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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가 다 만들어줌-120화 (120/309)

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120화

“…….”

몽환마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이세훈의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향로의 형태와 연기 속에서 목소리가 퍼져 나오는 것을 보건대 연락장치일 것인데 어쩌면 이쪽으로 건너올 수 있는 ‘문’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자신이 만들어 놓은 모든 판도가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세훈은 차분하게 살폈다.

‘아직은 감당할 만해.’

십악, 그것도 환락가를 지배하며 음지를 쥐락펴락하는 몽환마와 지금처럼 평화롭게 마주할 수 있는 상황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에 이세훈은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기로 하며 재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

아미르의 목을 움켜쥐고 혈술로 피를 통제하여 쓸데없는 소리를 못하도록 막아놓는다.

그와 동시에 아미르의 신체구조를 빠르게 파악한 이세훈은 얼굴에 뒤집어쓰고 인공가면, 그중 코와 입의 형태를 변형시켰다.

‘얼굴까지 굳이 재현할 필요는 없어.’

중요한 것은 분위기와 목소리. 영연신마법으로 성대의 구조까지 세밀하게 조정하고 있을 때.

흐음. 뭔가 문제라도 생긴 걸까…….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무심한 목소리. 그와 동시에 보랏빛 연기가 조금 더 커지려던 순간.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세훈의 목에서 아미르의 목소리가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그 대답에 보랏빛 연기가 다시금 줄어들었고 안쪽에서 몽환마의 목소리가 다시금 흘러나왔다.

대답이 없어서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네요. 그래서 연락한 이유가 뭔가요?

나긋한 몽환마의 물음에 이세훈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공손하게 대답했다.

“징표에 담긴 물건을 노린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에게 객실을 습격을 당했습니다.”

이세훈의 대답에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다시금 연기 너머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습격하더라도 섬에서 하지 않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성미가 급한 자들이네요. 침입자는 전부 죽였나요?

지금 상황이 꽤나 흥미로운지 호기심을 드러내는 몽환마. 그 모습에 이세훈이 머릿속으로 질문을 고른 다음 대답했다.

“죽이지는 못했고 공간 마법을 사용해 모두 도주했습니다.”

공간 마법…… 혹시 도주 이외에도 공간 마법을 사용했나요?

“여객선의 중앙관제실을 탈취하여 제어권을 강탈했습니다. 아무래도 S급 이상의 공간능력자가 개입한 것 같습니다.”

배에 탄 이들을 전부 죽이는 게 아니라면 어차피 들킬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이세훈은 숨김없이 사실을 전달했고, 그 대답에 잠시 침묵이 흐르다 작은 웃음소리가 퍼졌다.

후후. 그렇군요. 케이든이 예전과 달라졌다더니…… 아무래도 정말인가 보네.

아미르에게 말한다기보다는 혼잣말에 가까운 중얼거림.

듣는 사람이 이 대화를 이해하지 못하리라 생각하고 한 말이겠지만, 이세훈은 자연스레 흘러나온 그 이름에서 익숙함이 느껴졌다.

‘케이든…… 설마 케이든 밀러?’

완등자인 ‘성화공’ 리 켄세의 첫 번째 제자이자 전설 등급 무구도 여럿 만들어낸 대장장이.

이세훈도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는데 같은 업계에 있는 유명인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마지막에 저지른 사건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성화공의 유산을 들고 사라졌으니까 말이야.’

마인에 의한 습격이었는지, 사리사욕을 위해 들고 도망쳤는지는 몰라도 케이든과 성화공의 유산은 세계가 멸망하는 마지막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이름이 몽환마의 입에서 언급되다니…….

만약 동명이인이 아니라면 그것이 말해주는 것은 한 가지밖에 없다.

‘십악…… 아니 성향을 생각하면 『공양』일 수도 있겠네.’

완등자의 제자가 만마전의 편에 들어있다니. 상당히 놀라운 사실이지만, 또 경악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십악 중에도 순례자의 후계자라고 불리던 인물이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본인이 잘난 거랑 제자를 잘 키우는 건 역시 별개구만.’

회귀 전에는 의심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확신이 되는 상황. 거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이세훈이 고민하고 있을 때.

그럼 보고할 건 그게 전부인가요?

그 이외에 궁금한 것은 없는지 담담하게 물어보는 몽환마. 거기에 그렇다고 대답하려던 이세훈은 문득 뒤쪽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아미르.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한 그 알 수 없는 시선에 이세훈이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사실…… 몽환의 마력을 사용하는 자에게 징표에 담겨 있던 물건을 강탈당했습니다. 죄송합니다.”

“……!”

이세훈의 대답에 아미르가 살짝 놀란 눈초리로 바라보았고, 보랏빛 연기 너머로 침묵이 감돌았다.

임무가 실패했다는 소식에 몽환마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세훈이 손에 쥔 몽환규도에 힘을 주고 있을 때.

물건을 꺼내 갔는데 당신은 살아 있다…… 그러면 징표를 파훼했다는 거네요.

질책이 아닌 흥미를 머금은 대답이 돌아왔다.

“예. 향로가 발동된 것도 징표에서 흘러나온 몽환의 마력 때문이었습니다. 먼저 말씀드리지 않아서 죄송합니다.”

아미르가 자신에게 알려주려고 했던 것은 아마 이것일 터. 이세훈의 대답에 몽환마가 웃음기를 머금으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어차피 블랙 암즈에서의 거래는 미끼였으니까. 어떻게 보면 습격을 당했기에 성공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미끼?’

몽환마의 이야기에 이세훈이 눈매를 가늘게 뜨고 있을 때. 작게 응축되어있던 보랏빛 연기가 조금씩 커졌다.

그보다 징표를 파훼한 사람이 누구일지 궁금하네요. 흔적이 남아 있으면 좋을 텐데…….

‘이런…….’

몽환마가 이곳으로 건너온다. 그 사실에 이세훈이 눈매를 찌푸리며 다시금 몽환규도를 치켜들었고.

[생존자분들 계십니까!!]

바깥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영웅협회의 알바로 디아즈입니다! 현재 구조선이 도착했으니 모두 침착하게 대기해주시고…….]

객실의 벽을 뚫고 울려 퍼지는 사내의 외침. 거기에 보랏빛 연기가 다시금 줄어들어 처음으로 돌아왔다.

영웅협회에 구조 요청을 넣어두고 도망갔나 보네요. 마지막까지 쓸데없는 짓을…….

넘어오지 못한 게 아쉽다는 듯이 중얼거린 몽환마가 다시금 이야기를 이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돌아와서 듣도록 하죠.

사아아아

향로 위로 뭉쳐졌던 보랏빛 연기가 사방으로 녹아들 듯 사라졌고, 저쪽과의 연결이 완전히 끊어진 것을 확인한 이세훈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슬아슬했구만…….’

영웅협회가 조금만 늦었어도 몽환마가 건너오려 했을 테고, 그러면 어쩔 수 없이 몽환규도로 연결을 끊어내야 했을 터.

그러면 몽환마가 정보가 새어나간 사실을 알아차릴 수도 있었기에 약간 손해라고 볼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최상의 결과인가…….’

자신도 성공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결과. 그에 이세훈이 붙잡고 있던 아미르의 목을 놓아주었다.

“갑자기 무슨 생각이야?”

“…….”

이세훈의 물음에 아미르가 말없이 바라보다가 이내 천천히 대답했다.

“전투 중에 당신은 저를 죽이기보다 제압하려고 했었죠. 처음에는 물건을 안전히 빼내기 위해서라고 생각했지만…… 저를 사칭해서 정보를 캐내려고 하는 걸 보고 의문이 들었습니다.”

“의문?”

“저를 죽여도, 죽이지 않아도 결국 마담…… 아니, 몽환마는 정보가 새어나간 것을 알게 됐을 겁니다. 그런데 왜 굳이 그런 무의미한 짓을 했을까…….”

담담하게 중얼거린 아미르가 확신을 담아 이야기했다.

“처음부터 저를 영입할 생각으로 왔던 것 아닙니까?”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한 것 같기도 했고, 어떤 면에서는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기회에 냉큼 매달리는 것 같기도 했다.

회귀 전의 빙견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미숙하면서도 열정적인 모습. 그 반응에 이세훈이 잠시 내려다보다가 물었다.

“그래. 너 똑똑하다. 그럼 이제 어쩔래?”

“당신이 누군지 모르니 아래로 들어가는 것은 힘들겠지만, 이해관계가 일치했을 때는 서로 돕는 정도는 상관없겠죠.”

완전히 협력은 아니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힘을 합치자.

애매하게 발을 걸쳐놓은 느낌이긴 하지만 지금 아미르가 몽환마에게 목줄이 잡힌 상황임을 생각하면 저것만으로도 엄청난 도박이었다.

“몽환마가 어지간히도 싫나보구만.”

“그딴 괴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똑같은 괴물이라면 모를까.”

“흠. 그 대답 마음에 드네.”

자신이 아는 빙견과 지금의 아미르는 다르지만, 가문을 노예로 삼은 몽환마를 향한 증오는 변함없다.

어떤 의미에서는 반쯤 타협하며 지냈던 빙견보다도 더욱 거세게 불타고 있을지도 모르리라.

‘자주 만나긴 어렵겠지만…… 이렇게 여지를 남겨두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결정을 내린 이세훈은 단검으로 쑤셨던 아미르의 상처를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큭……?!”

“엄살은. 호들갑 떨지 말고 일어나.”

무심하게 발로 건드리는 이세훈의 모습에 아미르가 눈매를 찌푸리면서도 몸을 일으켜 보았다.

“몸이…….”

방금까지는 기를 써도 움직이지 않던 몸이 지금은 당연하다는 듯이 움직인다. 그 모습에 아미르가 놀라고 있자 이세훈이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자기 몸에 대해서는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해두는 게 좋아. 특히 그 얼음을 만들어내는 기술에도 유용할 거야.”

“…….”

“그리고…… 이건 말로 설명하기 어렵네. 얼음 단검 하나만 아무거나 만들어서 줘봐.”

손을 까딱이며 이야기하는 이세훈의 모습에 아미르가 미심쩍게 보면서도 빙결연금으로 단검을 만들어서 건네줬다.

“흐음…….”

그것을 이래저래 둘러보던 이세훈은 검지와 중지에 각각 화속성마력과 암속성마력을 담아낸 다음 가볍게 진원공명을 일으켰다.

투웅─

손가락으로 단검을 가볍게 때림과 동시에 안쪽에 새겨지는 균열. 그 형태를 살핀 이세훈이 다시금 단검을 던져주었다.

“지금 균열 퍼져 있는 부분들 보이지? 그곳들 위주로 개선하면 이전보다 완성도가 더 높아질 거야. 다음에 만나면 검사할 테니까 농땡이 피우지 말고 수련해.”

회귀 전의 빙견도 광견과 투닥거리면서 빙결연금의 완성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으니 나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세훈이 건넨 단검을 내려다보던 아미르가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당신은 정말 누굽니까?”

그동안은 반쯤 추궁이었다면 이제는 정말로 눈앞의 상대가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아미르의 물음에 이세훈이 알 것 없다고 대답하려다가 멈칫했다.

‘생각해 보니 다음에 접촉할 때를 대비해서 서로 알아먹을 표시는 있어야겠네.’

뭔가 적절한 게 있을까. 거기에 고민하던 이세훈이 아미르의 손에 들린 얼음 단검을 보고 적절한 단어를 떠올렸다.

“신데렐라.”

“……예?”

“뭘 예야. 신데렐라라고.”

피식 웃은 이세훈이 창가를 가로막고 있던 벽을 가볍게 두드렸다.

쿠구궁

기다렸다는 듯이 열린 통로. 그 안으로 들어선 이세훈이 벽 닫히기 전, 아미르를 바라보았다.

“다음에 척하면 척하고 알아먹어. 얼 타지 말고.”

쿠웅!

창가의 벽이 다시 닫혔고, 난장판이 된 객실에서 아미르가 자신의 손에 들린 얼음 단검을 내려다보았다.

설마 이걸 유리구두랍시고 신데렐라라고 한 것일까. 그 괴팍하기 그지없는 센스에게 아미르가 잠시 고민하다가 담담히 중얼거렸다.

“최소한 50대는 넘겠군…….”

정말 끔찍한 유머감각이었다.

* * *

촤아아악!

바다를 가로지르는 고급스러운 형태의 보트.

이제는 보이지 않는 여객선 쪽을 바라보며 이세훈이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있을 때.

[대상 ‘아미르 싱’과의 인연이 성립되었습니다.]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 그 내용을 살핀 이세훈이 안도하면서도 살짝 투덜거렸다.

‘어지간하면 그 자리에서 될 법도 한데…… 기어코 빠져나간 걸 확인하고 나서야 성립되네.’

어수룩해 보여도 역시 빙견이라고 해야 할지 마지막까지 냉정하게 상황을 살피는 것은 여전한 모양이다.

‘인연석을 못 얻은 게 아쉽긴 하지만…… 뭐, 다음에 기회가 있겠지.’

어차피 지금은 가지고 있는 재료들이 워낙에 많은 탓에 굳이 필요하지는 않다.

결정을 내린 이세훈이 다시 보트의 안쪽으로 들어섰고, 자리에 앉아서 쉬고 있는 두 사람을 발견했다.

“배는?”

“근처 부둣가로 가게 해뒀어.”

“그래? 자동 운항 기능이 있을 줄은…….”

까악─

운전실 쪽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 거기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던 이세훈이 다시금 에리카를 바라보았다.

“걱정하지 마. 잘해.”

의심하는 자신이 이상한 사람처럼 느껴질 만큼 당당한 대답. 그 모습에 이세훈은 그냥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 하며 류은하에게 고개를 돌렸다.

“학과장님은 다치신 곳 없으세요?”

“예. 문제없습니다.”

용혼광로를 대놓고 사용하면 정체를 들킬 수도 있었기에 억제하면서 싸웠는데 다행히 상대 중에 S급이 없어서 별 탈 없이 넘어갔다.

‘하긴. S급이 동네 양아치도 아니고 그렇게 흔히 볼 수 있는 건 아니지.’

어떤 의미에서는 그런 이들이 여러 명 있는 바벨이 이상한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걱정과 달리 깔끔하게 끝난 계획에 이세훈이 안도하고 있을 때.

“이세훈 생도.”

류은하가 살짝 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번에 일이 잘 마무리되긴 했지만 다음에 혼자서 이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는 절대 이런 식으로 계획을 짜고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선박의 제어권을 강탈하거나 만약을 대비해 영웅협회를 불러놓는 등 이세훈은 철두철미하게 움직이는 편이었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위험한 상황에 뛰어든다는 뜻이기도 했다.

한순간의 실수가 죽음으로 이어지는 것이 실전. 류은하는 혹여나 이세훈이 이번의 성공으로 방심하여 더욱 망설임 없이 돌아다니는 게 아닐지 걱정스러웠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그렇게 분별력이 없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리고 저도 이런 계획은 목숨을 믿고 맡길 수 있을 만큼 든든한 아군이 있을 때만 하니까 안심하세요.”

광견이나 앞뒤 안 가리고 미친 듯이 달려들지, 자신은 가지고 있는 재료를 토대로 상황을 만들어갈 뿐이다.

이세훈의 대답에 류은하가 말없이 바라보다가 이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믿음직한 사람이 곁에 있을 때라면…… 문제없겠군요.”

“물론이죠. 아, 혹시 다음에 비슷한 일이 생기면…….”

“상황에 따라서 판단하겠습니다.”

도와주겠다고 말하지 않은 것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듣고 판단하겠다니 나쁘지는 않았다.

‘이런 식으로 차근차근 신뢰를 쌓아가는 거지.’

지금은 이렇지만 나중에 서로 믿음이 쌓이고 나면 그때는 다소 위험한 일이라도 순순히 받아 주리라.

이세훈이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그런데 이번에 빼앗은 물건은 뭐야?”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에리카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아. 맞아. 그걸 잊고 있었네.”

인연이 성립되는 것만 기다리느라 완전히 잊고 있었던 이세훈은 곧장 몽상수납에 넣어둔 상자를 꺼냈다.

화르륵

가슴팍에 피어오르는 불꽃. 그 모습을 바라본 두 사람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건…….”

“아아. 스킬이에요. 별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군요.”

벌떡 일어났던 류은하가 다시금 자리에 앉았고, 바로 옆에 앉아 있던 에리카가 가슴팍의 불꽃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거. 몽환의 마력이야?”

자신의 눈을 빤히 바라보며 물어보는 에리카의 모습에 이세훈이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맞아. 어쩌다 보니 좀 다룰 수 있게 돼서.”

다루기가 까다로울 뿐이지 몽환의 마력을 사용하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니 굳이 숨길 필요는 없다.

그런 이세훈의 대답에 에리카가 다시 말없이 불꽃이 피어올랐다는 가슴팍을 바라보았고.

[대상 ‘이노우에 에리카’의 인연레벨이 Lv.2로 상승합니다.]

[인연레벨이 상승함에 따라 관계가 정립됩니다. 대상 ‘이노우에 에리카’와의 관계는 ‘평가’입니다.]

“……?”

눈앞에 예상치 못한 알림창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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