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가 다 만들어줌-18화 (18/309)

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18화

‘……다음에 다시 올게.’

찢어진 봉투를 보고는 풀죽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며 돌아간 에리카. 축 늘어진 어깨를 떠올린 이세훈은 턱을 쓰다듬었다.

‘이래도 인연이 성립되지 않는단 말이지…….’

인연을 어떻게 정의하는가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세훈의 고유스킬인 ‘인연의 대장장이’가 정의하는 인연이란 간단했다.

자신이 그 사람의 마음속에 얼마나 크게 존재하는가. 그리고 자신 역시 상대에 대해서 얼마만큼 인지하며 이해하고 있는가.

그것만이 인연이 성립되고 레벨이 오르는 기준이었으며,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는 상관이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에리카가 보여주는 모습과 관심은 분명히 인연이 성립되고도 남아야 정상이지만, 계속해서 나타나지 않는다.

‘겉과 속이 다르다…… 는 아니군.’

회귀 전 인연의 대장장이 덕분에 그런 음습한 속내를 파악하는 데는 도가 텄다. 그렇다면 가능한 것은 오직 한 가지.

‘근본부터가 다르다, 겠지.’

가치관 자체가 일반인들과는 너무나도 달라 통상적인 방식으로는 인연이 성립되지 않는다.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하려면 그것밖에 없으리라.

‘참 까다롭구만.’

겉보기엔 어느 정도 친분이 형성된 것 같은데 사실은 언제라도 끊어질 수 있는 관계라니.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지만 에리카에게는 해당이 안 되는 모양이다.

‘귀찮기는 하지만…… 이렇게 비틀린 녀석일수록 인연석도 특이해서 쓸 만하지.’

대신 이대로는 진행이 안 될 것 같으니 에리카가 어떤 유형의 인간인지 좀 더 알아볼 필요성이 있다.

앞으로 어떻게 접근할지 이세훈이 고민하던 찰나.

[지금부터 ‘아칼쿠프’에 진입합니다.]

스피커에서 울리는 안내음. 그에 고개를 돌린 이세훈은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다른 에어리어들과 다르게 옆으로 넓은 건물들이 가득한 에어리어. 전투직 생도들이 생활하는 아칼쿠프의 지역에 이세훈이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면적만 놓고 보면 여기가 다른 학과 구역의 1.5배 정도라고 했던가.’

전투직이라 필요한 공간이 많은 것도 있었지만 학과 자체가 바벨에서 가장 강세인 곳이라서 그런 것도 있었다.

‘학과 교류전은 수십 년 동안 1위를 먹고 있으니.’

가끔 다른 학과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도 대부분 그 해가 끝이고 다시 빼앗기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리고 보르시파는 만년 3위고 말이야.’

제련학부뿐만 아니라 기술직 자체가 다른 부서와 겨룬다면 밀리는 경향이 컸는데 이는 어쩔 수 없었다.

눈에 바로 보이는 무력과 달리 기술은 화려함도 부족한 데다 설득력이 떨어지면 곧장 밀리기 때문이다.

‘기술직의 서러움이지…….’

이세훈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바깥을 구경하고 있을 때. 위쪽에서 다시 안내음이 울려 퍼졌다.

[다음 역은 ‘무투학부’입니다.]

리카로스에게 소개받은 ‘신체 제어학’ 수업이 있는 무투학부.

바벨의 초창기부터 만들어진 정통 있는 학부였는데 과거에는 신체와 마력을 이용한 순수한 무투술만 취급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기술을 접목해서 가르치고 있었다.

그 본관 건물 앞에 도착한 이세훈은 차원이 다른 규모에 혀를 내두르며 살펴보았다.

‘이야. 이 정도면 제련학부의 두 배는 되겠는데…….’

이것도 아칼쿠프에서 가장 큰 학부 건물에 비하면 작은 편이라고 하니 새삼 그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느낌이 온다.

주변을 둘러보며 이세훈이 본관의 안으로 들어서자 소속 생도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고 이어서 그들의 시선이 모이는 것이 느껴졌다.

“한 번 물어볼까?”

“야. 그래 봐야 신입생이잖아. 뭘 기대해.”

“희귀 등급 무구도 만들었다잖아. 혹시 알아?”

적대감만 느껴지던 주술학부와 달리 상당히 호의적인 분위기. 그 반응을 본 이세훈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개인 주문인가.’

바벨에서 생도들이 무기를 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첫 번째는 외부에서 구해오는 것. 두 번째는 생도가 만든 물건을 구매하는 것인데 완제품의 경우 후자가 이득이었다.

생도가 만든 물건은 바벨에서 지원비를 받고 만든 것이기에 외부 장비보다 훨씬 싼 값에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 주문으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완제품이야 보고 고르니 문제가 없지만, 직접 주문해서 받을 경우 그 완성도가 어떻게 될지 보장할 수 없다.

그렇기에 실력이 보장되지 않은 생도에게 개인 주문을 넣는 것은 도박이나 다름없었는데 신입생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래도 학과수석이라 좀 높게 쳐주는 모양이네.’

무구의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은 무투학부에서 이렇게 관심을 보일 정도면 다른 학부에서는 정말로 주문을 넣으려고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아직은 조금 이르지.’

바벨에서 1학년이 공식적으로 주문을 받을 수 있는 것은 2학기부터. 그전에는 바벨에서 재료비도 지원해 주지 않기에 굳이 그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맡기는 사람은 없으리라.

실제로 고민만 하지 제안하는 사람은 없었기에 이세훈은 쭉쭉 건물 안으로 들어섰고, 제일 구석에 위치한 강의실 앞에 도착했다.

‘여긴가.’

신체 제어학이라는 명패가 붙어 있는 강의실.

제일 구석에 틀어박힌 데다 강의실도 작아 보이는 것이 영 취급이 좋지 않아 보였지만, 뭐든지 까보기 전에는 모르는 법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이세훈이 강의실 안으로 걸어 들어갔고.

“넌 가르칠 게 없다고 몇 번을 말해!”

“그러지 마시고 부디!!”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는 노인과 그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매달려 있는 금발의 앳된 청년을 발견했다.

“…….”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이세훈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바짓가랑이에 매달린 채 애걸복걸하는 금발의 청년이 올해 아칼쿠프의 학과수석이 제이크 마이어스였기 때문도 있지만, 정말 예상치 못한 인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넌 또 뭐냐?”

뒤늦게 이세훈을 발견하고는 신경질적으로 묻는 노인.

짧게 깎은 머리카락에 인중을 뒤덮은 새하얀 수염. 날카로운 눈매와 삐뚤어진 입매만 보아도 더러운 성격이 보였으나,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내 말 안 들리냐? 누구냐고 묻잖아.”

대답하지 않는 이세훈의 모습에 눈매를 찌푸리는 노인. 그 모습에 이세훈이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추천서를 꺼냈다.

“제련학부의 1학년인 이세훈입니다. 리카로스 교수님의 추천을 받고 왔습니다.”

“리카로스? 그놈이 보냈다고?”

마땅찮은 표정으로 위아래를 훑어보는 노인. 왜 이세훈을 추천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듯한 시선에 바짓가랑이에 매달려 있던 제이크가 대신 설명해 주었다.

“저 친구 올해 보르시파 학과수석입니다. 시연회에서도 저보다 크게 활약했고요.”

“흐음.”

제이크의 설명에 노인이 다시 고개를 돌렸고, 다시 노골적으로 위아래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예나 지금이나 첫 만남 때는 변함이 없는 시선. 그 모습까지 보고 나서야 이세훈은 눈앞의 노인이 자신이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사람이 살다 보면 돈이 없을 때도 있지 뭐가 그리 급해?’

‘누가 떼먹는데?! 좀 기다려 봐!’

‘크흠! 그 작은 투자를 하다가 돈을 날려 먹어서 말이다. 조금 연장을…… 잠깐 멈춰! 알겠으니까 검은 부수지 마라!!!’

‘기술! 기술을 알려주마! 알려줄 테니까 멈춰!!’

허구한 날 대금을 연체하면서 뻔뻔하게 의뢰를 맡기고, 이자랍시고 급조한 기술을 가르쳐줬던 노인네.

은퇴한 S급 영웅이자 회귀 전 자신의 단골 고객인 ‘파검破劍’ 마광수. 그 구질구질한 인연의 등장에 이세훈이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이 양반이 교수라니.’

도박중독에 허구한 날 술만 퍼먹던 인간쓰레기.

술 마실 돈이 떨어져야 겨우 사냥을 나가고 TV에 무기를 다루는 영웅이 나왔다 하면 흠이란 흠은 다잡던 성격파탄자.

실력은 둘째 치고 도저히 교수를 할 만한 성격이 아닌데 도대체 왜 여기에 있단 말인가?

“쯧. 아무리 봐도 별로인 거 같은데…… 진짜 추천받은 거 맞냐?”

노골적으로 혀를 차면서 깔보는 마광수. 자신이 기억하던 것과 다름없는 그 모습에 이세훈이 품에서 추천서를 꺼냈다.

“여기 추천서도 있습니다.”

“줘봐라.”

추천서를 낚아채 간 마광수가 그것을 읽어보았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세훈은 문득 아래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내렸다.

“……하핫.”

이세훈과 눈을 마주치고는 멋쩍게 웃어 보이는 제이크.

바짓가랑이에 매달린 채로 그러고 있는 게 영 모양새는 안 났지만, 상대를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간다.

‘이 양반이면 바짓가랑이 붙잡을 만하지.’

인간 자체는 쓰레기이긴 했지만, 실력으로만 따지면 마광수만 한 사람을 찾기가 힘들었다.

바벨의 학원장이자 완등자인 승천제 루트비히. 그가 한참 현역으로 활동할 때 함께했던 몇 안 되는 동료 중 한 사람이 바로 마광수였기 때문이다.

‘루트비히 그 노인네가 자기도 몇 수 배웠다고 공식 선상에서 말해줄 정도였으니까…….’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남을 가르치는데 확실히 어느 정도 재주가 있기는 있었다.

당장 자신만 해도 회귀 전 마광수에게서 배운 기술들을 요긴하게 잘 써먹었기 때문이다.

“네가 검술을 만들었다고?”

추천서를 다 읽은 마광수가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았고, 그에 이세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별로 대단한 수준은 아닙니다.”

“그야 그렇겠지. 알고 있으니 설명할 필요 없다.”

“…….”

이세훈의 눈매가 꿈틀거리고 있을 때. 턱을 쓰다듬던 마광수가 무언가 떠오른 듯 바짓가랑이에 매달린 제이크를 내려다보았다.

“너. 나한테 그렇게 수업 듣고 싶냐?”

“예! 꼭 받고 싶습니다!”

“그래?”

제이크의 대답에 입꼬리를 씩 올리는 마광수.

그 성질머리 더러워 보이는 모습에 이세훈이 두 눈을 가늘어졌고.

“그럼 저놈이랑 대련 한번 해봐라. 이기면 받아주마.”

마광수의 제안에 제이크의 두 눈이 번뜩였다.

* * *

강의실의 안쪽에 마련된 작은 연무장.

후줄근해 보이던 외관과 다르게 내부 시설은 상당히 잘 갖춰져 있었는데 연무장 역시 모두 최신식 설비를 갖춘 듯했다.

‘그래도 옛 동료다 이건가. 잘 챙겨주는구만.’

이세훈이 주변을 둘러보고 있을 때. 마광수가 두 사람을 힐끗 보았다.

“마주 보고 서라.”

마광수의 부름에 대련장에 마주 서는 두 사람.

이세훈은 훈련용 검을 받아와 쥐었고 제이크는 시연회와 마찬가지로 맨손으로 자세를 잡았다.

무장만 보면 검을 든 이세훈이 유리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서로의 학부를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어림도 없는 소리.

‘시연회 때도 힘을 조절하는 게 보였으니까.’

그때 기준으로만 봐도 실력 차이가 상당할 텐데 자신처럼 루트비히에게서 받은 보상도 있을 터.

그 보상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입학식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강해졌을 가능성도 있었다.

‘이런 녀석이랑 대련을 붙이다니…….’

이쪽의 검술이 얼마나 뛰어난지 살펴보려는 의도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제이크를 저렇게 의욕 넘치게 만들 필요는 없지 않은가.

생각보다도 귀찮아진 상황에 이세훈이 눈매를 찌푸리고 있을 때. 마광수가 씩 웃으며 이야기했다.

“단판 승부. 무슨 수를 쓰든 한 대 ‘유효타’를 맞추는 쪽이 이긴다. 대련장의 설비도 있고 나도 있으니 다칠 걱정은 하지 마라.”

은퇴했다고는 해도 전직 S급 영웅. 생도들의 대련에 끼어들어서 막는 것 정도는 간단하다.

두 사람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부상의 위험은 신경 쓰지 않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럼…….”

마광수의 오른팔이 위쪽으로 천천히 올라갔고, 두 사람이 각자 자세를 갖춰간다.

그리고 그 긴장감이 극에 다다르며 두 사람의 눈이 서로를 뚫어져라 응시하던 순간.

“시작!”

마광수의 외침과 동시에 제이크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들었다.

‘온다……!’

제이크에게 정면승부로 이기겠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 그렇기에 지금 그나마 승기를 노릴 수 있는 것은 하나밖에 없었다.

10m 남짓한 거리를 달려오는 제이크에게서 ‘빈틈’을 발견한 다음 그것을 찌르는 것이다.

‘그 카운터 검술을 쓰는 게 무난하겠지만…….’

죽일 때를 제외하면 자중하라는 리카로스의 조언도 있고, 무엇보다도 제이크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기에 이세훈은 회귀 전 마광수에게서 배운 다른 ‘호신술’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파지법은 좀 더 느슨히…… 그리고 보폭은…….’

단단히 고정되었던 이세훈의 자세가 부드럽게 풀어졌고, 그 변화를 알아차린 마광수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저 녀석…… 탈력이 능숙하군.’

자세가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힘을 빼 유연성을 극대화하는 ‘탈력’.

말로는 쉬운 것 같지만 그 아슬아슬한 선을 찾아내고 유지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몸을 이해하고 제대로 다룰 줄 알아야만 가능한 기교. 제련학부 소속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분명 대단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되지.’

딱 그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탈력인가.’

이세훈의 변화를 알아차린 제이크도 몸을 좀 더 낮추고 두 손을 앞으로 뻗으며 자세를 바꾼다.

탈력을 사용하려는 이세훈에게 맞춰 타격에서 잡기로 바꾸는 모습. 거기에 혹시 모를 반격을 대비하여 전신에 마력을 끌어올려 강화한다.

우웅!

이세훈이 어떤 수를 쓰든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는 상황. 그 압도적인 격차에 마광수가 혀를 찼다.

‘쯧. 저래서 잘난 놈들은 싫어.’

가르치고 싶은 마음도 안 들고, 무엇보다도 싸움을 보는 맛이 없다.

마음과 같아서는 그냥 돌려보내고 싶었지만 루트비히에게 받은 부탁도 있으니 마냥 그럴 수는 없는 법.

생각보다 재미도 없고 짜증만 나는 광경에 마광수가 탐탁지 않게 바라보던 찰나.

타앗!

이세훈이 돌연 바닥을 박차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예상치 못한 돌진. 누가 봐도 탈력을 통해 공격을 받아치려는 것처럼 보였었기에 마광수가 두 눈을 찌푸렸다.

안 그래도 불리하던 상황을 더 몰아넣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이란 말인가?

‘저 녀석…….’

그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마광수가 빤히 바라보던 찰나. 검을 움켜쥔 이세훈의 오른손이 움직였다.

후웅─

힘없이 휘둘러져 오는 검. 견제라고 하기도 민망한 그 일격에 제이크가 가볍게 주먹을 휘둘렀다.

터엉!

검면을 후려 맞은 이세훈의 검이 멀리 튕겨 나가고 안 그래도 허술하던 빈틈이 더욱 크게 벌어진다.

이세훈이 유일하게 가지고 있었던 ‘거리’와 ‘무장’이라는 메리트. 그 두 가지마저 사라진 것을 본 제이크는 단숨에 남은 거리를 좁혀 벼락처럼 왼손을 뻗었다.

꽈악!

허무하리만치 가볍게 붙잡힌 이세훈의 오른팔. 그리고 탈력으로 허튼짓을 못 하도록 있는 힘껏 바닥에 내다 꽂으려던 그 순간.

‘폭환.’

왼팔에 채워진 묵주환이 푸른빛으로 일렁였다.

“?!”

“……!”

주변의 시아갸 한 바퀴 뒤집히고 사라졌던 중력이 가속까지 붙어 지상을 향해 몸을 내리꽂는다.

콰아아앙!

“커억!”

등에서부터 시작해 전신을 벼락처럼 꿰뚫는 통증.

머리부터 떨어졌다면 훅 갔을지도 모를 만큼 아찔한 일격에 이세훈이 눈을 찡그리며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제이크의 팔을 붙잡은 채 휘둥그레진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마광수.

주륵.

그리고 얼굴을 얻어맞아 코피를 흘리며 입을 떡 벌린 제이크. 그 얼빠진 두 사람의 모습에 이세훈이 씩 웃으며 이야기했다.

“내가 먼저 때렸습니다.”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