 관측되는 것이었는데 거기서 이세훈은 조금 더 눈을 집중시켰다.
스스스
그러자 주변이 조금씩 어둡게 물들어갔고 몽환의 단안경에 휘감긴 보랏빛 안개가 더욱 선명하게 변한다.
그 모습에 이세훈이 조심히 손을 뻗어 안개의 안쪽에 손가락을 집어넣었고.
후웅
손가락이 꿈의 경계를 들어서며 현실에서 완벽히 사라졌다.
‘과연…… 이런 방식이란 말이지.’
한쪽 눈만 몽환안을 해제해서 손가락의 일부가 허공에서 사라진 것을 확인한 이세훈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현실의 풍경을 모조리 차단해서 사용자가 꿈의 경계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 즉 초보자가 할 만한 실수를 아예 차단시켜 주는 효과인 것이다.
‘편하기는 한데 막 쓰면 위험하겠네.’
몽환안의 능력은 어디까지나 보조. 기술 자체를 늘려주는 것이 아니다보니 생각 없이 꿈의 경계에 들어갔다가는 팔다리 한 짝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질지도 모른다.
거기에 자의든 타의든 현실과 시야가 섞이면 순식간에 능력이 불안정해져 쉽게 풀려 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어이쿠.”
손가락이 흩어지기 전에 잽싸게 빼낸 이세훈은 이어서 몽환안도 해제했다.
“그래도 쓸 데는 많겠어…….”
흡족한 목소리로 중얼거린 이세훈은 몽환의 단안경을 집어들었다.
‘그럼 이제 이쪽도 실제로 사용해봐야 할 것 같은데…… 누가 좋을까.’
대상의 내면을 꿰뚫어보는 효과이기에 아무에게나 걸었다가는 오히려 의심을 살 수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이 물건은 아직 외부에 소문이 나서는 안 된다.
누가 좋을지 고민하던 이세훈은 가장 적합한 사람을 떠올리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잠시 후.
끼이익
미리 잠금을 풀어둔 제련실의 문이 열렸고, 어딘가 부스스한 루이제가 트레이닝복 위에 후드점퍼를 걸친 채 들어섰다.
“오 왔…….”
“야. 지금이 몇 시인 줄 알아?”
“음?”
시계를 볼 생각도 안한 이세훈은 그제야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4시…….”
염 씨들이랑 점심을 먹고 바로 건너왔으니 어림잡아도 12시간은 가볍게 넘겼다. 그 사실을 확인한 이세훈은 살짝 놀라다가 이내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만큼 작업했는데도 몸이 멀쩡하다니. 진짜 궤도에 올랐구만.’
예전 같았으면 마력도 그렇고 슬슬 체력이 떨어져서 빌빌 거렸을 텐데. 미안해하기는커녕 만족스럽게 웃는 이세훈의 모습에 루이제가 흘겨보다가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별일 아니면 진짜 죽을 줄 알아.”
“아. 이번에 새로 만든 무구가 있는데 잘 만들어졌는지 확인을 좀 해야 돼서. 잠깐만 좀 도와줘.”
“……그러니까 나보고 실험대상이 돼라?”
더욱 심기가 불편해진 루이제의 모습에 이세훈이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지.”
“이 개…….”
“외부에 알려지면 안 되는 물건이라 아무한테나 부탁할 수가 없거든.”
“…….”
이어지는 이세훈의 이야기에 루이제가 멈칫했고, 이내 눈매를 찌푸린 채 바라보더니 다시금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그래. 알았으니까 빨리해. 오늘 아침 수업 있어서 더 자야 돼.”
“좋아.”
루이제의 승낙에 이세훈은 곧장 몽환의 단안경을 왼쪽 눈에 착용했다. 이전과 비교도 안 될 만큼 선명하게 보이는 시야.
천관안의 효과도 더욱 강화되었는지 여러 정보들이 자연스럽게 읽혔는데 이세훈의 안목이 더해지자 아직 드러나지 않은 감정의 편린도 읽혀졌다.
‘호오. 지금 웃음을 참…… 고 있네.’
무표정하게 보이지만 입꼬리가 눈가가 희미하게 떨리는 것이 조금만 방심해도 웃음이 터져 나올 것처럼 보였다.
묘하게 기분이 나빠진 이세훈이 두 눈을 가늘게 뜨다가 금방 감정을 정리하고 실험 쪽에 집중했다.
‘우선은 몽환안 부터.’
우웅
두 눈에 몽환의 마력이 차오르며 보랏빛으로 물들었고, 시야가 어느 정도 진정된 다음에 이어서 무구스킬 ‘몽환투영’을 사용했다.
스스슥
안경알 위로 소용돌이치듯이 몽환의 마력이 중심부에 압축되더니 안개처럼 흩어지며 사라졌다.
“윽……!”
그 순간. 자신을 향해 밀려오는 기묘한 힘에 루이제의 몸이 흠칫 떨렸고, 반사적으로 마력을 끌어올리려다가 멈췄다.
‘참자…….’
다른 사람이라면 냅다 언령을 갈겼겠지만, 이세훈이라면 그래도 자신에게 해가 될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루이제가 저항 없이 몽환투영을 받아들였고 잠시 후 몽환의 단안경에 한 모습이 비춰지기 시작했다.
‘빛?’
허공에 떠있는 빛의 공. 어딘가 익숙한 광경에 이세훈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다른 풍경들도 이어서 그려졌다.
흐릿한 병실. 그리고 빛의 공을 사이에 둔 채 서 있는 인상이 더러운 청년과 환자복을 입은 소녀.
‘이거 설마…….’
전혀 예상치 못한 광경에 이세훈이 두 눈이 점점 휘둥그레지고 있을 때.
“악! 아아악!!”
루이제가 발악하듯 소리치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툭!
실이 끊어지는 듯한 감각과 함께 사라져 버린 풍경. 몽환투영이 해제된 것을 확인한 이세훈은 맞은편에 서있는 루이제를 바라보았다.
“너…… 너 그 괴상한 안경 뭐야. 설마 내 생각 엿보거나 그런 건 아니지?”
몽환투영을 사용할 때는 상대도 같은 풍경을 보게 되는 것일까. 상황을 재빠르게 파악한 루이제의 모습에 이세훈이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게…… 그러니까…….”
폭견이랑 달라지기는 했어도 근본, 속에 품고 있는 심상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언령 마법을 처음 배운 순간이 아주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왠지 일기장을 엿본 것 같은 느낌에 이세훈이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그렇게까지 생각해 주니 고맙…….”
“죽어!!!”
약간의 소란이 벌어진 뒤. 루이제를 설득해서 돌려보낸 이세훈은 엉망이 된 옷과 머리를 가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효과는 이걸로 확실하고……. 이제는 이걸 어떻게 쓰느냐인가.’
마음과 같아서는 믿을 만한 사람에게 몽환의 단안경을 맡기고 놀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자신의 주변에는 그런 인재가 없다.
방법이 하나밖에 없음을 깨달은 이세훈은 한숨을 내쉬며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전화 받았습니다.
새벽 4시 임에도 불구하고 또렷한 목소리. 하선우에게 전화를 건 이세훈은 곧장 용건을 꺼냈다.
“뭐 하나 쓸 만한 게 생겼는데 잠시 만날래요?”
-……예.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더 설명할 필요도 없이 대답이 돌아오며 전화가 끊어졌고, 그 재빠른 태도에 이세훈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자신의 볼과 턱을 찬찬히 쓰다듬으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실눈이 좋겠어…….”
* * *
프랑스의 파바르 길드.
준S급으로 평가받는 베테랑 영웅 모리스 파바르가 이끄는 곳으로 실력은 물론 사업수완도 좋아 중소규모이긴 하지만 인정받는 길드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 창립자이자 현 길드장이 생활하는 휘황찬란한 저택. 그 지하의 비밀 창고에서 모리스가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후우…….”
과거 첫 전투에 나설 때도 이렇게 떨렸을까. 나잇값도 못하고 두근거리는 심장에 모리스는 마음을 다잡으며 더욱 빠르게 걸음을 재촉했다.
철컥!
아무것도 없는 벽에 손바닥을 가져다대자 무언가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벽이 열렸고, 그 안쪽에 보관해둔 재화와 무구, 영약 같은 귀중품들이 보였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비밀 창고. 하지만 모리스는 그것들에 눈길도 주지 않고 곧장 한쪽에 놓여 있는 목걸이로 향했다.
“…….”
보라색 보석들이 알알이 박혀 있는 사치스러워 보이는 목걸이. 그 앞에 선 모리스는 숨을 고르며 아공간 포켓에서 보랏빛이 감도는 건틀렛을 착용했다.
그리고 정신을 집중하며 목걸이를 향해 손을 뻗었고.
후웅!
보랏빛 안개가 일렁임과 동시에 한 구슬이 그의 손 위로 나타났다.
보랏빛과 주홍빛이 뒤섞인 몽환적인 구슬. 바르무트 가문에게 얻은 심상 투영기를 움켜쥔 모리스는 곧장 그 안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아아…….”
구슬의 안쪽에서 더욱 강력하게, 그리고 압도적으로 힘을 흩뿌리며 움직이는 자신.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도달하지 못한 S급의 경지를 간접적으로나마 엿보게 된 모리스는 몸 안쪽이 무언가 충만해지는 것을 느꼈다.
‘좋아…… 이 감각이야…….’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한 깨달음의 감각. S급으로 승급할 수 있는 편린을 붙잡은 모리스는 재빠르게 심상 투영기를 다시 집어넣고 비밀창고 밖으로 달려갔다.
‘빨리…… 조금이라도 이 감각을 몸에 녹여내야 해……!’
이전에는 아무런 진척도 없는 훈련에 질려 따로 하지 않았지만, 심상 투영기를 얻은 이후로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같이 예전처럼 잠자는 시간마저 줄일 정도로 빠졌다.
목표를 향해 착실하게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는 충만감. 그것 하나만으로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한 영웅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이다.
‘안 그래도 걸리적거리던 녀석 세 명을 죽이는 것만으로 이 정도라니……. 이렇게 된 거 그 이세훈이라는 녀석도 한번 노려볼까.’
성공만 하면 그만큼 확실하게 보상을 준다고 했으니 진지하게 고민해 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행복한 상상을 하며 모리스가 창고에서 나와 서재로 돌아왔고.
“제압.”
검은 슈트를 입은 여섯 명이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들었다.
“뭣…….”
콰아앙!
서재가 무너질 것처럼 뒤흔들렸고 이내 먼지가 가라앉으며 모리스의 모습이 다시금 드러났다.
사지와 등, 목을 무구로 꾹 눌려진 채 완벽히 제압된 상황. 조금만 움직여도 죽을 수 있는 상태에 모리스가 당황한 눈으로 자신을 공격한 이들을 바라보았다.
“트, 특무과?”
“마력동결 실시.”
짓누르고 있는 무구에서 기묘한 힘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모리스의 마력이 완전히 멈췄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저항할 기회마저 날려버린 모리스는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특무과를 바라보았다.
‘뭐지? 설마 저번에 처리한 게 들켰나? 아니, 하지만 증거는 확실히 지웠는데…….’
수많은 생각들이 모리스의 머릿속에 소용돌이치고 있을 때. 맞은편에서 천천히 다가오는 청년이 보였다.
흑발에 지그시 감긴 두 눈. 왼쪽에는 보라색 안경테에 쇠사슬이 달린 단안경이 끼워져 있었는데 차분한 얼굴 때문인지 묘하게 어울렸다.
“흐음…….”
바로 앞까지 다가온 실눈의 청년이 단안경을 매만지며 조용히 내려다보았고, 잠시 후 무언가 오싹한 감각이 모리스의 전신을 휘감았다.
그리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S급이 된 자신의 모습. 이 상황에서도 황홀하기 그지없는 풍경에 모리스가 멍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어우. 이 양반 중증이네.”
청년이 질렸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으며 물러섰다.
“상태가 어떻습니까?”
“마인이 된 자신을 상상하고 있어요. 이 정도면 뭐 폭탄이나 다름없죠.”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청년의 모습에 모리스가 깜짝 놀라며 바라보았다.
“그, 그게 무슨 헛소리야!! 내가 왜 마인이 돼!!”
“뭐,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죄 없는 영웅을 세 명이나 죽였으면 마인이나 다를 게 없죠.”
대수롭지 않게 자신의 비밀을 푹푹 파고드는 청년의 모습에 모리스는 가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디서 정보가 새어나간 것인가. 정말 모든 게 들켰다면 자신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깨달음이…… S급이 코앞이었는데…….’
죄책감보다 밀려오는 울분과 억울함. 모리스가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청년의 옆에 서 있던 하선우가 이야기했다.
“모리스 파바르. 당신을 만마전과의 내통혐의로 체포…….”
“……증거!! 증거를 가져와!!”
부들부들 떨던 모리스가 발작하듯이 소리치더니 핏발 선 눈으로 특무과 대원들을 바라보았다.
“증거도 없이 인류를 위해 수십 년간 이바지해 온 나한테 이래도 되는 거냔 말이다!!”
몸이 잘려 나가도 상관없다는 듯이 발버둥치는 모리스. 그 추한 모습에 특무과 대원들이 눈매를 찌푸리고 있을 때.
“그럼 찾아볼까요.”
단안경을 쓴 청년이 서재를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저 안에 있을 거 같은데 같이 가 봅시다.”
청년의 이야기에 특무과 대원들이 서로를 바라보았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모두가 비밀 창고 안으로 들어섰고, 그 모습에 모리스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속으로 비웃었다.
‘다른 건 몰라도 그건 절대로 찾을 수 없을 거다.’
바르무트 가문의 설명에 의하면 S급 영웅조차 알아볼 수 없을 것이라 했고, 실제로 지난 자선파티 때 아내에게 착용시켜 돌아다닌 결과 그 누구도 알아보지 못했다.
‘증거불충분으로 어떻게든 상황을 넘기고…… 그 다음은 바르무트 가문이랑 상의하는 거야.’
똑같이 내통 혐의로 잡혀가고 싶지 않으면 어떻게든 도와줄 것이다. 그렇게 모리스가 머리를 굴리는 사이 지하창고에 도착했고.
“아. 저거네요.”
단안경을 쓴 청년이 단숨에 보라색 목걸이를 가리켰다.
“…….”
그 모습에 모리스가 표정관리도 잊은 채 멍하니 바라보았고, 그 사이 청년이 성큼성큼 다가가 손을 뻗었다.
탁!
목걸이의 위에서 단숨에 빼내지는 심상 투영기. 그것을 한손으로 쥔 실눈의 청년, 변장한 이세훈이 얼빠진 모리스를 바라보았고.
“이제 됐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속이 터지는 미소를 지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