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128화
영웅으로 활동한 지 올해로 23년.
A급 승급도 앞두고 있는 강도윤은 자신의 실력에 나름대로 자부심을 느꼈다.
지난 세월 동안 토벌한 몬스터와 죽인 마인의 수가 몇 명이던가.
단순 스펙은 남들보다 조금 밀릴지 몰라도 기술 하나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특별수업의 분위기를 흩뜨리고 다닌다는 네 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콧방귀를 꼈다.
‘운이 좋았던 거겠지.’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고 한들 생도는 생도.
앞에 당한 녀석들은 자신보다 약하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방심하고 있었기에 그렇게 당한 것이 분명하다.
그리 확신한 강도윤은 언젠가 그 네 명에게 실전의 쓴맛을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고.
“흐읍……!”
눈앞에 휘둘러지는 푸른색 검신에 기겁하며 자신의 도끼를 휘둘렀다.
카앙!
검날을 쳐냄과 동시에 손에서 느껴지는 저릿함. 제대로 쳐냈음에도 불구하고 다 해소되지 못한 충격에 강도윤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뭘로 만들었길래 이런 충격이……!’
처음에는 생긴 게 워낙 화려하고 얇아서 보나 마나 절삭력을 극대화한 검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대번에 검날을 힘껏 때려서 저 기고만장한 콧대를 눌러주고자 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콰앙!
“윽……!”
얇은 검신에서 느껴지는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무게감. 마치 자신보다 몇 배는 큰 거인과 그 손에 들린 대검을 상대하는 것 같았다.
카가강!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은 170 초반의 키에 아직 소년티가 가시지 않은 금발의 청년.
그 손끝에서 가볍게 휘둘러지는 검에 쉴 새 없이 밀려났고, 강도윤은 자연스레 대련을 시작할 때 자신이 내뱉었던 말을 다시금 떠올렸다.
‘무구를 뭘 써도 상관없네. 대신 부러져도 책임은 못 지니 알아서 하게나.’
단숨에 검을 부수고 콧대를 제대로 뭉개줄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 막막한 상황에 강도윤이 이를 악물며 재차 도끼를 힘껏 휘둘렀고.
마이어스류 파검식破劍式
청축靑築 광퇴光槌
푸른빛을 터뜨린 검이 매섭게 도끼를 후려쳤다.
콰아앙!!!
쇳소리 대신 울려 퍼지는 무지막지한 굉음. 손아귀가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다행히도 무기를 놓치는 불상사는 피했다.
‘큰 기술을 사용한 지금이라면……!’
오히려 자신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날카롭게 다져진 강도윤의 실전감각이 빛을 발하며 도끼를 휘둘렀고.
휘익!
도끼날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앙상한 손잡이가 보였다.
“……어?”
대련용으로 바벨에게 받은 것이긴 했지만 희귀 등급 최상품의 매우 단단한 도끼였다.
거기다 그냥 쓴 것도 아니고 도중부터 마력을 힘껏 담아서 최대로 강화해뒀던 상태. 그런데 그게 이렇게 허무하게 부서지다니.
그 믿기지 않는 광경에 강도윤이 굳어 있을 때.
후웅
이 하나 나가지 않은 푸른 검신이 목을 겨눴다.
“……역시 마이어스 가문의 직계답군. 훌륭한 검술이야.”
반드시 이겨야 했지만, 졌다면 최대한 상대의 얼굴에 금칠을 해서 중화시키는 방법이 없다.
강도윤이 각오를 다지며 막 입을 열려던 찰나.
“아, 아닙니다.”
검을 아래로 내린 금발의 청년, 제이크가 대답했다.
“제가 이길 수 있던 건…… 그러니까…… 그…….”
“음?”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지 입술을 달싹이는 제이크.
그 모습에 강도윤이 의아해하다가 문득 자신보다 먼저 대련에서 패배했던 영웅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지고 나면 각오해.’
굉장히 치욕스러운 표정으로 이야기하던 상대. 강도윤은 자신이 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막상 자신의 차례가 되니 두려워졌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자신의 실력이 얼마나 형편없었는지 외치려는 것일까. 강도윤이 긴장된 표정으로 보고 있을 때.
“후우…….”
제이크가 심호흡을 하더니 두 눈을 질끈 감으며 힘차게 외쳤다.
“제 친구 이세훈이 만들어준 무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뜬금없는 외침이 대련장에 널리 퍼졌고, 맞은편에 선 강도윤은 물론 구경 중이던 생도들이 모두 멍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까지 나름대로 치열했던 대련이 마치 홈쇼핑 방송에서 틀어진 연극이 되어버린 듯한 감각.
‘……그렇군. 이런 뜻이었나.’
자신과의 대련이 결국 저 무구, 그것을 만들어낸 대장장이의 명성을 알리기 위해서였다니.
입가가 씰룩거리던 강도윤이 분노와 수치스러움을 참아내며 입을 열었다.
“크흠. 참 좋은 검이군. 복 받았네.”
“……감사합니다.”
맞장구라도 쳐준 강도윤에게 속으로 감사 인사를 하며 제이크가 아래로 내려왔고, 대련장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세훈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잘했어. 훌륭해.”
대련을 잘했다는 걸까 아니면 그 우스꽝스러운 말을 잘도 해냈다는 뜻일까.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제이크가 목구멍까지 간질거리며 올라오는 말을 집어삼키며 이야기했다.
“오늘 내 차례는 다 끝났지?”
“그래. 이제 구경이나 하고 있어. 다음은…….”
고개를 뒤로 돌린 이세훈은 자신의 시선을 애써 피하고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팔짱을 낀 채 다른 곳을 바라보는 염성하. 그리고 쭈그려 앉은 채 휴대폰만 쳐다보는 루이제.
현실을 도피하려는 듯한 두 사람의 모습에 이세훈은 슬쩍 웃으며 다음 차례를 불렀다.
“루이제 네 차례야.”
“……개새끼.”
나지막하게 욕지거리를 중얼거린 루이제가 대련장 위로 올라섰고, 할버드를 쥔 영웅이 반대편에서 올라오며 대련이 시작되었다.
이세훈이 그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을 때. 부끄러움에 달아올랐던 얼굴이 진정된 제이크가 물었다.
“근데 우리 이거 도대체 왜 하는 거야?”
“왜긴. 할 수 있으니까 하는 거지.”
본래 각 학부에 연관된 현역 영웅들을 배치하며 가벼운 대련이나 여러 조언만 들을 예정이었던 특별 수업은 카사르에 의해 대폭 수정되었다.
‘실전인데 상대가 똑같은 무기를 들고 올 거란 보장이 어디 있습니까. 기왕 불러온 거 좀 다양하게 싸워봐야지.’
학부 제한 없이 대련하고 싶은 영웅에게 신청 혹은 부탁을 해서 수락받으면 대련장에서 자유롭게 싸운다.
여기까지는 굉장히 이색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수업으로 끝났겠지만 문제는 이세훈이 주동해서 일으키고 있는 ‘도장깨기’ 사건이었다.
‘실전처럼 부탁드리겠습니다.’
‘후회하기 싫으면 전력으로 싸워라.’
‘……쯧.’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고 쉬엄쉬엄 대련을 하던 다른 생도들과 달리 실전처럼 살벌한 전투를 원했던 제이크와 염성하, 그리고 루이제.
그 이야기에 영웅들은 난감해하면서도 사전에 카사르에게 들은 경고가 있었기에 손대중을 하지 않고 제대로 싸웠다.
파캉!
“으억?!”
콰득!
“잠깐……!”
서걱!
“아.”
하지만 그 결과는 모두의 예상과 완벽히 달랐다.
세 사람과 싸웠다 하면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무구가 박살 나면서 패배한다.
물론 영웅들은 본래 사용하던 무구가 아니라 바벨에서 지급한 대련용 무구이기는 했었지만 그 점을 감안해도 충격적인 결과였다.
아무리 무구의 차이가 있다고는 해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파괴당하면서 끝났기 때문이다.
‘바벨에서 지급한 무구의 문제가 있었나?’
‘공격 방식이 무구를 부수는 데 특화됐다든가.’
‘봐주다가 실수한 거 아닐까.’
도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저렇게 무구가 쉽게 부서지는지, 그리고 언제까지 저런 결과가 계속될지 궁금하다.
그렇게 모두가 호기심을 느꼈고, 그건 당사자인 세 사람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부 이세훈…… 아악!”
상대방의 할버드를 부쉈던 루이제가 괴성을 내지르더니 대련장에서 재빠르게 내려와 이세훈에게 달려들었다.
“나 이제 안 해! 못 해!”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외치는 루이제.
처음에는 새로운 언령마법을 가르쳐준 대가라고 생각하며 꾸역꾸역 해줬지만, 이제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이세훈의 무구 덕분에 실전 경험이 풍부한 영웅들을 상대로도 쉽게 이길 수 있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쪽팔리지 않은가.
“언제는 얼마든지 해준다더니.”
“이렇게 많이 시킬 줄 알았어?! 아무튼 나 이제 못하니까 그렇게…….”
“시끄럽군.”
루이제의 말을 툭 잘라낸 염성하가 팔짱을 낀 채로 담담히 이야기했다.
“정말 할 생각이 없으면 그냥 가라.”
처음에는 죽어도 못한다고 결사반대했던 놈이 이제는 계속하겠다고 이쪽을 싸고돈다.
남들이 보면 염성하가 어떻게 저럴 수 있는지 의문이겠지만 그 이유는 매우 간단했다.
‘한 번 할 때마다 대금에서 빼줄게.’
그동안 염성하에게 무구를 넘겨주면서 쌓아놨던 대금.
그걸로 부려먹겠다고 이야기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설마 대금에 대한 부담감이 자존심보다 강했을 줄이야…….’
이 정도라면 대금에 따라서는 더한 것도 시킬 수 있는 게 아닐까. 염성하를 어떻게 써먹어 볼지 이세훈이 잠시 고민하고 있을 때.
“너한테 말 안 걸었는데?”
루이제의 입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방금까지 화내던 것이 거짓말인 것처럼 차가운 대답과 시선. 그 모습에 염성하 역시 담담하게 마주 보았다.
“네 말 따위 아무래도 좋다. 할 생각이 없으면 그냥 꺼지라고 말하고 있는 거다.”
“네가 뭔데?”
“그러는 넌 뭐지?”
염성하와 루이제 사이에 흐르는 무거운 공기. 서로 말이 제대로 맞물리지도 않고 적개심이 마구 피어오르는 것이 상성이 좋지 않다는 게 팍팍 느껴졌다.
저번에 한 번 만나고 이번에 다시 만난 건데 어째 원수처럼 더 사이가 안 좋아진 것 같다.
‘이 정도면 물과 기름 수준인데.’
설마 회귀 전처럼 이 둘을 같이 써먹으려면 온갖 개고생을 해야 하는 걸까. 이세훈이 살짝 골머리가 아파지려 할 때.
“근데 정말 아무런 이유 없어?”
곰곰이 생각하던 제이크가 물었다.
“세훈이 네가 하는 거면 그래도 뭔가 제대로 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
“…….”
제이크의 이야기에 서로 으르릉거리던 염성하와 루이제도 슬그머니 이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그동안은 굳이 캐묻지 않았지만 며칠 동안 계속되자 슬슬 뭐 때문에 이런 짓을 하는지 정말로 궁금해진 모양이다.
‘뭐…… 말해줘도 상관없긴 하지.’
결정을 내린 이세훈은 셋을 구석으로 데리고 가서 조용히 이야기했다.
“이번에 너희들을 이런 식으로 대련에 내보낸 이유는 총 세 가지야.”
“세 가지나?”
의외인 표정으로 바라보는 루이제의 물음에 이세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장 첫 번째 이유는 다음에 너희들의 무구를 새로 만들 때를 대비해서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야.”
이세훈의 이야기에 세 사람의 얼굴이 살짝 펴졌다. 다른 것도 아니고 무구를 만들기 위한 정보수집이라는데 누가 불만을 가지겠는가.
오히려 왜 이제야 말해준 건지 의문이 들려던 찰나.
“두 번째는 내가 너희들에게 이런 부끄러운 행동을 며칠이고 시킬 수 있을 만큼 영향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지.”
이어지는 이야기에 다시금 분위기가 싸늘하게 변했다.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서 부끄러운 말을 시킨다.
조금 유치하게 느껴지지만, 반대로 그렇기에 설득력이 있기도 했다.
전략적으로 협력을 하더라도 자신의 위신을 건드리면 못 참고 폭발하는 것이 영웅들인지라 그런 별것 없는 행동일수록 강제로 시키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새끼를 그냥…….’
‘대금만 없었다면…….’
‘후우…… 후우…….’
하지만 이해하는 것과 화가 나지 않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 세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교환하며 이세훈을 두들겨 팰지 말지 의논하고 있을 때.
“그리고 마지막.”
진지한 표정을 지은 이세훈이 재빠르게 세 번째 이유를 꺼냈다.
“나를 노리는 녀석을 유인하기 위해서.”
이세훈의 이야기에 세 사람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세상에 이세훈을 노리는 사람들이야 셀 수 없이 많겠지만 이번 일로 유인을 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뜻이란 말인가.
셋 다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은 모습에 이세훈이 간단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원래 단단하다고 자랑하면 부숴보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거든. 그걸 노린 거야.”
특히 실험에 환장한 녀석들이라면 더더욱 참기 어려운 법. 며칠 동안 계속 연전연승을 했으니 이제 슬슬 신호가 오리라고 이세훈이 생각하고 있을 때.
“아. 여기 있었네.”
뒤쪽에서 쾌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 괜찮을까?”
딱 봐도 나이가 그리 많지 않아 보이는 인물.
목에는 회원증 같은 목걸이가 걸려 있었는데 이번에 초청받은 현역 영웅 중 한 명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출입증이었다.
“이번에 초청받은 A급 영웅 빅터라고 해. 듣자 하니 엄청난 활약상을 펼치고 있다던데…… 나랑도 한 판 해보는 건 어때?”
흥미롭다는 듯이 이쪽을 바라보는 사내, 빅터의 제안에 세 사람이 자연스럽게 이세훈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할 것이냐는 눈빛. 그 모습에 이세훈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야 감사하죠.”
“화끈해서 좋네. 그럼 누구부터 할까? 참고로 나는 다 같이 덤벼도 상관없어.”
빅터의 자신만만한 이야기에 세 사람의 눈매가 조금씩 찌푸려졌다.
A급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신들을 상대로 저렇게 자신만만해 하다니.
그동안 별다른 생각 없이 싸워왔지만 눈앞의 녀석은 콧대를 확 뭉개 버리고 싶다. 그리 생각한 세 사람이 다시 이세훈을 바라보았고.
“제가 합니다.”
이세훈이 앞으로 성큼 걸어나갔다.
“……넌 제련학부 아니었니?”
“저도 특별 수업을 받을 수 있게 허가를 받았거든요. 그리고…….”
뒤쪽에서 당황한 세 명을 바라본 이세훈이 피식 웃었다.
“이번에는 저 셋이 굳이 나설 필요가 없어 보여서요.”
너 따위는 저 셋이 아니라 자신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렇게밖에 들리지 않는 이야기에 빅터의 눈매가 일그러졌다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지.”
상대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면 될 뿐이다.
대련장으로 올라간 빅터는 대련용 한손검을 뽑아 들고 검 끝을 까딱였다.
“덤벼봐.”
“그럼…….”
오색화도와 소광의 망치를 꺼내든 이세훈은 자세를 잡는 대신 앞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무슨…….’
신체 능력도 그저 그렇고 뭔가 특별한 것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망설임 없이 앞으로 다가오는 이세훈의 모습에 빅터의 눈매가 찌푸려졌다.
‘좀 건방지네.’
원래는 시킨 대로 적당히 살펴볼 생각이었지만, 이런 도발을 당하고도 그냥 넘길 수는 없다.
계속해서 걸어오는 이세훈의 모습에 빅터가 자신의 한손검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계속 걸어오면 되겠네.”
그딴 식으로 할 거면 그냥 그대로 걸어와서 죽어라.
장난스럽게 뻗은 한손검에 모습에 이세훈은 말없이 계속해서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마침내 두 발자국 정도 남았을 쯤에 이세훈이 두 눈을 번뜩이며 바닥을 박찼고
푹
빅터의 검 끝이 이세훈의 훈련복 안쪽으로 파고들어 갔다.
“?!”
그 갑작스러운 상황에 빅터가 자신도 모르게 검을 뒤로 빼냈고, 그 모습에 이세훈이 기다렸다는 듯이 소광의 망치를 휘둘렀다.
카앙─!
검면에서 튀어 오르는 불꽃.
광물을 녹이는 그 강력한 불꽃에 표면이 벗겨지고 검신과 전혀 다른 색이 살짝 드러났다.
“?!”
그 모습에 빅터가 화들짝 놀라며 재빠르게 손목을 비틀며 소광의 망치를 쳐냈다.
카각!
이세훈을 밀쳐낸 빅터가 뒤로 물러서며 곧장 자세를 다잡았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언제 벗겨졌냐는 듯이 정상적으로 돌아온 한손검.
하지만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모두 확인한 이세훈은 단번에 확신할 수 있었다.
‘이놈이네.’
눈앞의 녀석이 『공양』에게 무구를 제공받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