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27화
“전 교수라고?”
“응. 5년 전에 정리하고 아칼쿠프에 철물점 차렸다고 하시더라고. 신기하지?”
공원을 걸으며 레아의 이야기를 듣던 이세훈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제련학부의 교수까지 하던 양반이 그런 작은 철물점을 운영하고 있다니?
실력이 없으면 모를까 세계 100대 장인인 김인철과도 견줄 수 있어 보였기에 더더욱 의아한 행적이었다.
“뭔가 사연이라도 있어?”
“글세…… 나는 딱히 들은 게 없어서 모르겠네. 뭐 좀 물어보면 맨날 시끄럽다고만 해서.”
“흐음…….”
“아. 근데 뭐 딱히 특별한 일은 아니야. 요 10년 사이에 제련학부에서 교수님들이 꽤 나가셨거든.”
“……그래?”
회귀 전에는 알지 못했던 정보. 그 내용에 이세훈이 살짝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10년 전부터 교수들이 나갔다…….’
그냥 개개인의 사유로 나간 걸 수도 있겠지만, 제련학부가 바벨 전체를 통틀어 가장 약소 부서가 된 것을 생각해 보면 상당히 의미심장한 이야기였다.
‘한번 알아봐야겠는데.’
제련학부가 커질수록 자신을 향한 지원도 늘어날 테니 도움이 될 만한 부분들은 어느 정도 알아보는 편이 좋다.
이세훈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레아가 어깨를 툭툭 쳤다.
“그보다 내 인챈트 어땠어?”
“아. 괜찮았어. 기본기는 확실히 흠잡을 곳이 없던데. 다시 봤어.”
“……크흠. 뭘 그 정도 가지고.”
이 정도로 칭찬을 받을 줄은 몰랐는지 멋쩍게 웃는 레아. 그 모습에 이세훈도 피식 웃으며 이야기를 이었다.
“근데 속이 너무 좁아.”
“……뭐?”
딱딱하게 굳는 레아의 얼굴.
정곡을 찔린 것처럼도 보였고, 자존심이 긁힌 것처럼도 보였다.
자신이 정확히 파고들었음을 확신한 이세훈은 망설임 없이 이야기를 이었다.
“아까 철물점에서 인챈트했을 때. 더 좋은 방법이 떠올랐는데도 안 했었지?
“그…… 그렇긴 한데…… 아니, 도대체…….”
이세훈의 지적에 레아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벗겨진 인챈트를 확인하고 붓을 움직이기 전에 아주 잠시 망설였을 뿐이다. 그런데 그 차이를 알아보다니?
이제는 인챈트의 재능이 있다든가 그런 걸로 설명이 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모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아는데도 못하는 건 달라. 특히 그 이유가 두려워서라면 뭐, 자질이 없는 거나 다름없지.”
“으…….”
“인챈트나 제련이나 제작자의 상상력은 매우 중요해. 그 자체가 무기이자 재능인데 그걸 억누른다는 게 가당키나 하겠어?”
“큭…….”
무심한 이세훈의 평가가 더해지면 더해질수록 레아의 몸이 비수에라도 찔린 것처럼 흠칫거리며 신음을 내뱉었다.
‘누군 몰라서 그러나…….’
자신의 문제점은 진작 파악했고, 그것을 깨부수기 위해서 1년이 넘도록 비상금까지 탈탈 털어 온갖 방법을 강구했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공방의 금고에 처박혀 있는 그 물건. 자신을 슬럼프에 빠뜨린 그 사건의 여파가 쉽사리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빠드득─
어린 후배에게 지적받았다는 수치심. 그리고 자신을 향한 자괴감. 그에 자신도 모르게 이를 가는 레아의 모습에 이세훈이 두 눈을 빛냈다.
‘과연…… 이런 녀석이었구만.’
슬럼프를 숨기려는 행동들 때문에 레아가 어떤 인물인지 정확히 보이지 않았는데, 이걸로 완벽하게 갈피가 잡혔다.
원하던 목적을 이룬 이세훈은 채찍질을 멈추고 준비했던 당근을 꺼냈다.
“이거 봐봐.”
이세훈의 부름에 레아가 내밀어진 손을 바라보았다.
손에 쥐어진 짧은 비수. 검은색 바탕에 간단한 인챈트가 새겨져 있었는데 묵주환에 비해서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이게 왜?”
“뒤에 일이 있어서 길게는 못 보여주니까 집중해서 봐.”
“……?”
영문을 모르겠다는 레아의 반응에 이세훈은 말 대신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회귀 전 인챈트에 대해서는 제련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만 편식하듯이 골라 배웠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구조는 이해하고 있다.
‘처음부터 쌓아 올라가 만들어내는 제련과 달리 인챈트는 완성된 그림을 덧씌우는 감각.’
수면 아래에 돌을 넣으라 하면 제련은 돌을 만들어내 집어넣는 것이고, 인챈트는 수면 위에다 잠겨 있는 돌의 형상을 새겨 넣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챈트의 본질이란 모방과 재현. 실체가 없지만 보는 이는 구분해낼 수 없는, 흔히 말하는 ‘꿈’과 같은 기술이라고 할 수 있었다.
‘원래 기본기로만 보여주는 건 힘들지만…… 때마침 적당한 게 있지.’
검은 비수에 새겨진 인챈트를 가볍게 훑어본 이세훈은 손으로 덮은 다음 속성마력인 홍련을 끌어올렸다.
화르륵!
손안에서 타오르듯 피어나는 진홍색의 마력.
방호술식까지 새겨져 있던 인챈트를 단숨에 지워 버린 이세훈은 이어서 이번에 새롭게 익힌 스킬을 사용했다.
‘백광류.’
스으으─
검은 비수의 위로 피어나는 새하얀 예기.
마력을 통해 불완전하게 재현된 백광의 모습에 레아가 놀란 표정을 내려다보았다.
‘뭐 이런 방식이 다 있어……?’
보통 무구를 강화하는 스킬이라면 겉을 둘러서 강화시키는 구조가 대부분. 하지만 이세훈의 백광류는 무구의 안쪽, 그것도 심부가 아니라 겉에 걸친 ‘껍질’만 강화시켰다.
어째서 이런 비효율적인 방식을 고르는 걸까. 그 구조에 레아가 의문을 품던 그때.
“한 겹으로 안 된다면, 층을 나눠.”
백광류의 위로 이세훈의 홍련이 새롭게 스며들었다.
“위에서 볼 때는 한 겹으로 보이게. 하지만 그 내부는 확실하게 구분하는 거지.”
백광류의 예기. 그리고 홍련이 지닌 ‘흐름’의 성질. 그 두 가지가 뒤섞이자 새하얗게 빛나던 예기가 붉게 물들며 점차 흐르기 시작한다.
두 가지를 뒤섞어 비수에 코팅한 이세훈은 이어서 레아에게 잘 보이도록 옆쪽의 화단에 내던졌다.
푸욱!
꽃잎을 꿰뚫고 지면에 박힌 검은 비수.
그것만 보자면 평범히 마력을 실어서 던진 것과 별 차이가 없었지만.
서걱─
비수에 닿지도 않은 아래의 꽃이 깔끔하게 양단되며 범상치 않은 기술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
검신에 맺힌 예기가 홍련이 지닌 흐름의 성질에 의해 아래로 흘러내리며 꽃을 양단했다.
떨어지는 물방울이 칼날로 변한 상황. 따지고 들면 다르지만, 인챈트라고도 볼 수 있는 그 기법에 레아의 얼굴이 두 눈을 휘둥그레 뜬 그대로 굳어버렸다.
‘어떻게 되려나…….’
회귀 전에 알고 있던 지식과 가진 바 기술을 활용한 임기응변. 제대로 된 기술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레아의 눈에는 다를 것이다.
오랜 시간 자신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고민하며 뭉쳐 있던 상황. 누군가는 슬럼프가 정체라고 말하지만 이세훈은 천재들에 한해서는 다르게 생각했다.
‘막힌 게 아니라 모으는 거지.’
눈으로 보이지 않을 뿐. 천재라는 놈들은 망설이는 와중에도 다음으로 나아갈 방도를 무의식중에 마련하는 법이다.
그리고 그 막혀 있던 것이 아주 사소한 계기로 뚫린다면.
“후배!!!”
그야말로 무너진 댐처럼 영감이 쏟아지는 것이다.
“나, 나, 저거 빌려줘! 제대로 만들어서 돌려줄 테니까 제발제발제발!!!”
탁한 초록색 눈이 빛이라도 토해낼 기세로 번쩍였고, 흥분으로 온몸이 잘게 떨린다.
눈 깜짝할 사이에 어깨를 붙잡고 화단에 꽂힌 비수를 가리키며 애원하는 레아의 모습에 이세훈이 살짝 질린 표정을 지었다.
‘애는 좀 심하네.’
슬럼프가 깨지는 순간이니 당연히 흥분할 수도 있다곤 생각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안 준다고 하면 눈물이라도 쏟아낼 것 같은 그 모습에 이세훈은 마침 잘됐다 싶어 챙겨 다니던 비수 9개를 같이 꺼냈다.
“이것도 들고 가서 같이…….”
“고마워! 사랑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건네준 비수와 화단에 박힌 비수를 챙기고는 어디론가 미친 듯이 달려가는 레아.
그 정신 사나운 뒷모습에 이세훈은 잠깐 맞닿았던 손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젊구만.’
[대상 ‘레아 클로델’에게서 인연을 추출해냅니다.]
[제작자 ‘이세훈’과의 인연은 Lv.1입니다.]
* * *
레아를 돌려보낸 뒤. 이세훈은 기숙사로 돌아가는 대신 아칼쿠프의 다른 곳으로 향했다.
오늘은 따로 찾아가 볼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 많네…….’
근처로 왔을 뿐인데도 벌써부터 사람들이 북적거리며 모여들기 시작한다. 신입생부터 재학생들까지 다양하게 뒤섞인 인파.
지금 바벨의 모든 관심사가 이곳에 향해 있음을 알려주는 풍경에 이세훈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건물을 바라보았다.
‘저게 무학관인가.’
고리타분한 이름과 달리 현대식으로 지어진 6층 건물.
아칼쿠프를 상징하는 건물 중 하나로 내부나 외부나 그 명성이 자자했는데 당장 오늘 인파만 봐도 그 사실을 증명했다.
이야기로만 듣던 것보다도 훨씬 큰 규모에 이세훈이 흥미롭게 보고 있을 때.
“어?”
뒤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너도 보러온 거야?”
자연스럽게 옆으로 다가오는 금발의 청년. 제이크의 모습에 이세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너도 보러 왔냐?”
“아. 나는 친구들이 가자고 해서.”
제이크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네 명 정도 되는 생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대충 훑어봐도 그럭저럭 쓸 만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입학 전부터 친하게 지낸 녀석들이 분명하리라.
“혼자 왔어?”
“뭐, 그렇지.”
“음…… 그럼 우리랑 같이 볼래? 너라면 애들도 반겨줄 거야.”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권유하는 제이크의 모습에 이세훈이 살짝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상하다. 이놈이 나한테 느끼는 건 승부욕일 텐데…….’
속으로는 이를 박박 갈면서도 이렇게 친근하게 대하다니. 정말 순해 빠진 녀석이거나 아니면 음흉한 녀석이거나 둘 중 하나이리라.
별다른 흑심이 보이지 않는 제이크의 표정을 바라보던 이세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됐어. 혼자서 편안하게 보고 싶어서.”
그리고 개인적으로 몇 가지 확인해봐야 할 것들도 있다. 이세훈의 대답에 제이크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다음에 보자!”
손을 저으며 일행에게로 돌아가는 제이크를 바라보던 이세훈이 고개를 돌렸고.
“…….”
무학관의 입구 앞에서 가만히 서 있는 에리카를 발견했다.
평소라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제이크도 그렇듯 다른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 걸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한 이세훈은 자연스럽게 남쪽 입구로 걸음을 옮겼고.
“…….”
언제 이동했는지 입구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에리카를 다시 볼 수 있었다.
“……너 뭐 하냐?”
“기다리고 있었어.”
이세훈의 물음에 담담히 대답하는 에리카.
여기까지 오면 정말 컨셉이 아닐까 싶지만, 진짜 모르겠다는 듯이 바라보는 시선을 보면 그냥 사람이 별종인 모양이다.
회귀 전에도 특이한 인간들은 질리도록 봐왔기에 이세훈은 그러려니 하며 내려다보았다.
“가라고 하면 갈 거냐?”
“갈 거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봐도 되니까.”
“……그렇겠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보는 걸 뭐라 할 수도 없고, 사실 옆에 누가 있다고 해도 크게 문제 될 건 없다.
결론을 내린 이세훈은 쓴웃음을 지으며 턱짓으로 안을 가리켰다.
“들어가자.”
“응.”
무학관의 입구로 들어서자 관리위원들이 생도증이나 티켓 같은 것을 확인했고, 이후 통로 끝에 다다르자 넓은 홀이 모습을 드러냈다.
각종 음식과 음료를 팔고 있는 가게들. 거대한 스포츠 경기장을 방불케 하는 규모에 이세훈은 혀를 내두르며 주변을 살폈다.
‘진짜 쓸데없이 화려하단 말이지…….’
외부에서 영웅들을 초청할 때도 쓴다고는 하지만 평상시에는 생도들밖에 안 쓸 텐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리 거창하게 지어둔 것일까.
종잡을 수 없는 바벨의 스케일에 이세훈이 오묘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와아아아!!!
안쪽의 경기장에서 우렁찬 환호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예정된 경기가 시작되었음을 깨달은 이세훈은 매점가를 벗어나 곧장 객석의 안으로 들어섰다.
천장에서부터 쏟아지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관람석에는 어림잡아도 수천 명의 생도가 모여 있었고, 그 중심의 경기장에는 두 명의 생도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바벨에 입학한 신입생 여러분들! 우리 무학관의 명물 랭킹전에 찾아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스피커로부터 활기찬 목소리가 새어 나오더니 허공에 4방향으로 이뤄진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안에서 머리카락을 좌우로 동그랗게 묶어 만두 머리를 한 동글동글한 인상의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로 말하자면 오늘 열릴 이벤트전 중계를 맡은 무투학부의 ‘최연소’ 교수! 란 팡이라고 합니다. 모두 잘 부탁해요!
양손을 흔들며 외치는 여성, 란 팡의 인사에 다시금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바벨에는 생도들의 실력향상 도모하기 위한 친선전이란 명목으로 만들어진 여러 행사가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것이 바로 이 무학관에서 열리는 ‘랭킹전’이었다.
바벨에 있는 모든 생도가 무학을 겨루고 순위를 매기는 심플한 행사.
단순하지만 누구나 피가 끓을 수밖에 없었고, 무력과 관련된 것이었기에 외부에서도 관심이 많았다.
‘게다가 매년 랭킹에 따라 보상도 챙겨주니까 안 할 이유가 없지.’
이길 자신만 있다면 명성으로나 실리적으로나 손해 볼 것이 없는 행사. 그것이 바로 랭킹전이었다.
-우선 오늘의 선수부터 소개해야겠죠. 우선은 이쪽!
란 팡의 외침에 왼쪽에 서 있던 생도, 가느다란 세검을 허리에 차고 있는 금발의 여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일제히 내리꽂혔다.
-아칼쿠프의 4학년 학과 수석이자 S급 영웅을 빠짐없이 배출해내고 있는 마이어스 가문의 차기 가주! 그리고 무학관의 랭킹 1위를 3년째 제패하며 신기록을 갱신 중인 완전무결의 초인! 우리들의 챔피언!
마치 본인에게서 빛이 새어 나오듯 조명의 아래서 여유롭게 미소를 지으며 서 있는 여인.
과하다 싶은 해설조차 당연하게 느껴질 만큼 화려한 모습에 모든 생도가 감탄하자 란 팡이 쐐기를 박듯이 외쳤다.
-아리아 마이어스!!!
수천 명의 생도에게 환호를 받으며 손을 흔드는 금발의 여인, 아리아의 모습에 이세훈의 눈매가 살짝 찌푸려졌다.
‘쯧. 생각보다도 일찍 보게 됐군…….’
현 바벨에서 가장 강한 생도이자, 이미 현역 A급 영웅으로 인정받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진짜 천재.
그리고 회귀 전에는 기어코 영웅의 탑을 완등해낸 ‘성검사聖劍士’ 아리아 마이어스.
지금껏 봐온 유망주 중에서는 가장 거물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이세훈은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보기 싫었는데.’
언젠가 볼 사이였지만, 그래도 될 수 있다면 뒤늦게 보고 싶었다. 그만큼 이세훈에게 아리아 마이어스란 존재가 불쾌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챔피언에게 도전하는 오늘의 첫 선수!
그런 이세훈의 기분을 헤아린 것처럼 란 팡의 해설과 함께 자연스레 시선이 맞은편으로 향한다.
“…….”
십자창을 아래로 가볍게 겨눈 채 정면만을 바라보는 검은 머리칼의 청년.
강렬한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도 여전히 강인한 얼굴을 하고 있는 청년의 모습에 이세훈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아칼쿠프의 창술학부 3학년 수석이자 대한민국의 무형문화재인 염륜잔화창의 전수자. 무학관의 랭킹 10위를 자랑하는 차세대 유망주!
자신이 알던 모습과는 조금 다르지만, 두 눈동자에서 마신의 앞에 섰을 때와 같은 투지가 엿보인다.
확인할 필요도 없는 그 모습에 이세훈이 자신도 모르게 씩 웃었고.
-염성하!!
미래의 망나니이자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든 개놈들 중 한 명. 광견 염성하가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