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124화
“후우…….”
땀을 씻어내고 옷을 갈아입은 이세훈은 거실로 나와 자신의 오른손을 바라보았다.
‘어디 보자……’
마력을 끌어올린 이세훈은 처음 만났을 때와 달라진 김인철에 대한 인상을 곱씹었다.
권태로움과 허무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새롭게 발견한 가능성에 거세게 타오른다. 그 열정은 생기가 넘쳐났지만 한편으로는 과거에 너무 깊이 얽매여 있기도 했다.
과거를 떨쳐내기 위해서라면 자신조차 연료로 모두 사용해 버릴 거센 불꽃. 그 형상이 이세훈의 머릿속에 갖춰졌고.
우우웅
희미한 빛과 함께 오른손바닥 위로 빚어졌다.
주홍빛에 물결무늬가 새겨진 나무토막 같은 광석. 이전에 만들어낸 인연석과 비교하면 색만 달라진 것 같지만 안쪽에서 느껴지는 감촉부터가 달랐다.
‘좀 더 끈적거리는 느낌이네.’
예전에 만들어낸 인연석이 바짝 말라 있었다면 이쪽은 축축했는데 그 와중에 은근한 열기가 느껴져 상당히 찝찝한 느낌이었다.
그 감촉을 확인한 이세훈은 이어서 정보창을 확인했다.
[인연 - 화점철火粘鐵]
[등급 : 고급] [품질 : 최상]
불꽃이 달라붙어 있는 금속.
나무와 같은 형질을 지니고 있으며 불이 붙으면 모두 타버릴 때까지 그 성질이 유지된다.
*내구도를 소모하여 불꽃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예전이랑 많이 달라졌구만…….”
이전에 만들어낸 인연석은 불꽃을 저장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불꽃을 유지하는 기능으로 바뀌었다.
불꽃에 관한 능력이 김인철의 재능이라고 생각한다면 그의 심상이 예전보다 상당히 극단적인 방향으로 변했음을 알 수 있었다.
‘잘못하면 위험할 수도 있겠어.’
화점철을 내려다보던 이세훈은 생각을 미루고 곧장 몽상수납 안에 넣어둔 불명자의 지골을 꺼냈다.
스윽
주문이 새겨진 손가락뼈가 오른손 검지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안쪽에서부터 이질적인 힘이 느껴진다.
불명자의 지골을 사용할수록 더욱 선명하게 느껴지는 힘. 이세훈은 그것이 불명자의 ‘권능’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가공을 안 해둬서 그런가. 승천제의 반지랑 다르게 약간 침식하려는 낌새가 있네.’
장시간 착용하고 있으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음을 확인한 이세훈은 손가락을 잠시 까딱거리다가 곧장 경계의 눈을 사용했다.
스스슥
눈에 둘러지는 익숙한 힘. 그와 동시에 테두리가 나뉘고, 화점철 내부에 균열처럼 수많은 경계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 기억으로 보이는 것을 확인한 이세훈은 곧바로 몽환규도를 꺼내 화점철에 가져다 댔다.
‘신루화.’
화르르륵
보랏빛 검날이 불꽃으로 변해 화점철을 꿈으로 변환시키며 불필요한 부분을 불태운다.
화점철의 성질 때문인지 타오르는 속도가 이전보다 빨랐는데 이세훈은 기억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그리고 마침내 주홍빛을 띤 김인철의 기억만이 남은 순간.
푸욱!
타오르는 칼날을 심장에 찔러 넣어 의식을 가라앉혔다.
끈적거리는 물에 다이빙을 한 것처럼 순식간에 전신을 뒤덮는 불쾌한 감촉. 그리고 머릿속에 무언가 들어오더니 안쪽을 난도질하듯이 후벼 파기 시작했다.
‘윽…….’
자연스럽게 과거의 기억으로 넘어갔던 이전과는 너무 다른 상황. 그 불쾌하기 그지없는 감각에 이세훈이 강제로 일어나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얌마. 일어나.”
낯선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시야가 트이고 회색빛의 낯선 천장이 보인다. 그리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팔짱을 끼고 문에 기대선 사내가 보였다.
“웬일로 늦잠이래?”
분홍색 머리끈으로 묶은 꽁지머리에 검은색 경갑을 입은 서글서글한 인상의 훤칠한 키의 사내. 허리춤에는 붉은 칼집이 걸려 있었는데 얼핏 봐도 등급이 꽤 높아 보였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에 이세훈이 유심히 보고 있을 때. 몸의 주인, 과거의 김인철이 입을 열었다.
“머리에 그건 또 무슨 지랄이냐?”
지금의 김인철보다 젊고 까칠한 목소리. 거기에 사내가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키더니 보란 듯이 손으로 꽁지머리를 털어냈다.
“우리 딸이 해줬지. 어때, 괜찮아?”
“징그럽다.”
“그래, 그래. 자식은커녕 결혼도 안 한 녀석이 뭘 알겠니.”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사내. 그 모습에 김인철이 눈매를 찌푸리며 바라보다 침대 밖으로 나왔다.
“회의는?”
“나야 모르지. 근데 심각한 얼굴로 들어가던 거 보면 오늘 안에 결정 내릴 생각 같던데.”
이야기를 들으면서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김인철은 곧장 방문에 기대고 있는 사내를 피해 밖으로 나갔다.
이야기 중이라는 걸 생각하면 상당히 쌀쌀맞은 태도였지만 사내는 개의치 않고 뒤에 따라붙으며 재잘거렸다.
“그러고 보니 소식 들었어? 완등자 또 하나 나온 거.”
“누구.”
“얼마 전에 S급 됐던 ‘권성拳聖’ 있잖아. 그놈이 갑자기 영웅의 탑에 또 들어가더니 완등자가 돼서 내려왔다네.”
“또 난리나겠군. 명칭은?”
“뭐였더라. ‘선행자先行者’ 였던가?”
무심하게 대답하는 김인철과 좋다고 떠들어 대는 사내. 사이가 좋은 듯 안 좋은 듯 대화가 은근히 잘 굴러갔는데 그 이야기를 듣던 이세훈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선행자가 나타난 시점이면…… 한 20년 전이네.’
여섯 명의 완등자에 의해 만마전이 억압되기 시작한 시점으로 불완전하게나마 평화가 찾아온 시기이기도 했다.
시간대를 정확히 파악한 이세훈은 김인철의 시야를 빌려서 주변을 살펴보았다.
‘시설 규모가 꽤 크구만.’
지나가면서 보이는 간단한 방호설비들도 20년 전인 걸 감안해도 상당히 뛰어났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수준이 전체적으로 뛰어났다.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연구단체에서나 볼 법한 광경. 그 모습을 차분히 살펴보고 있을 때. 두 사람이 자동문 하나를 넘어서 회의실로 들어섰다.
“아직은 의식을 진행하기에 완성도가 부족해. 좀 더 그릇을 보완한 다음에…….”
“그 불완전함이야말로 의식을 완성시키는 조각이라고 몇 번을 말해! 지금이 적기라니까!”
“그러다가 실패해서 그릇이 부서지면 네가 책임질 거야? 그런 말 할 거면 저만한 그릇이라도 구해 온 다음에 말해!”
“오우…….”
“쯧.”
시장처럼 수십 명이 동시에 고성을 내지르는 회의실.
사람이 들어온 줄도 모르고 계속되는 싸움에 사내가 혀를 내둘렀고 김인철이 노골적으로 혀를 찼다.
그렇게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져 가던 그 순간.
“그만.”
회의실의 맨 안쪽, 상석에 앉은 여인이 입을 열었다.
“목소리 크다고 이기는 회의가 아니에요. 서로 의견 피력은 충분한 것 같으니 슬슬 결정으로 넘어가죠. 의식에 찬성하는 사람들만 손을 드세요.”
갈색 머리칼을 단정히 묶은 여인의 명령에 회의실이 조용해지며 여기저기서 손이 들렸다.
“14 대 14. 저랑 저기 지각하신 12번 연구원을 빼면 딱 반이군요.”
여인의 이야기에 회의실에 모인 이들의 시선이 뒤늦게 입구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을 향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소장님.”
“괜찮아요. 어제 조금 무리하긴 했으니까.”
피식 웃은 여인, 소장의 눈길에 김인철의 몸이 흠칫하더니 슬쩍 시선을 옆으로 피했다.
“올…….”
“닥쳐.”
옆에서 사내가 장난스럽게 팔꿈치로 찔러대자 김인철이 얼굴을 붉히며 신경질적으로 쳐냈고, 그 모습을 본 다른 이들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방금까지 소리치며 싸운 것이 거짓말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 그 모습을 살피던 이세훈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저 소장이 김인철의 연인인가.’
그쪽으로는 전혀 관심도 없을 것 같던 사람한테 이런 과거가 있었을 줄이야. 이세훈이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
“아무튼, 이렇게 됐으니 최종 결정은 12번 연구원에게 맡기죠. 저도 그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김인철에게 결정권을 넘기는 소장. 단순히 연인이라서 맡긴다기보다는 연구원으로서 신뢰하고 있기에 넘기는 것으로 보였다.
회의실에 있는 다른 연구원들도 별다른 불만 없이 수긍했고, 김인철은 그 모습을 한차례 살펴보며 고민하다가 천천히 대답했다.
“지금부터 의식을 진행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릇의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이 이상 끌어 올리면 결합과정에서 변질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요.”
“좋아요. 그럼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의식 준비에 들어가죠.”
소장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고, 방금까지 고성을 지르며 싸우던 이들도 순순히 그에 따라 의견을 굽힌다.
마치 미리 짜둔 것처럼 흘러가는 분위기에 이세훈은 자연스레 회의실에 모인 이들이 어떤 존재인지 깨달았다.
‘도달하는 과정이 다를 뿐 지향하는 목표는 같다.’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자기 자신조차 하나의 부품으로서 여길 수 있다. 그 모습에 이곳이 어딘지 확신이 드는 그때.
“아 맞다. 딸이 다음에 한번 놀러 와 달래. 전에 네가 만들어줬던 장난감이 꽤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야.”
사내의 권유에 김인철이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시간 나면.”
“맨날 시간 나면 이래. 놀러 오면 우리 딸이 직접 간식도 만들어준다고 했어. 그게 아무 데서나 먹을 수 있는 줄 알아?”
까칠한 김인철의 태도에도 사내가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권유하던 그때.
“경호대장.”
“아, 예!”
소장의 부름에 사내, 경호대장이 재빠르게 대답했다.
“연구원들이랑 이야기를 해보니 의식의 뼈대는 순도가 높은 재료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구해줄 수 있나요?”
“순도가 높은 재료 말씀입니까? 그러면 고아원 쪽으로…….”
“아뇨.”
고개를 가로저은 소장이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당신 딸이 가장 적당할 것 같아요.”
회의실에 기묘한 침묵이 감돌고 모든 이들의 시선이 경호대장을 향해 쏟아진다.
“…….”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김인철도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자신에게 놀러 오라고 권유하던 경호대장을 바라보았고.
“저희야 영광이죠!”
그 어느 때보다도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 * *
[깨어나는 꿈이 발동되었습니다.]
화악─!
머리만 잘라다가 찬물에 담근 듯한 기괴한 청명감. 두 눈이 떠진 이세훈은 전신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에 흠칫 떨었다.
‘이건…….’
우드득
뼈와 근육. 더 나아가 내장 전체가 기존과 완전히 다른 형태로 비틀린 채로 비명을 내지른다.
그것이 자신과 전혀 다른 존재, 과거의 김인철의 육체를 재현하려 한 상태임을 깨달은 이세훈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건…….’
기억의 혼란에 의한 육체의 착각.
이전에도 있었던 일이기에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자신과 전혀 다른 타인을 혼동하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콰앙!
체내에서 충돌을 일으키는 두 속성마력.
자신들을 담아내고 있는 육체 자체를 ‘적’으로 인식하고 그야말로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한 것이다.
치이익!
전신에서 피어오르는 붉은 증기와 코와 입가에서 흘러내리는 피. 눈앞이 새빨갛게 물드는 것을 느낀 이세훈은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몸이 뒤틀린 거보단…… 심상의 영향이 크다.’
김인철의 과거를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녹아내린 심상. 그것이 속성마력으로 하여금 육체를 적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 원인을 파악한 이세훈은 재빠르게 영연신마법을 운용하여 몸에 남은 김인철의 잔재를 털어냈다.
카앙─!
가열된 쇳조각에 붙어 있던 잔여물을 망치로 후려쳐 떨어트리듯이 덕지덕지 붙어 있던 심상이 떨어져 나간다.
그러자 방금까지 미친 듯이 날뛰던 속성마력들이 순식간에 얌전해졌고, 이세훈은 재빠르게 몸 상태를 훑어보았다.
‘엉망이구만…….’
초기에 잡아서 큰 부상은 없었지만 마력회로 주변이 너덜너덜해져서 상태가 좋지 않다.
이대로 가만히 놔둔다면 마력결상이 생길 수도 있는 상처.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이세훈이 잠시 고민하고 있을 때.
‘아, 맞아. 이 정도 부상이면…….’
손가락 끝만 까닥거려도 비명이 나올 만한 상황 속에서 이세훈은 이를 악물고 아공간 포켓을 눌렀다.
후웅
주머니 안에서 나오는 황토색 광석.
희미한 흙냄새와 함께 청명한 기운이 흘러나왔는데 이것이 바로 토속성마력을 품고 있는 광석, 정토석이 가지고 있는 정화의 기운이었다.
‘쪼개기는 힘들 것 같고…….’
정토석에 왼손을 가져다 댄 이세훈은 숨을 고르며 힘껏 주먹을 움켜쥐었다.
[인연각인 ‘탐철’이 발동됩니다.]
콰득!
정토석이 단숨에 반으로 압축되었다가 녹아내렸고 이세훈은 곧장 그것들을 입안에다가 털어 넣었다.
우우웅─
희미한 구동음과 함께 체내에서 생성되는 광혈. 그리고 입으로 들어온 정토석의 토속성 마력.
두 재료를 확인한 이세훈은 곧장 엉망이 된 몸 안쪽으로 두 기운을 밀어 넣기 시작했다.
콰르륵!
토속성마력이 찢어지고 갈라진 육체에 스며들었고, 이어서 그 위로 광혈이 매섭게 지나가 몸을 달구며 강화시켜서 강제로 안착시켰다.
시멘트처럼 몸 깊숙이 스며들어 보강해 주는 토속성마력. 흐트러졌던 육체가 눈 깜짝할 사이에 바로잡힌 것을 확인한 이세훈은 남은 힘을 세 번째 길로 밀어 넣었다.
촤르르륵!
기존의 두 속성마력과 겹쳐지지 않는 세 번째 길.
광혈과 뒤섞인 덕분인지 본래 느릿느릿한 토속성마력이 순식간에 내부를 한 바퀴 돌았고, 자신의 자리라는 것을 확인한 토속성마력이 회로 내부에 단단히 달라붙었다.
미리 준비한 것처럼 원활하게 이어진 작업에 이세훈이 마지막으로 머릿속으로 망치를 그려냈고.
카앙─!
몸을 있는 힘껏 후려치는 것으로 연마가 완료됐다.
“푸하! 콜록콜록!”
숨을 내뱉음과 동시에 입안에서 흘러나오는 매캐한 연기. 몸이 치료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노폐물이라는 것을 확인한 이세훈이 잔기침으로 마저 뱉어낸 다음 주변을 둘러보았다.
“음……. 개판이구만.”
옷은 물론이고 앉아 있던 소파 주변이 온통 피범벅이다.
처음에 폭주를 일으켰을 때 몸에서 터져 나온 피로 보였는데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거의 죽었다 살아난 것처럼 보이리라.
‘다른 사람이었으면 죽었을 테니 틀린 말도 아닌가.’
엉망이 된 반팔 티를 벗은 이세훈은 곧장 자신의 몸부터 살펴보았다. 이전보다 윤곽이 선명해진 몸. 거기에 무엇보다도 그 ‘밀도’가 달라졌다.
꾹꾹
“흠흠. 괜찮네.”
보강과정에서 전신에 스며들었던 토속성마력. 그 특유의 내구성이 근육에 세밀하게 반영된 것이다.
이전보다 몸이 더 질겨진 것을 확인한 이세훈은 몽환규도에 의해 일어났던 폭주현상을 떠올렸다.
‘토속성마력이 어느 정도 자리 잡고 나면 버틸 수 있을 것 같네.’
반대로 그 전까지는 만약을 대비해 다른 사람의 기억은 보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
그 적정선이 어디쯤일지 이세훈이 머릿속으로 가늠해 보고 있을 때.
[스킬 ‘영연신마법’의 효과로 스탯이 상승합니다.]
[속성마력 ‘정토(D)’를 개화하셨습니다.]
눈앞에 떠오르는 알림창. 그 내용에 이세훈은 달라진 정보를 간단히 확인했다.
[이세훈]
근력 - C(190) 내구 - C(198)
마력 - B(201) 민첩 - C(175)
[정토淨土]『D』
깨끗하게 정화된 대지와 같은 토속성마력.
체내의 흐름을 바로잡고 부상을 완화하는 데 특화된 성질을 지니고 있으며 혼탁한 마력과 마기를 ‘정화’할 수 있다.
‘근력이랑 내구가 좀 많이 올랐네.’
마력도 이전보다 조금 올라서 드디어 B급에 도달했는데 입학 시기를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성장이었다.
‘그리고 토속성마력은 정토……. 뭐, 이 정도면 무난하지.’
세 번째 속성마력이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까지 확인한 이세훈은 그제야 숨을 고른 다음 몽환규도로 보았던 김인철의 기억을 다시 떠올렸다.
‘20년 전의 첨단 연구소. 그릇과 의식. 그리고…….’
자신의 딸을 ‘재료’로 제공하는 경비대장이라는 미치광이까지. 그 비정상적인 광경에 이세훈은 드디어 확신할 수 있었다.
‘주시자 출신 맞네.’
김인철이 과거 『공양』에 속해 있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