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10화
첫 수업.
일반적인 아카데미라면 대부분 초면인지라 생도들끼리 눈치싸움을 펼쳤겠지만 바벨은 조금 달랐다.
“오늘 수업 있었나?”
“첫날은 가볍게 테스트만 본다잖아.”
“으으. 또 땀 한 바가지 흘리겠네.”
서로 인사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생도들.
대부분의 학부가 입학식이 열리기 전부터 신입생 간의 교류회를 장려하다 보니 이미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학급 전체를 장악하는 파벌이 생기게 마련. 그중 제련학부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바로 학부차석인 한스의 파벌이었다.
“나중에 점심 어디서 먹을래?”
“아, 미안. 오늘은 하워드 선배랑 약속이 있어서.”
“하워드 선배면…… 보르시파 3학년 학과수석이잖아. 서로 아는 사이였어?”
깜짝 놀란 동급생의 물음에 한스가 슬쩍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집안끼리 친분이 있어서 종종 만나는 정도야. 아카데미 생활에 조언 주신다고 이번에 한번 보자고 하시네.”
“와…… 혹시 거기에 다른 선배들도 오셔?”
“자세히는 못 들었는데 다른 학부에 수석이나 차석인 선배들도 몇 분 오신다던데?”
“그럼 이번에 소개해 주는 거네. 좋겠다…….”
한스의 이야기에 일행뿐만 아니라 떨어져 앉아 있던 생도들도 은근슬쩍 귓가를 기울였다.
바벨에 입학한 생도들 대부분은 어느 정도 이름을 알린 영웅이나 길드, 기업의 자식들인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에 겉으론 대등해 보여도 그사이에 보이지 않는 서열이 존재하는 법. 그리고 이 학급에서는 한스가 바로 그 중심이었다.
‘별것도 없군.’
연금제련법의 연구를 이끌어가는 선두 주자이자 무구 산업으로도 전 세계에 이름을 떨치고 있는 바르무트 가문.
그럭저럭 집안이 좋은 생도들 사이에서도 그야말로 독보적인 배경이었고, 그런 한스가 학급을 휘어잡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흠. 나중에 선배한테 친구들도 데려가도 되냐고 여쭤볼게.”
“진짜? 꼭 좀 부탁할게!”
“나도 좀 부탁하자. 응?”
“걱정하지 마. 어차피 장소도 넓은 곳으로 잡아놨으니 몇 명 데려가든 문제없을 거야.”
한스의 은근한 이야기에 주변에 흩어져있던 생도들이 서로 눈치를 살핀다.
그리고 몇 명이 한참을 망설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한스에게로 조심스레 다가가려던 순간.
덜컥!
날카로운 인상의 청년, 이세훈의 등장에 강의실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사람이라도 죽이고 왔는지 살벌하게 벼려진 두 눈에 당장에라도 쌍욕을 터뜨릴 것 같은 불만 가득한 얼굴.
폭발 직전의 화산 같은 그 모습에 생도들은 자신도 모르게 바짝 긴장한 채 바라보았다.
“…….”
그 분위기를 알아차린 이세훈이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고, 이내 다른 생도들에게 둘러싸인 한스에게 눈이 닿았다.
“…….”
“…….”
들어왔을 때와 똑같은 표정으로 바라보는 이세훈.
그 살벌하기 그지없는 표정에 한스는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면서도 눈동자를 희미하게 떨었다.
‘무슨 놈의 눈깔이…….’
겉모습은 분명히 연령대가 비슷한데 저 눈만 마주 보면 자신도 모르게 위축되어버린다.
마치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상급자와 마주 보고 있는 듯한 기분. 그 본능적인 두려움에 한스가 입술을 꾹 깨물었고, 이세훈이 슬쩍 웃었다.
‘주제 파악은 한 모양이구만.’
혹시 정신을 못 차리고 자신을 깔보거나 시비를 걸까 싶었는데 반응을 보아하니 위아래는 확실하게 파악한 듯했다.
학부의 분위기를 모두 확인한 이세훈은 구석의 자리로 가서 털썩 앉았다.
“후우…….”
“어우…….”
이세훈이 멀리 떨어져 앉자 생도들끼리 힐끗 쳐다보며 수군거렸고, 모든 분위기가 그 중심을 향해 흘러간다.
한스가 신입생 교류회 때부터 천천히 잡아가던 학급 내의 주도권이 단 한 번에 이세훈에게로 흐른 것이다.
“…….”
그 모습에 한스가 입술을 꾹 깨물며 주먹을 꽉 움켜쥐고 있을 때.
“다 모인 것 같군.”
강의실의 문이 열리며 김인철이 들어섰다.
어수선하던 생도들이 곧장 자세를 바로 했고 단상 앞에 선 김인철이 내부를 한차례 훑어보았다.
“첫 수업이니 출석 겸 자기소개부터 해야겠지만…… 이건 잠시 뒤로 미루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수업이 진행될지 간단히 설명하지.”
김인철이 단상 위의 패널을 가볍게 두드리자 허공에 세 개의 자료가 떠올랐다.
“바벨은 생도 개인의 자율적인 학습을 권장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전공 수업만 이수한다면 어떤 수업을 듣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뜻일세.”
보르시파 내부에 다른 학부의 수업을 들어도 상관없고, 아예 다른 에어리어에 있는 학부로 찾아가서 수업을 듣는 것도 문제없다.
원한다면 수십 개의 수업을 한 학기 동안 배울 수도 있었는데 딱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었다.
“대신 한 번 신청한 수업은 한 학기 동안은 반드시 이수해야 하며, 낙제점이 3회 누적될 경우 그 즉시 바벨에서 퇴학일세. 이 부분은 잊지 말도록.”
자유로우나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
그것이 바벨의 모토였고, 생도들이 졸업하는 그 날까지 기억해야만 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매번 잊을만하면 나오는 일이었기에 김인철은 단호하게 주의를 주며 이야기를 이었다.
“이번 학기의 부전공 수업은 이번 주말까지 총무과를 통해 신청이 가능하니 수업이 없는 시간 동안 부지런히 다니면서 알아보는 게 좋을 걸세. 알겠나?”
“예.”
“기본적인 설명은 이 정도로 된 것 같으니 이제 자네들이 받게 될 전공 수업에 대해서 알려주겠네.”
김인철이 패널을 조작하자 자료가 바뀌며 세 개의 카테고리가 떠올랐다.
“전공 수업은 ‘광물분석’, ‘금속제련’, ‘도구이해’ 이렇게 총 세 가지로 진행되네. 대장장이로서의 기초라고 할 수 있지.”
재료에 대해 이해하며, 올바르게 제련해내고, 도구로서의 성능을 끌어낸다.
대장장이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제작자라면 모두 갖춰야 할 덕목이 바로 이것들이었다.
“이번 학기 동안 세 과목을 이수한 뒤. 그 성적과 적성에 맞춰서 좀 더 세부적으로 전공 수업이 나눠지게 될 걸세. 이건 반년 뒤의 이야기니 나중에 하도록 하고…… 들어오게.”
김인철의 부름에 강의실의 문이 열리며 한인성 조교가 천으로 덮여 있는 커다란 수레와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
그 모습을 본 생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자세를 다잡으며 두 눈을 반짝였다.
‘뭐지?’
순식간에 바뀐 강의실의 분위기에 이세훈이 의아해하던 그때. 김인철이 수레에 덮인 천을 벗겨냈다.
‘저건…….’
티클 하나 없는 은색 주괴. 겉보기에는 단순한 철로 보였지만, 딱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다른 곳과 달리 투명하게 비치는 주괴의 중심부. 그 안에서 작은 불꽃이 은은하게 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 주괴는 ‘투영합금’이라 불리는 물건일세. 일반적인 광석보다 마력에 몇십 배나 민감하게 조정된 물건이지.”
투영합금 하나를 꺼내든 김인철은 보란 듯이 생도들의 앞에 내밀었다.
“그래서 이렇게 투영합금 내부에 마력을 주입하게 되면…….”
우웅-
김인철의 마력이 주입되자 투영합금의 중심부에 있던 불꽃이 천천히 내부에 녹아들었다.
그리고 연금제련법을 사용한 것처럼 순식간에 액체처럼 형태가 무너지더니 한 자루의 장검으로 모습이 바뀌었다.
“머릿속으로 그려낸 무구가 이렇게 간단히 만들어지지.”
후웅-
김인철의 손에 들린 장검이 부드럽게 허공을 갈랐고, 그 모습에 생도들이 반사적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어디에서나 볼법한 평범한 형태의 장검인데도 완성도가 다르다는 것이 한눈에 느껴진 것이다.
‘흐음. 생각보다 괜찮은데…….’
그 장검을 살핀 이세훈도 내심 감탄했다.
기본기 하나만큼은 자신도 흠잡을 곳이 없는 수준. 괜히 세계 100대 장인에 들어갔던 것이 아님을 증명하는 솜씨였지만, 그렇다고 할 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인연석에서도 느껴지긴 했는데…… 이 양반 심각하구만.’
김인철의 손에 들린 장검, 그 검신에 새겨진 아주 희미한 흔적을 발견한 이세훈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리고 그 시선을 알아차린 김인철이 고개를 돌렸고 두 사람의 눈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
“……설명을 계속하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고개를 돌린 김인철은 장검을 수레 아래에 대충 집어넣으며 이야기를 이었다.
“투영합금은 이 민감도 때문에 무구로 사용하긴 힘들지만, 자각하지 못한 특성이 반영되어 자신을 돌아볼 수 있지. 그래서 투영합금으로 만든 무구를 흔히 ‘분신’이라고 부른다네.”
자신도 모르는 자신을 보여주는 무구. 그 소개에 생도들이 모두 두 눈을 빛냈다.
“그렇기에 제련학부의 자기소개는 투영합금으로 만든 무구로 대신할 걸세. 소개가 끝나면 일주일 동안 본관의 전시실에 전시될 예정이니 정신 바짝 차리도록. 알겠나?”
“예!”
생도들의 우렁찬 대답에 이세훈은 그제야 왜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는지 이해했다.
지금부터 만들 물건이 부서 내의 동급생과 선배, 더 나아가 바벨의 모든 이들에게 공개될 테니 긴장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누가 바벨 아니랄까 봐 자기소개도 거창하게 하는구만.’
저 정도 투영합금이면 하나당 1천만 원은 훌쩍 넘길 텐데 그만한 돈을 고작 자기소개에 사용하다니.
조금 과하다 싶기도 하지만 그 효능을 생각하면 마냥 낭비는 아니었다. 김인철의 말대로 투영합금으로 만들어지는 무구는 무의식도 반영해내는 분신.
생도의 잠재력을 알아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도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운 좋으면 마인의 끄나풀도 찾을 수 있고.’
이건 이 시대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연구 결과지만, 그렇기에 상황에 따라 자신이 유용하게 쓸 수도 있다.
이세훈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김인철이 투영합금을 꺼내며 생도들을 바라보았다.
“그럼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나오게.”
김인철의 부름에 생도들이 한 명씩 단상으로 나왔고, 투영합금을 건네받아 무구를 만들어냈다.
“흐읍!”
우웅!
생소한 투영합금에 긴장하면서도 동요하지 않고 자신들의 무구를 만들어내기 시작하는 생도들.
그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던 이세훈은 금방 흥미를 잃고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나쁘진 않은데…… 뭐라고 할 만한 게 없구만.’
다른 아카데미의 생도들과 비교한다면 분명 뛰어난 편이긴 했지만, 바벨이 추구하는 ‘정점’에 해당하는 재능을 지닌 생도들은 없었다.
“오…….”
“와…….”
그나마 낫다면 화려한 세검을 만들어내 동급생들에게 감탄을 받는 한스였는데 이쪽도 눈에 차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겉은 그럴싸하지만 안이 텅 비었어.’
지금이야 그럭저럭 쓸 만한 취급을 받을지 몰라도 나중에 ‘자신’이 담긴 무구를 만들게 되면 곧장 막히게 될 것이다.
김인철이 가라고 했던 불칸 아카데미라면 어땠을지 생각하며 이세훈이 지루하게 보고 있을 때.
“마지막으로 이세훈. 앞으로 나오게.”
“예.”
김인철의 부름에 이세훈이 강단의 아래로 걸어 내려왔고, 주변의 시선이 한 번에 모여들었다.
무려 12년 동안 따내지 못한 학과수석을 받아낸 신입생. 그 재능과 실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호기심 가득한 시선들에 이세훈은 손에 들린 투영합금을 바라보았다.
‘투영합금이라…….’
회귀 전. 한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그야말로 질리도록 다뤄봤었던 쓸모없는 금속.
그때 그 경험을 살린다면 김인철에게도 실력을 숨길 수 있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성은 못 느꼈다.
‘이미 학과수석인데 힘을 숨겨봤자 무슨 의미야.’
실전에서야 한 수를 숨겨두는 게 허를 찔러서 잘 될지 몰라도 무구를 만드는 대장장이가 실력을 숨기면 그냥 형편없는 놈으로 저평가받을 뿐이다.
앞으로 만날 미래의 인재들. 그리고 바벨한테서 받아낼 지원을 생각해서라도 여기서는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맞으리라.
‘기왕 하는 거 아예 확 가볼까.’
너무 완벽하게 뛰어나면 주변에서 수상하게 볼 테지만,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결과물이면 의심하진 않을 것이다.
결정을 내린 이세훈은 불꽃을 품고 있는 투영합금의 안쪽으로 마력을 불어넣었다.
우웅-
마력을 머금으며 형태가 바뀌기 시작하는 투영합금.
무엇을 만들어야 주변 이들을 놀라게 할 수 있을까. 여러 형태가 이세훈의 머릿속에 잔뜩 떠올랐고, 자연스럽게 그 도면들도 완성되어갔다.
그렇게 하나둘 완성된 도면들이 이세훈의 머릿속으로 한 장 한 장 쌓여 한 무더기가 된 순간.
────콰아앙!!!
거대한 폭발음이 강의실에서 터져 나왔다.
* * *
제련학부 본관 7층에 위치한 전시회장.
평소에는 역대 졸업생들의 졸업작품들이 전시된 곳으로 방문객들이 많지 않았지만 신입생들의 분신이 전시해놓는 기간은 달랐다.
합작하거나 일감을 맡기는 등 새로운 인재 겸 노예를 찾기 위해 아카데미 곳곳에서 방문객들이 몰려오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전시회의 경우 특히나 상황이 달랐다.
“와. 사람 엄청 많네.”
“이게 다 그 이세훈 때문인가?”
“솔직히 안 보고는 못 배기지.”
제련학부에서 12년 만에 배출한 학과수석.
벌써 희귀 등급의 무구를 만들어냈을 뿐만 아니라 입학 전부터 신동으로 유명했던 명문가 출신인 두 사람, 제이크와 에리카를 압도하는 시연회까지 선보였다.
화제성 하나만큼은 역대 학과수석 중 손꼽을 만큼 어마어마하다 보니 사방에서 구경꾼들이 몰려온 것이다.
“제이크랑 에리카도 벌써 보고 갔다던데.”
“아. 그거 들었어. 에리카는 몇 시간 전에 와서 기다렸다가 제일 먼저 보고 돌아갔다더라.”
“그러고 보니 그 둘 말고도…….”
같은 신입생 학과수석뿐만 아니라 재학생 중에서도 유명한 생도들도 방문했다고 소문이 퍼졌고, 자연스레 이목이 모여든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세훈을 향한 회의적인 이야기들도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 봐야 신입생 아닌가?”
“솔직히 생도가 만든 게 다 거기서 거기지 뭐. 선이 다르네 결이 다르네 하는 것도 좀 우스워.”
“내 말이 그 말이라니까.”
그래 봐야 생도 수준.
기술직에서는 떼어낼 수 없는 평가였으며, 몇몇 이들이 그렇게 깔보며 전시회장에 들어섰다.
그리고 가장 안쪽. 넓은 홀을 혼자서 차지하고 있는 이세훈의 분신 앞에 도착했고.
“…….”
“…….”
5m나 되는 거대한 전시품에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큼지막한 구에서 검과 창, 방패와 도끼. 낫과 클로, 건틀렛이나 스태프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무구들이 전 방위로 솟아있는 기괴한 형태.
그 모습만 봐도 엄청났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그 튀어나온 무구 하나하나가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다.
“뭔가…… 엄청 좋아 보이네.”
“지금 내가 쓰는 무기보다 좋은 것 같은데.”
투영합금으로 만든 무구가 쓰레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째서인지 자신이 사용하는 무구보다도 더 좋아 보인다.
무심코 그런 생각이 들게 만들 만큼 완성도 높은 형태에 모두가 압도된 채 바라보았고, 뒤늦게 전시품 아래에 놓인 팻말을 발견했다.
[제작 도중 주변에 있던 투영합금 19개를 흡수해내는 이상현상이 발생했지만 그 자체가 이세훈 생도의 자질이라 판단하여 그대로 전시합니다.]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만들어진 작품. 그 설명에 모두가 애매한 표정으로 눈앞의 전시품을 바라보았다.
‘이건…….’
‘뭐라고 해야 하지?’
그동안 제출되었던 전시품과는 궤를 달리하는 결과물. 그렇다 보니 그에 대한 감상평은 천차만별로 갈렸다.
“스킬에 의한 우연이겠지.”
“이런 경우가 아예 없는 건 또 아니니까.”
보유한 스킬의 특이성일 뿐. 대단한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의견이 상당수.
“이런 걸로 어떻게 판단하라는 거야?”
“투영합금을 여러 개 사용했으니까 저런 게 나온 거 아닌가? 남들이랑 조건 자체가 다른데 무슨 생각으로 저런 걸 전시한 건지 모르겠네.”
“오랜만에 학과수석 한 명 나왔으니 천재인 척 밀어주고 싶나 보지.”
이런 물건으로는 이세훈에 대해서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
예상과는 너무나도 다른 결과물에 긍정적인 반응보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더 많았던 것이다.
“나는 생각이 좀 다른데.”
“마찬가지야.”
하지만 조금이지만 호의적인 반응들도 있었으며, 신기하게도 그들이 말하는 내용은 모두 똑같았다.
저만한 양의 투영합금으로는 이세훈을 완전히 표현해낼 수 없었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