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26화
레아를 따라 아칼쿠프의 번화가에 방문한 이세훈은 눈앞의 풍경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많네.”
어딜 둘러봐도 식당의 간판밖에 보이지 않는 거리. 그리고 점심시간에 맞춰 거리를 꽉 채우고 있는 어마어마한 인파.
자칫 잘못하면 휩쓸릴 것 같은 그 엄청난 수에 이세훈이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
“원래 이렇게 많냐?”
“입학 첫 주라 더 많은 것도 있는데 평소에도 크게 다르진 않아. 아칼쿠프 쪽에 맛집이 많거든.”
“그런가…….”
이 정도로 사람이 북적거리면 조금 혼잡스러울 만도 하지만, 실제로는 강물이 흐르듯 원만하게 사람들이 움직인다.
생도들이나 교직원들이나 다 기본은 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서로 부딪치지 않게 자연스레 피하면서 움직이는 것이다.
‘이런 광경은 또 바벨에서밖에 못 보겠구만.’
물결과도 같은 인파의 모습에 이세훈이 가만히 보고 있을 때. 앞장서서 걸어가던 레아가 뒤돌아보았다.
“뭐 해. 꾸물대지 말고 빨리 와.”
“알았어.”
한창 사람들을 피해 걸음을 옮기던 레아는 이윽고 번화가의 중심에 위치한 한 점포 앞에 멈춰섰다.
[아칼쿠프 철물점]
깔끔하게 정리된 주변의 점포와 달리 온갖 조리도구들이 입구 앞에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철물점.
그 낡아 보이는 모습에 이세훈이 레아를 바라보았다.
“여긴?”
“말했잖아. 일터로 간다고.”
더 설명이 필요하냐는 듯 안으로 들어서는 레아. 그 모습에 이세훈도 주변을 살피며 뒤따라 들어갔다.
주변이 식당가라 그런지 안쪽에도 대부분 주방과 관련된 도구들이 잔뜩 걸려 있었는데 그 물건들을 살펴보던 이세훈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이거 꽤 잘 만들었는데?’
산더미처럼 쌓아둔 모습만 보면 잡동사니처럼 보이지만, 기본기가 숙달된 장인이 만들어낸 흔적이 엿보인다.
이 정도면 제련학부에서 교수직도 충분히 맡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이세훈이 물건들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을 때.
“할머니! 저 왔어요!”
레아가 우렁찬 목소리로 가게 안쪽을 향해 소리쳤다.
촤르륵─
커튼처럼 줄줄이 걸려 있던 국자를 헤치며 모습을 드러낸 노인.
젓가락을 비녀 대신 꽂고 헐렁한 작업복을 입고 있었는데 날카로운 눈매에 아래로 삐뚜룸하게 내려간 입꼬리가 상당히 사나운 느낌을 주었다.
“귀 안 먹었다.”
“안 먹었는데 이렇게 안 부르면 안 나오시잖아요.”
“시끄러워.”
레아를 바라보며 짜증스럽게 대답한 노인은 곧장 시선을 돌려 뒤에 서 있는 이세훈을 바라보았다.
“저 녀석은 뭐냐. 남자친구냐?”
“에이. 그럴 리가요. 올해 들어온 후배예요. 후배.”
“흐음. 신입생인가.”
레아의 대답에 노인이 노골적으로 이세훈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이내 혀를 찼다.
“쯧쯧. 바벨도 다 죽었군. 이런 물렁한 녀석을 데리고 들어오고.”
노골적으로 시비를 거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었지만, 이세훈은 그 평가에 기분이 나쁘다거나 하진 않았다.
‘실제로 물렁하긴 하지.’
신체 능력만 따지자면 올해 신입생 중에서도 최하위권. 자신의 실력이 뛰어나서 합격했던 거지 회귀했다고 기억상실이나 그런 거에 걸렸다면 바벨에 입학도 못 했으리라.
이세훈이 불쾌해하기는커녕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노인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고, 그 모습에 레아가 씩 웃었다.
“그렇게 말씀하셔도 되겠어요?”
“뭐가?”
“애가 이래 봬도 올해 보르시파 학과 수석이거든요. 그것도 제련학부.”
“……이놈이?”
정말로 예상 못 했는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놀라는 노인. 그 반응에 이세훈이 슬쩍 웃으며 고개를 꾸벅였다.
“제련학부 1학년인 이세훈이라고 합니다.”
“……헬레나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어르신.”
이세훈의 모습에 노인, 헬레나가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머리를 긁적이며 레아를 바라보았다.
“헛짓거리하지 말고 빨리 일이나 하고 가라. 이번 주는 신입생들 때문에 많이 쌓였으니까.”
“네네. 이쪽으로 와.”
레아가 이세훈을 데리고 후라이팬으로 가려져 있던 통로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커다란 공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흐음…….’
조금 낡기는 했지만 화로부터 시작해 필요한 도구들은 다 갖춰져 있었고 상태 역시 나쁘지 않다.
거기에 하나같이 제대로 관리를 해온 ‘세월’이 녹아들어 있었는데 실력 있는 대장장이의 공방에서만 볼 수 있는 흔적들이었다.
‘저 노인네. 생각보다도 더 실력이 좋은 것 같은데.’
도대체 왜 이런 곳에서 철물점 같은 걸 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되는 수준. 이세훈이 의아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을 때.
“으아…….”
레아가 한쪽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주방 도구들을 살피며 혀를 내둘렀다.
“심하긴 심하네…….”
질색을 하는 레아의 모습에 이세훈도 곁으로 다가가 쌓여 있는 물건들을 바라보았다.
‘수리하려고 가져온 것들인가.’
겉을 보아하니 인챈트가 새겨졌던 흔적이 보였는데 오래 사용하면서 모두 벗겨진 것으로 보였다.
그것을 본 이세훈은 레아가 이야기한 일터가 무엇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여기에 인챈트하는 게 일인가 보지?”
“정답! 돈도 벌 수 있고 재룟값 걱정 없이 인챈트도 마음껏 할 수 있어서 그럭저럭 괜찮다고.”
인챈트가 다 벗겨진 후라이팬을 보여주며 씩 웃는 레아.
이런 조리도구들을 인챈트해 봐야 얼마 받지도 못할 터. 아마 인챈트를 실컷 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마음에 들었던 것이 분명하리라.
“자자. 내 인챈트가 보고 싶다고 했지? 이리와 봐.”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두드린 레아는 곧장 옆에 놓여 있는 ‘인챈트 팔레트’를 자신의 옆으로 끌고 왔다.
인챈트 팔레트 안에는 각종 마석을 갈아서 만들어낸 색색의 가루들이 채워져 있었는데 총 16가지로 그 종류가 상당했다.
‘기본이 8색인 걸로 아는데…… 꽤 다채롭게 다루는군.’
이세훈이 흥미롭게 살피고 있을 때. 레아가 소매 안쪽에서 자신의 인챈트 붓을 꺼내 들었다.
“시작한다.”
우웅
붓의 끝에 레아의 마력이 깃들어 푸른색으로 빛났고, 붉은색 마석 가루에 담그자 붉은빛으로 물들며 일렁였다.
코팅을 끝낸 레아는 손에 들린 후라이팬을 뒤집어 바닥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천천히 붓을 움직였다.
스스슥─
벗겨진 인챈트의 술식 위로 레아의 붓이 시원시원하게 지나갔고, 거무죽죽하게 죽어 있던 후라이팬의 바닥에 다시금 붉은색 기운이 회전하기 시작한다.
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살아 숨쉬기 시작한 인챈트. 그 모습에 이세훈이 살짝 감탄했다.
‘손상된 인챈트를 이렇게 간단하게 살리다니. 꽤 하는데…….’
한 번 손상된 인챈트를 다시 살리는 것은 옷으로 따지자면 찢어진 옷에 헝겊을 덧대서 기우는 것과 비슷했다.
헝겊의 색이 달라도 눈에 띄고, 바느질이 어설퍼도 눈에 띈다.
심지어 어느 부위냐에 따라서 눈에 띌 수밖에 없다 보니 보통은 전부 벗겨내고 새로 새기는 경우가 많았다.
키잉!
하지만 레아는 어느 부위가 손상되었든 간에 흠잡을 데 없이 인챈트를 살려냈고 하나같이 새로 새겨넣은 것처럼 완벽하게 복원시켰다.
그 복원 과정을 살펴본 이세훈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군.’
흠잡을 곳 없이 깔끔한 기본기. 그 덕분에 슬럼프의 원인으로 보이는 부분들이 관찰할 필요도 없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 정도면 뭐 금방 끝나겠는데.’
어떻게 해결하면 될지 얼추 방법이 떠오른 이세훈이 레아가 마무리하는 것을 보고 막 말을 걸려던 찰나.
퉁!
인챈트를 끝낸 레아가 후라이팬을 옆에 던져놓고 새 냄비를 집어 들었다.
“…….”
두 눈을 깜빡이지도 않은 채 쉴 새 없이 붓을 움직이며 인챈트하는 레아. 완전히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버린 그 모습에 이세훈이 물끄러미 바라보다 이내 씩 웃었다.
‘좋네.’
저렇게 몰두할 수 있는 것도 일종의 재능이다.
슬럼프로 헤매는 와중에도 착실하게 토대를 쌓아가고 있는 인챈터계의 천재. 끝날 때까지 놔두기로 한 이세훈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공방을 둘러보았다.
‘진짜 어지간한 도구들은 다 있네. 차라리 여길 잠깐 빌려서 새로운 망치를 만드는 것도…… 음?’
구석구석을 주변을 살펴보던 이세훈은 한쪽에 줄지어 놓여 있는 돌들을 발견하고 두 눈을 번뜩였다.
가지각색의 색을 띠고 있는 직사각형의 돌. 전부 숫돌이라는 것을 알아본 이세훈은 곧장 그 앞으로 걸어갔다.
‘전부 특제네.’
단순히 날을 세울 뿐만 아니라 마력배열과 공명시켜 특수한 효과를 가미하는 데 쓰이는 특제 숫돌.
각 숫돌마다 정해진 효과가 있었기에 정확한 사용법을 모르면 검날을 망가트리는 까다로운 물건이었는데 이세훈은 대강 어떤 식으로 사용해야 할지 감이 잡혔다.
‘꽤 좋은 날인데…….’
숫돌의 겉을 쓰다듬는 것만으로 완성되었을 때의 예기가 머릿속으로 그려진다.
안 그래도 어제 오랜만에 ‘백광’을 새겨넣어서 몸이 근질근질했는데 제대로 된 도구들을 보고 있으니 날을 갈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어졌다.
어떻게 할지 이세훈이 잠시 고민하고 있을 때.
“써봐라.”
통로 쪽에서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쓸 수 있다면 말이야.”
팔짱을 낀 채 벽에 기대어 삐딱하게 바라보는 헬레나. 딱 봐도 실력을 한 번 보겠다는 듯한 그 눈빛에 이세훈이 숫돌을 가리켰다.
“진짜 써도 됩니까?”
“그래. 물건은…… 저쪽에 쌓인 것 중에 아무거나 해봐라.”
공방의 한쪽에 쌓여 있는 식칼들. 그 종류도 다양했는데 죄다 날이 상해 있는 상태였다.
‘나중에 직접 갈 물건들이었나.’
대신 부려먹는 듯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저만한 특제 숫돌을 사용해 볼 기회라면 오히려 남는 장사다.
“알겠습니다.”
헬레나의 제안을 수락한 이세훈은 숫돌을 고르기보다 먼저 쌓여 있는 식칼들을 살펴보았다.
‘기왕 할 거면 제대로 된 물건으로 해야지.’
식칼을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던 이세훈은 투박하게 생긴 식칼을 집어 들었다.
쌓여 있는 물건들 중에서도 가장 볼품없어 보이던 평범한 식칼. 하지만 그것을 본 헬레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걸로 하려고?”
“예. 흔적을 보니 꽤 실력이 좋은 사람 같아서요. 갈아주는 맛이 있을 것 같네요.”
같은 칼을 쓰더라도 그것을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흔적이 남기 마련. 그리고 이세훈이 보기에 이 식칼을 사용한 자는 검술에 상당한 조예를 가진 자였다.
‘칼날이 모두 고르게 닳아 있고 축도 비틀리지 않았다.’
보통 사람 같으면 이 절반만 되어도 잘 안 썰린다고 가져왔겠지만, 이 식칼의 주인은 자신의 기술로 한계까지 사용한 것이다.
어떤 사람인지는 몰라도 검을 다루는 데 있어 상당한 실력을 지닌 것이 분명하리라.
‘보자. 숫돌은…… 이거구만.’
놓여 있는 숫돌 중에서도 마력 입자가 가장 고르게 압축된 물건. 이만한 기술자라면 날을 한계까지 세워줘도 적절하게 다룰 수 있으리라.
촤악─
숫돌에 마석 가루를 희석시킨 물을 뿌린 이세훈은 곧장 자세를 잡고 식칼의 날을 천천히 갈기 시작했다.
사아악─ 사아악──
칼날이 숫돌을 저미듯 움직일 때마다 식칼의 예기가 다시금 새하얗게 살아난다.
작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완전히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버린 이세훈의 모습에 헬레나가 삐딱하게 서 있던 몸을 바로 세우고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
자신이 보고 있는 녀석이 정녕 올해 입학한 신입생이 맞는 것인가.
아무리 봐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헬레나가 손에 들린 식칼을 뚫어져라 바라보았고, 공방 안에 붓 소리와 칼 가는 소리만이 조용히 울려 퍼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소리가 잦아 들어갈 때.
“끝!!!”
마지막 국자에 인챈트를 끝낸 레아가 여태 숙이고 있던 허리를 펴고 소리쳤다.
“어. 뭐야. 할머니 언제 왔어요?”
“……몰라.”
“뭐야. 왜 이렇게 신경질…… 아하.”
칼날을 살펴보고 있는 이세훈을 발견한 레아는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아차리고 씩 웃었다.
“우리 후배 흠집 한 번 잡아볼라다가 된통 당하셨나 보네. 그쵸?”
“시끄러워.”
따악!
“끄엑!”
깐죽거리는 레아의 이마를 쇠젓가락으로 후려친 헬레나가 칼갈이를 마친 이세훈에게 다가갔다.
“다 끝낸 거냐?”
“음…….”
헬레나의 물음에 이세훈이 희미하게 푸른빛을 띠고 있는 검날을 바라보았다.
검날의 위로 굽이치듯이 희미하게 일렁이는 푸른빛의 예기. 주변의 마력이 검의 마력배열에 자연스레 이끌리며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특제 숫돌을 통해 날이 제대로 갈렸음을 보여주는 현상이었지만 이세훈은 눈매를 찌푸렸다.
‘완전하진 않아.’
본래 이 숫돌로 만들어졌어야 할 예기와 비교한다면 겉핥기로 따라 한 수준. 그 어중간한 완성도에 이세훈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마력만 좀 더 받쳐줬어도…… 쯧.’
속으로 혀를 찬 이세훈은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헬레나에게 순순히 대답했다.
“지금으로써는 이게 끝입니다.”
“……그래. 그럼 둘 다 이만 가봐라.”
더 할 말은 없다는 듯 쇠젓가락으로 통로를 가리키는 헬레나. 그 무심한 반응에 이세훈도 미련 없이 식칼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괜히 신경질이야…… 가자!”
“그래그래.”
이마를 쓰다듬은 레아가 이세훈의 팔을 잡아 냉큼 밖으로 나가려던 찰나.
“다음에도 이만큼 할 수 있나?”
식칼을 내려다보며 묻는 헬레나. 그 물음에 이세훈이 잠시 고민하다가 씩 웃었다.
“다음에는 더 잘 갈게 될 겁니다.”
“……일손이 부족하면 연락하마. 관심이 있으면 와라.”
무뚝뚝하게 이야기하는 헬레나의 뒷모습에 이세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이 밖으로 나갔고, 공방에 남은 헬레나는 홀린듯이 이세훈이 간 식칼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묘한 침묵이 공방을 가득 내려앉던 그때.
“누님! 제련 중이요?!”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거구의 사내가 공방으로 들어섰다.
“뭐야. 아무것도 안 하고 있잖아. 그런데 왜 불러도 대답이 없던 거요?!”
“……시끄럽다.”
“첨부터 대답했으면 시끄러울 일도 없지! 그보다 식칼은? 지금 주문이 밀려있단 말이요!”
연신 재촉하는 사내의 외침에 헬레나가 눈매를 찌푸리며 흘겨보았다.
“도대체 그 식당은 언제 때려치울 거냐? 검술학부 지도교수라는 놈이…….”
“남 취미생활 가지고 뭐라 하지 마쇼. 그보다 식칼은…… 아 거기있구만!”
자신의 식칼을 발견한 사내가 성큼성큼 다가와 집어 들더니 묘한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뭐야. 누님 어제 또 술 퍼마신 거요? 날 상태가 조금 그런데?”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날이 평소의 7할 정도밖에 안 되는구만. 단골한테 이러면 섭섭해.”
심통 난 듯한 사내의 이야기에 헬레나가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내가 갈아 놓은 거 아니라고.”
“뭐? 그럼 이걸 누가 갈았어? 옛날에 친하게 지내던 조교놈들 불러다가 시킨 거요?”
“신입생.”
“……뭐?”
당황한 사내, 검술학부의 지도교수 카사르의 물음에 헬레나가 묘한 열기가 깃든 눈으로 대답했다.
“올해 입학한 신입생이 갈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