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97화
아공간 터미널의 한쪽에 위치한 한국 게이트.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로비의 기둥 앞에서 염성하가 팔짱을 낀 채 시계를 바라보았다.
“…….”
오후 1시 50분.
약속한 시간은 오후 2시이긴 했지만 염성하로서는 지금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 상황 자체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창만 만들어주면 될 것을 쓸데없는 짓을…….’
그래 봐야 대장장이인 녀석이 도대체 무슨 도움을 주겠다고 나선단 말인가.
짐 덩어리를 떠안은 듯한 기분에 염성하가 눈매를 찌푸리다 이내 팔짱을 풀었다.
“……시간낭비군.”
창이라면 어차피 공방에도 널리고 널렸을 터. 그냥 그쪽에서 아무거나 사용하기로 한 염성하가 게이트 쪽으로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아. 이쪽이야?”
이세훈이 자연스레 옆으로 따라붙었다.
“……언제부터 온 거냐.”
“방금. 많이 급해 보이던데 빨리 가자고.”
게이트 쪽으로 턱짓을 하며 여유롭게 웃어 보이는 이세훈의 모습에 염성하가 눈매를 일그러뜨렸다가 고개를 돌렸다.
“뒤처지면 버리고 간다.”
차갑게 말하며 성큼성큼 걸어가는 염성하. 그 모습에 이세훈이 피식 웃으며 뒤를 따라 개찰구로 향했다.
삑─
생도증을 가져다 대자 짧은 기계음과 함께 개찰구가 열렸고 복도를 따라 들어가자 넓은 회랑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 곳곳에 연결되어 있는 게이트.
영웅들만 이용하는 위험지역의 게이트와 달리 이쪽은 일반 시민들이 주로 사용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분위기가 상당히 느슨했다.
“그래서 공방은 어디에 있는데?”
“…….”
이세훈의 질문에 염성하는 대답 대신 강원도 쪽 터미널로 다시 말없이 성큼성큼 걸어갔다.
‘덩치는 산만 한 놈이 하는 짓은 완전 애구만.’
그 모습에 이세훈이 피식 웃으면서 뒤따라갈 때. 주변에서 묘한 시선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얼굴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시선. 우연히 본 것처럼 꾸미며 자신과 염성하를 살피는 시선.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디서 보는지 애매한 시선까지.
그 다양한 시선들에 이세훈은 상대가 누구인지 어느 정도 구분해냈다.
‘일반인이랑 염화문에서 보낸 놈들. 그리고 마광수 그 영감이구만.’
이전처럼 원견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염화문의 권력 다툼이 엮여서 그런지 직접 움직인 모양이다.
‘아니면 약속이라는 단어 때문에 그런 걸 수도 있고.’
회귀 전의 마광수는 도플갱어와 마인을 죽이는 것 이외에 대부분 무관심한 편이었다.
하지만 그중에 몇 안 되게 관심을 보이는 것들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약속, 정확히 말하자면 ‘약속을 지키려는 사람’에 관한 것이었다.
‘약속 하나 지키겠다고 무리하는 놈들이 제일 짜증 난다고 했었지.’
실제로 공방에 찾아올 때마다 미련한 놈들이라고 욕을 퍼부었지만, 다른 사람에게 들어보면 그 뒤를 은밀하게 도와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뭔가 사연이 있었던 거 같긴 하던데…… 이번에는 들을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 편이었지만 이번에는 회귀 전과 달리 인연을 맺기도 했으니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이세훈이 걷고 있을 때.
“…….”
저 멀리서 가만히 서 있는 염성하의 뒷모습이 보였다.
먼저 걸어갈 때는 언제고 진짜 뒤처질 것 같으니 기다리고 있다니. 그 어처구니없는 모습에 이세훈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따라붙었다.
“야. 너 지금 컨셉 잡는 거지?”
“…….”
“그냥 도와준다고 하면 고맙다 하면 될 것을 꼭 쓸데없는 자존심을…….”
“닥쳐라.”
눈도 안 마주치고 다시 성큼성큼 걸어가는 염성하. 한결같은 그 모습에 이세훈이 쓴웃음을 지으며 뒤따랐고.
“쯧…….”
야구 모자를 눌러쓴 마광수도 그 뒤를 조용히 따라갔다.
***
부우웅─
택시에서 내린 이세훈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한적하구만…….”
산골짜기 아래에 논밭과 함께 자리 잡은 작은 동네. 주택도 겨우 다섯 채밖에 없었는데 텅 빈 것처럼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 을씨년스러운 동네를 찬찬히 살펴보던 이세훈은 언덕 위쪽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공방을 발견했다.
“저기야?”
“그래.”
짤막하게 대답하며 언덕 위로 올라가는 염성하. 그 뒤를 다르던 이세훈은 불이 꺼진 주택을 살폈다.
‘흐음…… 나름대로 준비를 하긴 한 모양이네.’
주택 곳곳에 숨겨져 있는 각종 함정. 나름대로 공을 들인 것 같았는데 이세훈의 눈에 엉성한 부분들이 조금씩 보였다.
‘제대로 쓸려면 좀 고쳐야겠네.’
몇몇 부분들을 눈여겨봐 둔 이세훈은 언덕을 마저 올라 눈앞의 공방을 바라보았다.
후즐근한 시골집처럼 보이면서도 굴뚝이나 방호설비는 최신형으로 갖춰진 공방.
마치 옛날 집에 애착을 가진 사람이 개조한 것처럼 보였는데 그 모습에 이세훈이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무슨 사연이라도 있나…….’
곳곳에서 세월이 느껴지는 그 모습에 이세훈이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고 있을 때.
쾅!
공방의 문이 열리며 한 노인이 나왔다.
“…….”
새치가 올라와 뿌리가 새하얗게 샌 검은 머리칼의 노인. 그가 염성하를 바라보며 두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이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끝났나…….”
허무한 표정과 힘 빠진 목소리. 마치 삶을 포기한 듯한 그 반응에 이세훈이 염성하에게 속삭였다.
“왜 저러는 거야?”
“……나도 모른다.”
자신도 이 상황이 당혹스러운지 눈매를 찌푸린 염성하가 노인, 박진환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입니까.”
염성하의 물음에 박진환이 고개를 천천히 내리면서 염성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언제 넋을 놓았냐는 듯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염성하의 멱살을 붙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네놈이 찾아오는 순간 너나 나나 문주한테 무조건 죽는다고 몇 번을 말했냐! 그런데 기어코 여기까지 기어들어 와? 진짜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화가 났다기보다는 답답함에 소리치는 듯한 모습. 그 모습에 염성하는 흔들림 없이 꼿꼿이 선 채로 이야기했다.
“안 죽습니다.”
“왜 안 죽어. 이제 와서 문주 자리라도 포기할 셈이냐?”
“제가 경호하러 왔으니 안 죽는단 말입니다.”
“그래서 죽는 거라고 말했잖아 이 멍청한…… 어?”
답답하다는 듯이 염성하에게 고래고래 소리치던 박진환이 뒤늦게 이세훈을 발견하고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자네는…….”
“처음 뵙겠습니다. 바벨의 제련학부 1학년인…….”
“이세훈?”
소개를 가로챈 박진환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
“학과수석이라던 이세훈 생도 맞나? 마이어스의 괴물한테 검을 만들어줬다던…….”
“괴물이 제이크를 말하는 거라면 제가 맞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이세훈의 모습에 박진환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 같은 사람이 왜 이런 곳에……?”
“옆에 서 있는 녀석이 도와달라고 해서요.”
“저놈이 멋대로 따라온 겁니다.”
퉁명스럽게 이야기하는 염성하. 하지만 그 모습에 박진환은 더욱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주먹을 안 휘두른다고……?’
저렇게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지으면서 말로 끝내다니. 그 믿기지 않는 광경에 박진환은 문득 이전에 들었던 소문을 떠올렸다.
‘이세훈이랑 친한 사이라는 게 진짜였던 건가?’
염성하가 외부와 결탁했다는 누명을 씌우려고 날조한 소문이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자신이 잘못 착각했던 모양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두 사람을 번갈아 보던 박진환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며 이야기했다.
“이,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하지.”
“저는 주변 정찰부터 하겠습니다.”
제 할 말만 하고 뒷마당으로 가버리는 염성하. 결국 이세훈만 박진환을 뒤따라 공방으로 들어갔다.
“손님이 오는 줄 알았으면 좀 치워뒀을 텐데…… 지저분한 건 좀 넘어가 주게.”
“실례하겠습니다.”
멋쩍어하는 박진환과 함께 공방으로 들어온 이세훈은 내부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오래된 공방이네.’
화로나 몇몇 중요한 도구를 제외하면 모두 옛날식이었으며 곳곳에 깊이 남아 있는 그을음이 세월을 짐작케 만든다.
그렇게 내부를 찬찬히 둘러보던 이세훈은 문득 한쪽 벽면에 장식된 무구에 눈길이 닿았다.
‘호오…….’
투명한 케이스 안에 보관된 2m 정도의 붉은 장창.
긴 삼각형으로 만들어진 창날은 작살처럼 아래쪽이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었고 창대는 3분의 1까지 일정한 간격으로 동그랗게 홈이 파여 있었다.
‘찔러서 고정한 다음에 홈에서 터져 나오는 불꽃으로 갈겨 버리는 방식인가.’
한 번 제대로 찔리는 순간 황천길로 보내 버리는 흉흉하기 그지없는 물건.
영웅 등급은 족히 되어 보이는 그 모습에 이세훈이 흥미롭게 살펴보자 박진환이 슬쩍 물었다.
“왜 그러는가?”
“아. 그냥 잘 만들어졌구나 싶어서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가?”
“예. 누군지는 몰라도 창 주인이 가지고 있던 사소한 버릇까지 신경 써서 만들어준 것 같은데 방식이 마음에 드네요.”
오래전에 만들어진 것인지 군데군데 비효율적인 부분들도 보였지만, 곳곳에 세심하게 신경 쓴 부분들이 그런 단점을 보완했다.
‘까다롭지만 익숙해지면 오랫동안 쓸 수 있는 물건이야.’
높은 등급에만 집착하지 않고 사용할 사람에게 맞춰서 만들어낸 무구. 이세훈이 지향하는 방향이기도 했고, 동시에 좋아하는 형태이기도 했다.
“거기까지 보다니…… 자네 이름이 왜 그렇게 떠들썩하게 들렸는지 조금 알 것 같군.”
진심으로 감탄한 박진환은 장식되어 있는 장창을 바라보며 담담히 이야기했다.
“저건 염화문의 초대 문주가 현역으로 활동할 때 사용하던 창일세. 내가 1년에 걸쳐서 만들어낸 물건이었지.”
“초대 문주…….”
염륜잔화창과 염화문을 만들어낸 전직 S급 영웅. 그리고 고아였던 염성하를 입양하여 길러준 양부이자 사부인 염진현.
그가 은퇴하기 전에 사용했다던 장창의 모습에 이세훈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생각해 보니 요즘 젊은이들은 잘 모르겠군. 35년 전에 활동한 게 마지막이었으니 말이야.”
“역대 염화문의 문주 중에 유일하게 S급 영웅이셨다는 건 들었습니다.”
“……그랬었지. 기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 듯 씁쓸한 표정을 지은 박진환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과거 이야기는 그만하세. 이제 다 지나간 이야기니.”
“알겠습니다.”
마음과 같아선 더 듣고 싶었지만, 본래 이런 이야기는 감정이 올랐을 때 들어야 제대로 된 것이 나온다.
거실의 탁자에 앉은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늦었지만 내 소개부터 하지. 염화문에서 전속 대장장이를 맡았었던 박진환일세.”
박진환의 소개에 이세훈이 두 눈에 이채를 띠며 물었다.
“맡았었던 이라면…….”
“이제는 잘렸단 뜻이지. 어제부로 고문직이라는 겉만 번지르르한 직책으로 좌천됐다네.”
쓴웃음을 지은 박진환이 표정을 가다듬으며 이세훈을 바라보았다.
“지금 상황이 정확히 어떻게 된 건지는 알고 있나?”
“염성하랑 어르신이 이원룡 문주에 의해 제거될 상황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왔다는 건…… 자네가 염성하를 지지하고 있다고 봐도 되겠는가?”
올해 막 입학한 생도에게 자신들을 지지하는지 확인하다니. 누군가는 보고 비웃을 이야기였지만, 박진환은 지금이 가장 중요한 상황이라 생각했다.
‘이 녀석은 이미 평범한 생도가 아니다.’
바르무트를 양산형 무구 산업에서 완전히 몰아낸 중소장인 연합 ‘마이어스’의 대표인 김인철. 그리고 그 상황을 만들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류은하.
두 사람이 이세훈의 후견자라는 것은 세간에 널리 알려진 상태였고, 마이어스 가문과 이노우에 가문도 영입을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고 알려져 있었다.
‘파검 마광수의 제자가 됐다는 소문도 있고…… 이번 사건으로 연군검 카사르에게도 호의를 샀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지.’
물론 이세훈을 향한 호의가 염성하에게로 무조건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이원룡이 날뛰는 것을 막아줄 고삐는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이세훈을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느냐에 따라 염성하와 자신을 비롯한 중립파, 그리고 요양 중인 염진현의 미래가 결정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지라……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전 염성하가 염화문의 문주가 되기를 원하거든요.”
이세훈의 대답에 박진환이 몸을 흠칫 떨었다가 숨을 고르며 물었다.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나?”
“나중에 육대마경에 들어가게 될 때 도와주는 조건으로 거래했습니다.”
“육대마경? 그게 무슨…….”
S급 영웅들조차 쉽사리 들어가지 않는 그 끔찍한 장소를 도대체 뭐 하러 간다는 말인가.
농담이라도 하는가 싶었지만 그 진지한 표정에 박진환은 이세훈이 진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염화문과 협력관계를 맺는다거나 그런 게 나올 줄 알았더니…….’
너무 예상 밖의 대답에 박진환이 말을 잇지 못하고 있을 때. 이세훈이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죠. 대장장이들이 강한 영웅 찾아다니는 거야 흔한 일이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그래서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염성하를 도우려는 겁니다. 그 이외의 목적은 없습니다.”
“할 수 있는 선…… 그렇군.”
다른 사람들까지 염성하를 도와줄지는 알 수 없지만, 최대한 노력해서 돕겠다. 위험을 무릅쓰고 따라온 이세훈의 모습에 박진환이 고개를 숙였다.
“고맙네.”
“서로 거래를 한 건데요 뭘. 염성하 그놈한테 제대로 뜯어갈 테니 너무 좋아하셔도 난감합니다.”
“괜찮네. 그놈이 가져다 쓰는 돈은 전부 문주 돈이니까.”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하는 박진환. 어느 정도 분위기가 풀린 것을 확인한 이세훈은 본격적으로 습격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냈다.
“동네가 텅 비어 있던데 혹시 어르신께서 내보내신 겁니까?”
“맞네. 마인의 습격이라고 한 이상 이용당할 가능성이 높으니 말일세.”
민간인을 잔혹하게 죽이고 염성하의 무능력함으로 몰고 간다든지 깎아내릴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그렇기에 박진환은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며칠 전에 모두 내보낸 것이었는데 그 깔끔한 일 처리에 이세훈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잘하셨습니다. 그럼 주택에 설치된 함정들도 전부 어르신이 설치하셨겠네요.”
“……그게 보였나?”
가지고 있던 재산을 털어서 준비한 함정인데 이렇게 쉽게 알아차리다니?
“잘 숨기셨는데 조금 덜 숨겨진 부분들이 있더라고요. 약간만 손보면 될 것 같은데 제가 마무리해도 되겠습니까?
“……알겠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고쳐야겠지.”
다른 때 같았으면 어린놈이 뭘 알겠느냐는 생각했을 텐데 어째서인지 눈앞의 청년에게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소문이 과한 게 아니라…… 부족한 거였어.’
직접 만나지 않는다면 알 수 없는 이 기묘한 느낌. 거기에 박진환이 긴장한 눈으로 보고 있을 때.
“그리고 한 가지 제안 드릴 게 있습니다.”
“뭔가?”
“제가 이번에 염성하의 창을 만들었는데 그중에 창날이 조금 아쉬운 상태라서 말입니다.”
공방의 벽면에 걸린 붉은 장창, 염진현의 무구를 바라본 이세훈이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저걸 재료로 써도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