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135화
영웅의 탑과 만마의 늪이 생겨난 초창기.
아직 여러 기술이 체계가 잡혀 있지 않았을 때 결계는 상당히 방어적인 기술로 취급받았다.
준비 기간이 길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사전에 준비해야 하는 것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의 본거지를 쳐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결계에 대한 대비를 갖추지 않았는데, 이 상식을 깬 것이 바로 ‘사신四神’ 토벌전에서 사냥당한 주작이었다.
────!
끝없이 재생하는 주작을 죽이기 위해 심장을 통째로 뽑아내던 그때. 마지막 발악처럼 펼쳐진 결계 ‘주천염혼朱天染魂’이 토벌대를 덮쳤다.
그 발동 시간은 불과 10초. 하지만 보조를 맡았던 B급 영웅들은 숯덩이가 되었고, A급 영웅들은 영구적인 기억손실과 정신장애가 생겨 버렸다.
그것도 S급 영웅들이 곧장 심장을 뽑아 주작을 죽였기에 그 정도로 끝난 것인지 더 오래 유지됐다면 어떻게 됐을지 장담할 수 없었을 만큼 위험한 힘.
그때 이후로 결계에 대한 경계심과 두려움이 영웅들에게 확실히 자리 잡혔고.
화르르륵!
그 결계가 시대를 거슬러 보르시파에 다시금 펼쳐졌다.
붉게 물들어 버린 하늘에 사람들이 모두 경악에 휩싸였고, 이어서 그 효과가 전역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치지직! 퍼엉!
“뭐, 뭐야?”
“갑자기 무슨……!”
보르시파 곳곳에 존재하는 셀 수 없이 많은 설비와 장비들. 적습에 맞춰 발동되던 그 안쪽에서 비틀림이 일어나며 폭발을 일으키며 먹통이 되었다.
그 갑작스러운 상황에 곳곳이 혼란에 휩싸였고, 교수나 현역 영웅들은 재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마력! 대기 중의 마력이 화속성마력으로 치환되고 있다!”
“화속성마력이 호환되는 장비만 가져오고 나머지는 모두 전원을 내려라!”
대기 중에 퍼진 순수한 마력이 모조리 화속성마력으로 강제치환된다.
언뜻 보기에는 그게 무슨 상관인가 할 수 있지만 현대에는 매우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효과였다.
간단히 비유하자면 전기가 모조리 석유로 바뀐 상황. 똑같은 연료라 해도 그 성질이 달라지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콰아앙!!
거기에 본래라면 작은 폭발로 끝났을 것들이 대기 중의 화속성마력과 맞물리면서 몇 배나 큰 화재로 번지니 순식간에 그 혼란이 퍼져나갔다.
“바, 바벨이…….”
“이럴 수가…….”
사방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화재.
바벨이 공격당하고 있음이 선명하게 보이는 그 광경에 사람들이 충격에 빠졌으나, 정작 이 사건을 일으킨 주동자들은 표정이 좋지 않았다.
‘예정된 것보다 규모가 너무 작아.’
‘중요 시설에 전부 속성치환 장치를 깔아둔 건가. 무슨 돈지랄을 이렇게…….’
바깥의 도시였다면 건물이 통째로 폭발하면서 아수라장이 되고도 남았을 텐데 바벨은 단순 화재 이상으로 번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엄청난 폭발을 일으킬 만한 시설은 모든 마력에 대응되는 치환 장치가 설치되어 있었고, 소화설비가 곧장 가동되면서 번지는 것을 바로 막았기 때문이다.
‘빌어먹을……『여명』 이 새끼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이렇게 성급하게 발동시키다니.’
본래 계획대로라면 주작의 힘을 최대한 키운 다음에 발동시켰어야 했다. 그러나 예정보다 훨씬 빠르고 어설프게 진행된 계획에 주동자들이 당황하며 올려다보았고.
“쯧…….”
결정을 내렸던 찰스도 못마땅한 표정으로 붉게 변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걸로 시간은 조금 벌었지만…… 예정과 너무 달라졌군.’
본래의 주천염혼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어설픈 위력. 게다가 생각한 것보다 너무 빠르게 주작의 제어권을 『공양』에게 넘겼다.
‘이제 염도사냥꾼 그 미치광이가 지휘하는 건가.’
실력은 확실하지만 복수심에 휘둘리는 놈이니 언제 어떤 변수를 만들어낼지 모른다.
빠르게 일을 마무리하고 빠지기로 결정한 찰스가 자신을 경계하고 루이제에게 시선을 돌렸다.
“언령마법을 익혀서 다행이구나. 사지가 없어져도 크게 영향이 없을 테니…….”
우우웅!
검은 큐브로부터 흘러나오는 초록빛 마력.
주변의 마력을 침식하여 자신의 힘으로 삼는 그 모습에 루이제가 눈매를 찌푸리며 주변 상황을 살폈다.
‘하티는 문제없는데…… 언령마법을 쓰기가 까다로워졌어.’
지금 대기 중의 마력은 화속성마력으로 치환됐을 뿐만 아니라 주작의 ‘심상’에 물든 상태였다.
아예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위력과 속도 모두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
불리하게 변한 전장의 상황에 루이제는 자세를 잡으면서 공중에 박제된 주작을 힐끔 보았다.
‘저 녀석은 괜찮은 건가?’
뭘 어떻게 했는지 몰라도 주작과 한 몸이 된 만큼 저 말뚝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도통 알 수 없는 상황에 루이제가 이세훈을 걱정하던 그때.
“수업 중에 한눈을 팔아서 되겠느냐.”
준비를 끝마친 찰스가 초록빛 마력을 전신에 휘감으며 앞으로 손을 뻗었다.
“라바 쉘.”
투콰앙!!
붉은 마법진에서 터져 나온 용암의 포탄.
마법 자체는 중급마법이었지만 원소학부 교수인 찰스의 손에 의해 펼쳐지자 위력뿐만 아니라 화산이 폭발한 것처럼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어디 한 군데라도 스치는 순간 화상은커녕 뼈도 안 남기고 녹아내린다. 그 무시무시한 위력에 루이제는 재빠르게 준비해둔 언령마법을 펼쳤다.
【Gale Cape】
한 줄기의 돌풍이 망토처럼 루이제의 몸에 휘감긴 순간. 사방에서 쏟아지는 용암을 피해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다.
후웅!
아슬아슬하게 용암 사이를 피하는 루이제.
정면에서 받아치는 대신 회피를 선택한 그 모습에 찰스가 눈매를 찌푸렸다.
“마법사가 그리 경박하게 움직이다니. 그래서 마투학부 같은 천한 학문은 배우지 말라했거늘…….”
진정한 마법사란 먼 미래를 꿰뚫어 보고 세계를 제어하는 것. 기본조차 모르는 루이제의 모습에 찰스가 천천히 양손을 뻗었다.
“고된 수업이 되겠어.”
치이익!
바닥을 뒤덮은 용암의 일부가 증기를 내뿜으며 단숨에 굳어졌고 찰스가 가볍게 발을 굴러 안쪽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우우웅!
용암을 굳혀서 만들어낸 마법진.
대기 중의 마력을 빨아들이며 순식간에 빛을 토해내는 그 모습에 루이제가 곧장 마법을 쏘아냈다.
【Gust Rance】
콰가강!!
마법진이 발동되는 것보다도 빠르게 바람의 창이 쏘아져 단숨에 무력화시킨다.
하지만 그 대응이 무색하게 어느새 찰스의 주변에 세 가지의 마법진이 다시금 만들어졌다.
콰르르릉!
하늘 위에서 번개가 떨어지고, 불꽃으로 만들어진 단두대가 앞을 가로막듯 떨어지며, 바람의 칼날이 소리 없이 사지를 노리고 쏟아진다.
루이제의 반응을 처음부터 예상했다는 듯이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마법 폭격.
‘뼈밖에 안 남아서 이제 숨도 안 고르고 쏘아대네……!’
한 번이라도 움직임이 흐트러지는 순간 손도 써보지 못하고 마법에 휩쓸려 사지가 날아갈 것이다.
조금씩 조여오는 찰스의 마법에 루이제는 이를 악물며 준비 중인 한 수를 되새겼다.
‘아직…… 아직 부족해…….’
기회가 두 번이나 찾아오리란 보장이 없으니 한 번에 결착을 지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격을 갈고닦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지만, 이대로 가면 그 전에 추격당해 떨어질 것 같았다.
‘뭔가 써먹을 수 있는 게…….’
외부에서의 도움은 바라지 않는 편이 좋다.
그렇기에 루이제는 몸을 날리면서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잡동사니, 마공학 박람회에 출품된 물건들을 살펴보았다.
결계의 영향 때문인지 대부분은 먹통이 되어버린 물건들. 조금이라도 써먹을 수 있는 게 없는지 루이제가 바쁘게 살피던 그때.
“……!”
바닥에 널브러진 새하얀 골렘을 보며 두 눈을 번뜩였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어. 언령, 그리고 거기에 사용된 심상을 네 ‘분신’이라고 생각해봐.’
이전에 이세훈에게 들었던 조언.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던 것처럼 그 이야기가 루이제의 머리에 내리꽂혔고.
키이잉!
이 순간을 위해 아껴뒀던 언령마법을 단숨에 펼쳐냈다.
【Spell Break】
파아앙!
전 방위에서 뻗어오던 마법이 모조리 찢겨나갔고, 그 예상을 뛰어넘는 위력에 찰스가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무슨…….’
마법 한두 개도 아니고 범위 내에 있던 것들을 모조리 부숴 버리다니.
정교하게 쌓아 올렸던 흐름이 단숨에 무너졌지만, 이러한 상황 역시 어느 정도 대비하고 있었기에 찰스는 곧장 다음 수로 이어갔다.
우우웅!!
앙상한 뼈에 새겨진 수많은 마법진.
퍼펫이 되기 전에 자신이 하나하나 새겨 넣었던 마법진들이 일제히 기동되며 주변에서 수많은 원소가 동시다발적으로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본래라면 마법진을 펼쳐 몇 번이나 가공해야만 하는 마법들이 이제부터는 손짓 하나만으로 발동된다.
그 대가로 얼마 남지 않은 수명이 더욱더 줄어들겠지만, 찰스는 개의치 않았다.
‘이 모든 것이 진정한 마법을 위해……!’
대의를 위해서라면 목숨 따위 얼마든지 넘겨줄 수 있다.
공포심을 잊은 채 자신의 전력을 드러낸 찰스가 루이제를 제압하기 위해 그 힘을 휘두르려던 그 순간.
“스으으읍…….”
있는 힘껏 숨을 들이마신 루이제가 전력을 다해 언령을 내질렀다.
【Golem Operation】
파아앙!
박람회장 전역에 퍼져나가는 한줄기의 파동.
광범위 공격이라고 생각한 찰스가 재빠르게 준비 중이던 마법을 멈췄지만, 이내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도대체 무슨 수를 쓴 것인가.
자신이 아는 지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힘에 찰스가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던 그때.
후웅─
박람회장 곳곳에서 새하얀 무언가가 중심지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콰아앙!!!
묵직한 굉음을 내며 착지한 물건들. 피어오르는 연기 사이로 보이는 그 모습에 찰스가 놀란 눈으로 보았다.
“오토마톤……?”
마리오넷 팩토리에서 새롭게 만들었다던 골렘.
주천염혼에 의해 먹통이 되어야 할 기계들이 어째서 지금 움직인단 말인가.
그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찰스가 의문을 느끼던 찰나,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설마…….”
자신이 생각이 맞다면, 저것들을 놔둬서는 안 된다. 그리 판단한 찰스가 뒤늦게 마력을 끌어올렸지만.
【Set─】
그보다 빠르게 루이제의 언령마법이 펼쳐졌다.
키이이잉!
주변에 소집된 오토마톤. 그 입가에 떠오른 똑같은 마법진이 일제히 공명현상을 일으키며 찰스를 향해 중압감을 흩뿌렸다.
수십 대의 오토마톤이 서 있음에도 마치 한 사람이 보고 있는 것 같은 감각.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그 광경에 찰스의 시선이 루이제를 향했다.
‘저만한 수의 골렘을…… 방금 사용한 마법 하나만으로 조종하고 있다고?’
일반적인 마법으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비정상적인 효과.
그 모습에 찰스가 위협을 느끼며 빨리 움직이려 했지만, 그 생각과 달리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오토마톤을 통해서 더욱 동시에 쏟아지는 루이제의 분노와 살의. 단순한 감정을 넘어 무형의 힘으로 변질된 그 힘이 찰스를 위축시킨 것이다.
‘무슨…….’
바벨의 교수가, 『여명』의 지부장인 자신이 고작 생도 따위에게 겁에 질려 몸이 굳어졌다.
그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찰스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Assimilation】
준비된 언령이 오토마톤의 입을 빌려 박람회장을 후려쳤다.
파카앙!
주천염혼에 의해 강제로 치환당했던 마력들이 본래의 형태를 되찾았고, 새로운 주인에게 동화되었다.
우우웅
찰스의 주변에서 끓어오르던 원소들이 물거품처럼 흩어지고 이어서 전신의 마법진이 빛을 잃는다.
‘윽…… 큭…….’
녹이 슨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 몸.
피와 근육 없이 마력으로만 움직였던 몸이기에 저항할 방법이 없다.
전신에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무력감에 찰스가 떨리는 눈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루이제를 바라보았다.
‘마력의…… 강제적인 동화…….’
단순히 제약을 가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라 마력을 사용하는 모든 권한을 박탈하는 힘.
그야말로 마법사의 천적과도 같은 힘이 찰스가 제 자리에서 내다보았던 모든 미래를 부수며 눈앞에 당도했고.
“뒤져.”
푸른색 눈을 번뜩인 루이제가 분노와 증오를 담아 언령을 쏟아냈다.
【Revenge Bite】
콰카가가각!!
무형의 이빨이 찰스의 전신을 무자비하게 물어뜯었고, 특수제작된 뼈대가 그 내구도가 무색하게 흉측하게 우그러지며 하나씩 끊어지기 시작했다.
────!
비명인지 쇳소리인지 알 수 없는 기괴한 소리.
본래 퍼펫은 모든 신경을 없앴기에 고통을 느끼지 못해야 정상이었지만, 찰스는 상황이 달랐다.
급하게 만들어졌기에 마감처리가 미숙했고 루이제가 펼쳐내는 마법. 그 안에 깊이 서려진 복수의 심상이 영혼 깊이 파고들어 느끼지 못할 고통을 선사했다.
손끝부터 전신이 모조리 씹어 먹히는 듯한 고통. 이미 존재하지 않는 뇌를 불태우는 듯한 고통에 찰스는 처음으로 대의를 잊었다.
‘인형사 이 쓰레기가……!’
목숨을 간단히 내버릴 수 있었던 것도 결국 그 뒤에 따를 고통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 뿐.
예상치 못한 패배와 예상치 못한 고통. 그 두 가지 앞에 찰스가 마구 몸부림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루이제의 마법이 멈췄다.
우우웅
전신을 둘러싼 뼈대는 흉곽을 제외하면 형체도 남지 않았고, 안쪽의 검은 큐브 역시 곳곳이 갈라져 초록빛 마력이 질질 새어 나왔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 그 모습에 루이제가 숨을 골랐다.
“후우…… 후우…….”
연달아 언령을 쏟아내서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마투학부에 들어가고 이래저래 몸을 움직여둔 덕분인지 금방 가라앉았다.
어느 정도 숨을 고른 루이제는 찰스를 옭아맨 마력을 살짝 풀어준 다음 물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흐…… 흐흐…….”
목소리를 대체하는 기능도 망가져 버린 탓에 찰스의 웃음이 웅웅거리며 흘러나왔다.
“목소리의 적합자다운 마법이었다…… 훌륭하구나…… 훌륭해…….”
점점 다가오는 죽음 앞에 찰스는 또다시 대의를 떠올리며 그 두려움을 외면했다.
자신이 눈앞의 원석을, 그분을 부활시킬 초석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 중얼거림에 루이제가 싸늘한 눈으로 내려다보며 담담히 이야기했다.
“그분인지 그 새끼인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잘 들어.”
꾸욱
검은 큐브 위에 발을 올린 루이제가 몸을 앞으로 숙이면서 찰스를 내려다보았다.
그늘진 얼굴에서 선명하게 빛나는 푸른색 눈. 그 안에 담긴 선명한 살의가 찰스의 안쪽으로 파고들며 또박또박 이다음의 일을 이야기했다.
“너희들은 내가 한 명도 남김없이 전부 죽여 버릴 거야.”
단순한 각오가 아니라 그렇게 되리라고 선언하는 듯한 말투. 그 모습에 찰스는 불현듯 한 가지를 떠올렸다.
진정한 마법사는 먼 미래를 내다본다. 그렇다면 그 자질을 지닌 루이제가 보고 있는 것은 어떤 미래인가.
“아…… 아아…….”
머릿속에 떠오른 그 불길한 광경에 찰스가 처음으로 걱정과 두려움을 느꼈고.
콰득!
루이제의 발이 있는 힘껏 검은 큐브를 짓밟았다.
일반적인 퍼펫과 다르게 만들었기에 찰스는 몸을 옮기지 못하고 그대로 죽어버렸고, 그 모습을 본 루이제가 후련함과 아쉬움을 느꼈다.
‘너무 쉽게 죽였나.’
좀 더 고통을 줬다면 좋았겠지만 루이제는 금방 아쉬움을 털어냈다. 화풀이 좀 하겠다고 이런 놈에게 시간을 낭비해서야 되겠는가.
‘어차피 남은 놈들도 많으니까.’
적합자인지 뭔지 몰라도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리려 했으니 『여명』과 관계된 놈들은 한 명도 남기지 않고 죽여 버릴 것이다.
다시금 각오를 다진 루이제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우우웅
‘일단 박람회장은 내 마법 때문에 결계에서 벗어난 것 같은데…… 바깥은 그대로네.’
부서진 천장 너머로 보이는 붉은 하늘. 아마 결계를 유지하는 핵이 전시장 바깥쪽에 위치해서 그런 것이리라.
‘보아하니 저 새장 같은 걸 부숴야 할 것 같은데…….’
빛의 근원지로 찾아가면 뭐라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러기에는 박람회장을 방치하고 떠나는 것이 신경 쓰였다.
어떻게 해야 할지 쉽사리 판단이 서지 않은 루이제는 공중에 박제된 주작에게 소리쳤다.
“야!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뭘 그러고 있어?”
“으악?!”
뒤에서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루이제가 비명을 내지르며 물러섰고, 그 격렬한 반응에 이세훈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왜 그렇게 놀래?”
“갑자기 나오니까 그렇잖아! 아니, 그보다 너 주작이랑 뭐 어떻게 된 거 아니었어?”
주작과 번갈아 보는 루이제의 모습에 이세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까지는 그랬지. 지금은 의미가 없어서 잠시 풀어뒀어.”
지금 주작은 말이 부활이지 힘만 쭉쭉 빨리는 엔진 같은 상태였기에 조종해 봐야 의미가 없다.
이세훈의 설명에 루이제가 다시금 주작을 살펴보았다.
“그럼 저걸 통째로 부수는 건?”
“힘들지. 다른 건 몰라도 맷집은 S급 시절 그대로야. 마력공급도 이제는 다른 곳에서 같이 받고 있어서 보르시파 전역에 마력을 차단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어.”
“으음…….”
각종 설비가 먹통이 됐다고는 해도 중요한 장치들은 유지되고 있을 터.
만약 그걸 통째로 내려 버린다면 주작을 죽이는 것과 별개로 더 큰 혼란이 오리라.
쉽지 않은 상황에 루이제가 눈매를 찌푸렸다.
“그럼 어떻게 해?”
“기다려야지.”
“기다린다고?”
“저쪽은 따로 부탁해뒀거든.”
주작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붉은 새장. 이세훈이 그 빛의 기둥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파카앙!
갑작스레 깨지는 한 기둥. 그 모습에 루이제가 놀란 표정으로 올려다보았고.
“잘 무네.”
광견이 사냥감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