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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가 다 만들어줌-60화 (60/309)

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60화

“멍청한 놈…….”

불만스럽게 중얼거린 염성하가 병실 밖으로 나갔고,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이세훈은 눈매를 찌푸렸다.

‘저놈 저거 이때도 의심병이 있었구만.’

자신이 생각하기에 합리적이지 않으면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는 성격.

그런 사고방식이 나쁜 건 아니지만 염성하, 정확히 말해 광견은 그 정도가 심해서 문제였다.

‘내가 주는 물을 마실 때까지 3년은 걸렸던가.’

그 전까지는 물병을 던져주는 족족 창으로 뚫어버리거나 다쳤을 때 다가가기라도 하면 암살시도라고 난리를 부려서 골치가 아픈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광견 때에 비하면 양호한 것 같다만…… 그래도 상황 봐서 한번 정리는 해야겠어.’

자기 밥상이야 엎든 말든 상관없지만 방금처럼 도와준답시고 남의 밥상까지 엎으려 들면 상당히 곤란하다.

저 의심병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세훈이 곰곰이 생각하고 있을 때.

“염성하랑 너무 가깝게 지내지마.”

침대에 걸터앉은 에리카가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최근에 정식으로 후계자 자리에 오르면서 입지가 더 위태로워졌어. 자칫 잘못하면 염화문의 권력다툼에 휩쓸리게 될 거야.”

“뭐…… 설마 알고 지내는 정도로 뭐라 하겠어?”

“할 거야.”

즉답한 에리카가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현 문주, 이원룡은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야.”

염성하가 바벨에 재학 중이든 말든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파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에리카의 경고에 이세훈은 염화문의 현 문주인 이원룡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고쳐먹었다.

‘얍삽한 놈이라고 듣긴 했지만…… 아무래도 상상 이상인 모양인데.’

회귀 전과 노선이 달라진 만큼 움직임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결론을 내린 이세훈은 에리카를 바라보았다.

“그럼 위험해질 것 같으면 말해줘.”

“…….”

가깝게 지내지 말라고 경고했더니 위험해지면 말해달라니.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그 태도에 에리카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염성하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건가?’

세간에서 염성하를 뛰어난 유망주로 평가하고 있기는 하지만 영웅업계에선 조금 꺼려 하는 편이었다.

재능과 별개로 염화문 내부에서의 위치 때문에 조금만 잘못 얽혀도 내부간섭으로 오해받아 귀찮아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걸 알면서도 품으려 하다니. 이세훈의 의도를 잠시 생각해 보던 에리카는 금방 결론을 내렸다.

“알겠어.”

염화문의 권력다툼에 얽힌다면 귀찮아질 수도 있겠지만, 이세훈은 그것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대신 빠른 시일 내에 내 무구도 만들어줘야 해.”

그렇다면 자신도 그 점을 이용하면 그만이다. 에리카의 조건에 이세훈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야 못 해줄 것도 없지.”

이번에 음양환을 가져다준 것도 저번에 이야기했던 무구 제작의 선금일 터. 여기에 염화문의 정보도 알려준다면 못 해줄 것도 없다.

“아. 이것도 줄게. 마음껏 먹어.”

“응.”

봉지에서 제이슨 체리를 한 주먹 꺼내 에리카에게 건네주는 이세훈의 모습에 루이제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내가 너 먹으라고 사 왔지 쟤 먹으라고 사 왔어?”

“줬으면 끝이지 뭘 그런 거 가지고…… 너도 줄까?”

“됐어. 비싼 거 좀 받았다고 헤벌쭉 거리기는…….”

불만스럽게 궁시렁거리던 루이제가 슬쩍 시선을 돌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에리카와 눈이 마주쳤다.

“…….”

우물우물─

빤히 바라보며 보란 듯이 체리를 먹는 에리카.

그 속내가 빤히 보이는 도발에 루이제의 눈꼬리가 파르르 떨리더니 이를 바득바득 갈며 중얼거렸다.

“그깟 영웅 등급 영약 따위…… 딱 두고 봐…….”

울분이 잔뜩 담긴 중얼거림. 그 한탄을 흘려넘기며 이세훈은 제이크를 바라보았다.

“너는 무슨 일 있었냐?”

“응?”

“며칠 사이에 뭔가 좀 야위어진 것 같아서.”

핏기가 없는 얼굴과 수척해진 얼굴. 눈에 보일 정도로 변해 버린 몸 상태에 이세훈이 의아하게 바라보자 제이크가 쓴웃음을 지었다.

“아. 그게 사실은…… 이 부분에 관련해서 좀 상담할 게 있어서 온 거야”

“상담?”

이세훈의 반문에 슬쩍 루이제와 에리카를 바라보는 제이크. 그 눈짓에 이세훈이 대강 알아차리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둘 다 잠깐만 나가 있어.”

“쯧…….”

“응.”

두 사람이 자리를 비켜준 뒤. 이세훈이 곧장 제이크에게 물었다.

“워터골렘의 핵에 뭔가 문제라도 생겼어?”

며칠 만에 상태가 나빠지고 자신을 찾아올 일이라면 그것밖에 없다.

이세훈의 물음에 제이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워터골렘의 핵 자체는 문제없어. 동화도 제대로 되고 있는 것 같고.”

“그러면?”

“근데 피를 너무 많이 먹는다고 해야 하나…… 매일 피를 너무 많이 줘서 슬슬 힘들더라고. 그래서 어떻게 방법이 없나 싶어서 온 거야.”

피로가 잔뜩 느껴지는 제이크의 이야기에 이세훈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피를 도대체 얼마나 먹길래?”

성격에 따라 동화작업에 필요한 피가 많아지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며칠 사이에 저렇게 야윌 정도로 많이 필요하지는 않다.

“하루에 한 1L는 먹인 것 같은데.”

“……뭐?”

제이크의 대답에 이세훈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170 초반인 제이크라면 혈액량은 어림잡아도 3L 정도밖에 안 될 터. 그런데 매일 3분의 1이나 되는 양을 동화작업에 쓴다?

제이크가 아칼쿠프의 수석이라 야윈 정도로 끝났지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진작 탈이 났어도 안 이상한 수준이었다.

‘아니. 그보다 그렇게까지 먹을 리가 없는데?’

회귀 전 이세훈이 동화작업 중에 가장 많이 사용한 게 300ml 정도. 그런데 그 3배나 되는 양이 들어갔다니.

이 정도면 성격이 문제가 아니라 다른 원인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사진 찍어둔 거 있어?”

“동영상으로 찍어왔어.”

휴대폰을 건네받은 이세훈은 곧장 동영상을 재생했다.

손가락 끝 대신 손등에 상처를 내고 피를 떨어뜨리는 제이크. 그 엄청난 양의 혈액이 마석액에 떨어져 안쪽에 잠긴 워터골렘의 핵에 스며든다.

그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던 이세훈은 달라진 점을 발견하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것 봐라……? 마법진도 바뀌고 크기도 줄었네.’

이세훈이 직접 새겨 넣었던 마법진 사이사이에 붉은색 선이 추가되었고, 무엇보다도 핵의 크기가 며칠 전과 비교해서 약 5% 정도 줄어들었다.

워터골렘의 핵처럼 섬세한 물건이라면 진작 망가졌어도 안 이상할 변화. 하지만 동화작업은 아무런 문제 없이 진행되었으며 오히려 상태가 좋아 보일 정도였다.

“여기 마법진에 그려져 있는 붉은색 획. 혹시 제이크 네가 그린 거냐?”

“그럴 리가. 시키는 대로 피만 줬어.”

“흐음. 그렇단 말이지…….”

제이크의 관여가 없었다면 지금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워터골렘의 핵이 스스로 마법진을 바꾸고 변이를 일으켰다는 것밖에 없었다.

‘재료 자체에 그런 기능은 없었으니 원인은 제이크의 피라는 건데…….’

원인을 파악해 낸 이세훈은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제이크를 힐끗 보았다.

‘변이체질일 줄은 상상도 못 했네.’

스킬이나 마력회로, 마력속성 등등 본인이 보유한 능력의 영향으로 육체가 ‘변이’되어버리는 특수한 체질.

영웅들 사이에서도 보기 드문 희귀한 사례였는데 제이크가 바로 그 경우였던 것이다.

‘워터골렘의 핵이 작아진 걸 보니 고유스킬이랑 연관된 것 같고…… 이거 꽤 재밌게 됐는데.’

아무래도 생각한 것 이상의 물건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휴대폰을 돌려준 이세훈이 알아낸 것에 대해 설명했고, 그 이야기에 제이크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가 변이체질이었다니…… 상상도 못 했는데.”

“장기간에 걸쳐서 효과가 나타났으니 아무래도 알기 힘들지. 동화작업을 안 해봤으면 평생 몰랐을 수도 있을 거야.”

실제로 회귀 전에 제이크가 변이체질이었다는 이야기가 없었던 걸 보면 죽을 때까지 몰랐을 가능성도 있었다.

“일단 숙성은 제대로 되고 있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오히려 피 덕분에 검이 잘 나오면 잘 나왔지 못 나올 일은 없을 거야.”

“오오…….”

더 좋은 검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에 두 눈을 빛내는 제이크. 그 모습에 이세훈이 어깨에 부드럽게 손을 얹었다.

“대신 그걸 위해서 네가 좀 더 힘내줄 게 있는데…….”

“뭔데? 할 수 있는 거면 뭐든지 할 게!”

의욕을 불태우는 제이크의 모습에 이세훈이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영상을 보니까 좀 더 시간을 들여서 숙성하는 편이 좋을 것 같더라고. 한 2주 정도만 더 하는 건 어때?”

“…….”

이세훈의 이야기에 제이크의 눈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지금도 매일같이 피를 주면서 수업과 과제를 처리하느라 피곤해 죽겠는데 기간을 더 늘리라니?

미쳤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제이크는 차마 그것을 내뱉지 못했다.

‘더 좋은 검…….’

어차피 앞으로 매번 이런 식으로 검을 만들게 될 것 같은데 차라리 지금부터 익숙해지는 편이 좋지 않을까.

잠시 고민하던 제이크가 이내 각오를 다지며 이세훈을 바라보았다.

“한번 해볼게.”

“좋아. 시간 나는 대로 살펴보러 갈 테니까 그때까지 꾸준히 작업해 줘.”

눈으로도 대충 알 수 있기는 하지만 뭐든지 직접 보고 만져봐야 확실히 알 수 있는 법.

이세훈의 이야기에 제이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좋아. 그럼 이걸로 이야기는 끝이지?”

“응…… 아, 잠깐만 잠깐만.”

밖에 나간 두 사람을 부르려던 이세훈을 말린 제이크가 깜빡했다는 듯 말렸다.

“말해줄 게 있었는데 이야기하느라 깜빡했네.”

“뭔데?”

이세훈의 물음에 제이크가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교류회. 날짜 잡혔어.”

* * *

모두가 돌아간 저녁. 침대에 누운 이세훈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노블레스 교류회라…….’

영웅업계에서 내놓으라 하는 배경을 지닌 생도들과 그들에게 선택받은 재능 있는 생도들로 이뤄진 모임.

말이 생도들 간의 교류회지 사실상 영웅업계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거대하며 질척거리는 장소였다.

‘썩 마음에 드는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야겠지.’

나름대로 미래의 거물들이 모인 장소니 회귀 전의 지식을 잘 활용한다면 상당한 이점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 일단 이 병실부터 빠져나간다.’

교류회가 열리는 것은 다음 주 토요일.

겨우 일주일밖에 안 남았으니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결정을 내린 이세훈은 곧장 에리카와 제이크에게 받은 음양환과 그림자 에테르를 꺼냈다.

‘이렇게 맨땅에 영약을 먹는 건 또 오랜만이구만.’

종종 영약을 그냥 먹기만 해도 강해지는 물건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실제로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조금만 방심해도 체내의 마력과 충돌해 마력역류가 일어나거나, 신체의 체질이 변해 기존에 보유한 스킬들이 뒤틀리는 등 부작용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나중에 전문 보조팀 붙여줄 테니까 어느 정도 회복할 때까지는 먹지 마. 그러면 죽을 수도 있어.

심지어 지금 이세훈의 몸은 금 간 유리나 다름없는 상태.

만반의 준비를 다 해도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았고 그 때문에 에리카도 몇 번이고 이 부분에 대해서 주의를 줬다.

한 마디로 상식이라는 게 있다면 절대로 먹지 않았겠지만.

꿀꺽─

이세훈은 그런 것들을 내다 버린 지 오래였다.

스스스─

목구멍을 넘기자마자 증발하다시피 사라지는 음양환.

그와 동시에 위장 쪽으로 묵직한 마력이 내려 찍히더니 폭발하듯이 전신으로 터져나갔다.

“웁……!”

배 안쪽에서 작은 폭탄이 터진 것 같은 감각.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 나갈 듯한 압박감 속에서 이세훈은 곧장 영연신마법을 운용했다.

우우웅!

흔히들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몸을 움직이고 단련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하지만, 이세훈은 그에 관해서 생각이 달랐다.

금속을 두드리는 단조작업은 뜨겁게 달궈졌을 때 이뤄지며, 그 이유는 취약한 상태일수록 변화를 주기가 쉽기 때문이다.

‘몸의 부상 역시 똑같아.’

이번에 이세훈이 입은 부상은 신체 능력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흔적.

그렇기에 이 흔적을 제대로 ‘단조’하기만 한다면 오히려 더 완벽한 몸을 만들 수 있다.

콰드득─

이세훈이 머릿속으로 그려낸 가상의 육체를 재현하기 위해 음양환의 기운이 전신의 근육과 뼈를 찢고 부수며 강제로 이어 붙인다.

한 번이라도 고삐를 놓치는 순간 전신이 말 그대로 터질지도 모르는 상황.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 속에서 이세훈은 일체의 망설임 없이 작업을 이어나갔다.

‘근육이랑 뼈는 완성……!’

육체의 조정을 끝낸 이세훈은 남은 기운을 마력회로 안쪽으로 모조리 집어넣었다.

화르륵!

음양환의 막대한 기운이 들어오자 이세훈의 화속성마력인 ‘홍련’이 땔감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거세게 달려들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치이이익─

약화된 마력회로를 달구며 무시무시한 속도로 체내를 질주하는 홍련.

그 기세가 얼마나 거친지 마력의 움직임을 억제하고 있던 특수붕대가 그을릴 정도였는데 이세훈은 이를 꽉 물며 통증을 참았다.

지금 치솟는 열기만큼 마력회로가 더욱 단단해지고 화속성마력의 힘 역시 깊어졌기 때문이다.

“흐읍……!”

몸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증기. 음양환의 기운을 먹어치운 홍련의 불꽃이 끝도 없이 거세지더니 돌연 주춤거렸다.

음양환의 기운 중 홍련이 흡수할 수 없는 순수한 음의 마력. 그 정수가 완성되었음을 확인한 이세훈은 곧장 혀로 누르고 있던 그림자 에테르를 목구멍 안으로 넘겼다.

구웅─

장기에 들러붙듯이 스며드는 그림자 에테르.

그 기운을 느낀 홍련이 거세게 저항하려 했지만 이세훈이 그보다 먼저 그림자 에테르를 위한 새로운 길을 만들어냈다.

촤르르륵!

홍련과 겹치지 않고 분리된 새로운 마력회로.

자신을 위한 보금자리라는 것을 깨달은 그림자 에테르가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스며들었고, 이세훈은 그 안에 홍련으로 만들어낸 음의 마력을 집어넣었다.

쿠르르륵─

음의 마력을 흡수하며 더욱 농도가 짙어진 그림자 에테르. 그리고 한계까지 달아오른 홍련의 불길.

두 가지의 속성마력이 각자의 영역에서 순환하며 이세훈이 제작한 설계도에 맞게 육신을 연마해나간다.

그리고 마침내 한계에 다다른 순간.

카앙─!

머릿속으로 그려낸 망치가 완성된 육체를 후려갈겼다.

“쿨럭쿨럭! 크흡…….”

귓가가 멍할 정도로 우렁찬 쇳소리와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마른기침.

침 대신 입 밖으로 나오는 검은 연기에 이세훈은 눈매를 일그러뜨렸다.

신체 곳곳에 쌓인 노폐물이 타오르면서 나오는 연기. 그야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악취가 코앞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씁…… 그래도 옛날에 비하면 낫네…….”

회귀 전에는 노폐물의 양이 많아서 전신에서 연기가 나왔는데 그 냄새가 어마어마했던 터라 공방에서도 쫓겨나고 스승님에게 한 달 동안 접근금지를 당했었다.

문득 떠오르는 옛 기억에 이세훈이 슬쩍 웃고 있을 때.

투둑─

바스라지며 끊어지는 붕대들.

연마과정에서 벌어진 마력의 움직임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보였는데, 그 모습에 이세훈이 환자복을 벗고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오…….”

이전보다 선명하게 변한 근육의 형태. 거기에 구조 역시 탄탄하게 엮여 있었는데 몇 년은 족히 단련한 것처럼 깔끔하게 빚어졌다.

‘이게…… 돈의 힘……?’

상상 이상으로 잘 연마된 육체에 이세훈이 감탄하던 그때.

[스킬 ‘영연신마법’의 효과로 모든 스탯이 대폭 상승합니다.]

[속성마력 ‘홍련(E+)’이 ‘홍륜염(D+)으로 강화되었습니다.

[속성마력 ‘월영(D)’을 개화하셨습니다.]

눈앞에 연달아 떠오른 알림창.

그 내용에 이세훈이 곧장 달라진 정보를 확인해 보았다.

[이세훈]

근력 - C(168) 내구 - C(156)

마력 - C(185) 민첩 - C(159)

[홍륜염]『D+』

스스로 순환하는 진홍빛의 화속성마력.

금속을 녹여 액체로 만드는 데 특화된 성질을 지니고 있으며 불꽃의 흐름을 제어하여 ‘순환’시킴으로서 소모율을 낮춘다.

[월영]『D』

달빛 아래에 스며드는 그림자와 같은 암속성마력.

장악력이 약한 대신 사물을 침식하는데 특화된 성질을 지니고 있으며 대상의 성질을 일부나마 ‘투영’할 수 있다.

“오…… 잘 뽑혔네.”

모든 스탯이 50 이상 올라 C등급까지 올랐으며 특히 가장 거슬렸던 마력 스탯이 가장 높아졌다.

거기에 두 번째로 개화한 속성마력 월영 역시 나쁘지 않았는데 홍륜염과 호환시키기도 편했으며 곧 만들 무구에도 쓸 만해 보였다.

‘준비는 이 정도면 됐고…… 남은 건 옆에서 도와줄 조수 정도인데.’

그 잘난 척하면서 사라진 선배는 언제쯤 연락이 올 것인가. 먼저 연락을 해봐야 할지 이세훈이 고민하고 있을 때.

우우웅─

휴대폰 화면에 떠오른 화면. 그에 이세훈이 고개를 돌려 내용을 살펴보았고.

[완성] - 레아 클로델.

자신감 넘치는 두 글자에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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