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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가 다 만들어줌-42화 (42/309)

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42화

[제이크란 녀석을 손 봐주는 걸로 대금을 지불하는 건 어떠냐.]

“염성하 이놈은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자고 일어나 휴대폰에 도착한 메시지를 확인한 이세훈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때다 싶어 대금을 처리하려고 사적보복을 권유하다니. 회귀 전보다 덜하다뿐이지 인정 사정 안 보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해 보였다.

‘이런 놈을 다시 끌고 다녀야 한다니…… 내 팔자도 참…….’

염성하에게 개짓거리 하지 말라고 답장을 보내둔 이세훈은 곧장 제이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며칠 철야라도 한 것처럼 힘이 쭉 빠진 제이크의 목소리. 그에 이세훈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목소리가 왜 그래?”

-응? 아아…… 괜찮아. 별일 아니야. 그보다 무슨 일이야?

“전에 부탁한 정보들 어떻게 됐나 해서.”

-아 그거라면…… 잠시만.

인적이 없는 곳으로 이동하는지 잠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제이크가 다시금 이야기를 이었다.

-반년 전에 그 사건에 관해서 찾아보니까 한 가지 의심스러운 게 있긴 하더라고.

“어떤 건데?”

-일단 바벨의 ‘상아탑’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

상아탑. 우르의 번화가 쪽에 위치한 30층짜리 고층건물로 마법 분야의 생도들이 주로 이용했는데 실질적으로는 그 안에 자리 잡은 ‘후원재단’을 가리키는 단어였다.

마법 분야의 교수와 졸업생. 그리고 그들과 관련된 단체들에게 후원받아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재단법인 상아탑.

바벨과는 별도로 지원을 했기에 마법 분야의 생도들에 한해서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곳이 바로 상아탑이었다.

“어느 정도는 알지.”

-상아탑이 학년마다 특기생을 선발하는데 반년 전에 게르윈 선배가 2학년 특기생을 노렸다네. 그리고 그때 같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게 루이제 발렌트였다는 거구만.”

이제야 흐릿하던 윤곽이 확실하게 잡혔다. 곰곰이 생각하던 이세훈은 이어서 궁금한 점을 물었다.

“비에르 바르무트 쪽은?”

-UD그룹이랑 바르무트 가문이 몇 년 전부터 사업협력을 맺어서 집안끼리 교류가 좀 있었어. 서로 사돈 관계이기도 하고.

“사돈?”

-크루거 가문의 22번째 딸이 바르무트 가문의 장남이랑 결혼했거든. 사업협력을 맺기 직전에 했으니까 아마 정략결혼이었을걸?

“지저분한 이야기구만.”

그래도 이걸로 게르윈과 비에르가 손을 잡고 루이제를 노렸다는 것이 얼추 확실해졌다. 머릿속으로 정리한 이세훈은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 이외에 또 뭔가 신경 쓰이는 건 없었어? 루이제 발렌트랑 연관된 쪽으로.”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추측하고 있었던 부분. 지금은 루이제가 사용하고 있던 그 ‘흡입기’의 출처에 대해서 알아내야 했다.

-다른 거라면…… 아. 그래. 루이제 발렌트랑 비에르 바르무트 사이에 법적 공방이 있었던 건 알아?

“그건 알고 있어.”

-루이제 발렌트가 패소하고나서 비에르 바르무트가 역으로 고소했을 때. 원소학부의 찰스 교수가 중재했다네. 지금도 개인적으로 후원하면서 도와주는 모양이야.

“……그렇구만.”

듣기에는 은사가 제자를 도운 훈훈한 미담이겠지만, 이세훈에게는 거기에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뻔히 보였다.

“고맙다. 그 정도면 될 것 같네. 그럼 나중에…….”

-아. 자, 잠깐만.

“음?”

-그…… 으음…… 한 가지 부탁이…….

선뜻 말하기가 어려운지 머뭇거리는 제이크의 모습에 이세훈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뭔데 그래?”

-그…… 널 걱정하는 사람이 좀 많거든. 염성하 선배라거나…… 에리카라거나…….

“…….”

-시간 있으면 괜찮다고 말이라도 좀 전해줄래? 눈총이 따가워서…….

한쪽은 빚을 갚을 절호의 기회라고 눈을 번뜩이며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다른 한쪽은 침 발라뒀던 인재를 다치게 했다고 분노에 차 노려본다.

그 둘의 괴팍한 성격을 생각한다면 아마 상당히 시달리고 있으리라.

‘거기에 아리아까지 거들었으면…….’

제이크의 고충을 어느 정도 이해한 이세훈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알겠어. 염성하한테는 아까 보내뒀으니 에리카한테도 보내둘게.”

-고맙다…….

“내가 더 고맙지. 나중에 또 알아낸 거 있으면 연락 주고.”

통화를 끝낸 이세훈은 그새 염성하에게 도착한 답장을 확인했다.

[알았다.]

“알기는 개뿔이…….”

제이크 주변에 얼씬도 하지 말라고 메시지를 보내둔 이세훈은 에리카에게도 이야기하기 위해 전화번호부를 눌렀다.

“……없네.”

생각해 보니 매번 에리카가 마중을 나오거나 ‘우연히’ 마주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보니 연락처를 교환한 적이 없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던 이세훈은 이내 어깨를 으쓱였다.

‘설마 뭔 일이야 있겠어.’

염성하야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라도 에리카는 별다른 사고는 안 칠 것이다.

나중에 제이크를 통해서 이야기를 해놓기로 한 이세훈은 바쁘게 옮기던 걸음을 멈췄다.

어제도 방문했던 루이제의 병실. 그 문을 바라보던 이세훈이 가볍게 두드렸다.

똑똑─

“……누구세요.”

“어제 도와줬던…….”

콰앙!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병실의 문이 부서져라 열리더니 새하얀 두 손이 튀어나와 이세훈의 멱살을 붙잡고 아래로 끌어내렸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이글거리듯이 타오르는 푸른색 눈동자. 체내의 마력이 감정과 호응하며 두 눈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었는데 그 모습에 이세훈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빡돌았네.’

회귀 전의 폭견이었다면 전치 4주가 나올 때까지 마법을 퍼부었을 수준. 그 모습에 이세훈이 머릿속으로 견적을 짜 맞추고 있을 때.

“이─.”

분노로 이성을 잃은 루이제의 입이 열렸다.

“개─ 새─ 끼─ 야────!!!”

마력을 담은 것도 아닌데 귀가 저릿할 만큼 어마어마한 성량. 그 격렬한 환영에 이세훈이 언짢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갑자기 왜 욕이야?”

“갑자기? 갑자기라고? 너 때문에 지금 내가 어떻게 됐는지 알기나 해?!”

태연하게 이야기하는 이세훈의 모습에 루이제는 속이 뒤집히는 것을 느끼며 소리쳤다.

2주간의 절대안정. 여기까지는 루이제도 자업자득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었겠지만, 안정완 교수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아무래도 지금 재활실험의 강도가 자네에게 너무 부담스러웠나 보군. 실험 강도를 1단계로 낮추고 다시 차근차근 진행해 보는 게 좋겠어.’

지난 반년 간 악착같이 올려왔던 재활실험의 강도가 10단계에서 1단계로 다시 떨어졌다.

물론 그게 부상이 악화됐다는 뜻은 아니었지만, 그것을 이정표삼아 병동에서의 생활을 버텨왔던 루이제에게는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네가 교수님한테 말만 안했어도…………아니, 마력불능이니 뭐니 이상한 소리로 겁만 안 줬어도……!”

억울하다는 듯이 소리치며 멱살을 흔들어대는 루이제의 모습에 이세훈이 두 눈을 반짝였다.

“어제 그 흡입기 안 썼냐?”

“그래. 안 썼다 왜! 너 같으면 쓸 수 있겠냐!?”

안 그래도 요즘 들어 재활에 차도가 안 보이는데 부상이 악화된다느니 마력불능이 된다느니 그런 소리를 듣는데 어떻게 쓰겠는가.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냥 쓰는 거였는데……!’

루이제가 속으로 불만을 터트리고 있을 때. 이세훈이 의외인 표정을 지었다.

‘기억이라도 하고 있으면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역시 폭견 때와는 다른가.’

마력결상을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 상태라 그런지 그와 관련된 일에는 조금 느슨한 경향이 보인다.

생각한 것보다 일이 쉽게 풀리겠다 싶어진 이세훈은 멱살을 흔드는 루이제의 팔이 멈출 때까지 기다렸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내 말을 믿는다는 거네?”

“헉…… 헉…… 안 믿어! 내가 누구 좋으라고 너 같은 개새…….”

“마력결상을 치료할 수 있다 해도?”

이세훈의 물음에 쌍욕을 퍼부으려던 루이제가 움찔거리며 두 눈을 마주 보았다.

3분 동안 멱살을 붙잡힌 채 흔들렸음에도 불구하고 미동도 없는 눈동자.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말하는 듯한 그 모습에 루이제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너 마력결상이 뭔지 알고나 말하는 거야?”

“완등자들도 어쩔 방법이 없다는 불치병이지. 아직까지는.”

“…….”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이세훈의 모습에 루이제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헛소리하지 말라고 무시했겠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이세훈이기에 그냥 흘려들을 수가 없었다.

[희귀 등급 무기에 유사 검기를 담아낸 생도 등장!]

[실패로 돌아갔던 검기 무구의 양산화, 새로운 돌파구가 나타나는가.]

[불칸 아카데미 학원장 ‘소문이 모두 사실이라면 새로운 학파가 나타나게 될 것’]

본래 기술이란 수천, 수만 명의 범재보다 단 한 명의 천재에 의해 새로운 영역으로 뻗어 나가기 마련.

그리고 눈앞의 이세훈은 그런 천재 중의 한 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자신의 재능을 뽐내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마력결상을 치료할 수 있다는 저 허무맹랑한 말에도 왠지 모를 ‘믿음’이 생겨나는 것이다.

‘젠장…….’

어쩌면 지금 이 모든 상황이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려는 비에르 바르무트의 계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대로 듣지도 않고 넘기기에는 너무나도 아쉬웠다.

쉴 새 없이 피어나는 의심과 한참 동안 씨름하던 루이제는 이내 이를 악물며 결정을 내렸다.

“또 개소리 같으면 진짜 가만 안 둘 거야. 알겠어?”

“또라니. 내가 언제 이상한 소리를 했다고…….”

“시끄러! 쓸데없이 말꼬리 잡기는…….”

불만스럽게 투덜거린 루이제가 꽉 붙잡고 있던 이세훈의 멱살을 놓아주며 그대로 몸을 돌렸다.

“들어와.”

그 말을 끝으로 먼저 안으로 들어가는 루이제.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차가운 반응. 그 뒷모습에 이세훈이 피식 웃으며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여기 앉아.”

책상 쪽의 의자를 빼서 앉은 이세훈은 침대에 걸터앉은 루이제와 마주 보았다.

허공에서 얽히는 검은 눈동자와 푸른 눈동자. 서로 피하는 기색도 없이 그렇게 한참을 쳐다보다 이세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야기할 게 많은데…… 우선은 네가 가장 궁금한 것부터 해결해 보자고.”

서랍에서 검은 케이스를 꺼낸 이세훈은 그 안에 들어 있는 은색 흡입기를 집어 들었다.

“이건 누구한테 받은 거야?”

“그건…….”

“아니. 뭐 됐다. 원소학부의 교수가 몰래 구해다 준건데 대놓고 말하기 어렵겠지.”

“뭐……?”

두 눈이 휘둥그레진 루이제의 모습에 이세훈은 자신의 추측이 맞았음을 확인하며 손에 들린 흡입기를 까딱거렸다.

“이 흡입기. 정식 명칭은 모르지만 나는 이걸 ‘마력침식기’라고 불러.”

“마력침식기라고……?”

“그래. 자잘하게 설명하면 기니까 한번 보여줄게.”

“뭐? 아니, 잠깐……!”

깜짝 놀란 루이제가 막기도 전에 마력침식기를 입에 문 이세훈은 버튼을 누른 다음 가볍게 숨을 들이마셨다.

우우웅─

마력침식기를 통해 체내로 스며드는 녹빛의 마력.

기묘한 청량감이 느껴지는 마력의 존재감에 이세훈은 재빠르게 영연신마법을 통해 임시통로를 만들어냈다.

철컥─

안내를 따라 새로운 길에 들어온 녹빛의 마력은 얌전히 체내를 순환하며 자신이 머무를 장소를 확인했다.

그리고 자신이 들어온 길, 마력회로 안에 다른 마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콰드득─

본색을 드러내며 마력회로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이 변태새…… 어?”

이세훈에게서 마력침식기를 빼앗으려고 달려들려던 루이제는 눈앞의 풍경에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전신이 은은하게 녹빛으로 빛나는 이세훈. 겉보기에는 단순히 마력을 받아들여서 그런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지만, 루이제는 그 변화를 단숨에 알아차렸다.

‘누구야 저건…….’

분명히 겉모습은 싸가지 없는 대장장이 놈이 맞는데 어째서인지 다른 사람이 앉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이질적인 광경에 루이제는 그제야 이세훈이 이야기한 ‘침식’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차렸다.

‘마력회로를…… 통째로 바꿔 버린다고……?’

단순히 마력만 침식하는 것이 아니라 마력회로 전체에 뿌리를 내려 그 성질 자체를 바꿔 버린다. 그 깨달음에 루이제는 반사적으로 자신의 목을 움켜쥐었다.

언제나 상처 입은 목을 치유해 주듯이 머무르던 녹빛의 마력.

하지만 그 진실은 마력결상 때문에 저항력마저 사라진 자신의 마력회로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윽……!”

자신의 목 안에 수백 마리의 기생충이 파고들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만 같은 감각.

당장에라도 목을 뜯어 내버리고 싶은 충동에 루이제가 몸을 부들부들 떨어대자 자신의 몸을 살피던 이세훈이 눈매를 찌푸렸다.

‘저거 저러다가 또 역류하겠네.’

이번에 마력역류가 일어나면 아예 집중관리에 들어가서 따로 만나기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

루이제를 진정시키기 위해 이세훈은 재빠르게 임시로 만들어낸 마력회로 안에 홍련을 집어넣었다.

화르륵!

홍련에 휩쓸려 그대로 불타오르는 녹빛의 마력.

차후 문제가 없도록 작은 뿌리 하나까지 모조리 불태운 이세훈은 홍련을 다시 수습한 다음 재빠르게 루이제의 손목을 붙잡았다.

“목 움켜잡지 말고. 심호흡해.”

“하아…… 하악…….”

이쪽의 말은 들리지 않는지 몸을 웅크린 채로 계속해서 떠는 루이제.

그 모습에 이세훈은 재빠르게 루이제의 얼굴을 잡아 시선을 억지로 맞췄다.

“눈감지 마. 내 얼굴 보고 심호흡해. 당장.”

눈을 감으면 과거의 사건을 떠올리면서 발작이 더욱 심해지기에 뭐든 현실의 물건을 보게끔 만들어야 한다.

회귀 전에 여러 번 해봐서 익숙했기에 이세훈은 눈을 마주한 채로 계속해서 심호흡을 명령했고, 루이제의 상태도 조금씩 호전되기 시작했다.

“하아…… 후우…….”

거칠어졌던 호흡이 조금씩 진정되고 두 눈이 또렷해진다.

발작이 멎어가는 것을 확인한 이세훈은 두 손을 떼어낸 다음 완전히 진정될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간신히 원래대로 돌아온 루이제가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고마워…….”

“됐어. 그보다 왜 마력불능이 된다고 했는지는 이해했냐?”

이세훈의 물음에 루이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침식이 계속 진행됐으면 목만 다른 마력회로로 변했을 테고…… 그때부터 체내의 마력회로와 충돌을 일으켜 마력을 아예 사용할 수 없게 됐겠지.”

간단히 말하자면 루이제의 마력회로는 본디 110v였지만, 침식당한 목 부분의 마력회로는 220v 전용으로 바뀐다.

그 결과 서로 충돌이 일어나고 결국 과부하가 일어나 마력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

모든 진상을 알게 된 루이제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목을 다치고 상아탑에서 내쳐졌을 때도, 법정에서 누명을 쓰고 퇴학을 당할 뻔했을 때도 언제나 자신을 지지하고 도와주었던 은사.

‘너라면 마력결상도 극복해낼 수 있을 게다. 그러니 어떤 고통이 찾아오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말거라.’

인지하게 웃으며 흡입기를 건네주던 초로의 노인, 찰스 교수의 모습이 루이제의 머릿속으로 다시금 떠올랐다.

그리고 그 입꼬리가 히죽 올라가며 비에르 바르무트와 같은 비웃음으로 변한 순간.

콰득─

루이제가 이빨을 꽉 깨물었다.

자신은 그저 뛰어난 영웅이 되고 싶었을 뿐인데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렇게까지 괴롭힌단 말인가.

그 비참한 현실에 루이제는 억울함과 분함. 그리고 머리가 어떻게 되어버릴 것 같은 분노를 느꼈다.

“반드시…… 반드시 되갚아주겠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신에게 이런 불행을 가져다준 놈들에게 똑같이, 아니 속이 풀릴 때까지 수백, 수천 배로 되갚아주고 말 것이다.

빠드득─

입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도 깨닫지 못한 채 루이제의 이빨이 살벌한 소리를 내며 갈렸고 동시에 기묘한 변화가 일어났다.

우웅─

갑작스럽게 떨리기 시작하는 병실 내의 마력. 루이제의 ‘의지’에 호응하는 그 광경에 이세훈이 슬쩍 웃었다.

‘좋구만.’

루이제의 고유스킬인 ‘마력동화’의 흔적.

아직 각성은 못 하겠지만 저 정도라면 폭견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 ‘마법’은 얼마든지 익힐 수 있으리라.

모든 준비가 끝났음을 확인한 이세훈은 으르렁거리는 루이제를 바라보았다.

“찰스 교수에 대해서는 나도 아직 알아보고 있으니까 확실해지면 이야기하자고. 알겠지?”

“……알았어.”

“그럼 다음은 마력결상에 대해서야.”

이세훈의 이야기에 움찔거린 루이제는 가볍게 숨을 고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줘.”

“일단 정확히 말해두자면 마력결상 자체를 어떻게 할 수는 없어. 나는 대장장이지 치료사가 아니니까.”

“…….”

“하지만 네가 마법을 쓸 수 있게끔 ‘교정’을 해줄 순 있지.”

다른 사람이라면 지금의 실력으론 힘들겠지만 폭견, 루이제 발렌트의 재능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세훈의 이야기에 루이제가 가만히 두 눈을 마주 보았고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가 원하는 건 뭔데?”

능력에 대한 의심은 사라졌지만 목적에 대한 의심은 찰스 교수의 일 때문에 더욱 깊어졌다.

어설프게 이야기하면 관계를 쌓는 데 좋지 않을 것이 뻔했기에 이세훈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네게 바라는 건 딱 두 가지야. 첫 번째는 훗날 내가 육대마경을 탐색할 때 도와줄 것. 그리고 두 번째는…….”

잠시 말을 멈춘 이세훈이 긴장한 루이제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누구보다도 강해질 것.”

“…….”

“네가 정말로 그럴 자신이 있다면 복수든 재활이든 있는 힘껏 도와줄게.”

예상치 못한 대답에 루이제가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씩 웃으며 바라보았다.

“나중에 무르기 없기다?”

“누가 할 소리를.”

자연스럽게 왼손을 맞잡은 채 악수하는 두 사람.

인연레벨이 올랐다고 따로 뜨지는 않았지만 이전보다 확실하게 신뢰관계가 구축된 것이 느껴졌다.

퇴원하기 전까지 루이제를 훈련시킬 수 있게 됐음을 확인한 이세훈은 문득 책상에 올려둔 마력침식기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저것도 잘하면 써먹을 수 있을 거 같은데…….’

한 번 더 사용해서 확인해 보기로 한 이세훈이 책상에 올려둔 마력침식기를 다시 잡았고.

“한 번만 더…….”

“하지 마!”

입에 물기도 전에 루이제에게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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