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57화
[불명자의 지골]
[등급 : 영웅] [품질 : 최상]
완등에 성공한 절대자, ‘위르겐 크루거’의 왼쪽 검지 뼈.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는 사령술사의 육체는 그 자체만으로 강력한 사령마법의 촉매가 됩니다.
마력을 부여하는 것으로 검지에 새겨진 세 개의 사령마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킬 ‘경계의 눈’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킬 ‘망자의 부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킬 ‘명안계암’은 아직 사용할 수 없습니다.
‘검지 손가락뼈 하나로 영웅 등급…… 누가 완등자 아니랄까 봐 무시무시하구만.’
잘려나간 손가락 하나가 수준급의 장비와 견줄 수 있다.
이것도 본체와 오랫동안 떨어져서 이 정도지 아니었다면 그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르리라.
‘그나저나 이런 느낌인가…… 확실히 흥미롭네.’
회귀 전 이세훈이 위르겐 크루거의 비밀에 대해서 알았을 때는 이미 모든 신체가 회수된 뒤였다.
그렇다 보니 이야기로만 들었지 직접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예상 이상으로 흥미로웠다.
‘폴몬트의 몸에 오랫동안 있었던 것 같은데…… 마기에 오염된 흔적이 하나도 없네.’
이 정도면 분류만 영웅 등급이지 잠재력은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그 모습을 본 이세훈은 자신도 모르게 온몸이 근질근질했다.
‘이거…… 잘하면 써먹을 수 있을 거 같은데.’
아무래도 완등자의 몸이다 보니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할 것 같지도 않다.
순식간에 떠오르기 시작하는 설계도에 이세훈이 고민하던 그때.
철퍽─
벽면에서 검붉은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내…… 오랜…… 견뎌…… 이런…… 실수…….]
띄엄띄엄 울려 퍼지는 목소리. 그와 동시에 검붉은 무언가가 계속해서 몸을 부풀리기 시작한다.
통 안에 욱여넣은 물건들이 풀려나오는 것처럼 계속해서 부풀어 오르는 고깃덩어리.
그 위로 눈동자와 이빨들이 무분별하게 돋아나고 팔다리가 솟아올랐다가 찰흙처럼 뭉개졌다.
폴몬트, 정확히는 폴몬트였던 것의 모습에 이세훈이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매듭 역할을 하던 아이템이 사라지니 바로 폭주하는 건가…… 옛날이라 그런지 완성도가 별로네.’
자신이 알던 때보다 과거인 만큼 『탈각』의 기술력도 떨어지는 모양이다.
더 얻을 소득이 없나 싶어 이세훈이 계속해서 폭주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을 때.
[네놈……!]
고깃덩어리에 돋아난 수백 개의 눈이 일제히 노려보았다.
[죽인다……!]
자아가 무너져 내리는 와중에도 선명한 살의. 거기에 반응하며 마구 부풀었던 육체가 해일처럼 쏟아진다.
공동 전체를 휩쓸 기세로 몰아쳐 오는 고깃덩어리의 모습에 이세훈은 뒤로 도망치는 대신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쿠가가각!
그리고 고깃덩어리에서 돋아난 수천 개의 이빨이 전신을 찢어 갈기려는 순간.
쩌적─
눈앞의 공간에 거대한 균열이 새겨졌다.
콰아아앙!
거대한 충격파와 함께 밀려들던 고깃덩어리들이 벽면으로 다시금 처박히며 파르르 떨린다.
분노보다는 두려움에 의한 떨림. 그러는 사이 공간의 틈새에서 두 손이 나와 균열을 붙잡았고 이내 있는 힘껏 양옆으로 열어젖혔다.
콰드드득!
어딘지 모를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걸어 나오는 붉은 머리칼의 여인, 류은하는 다급히 이세훈을 바라보았다.
“이세훈 생도! 다친 곳은…….”
“아. 제때 오셨네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맞이해 주는 이세훈. 하지만 그 모습을 본 류은하는 두 눈이 파르르 떨렸다.
완전히 파손된 갑옷에 곳곳에 입은 상처로 피투성이가 된 몸. 거기에 내장에도 문제가 있는지 오른손이 가슴을 움켜쥔 채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
치명상만 없다뿐이지 중상이나 다름없는 모습. 그 몰골에 류은하의 얼굴이 얼어붙은 것처럼 딱딱하게 굳어졌다.
겉보기에는 감정이 완전히 사라진 듯한 모습. 하지만 실제로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격렬한 감정이 류은하의 내부에서 소용돌이쳤다.
그리고 그것이 조금씩 새어 나오려던 순간.
[─────!!!]
괴성과 함께 공동 전체가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고깃덩어리에게 더 이상 자아는 남아 있지 않았지만 자신의 육체로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무엇인지는 이해하고 있었다.
구구궁─
전투의 여파로 생겨난 공동의 균열. 그 틈새로 검붉은 고깃덩어리들이 파고들자 주변이 크게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공동을 무너뜨린 다음 자기 몸으로 감싸서 압사시킬 생각인가…….’
용케도 떠올렸구나 싶어 이세훈이 주변을 살피고 있을 때. 곁으로 다가온 류은하가 담담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세훈 생도.”
“예?”
“이 몬스터를 쓰러뜨리는데 이세훈 생도가 방해돼서 잠시 옮겨 놓을 생각입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아, 예.”
“혹시 모르니 이것도 두르고 있으십시오. 평범한 옷 같아도 영웅 등급 장비니 더 이상 다칠 일은 없을 겁니다.”
자신이 입고 있던 검은 자켓을 벗어 이세훈에게 둘러준 류은하는 그대로 양어깨를 붙잡았다.
“그리고 백광장검을 먹어서 녀석을 쓰러뜨릴 생각인데…… 옆에서 보여드리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아. 뭐 그거야 괜찮은데…….”
백광장검을 음미하기는커녕 몬스터를 처리할 생각밖에 보이지 않는 류은하. 그 모습에 이세훈은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제대로 안 즐기면 또 곤란한데.’
이번에 백광장검을 얼마나 좋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기대치가 달라진다. 그렇기에 이세훈은 혹시라도 류은하가 본래의 목적을 잊지 않도록 덧붙였다.
“맛있게 드셔주세요.”
“……예?”
“학과장님을 위해서 만들었거든요.”
예상치 못한 이세훈의 이야기에 류은하가 살짝 멍한 표정으로 보다가 이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 맛보겠습니다.”
빠져나올 때 사용하고 남은 광혈을 모조리 끌어올려 마력을 증폭시킨 류은하는 곧장 이세훈의 몸을 붙잡았다.
그리고 뻥 뚫려 있는 천장의 구멍을 바라보며 온 힘을 끌어올렸고.
“흐읍……!”
있는 힘껏 이세훈을 구멍 위쪽으로 내던졌다.
“악───!”
순식간에 멀어지는 이세훈의 목소리.
공동에 홀로 남게 된 류은하는 아공간 포켓에 남아 있던 마지막 무기를 꺼내 들었다.
우웅─
어두컴컴한 공동의 안에서도 새하얀 예기를 흩뿌리는 장검.
단아하면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백광장검의 자태에 류은하는 자신도 모르게 군침을 삼켰다.
‘나를 위해 만들었다…….’
입에 발린 소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기대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부풀어 오르는 마음을 억누르며 류은하는 가드 바로 위쪽의 검날을 살짝 물었다.
그동안은 조각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먹어왔지만 사실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무구포식에 중요한 것은 안에 깃들어 있는 힘을 먹어치우는 것.
즉, 류은하가 마음만 먹는다면 한 입만으로도 충분했고.
파캉!
검날이 부러지며 백광장검의 힘이 입안에 녹아들었다.
[무구 ‘백광장검’을 포식하셨습니다.]
[고유스킬 ‘용혼광로’가 가동됩니다.]
예리하게 연마된 검날의 식감. 내부에 자리 잡은 마력회로의 풍미.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벼려낸 장인의 감칠맛이 절묘하게 뒤섞인다.
희귀등급의 무구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선명한 맛에 류은하는 깜짝 놀라면서도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이건…….’
이세훈의 만든 무구를 먹어본 것은 분명히 오늘이 처음일 텐데 어째서인지 이 맛에서 그리움이 느껴졌다.
이전에 먹어보고 또한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것 같은 맛.
그 이해할 수 없는 감정에 류은하가 당황하는 사이 변화가 일어났다.
[1번 용광로 ‘염화炎化’가 임계점에 도달했습니다.]
[2번 용광로 ‘주안朱眼’이 가동됩니다.]
붉은 머리카락을 진홍빛으로 불태우던 열기가 아래로 내려가 두 눈동자를 주홍빛으로 달궈낸다.
몸 안쪽을 달구는 열기와 끓어오르는 광혈. 자신의 예상을 넘어선 힘의 양에 류은하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한 번에 주안까지?’
류은하의 고유스킬 용혼광로는 체내의 광혈이 일정이상 다다를 때마다 신체의 변화를 일으키며 능력의 상승폭이 더욱 커지는 효과가 있었다.
그중 1단계인 염화의 경우 어떤 무구를 먹든 발동이 가능했지만 2단계인 주안부터는 달랐다.
희귀등급 무구로 치면 최상품 10개는 족히 먹어야 가능한 수준. 하지만 백광장검은 단 자루만으로 그 단계까지 다다른 것이다.
‘도대체…….’
다른 무구들과는 전혀 다른 상황에 류은하가 당황하고 있을 때. 그 변화를 알아차린 고깃덩어리가 재빠르게 반응했다.
[────!!!]
방금까지는 어떻게든 상대를 죽이려 했지만, 이제는 두려움에 도망치려 하고 있었다.
지면을 파고들며 도주하려는 고깃덩어리. 약화되었다고는 해도 최소 B급 몬스터에 재생력을 갖췄으니 놓친다면 골칫거리가 되리라.
“……쯧.”
좀 더 음미하고 싶지만 그럴 여유가 없다.
눈매를 찌푸리며 혀를 찬 류은하는 자신의 오른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쿠구구궁!
체내로부터 어마어마한 구동음이 울려 퍼졌고 동시에 오른 주먹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광혈과 마력이 만들어낸 막대한 열기.
특수 제작한 와이셔츠조차 견디지 못해 소매가 녹아내렸고 팔꿈치까지 붉게 물든 팔이 어두컴컴한 공동 속에서 찬란하게 빛났다.
그리고 주먹의 안쪽으로 모든 힘이 담긴 순간.
“흐읍……!”
붉은 유성이 공동의 바닥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 * *
“크윽……!”
얼굴을 후려치던 바람이 멎은 것을 확인한 이세훈은 곧장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은월산의 풍경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마기를 머금어 어두컴컴한 구름만이 눈앞을 가득 채운다.
구름 너머까지 날려진 것을 확인한 이세훈은 류은하의 힘에 혀를 내두르면서 아래를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제대로 맛봤을지 모르겠네.’
회귀 전의 자신과 비교하면 장비부터 시작해 신체 능력까지 모든 것이 부족했지만, 딱 한 가지 우위에 선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인연각인 탐철을 사용하여 종잡을 수 없었던 ‘무구의 맛’을 직접 느껴보았다는 점.
‘아직 많이 먹어보지 않아서 애매하긴 하지만, 그래도 아예 모르던 것보다는 훨씬 낫지.’
회귀 전 류은하에게 직접 들었던 이야기와 직접 느껴본 맛을 토대로 무구의 맛을 의식해서 만들었던 백광장검.
그것을 류은하가 지금쯤 먹고 있으리란 생각에 이세훈은 긴장된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괜히 어중간하게 맛없어진 거 아닌가 몰라.’
류은하의 입맛을 맞춰보겠다고 이것저것 시도하다가 슬럼프에 빠진 대장장이만 한둘이 아니었고, 이세훈 역시 그러한 시기를 겪은 적이 있었다.
악몽과도 같은 옛 기억을 떠올리며 이세훈이 초조해하고 있을 때.
투웅─
구름을 뚫고 솟구쳐 오르는 붉은 빛.
“저건…….”
지금은 볼 수 없는, 볼 수 없었어야 할 그 모습에 이세훈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가 다급히 양손으로 두 귀를 감쌌고.
─────!!!!!
붉은 섬광이 구름을 찢어발기며 하늘 높이 솟구쳤다.
쿠구구구궁─
꽉 덮어둔 손바닥 너머로 들려오는 무시무시한 굉음. 이쪽으로도 충격파가 날아왔지만 어깨에 걸쳐둔 자켓이 깔끔하게 막아준 덕분에 휩쓸리는 일은 없었다.
“윽…… 눈이…….”
뒤늦게 눈을 감았던 이세훈은 붉은 잔상이 사라지기를 기다렸다가 다시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거대한 구멍이 뚫린 구름. 수백 그루의 나무들이 충격파를 견디지 못해 뿌리째 날아갔고 몇 군데는 아예 산사태가 일어나 엉망으로 변해 있었다.
“허…….”
겁에 질려 도망치는 몬스터와 마인의 습격이라 생각했는지 방호장치가 전력으로 펼쳐지는 터미널.
그 모습을 한 눈으로 내려다보던 이세훈은 자연스럽게 이 난장판을 만들어낸 폭발의 중심지를 바라보았다.
“미친…….”
수백 미터 아래로 파헤쳐져 있는 거대한 크레이터. 던전뿐만 아니라 그 주변에 있던 작은 산봉우리가 통째로 증발해 버린 것이다.
백광장검을 먹은 류은하가 만들어낸 그 참상에 이세훈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백광장검 하나로 나왔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방금 같은 위력을 내려면 최소 2단계인 주안, 희귀 등급 무구 10개는 족히 먹여야 가능한 수준이다.
그런데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이세훈이 당황하며 바라보고 있을 때.
후웅─!
아래쪽에서부터 붉은 유성이 솟구쳐 올라왔다.
“내려가겠습니다.”
누군가에게 잡혔다는 생각이 든 순간. 눈 깜짝할 사이에 아래로 떨어져 크레이터의 중심지에 착지했다.
“윽…….”
몸이 약해져서 그런지 평소보다 더 어지러운 느낌.
품에 안긴 채로 이세훈이 해롱거리고 있는 사이 류은하가 진지한 표정을 바라보았다.
“이세훈 생도.”
“예, 예…….”
“백광장검에 도대체 무슨 수를 쓰신 겁니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평범한 희귀등급 무구가 이런 힘을 낼 수 있을 리가 없다. 의문이 담김 류은하의 물음에 이세훈은 울렁거림을 가라앉히며 대답했다.
“그냥, 입맛에 맞췄죠.”
“……예?”
“이런 맛을 더 좋아하시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서 만들어본 겁니다. 혹시 별로셨습니까?”
“그건…….”
이세훈의 물음에 류은하는 뭐라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동안 류은하가 먹어온 무구들은 맛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정말 맛있었다고 하기에는 매번 ‘아쉬움’이 남았었다.
조금만 덜 달았다면, 덜 느끼했다면, 덜 매웠다면, 덜 썼다면. 아주 약간의 아쉬움들이 남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조정할 방법이 없었다.
‘아무도 모르니까…….’
이 세상에 무구의 맛을 아는 것은 오직 자신뿐이었으며 그것을 이해하고 맞춰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기에 류은하는 자신의 입맛을 맞출 기대를 버렸다. 어차피 만족할 수 없다면 생각하지 않는 편이 덜 아쉬웠기 때문이다.
“……아뇨.”
하지만 눈앞에 이제 막 자신의 천재성을 일깨우기 시작한 젊은 대장장이가 자신의 입맛을 다시금 일깨워줬다.
입안에 남은 그 만족스러운 맛에 류은하는 처음 자신이 느꼈던 그리움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오랜 시간 기다려왔던,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와 만나게 된 기쁨이었다고.
[대상 ‘류은하’의 인연레벨이 Lv.2로 상승합니다.]
[인연레벨이 상승함에 따라 관계가 정립됩니다. 대상 ‘류은하’와의 관계는 ‘공감’입니다.]
[관계 : 공감共感]
홀로 고립되어 있던 인물에게 있어 자신을 이해해 주는 인물이란 그 자체만으로 든든한 버팀목이나 다름없습니다.
비록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조금씩 그 연결고리를 넓혀간다면 그 누구도 끊어놓을 수 없는 관계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상이 공감을 느낄 때마다 인연석이 생성됩니다.
*대상이 이해받을 때마다 인연석의 숙성속도가 증가합니다.
*현재 생성된 인연석 : 없음.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 그 내용을 살펴본 이세훈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뭔…….’
입맛 좀 맞춰줬다고 한 번에 인연레벨이 2까지 상승하다니?
혹시 잘 풀리면 어떻게 가능하지 않을까 싶긴 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쉽게 달성할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다.
그 예상치 못한 상황에 이세훈이 당황하며 보고 있을 때.
“그래서 말입니다만…… 이세훈 생도께 한 가지 제안 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이세훈을 안은 채 지그시 바라보는 류은하. 감정이 드러나지 않던 평상시와 다르게 욕망이 숨김없이 얼굴에 드러난다.
전설 등급 무구, 아니 그 이상의 물건을 발견한 것처럼 두 눈을 번뜩이는 류은하의 모습에 이세훈은 자연스레 깨달았다.
“앞으로 매일 제 식사를 만들어주시지 않겠습니까?”
자신이 계획했던 것보다 약빨이 너무 강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