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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가 다 만들어줌-43화 (43/309)

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43화

다음 날.

루이제의 병실을 다시 찾은 이세훈은 들고 온 검은 비닐봉지를 내밀었다.

“받아.”

“뭔데?”

“오늘 쓸 훈련 도구.”

“뭣…….”

심드렁한 이세훈의 이야기에 대수롭지 않게 받으려던 루이제의 몸이 움찔거렸다.

다른 것도 아니고 마력결상을 교정하여 마법을 쓸 수 있게 만들어줄 훈련 도구. 자신의 구명줄과도 같은 물건이라고 하니 긴장한 것이다.

“뭐해. 빨리 받아.”

“아, 알았어.”

마른침을 삼킨 루이제가 조심스레 비닐봉지를 건네받아 안쪽을 힐끔 보았고.

“……뭐야 이게.”

윤기가 흐르는 체리의 모습에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거 체리잖아.”

“정확히 말하면 제이슨 체리지. 심리 안정 효과에 당도도 높아서 비싼…….”

“아니. 그런 건 됐고 훈련 도구는 어디 있는데?”

루이제의 물음에 이세훈은 봉지 안의 체리를 가리켰다.

“거기 있네. 훈련 도구.”

“…….”

미친놈이라도 보듯 싸늘하게 쳐다보는 루이제의 모습에 이세훈이 턱짓으로 안을 가리켰다.

“제대로 설명해 줄 테니까 일단 들어가서 앉아.”

“……알았어.”

영 믿음직스럽지는 않지만 자신이 선택한 길이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의심을 꾹꾹 눌러 담으며 루이제가 방 안으로 들어갔고 이세훈도 뒤따라 들어갔다.

병실 안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화이트보드와 책상, 의자. 조촐하게나마 만들어진 교실의 모습에 이세훈이 피식 웃었다.

‘회귀 전에도 그렇지만 이런 거 참 좋아한단 말이지.’

자신이 배울 때도, 남에게 가르칠 때도 늘 환경과 분위기를 중시하던 폭견.

밥 먹다가도 뜬금없이 가르침을 전수하던 자신의 사부와는 정반대였는데 이세훈도 그 정성은 마음에 들었었다.

‘성취도가 안 따라주면 자기 정성을 무시한다고 개지랄을 떨었지만…….’

34시간 연속으로 수업을 들었던 기억을 떠올린 이세훈이 치를 떨고 있을 때. 자리에 앉은 루이제가 노려보았다.

“뭐해. 빨리 시작해.”

“그래그래. 간다.”

화이트보드 앞으로 간 이세훈은 위에 놓인 보드펜을 집어 들었다.

“본격적으로 훈련에 들어가기에 앞서 네 목 상태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자고.”

이세훈이 가볍게 손을 움직이자 화이트보드 위로 목과 그 안쪽에 엇갈리게 이어진 마력회로가 순식간에 그려졌다.

“기본적으로 마력결상은 이렇게 회로가 본래의 길에서 벗어난 채 회복된 상태를 말해. 증세는 마력을 사용할 때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거고.”

“…….”

“여기서 중요한 건 이 부분이야”

어긋나 있는 마력회로에 동그라미를 친 이세훈이 루이제를 바라보았다.

“마력결상이 통증을 느끼는 ‘마력’은 어떤 마력인가.”

“……뭐긴. 정제된 마력이지.”

마력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마력회로를 통해 정제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표현만 거창하지 마력을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체내에서 반사적으로 이뤄지며 어린아이조차 자연스럽게 해내는 신체작용이었다.

“맞아. 마력결상은 정제된 마력에만 반응하지 평범한 마력에는 반응하지 않아. 지금 네 체내에 마력이 순환하고 있음에도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그것 때문이고.”

화이트보드에 이야기한 내용을 간추려 적어낸 이세훈은 씩 웃으며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마력결상의 통증을 유발하지 않고 마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간단하지.”

툭툭─

“여기서 마력을 정제시키면 되는 거야.”

“…….”

화이트보드를 두드리는 보드펜의 끝, 입안을 가리키는 이세훈의 모습에 루이제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너 지금 그게 될 거라고 말하는 거냐?”

마력은 얼마나 정제를 거치느냐에 따라 출력이 달라지며 특히 마법은 그 차이가 매우 크게 작용했다.

원소학부의 생도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중급 마법은 전신의 마력회로를 사용해 4번 이상 정제를 거쳐야 했고, 기초인 초급마법조차 최소 1번은 정제해야 했다.

그런데 그걸 신체의 극히 일부분인 입안에서만 한다? 사실상 권총으로 미사일을 쏘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아…… 그럼 그렇지. 내가 괜한 기대를…….”

“다른 사람들이야 안 되겠지.”

루이제의 말을 잘라낸 이세훈이 담담하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너는 가능해.”

폭견 루이제 발렌트.

마법사의 천적이라 불리며 영웅과 마인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마법사를 죽였던 최악의 테러리스트.

그 흉악한 재능은 이 비효율적인 방법조차 하나의 무기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크흠.”

확신을 담아 이야기하는 이세훈의 모습에 루이제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슬쩍 돌렸다.

“뭐, 일단 들어나 보자. 어떻게 하면 되는 건데?”

“일단은 입안의 마력회로부터 단련해야지. 캐스팅 때 쓰이기는 해도 비중이 별로 없다 보니 아무래도 둔하거든.”

“흐음. 입안이면 혀인가…….”

입안에서 혀를 굴려보던 루이제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신체의 말단 부분인 만큼 마력회로의 비중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수준. 그런데 이것만으로 전신을 사용해서 만들어낸 정제마력과 어떻게 견준단 말인가.

‘애초에 마법이 발동될지도 모르겠고.’

애꿎은 볼만 혀로 꾹꾹 누르고 있을 때. 불현듯 루이제의 시선이 체리를 향했다.

“그래서 결국 이 체리는 결국 뭐야?”

“훈련 도구라니까. 이제부터 써야지.”

“이거를?”

이세훈의 이야기에 루이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입안의 마력회로를 단련하는데 체리를 어떻게 쓴단 말인가. 루이제가 당황하고 있을 때 이세훈이 손을 내밀었다.

“한 알 던져봐.”

“아, 응.”

루이제가 봉지에서 체리 한 알을 던져주자 이세훈이 가볍게 낚아채 곧장 입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잠시 우물거리는가 싶더니 혀를 삐쭉 내밀었고.

“……아?”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묶여 있는 체리의 꼭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기초형태. 혀의 마력회로를 세밀하게 조작해서 묶는 거야.”

“…….”

“구강 내에서 마력을 움직여 보조하는 방법도 있지만 처음에는 어려울 테니까 그냥 이빨을 써.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설명하며 화이트보드에 혀를 움직이는 방법을 그리는 이세훈. 진지하게 설명하는 그 모습에 루이제가 지그시 눈을 감았고.

‘내가 미쳤지.’

천재가 아니라 진짜 미친놈과 엮였음을 깨달았다.

* * *

체리 매듭 훈련법을 전수한 뒤. 이세훈은 몇 가지 훈련법을 추가로 알려주었다.

“간장내가공장그린공장장은그림은강잘공장장이고그린된장그림이고공장네가공장…….”

콰작

“으그윽?!”

발음이 어려운 말 두 개를 즉석에서 겹쳐 이야기하는 훈련법.

“좀 더 악을 담아서!”

“이상한 짓 좀 그만 시켜 이 미친새끼야!!!”

마력과 감정을 한데 담아서 있는 힘껏 소리치는 훈련법.

“발음 흐트러지면 안 된다?”

“그냐 주어.”

입안을 꼬이게 만드는 캐스팅 훈련용 막대를 물고 말하는 훈련법.

남들이 보면 무슨 헛짓거리를 하는가 싶을 만큼 황당한 훈련들이었지만 이세훈은 시종일관 진지하게 가르쳤고, 루이제 역시 불평하면서도 따라갔다.

“달아…….”

“쓴 것보다야 낫지. 그냥 먹어.”

한 알에 1,000원이나 하는 제이슨 체리를 하루에 100알도 넘게 먹었고 혀와 입술은 잊을 만하면 씹어 상처가 줄어들지를 않았다.

거기에 평소보다 목을 자주 쓴 탓에 목소리도 쉬었지만 그런데도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밤낮을 가리지 않는 훈련이 계속되기를 일주일째.

“됐다……!”

루이제의 혀 위로 육각형이 완벽하게 완성되었다.

체리 꼭지들을 사용해서 만들어낸 육각형. 흐트러짐 없이 단단하게 완성된 그 모습에 이세훈이 박수 쳤다.

“오. 진짜 완성했네. 대단한데?”

“내가 말했지. 이까짓 거 별거 아니라고!”

“음음. 훌륭해.”

한 달은 족히 걸릴 거라고 예상했던 육각형의 매듭을 일주일 만에 완성했다. 그 모습에 이세훈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본인이 만든 훈련법이라 그런가. 순식간에 적응하네.’

2주 동안 얼마나 가르칠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이 정도라면 충분히 가르칠 수 있을 것 같다.

이세훈이 만족스럽게 바라보고 있을 때.

“……아아악!!”

매듭을 보며 웃던 루이제가 갑자기 머리를 마구 긁어대며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뭐야. 왜 그래?”

“왜냐니! 그동안 늘어난 게 이딴 개짓거리밖에 없으니까 그렇잖아!!”

혀를 섬세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됐고 아무리 어려운 문장도 꼬이지 않고 단숨에 말할 수 있게 됐다.

거기에 발성과 발음도 몰라볼 정도로 좋아졌는데 녹음해둔 음성을 들어보면 아나운서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이 모든 것이 일주일 만에 이뤄진 성장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결과물이었지만.

‘이게 마법이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야!’

아무리 봐도 마력결상의 교정과는 관련이 없어 보였다.

쓰잘데기 없는 훈련에 몰두했다는 허탈감. 그 쓰잘데기 없는 훈련에 엄청난 재능을 드러내는 자신에 대한 자괴감.

“으그으으아아악!!!”

돌연 밀려오는 감정에 루이제가 힘겹게 완성한 육각형 매듭을 꽉 움켜쥐며 손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그 상태로 씩씩거리더니 깊은 한숨을 내쉬며 손을 내렸다.

“하아아…….”

혀를 그렇게 씹어가며 열심히 만든 매듭에 화풀이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몸을 축 늘어뜨린 루이제는 힘없이 의자에 걸터앉았다.

“미안…… 요새 머리가 좀 오락가락하네.”

“뭐. 그럴 수도 있지.”

“훈련이나 계속하자. 다음 매듭은 뭔데?”

자포자기한 얼굴로 체리를 씹어 먹는 루이제. 그 모습에 이세훈이 슬쩍 웃었다.

“이번 훈련은 ‘언령마법’에 쓰일 마력을 정제하는 법이야.”

“그래. 언령…… 언령마법?”

또 매듭이겠거니 했던 루이제의 두 눈이 순식간에 휘둥그레졌고, 그 격렬한 반응에 이세훈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일단 한번 보여줄 테니까 잘 봐둬.”

정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입안으로 모여드는 마력. 그 양이 충분해진 것을 확인한 이세훈은 혀의 마력회로를 일깨우며 가볍게 튕겼다.

스으윽─

구강에 모인 마력이 혀에 튕겨져 이리저리 뭉친다.

루이제는 입안의 마력회로만을 사용해서 마력을 정제하는 게 전부라고 생각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달랐다.

우웅─

언령마법에 필요한 것은 두 가지.

술식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최소한의 마력. 그리고 그것을 마법으로서 발현시킬 수 있는 강한 의지, 정확히 표현하자면 ‘심상’이라고 볼 수 있었다.

마음속으로 그려낸 마법의 형태가 정확하고 선명할수록 언령마법은 그 위력이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지는 것이다.

‘우선은 잘 보여줘야 하니까…… 구형이면 되겠지.’

마법의 심상이 완벽히 그려진 순간. 입안에 뭉치던 마력이 술식으로 변해 체내의 마력을 끌어당기기 시작한다.

술식이 준비되었음을 확인한 이세훈이 가볍게 입을 벌렸고.

“<구형>”

쏘아진 언령이 주변의 마력을 빨아들이며 구현되었다.

우우웅─

주먹만 한 형태의 반듯한 구형. 특별한 효과는 없었지만 오직 입안의 마력회로만을 사용해 완성해냈다.

“…….”

그 모습을 바라본 루이제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마력결상을 교정하여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한다. 반신반의하던 이야기가 정말로 눈앞에서 증명된 것이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광경에 루이제가 영혼이 빠져나간 것처럼 멍하니 서 있었고, 이세훈은 구형을 바라보며 슬쩍 미소를 지었다.

‘오늘 컨디션 좋은데.’

회귀 전에는 구형을 만들어내면 열에 여섯은 찌그러진 채로 나왔는데 오늘은 무슨 일인지 한번 만에 깔끔하게 나왔다.

그 깐깐한 폭견이 보더라도 좀 치네? 라고 인정해 줄 수준. 그 모습에 이세훈은 옆에서 멍하니 보고 있는 루이제를 힐끗 쳐다봤다.

‘잘되는 것 같으니까 좀 더 보여줄까.’

루이제의 재능을 생각하면 금방 자신을 추월할 테니 이럴 때 최대한 대단한 모습을 보여서 뭘 하더라도 신용하게끔 만들어둬야 한다.

눈앞에 떠 있는 구형을 바라본 이세훈은 조금 더 어려운 언령마법을 사용했다.

“<변형>”

촤라락─

공중에 뜬 구형이 꽈배기처럼 비틀리며 길게 늘어지더니 나선 형태의 가느다란 창으로 변한다. 처음과 마찬가지로 흠잡을 곳 없는 조형.

그 모습에 이세훈이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괜찮네.’

이것도 열에 여덟은 형태가 조금 불안정하게 나오는데 비틀림 없이 아주 깔끔하게 잘 나왔다.

오늘이 날이다 싶어진 이세훈은 과감하게 또 다른 언령마법을 펼쳤다.

“<속성부여>”

나선의 창에 불꽃이 피어오르고.

“<회전부여>”

창이 맹렬하게 회전하며 말벌 같은 소리를 낸다.

눈앞에서 완성되어가는 흉흉하기 짝이 없는 마법의 모습에 이세훈은 그제야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왜 이렇게 잘 되지?’

성공확률 40%를 뚫고, 30%를 뚫고 이어서 10%를 뚫더니 5%도 뚫어버렸다.

실패하면 취소하려 했던 마법이 계속해서 진화하자 병실의 공기가 희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우우웅!

맹렬하게 회전하는 무시무시한 화염창.

그 마법을 바라보던 이세훈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실의 창문을 열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가속부여>”

투웅─!

쏘아진 화염창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하늘을 향해 뻗어 올라가 당장에라도 모든 것을 박살 낼 것처럼 흉흉히 빛난다.

엄청난 대폭발을 일으킬 듯한 그 모습에 이세훈은 재빠르게 마지막 언령을 내뱉었고.

“<고정해제>”

피융─── 펑!

작은 불꽃이 허공에서 맥없이 터졌다.

“방금 뭐였지?”

“몰라. 훈련실 쪽에서 난 거 아냐?”

바깥을 산책 중이던 사람들이 아니면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별 볼 일 없는 소리. 하지만 이세훈은 오히려 그 형편없는 위력에 깜짝 놀랐다.

‘어, 어떻게……?’

차로 비유하자면 시속 300킬로미터로 달리던 트럭을 브레이크를 밟는 게 아니라 모조리 분해해서 멈춰 세운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

회귀 전. 단 한 번도 성공해 본 적 없는 언령마법의 성공에 이세훈이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고.

[스킬 ‘언령 : 부여(C)’를 습득하셨습니다.]

회귀 전에 다룬 스킬이 또 하나 복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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