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149화
“당신을 살인범으로 체포하겠습니다!”
“저놈이 먼저 내가 만든 무구를 형편없다고 욕했어……!”
“변명은 필요 없습니다! 어비스로 가시죠!”
그렇게 나는 즉결심판으로 모든 것을 잃고 악독한 범죄자들만 수감된다는 감옥 ‘어비스’에 가둬졌다…….
“정리하자면.”
……같은 일들은 당연히 일어나지 않았다.
“염성하 생도의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서 이세훈 생도가 도움이 되는 저주를 걸었고, 그 과정에 극심한 통증이 있어 토혈을 뱉었는데 때마침 제가 그걸 보게 된 거군요.”
“맞습니다.”
의료진을 통해 염성하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모든 상황을 전해 들은 하선우는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타이밍 한번 예술적이네요.”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자조적으로 웃는 이세훈의 모습에 하선우가 앞으로 다가와 손목에 느슨하게 채워져 있던 수갑을 풀었다.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일단은 수사 중 절차라…….”
“괜찮습니다. 할 일을 하셨을 뿐인데요 뭘.”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의 바르게 고개를 꾸벅이며 인사한 하선우가 몸을 바로 하며 다시금 자신을 소개했다.
“이참에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영웅 협회 특무과 소속 하선우 조사관이라고 합니다.”
“…….”
말끔하게 자신을 소개하는 하선우의 모습에 이세훈이 눈앞의 조사관을 다시금 바라보았다.
하나로 묶은 검푸른 장발에 짙은 푸른색 눈동자. 거기에 검은 정장을 깔끔히 차려 입었는데, 인상이 부드러워서 그런지 조사관보다는 모델 같은 느낌이었다.
첫인상만 보면 상당히 사람이 좋아 보이는 모습. 하지만 이세훈은 그것이 함정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설마 이놈을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회귀 전에 누명을 쓰고 도망 다니던 시절 협회 쪽에서 끈질기게 추적해 왔던 S급 영웅.
그게 바로 지금 눈앞에 있는 조사관의 미래, 특무과 팀장 하선우였었기 때문이다.
‘이놈 이거 융통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던데 진짜 괜찮은 건가?’
물론 자신이 기억하는 특무과의 팀장과는 시간 차이가 있기 때문에 완전히 같은 사람이라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삼견처럼 어딘가 이상한 놈들은 근본부터가 비틀려 있기 마련.
회귀 전의 하선우도 절대 평범한 성격이 아니었기에 과거라 해도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됐다.
‘게다가 이놈 배경도 만만치 않고 말이야.’
하선우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이세훈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
“이세훈 생도?”
아무런 대답도 없는 모습에 하선우가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아, 죄송합니다. 부상 후유증이 조금 남아서…….”
뒤늦게 정신을 차린 이세훈이 자연스럽게 둘러대자 하선우가 아차 싶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죄송합니다. 그러고 보니 부상이 심하시다고…….”
혹시 조사 중에 문제가 생겼나 싶어 다급히 이세훈의 몸을 살펴보던 하선우의 얼굴이 묘하게 변했다.
바벨 측에 전달받은 바에 의하면 몇 달간 꼼짝없이 요양을 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하다고 들었는데 자신의 눈에는 날아다녀도 안 이상할 것처럼 멀쩡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체 능력도 전해 들은 것보다 더 강해.’
며칠 전에 겨우 의식이 돌아왔다던데 이렇게까지 변할 수 있는 것인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하선우의 눈이 가늘어졌다.
‘설마…… 승천제가 뭔가를 숨기려는 건가?’
무언가 수상한 낌새를 느낀 하선우가 이세훈을 다시금 바라보았다. 그리고 짙은 푸른색 눈동자 속에서 파문이 일어나려던 순간.
“조사관님.”
이세훈이 담담하게 하선우를 불렀다.
“아, 예. 말씀하시죠.”
“따로 용무가 없으시다면 이만 가 봐도 될까요? 곧 진료가 잡혀 있어서…….”
난감해하는 이세훈의 모습에 하선우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시죠. 저도 오늘은 염성하 생도에게 용무가 있어서 온 거라…….”
“그럼 먼저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선 이세훈이 고개를 꾸벅이며 병실 밖으로 나갔고,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하선우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스킬 발동을 알아차린 건가……?’
막 살펴보려던 순간에 저렇게 절묘하게 빠져나가다니. 잠시 고민하던 하선우는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리가 없겠지.’
다른 건 몰라도 자신의 고유스킬 ‘천리안’의 발동을 알아차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장 특무과의 다른 동료들도 천리안에 대해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응하지 못해 매번 자신에게 당하지 않는가.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다 해도 결국은 1학년이니.’
실력으로나 경험으로나 그리 쉽게 될 리가 없다. 그리 판단한 하선우는 쓸데없는 생각을 떨쳐내며 이세훈의 몸 상태를 곱씹었다.
‘그 정도라면 조만간 만나 봐도 되겠어.’
오늘 염성하의 조사를 끝나는 대로 이세훈을 만나보기로 한 하선우는 그대로 병실에서 염성하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시간이 2시간 정도 흘렀을 때쯤. 돌아올 기미가 없는 병실의 주인에 하선우가 눈매를 찌푸렸다.
‘도대체 언제 오는 거야?’
간단하게 진료만 받고 온다고 했던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늦는단 말인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진 하선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데스크로 나가려던 순간.
“어휴. 드디어 퇴원…… 응?”
병실의 문이 열리며 간호사들이 들어섰다.
“조사관님이 왜 여기에…….”
못 볼 사람이라도 본 것처럼 의아해하는 간호사들. 그 모습에 무언가 잘못된 것을 알아차린 하선우가 재빠르게 물었다.
“염성하 생도는 어디 갔습니까?”
“네? 염성하 생도라면 한참 전에 퇴원 수속하고 요양하러 본가로 돌아가셨는데…….”
“…….”
간호사의 이야기에 하선우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협조 요청을 안 했다지만 조사관인 자신이 왔다면 눈치껏 알아차렸을 것 아닌가.
두통이 밀려오는 것을 느낀 하선우가 눈매를 매만지며 간호사들에게 물었다.
“혹시 저에 대해서 뭔가 말한 게 없습니까?”
“조사관님에 관한 거라면…… 아.”
무언가 떠오른 듯 간호사가 탄성을 내뱉다가 이내 눈치를 살폈다.
“그게…….”
“조사의 일환이니까 부탁드리겠습니다.”
솔직히 이렇게 대놓고 무시당했는데 더 화날 것도 없다.
하선우의 이야기에 간호사가 잠시 고민하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아까 진료 중에 귀찮은 일이 생겼으니까 빨리 좀 퇴원시켜 달라고…….”
“…….”
* * *
[돌아올 때까지 대금 생각해둬라.] - 염성하
휴대폰에 도착한 염성하의 메시지에 이세훈이 피식 웃었다.
‘이놈 이거. 조사받기 싫어서 바로 도망쳤구만.’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특무과의 조사관에게 잡히면 며칠은 붙들리기 마련.
염성하의 경우 그렇게 되면 꼼짝없이 병동에서 대기해야 했기에 협조 요청을 받기 전에 잽싸게 도망친 것이 분명하리라.
‘근데 이번에는 상대가 안 좋았네.’
다른 조사관이었다면 적당히 다른 상대로 대신하거나 순서를 미루겠지만, 자신이 아는 하선우라면 본가까지 쫓아갈 가능성이 높았다.
회귀 전에 추적자를 떨쳐내기 위해 육대마경 중 하나인 ‘공허의 숲’에 잠깐 들어갔을 때 끝까지 따라온 독종이 바로 그놈이었기 때문이다.
‘혈기왕성한 시절이니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겠지.’
괜히 머리를 굴리다가 더 심한 꼴을 겪게 될 염성하의 상황에 이세훈이 속으로 웃으며 병실로 돌아왔고.
“음?”
은발 머리의 익숙한 뒷모습을 발견했다.
“…….”
검은 비닐봉지를 한 손에 들고 침대를 내려다보는 루이제.
등으로 가려져서 뭘 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는데 딱 봐도 기분이 썩 좋은 것 같지는 않았다.
‘에리카도 안 보이네.’
자리를 비운 사이에 마주쳐서 한바탕 싸우기라도 한 걸까.
자신이 들어온 줄도 모르는 루이제의 모습에 이세훈이 곧장 곁으로 다가갔다.
“뭘 그렇게 빤히 보고 있어?”
“윽……!?”
흠칫 떨며 휘둥그레진 눈으로 바라보는 루이제.
도둑질하다가 들킨 것처럼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그 모습에 이세훈이 의아해하며 침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흐음…….”
침대 옆에 산더미처럼 쌓인 선물상자와 이불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종이 한 장.
안쪽에는 낙서처럼 보일 만큼 복잡하게 뒤엉킨 문양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 형태를 살피던 이세훈이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술식?’
복잡하게 뒤엉켜서 구분하기 어렵지만 이 형태는 분명히 술식, 그것도 이노우에 가문의 주술과 관련된 것이 분명하다.
얼핏 봐도 심상치 않은 구조에 이세훈이 잠시 살펴보다가 아래쪽에 적혀있는 글귀도 읽었다.
[이해하면 도움이 될 거야. 일이 생겨서 먼저 가볼게.]
‘에리카가 남겨두고 간 건가.’
결계구성학 강의를 들으면서 몇 번 본 적 있는 에리카의 글씨체. 그 내용을 살핀 이세훈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렌의 주술을 응용한 걸 보고 어떤 반응이 나올지 궁금했는데 설마 숙제를 던져주고 갈 줄이야.
‘아무거나 던져줬을 리는 없고…… 인연관계랑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겠지.’
이 난해한 술식을 이해하는 데 성공한다면 에리카가 자신을 평가하는 ‘기준’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한 이세훈은 술식이 적힌 종이를 챙긴 다음 당황한 루이제를 바라보았다.
“후, 훔쳐본 거 아니야. 침대 위에 대놓고 놓여 있길래 뭔가 싶어서 보다가…….”
“…….”
“진짜라니까! 너! 내가 남의 물건 막 함부로 손대고 그럴 사람으로 보여?!”
말없이 쳐다보자 억울한 표정으로 해명하는 루이제. 그 다급한 모습에 이세훈이 계속해서 가만히 쳐다보다가 이내 피식 웃었다.
“그야 그렇겠지.”
“어?”
“누가 건드렸는지 정도는 그냥 슥 보면 알아. 내가 그런 것도 모르겠냐.”
여유롭게 대답하며 침대 위에 눕는 이세훈. 그 모습에 루이제가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놀림당한 것을 깨닫고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였다.
“너…… 이 새끼…….”
이놈은 도대체 왜 이렇게 자신을 못 놀려먹어서 안달이란 말인가. 혹시 전생에 원수지간이었나 싶어진 루이제는 진지하게 몇 대를 때려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단 때리고 보자고 결론을 내리며 주먹을 치켜들려던 그 순간.
“아까 그 술식은 어땠어?”
이세훈이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리며 물었다.
“……뭐가.”
“말 그대로 어떤 느낌이었냐고. 내가 봤을 때는 뭔가 딱하고 오는 느낌이 없었거든.”
이노우에 가문의 주술이라는 건 알겠지만 어떻게 발동되는 것인지,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심상이 무엇인지 확 하고 느껴지는 것이 없었다.
‘이런 쪽은 첫 단추가 중요하단 말이지.’
괜히 혼자서 고민하다가는 이상한 쪽으로 꼬일 수 있기에 이럴 때는 자신보다 재능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빠르다.
“그냥 말 돌리는 것 같은데…….”
퉁명스럽게 투덜거리면서도 잠시 고민하던 루이제는 이내 자신이 느꼈던 생각을 이야기했다.
“내가 봤을 때는 약간 쓰다만 소설 같은 느낌이야.”
“쓰다만 소설?”
“그러니까 소설이 잘 끝나는가 싶더니 맨 마지막에 ‘하지만 몰랐다. 이때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라는 것을.’ 같은 내용이 적히면서 끝난 느낌?”
술식에 대한 설명이라기에는 상당히 기묘한 내용.
자신이 말하고도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는 모호한 설명에 루이제가 손을 내저었다.
“아니다. 그냥 못들은 걸로 해. 어차피 이런 평가는 도움도 안 될 테니까…….”
“아니. 오히려 그런 게 좋아.”
“뭐?”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루이제의 모습에 이세훈이 담담하게 설명했다.
“원래 저렇게 난해한 술식은 처음 느낀 감상이 정답에 가깝거든. 정확히 말하자면 고민할수록 정답에서 멀어져.”
“왜 멀어지는데?”
고민할수록 정답에 가까워지는 것 아닌가? 루이제의 물음에 이세훈이 설명을 이어갔다.
“간단히 말하자면 색이 뒤섞인 물감 같은 거야.”
처음에는 본래 어떤 색들이었는지 구분할 수 있겠지만, 뒤섞이면 뒤섞일수록 그 원본을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그리고 그건 술식의 근간이 되는 ‘심상’ 역시 마찬가지다.
“방향성이 제대로 안 잡힌 상태에서 술식을 해석하면 조금씩 내 ‘심상’에 맞춰서 생각하게 돼. 나쁜 건 아니지만 원본이랑은 달라지는 셈이지.”
“흐음…… 그럼 내가 제일 처음에 느꼈던 감상이 술식을 만들어낸 사람의 심상에 가장 가깝다는 거야?”
“바로 그거야.”
물론 재능이 없으면 그 느낌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겠지만 언령마법, 심상을 다루는데 뛰어난 재능을 가진 루이제라면 충분히 믿을 만했다.
“……그러면 그거 엄청 찝찝한 주술이네. 멀쩡한 것 같으면서도 불길한 느낌이라는 거잖아.”
“이래저래 애매모호한 느낌이긴 하지”
덜 행복하다뿐이지 무난한 이야기가 이어질 수도 있고, 모든 것을 잃고 절망에 빠진 이야기가 이어질 수도 있다.
조금 난잡한 심상에 이세훈이 여러 방향으로 생각해 보다가 멈췄다.
‘일단은 여기까지만 해두자.’
이 정도 수준이라면 이노우에 가문의 비전주술일 가능성이 크다.
한 번에 풀려고 해봐야 꼬일 가능성이 높으니 차근차근 풀어가는 것이 좋으리라.
에리카의 숙제에 관한 생각을 모두 정리한 이세훈은 엉거주춤하게 서 있는 루이제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그 비닐봉지는 뭐냐?”
“응? 아, 뭐…….”
손에 들린 검은 비닐봉지를 힐끗 본 루이제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맨손으로 오기 그래서 과일 좀 사 오긴 했는데…….”
작게 중얼거리며 침대 옆에 산더미처럼 쌓인 에리카의 병문안 선물들을 힐끔거리는 루이제.
안에 뭐가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포장지만 봐도 자신이 사 온 것과 비교도 안 될 만큼 비싸고 좋은 물건이라는 게 노골적으로 느껴졌다.
‘하필 와도 그 녀석 다음에 와서…….’
속으로 투덜거린 루이제가 자신도 모르게 과일이 든 비닐봉지를 몸 뒤로 슬쩍 숨기려던 그때.
탁!
이세훈의 손이 재빠르게 비닐봉지를 낚아채 갔다.
“야, 야!”
“뭔가 했더니 체리구만.”
눈 깜짝할 사이에 비닐봉지를 빼앗긴 루이제가 다급히 손을 뻗어서 빼앗으려고 했지만, 이세훈은 요령 좋게 손길을 피하면서 체리를 꺼내먹었다.
이전에 루이제에게 언령마법을 가르칠 때 질리도록 먹었었던 제이슨 체리. 그 익숙한 맛에 이세훈이 피식 웃으며 바라보았다.
“맛있네. 고맙다.”
“…….”
별다른 뜻 없이 순수하게 감사를 표하는 이세훈.
에리카의 선물과 비교당하는 게 아닌가 걱정했던 루이제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피식 웃었다.
‘그래. 생각해 보니 이런 놈이었지.’
평소에는 틈만 나면 장난치고 자기 자랑만 하는 재수 없는 녀석이지만,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는 언제나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
자신이 얼마나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었는지 깨달은 루이제가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의자에 걸터앉았다.
‘평소에도 저러면 참 좋을 텐데 말이야…….’
질리지도 않는지 열심히 체리를 꺼내먹는 이세훈. 그 모습에 루이제가 오른손을 내밀었다.
“나도 줘봐. 오랜만에 먹어보게.”
언령마법을 수련할 때 질리도록 먹어서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오늘은 그때가 생각나서 그런지 먹고 싶어졌다.
루이제의 이야기에 이세훈이 슬쩍 바라보았고.
“싫은데?”
“……야이 개새─”
훈훈한 분위기가 무너지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