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41화
[공습경보. 공습경보. 건물에 계신 방문객분들은 가까운 탈출구로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새까맣게 그을린 천장과 벽면에 뚫린 구멍으로 새어나가는 매연. 사이렌과 비명 소리가 뒤섞인 소음에 어지럽던 머리가 선명하게 깨어났다.
“콜록콜록…….”
일어나서 주변을 둘러보니 사치스럽던 방과 살이 뒤룩뒤룩 쪄있던 돼지 새끼들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아마 폭발과 함께 먼지가 되어 사라진 것이 분명하리라.
‘진짜 뒤질 뻔했네…….’
만약을 대비해 갑옷을 겹겹이 입고 오지 않았다면 돼지 새끼들과 함께 뼛조각도 남기지 못하고 증발할 뻔했다.
반쯤 녹아 있는 갑옷을 억지로 뜯어내며 벽면의 구멍 쪽으로 걸어가 주변을 내려다보니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와 불길이 눈에 들어왔다.
이 빌딩뿐만 아니라 주변의 다른 건물들도 동시에 습격받은 듯했는데 하나같이 ‘그놈’들이 소유한 건물들이었다.
“내가 그 새끼들이랑 다시는 거래 하나 봐라…….”
구하기 힘든 재료를 싸게 쳐준다길래 딱 한 번 온 건데 역시 뒤가 구린 놈들이랑은 아예 엮여서도 안 된다.
속으로 욕지거리를 퍼부으며 바깥을 내려다보고 있을 때. 위쪽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았다.
‘저건…….’
어깨까지 오는 탁한 은발에 얼굴 전체를 가린 방독면. 옷은 라이더 슈트에 검은 가죽 자켓을 걸쳐 입었는데, 몸의 곡선을 보건대 여자로 보였다.
겉모습만 보자면 이상하게 코스프레한 양아치 같은 모습.
하지만 아비규환이 된 도심의 위,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떡하니 서 있는 그 모습은 누가 봐도 이 참상의 원흉이었다.
“……재수도 더럽게 없지.”
상황이 꼬이다 못해 엿됐다 싶어 눈매를 찌푸리고 있을 때. 녀석이 이쪽을 향해 허공을 터덜터덜 밟으며 내려왔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아래쪽에 형성되는 무형의 마력. 시동어나 캐스팅이 없는 걸 보아 무영창 마법으로 만들어내는 듯했는데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A급…… 아니, 그 이상인가?’
뒤로 물러나 가슴을 움켜쥐며 준비하는 사이. 부서진 구멍을 통해 녀석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아무런 말 없이 이쪽을 바라보았고.
“뭘 봐?”
싸가지 없는 한 마디와 함께 고개를 돌리며 건물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것이 뉴욕의 맨해튼을 습격했던 테러리스트, 폭견 루이제 발렌트와의 첫 만남이었다.
* * *
“……뭐?”
인사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눈매를 일그러뜨리는 루이제.
병약해 보이는 겉모습만 보면 두려울 이유가 없었지만 어째서인지 그 눈빛과 말투에서 위압감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회귀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그 기세에 이세훈은 능숙하게 받아넘기며 대답했다.
“뭘 보냐고.”
“…….”
담담하게 바라보는 이세훈의 모습에 루이제는 분노를 넘어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보통 자신이 이렇게 쏘아붙이면 당황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인데 이놈은 어떻게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단 말인가?
‘게다가 뭔가…… 익숙한 느낌이야…….’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저쪽이 자신을 익숙해 하는 느낌.
뭐라고 딱 잘라 설명할 수 없는 간질거리는 기분에 루이제가 묘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이세훈이 혀를 찼다.
“눈살만 찌푸릴 줄 알지 사과할 줄은 모르네.”
“뭐?”
“팔 아파 죽겠구만…… 쯧. 됐다 됐어.”
고개를 가로저으며 옆으로 지나가는 이세훈. 그 뒷모습에 루이제는 그제야 자신이 한 행동을 다시금 떠올렸다.
문을 열고 튀어나와 그대로 돌진해서 가슴과 다친 팔에 부딪혔다. 그리고 가장 먼저 내뱉었던 말은.
“아…… 씹…….”
상대도 까칠하긴 했지만 순서로 따지자면 자신이 먼저 싸가지 없이 굴었기에 이리된 것이다.
신경질적으로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린 루이제는 저 멀리 걸어가고 있는 이세훈을 뒤쫓으며 소리쳤다.
“저기요! 잠깐 멈춰 봐요! 잠깐…… 아이씨…….”
들은 체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걸어가는 이세훈. 그렇게 빠른 걸음도 아니었지만 아직 안정제의 기운이 남아 있어서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다.
이대로라면 놓치겠다는 생각에 루이제가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마력을 끌어올렸고.
“체…… 크윽?!”
오른손과 목을 관통하는 통증에 그대로 무릎을 꿇으며 쓰러졌다.
“이…… X발…….”
다급히 끌어올린 마력이 상처를 제대로 긁었는지 방금까지 남아 있던 안정제의 기운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온몸이 곤두서는 듯한 감각에 루이제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붕대가 감긴 목을 움켜잡았다.
‘들키면…… 안 돼…….’
만약에라도 이런 모습을 들켰다간 실험은커녕 최소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못 하고 병실에 처박히게 될지도 모른다.
그 끔찍한 상황을 떠올린 루이제가 병실로 돌아가기 위해 다급히 몸을 일으켰고.
“아…….”
두 다리에 힘이 풀리며 앞으로 휘청거렸다.
중심을 잡을 새도 없이 넘어지는 몸. 가까워져 가는 바닥에 루이제가 반사적으로 두 눈을 질끈 감으려던 찰나.
툭─
어느새 돌아온 이세훈이 루이제의 몸을 받아냈다.
“아프면 얌전히 누워 있을 것이지 왜 돌아다니는 거야?”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내려다보는 이세훈. 그 모습에 루이제의 눈매가 일그러졌다.
“너…… 너…….”
다 너 때문이잖아,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루이제는 내뱉지 않았다.
원인을 따지면 자신이 먼저 잘못하기도 했고, 상대를 붙잡겠답시고 마법을 쓴 것도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젠장…….’
예나 지금이나 매번 잘못된 선택만 하게 된다.
루이제가 속으로 자책하는 사이 이세훈이 왼팔로 몸을 일으켜주며 부축했다.
“병실까지 부축해 줄 테니까 잡고 걸어.”
“필요…….”
“그럼 간호사 부를까?”
“…….”
잠자코 몸을 내준 루이제를 부축한 이세훈은 방금 그녀가 나왔던 병실 안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섰다.
10평 정도 되어 보이는 깔끔한 1인실. 침대와 책상, 책들이 빽빽하게 꽂혀 있는 책장 등 전체적으로 병실보다는 개인 방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생각한 것보다 상황이 잘 풀렸어.’
적당히 존재감만 각인시켜두고 빠지려고 했는데 루이제가 쓰러진 덕분에 병실까지 들어왔다.
이번 기회에 좀 더 제대로 밑밥을 깔아두기로 한 이세훈은 루이제를 침대까지 부축해서 내려다 주었다.
“뭐 필요한 거 없어?”
“없…… 어. 그냥 빨리 가…….”
날카로운 눈으로 노려보는 루이제. 통증 때문인지 처음보다도 더욱 날이 서 있었는데 이세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갔는데 네가 쓰러져서 잘못되면 내 책임 같잖아. 찝찝하니까 빨리 필요한 거 말해.”
“그냥…….”
“또 가라고 하면 그냥 마음 편하게 간호사 불러놓고 갈게.”
당장에라도 침대 옆에 있는 너스콜을 연타할 것 같은 이세훈.
악의는 없지만 성가시기 그지없는 그 모습에 루이제가 짜증스럽게 노려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책상에 왼쪽 두 번째…… 쿨럭! 서랍…… 검은색 케이스.”
“진작 그럴 것이지.”
책상으로 간 이세훈이 서랍에서 검은색 케이스를 꺼내서 가져다주자 루이제가 빤히 쳐다보았다.
빨리 나가라는 듯한 무언의 압박. 그 날선 시선에 이세훈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대답했다.
“상태가 괜찮아지면 말 안 해도 갈 테니까 빨리하기나 해.”
“오늘 처음 봤으면서…… 오지랖은…….”
힘겹게 투덜거린 루이제가 검은색 케이스를 열어 안쪽에 놓인 은색 흡입기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입에 문 다음 버튼을 눌러 힘껏 숨을 들이마셨고.
우우웅─
목 안쪽으로 녹색의 마력이 은은히 빛나며 몸의 떨림이 잦아들었다.
“후우…….”
흡입기를 떼어내고 천천히 숨을 고르는 루이제.
언제 발작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에서 순식간에 안정된 그 모습에 이세훈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저건…….’
회귀 전. 폭견은 어린 시절 무리하게 재활을 시도하다가 부상이 악화되어 마력을 아예 쓸 수 없는 ‘마력불능’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었다.
폭견이 녀석들과 계약을 맺고 바벨을 자퇴한 것도 그것 때문이었는데 이세훈은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있었다.
‘재활 중에 마력결상이 더 악화된다는 게 말이 되나?’
다른 곳도 아니고 세계 3대 병원, 재활분야에서는 부동의 1위라는 아스쿠스가 그렇게 놔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폭견은 자기가 초조함에 멋대로 행동해서 그랬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이상하지.’
상태가 악화된다면 분명히 그에 맞춰서 손을 썼을 터. 그런데도 마력불능이 될 만큼 심해졌다는 것은 폭견이 알지 못한 ‘무언가’ 있었다고밖에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에 지나간 과거의 일. 그렇기에 이세훈도 진실은 알 수 없었지만, 시간을 거슬러 회귀한 지금 진짜 원흉이 무엇인지 알 게 되었다.
“후우…… 이제 진정됐으니까 좀 나가. 언제까지 보고…….”
“뭐 하는 거냐?”
“……뭐?”
“치료를 하랬더니 왜 자해를 하고 있어?”
갑작스러운 이세훈의 이야기에 루이제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무슨 헛소리를…….”
“아예 자각이 없었구만. 그거 때문에 목이 더 망가지고 있는 줄도 모르고…… 쯧쯧.”
“…….”
혀를 차는 이세훈의 모습에 루이제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처음에 부딪힌 것도 미안하고 도와준 것도 고맙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자신에 대해서 알면 얼마나 안다고 저렇게 함부로 말한단 말인가?
‘뭐 이런 새끼가…….’
통증이 가셔서 그런지 머리가 차분해졌고 동시에 초면에 반말을 툭툭 내뱉으며 오지랖을 부리는 눈앞의 싸가지 없는 놈을 향한 분노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 개…….”
[병동에 계신 이세훈 생도는 지금 즉시 2층 간호사실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병동에 계신 이세훈 생도는…….]
병동 전체에 흘러나오는 안내음. 그 내용에 이세훈이 스피커를 힐끗 보았다.
“자리를 너무 오래 비워뒀네. 이만 간다.”
“……네가 이세훈이었냐?”
이름을 듣더니 방금보다도 더욱 차갑게 변한 표정.
경계를 넘어서 적대감마저 내비치는 루이제의 모습에 이세훈이 담담히 받아넘기며 흡입기를 가리켰다.
“지금보다 더 심해지기 싫으면 안 쓰는 게 좋을 거야. 그건…….”
“당장. 꺼져.”
바닥 밑에서부터 몸을 관통하듯 울리는 목소리.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린 이세훈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생각만큼 나쁘지 않네.’
원흉과 상태도 다 확인했고 밑밥도 충분하다.
어느 정도 견적을 뽑아낸 이세훈은 군말 없이 몸을 돌려 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닫기 전.
“명심해. 마력불능 되기 싫으면.”
찝찝하기 그지없는 한 마디를 남기며 병실을 떠났다.
“자해니 마력불능이니…… 개 같은 소리만 골라서 하네.”
말이 경고지 저주나 다름없게 느껴지는 이야기.
마음과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뒤쫓아 가 두들겨 패고 싶었지만 루이제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억눌렀다.
‘제련학부 새끼면 무슨 수작을 부릴지 몰라…….’
쇠락해가던 제련학부에서 오랜만에 배출해낸 학과 수석.
지금 제련학부의 실세가 사실상 미하엘 바르무트 부학과장인 만큼 그쪽과 엮여 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바르무트…….’
이제 반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아직까지도 루이제에게는 그 광경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대련 중에 갑작스럽게 폭발한 완드. 갈기갈기 찢긴 오른손과 목을 파고드는 금속조각. 그리고.
빠드득─
자신을 바라보며 비웃고 있던 비에르 바르무트의 얼굴.
끓어오르는 분노에 루이제가 베개를 꽉 움켜쥐며 화를 억누르려 했지만, 오히려 참을 수밖에 없는 자신의 무력함에 속이 더 뒤틀린다.
“윽…… 큭…….”
요동치는 마력과 오른손과 목에서 느껴지는 통증.
다시 시작되는 마력역류 증세에 루이제가 반사적으로 흡입기, 마력진정제에 손을 뻗었고.
‘마력불능 되기 싫으면.’
이세훈의 이야기가 귓가에 다시 메아리쳤다.
새겨듣자니 그렇고, 무시하지나 기분 나쁜 이야기. 식은땀을 흘리며 갈등하던 루이제는 이내 마력진정제 대신 매트리스를 꽉 움켜쥐었다.
“X발…… 뭣 같은…… 대장장이 새끼들…….”
예나 지금이나 대장장이 놈들은 하나같이 마음에 안 든다.
다음에 만나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겠다고, 이세훈의 얼굴을 되새긴 루이제는 그렇게 한참 동안 침대 위에서 끙끙거리며 매트리스를 쥐어뜯었다.
* * *
[대상 ‘루이제 발렌트’와의 인연이 성립되었습니다.]
뜬금없이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 예상치 못한 내용에 이세훈은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뭐야. 그걸로 인연이 성립됐다고?’
이번에 한 거라고 해봐야 밑밥만 살짝 던진 게 전부인데 냅다 인연이 성립되다니? 예상치 못한 반응에 이세훈의 눈매가 찌푸려졌다.
‘인연이 성립된 건 좋지만…… 조금 귀찮을 수도 있겠는데.’
이번 만남으로 인연이 성립됐다는 것은 루이제에게 자신의 존재가 나름대로 각인이 됐다는 것.
문제는 그게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만약 이번 일로 적대감이 생겼고 이걸 바로잡지 못한 채 인연레벨이 또 올라 버린다면 회귀 전처럼 해결하기 귀찮아질 수도 있다.
‘다음에 만날 때는 좀 주의해야겠어.’
루이제와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이세훈이 머릿속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음.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군.”
진료자료를 살펴보던 사내, 안정완 교수가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이었다.
“뼈가 깔끔하게 부러진 덕분에 오히려 근육이나 마력회로에 손상이 없었군. 일주일이면 다 붙겠어.”
“일주일…….”
“오래 걸리는 것 같아도 이해해 주게. 치료 속도를 높이면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니.”
“그럼 일주일 뒤에는 바로 퇴원하는 겁니까?”
이세훈의 물음에 안정완 교수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그렇지. 하지만 나로서는 뼈가 다 붙고 일주일 정도는 더 치료를 받았으면 좋겠군. 나중에 언제 탈이 날지 모르니 말일세.”
짧으면 일주일. 길면 이 주간 아스쿠스 내부에 머물 수 있다. 그 이야기에 이세훈이 빠릿하게 머리를 굴렸다.
‘이 기간 안에 루이제와 거리를 좁히고 마력결상을 완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루이제가 사용한 흡입기, 마력진정제의 탈을 쓴 ‘마력침식기’도 처리해야 아스쿠스를 나가고 나서도 안심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뭐든 루이제와 접점을 늘려야 해.’
하지만 루이제 본인도 재활이나 그런 일정이 따로 있을 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잠시 머리를 굴리던 이세훈은 상당히 괜찮은 방법을 떠올렸다.
“저 교수님. 혹시 루이제 발렌트라는 생도 아십니까?”
“음? 내가 치료하고 있는 생도네만…… 아는 사이인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어보는 안정완 교수의 모습에 이세훈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아까 복도에서 봤는데 마법을 쓰려다가 목을 붙잡고 발작을 일으키려고 하시더라고요.”
“…….”
“저한테는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역시 위험할 것 같아서…….”
“알겠네. 자네는 나가보게나.”
굳은 표정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안정완 교수. 그 모습을 뒤로한 채 걸음을 옮긴 이세훈은 미소를 지었다.
‘완벽했다.’
재활 2병동 204호실 환자 루이제 발렌트.
그녀가 2주간의 절대안정 처분을 받은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