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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가 다 만들어줌-9화 (9/309)

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9화

입학식이 끝난 뒤. 류은하에게 호출당한 이세훈은 골목길에서 그녀와 마주 보고 섰다.

“…….”

“…….”

“이봐. 이쪽도 치우…… 커흠.”

뒷정리를 위해 골목길로 들어오려던 교직원이 못 볼 거라도 본 것처럼 잽싸게 뒤돌아서 나간다.

돌발행동을 일으킨 수석 생도와 그 책임자인 학과장이 나란히 서 있는 상황.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터지기 직전인 폭탄처럼 보이리라.

‘그런 상황은 아닌데 말이지.’

무표정한 얼굴이 화난 것처럼 보이겠지만, 류은하의 성격상 그런 일로 부른 거라면 처음부터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며 주의를 줬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기에 사람을 눈앞에 두고 이렇게 말없이 서 있는가. 이 경우는 딱 하나밖에 없었는데.

“……방금 보인 사용법. 정말 의도한 건가요?”

먹음직스러운 무구를 발견했을 때밖에 없었다.

“오색화도에 담긴 불꽃은 서로 충돌을 일으키는 성질이 있거든요. 그래서 그걸 제어하려고 화적초에 불꽃이 흐르게끔 만든 겁니다.”

“단순히 전파력을 높이려고만 했던 게 아니었군요.”

“그런 의도도 있었고, 같이 쓸 만한 기술도 생각해 둔 거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는 이세훈의 모습에 류은하가 빤히 바라보았다.

처음 주제를 선정했을 때 생각한 것은 무구끼리 서로 보조해 주는 정도. 하지만 이세훈은 그 수준을 넘어서 폭발적인 상승효과를 만들어냈다.

‘거기에 무구 스킬인 야화도 같이 응용했다는 건…… 그것 또한 제작할 때 의도했다는 거겠지.’

그 짧은 제련 과정에서 그 정도로 섬세한 공정이 더해져 있었다니.

자신이 예상한 것보다도 이세훈의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된 류은하는 입안이 바싹 마르는 것을 느꼈다.

‘상상 이상이다.’

별생각 없이 자른 돈가스 안에서 치즈가 듬뿍 흘러나오면 이런 기분일까.

꿀꺽.

미래가 기대되는 것을 넘어 당장에라도 맛보고 싶어진 이세훈의 능력에 류은하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고.

[대상 ‘류은하’와의 인연이 성립되었습니다.]

이세훈의 눈앞에 새로운 알림창이 떠올랐다.

‘……엄청 빠르네.’

회귀 전에는 무구를 여러 번 먹이고 나서야 겨우 인연이 성립되었는데 이번에는 먹이지 않았는데도 성립되다니.

지금이 그때보다 실력이 낮다는 것을 생각하면 조금 억울하기도 하지만 이런 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

‘장래가 유망한 생도와 업계 평균인 현역 대장장이. 어느 쪽이 더 매력적인지는 뻔하니까 말이지…….’

어찌 됐든 류은하와 인연이 성립되었다면 나쁠 건 없다.

인연석은 여러 번 다뤄봤기에 어떻게 써야 할지 익숙했고 보르시파의 학과장, 자신의 아카데미 생활을 책임져줄지도 모를 높으신 분이 아닌가.

‘그래도 회귀 전이랑 달라졌을 수도 있으니 확실하게 확인하고 넘어갈까.’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인연을 추출할지 고민하던 이세훈은 간단한 방법을 쓰기로 했다.

“윽…….”

돌연 이마를 붙잡으며 앞으로 쓰러지는 이세훈.

무방비하게 쓰러지는 이세훈의 모습에 류은하가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붙잡았다.

“괜찮습니까?”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류은하의 모습에 이세훈이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력을 조금 과하게 썼더니…… 괜찮습니다.”

무너졌던 자세를 자연스럽게 고치며 아주 자연스럽게 부축해 주고 있는 류은하의 팔을 잡았고.

‘인연추출.’

[대상 ‘류은하’에게서 인연을 추출합니다.]

[제작자 ‘이세훈’과의 인연은 Lv.1 입니다.]

몸 안쪽으로 류은하의 인연이 스며들었다.

‘좋아.’

자연스럽게 인연추출을 끝낸 이세훈이 자세를 바로잡았고, 류은하가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있다면 미리 말씀해주십시오. 이번에는 학원장님이 너그럽게 처리해 주셨지만 다음에는 징계받을 수도 있습니다.”

“예. 주의하겠습니다.”

순순히 반성하는 이세훈의 모습에 류은하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잠시 눈치를 살폈다.

“그럼 입학식도 끝났으니 이전의 거래를…….”

“아. 여기 있었군.”

류은하의 말을 자르며 골목길로 들어온 김인철이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학원장님이 바로 증정식을 진행하신답니다. 이세훈 생도 좀 데려가도 되겠습니까?”

“……알겠습니다.”

무표정한 얼굴에 은근히 드러나는 불만에 이세훈이 속으로 슬쩍 웃으며 고개를 꾸벅였다.

“나중에 뵙겠습니다.”

이세훈과 김인철이 골목길을 나갔고, 홀로 남은 류은하가 무표정한 얼굴로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꼬르륵.

그리고 불평을 터뜨리듯 작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 * *

‘예나 지금이나 다른 게 없구만.’

흥미로운 무구만 발견하면 어떻게든 먹으려 하는 류은하.

다른 사람도 아니고 미식가라 불리는 그녀가 저리 흥미를 느껴주니 만족스러웠지만. 이세훈은 절대 방심하지 않았다.

‘지금이야 신메뉴니까 저러는 거지.’

처음에는 새로운 맛이라 계속해서 찾을 수 있겠지만, 조금만 익숙해지면 자신의 무구 역시 결국은 ‘평범한’ 희귀 등급 무구가 될 뿐이다.

‘당신의 무구도 이제 질리는군요.’

회귀 전에는 이걸 알아차리지 못해 굴욕적인 평가를 들어야 했지만, 이번에는 절대로 방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일찍 만났으니 Lv.5도 노려볼 수 있겠네.’

회귀 전에 류은하와 쌓았던 인연 레벨은 Lv.4. 삼견과 달성했던 최고 레벨인 Lv.5보다는 한 단계 낮았었기에 아쉬움이 많았다.

거기까지 오르기 전에 죽어버린 류은하에 대해서도, 그 죽음을 막아내지 못했던 자신의 부족함에도.

“당신의 무구를 먹은 게 후회되는군요…….”

귓가에 들려오는 중얼거림.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그 한마디에 이세훈의 두 눈이 찌푸려졌다.

‘쯧…….’

이미 지나간 일이며, 없어진 일이다. 이세훈이 애써 기억을 털어내는 사이 앞서 걸어가던 김인철이 입을 열었다.

“여길세.”

입학식이 열린 중앙광장 한편에 세워진 거대한 저택.

이곳이 바로 바벨 아카데미의 심장이라 불리는 구 본관, 마르두크(Marduk) 저택이었다.

“바벨이 시작된 역사적인 장소지. 자주 올 수 있는 곳은 아니니 이번 기회에 잘 봐두게나.”

간단히 설명해 준 김인철이 다시금 걸음을 옮겼고, 이세훈은 그 뒤를 따라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

바깥의 정원부터 시작해 안쪽까지 호화롭게 꾸며진 저택. 40년도 전에 지어진 곳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깔끔했다.

‘유지보수를 잘했다기보다는…… 박제된 느낌인데.’

뭔가 오묘한 분위기를 가진 저택의 풍경에 이세훈이 이래저래 살펴보고 있을 때.

“혹시나 해서 말하네만.”

학원장실의 문 앞에 도착한 김인철이 이세훈을 바라보았다.

“학원장님 앞에서는 예의 바르게 행동하게나. 자네도 알겠지만 그분은 우리와 위치 자체가 다르신 분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설마 그런 것도 모를까요.”

“…….”

담담하게 대답하는 이세훈의 모습에 김인철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차라리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면 걱정이 없었을 텐데 저렇게 여유가 넘치니 오히려 불안한 것이다.

‘그래. 기본을 모르는 친구는 아니니…….’

괜한 걱정을 떨쳐낸 김인철은 조심스레 학원장실의 문을 두 손으로 밀어냈다.

중앙광장이 한눈에 보이는 거대한 창문과 낡은 책들이 꽂혀 있는 책장들. 바닥은 색이 바랜 붉은색 카펫이 깔려 있었고 곳곳에 여러 골동품과 낡은 가구들이 놓여 있었다.

‘죄다 구식이구만.’

화려한 저택의 외관과 달리 갈색과 붉은색이 뒤섞인 고풍스러우면서 낡아빠진 방.

그 방 안의 책상에 앉아 있던 노인, 루트비히 학원장이 미소를 지으며 이세훈을 맞이했다.

“어서 오게나.”

“……실례하겠습니다.”

고개를 꾸벅인 이세훈이 안으로 들어서자 열릴 때와 같이 소리 없이 문이 닫혔다.

갑자기 바벨의 최고 권력자와 독대하게 된 상황. 담이 약한 사람이라면 숨이 넘어갈 정도로 부담스러웠겠지만 이세훈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마주 보았다.

‘승천제…….’

인류를 대표하는 최강자 중 한 사람이자 회귀 전에는 홀로 육대마신인 멸천滅天과 동귀어진한 인물.

최후까지 전설로 남은 영웅을 가까이서 보게 된 이세훈은 짤막하게 평가했다.

‘역시 완등자답네.’

인간이 맞나 싶을 만큼 무식하게 강하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만큼 속내를 알 수 없다.

예나 지금이나 썩 좋지 않은 느낌에 이세훈이 껄끄러움을 느끼던 그때. 루트비히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보고 싶은 것은 다 보았는가?”

자신을 재보고 있었음을 다 안다는 듯한 물음. 다른 생도라면 당황했겠지만 이세훈은 담담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못 봤습니다.”

“그렇군. 시간이 부족했나?”

“제 능력이 부족한 거죠.”

회귀 전이라면 모를까 지금 몸으로 루트비히의 힘을 알아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솔직하게 대답은 이세훈은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루트비히에게 되물었다.

“학원장님은 다 보셨습니까?”

이쪽에서 재보는 동안 저 노인네가 벽 무늬나 살펴보고 있었을 리가 없다.

이세훈의 물음에 루트비히가 의외란 표정으로 보더니 이내 짙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도 다 보지 못했다네. 능력이 부족했던 모양이야.”

“아.”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했는데 졸지에 완등자를 상대로 능력이 부족하다고 비꼰 미친놈이 되어버렸다.

김인철의 간곡한 부탁을 떠올린 이세훈이 재빠르게 말을 덧붙이려던 찰나. 루트비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서로에 대한 것은 다음에 또 기회가 닿는다면 차차 보는 것으로 하고, 우선은 용무부터 해결하도록 하지.”

“크흠. 알겠습니다.”

미소를 지은 루트비히가 이세훈을 바라보았다.

“오늘 시연회에서 보인 무구들 모두 흥미로웠네. 아쉬움이 없었다고 말은 못 하겠지만, 그보다 기대되는 부분들이 더 많이 보이더군.”

“…….”

아쉬웠다는 평가에 반사적으로 눈매가 꿈틀거리며 속이 부글거렸지만, 이세훈은 금방 그 감정을 가라앉혔다.

처음 무구를 제출했을 때부터 이런 평가를 들을 것이라고 각오하지 않았던가.

‘회귀 전의 나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현실을 직시해야 해.’

마음과 같아서는 이런 소리를 듣게 만든 오색화도와 화적초를 용광로에 집어 던지고 싶었지만, 지금은 참아야만 한다.

심호흡하는 이세훈의 모습에 루트비히가 부드럽게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렇기에 자네의 재능과 노력에 찬사를 보내는 의미로 두 가지의 보상을 주겠네. 필요한 것을 말해보게.”

학과수석 생도들에게만 주어지는 루트비히의 증정식.

루트비히의 재량하에 필요한 종류의 보상을 지원해 주는 방식이었는데 스킬이나 무구, 영약이나 소개장 같은 다양한 물건들을 요구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근데 두 가지나 주다니. 생각보다 화끈하네.’

마력 상승과 기억력 증진 중에 뭘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럴 필요는 없었던 모양이다.

약간 기분이 풀어진 이세훈은 곧장 대답했다.

“마력을 상승시킬 보상과 기억력을 늘려줄 보상이 필요합니다.”

“흐음. 마력과 기억력이라.”

이세훈의 대답에 흥미롭다는 듯이 중얼거린 루트비히는 가만히 생각에 잠기더니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철컥.

두 손가락이 허공을 가볍게 내리그음과 동시에 나타난 황금색 열쇠 구멍. 그것이 90도로 천천히 회전하더니 위아래로 갈라지며 새하얀 구멍이 나타났다.

쿠웅. 쿵.

구멍 안에서 책상 위로 떨어진 두 개의 물건.

각각 묵빛의 광석과 기이한 무늬가 새겨진 상아였는데 예상한 것과 전혀 다른 보상에 이세훈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자네에게 줄 보상일세.”

“…….”

몰라서 물어본 것이 아니었지만, 아무리 봐도 바꿔주거나 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이세훈이 떨떠름한 표정을 짓자 루트비히가 싱긋 웃으며 두 물건을 책상 끝으로 밀어주었다.

“우선 살펴보게나.”

“아, 예.”

책상 앞으로 다가간 이세훈은 보상으로 주어진 물건들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러자 두 물건들이 서로 희미하게 떨리는가 싶더니 눈앞에 정보창이 떠올랐다.

[묵중암墨重暗]

[등급 : 영웅] [품질 : 최상]

밤에서부터 떨어져 나온 묵빛의 파편.

어둠을 제외한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결정과 접촉한 모든 것에서 마력을 흡수합니다.

광택 하나 없는 표면 근처에 나타나는 왜곡증상.

회귀 전에도 몇 번 본 적 있는 희귀한 재료, 묵중암의 모습에 이세훈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허. 이걸 벌써 보게 될 줄이야.’

영웅 등급의 재료지만 마력을 흡수하는 성능 때문에 구하기가 쉽지 않은 재료. 이것만 해도 놀라웠지만, 진짜는 따로 있었다.

[몽상아夢象牙]

[등급 : 영웅] [품질 : 중]

꿈을 먹어 치우는 맥의 어금니.

현실과 꿈의 경계를 오갈 수 있는 몽환의 마력이 서려져 있습니다.

*몽환의 마력을 사용해 꿈에 접촉할 수 있습니다.

‘몽상아라니…….’

기형학적인 무늬가 새겨진 새하얀 상아.

물리적인 접촉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접촉도 가능하게 만드는 특수한 재료로 희귀도로 따지자면 묵중암보다 이쪽이 훨씬 심했다.

묵중암은 찾다 보면 어떻게 구할 수 있지만 몽상아는 물건도 잘 없고 그마저도 몽한의 마력을 연구하는 마법사들이 반독점 중인 상태라 구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

예상과 다른 보상이긴 했지만 이렇게 보고 있자니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회귀 전처럼 대장장이로서 성공한 상태라면 모를까 아직 애송이나 다름없는 생도인 신분으로는 이런 재료를 구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묵중암과 몽상아라는 희귀한 재료들을 이렇게 간단히 손에 얻다니.

‘지금 다루기는 조금 어렵지만…… 그래도 어떻게 써먹어야 할지는 감이 오네.’

물론 지금 상태에서는 어림도 없지만, 약간의 준비된다면 빠른 시일 내에 가능하리라.

이세훈이 머릿속으로 차근차근 계획을 잡아가고 있을 때. 루트비히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마음에 드는가?”

그 물음에 이세훈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완벽합니다.”

* * *

이세훈이 학원장실 밖으로 나간 뒤. 허공에 열려 있던 하얀 구멍 너머에서 낮게 깔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째서 그 녀석만 보상이 두 개인 거지?]

단순히 의사를 전달한 것만으로도 주변의 대기가 떨리며 위압감에 공간이 삐걱거린다. 그 거대한 부름에 루트비히가 담담히 대답했다.

“다른 아이들과 달리 그 아이는 충분히 소화해낼 여력이 있었기에 줬을 뿐이오.”

[그런가? 약간 애늙은이 같은 느낌은 들긴 했다만…….]

“그대에게 그리 보일 만큼 깊이가 있다는 뜻이지.”

담담히 대답한 루트비히는 자리에 앉은 채로 복도를 걷고 있는 이세훈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마력과 대기 중의 마력과 결합해 사물을 인식하는 방법. 육안으로 보는 것보다 더욱 선명한 풍경 속에서 루트비히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아직도 끝이 안 보이는군.’

앞서 방문한 수석 생도들은 돌아갈 때쯤에는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모두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세훈은 저택을 벗어나 중앙광장을 걷고 있는 지금까지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마치 잠재력의 한계가 없는 것 같은 모습. 그에 루트비히가 하얀 구멍을 바라보았다.

‘본래는 세 개를 줄 생각이었지만…… 너무 과해서도 안 되지.’

남은 하나는 오늘 받아 간 두 개를 어떻게 소화해내느냐에 따라서 줄지 말지를 결정하면 되리라.

오랜만에 즐거움을 느낀 루트비히는 그 이후로도 계속, 이세훈이 중앙광장을 벗어날 때까지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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