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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가 다 만들어줌-49화 (49/309)

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49화

루이제와 게르윈의 대련이 끝난 뒤.

두 사람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바벨은 그야말로 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떠들썩해졌다.

“언데드들 목이 한 방에 다 날아갔다고?”

“진짜라니까. 캐스팅도 아니고 짧은 단어 몇 개 읊조리니까 대련장 전체가 떨리더니 목이 한 방에 싹 날아가더라.”

“게르윈이 장비나 언데드 대충 들고 온 거 아냐?”

“대충? 전에 토벌 실습 때랑 똑같이 입고 나왔어. 완전무장이었다니까??”

무학관 내에서는 촬영이 불가능했기에 대련을 직관한 생도들이 루이제의 무용담을 퍼뜨렸고, 그 내용을 접한 이들은 모두 경악하면서도 쉽사리 믿지 못했다.

“게르윈이면 못해도 B급 영웅 정도는 될 텐데 그걸 단숨에 제압했으면 A급 영웅은 된다는 거잖아. 그게 말이 되나?”

“그냥 게르윈이 방심해서 그런 거겠지. 처음에 언데드들 쓸려나가니까 아무것도 못 하고 굳어 있었다며.”

“난생 처음 보는 마법이라 당황했을 수도 있지. 들어보니 고유스킬 각성한 거 아니냔 말도 있던데.”

전력을 다해 싸우다가 졌으면 모를까 언데드들을 무작정 돌진시키더니 그 이후 멀뚱히 서 있다가 패배했다.

대련을 직접 보지 못한 이들이 듣기에는 방심한 걸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고, 직접 본 이들도 대부분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도들의 의문을 영원히 풀릴 수가 없었는데 당사자인 게르윈이 더 이상 싸울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마력결상이 38개. 그것도 전신에 아주 구석구석 퍼져 있군. 이 정도면 마력불능이라고 봐야겠어.”

게르윈의 진단서를 책상에 내려놓은 금발의 사내, 미하엘이 한숨을 내쉬며 눈매를 쓰다듬었다.

“UD그룹 쪽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값을 제대로 받아내겠다고 하더구나. 멍청하긴 했어도 자질만 놓고 보면 25번째도 꽤 쓸 만했었으니까 말이야.”

“…….”

“거기에 무학관 쪽도 이번 일로 보안을 강화해서 이번 같은 수작은 부리기 힘들어졌고 찰스 교수, 여명도 기회를 날렸다며 항의를 보내왔다.”

“…….”

“장비까지 지원해 줬는데 발주가 미뤄졌으니 그럴 만도 하지. 덕분에 관계가 껄끄럽게 됐어.”

이뿐만 아니라 게르윈과 같이 언급되던 비에르, 그리고 바르무트 가문에도 부정적인 시선이 더해졌다.

증거가 없기에 당장 어떻게 되진 않지만 본래 이런 의심이 쌓여 훗날 발목을 붙잡는 법.

미하엘의 기준에서는 꼬리를 내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번 일로 우리 가문이 입은 피해가 얼마나 막심한지 이제 알겠나?”

미하엘의 물음에 앞에 서 있던 듬직한 인상의 청년, 비에르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죄송합니다.”

“후우…… 그래.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면 해결책 정도는 준비해뒀겠지. 어떻게 할 생각이냐.”

미하엘의 물음에 비에르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루이제 발렌트는 바벨로 복학했으니 상아탑에 자리 잡은 여명의 소속원들과 다시 의논해서 정리할 생각입니다. 곧 있을 상아탑의 특기생 선별을 이용할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세훈은 곧 있을 토벌 실습에서 처리해 보겠습니다. 그때 조금만 도와주신다면 제 선에서 확실하게 끝내겠습니다.”

“흐음…….”

잠시 고민하던 미하엘은 이내 생각이 정리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말해라.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확실하게 지원해 주마.”

“감사합…….”

“단.”

비에르의 말을 잘라낸 미하엘이 차가운 눈으로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계승권은 포기하는 게 좋을 거다.”

“……명심하겠습니다.”

“나가봐라.”

이걸로 끝이라는 듯 다시 서류를 향해 시선을 돌리는 미하엘. 그 차가운 모습에 비에르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조용히 집무실 밖으로 나왔다.

“…….”

아무도 없는 텅 빈 복도.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비에르는 이내 무덤덤한 얼굴로 복도를 걸었다.

구두 소리만 담담히 울려 퍼지는 복도. 하지만 잠시 후 거기에 기괴한 소음이 하나 끼어들었다.

뿌드득── 뿌득─

이빨이 갈려 나가는 섬뜩한 소리. 미동도 없는 표정과 달리 입가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그 소리는 마치 비에르가 가면을 뒤집어쓴 듯한 인상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빨이 가는 소리가 멈췄을 때. 비에르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이세훈이었나…….”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이번 일에 이세훈의 영향이 있었다는 것은 생각이 있다면 알 수밖에 없었다.

순조롭게 무너져가던 루이제가 저렇게 변한 것은 모두 이세훈이 아스쿠스에 입원하며 그녀와 친해진 뒤였으니.

“이세훈…….”

자신의 모든 계획을 망가뜨린 건방진 후배. 그 이름을 중얼거린 비에르는 가라앉은 두 눈으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다시금 무덤덤한 얼굴로 걸음을 옮겼다.

* * *

아스쿠스의 병동 로비.

빈 소파에 앉은 이세훈은 자신의 눈앞에 펼쳐둔 스킬의 설명문을 다시금 읽어보았다.

[깨어나는 꿈] 『C』

흐릿해진 정신을 강제로 각성시키는 자기암시.

정신오염도가 일정이상 다다를 경우 반사적으로 발동됩니다. 단 효과가 지속될수록 효과가 떨어집니다.

*정신을 강제로 각성시킵니다.

*단기간에 연속적으로 발동될 경우 스킬의 효과가 약화됩니다.

‘정신 계열인가…….’

강력한 영웅도 정신 공격에 당해서 허무하게 죽는 경우가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등급과 관계없이 좋은 스킬이다.

하지만 이세훈은 스킬의 유용성과 별개로 그 존재가 상당히 꺼림칙하게 느껴졌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상하단 말이지…….’

스킬이 어떤 방식으로 습득되고 형성되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딱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해당 분야의 재능이나 기본기를 가지고 있을 것. 한 마디로 정신 계열과 관련된 스킬을 습득하려면 그와 관련된 자질을 최소한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회귀 전에는 이쪽으로 스킬을 얻은 적이 없었어.’

누군가는 어쨌든 재능이 생겼으니 좋은 게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과거로 돌아온 회귀자인 이세훈의 입장에서는 거슬리는 이야기였다.

‘단순히 내가 몰랐던 재능이라면 모르겠지만…….’

기존에 없던 재능이 생긴 것이라면, 그것의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어쩌면 이 모든 것이…….

[깨어나는 꿈이 발동되었습니다.]

화악─!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한순간에 또렷해지는 정신.

깊이 파고들려던 생각이 단숨에 끊어진 것을 깨달은 이세훈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뜬 채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과연. 이런 방식인가.’

정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정도로 생각에 빠져들 경우 강제로 각성시키는 스킬. 생각보다 직관적인 효과에 이세훈은 불현듯 한 가지 재료가 떠올랐다.

‘흠. 이거 잘하면 몽상아에도 쓸 수 있겠는데…….’

흐릿한 회귀 전 기억을 보조해 줄 장비의 설계도. 거기서 애매하던 부분들이 채워지고 있을 때.

“야.”

옆 복도에서 걸어 나온 루이제가 이세훈에게 다가왔다.

“거기서 뭐 하고 있어?”

삐딱하게 선 채로 물어보는 루이제. 그 모습에 이세훈이 담담하게 올려다보았다.

“앉아 있지.”

“……내가 그걸 몰라서 물어봤겠냐? 하여간…….”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투덜거리던 루이제는 이세훈과 한 칸 떨어진 소파에 털썩 앉았다.

사이에 빈자리를 둔 채 나란히 앉은 두 사람.

가까운 듯 멀어 보이는 모습에 주변을 지나가는 이들이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당사자들은 신경 쓰지 않고 대화를 나눴다.

“퇴원 수속은 끝났냐?”

“그럴 리가. 이번 주 내내 검사야.”

안정완 교수는 루이제의 퇴원과 복학을 허가해 주는 대가로 일주일에 걸친 대대적인 검사를 받게 했다.

마력결상을 극복한 사례를 확보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혹시라도 루이제가 과거처럼 발작을 일으키거나 상처가 재발될까 봐 정밀하게 검사하는 것이다.

“참된 의사시네.”

“그렇지. 반년 동안 이래저래 많이 도와주셨으니까.”

그동안의 기억들이 떠오르는지 루이제는 살짝 멍한 눈으로 로비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르더니 가라앉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냈다.

“어제 찰스 교수랑 만났어.”

루이제에게 여러 도움을 줬던 은사이자, 마력침식기를 통해 마력불능으로 만들려고 했었던 『여명』의 소속원.

그와 접촉했다는 이야기에 이세훈이 물었다.

“뭐라고 하든?”

“뭐긴. 원소학부로 돌아와서 잘해보자 하지. 상아탑에 이야기해서 2학년 특기생도 받을 수 있게 도와준다고 하더라.”

다른 생도들이라면 두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제안이었지만 루이제는 오히려 불쾌하다는 듯 두 눈을 일그러트리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모가지를 찢어버렸어야 했는데……,”

“바로 거절했냐?”

이세훈의 물음에 루이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원소학부에서 마투학부로 전과할 생각이라 힘들다고 했어. 이유도 말해주니까 그러려니 하더라.”

언령마법은 이론을 중시하는 일반적인 마법과 거리가 멀었기에 수업을 들어도 루이제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마법보다는 마법을 사용한 ‘전투법’을 가르쳐주는 마투학부로 전과하기로 했는데 그것을 이유로 찰스 교수의 제안을 거절한 것이다.

“잘했어. 전에도 말했지만 아직은 티 내면 안 된다.”

“걱정 마. 이 악물고 참았으니까.”

이세훈은 루이제에게 찰스 교수, 정확히는 그 배후에 있을 『여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 척하라고 조언했다.

마력침식기 하나만으로 파고들기에는 저쪽에서 쉽게 꼬리를 자를 수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섣불리 적대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녀석들이었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바벨에도 테러도 불사할 녀석들이니까.’

육대마신을 연구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형태로 만들고자 했던 미치광이들의 모임인 ‘주시자注視者’.

거기에 속한 『여명』은 마법을 숭배하는 광신적인 마법사 집단으로 사상부터 행동까지 매우 과격해 특히나 위험한 녀석들이었다.

루이제와의 악연을 생각한다면 언젠가는 쓸어버려야겠지만 지금은 시기상조였다.

“전에도 말했지만 절대 자만하지 마. 이번에 네가 이길 수 있었던 건 여러 요소가 겹쳐져서 가능했던 거니까.”

지난 반년 동안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되새겨온 복수의 심상과 언령마법을 증폭시키는데 특화된 바르그의 성능.

기존의 언령마법과 다른 루이제의 특수성이나 언데드의 통제에만 특화된 게르윈의 능력. 그리고 실전 부족으로 인한 미흡한 대처 등등 그야말로 수많은 약점을 찔렀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만약 게르윈과 비슷한 스펙에 똑똑하고 실전경험이 풍부한 생도와 싸운다면 지금의 루이제로는 절대 이길 수 없으리라.

“내가 애냐. 그런 걸로 뻐기게.”

“애 맞잖아.”

“나보다 어린 새끼가 콱 씨…… 아무튼 걱정하지 마.”

흉터 자국이 살짝 남아 있는 오른손등을 쓰다듬은 루이제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 지랄하다가 목구멍이 뚫렸는데 또 그러겠어?”

자신을 노린 이들이 함정을 판 것은 맞지만, 거기에 빠진 것은 재능에 심취하여 한창 기고만장하던 자신의 부주의함 때문이기도 했다.

자조적인 말투로 이야기하는 루이제의 씁쓸한 모습에 이세훈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런 일을 당했는데 또 그러면 자업자득이지.”

“……미친놈.”

보통 이런 화제를 꺼내면 당황해서 쩔쩔매는 게 정상인데 이놈은 매번 기다렸다는 듯이 들이박는다.

자기가 못 할 말 했냐는 듯 바라보는 이세훈의 모습에 루이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시금 정면의 로비를 바라보았다.

“…….”

지난 반 년간 생활하며 익숙해진 병동의 모습.

다시는 이곳에 올 일이 없을 것처럼 그 풍경을 하나하나 눈에 담아내던 루이제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처음 여기에 입원했을 때. 얼마 못 가서 퇴학당할 거라고 생각했어.”

“…….”

“복수할 거라고 의욕을 막 불태우긴 했지만…… 사실 생각이 있으면 알 수밖에 없잖아?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거.”

재활분야에서 최고 권위자라 불리는 안정완 교수조차 고개를 가로저었던 마력결상. 애써 외면했었지만 루이제도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아스쿠스에 악착같이 남았던 것은 복수에 대한 집념…… 같은 거창한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근데 포기하자니 무섭더라고.”

손등의 흉터를 내려다본 루이제가 쓰게 웃었다.

“영웅이 아닌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보잘것없는 내가 그 녀석들에게 복수할 수 있을까. 그런 암울한 미래가 너무 무서워서, 그래서 여기에 숨었던 거지.”

마력결상을 치료하지 못하고 언젠가 비참하게 바벨에서 퇴학당하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이외의 방법을 도저히 찾을 수 없어 아스쿠스에 남았다.

이곳에서 재활실험을 하고 있을 때만큼은 자신에게도 아주 실 날 같은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멍청한 짓이야. 스스로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걸 떠올리기가 무서워서 그렇게 시간을 허비했다니.”

“…….”

“그런데…… 으음…….”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는지 입을 벌렸다 닫았다를 반복하는 루이제. 그 모습에 이세훈은 재촉하는 대신 말없이 기다렸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모두 정리한 루이제가 다시 천천히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네 덕분에 조금 핑계를 댈 수 있게 된 것 같아.”

“핑계?”

“그런 고생이 있었기에 언령마법을 습득할 수 있었다든가, 게르윈을 수월하게 쓰러뜨릴 수 있었다든가…….”

이세훈을 힐끔 본 루이제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여기서 너를 만날 수 있었다든가.”

자신이 그 모든 사실을 알고서 버텨냈다면 대단하다고 자화자찬했겠지만 이세훈과의 만남은 순전히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루이제는 핑계라고 표현했다.

본래라면 무의미했을 자신의 시간에 이유를 만들어준 것은 모두 이세훈의 덕분이었으니까.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 장황한 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하는 것이 좋을까.

두서없이 말을 꺼내서 그런지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에 루이제는 그동안 봐왔던 이세훈의 모습을 떠올렸다.

배려라고는 눈곱만큼도 없고 제멋대로에 괴팍하기 그지없었지만, 막막한 상황 속에서 언제나 자신을 바른길로 인도해 준 은인.

‘……뭐야. 쉽네.’

막상 생각해 보니 당연하다는 듯이 떠오르는 마무리에 루이제가 피식 웃었고.

“도와줘서 고마워.”

자신의 진심을 담아 감사를 표했다.

[대상 ‘루이제 발렌트’의 인연레벨이 Lv.2로 상승합니다.]

[인연레벨이 상승함에 따라 관계가 정립됩니다. 대상 ‘루이제 발렌트’와의 관계는 ‘인도’입니다.]

[관계 : 인도引導]

타인을 이끄는 것은 그 미래에 깊이 영향을 끼치는 만큼 막중한 책임을 요구로 합니다.

올바른 길로 이끄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책임을 져버리지 않고 바르게 이끈다면 그만큼 든든한 관계는 없을 것입니다.

*대상을 바르게 인도할 때마다 인연석이 생성됩니다.

*대상을 인도하는 상황일 때 인연석의 숙성속도가 증가합니다.

*현재 생성된 인연석 : 없음.

눈앞에 나타난 알림창.

그 내용을 훑어본 이세훈은 의외인 표정을 지었다.

‘이 녀석이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구나.’

폭견은 무슨 일이든지 자신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인물이었다.

일이 잘 풀린다면 모두 자신의 덕분이었고, 일이 꼬인다면 모두 다른 사람의 잘못이었다.

자책을 하면 언령마법의 위력이 떨어지는 탓에 자기암시처럼 하는 것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또 진지하게 그리 생각하기도 했다.

‘자신 이외에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눈앞의 폭견, 아니 루이제 발렌트는 남을 믿을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이 정말로 회귀 전보다 더 나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이세훈은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하기 나름이겠지.’

먼 훗날의 일을 생각하던 이세훈은 자신을 힐끗거리는 루이제를 바라보았다.

“고맙다는 말도 참 어렵게 하네.”

“……이런 싸가지 없는 새끼한테 감동적인 대답을 기대한 내가 등신이지.”

한숨을 푹 내쉰 루이제는 로비의 시계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간다.”

“아, 잠깐만.”

병원으로 들어가려는 루이제를 불러 세운 이세훈이 목에 채워진 검은 초커를 가리켰다.

“그거 돌려줘. 어차피 망가졌으니까 새로 만들 때 써먹게.”

검은 초커, 바르그는 게르윈과의 전투 이후 모든 기능이 사라졌다.

본래 내구도가 약한 투영합금을 사용한 데다 루이제가 사용한 언령마법의 위력이 너무 강해서 과부하를 일으킨 것이다.

‘역시 제대로 된 재료를 사용해서 만들어야겠어.’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 아니긴 하지만 지난번에 경매로 벌어들인 돈도 있으니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정 안 되겠다 싶으면 그냥 직접 구하러 가면 되는 거고.

“뭐. 이거?”

“그래. 너도 필요없…….”

“싫은데.”

“……뭐?”

예상한 것과 다른 대답에 이세훈이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루이제가 자신의 목에 채워진 초커를 쓰다듬었다.

차가우면서도 왠지 모르게 따스함이 느껴진다. 그 낯간지러우면서도 빼앗기기 싫은 감촉에 루이제가 씩 웃었다.

“이젠 내 거야.”

그리고 가볍게 몸을 돌려 시원스레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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