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8화
구름 너머까지 뻗은 순백의 탑.
인간이 만들어낸 것 같지 않은 그 비현실적인 건물의 아래에 단상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이질적인 풍경 속에 한 노인이 천천히 걸어 들어와 순백의 탑을 등진 채 단상에 섰다.
“54년 전. 세계는 변화하였습니다.”
단상에서부터 주변으로 널리 퍼져 나가는 목소리.
“천상에서는 인류를 진화시키는 영웅의 탑을 내려주었고, 지하에서는 생명을 오염시키는 만마의 늪을 흘려보냈습니다.”
장치를 사용하지도 않았고 마력 역시 느껴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축복과 저주라고 말합니다. 새로운 가능성을 얻으며 동시에 거대한 재앙이 생겨났으니.”
그런데도 노인의 목소리는 드넓은 광장과 그 안에 모인 수만 명의 귓가에 선명하게 스며들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을 진통이라 여깁니다. 인류가 새로운 영역으로 발을 내딛기 전에 겪는 마지막 시련. 그리고 여러분들은 오늘 그 시련 속에 던져졌습니다.”
노인, 바벨 아카데미의 학원장 루트비히 슈베르트의 이야기에 광장에 모인 모든 이들의 눈이 번뜩였다.
누군가는 순수한 의무감을, 또 누군가는 순수한 탐욕을, 저마다 품은 생각은 달랐지만 그 목적은 같았다.
“나아가십시오.”
광장을 가득 채운 신입생과 재학생. 그리고 외부에 찾아온 수많은 방문객과 이 장면을 송출 중인 카메라들.
지금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그 모두에게 고하듯 루트비히가 담담히 이야기했다.
“그것이 이곳, 바벨에 올라선 여러분들의 의무입니다.”
루트비히의 격려사가 끝나고, 광장에서 우렁찬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귓가에 쩌렁쩌렁 울리는 그 어마어마한 박수 세례에 건성으로 박수를 치던 이세훈이 주변을 슬쩍 둘러보았다.
‘장난 아니구만…….’
회귀 전에 다녔던 아카데미의 입학식에서는 마지못해 쳐대는 박수들만 가득했는데 이쪽은 차원이 다르다.
삼류 아카데미가 아니라 바벨에 입학하는 상황이니 들떠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아마 가장 큰 원인은 방금 격려사를 이야기한 저 노인네의 유명세 때문이리라.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네.’
영웅의 탑을 끝까지 올라선 이들을 일컫는 ‘완등자’
그것을 인류 최초로 달성한 전설적인 인물이 바로 눈앞의 노인 ‘승천제(昇天帝)’ 루트비히 슈베르트인 것이다.
‘그렇게 마냥 좋은 양반은 아닌데 말이지.’
인자한 얼굴로 서 있는 루트비히를 바라보며 이세훈이 묘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사회자의 목소리가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울렸다.
-다음은 올해의 수석 입학생들의 시연회가 있겠습니다. 학과수석 생도들은 무대를 향해 나와 주십시오.
“……쯧.”
혀를 차며 대열에서 나온 이세훈은 사전에 연습한 대로 무대를 향해 걸어갔다.
수만 명의 사람이 자리를 지키는 와중에 단 세 사람만이 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시선에 이세훈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과연. 이런 기분인가.’
아직 보여준 것도 없는데도 자신을 대단한 사람처럼 여기는 듯한 시선들.
회귀 전에는 잘나가던 녀석들은 왜 그렇게 거만한지 이해가 안 갔지만, 이렇게 겪어보니 또 알 것 같기도 했다.
‘나도 이번엔 좀 거만한 장인으로 가볼까’
실없는 생각을 하며 이세훈이 웃고 있을 때. 사회자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먼저 아칼쿠프의 학과수석. 제이크 마이어스의 시연이 있겠습니다.
사회자의 진행과 함께 무대의 위로 올라서는 금발의 생도.
키는 170㎝ 정도로 그리 크지 않았고 얼굴 역시 앳된 티가 보였는데 청년이라기보단 소년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장비한 무구도 따로 보이지 않는 제이크의 모습에 이세훈이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마이어스라…….’
수많은 영웅을 배출해낸 명문가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의 위세를 지닌 검술의 명가.
회귀 전 이세훈도 몇 번 정식으로 의뢰를 받은 적도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이래저래 악연인 사이였다.
‘제이크면 분명 직계의 셋째였던가?’
회귀 전에 따로 만난 적은 없었지만 건너건너 들은 것이 있었기에 몇 가지 정보들은 기억났다.
‘마이어스인데 주먹으로 싸우는 별종에…… 20대 중반 때 죽었다고 했었지.’
정확한 나이는 모르지만 바벨이 기본적으로 4년제이니 졸업하고 현역으로 활동한 지 얼마 안 돼서 죽었으리라.
그 정보들을 떠올린 이세훈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 있게 서 있는 제이크를 바라보았다.
‘학과수석이니 어느 정도 잠재력이야 있겠지만…… 얼마나 대단할지 궁금하네.’
인연을 만들 가치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이세훈이 무대를 바라보았고, 제이크의 앞으로 2m 정도 되는 검은색 강철인형이 올라왔다.
-이번 대련에 사용될 물건은 마리오넷 팩토리에서 생산하는 골렘인 ‘오토마톤’ 시리즈입니다. 9번 모델로 C급 영웅과도 대련할 수 있는 성능을 가지고 있지요.
이제 막 입학하는 생도에게는 조금 과해 보이는 수준. 하지만 이세훈은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아칼쿠프 학과수석이면 저 정도는 해야지.’
전투직 생도들이 속한 아칼쿠프의 추가시험은 대련.
즉 제이크는 올해 바벨에 입학한 신입생 중에서 무력으로는 최강이란 뜻이었고 그 위치를 생각한다면 저 정도는 간단하게 처리해야만 했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사회자의 외침에 제이크가 맨손으로 자세를 잡았고 오토마톤의 텅 빈 동공에 푸른빛이 떠올랐다.
그리고 자세를 잡으며 제이크를 향해 달려들려던 순간.
콰앙!
쇳덩이끼리 부딪치는 무지막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복부의 장갑이 흉측하게 일그러진 채 허공에 떠오른 오토마톤. 그 아래에서 자세를 잡은 제이크는 곧장 두 주먹을 전력으로 휘둘렀다.
콰가가가강!
주먹이 맞닿을 때마다 찌그러지는 오토마톤의 장갑.
무기도 없는 맨주먹임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엄청난 광경이었는데 진짜는 그다음부터였다.
콰아앙!
제이크의 주먹이 더욱 꽉 움켜쥐어지며 푸른색 마력이 피어올랐고 속도와 파괴력 역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올라간다.
그리고 마침내 임계점에 다다른 주먹이 푸른 잔상을 남기며 쏘아진 순간.
퍼엉─!
오토마톤의 머리가 흔적도 없이 폭발하며 고철 덩어리가 되어버린 몸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감사합니다!”
제이크가 활기차게 고개를 꾸벅인 순간. 정적에 휩싸였던 주변에서 박수 세례가 쏟아졌다.
C급 영웅과도 견줄 수 있는 오토마톤을 신입생이 정면에서 별다른 기술도 없이 순수하게 신체 능력으로만 압도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
그리고 그것은 아래에서 지켜보고 있던 이세훈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런 녀석이 A급에서 끝났다고?’
이 정도면 바벨에서 10년에 한 번 나올 재능인데 어쩌다가 그렇게 단명을 했단 말인가.
자신의 예상보다도 뛰어난 제이크의 잠재력에 이세훈이 놀라고 있을 때. 무대가 정리되며 사회자가 진행을 이어 나갔다.
-다음은 우르의 학과수석. 이노우에 에리카 생도의 시연이 있겠습니다.
제이크 다음으로 올라온 것은 검은 장발에 창백하리만치 새하얀 피부를 지닌 소녀.
이쪽도 아직 앳된 티가 남아 있었지만 차분해 보이는 인상과 깊이 가라앉은 보랏빛 눈동자 때문인지 그런 느낌이 많이 희석되었다.
‘이쪽도 거물이구만.’
일본의 삼대명가라 불리는 이노우에 가문의 장녀.
영웅의 탑을 완등하지는 못했으나 세상에 몇 없는 신화등급의 무구를 보유하고 있었던 S급 영웅.
이쪽도 직접 만난 적은 없었지만 최전선에서 큰 활약을 펼쳤었다고 자주 이야기를 전해 들었었다.
‘최후에는 마인으로 타락해 가문에게 토벌당했지만…….’
이세훈이 묘한 표정으로 에리카를 바라보고 있을 때. 단상 위에 선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
그리고 정확하게 이세훈이 서 있는 곳에서 멈추더니 두 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
혹시 주변에 다른 사람이 있나 싶어 둘러봤지만 이 근처에는 자신 말고 아무도 없었다.
‘뭐야?’
갑작스러운 상황에 이세훈이 당황하여 다시 무대 위를 바라보았고, 어느새 시선을 돌린 에리카가 오른손에 들고 있던 물건의 천을 벗겨냈다.
“까아악.”
까마귀가 들어 있는 은빛 새장.
딱 봐도 특별한 것은 딱히 보이지 않았는데 에리카는 담담하게 잠금을 풀고 까마귀를 왼손에 올려 새장에서 꺼냈다.
-이번 대련에 사용되는 오토마톤은 9번 모델에 방어구를 장착시킨 것으로 약 1.5배 정도의 방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자의 설명에 이세훈은 에리카의 왼손에 서 있는 까마귀를 바라보았다.
‘평범한 까마귀 같은데…… 저놈을 주술로 강화시켜서 위력을 보여줄 생각인가.’
체내에 마력이 없는 평범한 생물은 조금만 무리하게 강화해도 육체가 붕괴할 수 있기에 매우 섬세한 조정이 필요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우웅-
사회자의 외침과 동시에 에리카의 몸에서 은빛의 마력이 흘러나와 까마귀의 몸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 깃털이 은빛으로 물들어가듯 빛난 순간.
투웅!
한 줄기의 빛이 하늘을 향해 섬광과 같이 솟구쳐 올라갔다.
새하얀 궤적을 남기며 공중을 누비는 까마귀. 마치 화살과도 같은 그 모습에 곳곳에서 감탄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늘 높이 치솟은 까마귀가 날개를 활짝 펼치며 멈췄고.
파앙─!
공기를 꿰뚫는 소리와 함께 지상을 향해 낙하했다.
카앙!
한 차례 들썩거린 오토마톤의 몸과 지면에 부드럽게 착지한 까마귀. 얼핏 보기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지만, 정면을 보면 달랐다.
쿠웅!
방패와 오토마톤의 가슴을 꿰뚫은 거대한 구멍. 그 모습이 허공에 띄워진 화면을 통해 광장 전체에 비쳤고.
“까아악!”
까마귀의 울음소리와 함께 격렬한 반응이 터져 나왔다.
앞의 제이크에게도 꿀리지 않을 만큼 엄청난 박수 세례. 그 모습에 이세훈도 감탄했다.
‘이쪽도 장난 아니네.’
평범한 까마귀를 C급 영웅도 한 방에 꿰뚫을 만큼 강화하다니. 미래의 S급 아니랄까 봐 벌써 예사롭지 않다.
자신의 예상보다도 뛰어난 학과수석들의 수준에 이세훈이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그냥 보여주는 걸로는 모자라겠는데.’
처음에는 대충 정보창만 보여주고 끝낼 생각이었지만, 지금 반응을 보면 그 정도로는 아무런 인상도 심어줄 수 없다.
이런 사태를 대비해 준비해 둔 ‘퍼포먼스’를 펼치기로 결심한 이세훈이 머릿속으로 계획을 수정하고 있을 때. 교직원 한 명이 다가왔다.
“이세훈 생도. 준비해 주세요.”
얼마 남지 않은 차례에 이세훈이 계단 쪽으로 향했고, 어깨에 까마귀를 얹은 채 내려오던 에리카와 마주쳤다.
“…….”
“…….”
계단 중간에 마주 선 채로 서로를 빤히 바라보는 두 사람.
말없이 자신을 내려다보는 에리카의 모습에 결국 이세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
“뭐 할 말 있어?”
“……아무것도.”
작게 중얼거린 에리카가 옆으로 스쳐 지나갔고, 이세훈이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뭔가 있었나?’
무슨 일이 있었나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오늘 사전연습을 하다가 스쳐 지나간 것 말고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
이세훈이 아리송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사회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지막으로 보르시파의 학과수석. 이세훈 생도의 시연이 있겠습니다.
진행에 맞춰 무대의 위로 올라서자 수만 명의 시선이 정면에서 쏟아진다.
‘더럽게 많구만.’
그 시선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넘긴 이세훈은 교직원들이 세팅해 둔 탁자에 놓인 두 개의 가방을 열었다.
딸깍.
잠금장치가 풀리며 이세훈이 만들어낸 오색화도와 화적초가 모습을 드러냈고, 허공에 두 무구의 모양과 정보창이 커다랗게 나타났다.
“오…….”
“희귀 등급이잖아?”
“제련학부가 웬일이래.”
정보창의 내용에 그 가치를 알아본 이들이 감탄했지만, 그 이외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앞의 두 생도는 오토마톤을 박살 내면서 온갖 화려한 모습을 다 보여줬는데 정보만 대뜸 보여주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반응이리라.
‘그럼 좀 더 재밌게 해주지.’
예상한 그대로의 반응에 이세훈은 준비한 퍼포먼스를 위해 사회자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오토마톤 8번 모델에 방어구 장착해서 부탁드립니다.”
-……예?
사전연습에는 없던 이세훈의 요청에 사회자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정도 오토마톤이야 바벨에 산더미처럼 쌓여있기에 얼마든지 가져올 수 있었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8번 모델이면 안 그래도 방어력이 높은데…… 거기에다가 방어구까지 장착시키라고?’
B급 영웅의 공격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 내구도. 물론 앞의 두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부술 수 있겠지만, 기술직인 이세훈이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경쟁심 때문에 저러나? 아이고 진짜…….’
같은 학과수석이니 밀리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이해하겠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이런 무리수를 던지면 어쩌란 말인가.
이 상황을 어떻게 넘기면 좋을지 사회자가 머리를 굴리던 그때.
“가져왔네.”
김인철이 오토마톤을 단상 위로 끌고 왔다.
생각한 것보다도 빠른 준비. 그에 의외인 표정을 짓던 이세훈은 문득 아래쪽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부드럽게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루트비히. 그 시선에 이세훈은 무슨 뜻인지 곧장 이해했다.
‘한번 해봐라, 이거구만.’
앞서 연설한 대로 생도의 도전 정신을 응원해 주는 걸까, 아니면 결과를 이미 알고 있기에 허락한 것일까.
알 수 없는 루트비히의 속셈에 이세훈은 생각을 털어내고 오색화도와 화적초를 움켜쥐었다.
우웅!
마치 처음부터 한 몸이었던 것처럼 희미하게 떨리는 검과 칼집. 그 감각을 느끼며 이세훈이 관객들에게 설명했다.
“이 무구들은 함께 사용했을 때 제대로 된 위력이 나오도록 만들었으니 등급과 별개로 성능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검술이라고는 호신술 정도밖에 배우지 않았지만, 지금 펼칠 퍼포먼스에는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
오색화도를 가볍게 이리저리 휘두른 이세훈은 단번에 화적초의 안쪽으로 검을 수납했다.
철컥!
완벽하게 맞물리는 칼날. 그 상태서 이세훈은 몸을 살짝 낮추고 오색화도의 손잡이를 꽉 움켜쥐며 자신의 속성 마력인 ‘홍염’을 흘려 넣었다.
우우웅-
오색화도를 통해 화적초의 안쪽에 충전되는 불꽃.
처음에는 차곡차곡 저장되며 증폭될 뿐이었지만 그 양이 늘어남에 따라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다.
화르륵!
화적초의 바깥으로 새어 나오는 다섯 색의 불꽃.
서로를 잡아먹기 위해 끝없이 뒤엉키는 불꽃은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보일 정도였는데 실제로는 그리 화려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후우……!”
방심하는 순간 눈 깜짝할 사이에 사방으로 터져 나갈 불꽃.
그 난폭한 불길을 억누른 이세훈은 곧바로 홍염의 성질을 통해 제어했다.
키이잉-
서로 뒤엉키며 싸우던 불꽃들이 홍염의 흐름에 휩쓸렸고, 화적초의 마력회로를 따라 겉면을 타고 흐른다.
찰칵-
그와 동시에 내디딘 왼발을 꾹 누르며 이세훈이 오색화도의 칼날을 단숨에 뽑아냈고.
“야화.”
오색을 머금은 불꽃이 무대를 뒤덮었다.
콰아아앙──!!
무대 전체를 집어삼킨 다섯 빛깔의 불꽃.
오토마톤을 숯덩어리로 만들고도 성에 차지 않는지 해방된 불꽃은 계속해서 서로 충돌을 일으키며 요란하게 폭발을 일으켰다.
“…….”
“…….”
역대 입학식의 시연회 중 볼거리가 없단 이유로 늘 인기가 떨어졌던 보르시파.
그 새로운 학과수석이 만들어낸 화려하기 그지없는 광경에 모두가 할 말을 잃었고.
“이상입니다.”
그 반응에 이세훈이 아주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