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94화
서울의 중심지에 세워진 염화문의 본관.
평소에도 수많은 사람이 왕래하던 그 휘황찬란한 건물 내부로 수많은 이들이 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유명 언론사의 기자들부터 시작해 본인의 길드를 운영하는 영웅, 그리고 각종 기업인과 한국의 정치인들까지.
염화문의 프로젝트 설명회 초대받았던 귀빈들이 1층에 있는 초대형 대련장으로 안내받아 그 자리를 채워나갔다.
“…….”
대련장 아래에서 염화문의 도복을 입은 채 우두커니 서 있던 염성하는 주변의 웅성거림에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마치 재밌는 구경거리라도 만난 듯 흥미를 보이는 이들. 그 모습에 불쾌함이 치밀어 올랐지만, 염성하는 금방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저런 쓸데없는 녀석들은 신경 쓸 필요 없다.’
자신에게 중요한 것은 오늘 치러지는 승단식을 문제없이 끝내는 것.
그렇게 염성하가 숨을 고르고 있을 때.
“멍청한 놈아.”
머리 뿌리가 새하얗게 새어 있는 노인이 염성하의 곁에 서며 핀잔을 줬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문주한테 이빨을 드러낸 거냐.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계속되는 노인의 닦달에 숨을 고르던 염성하가 눈매를 찌푸리며 대답했다.
“늙은이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뭐라고?”
“쓸데없는 소리 말고 꺼져라.”
그걸로 끝이라는 듯 눈을 감고 다시 숨을 고르는 염성하. 그 건방지다 못해 싸가지 없는 반응에 노인이 기가 차다는 듯이 바라보다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이놈아. 그딴 거 신경 쓸 수 있었으면 옆으로 다가오지도 않았지.”
“…….”
“문주가 작정하고 칼을 빼 들었어. 나처럼 중립이네 뭐네 으스대던 녀석들도 한쪽을 고를 수밖에 없게 됐단 말이다.”
계속되는 노인, 염화문의 전속장인인 박진환의 이야기에 염성하가 한참 입을 다물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쪽을 고르지 그랬습니까.”
“이미 준비 중인 사업에 걸림돌이라고 좌천당했다. 아니었어도 저쪽을 고르고 싶지 않았고.”
“…….”
박진환의 이야기에 염성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칠륜승단을 신청한 것으로 염화문의 차기문주 자리를 둔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려 한다.
이로 인해 과연 얼마나 많은 혼란이 생겨날까. 그 경우를 생각하던 염성하는 금방 머릿속에서 지웠다.
‘그런 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사부님은 자신이 염화문의 문주가 되기를 원했고, 자신은 그 뜻을 이룬다. 그 사실을 다시금 되새기고 있을 때.
“오늘 저 위로 올라가는 순간. 이제 문주도 앞뒤 안 가릴 거다.”
곁에 서 있던 박진환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어쩌면 칠륜승단 직후 바로 널 처리할 임무를 바로 넘겨 버릴지도 모를 일이지.”
“…….”
“그러니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물어보마.”
염성하를 바라본 박진환이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진짜 자신 있는 거냐?”
박진환의 물음에 염성하는 문득 이전에 그 이상한 놈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이젠 네가 싫다고 해도 문주로 만들어주마.’
자신이 문자가 되겠다고 단언한 것처럼, 그렇게 만들겠다고 단언하던 모습.
확신마저 느껴지던 그 눈동자를 떠올리다가 머릿속에서 지워낸 염성하가 담담히 입을 열어냈다.
“내가 염화문의 문주가 될 겁니다.”
-지금부터 염성하 문하생의 칠륜승급이 시작되겠습니다. 귀빈 여러분들께서는 자리에 착석…….
조용해지는 대련장 내부. 그리고 입구로 들어오기 시작한 문주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염성하가 담담히 덧붙였다.
“그런 거래였으니까.”
***
일요일 아침.
곧 다가올 월요일에 생도들이 절망하며 남은 주말을 만끽하고 있을 때. 이세훈은 김인철의 공방을 빌려 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흐읍……!”
쿠웅!
묵직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놓인 철제상자.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낸 이세훈이 거칠어진 숨을 골랐다.
“더럽게 무겁구만…….”
보통 눈앞의 철제상자, 아공간 박스가 이 정도로 무거운 경우는 잘 없었지만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안에 검은연꽃 수해에서 회수한 신목의 부산물이 모조리 담겨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뭐, 이렇게라도 옮길 수 있는 게 어디야.’
지금이야 뭐든 아공간 아이템으로 간편하게 옮기고 있지만 과거에는 마땅한 수단이 없어 영웅들이 하나하나 직접 옮겼어야 했다.
만약 그 시절에 신목과 같은 몬스터를 쓰러뜨렸다면 바벨로 전부 옮기기는커녕 일부만 회수하고 나머지는 모두 파기했으리라.
‘이런 거 보면 루트비히 그 양반이 대단하긴 대단해.’
과거 아공간은 공간 능력을 보유한 이들 중에서도 극소수만 다룰 수 있는 힘이었지만, 루트비히가 최초로 완등자가 되어 영웅의 탑을 내려오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아무도 정의해내지 못했던 아공간을 술식으로 정리해내고 그것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무상으로 배포한 것이다.
‘국가 간의 파이프라인 복구, 몬스터와 마인으로 인한 보급문제 해결, 부산물의 회수율 증가와 영웅들의 무장 개선…… 나열하니까 끝도 없네.’
지금은 시대가 흘러 그런 일이 있었다, 정도지만 그 당시에 활동하던 영웅들에게 루트비히라는 존재는 그야말로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그 사실을 곱씹은 이세훈이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이래서 완등자가 무섭단 말이지.’
국가, 더 나아가 인류 전체가 어찌하지 못하는 일을 홀로 해결해내는 초월적인 존재.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그 존재감을 새삼스레 느끼며 이세훈이 아공간 박스의 뚜껑에 있는 패널에 손을 올렸다.
키이잉─
오른손 약지에 끼워진 승천제의 반지가 희미하게 빛나더니 머릿속으로 창고의 형태가 자연스레 그려진다.
신목의 각종 부산물이 가지런히 정리된 내부의 모습에 이세훈이 살짝 감탄했다.
‘내부 투영 기능이라…… 꽤 비싼 박스구만.’
덤으로 준다길래 싸구려일 줄 알았는데 이번 활약에 대한 보상인지 몰라도 최신형 물건을 같이 준 모양이다.
여전히 거침없는 바벨의 씀씀이에 이세훈이 만족하며 부산물들 중에서 가장 많은 신목의 조각을 선택했다.
철컥!
철제상자의 앞부분이 문처럼 열리더니 거무튀튀한 내부에서 신목의 조각이 부드럽게 빠져나왔다.
쿠웅!
어지간한 나무 한 그루에 버금가는 신목의 조각.
그 어마어마한 크기에 이세훈은 새삼 자신이 얼마나 많은 물량을 확보했는지 다시금 체감이 왔다.
‘여기에 나중에 다시 키울 씨앗까지…… 이 정도면 육대마신 그놈들 다 죽일 때까지 쓰겠네.’
얼마나 많은 물건을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하며 이세훈이 흡족해하고 있을 때. 오토바이를 주차하고 온 김인철이 공방 안으로 들어왔다.
“이게 그 신목이라는 녀석의 부산물인가?”
“아, 예. 맞습니다.”
“소문대로 엄청 크군. 그래…… 한 번 살펴봐도 되겠나?”
흥미롭게 바라보는 김인철의 모습에 이세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공방도 빌려주셨는데 그 정도야 당연하죠. 대신 마력은 쓰시면 안 됩니다.”
“그럼…….”
신목의 조각으로 다가선 김인철은 정보창을 살피기 전에 겉면을 먼저 쓰다듬었다.
‘보통 이런 조각들은 가공하기 전에 내구성이 떨어지는 편인데…… 이 녀석은 좀 다르군. 마치 조각이 아니라 나무 한 그루를 만지는 듯한 기분이야.’
신기한 표정으로 신목의 조각을 쓰다듬던 김인철은 이어서 정보창을 살펴보았다.
[신목의 조각]
[등급 : 희귀] [품질 : 최상]
검은연꽃 수해에서 자라나던 신목의 일부.
광활한 토양에서 얻은 영양분으로 충만하게 자라났으나 파괴의 후유증으로 많은 힘이 사라졌다.
*내부에 부여되는 마력에 따라 성질이 변화된다.
“이건…….”
부여된 마력에 따라 재료의 성질이 변한다. 그 효과에 김인철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손질 과정에 성질이 변화하는 재료라니…… 이 정도 범용성이면 영웅 등급 재료라고 봐도 무방하겠군.”
제작자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처음부터 상성이 어긋난 재료를 같이 사용한다면 결과물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신목은 제작자가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성질을 변화시킬 수 있었고, 그 말인즉 어떤 까다로운 재료에도 대응할 수 있는 만능재료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게 이번에 얻은 재료의 몇 퍼센트인가?”
“양으로 치면 1%도 안 됩니다.”
“허…….”
이런 재료를 그만큼이나 확보했다니. 그 사실에 깜짝 놀라는 한편 김인철이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이걸 혼자서 다 쓸 수는 있겠나?”
아무리 이세훈이 열심히 사용해도 수천 톤에 다다르는 재료들을 혼자서 사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김인철의 물음에 이세훈이 슬쩍 웃어 보였다.
“많기는 한데 또 그렇게까지 많은 건 아닙니다. 이 중에 쓸 만한 것들 골라내면 절반 이상 사라질 테니까요.”
“……그만큼이나 걸러진단 말인가?”
지금 이 상태로도 좋은데 뭘 어떻게 골라내기에 그만큼이나 줄어든단 말인가. 의아해하는 김인철의 표정에 이세훈이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교수님도 보시면 납득할 겁니다. 근데 그러려면 조수가 빨리 와야 하는데…….”
“조수라니? 자네 학부에서 어울리는 생도라고는 한 명도 없…….”
똑똑
말하기 무섭게 공방의 입구에서 울려 퍼지는 노크 소리.
그에 고개를 돌린 김인철은 머쓱한 표정으로 공방에 고개만 내밀고 있는 은발의 소녀를 발견했다.
“저…… 혹시 여기에 이세훈이라는 개새…… 아니, 1학년 있나요?”
“아. 여기야. 여기. 들어와.”
김인철에 가려졌던 이세훈이 옆으로 몸을 내밀며 손을 까딱이자 루이제가 두 눈을 찌푸리며 공방의 안으로 들어왔다.
평범한 초커가 된 바그너와 늑대캐릭터가 그려진 검은 후드티. 거기에 긴 청바지를 입은 루이제의 모습에 이세훈이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애도 사복이 있기는 하구나.’
회귀 전 폭견은 잠잘 때도 검은색 라이더 슈트를 입고 다녔으니 평범하게 입고 있는 그 모습 자체가 신선했다.
“……뭘 그렇게 꼴아봐?”
말없이 자신을 쳐다보는 모습에 슬쩍 눈길을 피하며 쏘아붙이는 루이제. 그 모습에 이세훈이 씩 웃으며 자신의 감상을 이야기했다.
“사복이 딱 너답네.”
“…….”
뭔가 칭찬 같으면서도 욕처럼 느껴지는 애매한 평가.
무슨 의도로 말한 거냐고 물어보기에는 묘하게 자존심이 상했기에 루이제가 여러 말을 집어삼키며 옆쪽을 슬쩍 보았다.
“옆에 계신 분은?”
“아. 여기 공방 주인이신 김인철 지도교수님이야.”
“만나서 반갑네. 김인철이라고 하네.”
“아. 처음 뵙겠습니다. 루이제 발렌트라고 합니다.”
서로 가볍게 목례를 주고받는 두 사람. 조금 어색함이 느껴지긴 했지만, 작업과는 상관없었기에 이세훈은 곧장 본론을 꺼냈다.
“도와줄 조수도 왔으니까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조수? 너 나한테는 잠시 이야기 좀 하자며.”
“이야기는 할 건데 나랑 하는 건 아니야.”
“그게 무슨…….”
“자자. 일단 움직입시다.”
루이제의 양어깨를 잡고 조각의 끝쪽으로 이동한 이세훈이 품에서 백광비수를 꺼내 들었다.
“보자…….”
나무의 나이테처럼 생긴 조각의 결을 살피다가 작게 흠집을 새기고 흑령사를 연결해 백광비수의 손잡이에 묶는다.
그 과정을 몇 번 반복한 이세훈은 마지막으로 백광비수의 끝을 조각의 중심에 살짝 꽂아 넣었다.
“좋아. 됐다.”
“뭐야 이건…… 텐트야?”
백광비수의 손잡이 끝을 중심으로 사방에 퍼져 있는 흑령사.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형태에 루이제가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이세훈이 간단히 설명했다.
“아니. 따지자면 수화기 같은 거지.”
“이게?”
“뭐 일단 써보면 알 거야.”
새로운 흑령사를 손잡이에 연결한 이세훈은 그 끝을 루이제의 입 앞에 내밀었다.
“자. 물어.”
“……주말에 이게 무슨 개짓거리인지.”
한숨을 내쉬며 투덜거리면서도 흑령사를 입에 무는 루이제. 은인에 대한 예의를 갖춘 그 모습에 이세훈이 매우 흡족해하며 옆에 섰다.
“지금 이 나무 조각이 잠들어 있는 상태거든. 그걸 걷어차서 깨운다는 느낌으로 언령마법을 써봐.”
“……?”
도대체 무슨 개소리를 하냐는 듯이 바라보는 루이제. 그 모습에 이세훈이 담담하게 설명을 이었다.
“그냥 자는 사람 깨운다는 느낌으로 써보라고.”
“???”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는 루이제의 모습에 이세훈은 한숨을 푹 내쉬며 입에 물고 있는 흑령사를 빼냈다.
“하아…… 시범 한번 보여줄 테니까 잘 봐.”
“뭐, 야 잠깐……!”
루이제가 뭐라 할 틈도 없이 흑령사를 입에 문 이세훈은 단숨에 마력을 정제하며 이번에 사용할 언령마법을 준비했다.
‘마력이 애매하니까 심상으로 때워야겠어.’
어떤 심상을 품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것이 언령마법의 특징.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이세훈은 누군가 일어나기를 간절히 빌었던 순간을 떠올렸다.
‘사부…….’
아무것도 붙잡지 못한 피투성이의 피.
떠올리기만 해도 불쾌해지는 기억이지만, 그것조차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언령술사다.
회귀 전 폭견의 조언을 떠올린 이세훈이 기억을 토대로 심상을 완성했고.
“<정신각성>”
흑령사를 타고 언령마법이 신목의 조각 내부로 파고들었다.
드드드드─!
미친 듯이 떨리기 시작한 신목의 조각. 그리고 점점 멎는가 싶더니 곳곳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콰드득 콰득
압축기에 들어간 듯 전체적인 크기가 줄어들고 표면에 나무껍질이 둘러진다.
마치 나무로 새롭게 태어나는 듯한 그 모습에 이세훈은 다시 준비해둔 언령마법을 사용했다.
“<성장정지>”
마구잡이로 성장하던 신목의 조각이 멈췄고, 옆에서 그 모습을 바라본 김인철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 조각…… 살아 있었던 건가?”
“예. 아마 분열된 채로 가사상태에 빠져 있었을 겁니다.”
회귀 전에 신목이 재료로서 유명세를 떨친 것은 뛰어난 범용성도 있지만, 이 질긴 생명력 역시 한몫했다.
그게 어느 정도인가 하면 관상용으로 쓰겠다고 사 갔던 S급 영웅이 본인의 정원에 꽂아뒀는데 하루아침에 뿌리를 내려 주변의 식물을 메마르게 만들었던 것이다.
“원본만큼은 안 되겠지만 이 성장능력까지 잘 사용한다면 엄청 까다로운 재료에도 쉽게 맞출 수 있을 겁니다.”
“……자네 정말 엄청난 재료를 얻었군.”
이걸 재료로 사용하면 도대체 얼마나 다양한 물건들을 만들 수 있을까. 김인철이 감탄하는 사이 뒤에서 바라보던 루이제가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혼자서 할 수 있으면서 왜 부른 거야?”
“언령술사는 경험이 중요하니까. 단련에도 딱 좋을 것 같아서 불렀지.”
“그러니까 그걸 왜 하필 주말에…….”
“루이제 네 언령마법이 더 믿음직스럽기도 하고.”
자신이 사용한 언령부여는 효과가 얕기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지만, 루이제의 언령마법은 잠재된 고유스킬 ‘마력동화’의 영향으로 깊게 파고들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신목의 조각을 효율적으로 손질하기 위해서는 루이제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둘러대기는.”
이세훈의 손에 들린 흑령사를 낚아챈 루이제가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래서 다음은 뭐 하면 되는데?”
“아 별로 어려운 건 아니야.”
공방 벽면에 붙어 있는 다섯 개의 화로 중 유일하게 불이 꺼져 있는 ‘4번 화로’ 앞으로 다가간 이세훈이 옆쪽의 버튼을 눌렀다.
콰가가각!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반투명한 덮개 너머로 분사되는 무시무시한 불꽃. 나무는커녕 철조차 순식간에 쇳물로 만들어 버릴 듯한 화로를 옆에 두고 이세훈이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 불꽃을 견뎌낼 수 있을 만큼 만들면 돼.”
“…….”
언령마법을 얼마나 집어넣어야 이 나무가 저 불꽃을 견뎌낼 수 있을까. 머릿속으로 잠시 계산을 마친 루이제가 마주 미소를 지었고.
“야이 미친새─!”
김인철의 공방에 욕지거리가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