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633화 (632/653)

제633화

델프로스는 라온의 모습이 비치는 수정구를 들여다보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저놈 불사조도 데려가는 건가?”

“그, 그런 것 같습니다.”

사비대주도 라온이 불사조를 끌고 갈 줄은 상상도 못 했다는 듯 관자놀이를 부여잡았다.

“하아, 정말이지 감당이 안 되는 놈이다.”

델프로스가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층을 지키는 수문장의 목줄을 잡아서 데려갈 생각을 하다니, 그분조차 염두에 두지 않은 황당한 일이었다.

“…준비는 다 끝났겠지?”

그는 눈썹 위에 짜증을 얹은 채 사비대주에게 시선을 돌렸다.

“물론입니다.”

사비대주가 자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놈들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든 진법과 함정 그리고 몬스터의 파도를 만나게 될 겁니다.”

“그래. 이번에는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겠지.”

델프로스가 다시 수정구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로에서 라온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 다른 층은 마지막 층을 위한 전채 요리에 불과했기에 지금은 놈들의 체력과 오러를 갈아버리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멍청한 놈.”

델프로스는 미로의 벽을 넘어서려고 한 라온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저 벽은 초월자들도 부순다고 장담할 수 없는 의념의 벽이다. 놈의 헛짓을 보니, 끓어 올랐던 속이 조금 풀렸다.

“이제 시작했겠군. 어떤 표정이 될지… 음?”

델프로스가 수정구 속의 라온을 지켜보다가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저, 저건 또 뭐야….”

라온 지그하르트는 미로를 나아갈 생각은 하지 않고, 갑자기 벽에 손을 얹었다.

무슨 생각인가 궁금해서 가만히 있었는데, 갑자기 벽 위로 신비로운 문양이 새겨진 화염의 문이 열렸다.

다만 문은 하나만 열린 게 아니었다. 3층 미로 끝에 있는 벽에도 같은 형태의 통로가 개방되었다.

즉, 라온이 연 화염의 통로가 미로의 끝과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저게 뭐냐고!”

“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비대주가 저런 통로는 본 적 없다는 듯 이빨을 딱딱 부딪쳤다.

“설마….”

델프로스가 라온에게 잡혀 있는 불사조 카이얀을 보며 주먹을 말아쥐었다.

“저 불사조 놈이 숨겨진 통로를 말해준 건가?”

불사조를 제압한 후 정신 조작을 할 때 놈은 미로를 통과할 수 있는 차원이 문이 있다고 말해주었다.

아무래도 라온은 그 차원의 문을 연 것 같았다.

“이건 그분께서도 못 한 일인데….”

데루스 로베르트가 저것과 비슷한 문을 열기는 했지만, 단번에 미로의 끝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세 번에 걸쳐서야 미로의 끝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지금 라온은 단 한 번으로 미로의 끝에 닿는 통로를 열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막아.”

“예?”

“막으라고!”

델프로스가 주먹을 들어 찻잔이 올라가 있는 테이블을 내리찍었다. 주먹이 박힌 새하얀 테이블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처럼 가루가 되어 바스러졌다.

‘절대 놓아줘서는 안 돼.’

이대로 라온이 빠져나간다면 미로에 준비해둔 함정과 몬스터가 모두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다. 상상하기 싫을 정도의 손해였다.

“아, 안 됩니다.”

사비대주가 손끝으로 마나를 조작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저 통로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막으려고 했는데, 제 조작 능력이 통하지 않습니다. 아마….”

그가 입술을 씹으며 시선을 내렸다.

“이곳을 만든 제작자의 고유 능력인 듯합니다….”

“그걸 어떻게 저놈이….”

델프로스가 뿌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주먹을 말아쥐었다. 라온은 이번 일이 터지기 전까지 이 무덤의 존재조차 몰랐다.

대체 어떻게 저 통로를 열었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지금 미로에 남아 있는 오마가 있나?”

“설괴후가 근처에 있습니다. 일부러 미로를 탐색하고 있는지 기회가 있었음에도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그녀를 저쪽으로 보내.”

“예?”

사비대주가 무슨 말을 하냐는 듯 눈을 부릅떴다.

“설괴후와 만나면 라온 지그하르트가 죽을 텐데요?”

설괴후는 라온과 달리 한참 전부터 이름을 날린 초고수다.

아무리 라온 지그하르트가 그랜드 마스터에 올랐다고 해도 지금 설괴후를 이긴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이상 통제에 벗어나는 게 더 문제다.”

델프로스가 찌푸린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시체는 적당히 조작하면 돼. 저놈 하나라면 충분히 만질 수 있다.”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가 숨을 고르며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4층도 미리 준비해놔.”

델프로스가 악귀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입술을 씹었다.

“절대로 살아남지 못하도록!”

*     *      *

라온은 설괴후의 등 뒤에 선 마인들을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강해졌군.’

외부에 있을 때보다 매서운 기파가 느껴진다. 1층과 2층을 지나오며 마인들도 조금이지만 성장한 것 같았다.

“뭐야? 흑탑 놈들이잖아.”

불의 통로를 지나온 마르타가 흑탑의 마인들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쓰레기들이 알아서 와줬네.”

그녀는 사나운 기세를 일으키며 손목을 돌렸다.

“운이 좋군.”

버렌도 잘 걸렸다는 듯 입매를 말아 올렸다.

“시험 대상.”

루난은 1층과 2층을 지나오며 성장한 무력을 시험해보고 싶다는 듯 맹한 눈으로 고개를 꾸벅였다.

“불사조에 비하면 저건 새발의 피지.”

“난 아직 오르고스의 일을 잊지 못했어.”

“존재 자체가 해악인 놈들이니, 치워도 뭐라 할 사람은 없겠지.”

광풍대 역시 자신감을 휘감은 눈동자로 흑탑의 마인들을 노려보았다.

창염마군의 일을 떠올리며 복수심을 불태우는 검사들도 많았다.

“건방진 놈들!”

“어린 것들이 감히….”

“명을 내려주십시오! 당장 목을 뽑아버리겠습니다!”

흑탑의 마인들은 광풍대의 자신감에 분노한 듯 설괴후에게 지시를 내려달라며 고개를 숙였다.

“하, 주인을 닮았나? 개들이 시건방지네.”

설괴후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먹잇감을 보고도 가만히 있으면 미친개가 아니지.”

라온이 광기가 스친 눈빛으로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광견대.”

설괴후의 뒤에 선 마인들을 가리키며 입매를 비틀었다.

“모조리 물어뜯어.”

“명을 받듭니다!”

광풍대가 검을 뽑아 들고, 마인들을 향해 돌진했다. 그들의 눈동자 위로 라온과 같은 빛의 광기가 피어났다.

“잠깐! 광견 아니라고…요!”

“개라고 좀 부르지 마십시오!”

“강아지 좋아.”

마르타, 버렌, 루난이 한 마디씩 흘리며 보법을 밟았다.

쿠우우우웅!

마르타의 강맹한 검격이 마인들이 일으킨 마기의 벽을 으깨버린다.

버렌의 정밀하면서도 날카로운 칼날은 벌어진 틈을 놓치지 않고, 마인들의 목덜미를 베었다.

루난은 마르타와 버렌의 사이로 걸어가 설화를 찔러넣었다. 칼끝에 어린 서리가 벚꽃처럼 휘날리며 마인들의 급소를 갈랐다.

“가자!”

광풍대는 세 명의 조장이 열어둔 길을 나아가 마인들과 정면에서 검을 부딪쳤다.

쿠와아아아앙!

수십 명의 오러와 마기가 단숨에 폭발하며 미로에 깔린 모래가 폭풍처럼 치솟았다.

“크으윽….”

“뭐, 뭐 이런 놈들이!”

“이제 갓 약관을 넘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가라앉는 폭풍 속에서 밀려나는 건 마인들이었다.

광풍대는 한 명의 검사처럼 오러를 응집시켜서 마인들의 마기를 짓눌렀다. 기세 자체가 달랐다.

“하나같이 귀여움이 없군.”

설괴후는 마인들이 죽어가고 있음에도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고개를 까딱였다.

“힘의 차이라는 것을 보여주마. 둘 다 와라.”

그녀가 라온과 리메르를 향해 손가락을 까닥였다.

“감당할 수 있나?”

라온이 리메르를 힐끔 보고서 픽 웃었다.

“외팔이와 어린 애송이 정도는 얼마든지.”

설괴후는 자신 있다는 듯 고개를 까딱였다.

“어려 보인다고 얕봐서는 안 돼.”

리메르가 팔짱을 낀 채로 옅은 미소를 그렸다.

“저 노괴는 네가 태어나기도 전에 그랜드 마스터에 올랐으니까. 저런 말을 할 자격은 있거든. 얼굴을 까면 주름 자글자글할 할머니가….”

“닥쳐!”

설괴후가 리메르를 노려보며 손가락을 세웠다. 다른 것보다 할머니라는 말에 화가 난 것 같았다.

“내가 흑탑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이 좀 있거든.”

라온이 제천검을 내리며 설괴후를 굽어보았다.

“운이 좋지 않았다고 생각해라.”

“닥치라고 했다!””

설괴후는 분노를 참지 못하는 듯 악을 지르며 발을 굴렀다.

쿠웅!

라온은 설괴후의 감정이 격해진 상황을 이용하기 위해서 준비동작 없이 바로 태화보를 밟았다. 두 번째로 내딛는 왼발의 앞꿈치에 오러를 폭발시켰다.

극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속도. 시야의 끝부분이 검게 물드는 것 같았다.

“멍청한 놈.”

설괴후에게 쇄도하여 적섬을 그으려고 하는데, 그녀의 입꼬리가 길게 말려 올라갔다.

설괴후는 언제 화를 냈냐는 듯 흥분을 가라앉히고서 왼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아귀에 응집된 검은 서리가 비수처럼 쏘아져 왔다. 완벽에 가까운 반격이었다.

라온은 심장을 향해 짓쳐 드는 설괴후의 마기를 보며 입술을 가늘게 씹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군.’

상대는 그랜드 마스터. 그것도 한참 전에 이름을 날린 초고수였기에 흥분한 모습 자체가 함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대로였다.

트드득!

설괴후의 서리가 심장을 파고들기 직전 태화이보를 삼보로 전환했다.

빠름에서 이어지는 부드러움. 육체가 힘을 잃은 듯이 미끄러지며 설괴후의 공세를 종이 한 장 차이로 흘려냈다.

“이 무슨!”

설괴후는 보법의 전환이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이건 진짜야.’

흥분한 모습을 보였을 때와 달리 지금 드러낸 놀람은 진짜 감정이었다.

당황에서 드러난 찰나의 틈을 이용하기 위해서 설괴후의 좌측으로 파고들었다. 우측으로 꺾어두었던 제천검을 송곳처럼 찔러넣었다.

촤아아아악!

붉은 광채가 피어나는 검극이 설괴후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쯧.”

라온이 뒤로 물러서며 혀를 찼다. 본래의 목적은 설괴후의 목이었지만, 그랜드 마스터답게 그녀는 짧은 순간에 몸을 돌려 검의 궤적을 피해냈다.

“이놈….”

설괴후가 어깨의 상처에 보며 미간을 구겼다. 그녀가 마기를 일으키자, 어깨에서 흘러나오던 핏물이 멎고, 시간을 되돌린 것처럼 상처가 지워졌다.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재생력이었다.

“듣던 것만 못하구나. 의념도 약하고, 오러도 평범해.”

“표정이나 풀고 그런 말을 하시지.”

라온은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진 설괴후의 얼굴을 보며 가늘게 웃었다.

“주름이 나오고 있다고.”

“닥쳐!”

설괴후가 악을 지르며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아귀를 따라 밤을 소환한 듯한 검은 냉기가 사위로 뻗어나갔다.

뿌드드드득!

눈 한번 깜빡할 새에 설괴후의 마기가 공간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만화공의 불길을 퍼뜨려도 냉기가 쉽게 녹질 않았다. 마기의 양과 밀도가 어마어마했다.

“자, 잠깐!”

“으아아아악!”

“사, 살려주십시오!”

설괴후의 냉기에 노출된 마인의 다리가 시꺼멓게 얼어붙었다. 마인들이 살려달라고 외쳤지만, 설괴후는 그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더 짙고 어두운 냉기를 일으켰다.

라온은 광풍대에게 피해가 가지 않고록 설괴후의 시선을 끌며 구석으로 물러났다. 만화공을 뿌려서 바닥과 벽을 얼리는 설괴후의 마기를 차단했다.

“소용없다. 내 서리는 불꽃은 물론이고, 냉기로도 막을 수 없으니까.”

설괴후의 말처럼 만화공의 불길에도 설괴후의 마기는 녹질 않았다.

‘그러고 보니….’

이 무덤에 들어오기 전에 사막과 숲에서 보았던 광경이 떠올랐다.

강한 불길과 뇌기에 휩싸여 있음에도 저 검은 냉기는 사라지질 않았었다.

“네가 구석으로 들어갈 줄 알고 있었다.”

“뭐?”

“이제는 피할 수 없어. 네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내 앞에 무릎 꿇는 것 뿐이다!”

설괴후는 내가 구석에 몰린 것을 확인하자마자, 손아귀를 펼쳤다.

사방을 휘감고 있던 냉기가 동시에 일어나 거대한 해일을 이뤘다. 응집시켜둔 냉기를 쏟아부어 단번에 끝을 내겠다는 뜻 같았다.

라온은 쏟아지는 마기의 해일을 보며 눈동자를 가라앉혔다.

‘지금이다.’

설괴후가 주변으로 냉기를 퍼뜨릴 때부터 이런 방식으로 공격해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마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는 필살의 기예겠지만, 그 믿음이 그녀를 죽일 것이다.

라온은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냉기의 파도를 향해 나아가며 제천검을 어깨 뒤로 젖혔다.

“무얼 하는 거냐! 거기선 닿지 않아!”

설괴후의 비웃음을 들으며 의념을 휘감은 글래시아의 냉기를 일으켰다.

‘땅거미 진 노을 아래의 칼날은 파도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으리.’

스스로 한 줄의 구결을 읊조리며 제천검을 내뻗었다.

푸른 빛으로 명멸하는 제천검의 검신이 설괴후가 일으킨 서리의 파도를 꿰뚫은 채 은빛 공간을 갈랐다.

쩌어어어어억!

미로의 벽에 닿을 듯한 서리의 해일에는 자그마한 구멍도 돋아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뒤에 선 설괴후의 왼쪽 가슴에는 검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커헉….”

설괴후가 피를 토하며 주저앉았다. 그녀가 마기로 가슴의 구멍을 막으려고 했지만, 검은 구멍은 마기를 무시하는 듯 닫히질 않았다.

“이, 이게 왜….”

“네가 말해줬잖아. 네 서리와 내 서리는 다르다고.”

라온이 설괴후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힘의 차이라기보다는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 현상과도 같지. 네 냉기가 네 가슴에 박혀 있으면 네 마기로 막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니겠어?”

설괴후는 냉기와 불꽃으로도 본인의 마기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었다.

이쪽의 서리가 먹히지 않는다는 건 저쪽의 서리도 이쪽에 통하지 않는다는 뜻. 어떤 의미에서는 서로가 서로의 상성이었다.

“아….”

설괴후도 이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깨달은 듯 입술을 떨었다.

“그 입이 화근이었다.”

라온이 제천검을 휘돌리며 설괴후의 앞으로 다가갔다.

“자, 잠깐! 난 아직 전력을 내지도 않았어! 아직 안 끝났다고!”

그 말대로다. 설괴후는 전력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녀와 정면에서 싸워서 이기려면 검계현신까지 써야 했을 것이다.

전력을 다해서 싸웠다면 조금더 성장할 수 있었겠지만, 데루스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 없기에 지금은 최대한 힘을 아껴야 했다.

“시간을 주는 건 바보들이나 하는 일이지.”

라온이 설괴후가 처음에 보였던 비웃음을 그리며 제천검을 내리찍었다.

쿠와아아아아아!

신성한 금빛 불꽃이 검은 마기를 먹어치우며 설괴후의 전신을 불태웠다.

“주, 죽여! 죽일 것이다! 절대 용서하지 않아!”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라온이 코웃을 치고서 설괴후의 목을 갈랐다.

쩌어어어억!

여전히 본인의 죽음을 믿지 못하는 듯 그녀는 눈을 감지도 못한 채 빛을 잃었다.

라온이 설괴후의 숨통을 끊은 뒤 시선을 들어 올렸다.

“뭐, 뭔 그랜드 마스터를 이렇게 빨리 잡아….”

“이게 말이 되나?”

“다른 마인도 아니고, 설괴후를….”

어느새 광풍대와 마인들은 전투를 멈춘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인들은 경악한 듯 입만 벌릴 뿐 말을 하지 못했다.

“5분 안에 안 끝나면 여기서 수련하고 간다.”

라온이 손가락을 까딱이자, 광풍대의 가라앉은 눈동자에 다시끔 광기가 피어났다.

“주, 죽여!”

“모조리 밟아!”

“다 조져버려!”

시원하게 흐르는 광풍대의 검격 소리를 들으며 눈을 내리감았다.

‘조금 더 가까워졌군.’

스스로 한 줄의 구결을 만듦으로써 공간을 꿰뚫고, 방어를 무시하는 검격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었다.

‘의도치 않은 도움을 받았군.’

라온은 미로의 천장을 보며 픽 웃었다.

‘거기에 있겠지?’

미로의 끝에 도달하자마자 우연처럼 설괴후가 나타나는 건 말이 되질 않는다. 데루스의 수하들이 조작한 게 분명했다.

‘기다리고 있어라.’

뭐가 되었든 다 망쳐줄 테니까.

1