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111화
키이잉!
황금빛 고리 다섯 개가 서로를 품으면서 만들어진 구형의 뼈대. 겉으로는 데인 클로델이 남긴 설계도에서 고리가 하나 추가된 정도지만, 실제로는 차이가 매우 컸다.
“관측 시작.”
우웅!
스피어의 내부에서 뻗어 나간 황금빛 파동.
간이 인챈트를 부여할 수 있는 물건들을 찾아내는 것인데 시험장에 놓여 있던 모든 제출품이 거기에 반응하며 황금빛을 머금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황금빛. 그 화려한 광경에 레아가 자신도 모르게 감탄했다.
“진짜 됐어…….”
술식병장은 무구의 한 종류인 만큼 간이 인챈트가 가능해도 이상할 게 없지만 순수하게 술식으로 이뤄진 마법진은 조금 경우가 달랐다.
한 물건으로서 완성된 무구와 달리 마력으로만 이뤄진 마법진은 인챈트에 의해 쉽게 변질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걸…… 고리를 늘리고 각 축의 위치를 조정해서 마법진에도 대응할 수 있게끔 범용성을 높이다니…… 이게 정말 며칠 만에 가능한 건가?’
쉽게 비유하자면 무작위로 고른 수백 장의 그림 안에 똑같은 위치에 존재하는 점 다섯 개를 찾아낸 수준.
재능도 재능이지만 다양한 술식을 접한 ‘경험’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는데 이세훈은 그것을 며칠 만에 간단히 만들어낸 것이다.
‘도대체 후배는 정체가 뭘까.’
그 터무니없는 결과물에 레아가 믿기지 않는 표정을 보고 있을 때.
“뭐 해. 다음으로 넘어가야지.”
이세훈의 부름에 화들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
“아, 미안해.”
“내가 옆에 있어서 든든한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여유 부릴 정도는 아니거든. 긴장 풀지 마.”
“……알겠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재수 없는 경고. 떫은 인삼을 씹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든 레아는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천체 동기화.”
촤르륵─
다섯 개의 고리들이 축을 바꿔가면서 회전했고 동시에 제출품에 스며들었던 황금빛의 마력이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철컥!
제출품들을 통제하는 데 적합한 축을 찾아낸 고리들이 고정됐고 회전을 가속하며 중심부에 황금빛 마력을 끌어모았다.
그리고 스피어의 중심부에 황금빛 구체가 생겨난 순간.
우우웅!
시험장 전역에서 마력에 의한 공진현상이 일어났다.
참가자들이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낸 제출품. 그것들이 마치 한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것처럼 완벽한 일치감을 만들어낸다.
그 이질적인 광경에 출구 쪽 벽에 몰려있던 이들이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저런 게 가능하다고?”
“도대체 뭘 어떻게 만들어야 저런 게 되는 거야?”
어려워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뭘 어떻게 해야 저런 물건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마치 다른 세계에서 건너온 물건을 보는 듯한 광경에 모두가 압도되었고, 레베카의 눈동자가 희미하게 떨렸다.
‘정말로 데인의 물건을…….’
자신의 생각을 적어놓기만 했던 그 미완성의 설계도에서 저런 물건이 만들어지다니.
레베카가 감탄과 경악, 그리고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 때. 레아가 곧이어 자신의 인챈트 팔레트를 꺼냈다.
“후우…….”
지금까지는 어디까지나 밑준비. 이제부터가 진짜라는 것을 떠올리며 레아가 붓을 팔레트에 찍었다.
“첫 번째는?”
레아의 물음에 이세훈은 시험장의 마력을 빠르게 훑어보며 대답했다.
“우선은 마력공유망 형성. 그다음 술식 가속과 안정화를 걸어서 소모 속도를 증가시켜.”
“오케이.”
이세훈의 주문에 레아가 곧장 스피어의 중심에 있는 황금빛 구체의 위로 인챈트 술식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키이잉
한 획을 그을 때마다 스피어의 안쪽에서 파장이 퍼져 나가고 이어서 각 제출품의 표면에 황금빛의 글귀가 떠올랐다.
앞서 공명현상을 일으키기 위해 부여했었던 간이 인챈트. 그 형태를 고쳐서 지금의 사태를 해결하는 ‘장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이세훈의 계획이었던 것이다.
우우웅!
황금빛으로 빛나는 제출품들이 방금보다 안정적으로 마력을 소모했고, 시험장에 마구잡이로 밀려 들어오던 마력을 조금씩이지만 감당하기 시작했다.
“다음 1번, 4번, 16번, 59번 제출품에만 마력 중화랑 분화 술식 새겨 넣고 서로 상쇄시켜.”
촤륵!
고리 하나를 회전시켜 이세훈이 지정한 물건들만 공명시킨 뒤 인챈트를 새겨 넣고, 그와 비슷한 과정을 반복한다.
작은 퍼즐 조각을 맞춰서 거대한 퍼즐의 한 조각으로 만들어야 하는 작업. 양도 양이지만 그 배치를 맞추는 과정에서 레아의 눈매가 일그러졌다.
‘머리가 터질 것 같아…….’
쌓아 올리는 것은 차근차근해야 하지만, 무너지는 것은 단 한 번의 실수만으로 공명현상에 의해 도미노처럼 이어진다.
매 순간 적합한 인챈트를 새겨야 하는 부담감. 그리고 자신이 실수하는 순간 일어날 참상에 대한 두려움.
그 두 감정이 바쁜 와중에도 레아를 괴롭혔지만 그럼에도 결코 붓이 멈추는 일은 없었다.
‘그래도 할 수 있어.’
힘들고 괴롭지만, 그런데도 무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과거와 달리 하려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우우웅!
과거 자신의 실수로 다른 이들을 불행하게 만들었던 아빠의 유산.
그것이 온전히 발동되어 사람들을 구하고 있다는 사실에 레아가 두 눈을 빛냈다.
‘반드시 성공한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스피어의 가치를 모든 이들에게 증명하고 말 것이다. 그렇게 레아의 두 눈에 결연한 의지가 깃들었고.
“……훌륭해.”
찰스가 진심으로 감탄하며 소매에 숨겨둔 스위치를 눌렀다.
투웅─
수면 위로 방울이 떨어져 파문이 퍼져나가듯, 완벽하게 공명을 이뤘던 제출품 사이에서 이질적인 마력이 움직였다.
“……!”
그 존재를 누구보다 빠르게 알아차린 이세훈이 재빠르게 스피어를 조작했고.
콰아아앙!!!
외곽에 놓여 있던 제출품이 폭발을 일으켰다.
“포, 폭발이다!!”
“도, 도망쳐!!
쌓아 올리는 것은 어렵지만 그것을 무너뜨리는 것은 너무나도 쉽다. 기껏 진정되었던 혼란이 폭발 하나로 흐트러졌고 몇몇 생도들이 다시 마력을 움직이려 했다.
“윽…… 저 멍청이들이…….”
생도들의 간섭. 그리고 방금 일어난 폭발에 의해 루이제가 통제하던 시험장의 마력이 다시 요동쳤고 제출품들 역시 하나둘씩 과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공명현상에 의해 미친 듯이 부풀기 시작하는 마력의 파동.
방금까지의 폭주 현상들이 장난처럼 느껴질 만큼 그 어마어마한 모습에 이세훈의 눈매가 일그러졌다.
‘저 새끼…… 그 와중에 레아를 노리네.’
제출품 사이에 은밀히 숨겨져 있던 마력침식기.
찰스는 그것을 발동시켜 공명현상을 이용해 레아의 마력을 침식하려 한 것이다.
‘어떻게 방향을 돌려서 막기는 했지만…… 이젠 위험해.’
방금까지는 어떻게든 수습할 수 있었지만 찰스의 개수작으로 인해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을 넘어섰다.
공명현상에 의한 폭주는 모든 물건을 일제히 통제하여 진정시키지 않으면 가라앉힐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구만.’
약간의 피해를 감수해서라도 출구의 격벽을 부수고 탈출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노선을 바꾼 이세훈이 자신의 명치를 움켜쥔 순간.
“아직이야……!”
레아의 두 손이 스피어의 황금빛 구체를 움켜쥐었다.
우우웅!
레아가 모든 제출품과 연결되어 있던 핵을 잡은 순간. 스피어에 의해 대신 처리되고 있던 모든 연산 과정이 머릿속으로 직접 스며들었다.
“───아.”
일순간 새하얗게 물들었던 시야가 돌아오고 코밑이 축축해지며 혀끝에 비릿한 쇠 맛이 느껴진다.
아주 잠깐 연결되었을 뿐인데 뇌가 과부하를 일으켜 의식이 끊어지며 코피가 터진 것이다.
“뭐 하는 짓이야?!”
레아의 어깨를 잡아당겨서 스피어로부터 떼어낸 이세훈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냥 공명현상을 일으키고 있을 때도 위험한데 지금처럼 폭주까지 일어나고 있을 때는 자칫 잘못하면 뇌가 곤죽이 되어 백치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아, 하아…….”
이세훈의 부름에 레아가 거칠게 숨을 고르며 스피어를 바라보았고,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아직…… 할 수 있어…….”
“지금 그 꼴로 할 수 있다고? 헛소리하지 마.”
이 이상은 레아에게 정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리 판단한 이세훈은 루이제를 바라보았다.
“루이제. 마력 최대한 긁어모아서 저쪽에다 공격.”
탁
어깨를 붙잡고 있던 자신의 손을 꽉 움켜쥐는 손. 그에 다시 고개를 돌린 이세훈이 레아를 바라보았다.
“조금만 더 보면…… 그러면 할 수 있어. 정말이야…….”
“…….”
창백하게 질린 얼굴과 다르게 맑게 빛나는 초록빛의 눈동자. 그 확신이 담긴 모습에 이세훈이 고민하던 그때.
“그냥 도와줘.”
마력을 통제하던 루이제가 담담히 이야기했다.
“저렇게까지 말하는 거면 뭔가 있겠지. 설마 레아를 못 믿어서 그런 건 아니지?”
“그건 아니지만…….”
위기를 성장에 이용하는 것도 정도가 있는 법. 거기다 여기서 조금만 더 지나면 자신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그러니까 차라리 여기서 끊어야 돼.’
당장 레아에게 아쉽더라도 그것이 맞는 길이다. 그렇게 이세훈이 막 이야기하려던 그때.
“괜찮아.”
루이제의 목소리가 이세훈의 귓가에 울렸다.
“네가 어디까지 내다보고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또 네 발목을 붙잡고 늘어질 만큼 얼빠지게 시간을 보내진 않았어.”
“…….”
“그러니까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봐.”
고개를 돌린 루이제가 흔들림 없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내가 도와줄 테니까.”
그 예상치 못한 이야기에 이세훈이 잠시 말문이 막혔고, 이내 피식 웃었다.
“그러냐.”
예전에도 느꼈지만, 천재라는 녀석들은 왜 이렇게 자라나는 속도가 빠른지 모르겠다.
빠듯했던 상황에 한 명의 동료가 늘어나면서 조금이지만 여유가 생겼다. 한 차례 숨을 고른 이세훈이 루이제에게 이야기했다.
“주변에 시야 좀 가려줄 수 있어?”
시험장의 불안정한 마력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별도로 언령 마법을 부탁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루이제는 언령 마법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Night Veil】
촤악!
루이제의 모아둔 마력의 일부가 빠져나가 두 사람을 감쌌고, 그 모습을 확인한 이세훈이 레아를 바라보았다.
“말하는 걸 보니 뭔가 패턴이라도 알아차린 모양인데 그게 다라면 성공확률은 반반이야. 지금처럼 폭주 중일 때는 불안정한 게 변동폭이 크거든.”
“…….”
“그러니까 지금 네게 필요한 건 그 변동폭도 계산할 수 있는 ‘경험’이야.”
백광비수를 뽑아 든 이세훈이 망설임 없이 손바닥을 그었다.
스윽
꽤 깊이 베였는데도 피 한 방울 흐르지 않는 손바닥. 그대로 주먹을 꽉 움켜쥔 이세훈이 조용히 속삭였다.
“피는 육체를 움직이는 연료이자 윤활유이며 마력이 생겨난 지금은 개별적인 동력으로도 쓸 수 있어. 그리고 난 거기에 ‘기록’이 가능하다고 생각해.”
모르는 사실을 알려주듯이, 그리고 주문을 읊듯이 이세훈의 손아귀로 붉은 기운이 일렁였다.
“사람의 몸에 담긴 영혼. 육체에 얽매이지 않는 그 순수한 재료에서부터 기억을 추출하여 피에 담는 거지.”
우웅
영연신마법을 운용하며 체내에서 걸러낸 피를 손바닥에 모았고, 심상 속에서 망치를 그려내며 힘껏 두드린다.
카앙!
손아귀에서 느껴지는 희미한 감촉. 거기에 이세훈이 손바닥을 펼치자 손가락만 한 붉은 결정이 만들어졌다.
“그건…….”
“방금 내가 한 말을 이해했다면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을 거야. 이해했어?”
이세훈의 물음에 레아가 피로 만들어진 결정을 바라보았고, 이내 무언가 깨달은 듯 대답했다.
“이 결정이 후배라는 뜻이구나.”
저 결정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아주 잠깐이지만 이세훈이 되어 그 기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레아의 대답에 이세훈이 씩 웃었고.
“합격이야.”
툭
입 안쪽으로 단숨에 결정을 밀어 넣었다.
스르륵
입안에 들어온 결정이 순식간에 녹아들었고, 비릿한 쇠 맛과 함께 머릿속의 정보들이 다시 보였다.
그저 막연하게 형태만으로 이해했던 마력의 패턴. 그 안에 있을 뼈대와 여러 변수가 ‘경험’을 통해서 보충되는 것이다.
뛰어난 재능과 그에 반해 압도적으로 부족한 경험. 그 불균형이 처음으로 맞춰진 순간.
“찾았다!!!”
후웅!
망설임 없이 스피어의 핵을 움켜쥐었다.
우우웅!
머릿속으로 밀려 들어오는 막대한 연산이 정해진 계산법에 따라 처리되고, 이어서 값이 출력되듯 하나의 인챈트가 머릿속으로 만들어진다.
그것을 확인한 레아는 곧장 붓을 쥐고 황금빛 구체의 위로 새로운 술식을 새겨 넣었다.
촤자작─!
레아의 붓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게 절묘하게 회전하는 스피어의 고리. 그리고 황금빛의 구체에 모든 술식이 빼곡하게 들어찼고
“재기동!”
황금빛 구체가 주변을 휩쓸었다.
파앙─────
두 사람을 둘러싼 검은 장막도, 레아가 끌어모으고 있던 마력도, 그리고 시험장 전체를 폭주시키던 모든 마력이 황금빛 파동에 휩쓸려 사라졌다.
쿠구구궁
출구를 가로막던 마력 장벽도 간단히 허물어지고 격벽도 위쪽으로 올라가며 복도가 드러났다.
“여, 열렸다!”
“다들 괜찮으십니까?!”
반대편에 있었던 상아탑의 직원들이 황급히 안으로 달려들어 왔고, 모든 것이 해결된 것 같은 그 모습에 생도들이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 의문을 가졌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한 거지……?”
“그냥 상아탑 쪽에서 해결한 거 아니야……?”
그렇다고 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절묘하지 않았나. 모두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 사태를 해결한 것으로 보이는 세 사람을 보고 있을 때.
“설마…….”
사태를 파악한 란 페이가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상아탑의 시스템을 장악해서 재기동한 거냐? 그 장치로 공명시켜서?”
란 페이의 이야기에 주변의 이들이 순간적으로 이해를 못 하다가 이내 점점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마법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영웅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낸 상아탑의 관리 시스템. 그것을 생도들이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아무리 폭주 상태였다고는 해도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렇죠? 아. 그거 말고도 살짝 흥분해서 하나 더 하긴 했는데…….”
“하나를 더 했다고?”
재기동한 것만으로 대단한데 도대체 또 뭘 했단 말인가. 머쓱하게 웃는 레아의 모습에 란 페이가 떨떠름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
“차, 찰스 교수님……!”
상아탑의 관계자중 한 사람이 당황하며 달려왔다.
딱 봐도 심상치 않은 표정. 거기에 그 관계자가 자신의 아래에서 일하는 『여명』의 단원이라는 사실에 찰스가 묘한 불안감을 느꼈다.
‘설마…… 아니, 그럴 리가.’
아무리 그래도 생도들 따위가 뭘 할 수 있겠는가. 찰스가 표정을 관리하며 물었다.
“왜 그러는가? 진정하고 말해보게.”
“그, 그게…….”
주변을 살펴보던 관계자가 마른침을 삼키고는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지금 상아탑의 시스템이 폭주를 일으키며 특정한 마력 패턴을 보유한 설비와 장치들을 모조리 과부하시켜서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특정한 마력 패턴?”
“예. 그게…….”
잠시 머뭇거리던 관계자가 다시금 이야기를 이었다.
“최근에 구입한 신형 제품들입니다.”
“…….”
신형 제품. 그 단어에 찰스의 입이 벌어졌다.
바벨에서 새로운 인재와 재료를 얻기 위해 일반 설비로 위장하여 조금씩 들여오고 있었던 『여명』의 각종 장치들.
“비상엔진을 폭주시킨 이상한 마력 술식이 보이길래 짜증 나서 관련된 걸 다 날려 버렸어요. 하핫!”
그 모든 설비가 한순간에 증발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