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152화
“내기…… 말입니까?”
떨떠름한 표정으로 되묻는 하선우의 모습에 이세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서로에게 원하는 걸 한 가지씩 걸고 하는 거죠.”
“제게 원하시는 게 있으십니까?”
표정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상당히 경계심 섞인 눈빛에 이세훈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직 제대로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앞에 말했듯이 가벼운 내기니까 상황을 봐가면서 정해야 할 것 같아서요.”
“그 말인즉…… 요구하는 게 가볍지 않다고 생각하면 얼마든지 거절해도 된다는 거군요.”
“그런 셈이죠.”
이런 상황에서 대뜸 무거운 조건을 걸고 내기를 해봐야 누가 받아들이겠는가. 특히 특무과의 조사관이면 말 한마디도 조심해서 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옭아매려고 해선 안 된다.
‘적당히 흥미만 이끌어내는 거지.’
회귀 전에도 종종 해봤던 일이기에 이세훈이 가만히 대답을 기다렸고, 잠시 고민하던 하선우가 물었다.
“내기는 어떻게 진행하실 생각입니까?”
“글쎄요. 일단 앞에 말씀하셨던 ‘연날리기’ 라는 훈련을 보고 정하면 될 것 같은데요.”
“좋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시죠.”
고개를 끄덕인 하선우가 곧장 대련장 위로 올라갔고 그 뒷모습을 보고 있는 사이 마광수가 슬쩍 물었다.
“무슨 생각이냐?”
“들으셨잖아요. 그냥 가벼운 내기예요.”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말고.”
두 눈을 가늘게 뜨며 흘겨보는 마광수의 모습에 이세훈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정말이라니까요. 뭐, 굳이 말하자면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어서 한 거죠.”
“저놈이랑?”
의외라는 듯한 마광수의 물음에 이세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특무과의 조사관 아닙니까. 친해지면 어디든 도움을 받을 수 있겠죠.”
“으음. 저놈 저거 사고방식이 워낙 뻣뻣해서 친해져봐야 골치 아플 텐데…….”
“재료든 사람이든 쓰게 마련이죠.”
회귀 전에는 마땅한 뒷배가 없어서 피해 다녔지만 루트비히라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는 지금은 다르다.
이세훈의 자신만만한 이야기에 마광수가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어깨를 으쓱였다.
“뭐. 알아서 해라. 대신 너무 얕보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대련장 위에서 활을 살피고 있는 하선우를 힐끗 본 마광수가 경고하듯 이야기했다.
“5년 안에 S급을 찍고도 남을 녀석이니까.”
‘S급 영웅이 될 가능성이 있다’가 아니라 된다고 확신할 수 있는 재능과 실력. 마광수의 평가에 이세훈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애초에 그렇게 S급이 된 당사자에게 몇 달을 시달렸는데 어떻게 모르겠는가.
‘그러니까 가능성이 있는 거고.’
회귀 전의 하선우와 비교한다면 풋내기나 다름없는 상태. 저 정도라면 지금의 자신으로도 빈틈 몇 곳은 찌를 수 있을 것이다.
긴장하기는커녕 더욱 자신만만하게 바라보는 이세훈의 모습에 마광수가 묘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준비 다 됐습니다. 두 분 다 올라오시죠.”
대련장 위에 있던 하선우가 두 사람을 불렀다.
계단을 타고 위로 올라가던 이세훈은 자연스레 대련장의 끄트머리에 띄엄띄엄 설치된 장치를 발견했다.
사람 주먹만 한 크기의 초록색 큐브. 겉보기에는 용도를 짐작기 어려웠지만 이세훈은 금방 그 정체를 알아차렸다.
‘과연. 연날리기라는 게 그런 거였구만.’
훈련 방식을 얼추 파악한 이세훈이 슬쩍 웃으며 걸음을 옮겼고 하선우가 한 손에 활을 쥔 채 입을 열었다.
“일단 설명에 앞서 가볍게 한번 보여 드리겠습니다.”
따악!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대련장 끄트머리에 놓인 초록색 큐브들이 빛을 반짝이더니 순식간에 열렸다.
쿠구구구─
큐브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초록빛의 바람.
그것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서로 합쳐지면서 대련장을 둘러싸는 거대한 바람의 장벽으로 변했다.
후우웅!!
소용돌이의 중심에 서 있는 듯한 신비로운 광경. 그 속에서 하선우가 바닥에 세워둔 화살통에서 화살 하나를 집어 들어 활대에 걸었다.
“흐음…….”
그리고 그대로 시위를 당기며 화살 끝을 사방을 둘러싼 바람의 장벽에 겨눴고.
투웅!
한 발의 화살이 곧장 바람의 장벽을 향해 쏘아졌다.
꿰뚫고 빠져나갈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튕겨져 나올 것인가. 보통 생각하는 반응은 그 두 가지지만, 화살이 보여주는 움직임은 조금 달랐다.
후웅!
바람의 장벽 안쪽에 휘몰아치는 흐름을 타고 그대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화살.
떨어지지 않고 대련장 주변을 돌고 있는 화살의 모습은 정말로 ‘연’처럼 보이고 있었다.
“연날리기는 바람의 움직임을 보는 눈. 그리고 화살에 마력을 연결하여 조종하는 기술을 단련하는 훈련법입니다.”
하선우가 화살을 쥐었던 손가락을 가볍게 휘젓자 바람의 장벽을 타고 움직이던 화살이 크게 요동치며 방향을 바꿨다.
후웅!
물가에서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바람의 장벽 내부를 마구 헤집고 다니는 화살. 이세훈이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는 사이 하선우가 설명을 이어갔다.
“원래는 일반 화살로 연습하지만 이세훈 생도는 따로 궁술을 익히시지 않았으니 특제 화살을 준비해 왔습니다. 마력만 연결하면 원하시는 대로 잘 움직일 겁니다.”
후웅
하선우의 손짓에 바람의 장벽에서 나와 그대로 화살통 안에 꽂히는 화살.
훈련이라기보다 묘기에 가까운 그 모습에 이세훈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물었다.
“그러면 채점 기준은 바람의 움직임을 얼마나 잘 관측하느냐는 거군요.”
“맞습니다.”
하선우의 이야기에 이세훈이 주변을 둘러싼 바람의 장벽을 살펴보았다. 수십 개의 큐브가 한데 뒤섞여 불규칙하게 변형되는 바람.
‘움직임이 변칙적으로 변하는 구간이 꽤 많네. 요령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니야.’
하선우, 그리고 하백연이 자신에게서 무엇을 보려는 것인지 알아차린 이세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연습 좀 해봐도 될까요?”
“물론이죠. 활은 이걸 쓰시면 됩니다.”
하선우에게서 활을 건네받은 이세훈은 자연스럽게 그 구조를 살폈다.
‘무난한 활이네. 독특한 점이라면…… 저쪽 화살이랑 연동되는 구조라는 건가.’
이 활을 이용해서 특제 화살을 쏘아내면 서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사용자의 마력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단숨에 특성을 파악한 이세훈은 이리저리 활을 고쳐 잡은 다음에 화살을 꺼내 들었다.
‘보자. 자세가…….’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던 이세훈은 단숨에 시위를 당기며 장벽을 향해 겨눴다.
투웅!
매끄러운 소리와 함께 쏘아진 화살이 바람의 장벽 안쪽으로 파고들었고 이내 궤도를 틀며 흐름을 타고 움직였다.
후우웅!
손끝에서 느껴지는 무게감. 그것이 화살과 연결된 마력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이세훈이 바람의 장벽을 살피며 가볍게 움직여보았다.
‘흐음……. 이런 느낌인가.’
완전히 몸의 일부처럼 조종하기보다는 손가락을 툭툭 쳐서 매 순간 방향을 조정하는 것에 가깝다.
그 감각을 몸에 기억시키며 이세훈이 조절하던 그때.
퉁!
화살이 흐트러지는가 싶더니 장벽 안쪽으로 튕겨 나왔다.
“아, 이런.”
움직이는 데 집중했다 보니 순간적으로 변한 바람의 흐름에 대응하지 못하고 그대로 튕겨져 나왔다.
바로 앞으로 굴러온 화살을 집어 든 이세훈이 멋쩍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야. 확실히 궁술이 어렵기는 하네요. 특제 화살을 쓰는데도 이 정도면 일반 화살로는 어림도 없겠어요.”
이세훈이 부끄럽다는 듯이 이야기하고 있을 때. 방금 과정을 남김없이 바라본 하선우가 멍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지금…… 내가 뭘 본 거지?’
처음 연날리기에 대해서 들을 때 사람들은 화살을 제어하는 것만 생각하지만 제일 처음 직면하는 문제는 ‘입구’를 찾는 것이다.
쉴 새 없이 휘몰아치는 바람의 장벽. 거기에 불규칙하게 나타나는 입구를 찾아내서 그 안에 화살을 집어넣어야 흐름을 타고 조종하는 게 가능한 것이다.
보통 여기까지 깨우치는 데 재능 있는 문하생을 기준으로 반년. 그것도 궁술을 어느 정도 단련했을 때나 가능했다.
‘근데 그걸 한 번 만에 성공했다고?’
자신이 사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세훈이 바벨 안에서 활을 다루는 모습을 보여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입구를 단숨에 맞춘 것도 모자라 흐름에 맞춰서 화살을 제어하다니. 그 믿기지 않는 광경에 하선우는 혼란스럽게 바라보다 이내 한 가능성을 떠올렸다.
‘비밀리에 연습하고 있었다?’
세간에는 검과 망치를 다룬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진짜 장기는 궁술이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래. 그거라면 고모할머님께서 갑자기 재능을 살피라고 한 것도, 나한테 내기를 권유한 것도 설명이 된다.’
다른 사람들은 속일 수 있어도 완등자, 최강의 궁사인 원견사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을 터.
하선우가 멋대로 머릿속에서 결론을 내리고 있을 때. 이세훈이 몇 번 더 화살을 쏘았다.
퉁! 퉁! 퉁!
흐름 속에서 조금 버티는가 싶더니 대련장을 한 바퀴도 못 돌고 튕겨져 나오는 화살들.
“흐음…….”
그 과정을 빠짐없이 살펴보며 고민하던 이세훈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하선우를 바라보았다.
“이제 슬슬 내기로 가볼까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훈련 이름도 마침 연날리기니까 ‘연싸움’을 해보면 어떨까 싶은데요.”
두 사람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화살을 쏴서 먼저 바깥으로 튕겨져 나가는 사람이 패배.
이때 그냥 도망치면서 버텨도 상관없고, 화살을 때려서 바깥으로 쳐내도 문제없다.
“단판 승부로 하면 제가 무조건 질 테니까 다섯 판으로 해서 제가 한 번이라도 이기면 제 승리, 는 어떻습니까?”
조건만 보면 이세훈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 하지만 그 내용에 하선우의 눈매가 꿈틀거렸다.
당연히 버티는 조건으로 덤빌 줄 알았더니 설마 아예 이겨먹으려고 들 줄이야. 당돌하기 그지없는 그 모습에 하선우가 어이없다는 듯이 물었다.
“다섯 판이면 한 번쯤은 해볼 만하다는 뜻입니까?”
“뭐……. 안 될 건 없죠?”
문제 있냐는 듯한 이세훈의 대답에 하선우가 조용히 그 모습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대신 한 가지 조건을 추가하죠.”
화살통에서 화살을 하나 꺼내 든 하선우가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활을 쓰면 제가 너무 유리할 테니 손으로 하겠습니다.”
도발에는 도발로 대응한다. 차분한 것 같으면서도 승부욕을 드러내는 하선우의 모습에 이세훈이 표정을 굳히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편하신 대로 하시죠. 어차피 뒷감당은 자기가 하는 거니까 말이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 한 차례 부딪쳤다가 몸을 돌리며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화살을 집어 든 이세훈이 뻘쭘하게 서 있는 마광수를 바라보았다.
“교수님. 카운트다운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그래. 그럼 3부터 센다. 3…….”
마광수가 천천히 카운트다운을 시작하고 이세훈과 하선우가 각각 자세를 잡으며 바람의 장벽을 겨눴다.
“2…….”
대련장을 감싸며 쉴 새 없이 휘몰아치는 바람. 그 움직임에 하선우가 생각을 곱씹었다.
‘적당히 상대해 줄 생각이었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손봐주는 게 좋겠어.’
실력에 대한 자신감까지는 좋지만, 그게 오만함이 되는 순간 자신의 목을 조이는 법.
현역에서 활동하는 영웅으로서 이세훈에게 따끔히 가르침을 주기로 결심한 하선우가 손에 쥔 화살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휘우웅─
화살의 겉에 은은하게 휘몰아치는 바람. 그리고 그대로 팔을 뒤로 젖혀 바람의 장벽을 바라본다.
“1…….”
그리고 마지막 신호만을 남기며 두 사람의 집중이 극에 다다른 순간.
“시작!”
투웅!
두 발의 화살이 바람의 장벽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를 향해 달려드는 화살. 그 모습에 하선우의 눈이 가늘어졌다.
‘단숨에 떨어뜨리겠다 이건가.’
이제는 건방지다를 넘어서 정말 뭔가 노림수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갈 정도다. 그 모습에 하선우는 기다릴 것도 없이 곧장 기술을 사용했다.
연요풍燕搖風
파앙─!
하선우의 화살에서 터져 나오는 바람.
그 흐릿하면서도 선명한 바람이 장벽 곳곳에 스며들더니 이내 돌발적으로 사방이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콰가각!
소량의 바람으로 주변의 대기를 뒤바꾸는 기술인 연요풍.
그로 인해 바람의 장벽이 방금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거세게 휘몰아쳤고 움직임 역시 매우 변칙적으로 바뀌었다.
그러자 나름대로 올곧게 움직이던 이세훈의 화살이 당장에라도 튕겨져 나갈 것처럼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윽…….”
기존에 예측하고 있던 바람의 흐름이 모조리 바뀐 데다 휘몰아쳐 오는 바람도 심상치 않다.
단숨에 뒤바뀐 판도에 이세훈의 화살이 간신히 버텨내고 있을 때. 하선우의 화살이 매섭게 접근해 왔다.
후웅!
거센 바람을 휘감은 채 빠르게 가까워져 오는 화살.
그와 동시에 바람의 장벽도 더욱 거칠게 요동쳤고 이세훈의 화살이 더욱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화살에 부딪치기도 전에 튕겨져 나갈 것 같은 상황. 그 모습에 하선우가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며 마지막 가속을 더했고.
‘왔다……!’
투안으로 그 움직임을 살피고 있던 이세훈이 두 눈을 번뜩이며 손끝의 흑무사를 움직였다.
휘리릭!
당장에라도 튕겨져 나갈 것 같던 화살이 돌연 꽈배기처럼 비틀리며 휘어졌고, 그 모습에 하선우의 두 눈이 커졌다.
‘저건…….’
겉보기에는 마지막까지 발악하며 버티는 것으로 보였지만, 이대로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는 그런 직감이 느껴진다.
그에 하선우는 자신이 한참 어린 생도를 상대하고 있는 것도 잊은 채 자신의 고유스킬인 ‘천리안’을 발동했다.
우웅─!
짙은 푸른색 눈동자에 일렁이며 퍼지는 파문.
그와 동시에 하선우의 시야가 눈앞을 넘어 대련장 전체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확장되더니 이세훈의 몸과 그 화살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선명히 보였다.
‘그렇군. 나처럼 바람의 흐름을 뒤틀려고 한 건가……!’
자신의 대응을 예측하고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카운터. 그 모습에 하선우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앞서 오만하게 행동한 것도 사실 이런 상황을 유도했던 게 아닐까. 마음과 같아서는 그냥 당해줄까도 싶었지만 하선우는 생각을 고쳤다.
‘이 녀석은 높은 곳을 보여줄수록 더 강해진다.’
어차피 아직 기회는 네 번이나 남지 않았는가. 이세훈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하선우가 화살에 약간의 변주를 가했다.
연관풍燕貫風
투웅!
바람을 꿰뚫는 제비처럼 하선우의 화살이 한 번 더 가속을 받으며 앞으로 쏘아져나간다.
이세훈의 반격을 정면에서 짓뭉개려는 움직임. 그 압도적인 속도와 위력에 대응할 틈도 없이 두 화살이 서로 맞닿았고.
‘걸렸다!!!!’
이세훈의 두 눈이 번뜩이며 힘껏 뒤틀린 화살을 풀었다.
투살법鬪殺法 연엽燕獵
카앙!
대련장에 울려 퍼지는 쇳소리. 그와 동시에 한 화살이 맥없이 밖으로 튕겨져 나왔다.
투둑
반으로 부러져 있는 화살. 그것이 자신이 던졌던 화살이라는 것을 깨달은 하선우가 아무런 말도 잇지 못한 채 두 눈을 부릅떴다.
‘이게…… 무슨…….’
한계까지 뒤틀려 있던 이세훈의 화살이 풀린 순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화살을 피하면서 옆쪽으로 후려쳐 밖으로 밀어냈다.
일반적인 화살의 움직임이라고는 볼 수 없는 기괴하기 짝이 없는 공격법. 실전성을 떠나서 하선우는 그 대응 자체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처음부터 접근했을 때를 노리고 있었구나.’
자신이 변수를 줄이기 위해 공격을 강행하리라는 것을 예상하고 처음부터 반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바람의 흐름. 그리고 상대의 대응까지 완벽하게 꿰뚫어 보는 눈. 그 상상을 뛰어넘은 능력에 하선우가 다시금 이세훈을 바라보았고.
“이런……. 다섯 번도 필요 없었나 보네요.”
“…….”
뿌드득
히죽거리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