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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가 다 만들어줌-133화 (133/309)

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133화

이세훈의 양산형 검기무구가 공개된 직후.

이제 막 본격적으로 시작되려던 마공학 박람회장 안쪽 곳곳에서 벨 소리와 진동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예. 부장님. 예…… 예?”

“검기 양산화? 그게 무슨…….”

바로 옆쪽의 전시회장에서 시대를 바꿀 물건이 나타났다. 그 소식이 박람회에 참가한 굵직한 기업들에게 순식간에 퍼졌고, 이내 재빠르게 결론을 내렸다.

“너희들 여기 딱 보고 있어!”

“일단 이세훈…… 아니, 제련학부 쪽으로 가자!”

부스를 맡을 한두 사람만 남긴 채 재빠르게 빠져나가는 관계자들. 그러자 박람회장에 남은 것은 말단 직원과 업계와 크게 연관이 없는 생도나 일반인들뿐.

막 붐비기 시작하던 내부가 순식간에 휑하게 변한 것을 본 스태프들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뭔 일이래…….”

“이세훈 걔가 검기 양산화에 성공했다는데.”

“……그럴 만도 하네.”

본래 박람회와 전시회가 동시에 열린 것은 상대적으로 방문객이 적은 전시회에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서였지만, 이세훈의 전시품에 의해 상황은 완전히 반대가 되어버렸다.

모두에게 버림받은 박람회장의 쓸쓸한 광경에 중앙에서 대기 중이던 스태프, 루이제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진짜 이렇게 됐네…….”

도중에 사람들이 한 번 쫙 빠질 거라고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하더니 정말로 이렇게 될 줄이야.

‘대단하긴 대단해.’

무구 업계의 숙원 사업 중 하나였던 검기 양산화.

그쪽으로는 문외한인 자신조차 몇 번이나 들어볼 만큼 엄청난 물건을 자신이 아는 녀석이 만들어내다니.

그 사실에 루이제는 놀라우면서 동시에 자신의 일처럼 묘하게 뿌듯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아니, 내가 왜 뿌듯해.’

갑자기 밀려오는 낯부끄러운 감각에 루이제가 눈매를 찌푸리며 애써 생각을 털어내고 있을 때.

“루이제?”

옆쪽에서 들려오는 익숙하면서도 끔찍한 목소리. 얼굴에 떠오르려는 혐오감을 억누른 루이제가 고개를 돌렸다.

“허. 네가 여기서 일을 돕고 있었다니…… 정말 놀랐구나.”

신기해하는 얼굴로 다가오는 노인, 원소학부의 교수이자 『여명』의 일원인 찰스의 모습에 루이제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살짝 움켜쥐었다.

어떻게 마력불구를 만들려고 했던 상대에게 저렇게 뻔뻔하게 말을 걸 수 있는 걸까.

당장에라도 언령마법을 날려서 그 목을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루이제는 필사적으로 참았다.

‘아직이야.’

이세훈의 예상이 맞다면 금방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그렇게 분노를 억누른 루이제는 움켜쥔 주먹을 재빨리 풀고 차분하게 대답했다.

“아직 진로가 확신이 안 서서 마공학 쪽도 한번 견학해 보고 싶어서 란 페이 교수님께 부탁드렸습니다.”

“그렇구나. 여전히 원소학부에 대한 생각은 없고?”

이전에 거절했음에도 다시금 권유하는 찰스의 모습에 루이제가 담담히 대답했다.

“지금 저한테는 언령마법에 대해서 고민하고 가르쳐 줄 사람이 필요해서요. 원소학부는 조금 다르지 않나 싶네요.”

원소학부에 자신을 가르쳐 줄 사람은 없다. 다소 뼈가 있는 대답이었지만 찰스는 불쾌해하기보다는 오히려 두 눈을 빛내며 물었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어떨 것 같으냐?”

“원소학부에요?”

“그럴 수도 있고, 다른 곳일 수도 있지.”

평소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자신을 보는 눈빛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마치 그동안 감춰온 본성을 조금씩 끄집어내는 듯한 모습.

목의 흉터가 근질거리는 것을 느낀 루이제는 언령을 쏘아내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대답했다.

“다양한 마법을 배울 수 있을 테니 좋겠네요.”

“그렇다면…….”

“근데 저한테는 필요 없을 것 같아요.”

담담하게 대답한 루이제가 씩 웃어 보였다.

“저한테는 이미 좋은 선생님이자 친구가 있거든요.”

이세훈 이외에 다른 사람에게 굳이 배울 생각은 없다. 루이제의 대답에 찰스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가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미소를 지었다.

“좋은 사람을 만난 것 같구나. 앞으로도 정진하기를 비마.”

“감사합니다. 교수님.”

“그럼…….”

고개를 끄덕인 찰스가 천천히 몸을 돌렸고.

콰아아앙──!

바깥에서 무시무시한 폭발음과 함께 진동이 울려 퍼졌다.

거대한 박람회장이 일순간 뒤흔들릴 만큼 엄청난 충격. 그 심상치 않은 상황에 내부의 방호시설이 재빠르게 발동되었다.

키이잉!

외부의 충격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부스에 장식된 모든 장치에 마력 공급이 차단되고, 혹시 모를 폭주를 방지하기 위해 술식 단절 장치까지 발동된다.

눈 깜짝할 사이에 안정화된 박람회장. 그 혼란 속에서 루이제의 귀에 꽂아둔 통신 장치에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시장 인근에서 원인 불명의 폭발이 연달아 발생! 진화 작업 중이나 불꽃이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전 스태프에게 알린다. 방문객들을 신속히 비상구를 통해 지하로 대피시키고 내부에 숨어 있을 테러범들을 조심…….

치지직!

란 페이의 지시가 다 이어지기도 전에 통신이 끊어졌고, 방금 폭발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주변이 조용해졌다.

마치 이 중앙만 따로 격리된 것 같은 느낌. 그 이질적인 상황에 루이제가 말없이 서 있자 찰스가 황급히 다가왔다.

“이,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인지…….”

“…….”

“아무래도 뭔가 심상치 않다. 얼른 같이 대피를…….”

“왼손.”

더 가까이 다가오려는 찰스의 모습에 루이제가 그, 몸 뒤쪽으로 슬쩍 숨기고 있는 왼손을 바라보았다.

“캐스팅 중인 거 다 보여. X새끼야.”

“……이런.”

화악!

변명보다 먼저 찰스의 왼손이 앞으로 뻗어지며 준비 중이던 마법이 단숨에 펼쳐졌다.

촤라라락!

손바닥에서 뻗어져 나오는 회색 쇠사슬.

대상의 의식을 제압하는 마법인 ‘마인드 바인드Mind Bind’.

원소학부의 교수인 찰스와 전혀 연관도 없는 마법이었지만, 루이제는 당황하지 않고 재빠르게 대응했다.

촤자작!

목의 초커, 하티가 순식간에 마스크로 변해 루이제의 입을 감쌌고 무구 스킬 ‘메모라이즈’에 저장해 둔 언령마법이 곧장 발동된다.

【Spell Break】

파앙!

언령에서부터 터져 나온 충격파가 주변의 마력을 뒤흔들더니 회색 쇠사슬을 통째로 부쉈다.

흠잡을 곳 하나 없이 깔끔하게 파훼된 마법. 그 모습에 찰스가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내 마법을 정면에서 파훼해?’

은밀히 준비한다고 위력을 조금 낮추긴 했으나 생도한테 이렇게 간단히 깨질 만큼 허술한 마법은 아니었다.

하물며 루이제의 실력은 좋게 봐도 B급 턱걸이 수준. 그 예상치 못한 상황에 찰스가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대단하구나. 그냥 반격을 할 줄 알았는데 설마 마법을 통째로 파훼할 줄이야…….”

“그랬으면 나만 제압당하고 끝났겠지.”

마인드 바인드는 물리적인 것처럼 보여도 어디까지나 정신계열의 마법.

만약 자주 사용하는 원소마법으로 받아쳤다면 그 공격을 통과해서 그대로 자신을 무력화시켰으리라.

‘그 녀석 조언이 맞았네.’

처음에 루이제는 메모라이즈 안에 찰스를 단숨에 제압할 수 있는 마법을 담으려고 했지만, 이세훈은 그와 반대되는 조언을 했다.

‘그놈들은 자기 목숨도 수단으로 사용하니까 기습으로 죽이는 상황이 아니면 방어를 준비해 두는 게 좋아.’

자신이 적의 마법에 죽는다 해도 동료가 그 목적을 완수할 수 있다면 나쁠 것 없다. 그야말로 광신적인 행동이었고, 경험이 없다면 치명적으로 파고드는 한 수였다.

“그 짧은 시간에 그것도 파악하다니…… 아주 훌륭해.”

뛰어난 생도를 보듯이 칭찬하며 미소를 지은 찰스가 루이제를 다시금 바라보았다.

“이런 상황에서 말하는 것이 다소 꺼림칙할 수도 있다만…… 나와 함께 갈 생각은 없느냐?”

“…….”

“생각해 보거라. 마법이라는 이 무한한 지식 속에 고작 한 분야, 그것도 미천한 깨달음으로 오만하게 구는 어리석은 놈들에게 무엇을 배울 수 있겠느냐.”

루이제를 바라보는 찰스의 눈에 처음으로 그의 본심이 생생히 떠올랐다.

“지금의 마법사들은 이미 썩었다. 마법을 배워 그 힘을 넓혀가는 것이 아니라 S급이니 A급이니 자신들이 정해놓은 틀에 맞출 생각만 가득하지.”

마법 그 자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고위 영웅이 될 수 있는 마법을 배운다.

그런 틀에 박힌 사고방식에서 나온 마법들에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러니까 우리라도 이 구역질 나는 틀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마법을, 그 진의를 저 멍청한 놈들에게 보여줘야만 해!!”

설득하듯 이야기하던 것이 끝에 이르러서는 성토하듯이 분노와 경멸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자신들 이외에 모든 마법사를 혐오하는 선민적인 사상. 처음으로 보게 된 찰스, 『여명』의 민낯에 루이제가 싸늘한 표정으로 물었다.

“당신은 다르고?”

“나 또한 아직은 다르지 않지. 하지만 ‘그분’은 다르다.”

방금까지 소리치던 것이 거짓말인 것처럼 차분히 가라앉은 찰스가 루이제를 바라보았다.

“여명의 날에 그분이 다시 우리에게 내려오신다면 그때야말로 진정한 마법이 이 세상에 도래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분의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루이제 네 재능이 필요하다.”

“…….”

“나와 함께 가자. 그러면 너는 마법의 극의를 깨닫고 보다 높은 경지로 올라설 수…….”

“목소리라.”

다시 말을 잘라낸 루이제가 피식 웃다가 차가운 눈으로 찰스를 바라보았다.

“그럼 내 목을 이렇게 병신으로 만든 것도 그 대단하신 분의 성대라도 쑤셔 넣어주려고 그런 건가 보네?”

“…….”

루이제의 이야기에 찰스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이내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한숨을 내쉬며 한탄했다.

“모르는 편이 좋았을 것을…….”

“몰랐어도 그딴 사이비 종교쟁이들한테 마법을 배우고 싶진 않아.”

“그래. 더 이상 무의미한 권유는 하지 않으마.”

씁쓸한 표정을 지은 찰스가 마력을 끌어올리면서 루이제를 바라보았다.

“지원이 오기를 기다리며 말 상대를 한 것 같으나…… 생각이 잘못되었다. 그랬다면 이렇게까지 늦어지진 않았겠지.”

폭발이 일어나고 박람회장에서 대놓고 마법을 사용했는데도 주변에 오는 이들이 한 명도 없다.

누가 봐도 이질적인 상황 속에서 찰스가 여유롭게 현재 상황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란 페이 교수가 열심히 설치한 술식 단절 장치는 전시장 전체에 적용된 상태다. 그리고 방호설비와 공간장치를 조작하여 내부를 미로로 만들어뒀지.”

바벨에 잠입해 있던 『여명』의 모든 공작원을 동원해서 만들어낸 장치.

란 페이의 능력은 뛰어났으나 자신 휘하의 조교, 그리고 전시장의 관리인 중에 내통자가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리라.

“널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얌전히 투항하거라. 그러면 다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하마.”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

찰스의 이야기에 작게 중얼거리던 루이제가 피식 웃다가 차갑게 빛나는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지랄하네 미친새끼가.”

우우우웅─!!

두 눈동자가 푸른빛으로 타오른 순간. 박람회장 중앙에 퍼져 있는 모든 마력이 미친 듯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쿠구궁─

주변 공간과 격리하는 데 사용한 공간마저 삐걱거릴 만큼 어마어마한 마력감응 현상. 그 안쪽에서 느껴지는 막대한 분노와 살의에 찰스의 몸이 반사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그 꼴사나운 모습에 루이제는 그동안 몇 번이고 눌러왔던 모든 감정을 단숨에 터뜨리며 으르렁거렸다.

“잔말 말고 덤벼. 나처럼 목을 걸레짝으로 만들어줄 테니까.”

“아아…….”

전신을 옥죄어오는 그 살기에 찰스는 불과 몇 분 전에 고쳤던 루이제에 대한 평가를 다시금 수정했다.

‘감정에 따라 증폭되는 힘…… 이것이 목소리의 재능이구나.’

처음에는 리전의 유력한 후보 정도로 생각했지만, 눈앞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금 생각이 바뀌었다.

‘저 아이밖에 없다.’

그분의 뜻을 이 세상에 온전히 전할 수 있는 ‘목소리’는 눈앞의 루이제, 그 육체 말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확신에 찰스가 단숨에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아무런 마력도 없이 울려 퍼지는 소리.

그 무의미해 보이는 행동에 루이제의 눈매가 살짝 찌푸려지고 있을 때, 인근에 위치한 부스에서 반응이 따라왔다.

우우웅!

박람회장에 내부에 있는 수많은 마공학 장치.

그 안쪽에 은밀히 설치된 음성인식 장치가 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술식 단절 장치를 부분적으로 해제시키고 하나둘씩 기동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급이 차단되었던 전시장의 마력이 다시금 쏟아지더니 중앙의 한 부스 쪽으로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키이잉!

MT 인더스트리에서 만들어낸 마공학 장치 ‘화천로火天爐’로 내부에 엄청난 양의 마력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본래 화천로의 기능은 불꽃을 제어하는 힘. 하지만 그 소개와 다르게 마력을 머금자 겉면이 주홍빛으로 달아오를 만큼 엄청난 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쿠웅─!

그와 동시에 기계 안쪽에서 울려 퍼지는 거대한 울림.

처음에는 마력이 과잉 공급되면서 울려 퍼지는 충격파로 보였지만, 그것이 일정하게 반복되는 것을 본 루이제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심장박동?’

쿠웅─ 쿠웅─

화천로의 안쪽, 저 열기를 생성해 내는 무언가가 되살아나는 것처럼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화천로의 틈새가 기어코 벌어지더니 안쪽에서부터 주홍빛의 불꽃이 사방으로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화르륵.

사방을 집어삼키며 불태우는 거세 불꽃이 아닌, 명확한 목적을 가진 채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불꽃.

그리고 다른 부스에 자리 잡은 장치를 휘감더니 곧장 중앙의 화천로에 끌어와서 억지로 붙이기 시작했다.

치이익! 쿠구궁!

불꽃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화력 장치와 마력량을 분배하여 손실을 줄이는 분산 장치.

그 이외에도 여러 장치가 기존의 기계에 강제로 용접 당하여 하나로 뭉치고 이내 그 겉을 주홍빛의 불꽃이 완전히 둘러싼다.

그리고 그 새로운 내장과 함께 주홍빛의 불꽃이 선명하게 빚어져 갔다.

“…….”

박람회장의 천장을 가리는 거대한 날개와 붉은빛과 주홍빛이 절묘하게 뒤섞인 아름다운 꼬리 깃털.

그리고 날렵한 부리와 함께 한쪽을 제외하면 텅 비어 있는 동공. 불꽃으로 이뤄진 수십 미터에 아우르는 새의 모습에 루이제가 굳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주작…….”

과거에 토벌당한 S급 마수 ‘주작朱雀’. 그 흉흉한 존재가 이곳 바벨에서 다시금 부활했다.

────!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불사를 것처럼 울부짖는 주작. 그 통제 불능처럼 보이는 괴물의 모습에 루이제가 재빨리 언령을 쏘아내려던 순간.

우우웅!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기묘한 울림.

그와 동시에 주작의 아래에서 붉은 마법진이 떠오르더니 수십 개의 검은 말뚝이 나타났다.

카앙!

사방에서 쏘아진 말뚝이 서로 교차하듯 목을 관통했고, 이어서 서로 휘어져 얽매이며 목걸이처럼 단단히 고정되었다.

────!

그 과정에서 주작이 고통스럽다는 듯이 크게 울부짖었지만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얌전하게 변했다.

통제 불능의 괴물에서 순식간에 고분고분하게 변한 주작. 그 모습에 루이제는 단숨에 상황을 파악했다.

‘미리 제어 술식을 준비해 뒀구나.’

박람회장의 장치들로 주작을 부활시키고 외부에는 그것을 제어할 수 있는 술식을 은밀하게 만들어둔다.

도대체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한 것일까. 이세훈에게 무언가 일어날 것이라고 듣기는 했지만 막상 이렇게 보니 그 규모가 차원이 달랐다.

‘정말로 이게 대처할 수 있는 상황인가?’

이세훈을 믿고 있었지만 주작이라는 괴물이 눈앞에 있는 상황에서 차분해지기란 쉽지 않았다.

루이제가 긴장한 표정으로 언제든 언령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자세를 다잡자 찰스가 담담히 이야기했다.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인격에 영향이 가지 않는 선에서 기억만 불태울 테니.”

찰스의 손이 앞으로 뻗어지자 주작이 기다렸다는 듯이 전시장으로부터 공급받는 마력을 연료 삼아 전신의 불꽃을 격렬하게 불태운다.

인간의 정신마저 불태울 수 있다는 주작의 불꽃. 그것이 자신을 향해 온다는 것에 루이제는 이를 악물며 반격을 준비하던 그때.

“……?”

주작의 세 쌍의 눈, 그중 유일하게 새하얗게 빛나는 동공 한쪽과 눈을 마주쳤다.

콰아아앙!!

주작이 거대한 몸을 공중에서 팽이처럼 회전하자 박람회장 내부로 불꽃의 깃털이 유성우처럼 떨어져 내렸다.

그야말로 재앙과도 같은 그 압도적인 광경에 찰스가 미소를 지었다.

‘순조롭구나.’

이대로 내부에 있는 이들을 모두 제압하고 루이제와 이세훈을 확보한다. 그리고 『공양』에게 주작의 제어권을 남긴 뒤 자신들을 깔끔하게 빠지면 되리라.

그야말로 완벽한 상황에 찰스가 미소를 지어 보였고.

후웅!

그의 머리 위로 주작의 깃털이 내리꽂혔다.

콰아앙!

“───!”

폭발과 동시에 육체와 정신에 파고들어 타오르기 시작한 무시무시한 불꽃.

그 예상치 못한 타격에 찰스의 입에서 괴성이 터져 나왔고, 눈앞의 상황에 루이제가 멍한 표정으로 주작을 바라보았다.

────!!

자신을 도와줬다기에는 여전히 험악하게 울부짖으며 사방에 깃털을 흩뿌리며 불을 토해내는 주작.

하지만 그중에서 유일하게 분위기가 다른 하얀색 눈동자가 다시금 루이제를 보더니 보란 듯이 찡긋거리며 윙크를 보냈다.

마치 한 몸에 두 개의 인격이 존재하는 듯한 모습. 그 반응에 루이제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야 이 미친놈아!”

이세훈이 주작의 제어권을 일부 강탈한 것을 깨달으며 미소와 함께 극찬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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