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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가 다 만들어줌-147화 (147/309)

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147화

주작과의 원만한 협상이 끝난 뒤. 이세훈은 곧장 작열화의 가공을 시작했다.

[그, 그만…… 정수리에 뭔가가……!]

[이 괴물 같은 놈! 네놈에게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게 있기는…… 크아악!]

도중에 주작이 약간 엄살을 부리기는 했지만 계약 관계로 묶여 있었기에 비교적 수월하게 작업을 끝냈다.

사르륵─

주작의 정수리에 깔끔하게 심어진 작열화.

마력과 불꽃을 쭉쭉 빨아들이면서 잎을 성장시켰는데 처음보다 크기도 커지고 색상도 더욱 화려하게 변했다.

“흐음…… 생각보다 괜찮네.”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 정도 속도면 10분 안에 쓸 만한 수준으로 성장할 것 같다.

예상보다 뛰어난 주작의 힘에 이세훈이 만족하는 사이 주작이 양 날개로 얼굴을 가린 채 서럽게 훌쩍거렸다.

[크흑…… 사신수 중 한 명이었던 이 내가…….]

머리에 꽃이 심어진 고통보다는 자신보다 한참 약한 인간에게 저항할 수 없는 이 불합리한 상황에 대한 억울함.

부활한 이후로 굴욕의 연속이었지만 그 모든 상황을 통틀어서 지금처럼 치욕스러운 순간이 없었다.

그렇게 주작이 자괴감에 몸부림치고 있을 동안 이세훈은 눈길도 주지 않고 다음 작업으로 이어갔다.

‘일단은 영겁환부터.’

보랏빛이 감도는 구슬, 영겁환을 꺼낸 이세훈은 두 손에 토속성마력인 ‘정토’를 휘감은 다음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우우웅

손가락 틈새로 희미하게 흘러나오는 보라색 빛. 그 마력의 파동에 주작이 날개를 치우며 이세훈을 바라보았다.

‘저 괴물놈…… 이번엔 또 무슨 짓을 하려고…….’

정수리에 심어진 작열화를 보며 주작이 긴장하고 있을 때. 두 손을 한참 동안 내려다보던 이세훈이 불렀다.

“야. 다 울었으면 이리 와봐.”

[……안 울었다.]

욱하고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억누른 주작이 곁으로 다가갔고 이세훈이 감사고 있던 두 손을 그릇처럼 펼쳐냈다.

찰랑

토속성마력에 감싸져 있는 보랏빛의 액체. 찰랑거리는 그 모습에 주작이 하나밖에 없는 눈을 가늘게 떴다.

‘기존보다 흡수되기 쉽게 가공되었군.’

안정성이 떨어진 대신 효율이 올라간 형태. 직접 섭취한다면 위험하기 그지없지만, 자신의 불꽃을 이용하기에는 딱 좋은 형태였다.

‘인성은 어찌 됐든 실력 하나는 확실하군.’

역시 승천제가 눈여겨본 녀석인 걸까. 주작이 이세훈에 대해서 다시 보려던 그때.

“자. 들어갑니다.”

이세훈의 손끝이 부리 안쪽으로 무자비하게 파고들었다.

[무슨…… 으어거거걱!]

주작의 입안으로 흘러 들어가는 영겁환. 그 순간 불꽃으로 이뤄진 몸 안쪽에 보랏빛 기운이 스며들더니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 망…… 할…….]

방금까지 거세게 타오르던 불꽃이 굳어가듯이 느릿하게 변했고 주작의 의사 역시 띄엄띄엄 전해졌다.

마치 주작 혼자만 시간이 느려진 듯한 광경. 가속된 사고 속도에 적응하지 못하는 주작의 모습에 이세훈이 재빠르게 이야기했다.

“저항하지 말고 그대로 작열화로 흘려 넣어.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저…… 주…… 한…….]

“그래그래. 알겠으니까 얼른 해.”

우우웅

주작의 몸이 붉은색으로 빛난 순간. 체내에 잠식하던 보랏빛 기운이 녹아들듯이 사라지더니 그대로 정수리 위의 작열화로 향했다.

붉은 꽃잎 사이사이에 혈관처럼 새겨지는 보랏빛 기운. 영겁환의 기운이 성공적으로 스며든 것을 확인한 이세훈이 순수하게 감탄했다.

‘이놈, 진짜 쓸 만한데?’

방금 주작의 상태는 간단히 말하자면 영겁환의 힘에 의해 혼자만 몇 배속으로 가속된 상황.

그 덕분에 섬세하게 작업이 가능하지만 그만큼 집중력을 오랫동안 유지해야 하기에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었는데, 주작은 그 상태에서 완벽하게 작열화에 힘을 옮긴 것이다.

‘왕년에 S급 마수였던 이름값은 하는구만.’

이세훈이 주작을 다시 보고 있을 때. 영겁환의 기운을 모두 옮기는 데 성공한 주작이 본래대로 돌아왔다.

[네, 네놈! 감히 이딴 짓을……!!]

몇십 배로 증폭된 사고 속에서 부려 먹고는 좋은 구경했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다니.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진 주작이 이세훈에게 응징을 가하기 위해 불꽃을 끌어올렸지만 그 뜻이 이뤄지는 일은 없었다.

키이잉

몸통을 감싸는 투명한 정육면체. 그 안에서 느껴지는 공간의 힘에 주작의 몸이 반사적으로 움츠러들었다.

[크윽…….]

그리고 그 상태로 한참 동안 부들거리며 고민하더니 이내 적의를 거두며 끌어올렸던 불꽃을 잠재웠다.

후웅!

그와 동시에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사라지는 정육면체. 그 과정을 본 이세훈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적의를 품는 순간 루트비히의 권능이 제압하는 건가.’

힘으로 찍어누르는 단순한 구조긴 했지만 교묘하게 피해갈 수 있는 심리적인 제약보다는 어찌 보면 확실한 방법이었다.

루트비히가 걸어둔 금제의 형태를 확인한 이세훈은 화를 억누르며 부들거리는 주작의 몸을 토닥였다.

“미안미안. 다음부터는 주의할게.”

[…….]

이세훈의 사과에 대답 없이 고개를 훽 돌리는 주작. 어떻게 하든 짜증이 나니 그냥 무시하는 쪽으로 방법을 바꾼 것이다.

‘S급 마수라는 놈이 이렇게 속이 좁아서야…….’

속으로 혀를 찬 이세훈은 작열화의 상태를 살핀 다음 마지막 남은 암영근을 집어 들었다.

“후우…….”

여기서부터는 자신이 얼마나 잘 대응하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숨을 고른 이세훈은 곧장 암영근을 붙잡은 손에 암속성마력인 ‘월영’을 끌어올렸다.

우웅─

손에서 솟구친 암속성마력이 암영근과 맞닿은 순간. 동그랗게 말린 뿌리들이 펼쳐지며 단숨에 이세훈의 손을 휘감았다.

뿌드득!

그와 동시에 왼손에서 느껴지는 소름 끼치는 감각.

수천 개의 바늘이 동시에 파고드는 듯한 통증과 함께 무언가 굵직한 것이 팔을 통해 몸 안쪽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아주 신나서 들어오는구만……!’

혈관을 타고 심장으로 향하는 암영근의 핵, 그림자 나무의 씨앗. 그 무시무시한 움직임에 이세훈은 곧장 막는 대신 손을 뒤덮은 뿌리를 바라보았다.

우우웅!

씨앗이 파고듦과 동시에 뿌리가 녹아내리듯 흐물거리더니 몸 안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림자 나무의 씨앗에게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암속성마력으로 치환되어 뒤따르고 있는 것이다.

‘조금만 더…….’

여기서 얼마나 버티느냐에 따라 암속성마력의 흡수량이 달라진다. 심장을 향해 점점 다가오는 그림자 나무의 씨앗에 이세훈이 모든 감각을 집중했고.

콰득

씨앗이 심장에 닿음과 동시에 암영근을 이루고 있던 모든 암속성마력이 완벽하게 흡수되었다.

‘지금……!’

그 모습을 확인한 순간. 이세훈은 곧장 영연신마법을 운용하며 심장에 파고든 그림자 나무의 씨앗을 혈류로 밀어냈다.

쿠웅─!

갑작스러운 혈류에 본격적으로 뿌리를 내리기 전에 밀려난 그림자 나무의 씨앗.

그것을 확인한 이세훈은 곧장 주작을 낚아채서 정수리 위에 피어 있는 작열화의 꽃잎을 씹어 먹었다.

화르륵!

목으로 넘김과 동시에 체내에 번지는 작열화의 불꽃.

막대한 화속성마력과 그 안에 녹아든 영겁환의 기운에 이세훈은 재빠르게 정신을 가다듬으며 그 힘을 제어했다.

‘한 번 정제했는데도 이 정도인가.’

몸에 살짝 스며들었는데도 순식간에 증폭되는 감각과 늘어나는 사고 속도.

여기서 조금이라도 실수하는 순간 폐인이 되어버릴 수 있었지만, 이세훈은 겁먹는 대신 날카로워진 감각을 통해 작열화의 불꽃과 영겁환의 기운을 제어했다.

우웅

순수한 기운이었다면 제어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주작을 통해 불꽃으로 바꿨기에 크게 어렵지는 않다.

화속성마력인 홍륜염을 통해 불꽃을 끌어들인 이세훈은 다시 심장에 파고들려는 그림자 나무의 씨앗을 둘러쌌다.

화르륵!

작열화의 불꽃과 그 안에 담긴 영겁환의 기운에 가열되기 시작한 그림자 나무의 씨앗.

그 모습에 본체였던 암영근의 마력들이 다급히 달려들었지만 안타깝게도 그쪽은 이미 처리가 끝났다.

촤르르륵!

영연신마법으로 분리된 신체가 뒤늦게 달려오는 마력들을 월영이 자리 잡은 마력회로로 흘려보냈고 그대로 뚜껑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영겁환의 기운을 머금은 그림자 나무의 씨앗이 느릿하게 변하면서 암속성마력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 순간.

“흐읍……!”

이세훈이 백광비수를 심장 부근에 찔러 넣었다.

콰득!

한 번 가볍게 휘저음과 동시에 바깥으로 꺼내진 그림자 나무의 씨앗. 모든 처리를 끝낸 이세훈은 놀란 눈으로 보고 있는 주작을 바라보았다.

“지금부터 흡수할 거니까 알아서 보조해.”

그 말을 끝으로 이세훈은 체내에 흡수한 마력들을 운용하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주작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놈…… 진짜 괴물인가?’

한쪽은 잘못 흡수하면 신경계가 폭주하여 영구적으로 장애가 생길 수 있는 불꽃.

그리고 다른 한쪽은 급소에 침식하여 순식간에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씨앗.

어느 쪽이든 조심스럽게 섭취해도 모자랄 물건들을 효율을 극대화하겠다고 동시에 섭취하다니.

그만큼 효과야 대단했지만 약간의 실수가 참사를 불러일으킬 만큼 위험한 방법이었다.

‘이놈과는 절대로 가까워져선 안 된다.’

저 정도 응용력과 실행력이라면 오늘처럼 자신의 몸으로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

가지고 있는 힘을 최대한 숨기기로 결심하며 주작이 최대한 거리를 벌린 채 이세훈에게 불꽃을 넘겨주었다.

우우웅

주작의 불꽃이 지닌 재생의 힘.

그것이 가슴의 상처가 회복시킴과 동시에 체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망가진 육체를 회복시키기 시작했다.

‘흐음…… 좋아. 이 정도면 버틸 수 있겠어.’

약간 무리해도 몸이 망가지지 않겠다는 것을 확인한 이세훈은 그때부터 거침없이 영연신마법을 운용하며 두 속성마력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쿠구구궁!

화속성마력은 불이 번지듯 사방으로 뻗어 나가려 했고 암속성마력은 그림자처럼 사방에 스며들려고 했다.

하지만 두 마력회로가 서로 근접해 있었기에 견제하듯이 억눌러졌고, 그 사이에 토속성마력이 파고들어 울타리를 치듯이 경계를 나눴다.

우우웅─!

마구잡이로 뻗어 나가는 대신 서로 정해진 영역을 두고 자리 잡기 시작한 화속성마력과 암속성마력.

새롭게 흡수한 마력들이 완벽히 융화된 것을 확인한 이세훈은 겉에서만 맴돌던 주작의 불꽃을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뭐…… 뭣…….]

뭔가 당황한 소리가 들린 듯했지만 이세훈은 신경 쓸 틈도 없이 주작의 불꽃을 연고처럼 몸 안쪽의 상처에 덕지덕지 발랐다.

그러자 그동안 천천히 회복되던 육체가 타오르는 불꽃처럼 빠르게 재생되기 시작했는데 그 모습에 이세훈이 두 눈을 빛냈다.

‘이놈은 앞으로 두고두고 써먹는다.’

주작의 노력이 무색하게 그 쓰임새를 확인한 이세훈이 전신의 상처를 머릿속의 도면에 맞춰서 회복시켰다.

그리고 그 형태가 어느 정도 가다듬어진 순간.

카앙─!

심상으로 그려낸 망치가 고정하듯이 후려갈겼다.

“큽…… 쿨럭!”

몸이 한 차례 들썩임과 동시에 입에서 흘러나오는 새카만 연기. 노폐물이 타오르면서 만들어진 연기에 이세훈이 기침을 반복해서 모두 뱉어낸 다음 가볍게 몸을 움직였다.

“흐음…… 됐네.”

조금만 움직여도 찢어질 것처럼 삐걱거리던 근육들이 이제는 고무처럼 탄력 있게 늘어나며 잘 움직인다.

거기에 다치기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활력. 거기에 이세훈이 만족스러워하던 그때.

[스킬 ‘영연신마법’의 효과로 모든 스탯이 대폭 상승합니다.]

[속성마력 ‘홍륜염(D+)’이 ‘작염륜(B)’으로 강화되었습니다.]

[속성마력 ‘월영(D)’이 ‘월야영(C+)’로 강화되었습니다.]

[스킬 ‘불꽃의 장인(C)’이 스킬 ‘불의 주인(A)’에 흡수됩니다.]

오랜만에 잔뜩 떠오른 알림창. 그 내용을 살핀 이세훈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속성마력은 그렇다 치고…… 불의 주인이라.’

상당히 쓸 만해 보이는 이름에 이세훈이 곧장 달라진 정보들을 확인했다.

[이세훈]

근력 - B(218) 내구 - B(224)

마력 - B(231) 민첩 - B(215)

[작염륜灼炎輪] 『B』

순환을 거듭하여 발광하는 주홍빛의 화속성마력.

마력을 흡수하여 연료로 사용하는 데 특화된 성질을 지니고 있으며 불태운 물질의 성능을 ‘반영’할 수 있다.

[월야영月夜影]『C+』

달밤의 선명한 그림자와 같은 암속성마력.

사물을 장악하고 침식하는 데 특화되어 있으며 뿌리내린 대상에게 자신의 성질을 ‘부여’할 수 있다.

[불의 주인] 『A』

타오르는 불꽃을 관장하는 육체.

전신이 불꽃에 대한 강한 저항력을 가지게 되었으며 소량의 마력만으로 강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자신보다 약한 화속성마력을 보유한 개체를 제어하기 쉽지만 비슷한 수준일 경우 크게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

*불꽃에 대한 강한 저항력과 지배력을 얻습니다.

*자신보다 약한 화속성마력을 보유한 개체를 손쉽게 제어할 수 있습니다.

“오…….”

달라진 정보를 살핀 이세훈이 살짝 감탄했다. 입학 때만 해도 비실거리던 몸이 어느덧 평균 B급까지 도달했다.

거기에 강화된 속성마력들도 제련에 사용하기 좋게 만들어졌는데 그 정보를 살핀 이세훈이 흡족함을 느꼈다.

‘이 정도면 학과수석 몸이라고 자랑하고 다녀도 되겠어.’

전투직 생도들이 모인 아칼쿠프의 상위권 신체 능력이 평균 B급인 것을 생각하면 이제 바벨 안에서도 상당한 수준.

1학기가 끝나기도 전에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는 데 성공한 몸에 이세훈은 기쁨과 동시에 아쉬움을 느꼈다.

‘앞으로는 이렇게 훅훅 성장하는 맛은 보기 어렵겠지…….’

영웅 등급의 영약들이 잘 먹히는 것은 보통 B급까지.

앞으로는 지금처럼 신체 능력을 극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선 전설 등급의 영약 정도는 먹어야 하리라.

‘루트비히 그 양반이라면 여러 개 들고 있을 것 같긴 한데…… 뭐, 이쪽은 차근차근 생각해 보자.’

영약도 전설 등급쯤 가면 예사 물건이 아니기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

확인을 끝낸 이세훈은 눈앞의 정보창을 없앤 다음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래서 넌 뭐 하냐?”

가슴팍에 스며들어서 머리만 빼꼼 나와 있는 주작.

아예 무시하는가 싶더니 이건 또 무슨 장난인가 싶어 이세훈이 어이없게 바라보자 주작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네놈이 갑자기 끌어들여서 고정시키니 이 꼴이 된 것 아니냐!!!]

“아. 그런가.”

불꽃만 사용한다는 것이 양이 부족해서 분신까지 끌어들였던 모양이다.

혹시라도 계약자가 다칠까 봐 옴짝달싹도 못 하는 주작의 모습에 이세훈이 피식 웃으며 머리를 잡은 다음 곧장 빼냈다.

화르륵!

분리됨과 동시에 불꽃이 피어오르며 재생된 주작.

자신의 몸을 슬쩍 내려다본 주작은 믿기지 않는 눈으로 이세훈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계약으로 연결되었다지만 저항도 못 해보고 끌려가다니…….’

지금 몸이 분신이라서 약하기는 하지만 어찌 됐든 자신의 불꽃으로 이뤄진 육체.

위력과 별개로 제어권은 자신이 1순위인 것이 당연했지만, 눈앞의 괴물을 돕던 도중에 몸을 이루고 있던 불꽃까지 빼앗겨 버렸다.

그 말인즉 잠깐이긴 하지만 이세훈의 제어력이 주작의 본체를 넘어섰다는 뜻.

‘이 괴물 놈은 도대체 정체가 뭐지?’

김인철이라는 대장장이의 지식을 전수받고 있기에 저 능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알 수 있다.

재능이란 한 단어로 넘기기에는 비정상적인 힘에 주작이 경계심 섞인 눈으로 보고 있을 때.

“근데 생각한 거랑 조금 다르네.”

이세훈이 살짝 아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건 무슨 소리냐.]

“주작하면 재생으로 유명하니까 회복 속도가 좀 더 빠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느려서 말이야. 조금 아쉽다고 해야 하나…….”

지금보다 좀 더 빨랐으면 조금 더 신체 능력을 끌어올렸을 텐데. 그렇게 아쉬움을 담아 이세훈이 평가하자 주작이 멍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

자신을 마구 부려먹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품평까지 한단 말인가?

그 믿기지 않는 상황에 주작의 눈이 천천히 커지더니 이내 온몸이 폭발할 것처럼 부풀어 오르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불완전하게 부활한 상태에서 이 정도 힘만 해도 엄청난 것이거늘 주제도 모르고 감히 내게 그딴 망언을……!!!]

키이잉!

분노를 다 토해내기도 전에 주작의 몸에 투명한 정육면체가 둘러싸이더니 앞과 다르게 단숨에 압축되었다.

퍼엉─!

루트비히의 권능에 의해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역 소환된 주작. 그 모습에 이세훈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불의 주인 때문인가…… 엄청 까칠하게 구네.”

성격이 저래서야 앞으로 써먹을 때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뻔할 뻔 자다.

주작보다 강해지기 전까지는 적당히 맞장구쳐주며 부려먹기로 한 이세훈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 정도면 내 몸은 다 해결된 것 같고…… 남은 문제는 염성하 그놈인가.’

뭘 만들어줘야 염성하의 마력혼용이 공명을 일으키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

‘갑옷 형태로 만드는 건 재료 낭비고…… 그냥 목걸이로 형태로 만들어 버려?’

그러면 재료는 아낄 수 있겠지만 기능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두꺼워져서 디자인상 죄수 혹은 개목걸이를 착용한 변태로밖에 안 보인다.

‘그렇게 만들어주면 죽어도 안 쓰겠다고 하겠지.’

좀 더 깔끔한 해결법이 없을까. 이세훈이 곰곰이 고민하던 그때. 불현듯 침대 위에 놓인 물건에 시선이 닿았다.

영겁환의 기운을 빨아들여 느릿해진 그림자 나무의 씨앗. 지금 상태면 누군가의 몸에 심어져도 급소에 침식하지 않고 천천히 암속성마력만 빨아들이리라.

‘……잠깐만.’

그 효과가 머릿속에 떠오른 순간. 이세훈의 머릿속에 번개가 치듯 한 주술이 떠올랐다.

에리카의 오빠이자 이노우에 가문의 차기당주인 이노우에 렌. 그리고 그 녀석이 초면에 자신에게 사용했던 저주.

그 구조가 머릿속에서 도면으로 그려지며 여러 형태로 수정되던 그 순간.

[스킬 ‘흑령사(D)’가 스킬 ‘흑무사(B+)’에 흡수됩니다.]

이노우에 가문의 비전주술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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