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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가 다 만들어줌-92화 (92/309)

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92화

류은하를 작업대 안쪽에 앉혀둔 이세훈은 똑같은 양산형 장검 세 자루를 챙긴 다음 화로 앞에 섰다.

‘일반 등급. 그리고 내가 보기에 별로 특별한 맛도 아니야.’

류은하의 감성으로 보자면 구운 감자에 설탕을 뿌려둔 느낌. 못 먹는 건 아니지만 껄끄러운 조합이라 볼 수 있었다.

‘일단은 첫 번째는 가볍게.’

양산형 장검을 살펴본 이세훈은 곧장 검신을 빼낸 다음에 단조에 들어갔다.

카앙! 카앙!

검신을 달구고 어긋난 중심과 마력배열을 좀 더 촘촘하게 가다듬는다. 숫돌로 날까지 세워낸 이세훈은 눈 깜짝할 사이에 한 자루를 고쳐냈다.

‘좋아. 이건 이 정도면 됐고.’

손질한 장검을 내려놓은 이세훈은 또 한 자루를 집어 들어 방금과 거의 비슷하게 가다듬었고, 이어서 마지막 한 자루까지 단조를 끝냈다.

그리고 담금질에 들어가기 전. 이전에 추출했던 인연 중 제이크의 삼촌, 광검 마일즈 마이어스에 대해서 떠올렸다.

‘가족과 관련된 사람에게만 마음을 여는 배타적인 성격. 전투에 호전적이지만 그 근원은 자신의 생명을 경시하는 것에 가깝다.’

회귀 전에 봤던 모습을 토대로 삼았지만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은지 괜찮은 느낌으로 인연석이 만들어진다.

우우웅!

은은하게 빛이 흘러나오는 노란색 수정.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인연석을 살핀 이세훈이 곧장 정보창을 확인했다.

[인연 - 광폭석光爆石]

[등급 : 고급] [품질 : 최하]

빛이 응축된 광석.

마력을 부여할 경우 약간의 열기와 폭발력을 가진 빛을 단숨에 터뜨립니다.

저장된 빛을 모두 쏟아낼 경우 파손됩니다.

*내부에 저장된 빛을 단숨에 방출합니다.

‘딱 광검다운 느낌이구만.’

광검의 인연석, 광폭석이 어떤 종류의 재료인지 확인한 이세훈은 곧장 오른손으로 움켜쥐었다.

[인연각인 ‘광폭석’이 발동됩니다.]

화아악!

손안에서 터져 나오는 찬란한 빛.

그것을 슴베를 통해 검신 내부로 흘려 넣은 이세훈은 단숨에 냉각액 안쪽에 집어넣었다.

치이익!

냉각액 바깥으로 새어 나오는 연기와 빛. 그리고 그것이 점점 줄어갈 때쯤.

[인연각인 ‘광폭석’이 모두 소진되었습니다.]

모든 빛을 집어넣은 이세훈이 검신을 밖으로 빼냈다.

검신의 중심에 새겨진 샛노란 무늬. 안쪽까지 빛이 제대로 스며든 것을 확인한 이세훈은 남은 작업도 끝낸 다음에 세 자루의 검을 류은하에게 내밀었다.

“이건…….”

“하나씩 드셔보시고 차이점을 말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입맛을 맞췄다는 이야기에 두 눈을 빛낸 류은하가 재빠르게 작업대 앞의 의자에 앉더니 앞에 놓인 장검들을 바라보았다.

“잘 먹겠습니다.”

진중하게 인사를 한 류은하는 가장 먼저 손질한 장검을 씹어먹었다.

카드득

기본적인 손질만 거친 장검이 류은하의 입안으로 들어갔고 무덤덤하던 눈매가 아주 살짝 부드럽게 변했다.

“음…… 방금 것보다 훨씬 괜찮군요. 좀 더 감칠맛이 있다고 할까…… 제대로 된 조리법을 거친 느낌입니다.”

“다음 것도 바로 먹어 봐주시겠어요?”

“알겠습니다.”

카드득 카득

류은하가 곧장 두 번째로 손질한 장검을 씹어 먹었고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방금과 비슷하지만 목 넘김이 부드러운 느낌입니다. 자주 먹고 싶은 것을 고르라면 이쪽인 것 같군요.”

“용혼광로의 충전율은 어떻습니까?”

“충전율…….”

두 눈을 감으며 생각에 잠기던 류은하가 이내 살짝 놀란 눈으로 대답했다.

“이쪽이 1.5배는 되는군요…… 무구 자체는 그렇게 큰 차이가 없는데…….”

손질하는 과정도 거의 비슷했는데 충전된 광혈의 양은 1.5배나 차이가 난다. 류은하의 이야기에 이세훈이 두 눈을 빛냈다.

‘역시 무구의 성능과 류은하의 만족감은 별개구만.’

무구의 성능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약간만 고쳤을 뿐인데 용혼광로의 충전율이 1.5배나 벌어졌다.

그 내용에 이세훈은 류은하의 고유스킬인 용혼광로의 판단 기준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확신했다.

‘입맛…… 그보다는 추구하는 방향성인가.’

두 장검의 차이라면 추가로 손질을 더 할 경우 후자는 이미 마무리를 해둬서 힘들다는 것.

즉, ‘완성’된 무구일수록 류은하의 평가가 높아지는 것이다.

‘일단 좀 더 연구해 봐야겠네.’

한 번만으로는 확신하기가 어려웠기에 이세훈은 다음에 또 알아보기로 하며 당황한 류은하를 바라보았다.

“이제 세 번째도 드셔주세요.”

“아, 예.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류은하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며 조심스레 세 번째 장검을 들어 올렸다.

“…….”

가볍게 쥐었을 뿐인데 다르다는 것이 느껴진다.

묘하게 가슴이 뛰는 것을 느낀 류은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단숨에 장검을 베어 물었다.

카득

조각난 검신이 체내로 스며든 순간. 류은하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그동안 잠잠하던 머리카락 끝이 단숨에 주홍빛으로 타올랐다.

화르륵!

앞의 두 장검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반응. 그리고 남은 검신까지 눈 깜짝할 사이에 먹어 치운 류은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건…… 앞의 두 자루와 완전히 다르군요.”

“어떻게요?”

“같은 재료만 썼지 완전히 다른 음식이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간단히 비유하자면…… 구운 감자가 감자칩으로 변해 버린 느낌에 가깝군요.”

류은하의 평가에 이세훈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일반적인 손질은 조미료나 향신료를 더하는 정도지만…… 인연각인은 조리법을 바꿔버리는 수준인가.’

회귀 전에는 ‘맛’에 대해서 인지할 수 없었기에 명확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인연석의 효과가 좋은 모양이다.

“그럼 충전율은 어떻습니까.”

“충전율은…… 고급 등급 무구 1.5개, 아니, 2개 정도는 될 것 같습니다.”

일반 등급의 무구 하나가 고급 등급 무개 2개만큼 충전시켰다. 물론 낮은 등급이기에 가능한 일일 수도 있었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였다.

‘흐음. 어떤 느낌인지 살짝 감이 오는데.’

류은하의 입맛이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나쁘지 않은 소득에 이세훈이 만족스러워하고 있을 때.

“……좋네요.”

장검의 맛을 곱씹은 류은하가 자신도 모르게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정말 맛있었습니다.”

[대상 ‘류은하’가 깊은 공감을 느꼈습니다.]

[대상 ‘류은하’에게 인연석이 생성됩니다.]

Lv.2의 인연석이 생성된 류은하.

별 볼 일 없는 일반 등급의 무구를 먹었음에도 만족하는 그 모습에 이세훈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저렇게 표정이 다채로웠던가.’

회귀 전에도 거의 볼 수 없었던 풍부한 감정.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세훈의 눈앞에 과거의 기억이 덧씌워졌다.

잘려 나간 왼팔과 구멍이 뻥 뚫린 가슴. 그리고 빛을 잃으며 꺼져가던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보며, 처음으로 씁쓸함이라는 감정을 드러낸 채 중얼거린다.

‘당신의 무구를 먹은 게 후회되는군요…….’

그것이 류은하의 마지막 한마디였고, 오른손을 붙들고 있던 자신에게 마지막 인연석이 체내에 스며들었다.

그때 얻은 인연석으로 새로운 무구를 만들어 그녀를 죽였던 멸광의 마신을 쓰러뜨릴 수 있었지만, 그 이후 늘 의문에 휩싸였었다.

‘어째서 후회한다고 한 걸까.’

그때 류은하가 정확히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정말로 그 사실을 후회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몸에 스며든 인연석을 통해서도 느껴졌었다.

오래전에 흘려보낸 기억이 시간을 거슬러 다시 이세훈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려던 순간.

[스킬 ‘깨어나는 꿈’이 발동되었습니다.]

눈앞의 광경이 물에 씻겨나가듯 단숨에 사라졌다.

“이세훈 생도?”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류은하.

모든 것이 과거의 기억임을 자각한 이세훈은 잠시 눈을 감은 채 머릿속을 정리한 다음 대답했다.

“남은 것들도 방금처럼 손질해서 먹여드릴까 하는데. 괜찮을까요?”

이세훈의 이야기에 류은하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이내 들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래 주신다면 얼마든지 먹겠습니다.”

“양이 많으니까 좀 빠르게 할게요.”

소매를 걷어붙인 이세훈은 쌓여 있는 양산형 무구를 달구고 망치로 두들기며 잡념을 모조리 떨쳐냈다.

‘과거보다는 지금이 중요하지.’

류은하도, 자신도 이번에 후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 생각하며 이세훈은 30개가 넘는 양산한 장비들을 모조리 손질해서 류은하에게 먹였다.

화르륵!

어느 정도 양이 됐는지 선명하게 일렁이는 머리카락. 딱 적당한 양이 된 것을 확인한 이세훈이 앞으로 다가갔다.

“학과장님. 손에 불꽃을 모아주실 수 있나요?”

“아. 예. 알겠습니다.”

표정이 풀어져 있던 류은하가 재빠르게 광혈을 끌어올렸고 손바닥이 붉게 달아오르며 광염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이세훈은 곧장 양손에 자신의 화속성마력 홍륜염을 끌어올려 류은하의 손을 감쌌다.

“잠…….”

“괜찮아요. 그냥 불꽃을 최대한 천천히 밖으로 흘려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확신이 느껴지는 이세훈의 말에 류은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광염을 흘려보냈다.

스스스

홍륜염의 흐름을 타고 안쪽으로 스며드는 광염

용혼광로가 만들어낸 광염은 매우 거세며 휘발성도 강했지만, 이세훈은 그것을 ‘순환’시키는 것으로 유지시켰다.

‘인연각인으로 탐철을 한 번 써봐서 그런가…… 회귀 전보다 잘되는 느낌이야.’

류은하의 광염을 모두 넘겨받은 이세훈은 천천히 손을 떼어내며 감싸고 있던 두 손을 펼쳐냈다.

우우웅

두 손바닥 위에서 동그랗게 펼쳐진 불꽃과 그 안에서 고리를 그리며 순환하는 주홍빛의 불꽃.

완벽하게 제어되고 있는 광혈의 불꽃에 류은하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면 미친 듯이 날뛰며 사라지던 광염이 저렇게 얌전하게 자리 잡고 있다니.

류은하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는 사이 이세훈이 불꽃을 살피다 이야기했다.

“학과장님. 저기 용폐석이랑 망치 좀 가져와 주실래요?”

“아, 예!”

류은하가 작업대에 올려져 있던 두 재료를 가지고 왔고 이세훈은 먼저 용폐석을 바라보았다.

“가운데 부분에 용폐석을 올려주세요.”

이세훈의 이야기에 류은하가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용폐석을 중심에 올렸다.

우우웅─!

이세훈이 두 손을 감싸며 원형으로 만들자 용폐석이 불꽃에 휘감겨 눈 깜짝할 사이에 쇳물로 녹아내렸다.

“이건…… 연금제련법이군요.”

“예. 광염이랑 상성이 좋을 것 같더라고요.”

조금만 실수하면 불순물이 아니라 광석의 힘, ‘광핵鑛核’까지 상하겠지만 경력이 있지 그런 자잘한 실수는 하지 않는다.

‘이제 용폐석의 광핵을 가장 안쪽. 그리고 홍륜염과 광혈 순으로 배치하고…….’

손안에 흐르는 세 가지 흐름을 순서대로 배치하여 하나의 거푸집처럼 만들어낸 이세훈은 류은하를 바라보았다.

“이제 망치의 붉은색 면을 이쪽에다가 집어넣고, 제가 신호를 주면 무구스킬인 ‘속성수렴’을 발동시켜주세요.”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류은하가 흑염의 망치를 붙잡고 시키는 대로 붉은 면을 손 안쪽에 집어넣었다.

치이익!

흑염의 망치의 한쪽 면이 달궈지며 손안에 만들어놓은 거푸집과 조금씩 하나로 녹아 들어간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떠올린 마력회로가 완전히 새겨진 순간.

“지금!”

파앙─!

흑염의 망치에 의해 모든 재료가 하나로 합쳐졌다.

터져 나오는 공기와 흑염의 망치 안쪽으로 스며든 불꽃. 그 여파를 확인한 이세훈은 천천히 손을 떼어냈다.

망치의 한 면에 자연스럽게 새겨진 불꽃의 무늬. 상상 이상으로 깔끔한 결과물에 이세훈이 흥미로워하고 있을 때.

[무구 ‘흑염의 망치’가 ‘소광의 망치’로 변경됩니다.]

눈앞에 새로운 알림창이 떠올랐다.

[소광銷鑛의 망치]

[등급 : 영웅] [품질 : 상]

드래고니트를 제련하여 만들어낸 망치.

특수한 불꽃을 머금은 용폐석이 코팅되어 광석을 녹일 수 있는 강력한 불꽃을 생성해낼 수 있습니다.

양면에 코팅된 속성마력을 증폭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두 속성마력을 증폭시킵니다.

*스킬 ‘속성수렴’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킬 ‘소광’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오…….”

예상보다 깔끔하게 나온 효과.

그 모습에 이세훈은 새삼스레 자신이 처음보다 얼마나 성장했는지 느껴졌다.

‘완벽까진 아니어도 중간은 가네.’

이 정도라면 이제 망치도 제대로 ‘전투’에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에 이세훈이 소광의 망치를 살피고 있을 때.

꿀꺽

앞쪽에서 들려온 우렁찬 소리.

그에 이세훈이 고개를 들어 올리자 묘한 눈길로 소광의 망치를 내려다보는 류은하의 모습이 보였다.

“학과장님?”

“…….”

“……학과장님?”

불안함을 느낀 이세훈의 거듭된 부름에 류은하가 고개를 들고 눈을 마주 보더니 잠시 고민에 잠겼다.

그리고는 살짝 수줍은 표정으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한 입만…….”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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