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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가 다 만들어줌-129화 (129/309)

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129화

『공양』은 외부에서 일을 처리할 때 두 집단을 운용한다.

첫 번째는 자신들이 만든 무구에 특화시킨 특수부대.

그리고 두 번째는 간접적으로 후원하는 영웅 혹은 마인들이었다.

이 중에서 자주 쓰이는 것은 후자였는데 일이 실패하더라도 영웅의 변절, 마인의 테러로 꼬리를 자르기가 쉬웠기 때문이다.

‘이 녀석도 후자구만.’

한손검을 힐끔거리며 살짝 긴장한 빅터. 자신이 건네받은 물건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보니 방금처럼 틈을 내보인 것이리라.

‘표면이 바로 복원된 걸 보니……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 봉인이 풀리는 방식인가. 전투용보다는 의식용일 가능성이 높겠어.’

저런 장비라면 다음 주에 뭔가 일이 터졌을 때 그것을 보조하는 역할일 가능성이 높다.

회귀 전에 종종 겪었던 『공양』의 전략을 되새기며 이세훈이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히 입을 열었다.

“아쉽네요. 회심의 한 수였는데.”

“하하. 정말 섬뜩했어.”

이세훈을 바라본 빅터가 살짝 식은땀을 흘렸다.

만약 앞으로 달려 나오면서 공격을 할 낌새가 보였다면 자신도 즉각 반응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세훈은 정말로 검에 찔릴 생각으로만 앞으로 나왔다.

그 상상치도 못한 반응에 검을 다급히 빼내는 실수를 했고, 허무하게 공격을 허용해 버린 것이다.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절묘하고…… 무서운 녀석이네.’

세간에서는 단순히 전도유망한 어린 대장장이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지만, 방금 공방을 보아하니 전투 쪽으로도 예사롭지 않았다.

‘의뢰주가 왜 틈틈이 살펴보라고 한 건지 알겠어.’

이런 재능이라면 확실히 욕심을 낼 법도 하다. 상황을 파악한 빅터는 자신의 한손검을 슬쩍 바라보았다.

‘싸우다가 부러지지는 않겠지만 너무 단단해도 의심받을 가능성이 높아.’

무구에 충격이 가해지는 것을 최대한 막으면서 싸운다. 전략을 수정한 빅터가 한결 차분해진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럼 다시 해볼까?”

“그러죠.”

고개를 끄덕인 이세훈은 곧장 자리를 박차며 기습적으로 오색화도를 휘둘렀다.

‘느려!’

타이밍을 잘 잡기는 했지만 속도가 턱없이 부족하다. 마주 검을 휘두른 빅터는 그 즉시 검날을 살짝 비틀면서 오색화도를 옆으로 흘려냈다.

카각!

깔끔하게 흘려진 공격. 하지만 이세훈은 당황하기는커녕 예상했다는 듯이 망치를 이어서 휘둘렀는데 그 모습에 빅터가 두 눈을 번뜩였다.

‘그렇게 나올 줄 알았지……!’

집요하게 무구를 노리는 공격. 그 뻔한 경로에 빅터가 주먹에 마력을 담아 힘껏 휘둘렀다.

터엉!

주먹과 부딪친 망치가 허무하게 튕겨 나갔고 이세훈의 가슴팍이 완전히 열려 버렸다.

그 모습에 빅터가 바닥을 박차며 쾌속하게 자신의 한손검을 내질렀고.

후웅!

목 바로 앞에서 멋들어지게 멈춰 섰다.

“……졌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본 이세훈이 계속 휘두르려던 두 손을 내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쉽지 않네요.”

“폼으로 A급을 따낸 건 아니거든. 그래도 시도는 좋았어.”

앞에 실수를 만회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 빅터가 검을 거두면서 다른 셋을 바라보았다.

“그럼 이어서 해볼까?”

“글쎄요. 저랑 다르게 저쪽은 오늘 대련을 많이 한 상태인데…… 어때, 해볼래?”

이세훈의 물음에 세 사람이 서로 시선을 교환하더니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쳐서 힘들 것 같아.”

“나도 그만두지.”

“별로.”

아까까지만 해도 누가 먼저 나설 것처럼 경쟁하더니 이제는 다 같이 발을 뺀다.

그 모습이 마치 자신을 꺼리는 것처럼 보여 빅터의 어깨가 더욱 으쓱해졌다.

“다들 그렇다니까 다음에 제대로 준비해서 다시 도전하겠습니다.”

“그래. 언제든지 도전해 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빅터가 대련장을 떠났고, 주변에서 구경하던 생도들이 탄식을 내뱉었다.

“으아…… 여기서 연승이 깨지네.”

“잠깐. 여태 싸운 건 저 셋이었으니까 이세훈이 진 건 논외로 봐야 하는 거 아냐?”

“개소리하지 말고 돈 내놔.”

도장깨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내기라고 했었는지 생도들이 저마다 탄식을 내뱉었고, 몇 명은 바쁘게 휴대폰을 두드리며 소식을 전달했다.

아마 오늘 저녁쯤이면 이세훈의 일방적인 패배로 도장깨기가 허무하게 끝났다고 아주 신나게 씹어대리라.

‘이 정도면 적당히 됐나.’

그 반응을 살피던 이세훈은 대련장에서 내려왔다.

“가자.”

이세훈을 비롯한 네 사람이 그대로 대련장에서 빠져나왔고,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제이크가 옆에 붙으면서 조용히 물었다.

“아까 왜 올라오지 말라고 한 거야?”

말로는 의사를 물었지만 이세훈은 간단한 눈짓으로 세 사람에게 올라오지 말라고 눈짓을 보냈었다.

만약 상대가 싸우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강한 상대였다면 그 눈짓도 이해가 갔겠지만 제이크가 보기에 빅터라는 영웅은 그 정도는 아니었다.

‘A급이기는 하지만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웠지.’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망치로 검을 공격받더니 그 뒤로는 너무 보호하려는 식으로 싸워서 빈틈이 생겨버렸다.

등급이 등급인 만큼 쉽지는 않겠지만 충분히 노려볼 만한 수준. 그런데 어째서 그냥 싸우지 말라고 한 것일까.

“방금 대련으로 견적이 얼추 나왔거든. 더 이상 부술 필요가 없기도 했고.”

이세훈의 목적은 처음부터 『공양』의 수단을 파악하는 것.

그렇기에 대련용 무구로 위장한다는 것을 알아냈으니 다음은 색출만 해두면 그만이었다.

‘대강 특징은 알았으니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녀석들로 추려내면 되겠지. 그리고…… 저걸 어디서 받은 건지도 알아보고.’

도중에 바꿔치기 한 거라면 모르겠지만 만약 바벨에서 제공받을 때부터 준비된 것이라면 내부에 자리 잡은 『공양』의 협력자도 뿌리 뽑을 수 있다.

아칼쿠프쪽으로 숨어들어 온 적의 윤곽을 이세훈이 조금씩 확인하고 있을 때.

“그러면.”

뒤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루이제가 조심스레 물었다.

“이제 그…… 쪽팔리는 말 안 해도 돼?”

거의 애원하듯이 바라보는 루이제. 그 모습에 이세훈이 잠시 고민하다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것도 그만두자.”

“진짜로?!”

“진짜라니까. 속고만 살았나.”

애초에 저쪽을 유인하기 위한 작전이었으니까 다 끝난 마당에 굳이 할 필요는 없다.

“아아…….”

드디어 해방되었다는 생각에 루이제가 진심으로 안도하고 있을 때. 무언가 떠올린 이세훈이 뒤늦게 덧붙였다.

“대신 홍보는 계속하자.”

“……뭐?”

“소리치는 건 영상 아니면 확인하기 힘드니까 아예 어깨띠 같은 걸 두를까? 대충 이세훈 무기 보유자 같은 직관적인 단어를 적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세훈의 모습에 루이제가 멍하니 바라보다가 두 눈을 푸른빛으로 빛내며 달려들었다.

“죽어!!!!”

멱살을 붙잡으며 잡아먹을 듯이 덤벼드는 루이제. 그 험악한 모습에 제이크가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무슨…….”

진짜 싸우는 건가 싶어서 말리려니까 목을 졸리면서 흔들리고 있는 이세훈이 실실 웃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냥 놀리는 거였네.’

사이가 좋기는 한데 뭔가 이상한 관계에 제이크가 떨떠름하게 보고 있을 때. 옆에서 가만히 서 있던 염성하가 돌연 중얼거렸다.

“띠를 착용하고 매달 받아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

그 중얼거림을 들은 제이크는 한 가지 확신했다. 여기에 자신을 제외하면 정상인은 없다고.

* * *

토요일 아침.

란 페이의 연락을 받고 보르시파의 전시장으로 온 이세훈은 앞에 보이는 건물을 바라보았다.

‘진짜 장난 아니게 크구만…….’

아직 거리가 좀 남아 있는 데도 한눈에 다 담기지 않을 만큼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그 근처로 다가가던 이세훈은 문득 전시 일정을 적어둔 전광판에 눈이 닿았다.

‘마공학 박람회랑 미래 전시회가 같이 열린단 말이지…….’

공간이 공간인 만큼 좁을 일은 없겠지만, 수상하게 여기는 행사들이 한 장소에서 열리는 만큼 주의가 필요했다.

‘생각보다 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겠어.’

이세훈이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고 있을 때. 입구 앞에서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는 루이제가 보였다.

“좋은 아침.”

“…….”

이세훈의 인사에 루이제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바라보더니 이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래.”

짧게 대답하고는 먼저 들어가는 루이제. 화났다고 몸으로 표현하는 그 모습에 이세훈이 턱을 쓰다듬었다.

‘너무 놀렸나?’

어제 장난삼아 만든 어깨띠를 보여준 게 인내심의 한계를 건드려 버린 모양이다.

그래도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거 보면 정말 화난 건 아니겠지만 눈치 없이 또 건드렸다가는 폭발할지도 모르리라.

오늘은 얌전히 있기로 하며 이세훈이 뒤늦게 안으로 들어섰고, 중간에 서서 자신을 기다리고 서 있는 루이제의 뒷모습이 보였다.

“…….”

슬쩍 보고는 다시 앞으로 성큼성큼 가는 루이제.

이전에 염성하랑 똑같은 그 모습에 이세훈이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그 옆으로 따라붙어 안쪽으로 향했다.

“왔군.”

박람회장의 입구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란 페이가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둘 다 착용해라.”

출입증 목걸이와 스태프용 자켓. 이세훈과 루이제는 곧장 두 개를 받아서 착용했고, 란 페이가 안쪽을 가리켰다.

“자세한 건 보여주면서 설명하지. 따라와라.”

세 사람이 박람회장의 문을 열며 안으로 들어섰고, 거대한 회장 내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내부를 환하게 밝히는 천장과 회장 내부의 환경을 조절하기 위한 각종 제어장치.

안쪽에는 각 기업의 부스가 일정한 가격으로 딱딱 놓여 있었는데 다 어디서 본 적 있는 기업들이었다.

“거기서 뭐 해! 빨리 움직여!”

“옙!”

부스를 담당하는 회사의 직원들이 바쁘게 여러 장치를 설치하며 살피고 있었는데, 대부분 출품작을 보조하는 장치들로 보였다.

‘역시 보안에 신경을 많이 쓰네.’

제대로 된 출품작을 보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

이세훈이 주변을 한창 더 살피고 있을 때.

“저건…….”

루이제가 놀란 표정으로 한 곳을 바라보았다.

철컹철컹─

회장의 걸어 다니는 새하얀 강철인형. 크기는 2m 정도에 장갑이 곡선형으로 매우 부드러운 느낌이었는데 움직임 역시 자연스러웠다.

“마리오넷 팩토리의 신형 오토마톤이다.”

“……기존에 나왔던 거랑 많이 다르네요.”

기존의 오토마톤들이 강철로 만든 목각인형 같았다면 이쪽은 움직임이 부드러워서 그런지 좀 더 사람 같은 느낌이었다.

“내부 엔진에 인공정령을 넣어서 움직임을 최적화시켰다더군. G시리즈라고 부르던데, 스펙이 상당해.”

란 페이의 설명에 루이제가 신기하다는 듯이 보고 있을 때. 이세훈이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신형 오토마톤을 살펴보았다.

‘마리오넷 팩토리라…….’

지금은 골렘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유명하지만 이세훈에게는 ‘의체’를 만들어내는 기업으로 더욱 익숙했다.

본인들의 대표작인 인간형 골렘인 오토마톤을 더욱 갈고 닦다가 고위영웅들도 사용할 수 있는 ‘의체’쪽으로 분야를 바꿨었기 때문이다.

‘전쟁에서도 활약상이 대단했었지.’

부상으로 은퇴하거나 약해진 영웅들이 마리오넷 팩토리에게 의체를 제공받아 다시금 싸울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인력 부족에 시달리던 전장에도 약간 숨통이 트였었다.

‘마지막에는 인형사한테 습격당해서 망하긴 했지만.’

끝이 좋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인류 연합군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친 집단. 그렇기에 이세훈도 나름 익숙한 이들이었지만, 눈앞의 오토마톤은 조금 낯설었다.

‘G시리즈…… 아무리 생각해 봐도 들은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박람회에서만 공개하고 상용화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자신이 현역으로 활동하던 시기가 아니다 보니 짐작이 가지 않았다.

‘게다가 인공정령이라…….’

속성마력으로 이뤄진 생명체인 정령.

몬스터에 반쯤 발을 걸치고 있는 녀석들로 마력이 생겨난 이후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었는데 그 결과물 중 하나가 바로 인공정령이었다.

‘자동마법을 보조하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했었지.’

술식에 심상을 결합해서 만들어진 인공정령. 처음에는 골렘을 능동적으로 움직이게 하려고 만들어졌지만 그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마력으로 이뤄진 인공정령은 특정한 조건이 갖춰졌을 때 변질되기가 너무 쉽다는 결과가 나왔었기 때문이다.

‘위험하긴 하지만…… 써먹을 수도 있겠네.’

루이제를 슬쩍 본 이세훈이 신형 오토마톤에게서 고개를 돌렸고 란 페이는 계속해서 걸음을 옮기며 설명을 이어갔다.

“요즘 마공학은 자동마법이 대세라서 그쪽과 관련된 물건들이 많다. 한 마디로 평상시보다 사고가 생겨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이지.”

한숨을 내쉬듯 이야기한 란 페이가 부스 근처 바닥에 보이는 자그마한 장치들을 가리켰다.

“그래서 이번에는 마력차단 장치와 술식단절 장치를 넣어서 자동마법의 폭주를 막기로 했다. 다만 회장 전체에 무작정 적용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기에 구획별로 나눠서…….”

란 페이는 그야말로 쉴 새 없이 설명했고, 그 이야기를 듣던 이세훈은 지나가다가 조금 눈에 띄는 부스를 가리키며 물었다.

“여긴 무슨 장비입니까?”

“화력제어 장치였을 거다. 불꽃의 움직임을 자동으로 제어해서 원하는 온도로 맞춰주는 기능을 구현한다더군.”

“그럼 저기는요?”

“마력분산 장치였던가? 내부에 기입된 술식에 따라서 마력량을 적절히 분배해 손실을 낮추는 기능이었을 거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세 사람이 금방 넓은 회장을 전부 돌았고, 이어서 관계자만 드나들 수 있는 뒷길도 돌아다니며 구조를 알려주었다.

그렇게 한 차례 탐방을 끝낸 뒤. 회장 밖으로 나온 란 페이가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이 정도면 되겠군. 다음은 장치들이 다 준비될 때쯤에 부르마.”

“아, 예.”

“그리고.”

란 페이가 허리춤의 아공간 포켓에서 작은 상자 두 개를 꺼내서 내밀었다.

“지난번에 이야기했던 보상이다. 잘 챙겨라.”

“감사합니다.”

두 사람이 곧장 상자를 받아 아공간 포켓에 집어넣었고, 란 페이가 휴대폰에 온 메시지를 슬쩍 살폈다.

“안에서 부르니까 이만 가보마. 조심히 돌아가라.”

란 페이가 다시 박람회장 안쪽으로 다시 들어갔고,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이세훈이 루이제를 바라보았다.

“바로 돌아가기는 좀 아쉽고…… 점심이나 같이 먹을까?”

“…….”

이세훈의 제안에 루이제가 힐끗 쳐다보더니 이내 퉁명스럽게 덧붙였다.

“네가 사면.”

“그래그래. 몇 인분이고 다 사줄 테니까…….”

“저기.”

옆쪽에서 들려오는 조심스러운 목소리.

거기에 고개를 돌리자 40대쯤 되어 보이는 사내가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회사원인가?’

단정하게 가르마를 탄 검은색 머리에 말끔한 정장. 목에도 출입증 목걸이를 달고 있는 걸 보아 딱 봐도 박람회와 관련된 인물로 보였다.

‘근데 뭔가…… 어디서 본 거 같은데?’

부드럽긴 하지만 묘하게 고집이 셀 것 같은 눈매뿐만 아니라 이목구비 자체가 어딘가 익숙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 모습에 이세훈이 눈매를 가늘게 뜨고 있을 때.

“이세훈 생도 맞으시죠?”

긴장감과 기대감이 함께 느껴지는 담긴 물음. 거기에 이세훈이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하려던 그때.

“누구신데요?”

루이제가 앞을 슬쩍 가로막으며 날카로운 눈으로 노려보았다. 푸른색으로 빛나는 눈에 떠오른 경계심.

잠재된 고유스킬과 맞물려 흘러나오는 짙은 압박감에 사내가 흠칫 떨었다가 이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 아닙니다! 수상한 사람이나 그런 게 아니라 이번 박람회에 참여한…… 아! 잠시만요!”

횡설수설하던 사내가 뭔가 떠올리고는 곧장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서 자신의 명함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 모습에 루이제가 힐끗 돌아보았고, 이세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와서 명함을 받았다.

[MT 인더스트리]

이사 [리 웬]

‘리 웬?’

어딘가 익숙한 이름. 거기에 이세훈의 머릿속에 기억이 스멀스멀 떠오르려던 그때.

“으음. 이렇게 소개드리는 건 조금 그렇지만…….”

이세훈의 반응에 무언가 고심하던 사내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가 결심을 내린 듯 입을 열었다.

“완등자…… 성화공 리 켄세가 제 아버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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