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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가 다 만들어줌-108화 (108/309)

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108화

우르의 번화가 중심.

높이 솟아오른 마천루들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크기와 존재감을 자랑하는 초대형 빌딩, 상아탑을 향해 생도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후우…… 후우…….”

“발표만 잘하면…….”

“제발 마법발동 안 꼬이게 해주세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조금씩 가까워지는 상아탑을 올려다보는 생도들.

어떤 생도는 너무 긴장했는지 골목길로 달려가며 토악질을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좀처럼 앞으로 걸음을 떼지 못한다.

그 광경을 걸으면서 구경하던 이세훈은 살짝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까지 떠들썩할 줄은 몰랐는데.’

어느 정도 유명한 녀석들만 참가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의 예상과 달리 마법 분야에 종사하는 생도들 대부분이 찾아온 것 같았다.

심지어 1~3학년뿐만 아니라 현역 활동을 병행하느라 얼굴을 보기 힘든 4학년들도 많이 보였는데 그 모습에 이세훈이 살짝 감탄했다.

‘상아탑이 그만큼 알아준다 이거구만.’

이전에는 그냥 큰 후원재단이라고만 생각했지만, 마법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있어서는 그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면 『여명』 그놈들도 생각보다 더 깊숙이 침투해 있겠어.’

이만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면 간부, 최소 이사직 중에 한두 명은 섞여 있을지도 모른다.

경계도를 한 등급 더 높인 이세훈이 건물 앞까지 도착했고, 정장을 입은 가드들이 소리 높여 안내했다.

“특기생 선발대회에 참가하시는 생도분들은 우측 입구를 통해서 들어가 주시길 바랍니다!”

자연스럽게 입구 쪽에 줄이 만들어졌고, 차례차례 통과하면서 이세훈의 차례가 왔다.

“들어가면서 간단한 마력스캔 있으니까 저항하지 마시고 들어가 주세요.”

가드의 설명을 들으며 이세훈이 입구 안쪽으로 들어선 순간. 몸 전체에 마력이 얇게 스쳐 지나가며 전신을 살폈다.

‘마기가 실린 물건만 체크하는 건가.’

조금 예민한 곳은 아공간 아이템까지 모조리 뒤집어보지만 바벨이라서 그런 건지, 자신들의 설비에 자신이 있는 건지 기본적인 것만 체크하고 로비로 들여보냈다.

“가이드라인 따라서 쭉 들어와 주세요!”

가드들이 쉴 새 없이 외치며 안내했고 그 이야기에 이세훈이 곧장 안으로 들어서려던 순간.

“이세훈 생도!”

“여기 한 번만 봐주세요!”

찰칵찰칵!

가이드라인 너머에서 터져 나오는 외침과 카메라 소리. 참가자, 정확히는 유명세를 가진 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이 이세훈을 발견하며 바쁘게 질문을 쏟아냈다.

“이번 특기생 선발대회에 참가하시게 된 계기가 뭔지 말씀해 주세요!!”

“제련학부에서 마도학부로 전과하신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사실인가요?”

“이세훈 생도의 실력이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던 장인들이 갑자기 휴업을 선언했는데 그에 대해 아시는 게 있으십니까!”

특기생 선발대회보다는 이번 기회에 자신에 대한 뭔가를 건져가려는 듯한 모습. 그 열띤 반응에 이세훈은 자신도 모르게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가 좀 유명해지긴 한 모양이네. 기자들도 달라붙고…….’

자신만 보려고 온 건 아니겠지만, 이렇게 반응이 격하니 기분이 남다르다.

이글거리는 눈으로 자신을 응시하는 기자들의 모습에 이세훈이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검기 양산화 말입니다.”

“……예?”

“정말 불가능한 걸까요?”

뜬금없이 질문을 던지고 가이드라인을 따라 안쪽으로 걸어가는 이세훈.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기자들이 뒤늦게 질문의 의도를 깨달았고, 이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자, 잠깐! 그게 무슨 뜻입니까?!”

“검기 양산화가 가능하다고 말씀하신 거니까??”

“이세훈 생도 한 마디만……!”

“가이드라인 넘어오시면 안 됩니다!”

뒤쪽에서 들려오는 기자들의 절규와 가드들의 다급한 목소리. 그 격렬한 반응에 이세훈이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난리도 아니구만.’

이제 곧 인터넷에 자신의 말이 퍼지면서 검기 양산화를 연구 중이라거나, 아니며 이미 만들었다는 등 온갖 헛소리가 퍼질 것이다.

나중에 있을 마이어스와의 계획을 위해서 착실하게 밑밥을 뿌린 이세훈이 만족하고 있을 때.

“겁이 없네.”

뒤쪽에서 한숨이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검푸른 머리카락에 훤칠하게 생긴 청년. 자신을 비웃으려고 하기보다는 안타까워하는 듯한 그 목소리에 이세훈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뭐가 겁이 없어?”

“검기 양산화는 만마전 쪽에서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기술인 거 몰라? 아무리 거짓말이라 해도 의심받는 순간 그대로 죽을 수도 있다고.”

온갖 헛소리를 하면서 업계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 이들도 절대 섣불리 말하지 않는 것이 바로 검기 양산화였다.

그런데 그걸 대놓고 저렇게 발언하다니. 바벨 안이면 몰라도 밖으로 나가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리라.

“지금이라도 허세였다고 말하는 게 좋을 걸. 아니면 진짜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몰라.”

진지하게 경고하는 청년, 하워드 그랜트의 모습에 이세훈이 잠시 고민하다가 물었다.

“근데 넌 누군데 나한테 친한 척하냐?”

“…….”

이세훈의 물음에 잠시 적막이 감돌았고, 이내 하워드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나, 날 모른다고? 같은 학과수석인데 어떻게…….”

“학과수석? 아, 혹시 우르 쪽인가?”

정말로 모르겠다는 듯이 의아해하는 얼굴. 그 예상치 못한 반응에 하워드가 이세훈과 친해진다는 본래 계획도 잊고 멍하니 서 있을 때.

“너 뭐해?”

안쪽 복도에서 걸어 나온 루이제가 이세훈을 발견하며 눈매를 찌푸렸다.

“참가자면 조수보다는 빨리 와야 할 거 아냐.”

“어쩌다 보니 조금 늦었네. 레아는?”

“먼저 올라갔어. 우리랑 같은 층이니까 올라가면 볼 수 있을 거야.”

“그래? 그럼 바로 올라가자.”

시험 전에 몇 가지 체크해 볼 것도 있으니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루이제와 함께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려던 이세훈은 문득 자신에게 말을 걸었던 하워드를 슬쩍 바라보았다.

“야. 루이제.”

“응?”

“너 저놈 누군지 아냐?”

“저놈?”

이세훈의 어깨너머로 고개를 빼꼼 내민 루이제가 하워드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이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모르겠는데…… 그냥 참가자 아니야?”

“그래? 흐음…….”

이상하다는 듯 하워드를 바라본 이세훈이 작게 중얼거렸다.

“별 이상한 놈을 다 보겠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루이제와 함께 안쪽의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이세훈.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하워드가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괜찮아…… 상정범위 안이야. 어쩌면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 도발한 걸지도 모르지.’

모처럼 특기생 선발대회에 참가한 만큼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리 생각한 하워드가 다시금 마음을 가라앉히며 차분한 표정으로 안쪽으로 향했고.

“야. 저놈 쫓아오는데.”

“가드한테 말하고 올까?”

“…….”

숙덕거리는 이세훈과 루이제의 모습에 두 눈이 있는 힘껏 일그러졌다.

***

띵!

[12층입니다.]

제3 시험장이 있는 12층에 도착 엘리베이터. 루이제와 함께 복도에 내린 이세훈은 슬쩍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방금 그놈…… 뭐 하는 놈이지?’

처음에는 단순히 오지랖을 부리는 녀석인가 했지만, 잠깐 대화를 나누면서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상대를 살피는 시선부터 표정과 행동까지. 하나하나가 모두 계산된 움직임이었던 것이다.

‘생도가 저렇게까지 할 수 있나…….’

속내를 감추고 내숭을 부리는 거야 루이제도 할 수 있지만 저렇게 표정과 행동까지 감추는 것은 심상치 않다.

나중에 다시 마주친다면 주의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세훈은 복도를 나와 12층의 내부를 살폈다.

다섯 줄로 쭉 늘어져 있는 책상들과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 챙겨온 제출품을 꺼내고 있는 생도들.

우우웅!

뭔가 복잡해 보이는 마법진도 많았고 스크롤이나 보석 같은 일회용 아이템도 적지 않게 보였다.

거기에 두꺼운 책이나 흉흉하게 빛나는 도끼. 큼지막한 상자가 책장을 들고 온 이들도 꽤 있었는데 그야말로 가지각색이었다.

그 광경을 빠르게 훑어본 이세훈은 이어서 벽이나 천장을 둘러보았다.

‘공간마법으로 확장해 둔 건가.’

밖에서 볼 때보다 내부가 넓기도 했고 엘리베이터 복도를 나오자마자 뻥 뚫린 공간이 나오는 것 자체가 이상했다.

아마 본래 이 층에 있던 시설들을 다른 층으로 옮겼거나, 아니면 아예 아공간을 사용했을 수도 있으리라.

‘흐음……. 어디까지 되려나.’

이세훈의 시험장을 차근차근 살피며 머릿속으로 헤아려보고 있을 때.

“음?”

주변 생도들을 둘러보던 루이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레아 애는 어디 갔어?”

“왜. 안 보여?”

“응. 분명 아까 먼저 올라갔는데…….”

당황하는 루이제의 모습에 이세훈도 주변을 빠르게 훑어보았고, 이내 눈앞에 보이는 한 광경에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잠깐 다녀올 테니까 자리에 가 있어.”

루이제를 놔둔 이세훈은 곧장 아무도 없는 책상, 그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거기서 뭐해?”

“으악……!”

쿵!

천으로 둘러싸인 물건을 슬쩍 살펴보다가 깜짝 놀라 책상 아래를 머리로 들이박은 레아.

“끄윽…….”

머리를 감싸 쥐며 꿈틀거리는 그 뒤통수에 이세훈이 잠시 눈매를 매만지다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물었다.

“너 지금 나 웃기려고 그러냐?”

“아, 아니. 그게 아니고…… 그러니까…….”

레아가 좀처럼 말을 잇지 못하고 당황하고 있을 때.

“또 터트릴까 봐 그러는 거야.”

방금 들었던 목소리가 뒤쪽에서 들려왔다.

“1학년 때 저 ‘스피어Sphere’로 민폐를 많이 끼쳤었거든.”

어느새 쫓아온 청년, 하워드의 이야기에 이세훈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

“민폐?”

“그때 설명한 대로라면 사용자가 지정한 물체만 간이 인챈트를 걸어서 연결시켜야 하는데…….갑자기 폭주하면서 제멋대로 연결하기 시작했거든.”

그 결과 다른 생도들이 1학년 평가시험을 위해 준비해 온 수많은 물건이 마구잡이로 연결되었고, 공명으로 증폭된 힘이 단숨에 폭발해 버린 것이다.

“시험장의 방호장치 덕분에 사망자는 없었지만 다친 애들이 꽤 많았었지. 그게 원인인지는 몰라도 뒤에 성적이 부진하다가 자퇴한 친구들도 있었고.”

“…….”

하워드의 설명에 레아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이미 2년도 다 되어가는 일이지만, 처음으로 사람을 다치게 만들었던 순간인 만큼 완전히 잊기란 힘들었다.

“뭐, 하지만 이제는 다 지나간 일이지. 그리고 오늘 그렇게 다시 가져왔다는 건…… 똑같은 짓을 반복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거 아냐?”

“…….”

“기대하고 있을 게. 네가 만든 제출품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정말 많거든.”

슬쩍 웃은 하워드가 자신의 자리로 가버렸고, 책상 아래에 들어가 있던 레아가 아무런 말 없이 천으로 둘러싸인 물건을 꼭 껴안았다.

그 모습에 이세훈이 한숨을 푹 내쉬며 이야기했다.

“어제 제대로 작동하는 거 봤잖아.”

“……그렇지.”

“혹시나 싶어서 며칠 동안 쉴 새 없이 확인했고.”

“103번 정도였지.”

“근데도 불안해?”

이세훈의 물음에 루이제가 잠시 입을 다물다가 쥐어짜내듯이 대답했다.

“이건…… 불안하네.”

이번에 만들어낸 인챈트는 다르다고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마음이 좀처럼 따라주지를 않는다. 그런 레아의 모습에 이세훈이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

‘슬럼프의 원인이 이거였었나.’

문제없다는 데도 실험을 계속하길래 그냥 혹시라도 자퇴하게 될까 봐 긴장해서 그런 줄 알았더니 아무래도 옛날 생각 때문이었던 모양이다.

움츠러든 레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이세훈은 가장 간단한 방법을 사용했다.

후웅!

“어?”

큼지막한 책상이 종잇장처럼 들렸고, 그사이 이세훈이 재빠르게 레아의 몸을 낚아챘다.

“우왁!”

레아를 어깨에 둘러멘 이세훈은 다시 책상을 내려놓은 다음 그 위에 사뿐히 내려다주었다.

그리고 흑령사를 허리에 여러 겹 둘러맨 다음 책상에다가 고정시켰고.

“<강제고정>.”

후웅!

언령각인으로 쇠보다 튼튼한 밧줄로 만들어냈다.

“……자, 잠깐.”

눈 깜짝할 사이에 책상 위에 앉은 채로 고정당한 레아.

남들보다 높은 곳에 앉았다 보니 자연스레 머리가 삐죽 튀어나와 돋보였는데 사방에서 시선이 쏟아졌다.

“후, 후배. 이건 아닌 것 같아. 우리 강의실도 아니고 선발대회에서 이게 무슨…….”

온갖 기행을 일삼고 부끄러움을 모르던 레아조차 수치심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어가는 레아의 모습에 이세훈이 가만히 눈을 마주보았고.

“우리 선배 잘할 수 있다. 화이팅.”

진심을 담은 응원을 남긴 뒤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아…… 안 돼. 잠깐, 후배! 내가 잘못했어. 이제 기운 났으니까…… 아니…… 진짜, 야이 개─”

뒤에서 뭐라고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지만, 이세훈은 깔끔하게 무시하며 하티를 꺼냈다.

“우리도 슬슬 준비하자. 잘 할 수 있지?”

“뭐…… 연습했으니까.”

하티를 건네받은 루이제가 막 착용을 하려다가 문득 뒤쪽을 바라보았다.

“…….”

제발 도와달라는 애원의 눈빛을 보내는 레아. 그 모습에 루이제의 두 눈동자가 잠시 떨리다가 아무것도 못 봤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너 진짜 개새끼인 거 알지?”

여러 의미로 감탄이 담긴 그 물음에 이세훈이 피식 웃었다.

“모르고 하면 그건 악마새끼지.”

“…….그것도 그러네.”

지금은 괴롭지만, 어쨌든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하며 루이제가 마음속으로 레아를 응원했고.

“지금부터 특기생 선발대회의 예선전을 진행하겠습니다! 생도 여러분들은 모두 자리에서 대기해 주십시오!”

진행자의 우렁찬 외침이 제3 시험장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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